소설리스트

어서와요 무림식당-197화 (197/261)

197-왜 너 혼자 장르가 다르니…?(5)

구구궁!

“…지진이라도 났나?”

땅이 울리고. 그릇과 냄비 등이 달달 흔들렸다.

땅도 미세한 진동을 보이는 것이 마치 지진이 난 것만 같았으나, 다행히 그다지 큰 지진은 아닌지라 여명은 태평해 보였다.

허나 여명과 반대로.

“사장님, 위험하시니 움직이시면 안 됩니다.”

북궁린은 지진이 나는 와중에도 저토록 일을 하며 돌아다니는 자신의 모습이 애가 탄다며 그를 말리고 있었다.

“이 정도 지진에 다치고 싶어도 못 다쳐.”

걱정이 과하다 못해 자신을 애 취급하는 것을 보며 여명은 쓴웃음을 머금었다.

가끔씩 보면 걱정이 과하다 싶기에.

“안 그래?”

“…….”

“…설기야?”

“낑….”

평소 같았으면 여명의 장난에 기꺼이 응대해줬을 새하얀 댕댕이는 기분이 안 좋아 보였다.

어딘지 침울해진 기색마저 역력했고. 그의 다리에 매달려 연신 투정을 부렸다.

덥썩.

“갑자기 왜 이렇게 기분이 저조해졌니, 너.”

“월….”

“음?”

여명의 물음에 잠시 고민하는 것 같던 설기는 뜻밖의 말을 내뱉어 여명에게 의문을 자아내게 했다.

“친구가, 찾아온 것 같다고?”

“…왈.”

“??”

친구가 찾아온 거면 좋아해야 할 일 아닌가?

문득 그런 의문이 들면서도 차마 입으로 내뱉지 못하는 건 아마도.

“…끼이이잉.”

그의 귀여운 강아지가 울상을 지을 정도로 침울하기 때문이리라.

유난히도 설기의 한숨이 길어지며 식당 안의 분위기는 저조해져만 갔다.

………

………

검마 단백설.

딱히 화려한 검법도 쓰지 않으며. 삼재검법과 같은 기본 검법밖에 쓰지 못하는 특이한 무인.

허나 그녀는 타고나기를 인외의 힘을 가진 토인(兎人)이었으며. 이를 바탕으로 검을 휘두르니 당해낼 자가 없다 하여 한때는 패력제(覇力帝)라고 불리기까지 했다고 한다.

다만 역발산기개세(力拔山氣蓋世)의 힘을 타고난 것에 비해 내공 운용과 검법에 대한 이해도가 부족하여 과거에는 반편이 취급당하는 수모를 겪었다고 하는데….

“옛 무림인들은 눈이 삔 것이야. 저게 어딜 봐서 반편이라고.”

쿠구궁!

단백설의 거검이 힘차게 휘둘러질 때마다 주변이 쑥대밭으로 변해갔다.

내공을 사용하는 것이 아닌, 순수한 근력만으로 만들어낸 결과였으며. 역시 검마라는 말이 절로 나오는 무위였다.

“외공만으로 입신경에 올랐다더니, 참이었군.”

“으음.”

누군가는 그녀의 검에는 아무런 검의(劍意)가 담기지 않았다며 폄하하기도 하지만. 반대로 이리 물을 수도 있을 것이다.

과연….

‘삼국 아래에 그녀가 휘두르는 검을 제대로 받아낼 검객이 존재하기나 할까?’라고.

그 정도로 그녀의 검은 아찔하였으며. 그녀가 내뿜는 검압은 감히 상대하지 못할 재앙과도 같았다.

“피하지 마!”

동안공을 오래 유지한 부작용 탓에 지학(志學)의 외형을 유지한 단백설은 그 나이 때 아이처럼 고집을 부리기 일쑤였고. 그러한 성향이 검에서 고스란히 담겨 난폭한 폭군처럼 거검을 휘둘렀다.

콰드득!

흔한 삼재검법의 횡 베기일 뿐임에도, 산의 일부를 도려내다 못해 찢어발길 것만 같은 엄청난 위력.

그녀에게 검법이나 내공이 없을지라도, 왜 수많은 검객 중 으뜸이라 불리며.

“역시 삼국제일검(三國第一劍).”

“전(前)이지.”

“아, 맞다.”

……무림활동을 접기 전만 해도 [삼국제일검]이라 불렸던 것이 납득이 가기도 했다.

쫑긋!

일순 그녀의 토끼 귀가 쫑긋거리며 움직였다.

“전이라고?”

그들이 속삭이는 얘기를 들은 그녀가 코웃음을 치며 칼바람과 같던 칼질을 멈추었다.

“흥, 웃기는 소리네. 난 여전히 현역이야. 그런데 어떻게 전(前)일 수가 있다는 거지?”

여기 있는 이들 중 가장 신장이 짤막했으나 누구보다 오만하게 그들을 내려다보며 그녀는 선언했다.

“난 여전히 삼국제일검이야. 왜냐하면 내 검은 여전히 으뜸이니까. 뭐, 부정하고 싶다면….”

서걱!

“증명해보던지.”

“허허…. 당신은 여전하시구려, 검마.”

“곤륜의 꼬맹이 너도 여전히 애늙은이 같네.”

“…애늙은이가 아니라, 진짜 늙었습니다만.”

언제 여기까지 자리한 것일까.

바람이 휘몰아치는 하늘 위에서 검을 타고 날고 있는 그가 보였다.

어검비행(馭劍飛行). 검객이 검으로 펼칠 수 있는 최절정의 기예가 어검이라면, 그 어검의 상위호환의 경지가 다름 아니 검을 타고 하늘을 난다는 어검비행이었다.

고대 무림에서 전해지길, 검선 여동빈만이 펼치는 게 가능했다는 기예가 현시대에서 펼쳐지는 것이니 그야말로 장관(壯觀)!

그리고 현 무림에서 어검비행이 가능한 이는 오직 곤륜의 태허일검만이 가능하다는 것이 세간의 평가였다.

“재주 좋네. 현재 삼국제일검은 너라고 했나?”

“그럴 리가 있겠소이까. 정파의 남궁패와 사파의 패군이 있는데.”

“그 꼬맹이들? 아 그러네. 확실히 사파 꼬맹이는 너보다 강할 수도 있겠다.”

“…직설적인 것도 여전하시구려.”

자운은 쓴웃음을 지었다.

삼국제일검의 칭호가 과한 것은 사실이지만. 저토록 대놓고 누군가와 비교하니, 아무리 자운이라 할지라도 욱하는 심정이 들 만했다.

그 또한 결국 무림인.

투쟁심이라 하면 누구에게도 지고 싶지 않는 족속이었음이다.

“후후, 그래야지. 검객이라면 자기 검에 대한 자부심이 있어야지.”

단백설은 슬슬 강렬한 기세가 감도는 자운의 모습에 만족스러워했다.

간만에 피가 끓어오르는지 그녀의 팔뚝에서 핏줄이 돋아났고. 이후 거검을 가볍게 발로 튕겨 높게 치켜들었다.

“덤벼.”

“……가겠소이다.”

하수를 상대로 도발하는 고수처럼 검을 휘두르는 그녀의 도발에 자운은 검을 탄 그대로 낙하했다.

쿠웅-!

하늘 위에서 고공낙하 하는 자운의 검은 검보다는 하나의 창과 같았고. 대기를 찢어발기는 폭음이 터졌다.

“으흐흐!”

누군가는 공포스러울 만도 할 일격이 도리어 기꺼운지 단백설은 헤프게 웃으며 상대를 반으로 쪼갤 기세로 검을 방망이처럼 힘껏 휘둘렀다.

구름에서 떨어지는 벼락과 땅에서 쏘아지는 자주포의 맞대결이 성사된다면 이렇지 않을까 싶은 순간.

후우욱-!

“…무슨 짓이야, 무백.”

“으음…!”

단백설과 자운의 격돌은 도중에 멈추어야 했다.

아니, 정확히 말하자면.

“우리는, 싸우려고 여기 온 게 아니다.”

둘의 검격을 가볍게 와해시키는 흑의인의 돌입에 의해 그들의 충돌은 강제적으로 저지된 것이었다.

“여전히 미친놈이로고.”

“저 사이에 들어간 것도 놀라운데, 저걸 막아?”

“괴물이네.”

언제 도착한 것인지 삼존은 눈을 부릅뜨고 놀라워하고 있었다.

자허와 단백설의 충돌은 그들조차 막으려면 목숨을 걸어야 할 터인데, 그 충돌을 가볍게 막은 흑의인에게 경이로움을 느꼈고. 두 절대고수의 검을 맨손으로 붙잡고 있는 광경에는 기함해야 했다.

“그 괴상한 놈과 싸워 무승부를 했다더니…. 이해가 가는군.”

금천후가 어깨에 쌓인 먼지를 정리하며 혀를 찼다.

감히 그조차 승부를, 아니 목숨을 장담할 수 없는 절대고수의 등장은 눈살을 찌푸리게 하기 충분한 것이기에.

피부색이 붉은 홍익에 가까우며, 눈썹과 머리칼조차 불꽃에 닮은 홍색을 띠고 있는 늙은 사내.

어딘지 어눌해 보이며. 눈에도 초점이 없어 언뜻 모자란 이처럼 보일 수 있으나, 저자가 누군지 안다면 결코 모자라다 욕할 수 없다.

그도 그럴 게 저자는.

“설마 마도제일이 천산에 오를 줄은 몰랐구려.”

“나, 마도제일 아니야. 교주, 있어.”

“당신은 여전하구려, 광마(狂魔).”

“무백이야.”

“…당신 별호지 않소.”

“……그랬던가?”

“…….”

참으로 여전한 자였다.

광마 무백.

괴상한 놈, 그러니까 인정하기 싫지만. 정파제일의 칭호를 가진 망할 놈과 싸워 무승부를 내었다고 하는 유일한 마인이 바로 그였고. 자존심 강하고 오만하기론 손꼽히는 마교 십칠마종이 자신들의 2인자로 인정한 유일한 마인 또한 다름 아닌 그였다.

사실상 핏줄과 흑원의 선택에 의해 선출되는 것이 천마종인 것이니, 무백 저자야말로 [마도제일]이라 치부하여도 부족함은 없으리라.

“단혁세와 단백설, 거기에 무백이라…. 허어, 진짜 전쟁이라도 하려고 온 것인가?”

이 자리에 거물 아닌 자가 없을 테지만. 저들은 전전대의 무림고수이며. 무림에 나타날 때마다 큰 사건 사고를 일으키기 유명한 이들이기도 했다.

괜히 십칠마종 중 가장 호전적인 이들을 대표하는 것이 아니었고, 금천후는 뒷짐 지던 손을 풀며 일수를 준비하였다.

대답 여하에 따라선 그 또한 참전할 의사를 밝힌 것이었고. 삼존 또한 어느새 각자의 병장기를 꺼내며 살벌한 미소를 머금었다

자칫 전쟁이 난다고 하여도 과언이 아닌 일촉즉발의 전조(前兆)가 천산에 맴돌지니…!

그때.

“…우린, 전쟁을 하러 온 것이 아니다.”

무백이 여전히 느긋한 낯빛으로 입을 열었다.

“전쟁하러 온 것이 아니라고? 허면 어찌 공격을 한 것이지?”

“…….”

“크흠!”

일순 무백의 시선이 단혁세에게 향하였다.

덤덤한 눈빛이지만, 마치 비난하는 것 같았고. 단혁세는 변명하듯 말을 이었다.

“그, 그게, 오랜만에 만나는 친구에게 인사 차원으로….”

“우리가 언제부터 친구였다는 건지 모르겠구려.”

마라검귀가 별 해괴한 소리를 다 들었다며 어처구니없어하였고. 다른 이들 또한 별반 다를 것 없는 비난의 눈빛을 보내었다.

역시 강마.

“이 사부가 가끔 트, 트, 뭐였더라?”

“트롤을 말하는 것인가.”

“아아, 그거. 저놈이 딱 그거네.”

“……그거 욕이지?”

현대 용어를 알아듣지 못함에도 자기를 욕하는 거 하나는 기막히게 알아채는 단혁세였다.

* * *

한차례 싸움이 소강상태가 되었으나, 여전히 병장기를 집어넣는 이들은 없었다.

“아무리 싸울 의도가 없었다고 한들, 당신들이 천산의 불청객인 건 사실이오.”

“웃긴다? 우리가 왜 불청객이래.”

“당신이 양심이 있다면 가슴에 손을 얹고 생각해 보시구려.”

“어머? 곤륜 꼬맹이 너 도인이라는 녀석이 아녀자한테 그런 희롱을 해도 되는 거야?! 하여튼 남자는 다 똑같아!”

“…….”

“차, 참게 자운….”

“크흐으음!!”

자운의 손은 부들부들 떨리며 당장이라도 검으로 단백설을 찌르고 싶은 표정이었다.

다른 건 모르겠는데, 단백설을 희롱했다는 표현이 더할 나위 없는 굴욕으로 다가온 모양이다.

“…미안하다.”

광마는 저 발언은 자기가 생각해도 심했다고 여긴 것인지 심심한 사과를 건넸다.

자신 같았어도 어마어마한 수치로 받아들였을 굴욕이었으니.

“천산을 오르려는 이유가 무엇이지? 지금 와서 은거를 하려고 하는 것도 아닐 테고.”

금천후는 근본적인 원인을 파고드는 질문을 꺼냈고. 그제야 그들에게서 생산적인 대답이 나왔다.

“찾는 이가 있다.”

“데려가야 할 애가 있지.”

“……그저, 만나고 싶을 뿐.”

제각각 다른 답변이 나왔고. 단백설의 경우 그들의 답변에 눈을 부릅떴다.

“너희! 무슨 헛소리를 하는 거야! 데리고 가야지!”

“불가.”

“광마…!”

“개인의 자유를 중요시하는 것. 이것은 신교의 규율.”

“…….”

“모르지 않을 텐데, 검마?”

“…….”

마교에서 가장 오랜 시간 활동한 마인이 바로 그녀였다.

교의 규율은 이미 훤하게 꿰뚫는 그녀이니, 차마 무백의 말에 반박할 수 없었고. 마냥 불만스럽게 침묵을 유지하며 이를 갈 따름이었다.

‘데려갈 이가 있다고? 설마….’

은거자들은 그들이 데려가겠다고 하는 이가 있다 말한 순간 한 사람의 얼굴이 떠올랐다.

혹….

‘이 사부를?’

여명을 데리러 온 것인가?

그러한 생각이 드는 순간 그들의 기세가 돌변했다.

화아아악!

“뭐, 뭐야!?”

“…이것들 갑자기 왜 이래?”

순간 수십 명이 넘는 고수들이 내뿜는 강렬한 기파가 강하게 휘몰아치며 폭풍처럼 거센 현상을 인위적으로 형성했다.

“혹시나 싶어서 묻는 거지만…. 설마, 그를 노리고 있는 것이오?”

“그라고? 서, 설마…! 이미 누군지 알고 있는 거야? 우리가 누굴 데리러 온 건지?!”

단백설은 경악했다.

저들이 절대 모르리라 여겼는데, 이미 파악했단 말인가!

단백설의 발언으로 의심은 확신으로 변하였고. 방금 전까지 손대중을 하던 이들이 진지한 낯으로 병장기를 차례차례 들었다.

“감히 천산에서 그를 건드리려고 하다니…! 어림없는 일이오!”

“헛소리를!”

단백설은 분노했고. 분위기가 험악하게 돌아가자 광마 또한 더는 안 싸울 수만은 없는지 안 그래도 붉었던 피부가 점차 빨갛게 물들어갔다.

본격적인 사투의 시작을 알리듯 그들은 서로를 향해 부딪혀갔다.

그리고 그 모든 광경을 바라보던 단혁세는….

“…어, 아닌 것 같은데.”

무언가 착각이 있음을 깨우치며 재빨리 그들을 말리려 했지만. 이미 그의 말에 귀 기울이는 자들은 없었고. 단혁세를 향해 날붙이가 날아왔다.

“역시 먼저 움직이는구나, 강마!”

“죽어라, 단혁세!”

“……아닌데.”

단혁세가 무얼 말하려고 해도 공격의 표시로 읽는 천산의 은거자들이었고. 단혁세는 당혹스러워하면서도 저도 모르게 반격에 나서고 말았다.

오해라는 한 마디를 못 하고.

평소 행실이 얼마나 중요한지를 보여주는 대표적인 예시였다.

tmi후기.

-무백의 모티브는 정열맨이란 만화에서 따왔다.

-약간 정열맨 산적 버전이라고 생각하면 어떻게 생겼는지 알기 쉬울 것이다.

-단백설의 외향은 모 히어로 만화에서 나오는 미르코라는 캐릭터를 떠올리면 쉽다. 아마 이름만 검색하면 생김새가 나올 것이다.

-참고로 단백설은 200세가 넘었지만. 본의 아니게 혼전순결을 유지하는 중이다.

-이유는 그녀의 힘이 너무 세서 남자의 손만 잡아도 으스러지기 때문이다.

-혹 몸이 버틴다고 해도 남자는 다음 날이면 미라로 발견될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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