횐 64화 Ep.64 이세계 블랙기업 스미스
내가 욕실을 나왔을 땐, 누님은 이미 방에 있지 않았다.
바로 앞에 벗어뒀던 옷과 청결 스크롤을 챙긴 다음, 나는 누님의 방을 나 와 아래로 내 려왔다.
“시론은 아직도 안왔나 보네.”
금이 간 방문 앞에는 내 가 붙여둔 스크롤 쪼가리 가 그대로 붙어 있었다.
나는 쪼가리를 회수하고 방으로 들어왔다.
청 결 스크롤을 다시 침 대 아래 보관함에 고이 모셔둔 다음 몸을 일으켰다.
창밖으로는 어둑한 밤하늘과 높게 떠오른 달이 보였다.
꼬르륵.
그래.왜 안울리나했다.
슬슬 저녁 먹을 시간이 기도 했고 단백질을 또 거하게 뽑아냈기에 기력을 보충해야만했다.
똑. 똑. 똑.
정직한노크세 번.
고개를 돌리니 금이 간문틈으로 기에나씨의 얼굴이 보였다.
“스미스씨. 들어가도 되 겠습니까?”
“아,옙.”
문이 열렸다.
기에나씨의 한쪽손에 쟁반이 들려 있었는데 그 위에는 내가좋아하는 아 멜라 누님의 샌드위 치 와 달큰한 향이 솔솔 나는 스튜가 담긴 접시 가 올라와 있었다.
“그건?”
“관리인께서 가져다주라고 하셨습니다.”
“ 아하.”
접수원 시절에도 느껴보지 못한 누님의 배려라니.
아무래도 마사지 가 무척 마음에 드신 모양이 다.
내가 잠깐누님의 생각을 하는 동안, 기에나씨는 쟁반에 올라와 있는 접시 를 내 책상에 옮겨 놓았다.
“아, 그리고 관리인께 들었습니 다. 깡나무를 구하신다고. 진즉에 저를 찾 아오셔서 부탁하셨으면 좋았을 텐데요.”
“어,으음….”
나는쉽게 대답하지 못했다.
주황빛 눈동자를 반짝이 며 정말 순수한 시 선으로 나를 바라보고 있는 기 에나씨.
그러나 저 순수한눈에 넘어가서는 안된다. 기에나씨의 저 순수함은 악의 없는 악이랄까.
아무튼 그런거다.
“깡나무는 제가 내일 점심까지 구해다가 길드공터에 옮겨 놓겠습니다.”
“고맙습니다.”
“아뇨. 보수는 제대로 받기로 했거든요.”
기 에나시는 밝게 웃으며 등을 돌렸다.
“아, 그리고 모험 가 시론은 내 일 저 녁쯤은 되 어 야 돌아올 겁 니 다.”
“내일 저녁이요?”
아니, 뭘 하길래 사람을 꼬박 하루를 잡아둔단 말인가.
• • • 라고 편을 들기 에는 시론과 케 르낙스가 저 지른 일이 너무 컸다.
“저도오면서 들은 이야기입니다만, 두 사람의 체력이 좋아서 하루 일하고 반나절 휴식. 이렇게 돌린다고 하더군요.”
둘을 제외한 장인과 일당을 받고 일하는 인부들은 제대로 교대와 휴식을 취하는 반면, 체력이 남아도는 두 사람은 최대한 굴려 먹고 어떻게든 복구 작업을 단시간에 끝내 겠다는 게 감독관의 목표라고 기 에나씨 가 덧붙였다.
“그럼 내일 점심쯤에 찾아뵙겠습니다.”
“아, 식사 가져다줘서 고맙습니다.”
“별말씀을.”
기에나씨는 예의 바르게 고개를 살짝숙여 인사한다음,문을 살포시 닫고 퇴실했다.
“글쿤.시론은 내일 저녁에나오는 건가.그럼, 다른 거 할시간도 없겠네.”
반나절.
즉, 다음날이 되 면 다시 복구 현장으로 나가야 한다는 소리 였다.
아무래도 북쪽 거리가 완전히 수복되 기 전까지는 시론과 케르낙스와 함 께 보낼 시간은 없을 듯했다.
타악一!!
—케엑!!
—웨에엑…!!
배부른 저녁을 먹고 단잠에 빠졌던 내 귓가에 심상치 않은 소리가 들려왔 다.
“……뭐여.”
눈을 문지르며 몸을 일으켜 창틀을 보았다.
아침 햇살이 따스하게 들어와 나무 바닥을 땃땃하게 덮여주고 있었다.
탁, 타악. 탁탁!!
—제대로 다리에 힘주고버텨라. 머저리 같은 년들아.
무척이나 귀에 익은 소리에 나는 기지개를 켜며 침대에서 일어나 창틀로 향했다.
창문을 활짝 열어 아래를 바라봤다.
모험 가들이 한참 단련을 하고 있어 야 할 공터 에 정말 의외 의 사람이 목검 한 자루를 들고 서 있는 모습이 눈에 들어왔다.
“누님?
아멜라 누님은 목검 한 자루로 공터에 있는 모험가들을 정말 개 패듯 쥐 어 패고 있었다.
“악!! 아악!! 뼈! 뼈 맞았슴다!!”
“미친년.뼈 맞았다고소리 지르면 상대가칼침 안놓고봐주냐?”
.
“으히이익?!”
“이 얼빠진 년은방패를놓치면 어쩌자는 거야?”
“뒈져 낮…구엑!!”
“환장하겠네.세상에 소리치면서 기습하는년이 있다고?”
열 명이 넘는 모험가들이 각자의 무기를 꼬나쥐고 누님에게 덤벼들었으 나 결과는 처참했다.
저 게 그 레 이 드인 가 뭔 가 하는 그건 가.
빠악一!!
그만 알아보도록 하자.
나는 창문을 닫고 주방으로 내 려왔다.
“아,스미스씨. 여기 큰언니가준비해둔 거예요.”
“앗.감사합니다.”
나는 늘아멜라누님이 앉아있던 자리에 앉아 두툼한고기와 싱싱한 채소 와 새콤한 소스가 얹어진 샐 러드를 입 에 구겨 넣 었다.
“저,스미스씨?”
“어우, 예?”
식 사에 열중하던 내 옆으로 얼굴만 익숙한 주방 사람이 다가왔다.
“어제 저녁부터 큰언니가완전 다른사람이 된 거 아세요?”
“아, 예. 안그래도오늘 아침에 봤는데 공터에서 모험가분들을 완전 개 패듯 잡고 계시던데요.”
“후후, 그게 다 피가 되고 살이 되는 거라고요.”
“그런 겁니까?”
“그럼요. 아무튼 스미스씨. 꼭 좀 우리 큰언니를 잘 부탁드려요.”
-저도 부탁드려요!!
-맞아요!! 이제야숨좀쉬면서 일 좀하겠네!!
-우리좀 살려줘요. 진짜 부탁드려요. 네?
여 기저기서 누님을 잘 부탁한다는 부탁이 날아들었다.
솔직히 나로서도 누님의 기분이 좋으면 얻을 수 있는 혜택이 늘어나기에 주방사람들의 염원에 고개를끄덕여 주었다.
대충 아침 식사를 끝내고 방으로 돌아와 적당히 소화를 시킨 다음, 맨몸 운동을 진행했다.
시원하게 땀을 뺀 다음 청결 스크롤로 땀에 젖은 몸과 옷을 뽀송뽀송하게 만든 다음, 환기를 위해 창문을 열었다.
“아,스미스씨.”
등짝에 나무 짐을 잔뜩 짊 어진 기 에 나씨 가 나를 올려 다보며 손을 흔들어 왔다.
기에나씨가공터에 있는 걸 보니 아무래도벌써 점심이 된 모양이다.
“기에나씨 !! 죄송한데 제 방까지 좀 옮겨 주실 수 있습니까?”
“어 렵 지 않죠. 금방 가겠습니 다.”
나는 방문을 활짝 열고 기 에 나씨 가 올라오기를 기 다렸다.
얼마기다리지 않아복도에 발소리가 여럿 들려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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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개를 빼꼼 내밀어 보니, 기에나씨 말고도 다섯 명의 모험가들이 등짝에 나무 짐을 짊 어지고 기에나씨를 따라 내 방으로 걸어오는 모습을 볼 수 있었 다.
“여기다 놓으면 되나요?”
“옙.대충 놓으셔도 됩니다.”
“그럼.
기에 나씨가 내 옷장 아래에 나무 짐을 내 려놓았고 나머지 모험가들의 등 에서 짐을 빼서 차곡차곡 가지런하게 정렬시켰다.
“지금부터 활을 만드실 예정인가요?”
“누가 찾는 사람이 없다면 그럴 예정이죠.”
“사막부족의 방식으로 만든 깡나무 활이라…… 어떤 아이가 태어날지 벌써 기대가되는군요!!”
“하,하핫.”
죄송합니다.
아마 기 에 나씨 가 생 각하는 그런 녀석은 아닐 겁 니 다.
나는 순수하게 눈을 반짝이며 나에게 기대를 표하는 기 에나씨에게 속으 로 사과하며 고개를 끄덕였다.
“아! 그럼 저희는 이만 가보겠습니다.”
“수고하셨습니다.”
“어제도 말씀드렸지만, 보수를 받았기에 딱히 감사하실 필요는 없어요. 대 신에 활이 완성 ….”
“그럼요.완성되면 꼭 보여드리겠습니다. 약속하죠.”
“흐, 흐흐… 그럼. 나중에 뵙기를 기다리고 있을게요.”
기에나씨는 쭈뼛 서 있던 모험가들을 데리고 아주 조용하고 신속하게 방 을나갔다.
혼자 남은 나는 옷장 앞에 가지런히 놓여 있는 나무 짐을 향해 손을 뻗고 —
“성물 재료 보관.”
손에 닿은 나무토막이 소리도 없이 사라졌다.
나는 모든 나무토막을 보관소로 옮긴 후에 의 자에 앉았다.
《재료 보관소 목록》
©순수 철 : 3kg
©강나무: 4.69kg
보관소의 현황을 확인한 나는 헛웃음이 나왔다.
자그마치 나무 짐 믫개 분량을 집어넣었는데 고작4키로라니.
“진짜 존나 창렬나무네.”
넉 넉할 줄 알았던 내 예 상과 달리 , 최 소한만 사용해 만들어 야 겨우 넽개를 만들 수 있는 물량이 었다.
“하긴, 지금 당장 양산할 것도 아니니까 상관은 없지만… 아무리 생각해 도 가성비 가 존나 씹쓰레 기 나무네 진짜.”
나는 성물 창조를 발동했다.
이미 어느부위에 어떤 재료를사용할지 모두 정해두었기 때문에 소모할 재료의 양만 적어주면 새로운 성물을 바로 만들어 볼 수 있다.
스타킹과 달리 재료의 구성은바꿀수 없지만, 만들때마다들어가는 재료 의 양은 자유롭게 수정이 가능했기에 나는 일단최소한의 재료만 기입한 다 음, ‘창조’를 눌렀다.
“오오.”
밤의 요정과마찬가지로그냥 책상위에 ‘성물’이 덩그러니 생겨났다.
“생각했던 것보다훨씬 고급스러워 보이네.”
밋밋한 첧자형 활이 아닌,—모양으로 활대의 양쪽 끝에는 전에 시론의 보지와 클리의 도움을 받아 완성한 내 손 형태로 구부려져 있다.
활대는 주재료인 깡나무의 짙은 갈색을 그대로 이 어받았고 활대의 휘어 진 양쪽 끝머 리 는 순수 철로 맑은 은빛으로 반짝였다.
나는 활을 들어보았다.
내 키에 살짝못 미치는 장궁.
무게는 내 기준으로 한 손으로 들었을 때, 적당한 중량이었다.
나는 활을 위 아래로 흔들었다.
탁탁.
활대의 아래 쪽에 해 당하는 부분에 서 쇠 와 쇠 가 부딪히 는 둔탁한 소리 가 들려왔다.
이 소리는 활시위를 잇는 활대의 뒤쪽에 달린 작은 철 구슬이 철로 이루어 진 활대를 두드리 며 만들어 낸 소리 였다.
“다행히 생각했던 것보다소리가 훨씬 작네.”
소리가 작은 만큼 진동도 거의 없는 거나 마찬가지였지만.
나는 손에 들린 새로운 성물. ‘위로의 활’이 생각보다훨씬 괜찮은 외형으 로 나와 상당히 만족스러웠다.
이름에서 예상 할수 있듯이 이 활은 다른 기능이 아닌, 이 시대 여성들의 자위를 돕기 위해 만든 활이다.
활 자체의 기능은 그대로이면서도 성욕이 쌓였을 땐, 시론의 보지와 클리 에 맞춰 휘어진 내 손 모양을 본뜬 활대의 끝머리를 외로운 꽃잎에 삽입한다
이 것만으로도 개 인적으로는 참신한 아이디 어였다고 생 각한다. 하지만 난 여기서 끝내지 않았다.
바로 사슴의 뿔처럼, 내 엄지를 본 따 살짝튀 어나온 부분이 핵심이다.
철 구슬과 이어진 이 튀 어나온 부분을 클리에 맞추고 흔들면 철 구슬이 위 아래 로 움직 이 며 활대 를 때리고 그 진동이 클리로 전해 지는 방식 이 다.
즉, 수동 클리 캡이라고 할까.
솔직히 지금에서야 든 생각인데 나도 좀 미친놈인 것 같다.
뭘 어떻게 하면 이딴 걸 떠올릴 수 있었을까.
대단하다. 과거의 스미스 씹새야.
“근데 줄을끊을 게 아니라면 체위를바꾸긴 어렵겠구만.”
활이 워낙 커서 쥐고 흔드는 데는 전혀 문제 가 없었다.
침대에 바로눕거나욕실 같은곳에 기대서 하면 아주 뿅가게 해줄 녀석이 분명했다.
반대로활특성상 어딘가 고정하기 힘들뿐더러 고정하게 되면 이 활의 핵 심인 수동 클리캡의 기능을 활용할수가없게 된다.
“흠, 활은 이런 문제가 있구만.”
다음 성물은 ‘검’으로 생각하고 있는데 그땐 좀 더 다양한 체위를 생각하 며 한번 만들어 봐야겠다.
“근데 이걸지금가지고나가면 좀그렇겠지?”
기에나씨와 만난 거라고는 고작 세 번이지만, 사람이 조금 유별나서 그렇 지 나쁜 사람으로는 보이지 않았다.
아마 내가 이 활을 지금 가지고 나간다면 분명 어떻게 만들었는지 물어 올 거 다. 하지 만 내 가 대 답하기를 피 한다면 장담컨대 기 에 나씨는 아쉬 워 는 하겠지만, 그 이상 나를곤란하게 만들지는 않을 거다.
그럼에도 나는 이 활을 지금 기에나씨에게 보여줄 생각은 없다.
기 에 나씨는 믿지 만, 오늘 기 에 나씨와 함께 왔던 나머 지 모험 가들과 그 밖 에 사람들은 전혀 믿을 수 없기 때문이 다.
애초에 믿고 안 믿고의 문제가 아니라 아마 지금쯤이면 내가뭐 때문에 나 무를 필요로 했는지 소문이 돌고 있을 게 분명하다.
성물을 팔기 위해서는 어느 정도 주목을 받을 필요는 있지 만, 그 타이밍 이 지금은 아니 라는 소리 다.
“그렇다고 오늘 돌아올 시론에게 시험해 볼 수도 없고.”
피곤한 시론을 붙잡고 자위 기구를 시험해보고 싶지는 않다.
거 기 다 잘못 스위 치 가 들어 갔다가는 역으로 착정 당할 가능성 이 매우 높 기에 감히 시도해볼 생각조차 들지 않았다.
“오……?”
고민하던 내 머릿속에 새로운성물. ‘위로의 활’의 이런저런 성능을 시험해 주고 평 가해줄 사람이 딱 한 사람 떠 올랐다.
누구보다 한가하고 내 방에 들어와도 그다지 사람들이 이상하게 생각하 지 않으며 설령 잡음이 나오더라도 깔끔하게 처리 할수 있는유일한사람.
바로 아멜라 누님 이 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