횐 70화 Ep.70 이세계 블랙기업 스미스
“기에나씨는 방에 있으려나.”
나는 누님의 방을 나와 뒷계단을 통해 1층으로 내려왔다.
창구쪽 문을 열기도 전에 시끄러운 소리가 문을 뚫고 내 귀 에까지 흘러들 어왔다.
몸을 낮추고 조심스럽게 창구 쪽으로 들어간 다음, 전에 기에나씨를 나에 게 소개해줬던 접수원에게 살금살금 다가갔다.
“실례합니다.”
“아오씨발깜庶…… 앗.스미스씨!!”
“아, 옙. 바쁘신데 죄송합니다만 기에나씨에 대해서 좀 물어볼 게 있어서 말입니다.
“아아, 네네. 뭘 알려드릴까요?”
다행히 접수원은 나를 아주 친절하게 맞이해 주었다.
아마도.
“기 에나씨 의뢰 받고 나가셨습니 까?”
“아뇨. 아마방에 있을걸요? 최근 어디 나가는 걸 못 봤거든요.”
“그렇습니까? 아,그럼 기에나씨 방이 몇 호인지 좀 알려주십쇼.”
“어디 보자… 아, 311호네요.”
“감사합니다. 수고하십쇼”
“아뇨.저희가더 감사하죠.덕분에 지랄맞은년들이 아주기가쫙빠져서 얼마나 일하기 편해졌는지〜”
“……?”
“그럼, 수고하세요〜”
나는 접수원의 인사에 고개를 숙이면서도 ‘내가 뭘 했나?’라는 생각을 하 며 조용히 창구를 빠져 나왔다.
다시 祄층으로 올라온 나는 기 에 나씨 가 묵고 있는 방을 찾아 복도를 걸 었 다.
전에 내 방의 맞은편에 있다고 말했는데 기에나씨의 말은 정확했다.
정말로 방문짝이 날아간 내 방의 맞은편에 정확히 ‘311호’가 있었기 때문 이다.
나는 목을 가다듬고서 문을 두드렸다.
“기에나씨 ? 안에 있으一”
쿠당탕탕!!
엄청난소리가 들려오더니 순식간에 문이 활짝 열렸다.
“새,새로운 활…!!”
“오우쉣.”
활짝 열린 문으로 등장한 기 에 나씨의 차림 에 나는 눈을 어 디 에 둬 야 할지 참으로 곤란했다.
가벼운 회색 티셔츠에 밋밋한 회색 팬티만 달랑 걸치고 있는 기에나씨는 잔뜩 흥분한 얼굴로 내 주변을 살피고 있었다.
활은?
얼마 지나지 않아 내 손이나 주변에 활이 없다는 걸 알아차리고는 금방 시 무룩하게 변했다.
뭐지. 몬가귀엽네.
나는 다시 목을 가다듬었다.
“활은다 완성됐습니다.”
“새로운 활!!”
“쿠억?!”
기 에 나씨 가 내 멱 살을 붙잡고 흔들었다.
“새,새로운활!! 어디!! 어디?!!”
“이,이거, 이것 좀… 켁캑!!”
중세에는 검사보다활잡이들이 훨씬 근력이 좋았다고 하던데 그 말이 틀 린 말이 아닌 것 같다.
나는 진짜 숨이 넘어가기 직전이고 생존 본능에 따라 손을 허우적거릴 수 밖에 없었다.
뻐억一!!
“큭……!!”
“쿠엑…!!”
손등에 무언가 탄탄하면서도 말랑말랑한 것을 친 타격감과 동시에 기에 나씨가고통스러운 신음을 흘리며 붙잡고 있던 내 멱살을 놓으며 바닥에 주 저 앉았다.
“콜록콜록…!!”
“끄으으으…….”
부족한 산소를 폐에 공급하면서 나는 가슴을 붙잡고 쭈그려 앉은 기에나 씨를 내려다봤다.
아무래 도 손을 허 우적 거 리 다가 내 가 기 에 나씨 의 폭유를 후려 친 모양이 다
•
고작해야 남자인 내 손등에 맞았다고 조금 전까지 내 멱살을 붙잡고 공중 에 들어 흔들던 기에나씨가 저리 고통스러워하는 걸 보면, 신전의 형벌에 괜 히 젖빵이 있는 건 아닌 것 같다.
“그... 기에나씨? 괘, 괜찮으십니까?”
괘, 괜찮아요. 그리고 죄송해요
기 에 나씨는 본인의 폭유를 문지 르며 조심스럽 게 자리 에 서 일어 났다.
주황빛 눈동자가 살짝 촉촉해져 있었다.
울 정도로 아팠던 모양이다.
“제가… 활이나화살에 관련된 거에 가끔 이성을 잃을 때가 있어서… 정말 ,정말 죄송합니다.”
“커흠….”
나에게 직각으로 허리를 숙여 사과하는 기에나씨에게 나는 빈말로도 괜 찮다는 말을 할 수가 없었다.
농담이 아니라 진짜 죽을 뻔했기 때문이 다.
죽음의 문턱까지 갔다오니 아무리 미녀라고 해도 모든 걸 용서해줄 수 있 는 건 아니라는 걸 깨달을 수 있었다.
“그… 일단 사과는 받겠습니 다. 그런데 진짜 죽을뻔했거든요?”
“죄송합니다… 진짜죄송합니다…….”
기 에 나씨 가 허 리 를 숙일 때마다 늘어 진 티 셔츠 안으로 엄 청 난 폭유가 내 눈을 즐겁게 만들었다.
아니아니,스미스 이 쓰벌 새끼.
나는 얼른 정신을 차렸다.
예전에 시론이 모르는 여자가 젖가슴 빨게 해준다고 따라가지 말라고 했 던 말이 떠올랐다.
그땐, 시론이 나를 너무 무시하는 것 같다라고 생각했는데 지금 다시 생각 해보니 시론은 그 누구보다 나를 잘 알고 있었던 모양이다.
“아무튼… 완성한활을 가지고올 테니 방에서 좀 기다려주십쇼.”
“알겠습니다….”
기에나씨는 내가 복도 끝으로 사라질 때까지 나를 향해 허리 숙여 보였다.
“이, 이것이 깡나무와스미스씨의 비장의 기술이 결합해 만들어진… 새로 운활!!”
내 가 활을 가지고 돌아왔을 때, 기에나씨는 차분한 얼굴로 의 자에 앉아 있었다.
그런데 정확히 내가 방에 들어와문을 닫자마자 눈을 번뜩하고 뜨더니 내 손에 있는 활을 향해 날아들었다.
말 그대로 진짜 날았다.
“하아...하악…!! 새로운활!! 처, 처음보는 형태!!”
무슨 약에 취한 사람처럼 몽롱하게 풀린 얼굴로 활을 붙잡고 여기저기 얼 굴을 가져 대 거 나 냄 새를 맡거 나 심 지 어 혀로 맛을 보기 까지 했다.
뭐 .... 사용하고 청결 스크롤로 깨끗하게 만들었으니 상관은 없겠지.
그래도 누님이 알았다가는 무척 찝찝해할 테니 새로운 걸 만들어 선 물하도록 하자.
“다, 당장! 당장시험을 해보죠!!”
“일단진정 좀하시는 게 어떨까요…?”
“저는 지금무척 진정하고 있는 겁니다!!”
“아니 쓰벌, 누가봐도 눈이 돌아갔는데요?”
“화아아알!!”
“아니 미친?! 바지는 입고 나가야 할 거 아냐?!”
기 에 나씨는 화살이 담긴 활통만 챙 기 더 니 팬티 바람 그대로 문을 열고 뛰 쳐나가 버렸다.
“진짜오랜만에 정신이 아찔해지는구만….”
나는 대충 기 에 나씨의 옷장을 뒤 적 여 모험 가들이 즐겨 입는 반바지 ‘이 세 계 돌핀 팬츠’ 줄여서 이섹돌을 들고 얼른 기에나씨의 뒤를쫓아 내려왔다.
“아악!! 내눈!! 내누우운!!”
“저 미친년은뭐 하는년이야?!”
“우웨에엑... 아침부터 저딴년 팬티로눈을 더럽히다니.......”
“경비벼어어엉!!”
1층은 내가생각했던 것보다훨씬 혼란스러웠다.
하긴, 몸매 좋고 거기도 튼실한 남자가 삼각팬티만 달랑 걸치고 밖을 활보 한다면 나라도 욕부터 내뱉고 볼 것 같긴 했다.
“스미스씨! 그쪽으로 가시면 안돼요!!”
“맞아요!!”
“그보다스미스씨 괜찮으세요?!”
접수원들이 창구에서 나와 나를 둘러쌓다.
거기에는 나에게 기에나씨의 정보를 준 접수원도 있었는데 그 접수원의 표정은 거의 파랗게 질려 있었다.
“제발 아무 일도 없었다고 말해주세요!! 스미스씨가 무슨 일이라도 당했 다면 저 시론씨나 경비대장님 이전에 아멜라님께 죽을지도 모른다고요!!”
“지,진정!! 여러분진정하세요!!”
아니, 맨날 앉아서 서류만보는 여자들의 힘이 뭐가 이렇게 쌘 겨.
나는 탄탄한 근육을 가진 나보다 얇은 팔을 가지고 있는 접수원들의 근력 이 조금, 아주 조금 더 강하다는 것에 경악할 수밖에 없었다.
찌익一
외출할 일이 없어 그냥 입고 있었던 내 허름한 셔츠에서 불길한 소리가 들려왔다.
“그만!! 그만 잡아당기라니까?!”
찌이이익—!!
내 허름한 셔츠는 접수원들의 무자비한 손길을 이겨내지 못하고 무참히 찢어 발겨지고 말았다.
“꺄아아악?!”
“허억—!!”
“오, 오오…….”
셔츠가 찢어짐에 따라 자연스럽게 근육으로 무장된 내 탄탄한 상체가 바깥 공기 에 노출되 고 말았다.
동시에 나를 붙잡고 있던 접수원들이 비명을 지르며 뒤로 물러났고 주변 에서 시끄럽게 소리치던 모험가들도 헛숨을 들이키며 하나, 둘 입을 다물기 시작했다.
“아,저, 이, 이건….”
“죽었다….”
“저, 전 아무것도못봤어요!!”
접수원들은 각자 내 찢어진 셔츠 조각을 들고 각기 다른 반응을 보였다.
하나 공통점이 있다면 드디어 나에게서 멀찍이 떨어졌다는 점일까.
기에나씨와 반대로 지금 내 상황은 몸매 좋고 가슴이 쭉쭉빵빵한 미녀가 젖통을 까고 있는 것과 같다고 볼 수 있을 거 다.
물론, 이곳 출신이 아닌 나는 별다른 감흥이 없지만.
아무튼, 나는 모두가 벙찐 지금이 움직일 최고의 타이밍이란 생각이 들었 다.
“어,어어….”
“아니….”
“히익…….”
내가 공터로 이어진 문을 향해 움직이니 주변에 있던 모험가들이 기겁하 며 뒤로 후다닥 물러났다.
덕분에 나는 무척 수월하게 접수대를 나와 공터로 올 수 있었다.
“진짜활밖에 모르는 사람인가…?”
지금 누구 때문에 길드가 완전히 뒤집혔는데 정작 그 원인을 제공한 당사 자는 크리스마스에 원하는 선물을 받은 아이와 같은 초롱초롱한 눈으로 활 시위에 화살을 걸고 있었다.
나는 공터 에 다른 모험 가가 없는 걸 확인하고는 기 에 나씨 가 그냥 화살을 쏠때까지 기다리기로 했다.
어차피 볼 사람은 이미 다 본 상태 인데 이제와서 옷을 입나 저 한 발을 쏜 다음에 입나 달라질 건 없어 보였기 때문이다.
“후우우우….
해맑은 아이 같은 분위 기를 뿜어대 던 기 에 나씨의 분위 기 가 단숨에 날카롭게 변했다.
크고 둥글었던 눈은 먹이를 발견한 짐승의 것처럼 날카롭게 휘 었다.
가늘어 보였던 새하얀 두 팔에 숨어 있던 근육과 혈관이 튀 어나왔는데 순 식간에 얇은 가지에서 굵은 고목처럼 변했다.
“후으으읍
!!”
기 에 나씨 가 크게 숨을 들이 마시 더 니 단단하게 팽 창한 팔로 시 위 를 크게 당겼다.
시위는 기에나씨의 머리 뒤까지 당겨졌다. 그럼에도 활대는 휘어짐 없이 원래의 형태를 그대로 유지하고 있었다.
꼴깍一
별생각 없이 지켜보던 내 목으로 침이 넘어갔다.
화살이 시위를 떠 나는 장면을 놓치지 않기 위해 나는 눈을 감는 것조차 견 디며 기에나씨가들고 있는 활에 집중했다.
흔들림 없는 깔끔한 자세.
팽팽하게 당겨진 시위.
파앙一
공기가 진동하는 소리와 함께 나는 반사적으로 시위를 떠난 화살을 쫓기 위해 고개를돌리려 했다.
콰아아앙一!!
팽팽하게 당겨졌던 시위가 놓이는 것과 동시에 내 귀로 무척이나 파괴적 인 소리 가 날아와 고막을 강타했다.
예상치 못했던 굉음에 나는 얼굴을 찌푸리며 화살이 쏘아진 곳으로 고개 를 돌렸다. 그리고 경악했다.
“미친…….”
공터를 둘러싸고 있던 담벼락 일부가 깨끗하게 부서져 있었다.
나는 혼란스러웠다.
내가 만든활이 대단한 건지, 아님. 기에나씨의 원래 실력이 저런 것인지.
그러나 이런 내 고민은 오래가지 않았다.
—도대체 뭐가 이렇게 시끄러워?!
누가 들어도 빡쳤다는 게 느껴 지는 아멜라 누님의 노기 담긴 포효가 길드 전체를 울렸다.
“오우쉣.”
나는 직감했다.
!
.......
내 가 아주 좆됐음을 말이 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