횐 기화 Ep.기 이세계 블랙기업 스미스
—도대체 뭐가 이렇게 시끄러워?!
누가 들어도 빡쳤다는 것을 알 수 있을 정도의 노기 가 담긴 누님의 포효가 길드 전체에 울려 퍼졌다.
나는 그 순간 내 가 크게 좆됐음을 직 감했다.
“이런 쓰벌.”
과연 이 상황을 어떻게 하면 스무스하게 빠져나갈 수 있을까.
뇌 :좆됐음.]
진짜 좆망이다.
누님이 ‘얌전히 있어라.’라는 말을 남기고 떠난 지 고작 한 시간 만에 이런 사건을 일으킨 것으로도 모자라 길드의 벽까지 부숴 먹고 말았다.
솔직히 이건 내가누님의 입장이라도 내 머리통을 깨버리고도 남을 일이 었다.
물론,모든사건은 지금저기서 내 활을 쥐고서 멍하니 서 있는 기에나씨가 일으킨 일이나 다름없지만, 그 계기를준 것이 바로 나였기에 결과적으로는 내 가 이번 일의 근원이 라고 할 수 있었다.
결론은 진짜 좆됐다는 거다.
공과 사가 확실한 누님이라면 진짜로 내 머리통에 존나 존나 강력한 꿀밤 을 날려버릴 것이 틀림없었다.
오늘이 야말로 나 스미스의 정수리 가 움푹 들어 가고 마는 것이 다.
그냥다리가 후들거리고 손발이 달달떨렸다.
끼이이익.
기름칠을 하지 않은오래된 문이 열리는 소름 끼치는소리에 굳어 있던 내 머리통이 자연스럽게 소리가 들려온 쪽으로 돌아갔다.
“누,누님.”
“하아•••꾈.”
...
활짝 열린 공간에 아미를 잔뜩 찡그린 누님이 세상 한심한 놈을 보는 눈으 로 나를 바라보고 있었다.
“스미스야.우리 귀여운스미스야. 이 누님이 말을 너무 어렵게 했니?”
“누, 누님. 일단제 말을 좀들어주시면 안되겠습니까?”
“하…… 지랄말고 이거라도 걸쳐라.”
누님은 입고 있던 셔츠를 벗어 나에게 던졌다.
나는 얼떨결에 그것을 받았고 누님의 체취가 강하게 스며들어 있는 셔츠 를 자연스럽게 위에 걸쳤다.
“시발. 뭔 사내새끼 덩치가 그렇게 큰 거야?”
“제 가좀.”
“농담할 기분아니다.”
나에게 셔츠를 벗어준 탓에 누님은 검은 브레지어 하나만 딸랑 걸친 상태 였으나, 그 몸이 워낙 조각 같은 비율이었기 에 오히려 벗고 있는 지금이 더욱 아름답게 보였다.
물론, 어디까지나남자인 내 입장에서 그렇다는 거다.
같은 여자들의 시선으로 지금 누님을 본다면, 근육 빵빵한 형님이 상의를 탈의한그런 느낌이 아닐까 싶다.
아무튼. 여전히 화났음을 얼굴로 표현하고 있던 누님은 공터 한쪽에 멍하 니 서 있는 기에나씨에게 천천히 걸어갔다.
나는 누님이 다짜고짜 기에나씨의 면상에 주먹을 내지르는 것은 아닐까. 조마조마한 마음으로 누님의 등을 바라봤다.
그러 나 다행 스럽 게 도 내 가 생 각하던 그런 아찔한 일은 벌 어 지 지 않았다.
기에나씨에게 다가간누님은 멍하니 서 있는 기에나씨의 귀에 얼굴을 가 져댔다.
얼마 지나지 않아 누님이 떨어졌고 멍하니 있던 기에나씨가 정신을 차린 듯 고개를 돌려 옆에 있던 누님을 돌아봤다.
“뭐여…?”
그런데 누님을 돌아본 기에나씨의 얼굴이 몹시 창백했다.
그 수준이 어느 정도였냐면 파랗게 질린 걸 넘어 아주 새하얗게 질려 있었 다.
누님은 그런 기에나씨의 어깨를 가볍게 두드리고는 다시 내가 있는 곳까 지 오셨다.
“저년 데리고 내 방으로 올라와라.”
“예,옙.”
내게 그 말을 남기고 누님은 쿨하게 다시 길드로 들어가버렸다.
털썩.
누님 이 들어 가자 기 에 나씨 가 그대 로 바닥에 주저 앉고 말았다.
도대체 누님이 뭐라고 했기에 기에나씨가 저렇게 겁을 먹은 걸까.
나는 누님이 던져준 셔츠가 터지지 않도록 하며 조심스럽게 기에나씨에게 다가갔다.
“그,괜찮으십니까?”
“……죄송합니다. 죄송해요…. 정말… 죄송합니다….”
“어...예.”
원래라면 절대로 사과를 받아들일 생각이 없었는데, 새하얗게 질린 얼굴 로 주저 앉아 바닥을 빤히 바라보며 계 속해서 사과하는 기 에 나씨를 보고 있 으니 사과를 받아들일 수밖에 없었다.
왠지 그러지 않으면 저주라도 받을 것 같은 그런 분위기 였기 때문이 다.
아무튼 나는 망가진 기계처럼 계속 ‘죄송합니다.죄송해요.’를 남발하는 기에나씨를 부축해 누님의 방으로 향했다.
“야.똑바로 안서냐?”
“죄,죄송합니다.”
누님의 방에 들어오자마자, 누님은 내게 기대어 있던 기에나씨를 노려 봤고 기에나씨는 거의 경련하는 수준으로몸을 움찔 떨더니 얼른 내 몸에서 떨어져 두 다리로 바로 섰다.
“야.넌 여기에 앉고넌 계속 거기 서 있어라.”
누님은 자신의 옆자리를 두드려 나에게 턱짓했고 기에나씨는 문 앞에 계속 서 있으라 말했다.
“그전에 옷장에서 옷부터 새로갈아입어라.”
“ 아하.”
나는 그제야 내가누님의 꽉 끼는 셔츠를 입고 있다는 걸 떠올렸다.
옷장에서 몇 없는 내 허름한셔츠를 꺼내 갈아입은 다음, 누님의 옆에 앉 았다.
책상을 두고 의자에 앉아 있는 나와 누님. 그리고 우리 앞에 바짝 얼어붙 은 자세로서 있는 기에나씨.
갑자기 분위 기가 묘해졌다.
“후우…. 일단이야기를하기 전에 말이다. 귀쟁이야.”
“네,넷.”
“너 돈은 좀 있지?”
“그렇습니다….”
“그럼 알아서 벽 고쳐놔라.”
“물론, 물론입니다. 최대한 빠르게 장인을 고용해서 고쳐 놓도록 하겠습 니다.”
“그래. 꼭 그래야 할거다.”
“하, 하수하… 하서하하서
“웃기냐?
“아닙니다….”
뭐지.
뭔 가 PTSD가 올 것 같은 이 대화는.
그보다 누님 이 기 에 나씨 를 귀 쟁 이 라고 불렀던 것 같은데.
설마 내가 알고 있는 그 귀쟁 이를 말하는 건가?
나는 조금 전보다 더 바짝 굳어 있는 기에 나씨를 살폈다.
기 에나씨의 귀는 평범한 인간의 귀와 똑같이 생긴 것을 확인 할 수 있었다.
“그래서? 숲에 틀어박혀 있어야 할 년들이 그렇게 혐오하는 마법으로 자랑스러운 귀까지 숨겨가며 인간의 행세를 하고 있는 이유나 좀 들어보자”
“그,그건….”
콰앙一!!
심장이 철렁할 정도의 큰 소리와동시에 기에나씨의 뒤쪽에 있던 벽에 조 금 전까지 책상에 놓여 있던 깃팬이 꽂혀 있었다.
“잘 생각해서 말하는 게 좋을 거다. 특히 … 조금이라도 거짓말을 하는 기 색이 보이면 당장에 니년 미간에 구멍을 뚫어 버릴 테니까 말이야.”
꿀꺽一
나와 기 에 나씨 가 동시 에 마른 침 을 삼켰다.
누님 이 이렇게 까지 화를 낸 모습은 오늘 처음 봤다.
피부가 따끔따끔하고 숨 쉬는 것이 조금 힘들어졌다.
후우.”
누님이 짧게 한숨을 내쉬었고 동시에 가해져 오던 압박감이 많이 줄어들 었다.
아무래도 누님이 화난 상태에서도 나를 많이 신경 써주고 있는 모양이다.
물론, 어디까지 나 나에 게만 말이 다.
“대답안 하냐?”
“아, 아닙니다… 말하려고… 했습니다….”
기에나씨의 뺨을 타고 작은 물방울들이 도롱도롱 바닥을 향해 떨어지는 게 눈에 보였다.
“우선….
기 에 나씨 가 말끝을 흐리 며 눈을 감았다.
동시에 기에나씨의 얼굴주변에서 영롱한빛이 뿜어져 나왔다.
“오…….”
빛은 얼마 가지 않아 사라졌고 빛이 사라진 기에나씨의 얼굴에는 작은 변 화가 있었다.
주황빛이던 머리칼은 영롱한 녹색으로 변해 있었고 인간의 것이던 귀는 만화나 영화에서 나 봤던 엘프의 그 기 다란 뾰족 귀로 변모해 있었다.
천천히 눈을 뜬 기에나씨의 눈동자는 여전히 주황색 눈동자였다.
기에나씨는 한결 차분해진 얼굴로 말했다.
“이 자리에서 진실만을 말할 것을 숲의 어머니께 맹세하겠습니다.”
한쪽 손을 풍만한 가슴에 올리고 기에나씨는 그리 말했다.
일전에 내가 신전에서 했던 맹세의 엘프’ 버전인 모양이다.
“일단 제가 숲을 나온 이유는… 좀 더 많은 활을 접하기 위해서입니다. 그 러면서 겸사겸사활을 조금 더 많은 이들에게 알리는 것도 있었고요.”
“미친… 그딴 이유로그 늙은이들이 숲을 나오는 걸 허락해 줬다고?”
“어… 장로님들께서 내리신 임무는 따로 있습니다.”
“그렇지?”
“예 …. 장로님들께선 인간의 성직자들이 찾고 있는 남자를 알아내고 가능 하면 먼저 발견해서 숲으로 데려오라는 임무를 내렸습니다.”
“그 남자에 대해서 알아낸 건?”
“……저는 나와서 활에 대한 것들만수집하고 다녀서 아는 게 없습니다.”
“…….”
“…….”
팽 팽하던 공기 가 한순간에 누그러 졌다.
누님은 상당히 어처구니없다는 표정으로 앞에 서 있는 기에나씨를 노려봤 다.
“너희 귀쟁이들이 활과 자연에 광적인 집착을 보인다는 건 알고 있었는데 넌...진짜구나?”
“그저 조금 더 진심일 뿐입니다.”
“이 거 진짜 골때리는 년이네. 너 어떻게 아직까지 복귀 안 하고 이러고 있 는거냐?”
“……보고서에는 대충 지어낸 걸 적어서 보내고 있습니다.”
“허,허허허.”
누님 이 기 가차다는 듯이 헛웃음을 터트리 며 한 손으로 이 마를 두드렸다.
창백하던 기에나씨의 얼굴에 약간붉은 기가 감돌았다.
“그럼 ••• 여기에 온 것도. 이 새끼를 만난 것도 전부 우연?”
“우연까진 아닙 니다. 이곳에 은등급 모험가가 되 어 공헌도를 이용해 남자 접수원을 전속으로 삼을 수 있다는 말을 듣고 찾아왔습니다.”
“삼아서 뭐 하려고?”
“그…. 아무래도 여자인 제가 활을 홍보하는 것보다 남자가 홍보하는 쪽 이 모험가들에게 조금 더 관심을 끌 수 있을 것 같아서…….”
“……너 대신 활을모험가 년들에게 홍보시키려고 했다?”
기 에 나씨는 대 답하지 않고 그저 고개를 작게 끄덕 였다.
“이거 완전 도른년이네 진짜.”
“•••꾈.”
누님이 한숨을 내쉬며 책상에 엎어졌다.
“시발…. 별미친년 때문에…….”
책상에 엎어진 누님이 작게 웅얼거리듯 말했는데 그게 또 내 귀에 고스란 히 들려왔다.
나는 당연히 못 들은 척 조용히 입을 다물었다.
한동안 책상에 엎어져 있던 누님이 삐딱한 자세로 고개를 들어 기에나씨 를 노려봤다.
“하아…….그활성능은 어떠냐?”
“최 곱니 다. 진짜 최 곱니 다. 미 쳤습니 다. 제 227년 삶에서 봤던 활 중 최 고 의 활입니다.우선 이 매끈한곡一”
“닥쳐봐.”
“…….”
봇물 터지듯 입을 움직이던 기에나씨는 살벌한 누님의 경고에 다시 입을 다물었다.
“거리, 위력, 난이도. 이 셋만읊어 봐.”
“음……. 일단초심자가사용하는 건 불가능합니다. 엘프중에서도 ‘올드 가드’나 ‘가디언’의 시험을 통과한숙련자쯤 되어야 시위를 제대로 당겨 볼 수 있을겁니다.”
“인간 기준으로는 최소 숙련된 은등급 정도인가.”
“인간 기준으로는 잘 모르겠습니 다. 그리고 이 활을 제대로 다룰 수만 있 다면... 적어도 눈으로 볼 수 있는 모든 거리의 모든 목표를 꿰뚫을 수 있을 겁니다. 물론, 그에 걸맞은 화살을 사용한다는 가정이 붙겠지만요.”
“…… ”
“왜, 왜 그런 눈으로 보십니까?”
나는 무슨 골칫덩이를 보는 듯한 시선으로 나를 흘기는 누님의 시선에 흠 칫할수밖에 없었다.
“제발…….스미스야. 적당히 좀하자….”
“……죄송함다.”
나는 그저 수동 딜도를 만들었을 뿐인데 어째서 혼이 나야 하는지 잘 모르 겠다.
애초에 자위가 메인인 활인데 그런 미친 성능이 나온다니.
오히려 내가 더 어처구니없을 지경이다.
야.”
“네,네.”
처음과 비교해 많이 유순해진 분위 기에 긴장을 살짝 풀고 있던 기에나씨 는 누님의 부름에 흠칫하며 자세를 바로 잡았다.
“너 그활에 대해서는 절대로귀쟁이 년들에게 발설하지 마라. 알겠냐?”
“……그래야 합니까?”
위축되어 있던 기에나씨가 이 방에 들어와 처음으로무언가 마음에 들지 않는다는 듯이 눈을 살짝 찌푸렸다.
“그래야 할거다.”
책상에 턱을 괴고 있던 누님이 몸을 일으켜 의자의 등받이에 등을 기대며 입꼬리를 끌어 올렸다.
“이 방에서 사지 멀쩡히 나가고싶다면 말이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