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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세계 블랙기업 스미스-85화 (85/771)

횐 85화  Ep.85 이세계 블랙기업 스미스

짹짹짹〜

“으그그그그극〜!! 후아….”

포근한 아침 햇살을 맞으며 나는 아주 기분 좋게 잠에서 깨어났다.

얼마 만에 느껴보는 상쾌한 아침인지 모르겠다.

몸이 건강한 건 둘째치고 고민이 줄어들면서 머리가 맑아지니 아주 그냥 잠이 솔솔 오더 니 깨어 나는 것도 그냥 개운하게 눈이 떠 졌다.

“근데 더럽게 할 거 없네.”

평소라면 아침을 준비한 다음, 기에나씨와 함께 길드로 향할 시간이었다.

길드에서 가볍게 아침 운동을 한 다음 집으로 돌아와 식사를 하고 집 청소 를 한 다음 점심을 준비한다.

“생각해보니까 이거 완전 전업주부 같은데?”

돌아올 마누라들을 기다리며 집에서 살림하는 남편이라니.

오히려 좋았다.

“가볍게 샤워나할까.”

침대에서 내려와욕실로 향하던 그때, 철컥. 소리와함께 방문이 천천히 열 렸다.

활짝 열린 문밖에는 어제 봤던 성기사님이 서 계셨다.

성 기 사님은 어 정쩡 한 자세로 서 있는 나를 무심 한 눈으로 바라보며 말했 다.

“마중이 왔으니 데려다주마.”

“앗 옙 才、 , td•

욕실로 향하던 나는 급히 발걸음을 돌렸다.

이제는 친숙하기까지 한 신전의 복도를 성기사님과 함께 걸었다.

한층, 한층 내려가시던 성기사님은 나를 신전의 입구로 안내했다.

그곳에는 어딘가 풀이 죽은 얼굴을 한 시론이 걱정스러운 눈으로 나를 바 라보고 있었다.

“그만 가보도록.”

“앗,감사합니다.”

나는 성 기 사님 께 고개 숙여 감사를 표한 다음, 나를 보고 있는 시론에 게 총총 걸어갔다.

“시론아. 또 표정이 왜그러냐.”

전에도 내가 신전에 신세를 졌을 때, 시론이 꽤 풀이 죽어 있었다.

나는 내가 괜찮다는 것을 어필하기 위해 장난스럽게 시론의 허리를 껴 안 았다.

“시론아?”

a 99

그런데 내 가 생 각했던 것과 달리 시론은 뭔 가 큰 잘못을 저지른 아이처 럼 입을 우물거리며 내 시선을 계속해서 피했다.

나는 잠깐 내 품에 안기고서도 고개를 돌려 나를 바라보지 않는 시론의 옆 얼굴을 빤히 바라보다가 손을 풀어 시론을 바닥에 내 려주었다.

“뭐 야. 왜 그래 ?”

“……아니, 뭐… 너 밥은 먹었냐?”

힐끗힐끗 곁눈질로 나를 보며 시론이 그리 물었다.

이상하게 신전에서 치료를 받고 난 후에는 배가 그다지 고프지 않았으나 분위 기도 거시 기하고 다른 건 몰라도 아침 밥은 꼭 챙 겨 먹는 편이 기 에 나는 고개를 저었다.

“아니, 아직 안먹었는데.”

“그럼...일단 집에나 가자.”

“……엩 그래.”

나는 시론과 함께 북쪽 거리에 있는 케르낙스의 집으로 향했다.

집 에 도착하는 순간까지 시론은 조용히 침 묵했다.

“어서 오세요. 정말 걱정 많이 했습니다.”

“아, 기에나…씨?”

나는 직접 현관문 앞에서 기다리고 있던 기에나씨의 인사를 반갑게 대꾸 하려다가 고개를 갸웃했다.

“그, 얼굴에 멍은…?”

“스미스님의 곁에 있겠다고 버티다가그쪽의 대사제인지 뭔지 하는 여자 에게 얻어맞았습니다.”

왼쪽 눈덩이에 새파란 멍을 달고 있는 기 에나씨 가 덤덤히 말했다.

“성 기사도 아닌, 사제의 주먹이 그리도 빠르고 강력할 줄은 몰랐네요.”

감탄인지 한탄인지 모를 말을 하며 기에나씨가 고개를 저었다.

“아무튼, 활은 계속 만드실 수 있으신 거죠?”

“아아… 예. 만들수 있습니다.”

“후〜 다행이에요.”

진심으로 다행이라는 듯이 한숨을 내쉰 기에나씨의 모습에 나는 그만 웃 음이 터져 나왔다.

정말이지 한결같은 엘프가 아닐 수 없다.

그래서 좋았다.

“일단부엌으로 가시죠. 간단히 먹을 걸 만들어 뒀어요.”

“오. 기 에 나씨 가 만드신 겁 니 까?”

“혼자지낸 시간이 조금 길다보니 몇 가지 익힌 게 있어서 준비해 봤어요.”

엘프의 요리라니.

나는 은근한 기대와 함께 기에나씨와 시론과 함께 부엌으로 향했다.

부엌에 도착한 나는 식탁 가득 올라와 있는 푸른색의 향연에 잠깐 당황했 다.

“그... 기에나씨?”

“왜 그러시죠?”

나는 잠깐 어떻게 말을 해야 할지 몰라 옆에 있는 시론을 돌아봤다.

그러나 시론은 별다른 반응이 없었다.

한결같이 어두운 얼굴을 하고 있을 뿐이었다.

나는 결국 침을 삼키며 어색하게 웃으며 말했다.

“아, 뇨.아닙니다. 하하핫.”

“얼른 앉으세 요. 싱 싱 할 때 먹 어 야 효과가 좋은 것들이 거든요.”

“싱싱

나는 접시에 담긴 여러 형태의 풀과그 위에 꿈틀거리고 있는 작은 애벌레 의 모습에 속으로 기겁했다.

‘싱싱한 것도 정도가 있는 겁니다.’라고 기에나씨에게 말해주고 싶었으나 주황빛으로 반짝이는 저 순수한 눈을 보고 있으면 차마 그런 말을 입 밖으로 내 뱉을 수가 없었다.

나는 별수 없이 식탁 앞에 앉았다.

기에나씨가 내 앞에 포크를 놓아주며 말했다.

“오늘새벽에 나가서 직접 채집해온녀석들이에요.”

꿈틀꿈틀.

내 엄지 크기의 흰 애벌레가기에나씨의 손에 붙잡혀 발버둥 쳤다.

“한 마리 한 마리가 전부 스테미나에 좋은 녀석들이랍니다. 기력 보충에 아주 효과적이죠.”

“……스테미나요?”

“네. 스테미나요. 넓은 숲을 뛰 어다니는 전사들에게는 스테미나가 필수거 든요.정말운좋게 몇 마리가눈에 들어오더라고요.”

기에나씨가 웃으며 애벌레를 흔들었다.

나는흰 애벌레를 바라봤다.

조금 전까지만 하더라도 끔찍하게 보이던 녀석이 갑자기 조금 귀 엽게 느 껴졌다.

녹색 풀잎 위에 회색빛 소스를 얹은 걸 보니 조금 맛있어 보이는 것 같기도 하다.

아니, 애초에 맛이 중요한 게 아니다.

맛이 없으면 어떤가.

무려 스테미나에 좋다는데.

나는 더 생 각해 볼 것도 없이 포크를 쥐고 과감하게 꿈틀거리 는 하얀 녀석 을 향해 내리찍었다.

뀨엑一!!

손을 타고 전해지는 형용 할 수 없는 소름 끼치는 감각!!

심지어 뭔가 어린 짐승의 울음소리가들려오니 전신에 소름이 돋아났다.

나는 포크에 찔려 늘어진 녀석을 바라봤다.

뭔 가 푸른 액체를 줄줄 흘려대고 있었다.

갑자기 식욕이 수직하락했다.

내가 이 버르장머리 없는 아랫도리를 위해서 저런 것까지 입에 쑤셔 넣 어야 하는걸까.

안타깝게 도 그래 야만 했다.

나는 눈을 질끈 감고 그것을 입안에 넣었다.

그대로 삼키고 싶 었으나 생 각보다 너무 커 다래 결국 나는 입을 움직 였고, 내 입안에선 퓩! 퓨육! 하고 뭔가 즙 같은 것이 마구 터져 나왔다.

a o”

“생각보다 맛있죠?”

오?”

식감이 나 이딴 건 진짜 완전 밥맛인데 이 게 놀랍게도 진짜 생 각보다 맛있 었다.

뭐 라고 해 야 할까. 진짜 존나 의 외의 소다맛이 랄까?

그냥 조금 질겅질겅한 소다맛 젤리를 씹는 것 같았다.

“자, 이것들도 드셔보세요.”

“히익…?”

기 에 나씨 가 추가로 무언갈 식 탁에 올렸고 난 그것들을 보고 기 겁했다.

내 주먹보다 살짝 작은 여치를 닮은 곤충의 튀 김.

뱀을 닮은 기다란 녀석의 찜.

뭐 가 들어 갔는지 알 수 없는 보랏빛 스튜.

진짜 눈으로만 보고 있으면 거들떠도 보고 싶지 않은 외 형의 요리들이 었 다.

“자, 모두 몸에 좋은것들이랍니다.”

꿀꺽.

어디 지옥에서 가져온음식 같은외형이다.

그러나 먹는다.

그 흰 녀석도 막상 먹으니 생각보다 맛있었다.

이것들도 보기에만 그렇고 맛이 있을지도 모르는 일이다.

무엇보다 전부 건강에 좋다고 한다.

나는 눈을 질끈 감고 세 상 끔찍한 곤충 튀 김 에 손을 뻗 었다.

감촉이 좋지 않았다.

그러나손에 들고그대로 입에 넣었다.

벌렸던 턱을 닫자튀김 특유의 바스러지는소리가 입안에서 울렸다.

“……오. 새우깡.”

안이 꽉차 있을 것 같던 곤충튀김은 생각했던 것과 달리 그저 속이 텅 빈 튀김이었다.

맛인 좀 전에 말했던 것처럼 새우맛 과자의 맛이 났다.

결론은 맛있다는 소리 다.

나는순식간에 튀김을 다 먹어 치웠다.

“잘드시니 만든 저도 기쁘네요. 아, 이건 중간에 뼈가 있거든요. 이건 이렇 게... 자, 드셔보세요.”

기에나씨는 친절하게도 내 접시 위에다가 뱀을 닮은 뭔가의 찜의 살을 발라주었다.

나는 이번에도 별다른의심 없이 그걸 먹었다.

“오우야.”

입에 넣자마자 그냥 솜사탕 녹듯이 사르르 녹아버렸다.

심지어 맛있다.

언제 먹었는지 기억도 가물가물한꽃등심을 먹었던 것이 떠올랐다.

이 제 남은 건 보랏빛 기포가 떠 오르는 스튜.

외형인 정말별로였으나 나는 이제 오히려 저 스튜가 어떤 맛이 날지 기대 가됐다.

얼른 숟가락을 들어 스튜에 넣었다.

치이익一

이상한 연기와 함께 손이 가벼워졌다.

정확히는 스튜에 넣었던 숟가락의 머리가 사라져버 렸다.

“히이익?!”

.......

아니 쓰벌.

이게 뭐시여.

나는 숟가락을 녹여버린 스튜와 기에 나씨의 얼굴을 바라보며 해명을 요 구했다.

“이건 그냥들고 마시는 거랍니다. 그렇지 않으면 보시다시피 저렇게 녹여 버리 거든요. 제 가 새로 가져다드릴게 요.”

기 에 나씨는 태 연하게 그리 말하고는 숟가락을 삼켜버 린 스튜를 가져 가고 새 로운 나무 그릇에 스튜를 담았다.

이제 보니 스튜가담겨 있는 냄비도평소에 내가 사용하던 철이 아닌, 처음 보는 나무를 깎아 만든 냄비 였다.

“자,단번에 쭉들이키세요.”

“……진짜 먹어도 되는거죠?”

“그럼 요. 스미 스씨 가 쓰러 지 셨다는 소리 를 듣고 제 가 얼 마나 놀랐는지 모 르실걸요. 두 번 다신 그런 일로 쓰러지시 지 않도록 제 가 잘 보조할 테 니 얼른 들이키세요.”

먹지 않겠다고 하면 진짜 강제로라도 먹일 것 같은 분위 기였기에 나는 하 는 수 없이 그릇을 손으로 잡았다.

에라 모르겠다.

더럽게 맛이 없을 수는 있지만 설마죽기야 할까.

나는 그대로 보랏빛 기포가 터져 나오는 스튜를 입 안에 털어 넣었다.

“우욱….”

“좀 쓰지만 다삼키셔야 해요.”

기에나씨의 말대로진짜더럽게 썼다.

혀 가 오그라들 정도로 말이 다.

“우욱

“네.잘하셨습니다.”

기에나씨가 날 어린아이 대하듯 칭찬하며 빈 그릇을 가져갔다.

나는 자꾸만 역류하려는 녀석들을 억지로 목구멍을 꿀떡 이며 위장으로 떨구기 위해 노력해야만 했다.

“1시간정도는 앉아서 소화를 시키는 게 좋으니 넽층에 올라가서 좀 더 쉬 도록 하는 편이 좋을 것 같네요.”

“.•.예.”

나는 순순히 기에나씨의 말을 따르기로 했다.

내 가 자리 에 서 일어나자 내 옆에 앉아 있던 시론도 덩달아 일어 났다.

아침에 만났을 때부터 어두운 표정을 하고 있는 시론이 무척 신경 쓰였으 나 우선은 조용히 입을 닫고 넽층의 침실로 향했다.

침실에 들어온 나는 일단 침대에 앉았다.

평소였다면 금방 내 옆에 앉거나 내 무릎에 머리를눕혔을 시론이 내 앞에 서서 내 눈치만 계속쭈뼛 보고 있었다.

나는 더는 참지 못하고 시론에게 물었다.

“시론아.오늘 아침부터 계속왜 그러는 거냐? 너 답지 않게.”

“……아니, 내가뭘….”

“계속그렇게 있을거야?”

“…… ”

내가두팔을활짝벌렸음에도 시론이 그저 내 눈치만볼뿐, 내 품에 안겨 들려고 하지 않았다.

솔직히 존나 충격이었다.

나에대한 사랑이 식은 거야?”

“뭐,뭐래는거야이 병신이!!”

시론이 소리를 지르며 화를 냈다.

목소리에 담긴 진심에 나는 안심했다.

나는 여전히 팔을 벌린 상태로 말했다.

“근데 왜 안 안겨.”

“그,그건… 아니, 아씨!!”

시론은 스스로도 뭐가 답답하다고 생각한 것인지 고운 붉은 머리칼을 잔 뜩 헝클어트리며 성질을 부렸다.

잠깐 스스로 화를 표출하더 니 드디 어 나를 똑바로 바라봤다.

“안 안길 거 야?”

“아… 샹!! 좀 닥쳐 봐!”

그래.”

“• • •하. 진짜

내 가 시 무룩하게 팔을 내 리 려고 하자 시론이 머리를 벅벅 긁더니 결국에 는 나에게 다가와 내 품에 쏙 안겼다.

나는 얼굴이 새빨갛게 달아오른 시론의 엉덩이를 받쳐 내 허벅지 사이에 앉혀 공주님 자세를 만들었다.

시론은 얼굴을 구기면서도 저항하지 않았다.

나는시론의 머리에 뺨을문질렀다.

“그래서 할말이 뭐야?”

“•••꾈.”

내가 그리 묻자, 시론이 눈을 힐끗해 나를 올려다봤다.

몬가 너무 귀 여워서 뺨을 깨물어 주고 싶었으나 왠지 그럴 분위 기가 아니 었기에 나는 얌전히 시론이 입을 열 때까지 기다리기로했다.

“하아….”

얼마 지나지 않아 시론이 한숨을 내쉬 었다.

“……병신아.”

“엉:

“그,지금부터 내가하는 말… 너무놀라지 말고 들어.”

“뭐길래 그래?”

나는 생각했던 것보다 훨씬 진지한 시론의 태도에 머리에 뺨을 문지르는 것도 멈추고 시론을 빤히 바라봤다.

시론은 내 시선을 피하지 않고 마주 보며 말했다.

“……너 사흘이나 기절해 있었어.”

“헐...사흘이나?”

“그래. 사흘이나.”

“존나오래 기절해 있었구나.”

나는 끽해야 저번처럼 반나절 정도 기절해 있었을 거라고 생각했는데 아 무래 도 크나큰 착각이 었던 모양이 다.

그런데 사흘이라니.

진짜 깜짝 놀랄 정도로 오래 누워 있었네 .

아니, 잠깐.

사흘?

“사흘이라고?!”

“…… ”

시론이 어깨를흠칫 떨더니 이내 고개를 작게 끄덕였다.

“그, 그럼케르낙스는?”

“어제… 떠났어.”

“오.,,

나는 오랜만에 정신이 아찔해지고 말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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