횐 111화Ep.lll 이세계 블랙기업 스미스
“그건 또어디서 주운 거야. 베네오.”
동료. 쥬리스의 물음에 베네오는 잠깐손에 들린 고양이를 바라봤다.
습격했던 건물 주변에 설치해뒀던 탐지 마법이 발동해 확인하러 갔더니 지금 붙잡은 고양이를 발견 할 수 있었다.
처음에는 어느 귀족이나 부유한 상인에게 길러지던 놈이 어쩌다가 그들 의 손에서 빠져나왔다고 생각했다.
두 번째 탐지 마법이 발동하기 전까지는.
‘마력 은 느껴 지 지 않는다. 체 온도 맥 박도 제 대 로 느껴 지 고. 그렇 다고 사역 마는 아니다.’
베네오는 도통 붙잡은 녀석의 정체를 파악할 수 없었다.
“베네오.”
“신경 쓰지 마라.”
쥬리스가 재 차 물었음에 도 베 네오는 앞선 사실을 알리 지 않고 고개 만 저었다.
만약 앞의 동료에 게 이 사실을 알렸다가는 앞뒤 생각 없이 죽이 자고 날뛸 것이 뻔했기에.
다행히 베네오의 그런 반응에 쥬리스는 더는 고양이에 관심을 가지지 않 았다.
“근데 왜 왔어엩 혹시 남은 두 곳도 죽여?”
무심하던 눈동자에 생기가 돌아오는 것을 보며 베네오가 고개를 저었다.
“계획은변함없다. 너는 이대로돌아가서 내일 아침까지 휴식해라.”
“……진짜더 죽일 거 없어? 뭣 하면 다른 녀석들몫까지 내가해도 되는데 ” •
“불필요하다.”
“•••그래.”
베네오의 확답에 생기가돌아오던 쥬리스의 눈이 다시 빛이 꺼졌다.
무심 한 눈으로 잠깐 죽은 듯 늘어 져 있는 고양이 를 바라보더 니 쥬리 스는 그대로베네오를지나쳐 어둠에 녹아들듯소리 없이 골목 깊숙한 곳으로 사 라져 버렸다.
혼자. 아니, 손에 들린 고양이와 함께 남게 된 베네오는 숨은 쉬지만죽은 듯 얌전히 있는 고양이의 등을 빤히 노려보며 고민했다.
죽일까.’
그 순간고양이의 꼬리가 바짝 섰다가 다시 천천히 아래로 내려갔다.
‘확실히 평범한 고양이는 아니군.’
아주 잠깐.
죽이겠다고 마음먹은 순간, 녀석의 몸이 경직된 것을 확인 할 수 있었다.
동물이 인간보다 예민한 것은 확실하지만 조금 전 반응은 평범한 동물이 보이기에는 상당히 어색한 반응이었다.
날뛰는 것도 아니고 잠깐 경직되 었다가 눈치를 보듯 스스로 애써 진정 하려는듯한행동.
‘소유주가 있다면 알아내는 건 어려운 일이 아니 다.’
다른 짐승도 아니고, 사치품에 속하는 희귀 짐승이다.
용모를 그려 수소문을 하면 반나절도 되 지 않아 아마 그 주인을 찾을 수 있을 터.
죽이더라도 그후에 죽인다.
평범한 짐승이 아니 며 , 자신과 쥬리스의 얼굴을 본 이 상 죽음은 이 미 확정 이 된 상황.
그저 그 시간이 잠깐 유예된 것뿐이다.
o o o o O
기——厂챺으 〒챺 •
품에서 울리는 짧은 진동.
지금 울리는 진동이 열아홉 번째 진동이다.
방금 떠난쥬리스가신호를보내지 않은것까지 포함하면 총 스물.
스물의 대상.
그 안에는 단체도 있었으며 개인도 있었으나 지금 이 순간을 기점으로 그 들은 하나의 연결고리로 이 어졌다.
죽음이라는 이름의 풀리지 않는 고리에.
나머지 인원이 각자의 할 일을 끝냈으니 지금부턴 자신이 움직일 시간이 다.
다만, 그러기에는 손에 들려 있는 녀석이 걸리적거렸기에 우선 이것부터 처리할 필요가 있었다.
바젤란-성.
높은성벽 아래에 생겨난 짙은그늘.
즈릇.
집중하지 않으면 들을 수 없을 정도로 작은 소리와 함께 그늘 아래 자라난 풀잎이 베네오의 발에 짓밟혔다.
범 인은 감히 도전할 생 각조차 들지 못할 정도로 높은 성벽을 단 두 번의 발 돋움으로 넘어버린 것이다.
본래는 평범하게 신분증을 제시하고 성문을 통해 들어올 수 있으나, 예정 에 없던 것을 생포해 그것을 잠깐보관하기 위해 들른 것이라 의도치 않게 성 벽을 넘어야 했다.
조금이 라도 수상한 움직 임을 보이 면 목을 비틀어 버 릴 작정으로 고양이 의 목을 왼손으로 틀어쥔 순간.
짹짹〜
그늘에 서 살짝 벗어난 나무 위 에 서 들려오는 새의 지저귐 .
주변에 있는 병사 한 명의 기척까지 다 파악하고 있던 베네오로서는 당황 할수밖에 없었다.
물론, 그걸 겉으로드러내지는 않았다.
베네오가 허리춤에 찬 검을 뽑을지 말지 고민하던 바로 그때였다.
“그건 훔친 건가?”
나무 위에서 기억에 있는 여성이 아래로 내려왔다.
주황색 머리칼의 모험가.
보호 대상의 호위로 길드에서 직접 파견한 인물.
‘기에나라는 이름이었던가.’
아무리 타인의 얼굴을 쉽게 잊어버린다지만, 자신보다 강한 상대까지 쉽 게 잊어버릴 정도로 경각심이 없지는 않았다.
어 깨 위 에 파란 깃털을 가진 작은 새를 얹은 기 에 나가 다가오며 재 차 물었 다.
“훔친거냐고 물었다:
“•••아니다.”
그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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묻는 말에 순순히 답해줄 정도로 베네오는 성격이 좋지 못하다.
다만, 상황에 맞게 행동하는 유연함 정도는 가지고 있었다.
그랬기에 한 단체의 머리 노릇을 할 수 있는 것이기도 했고.
잠깐 생각을 정리한 베네오가 입을 열었다.
“보호 대상을 노리는 자들을 처리하는데 이 녀석이 끼어들어 잡아 왔다.”
“•• ”
무감정하게 고양이를 바라보던 기에나의 눈이 베네오의 말이 끝나기 무 섭게 날카롭게 변했다.
기 에나의 반응을 살피며 이번에는 베네오가 물었다.
“혹시 이 녀석의 주인이 누군지 알고 있나?”
그에 기에나가 일말의 망설임도 없이 고개를 끄덕였다.
“이틀 전, 상인회 에서 봤다. 흑선 지부장. 냐호라는 녀석이 기르는 놈이라 고하더군.”
“그렇군.”
기에나의 대답을 듣자마자 베네오는 고양이의 목을 틀어쥔 손에 힘을 주 어 단숨에 목을 분지르려 했다.
“그건 나에게 넘겨라.”
“•••꾈.”
반쯤 손에 힘을 주었던 베네오가 천천히 손에 힘을 풀었다.
어차피 이길 수 없는상대.
거기다 상대 역시 보호 대상을 호위하는 역할임과 동시에 연심을 품고 있 다.
베 네오는 상대 가 보호 대 상에 게 해를 가할 일을 만들지 않을 거라는 확신 을 가진 후에야손에 들린 고양이를 내밀었다.
기에나는 죽은 듯이 꼼짝하지 못하고 목을 붙들린 고양이를 넘겨받았다.
.........
“할 일이 남은 것 같으니 그만 가도 좋다.”
“……그러지.”
베네오는 뒤로 몇 걸음 물러나더니 그대로 뛰어올라 성벽을 몇 번 밟더니 순식간에 성벽 너머로 사라져 버렸다.
베네오가 떠난 후.
기에나는 고양이의 목덜미를 잡아 얼굴을 마주 보게끔 돌렸다.
푸른색과 녹색의 오드아이가 점차 그 색을 잃어가고 있었다.
기 에 나는 색 이 빠져 나가는 눈동자를 주시 하며 한기 가 느껴 질 정도로 서 늘한 목소리로 말했다.
“살고 싶으면 찾아갈 녀석에게 제대로 설명을 해야 할 거다.”
“……
순간 고양이의 눈이 커졌으나 얼마 지나지 않아 고양이의 두 눈동자가 평 범한 푸른색으로 변했고.
“냐아앙.”
여태까지 소리 죽이고 있던 것이 거짓말인 것처럼 고양이가 작게 울었다.
“스미스님이 기뻐하시면 좋겠는데.”
기에나는 고양이를 품에 안으며 어깨에 앉아 있는 새의 머리를 쓰다듬었 다.
“너도그만 가보렴.”
짹짹.
작은 새가고개를 살짝끄덕이더니 그대로 날개를 펼쳐 날아갔다.
기에나는 아무 일도 없었다는 것처럼 고양이를 안고서 처음 내려왔던 나 무위로 올라갔고.
두 사람이 서 있던 자리를 고요한 적막이 찾아와 그 자리를 대신했다.
**
탁. 탁. 탁.
저택의 서재에 앉은 냐호가 굳게 닫혀 있는 문을 주시하며 손가락으로 책 상을 두드렸다.
“•••꾈.”
리리와의 연결을끊고서 한시간이 흘렀다.
그동안 냐호는 자신의 안위를 위해 일족에서 데려온 호위를 전부 저택 밖 으로 내보냈다.
거기에 시중을 들 사용인들까지 모두 퇴근시켰다.
그러한 사정으로 현재 넓은 저택 안에 남아 있는 사람은 냐호가 유일했다.
‘늙은이들의 말이 빈말이 아니었구냐.’
일족의 가장 큰 독은 내면의 호기심 이라고 나이 든, 일족의 어른들이 지겹 도록 이야기했던 것이 떠올랐다.
그때는 그저 한 귀 로 듣고 한 귀 로 흘렸는데 오늘의 상황에 서 야 그 말이 단순한 경고가 아니라, 경험을 통한 충고였다는 사실을 알게 됐다.
‘•••꾈’
냐호는 겉으로는 평온함을 유지하고 있었으나 그 속은 지금 혼돈 그 자체 였다.
리리의 눈을 통해 목격한 상황은 그만큼 심각했다.
깊이를 파악할수 없는 움직임.
무언가를 죽이는데 익숙한 듯한 언행.
무엇보다 상대방의 신분이 가장크게 걸렸다.
거리낌 없이 성벽을 뛰 어넘는 행동에 태연하게 안으로 걸어 들어가려는 움직임으로 보건대 성안에서의 신분이 이미 보증되어 있다는 소리다.
지금 성안에 있는 관계자들은 자작의 차녀가 거느린 병사와 기사들. 그리 고 백작가에서 나온 인원이 전부였다.
단언컨대 그만한 인물이 자작가의 사람이라면 자작이 백작에게 손을 빌리는 일은 없었을 터.
심지어 한사람이 아니라최소둘 이상의 복수의 단체.
‘아르델 필로리아.’
왕국 제일 검이자 ‘겨울 검’이라고불리는 대영주.
그만한 실력 자들을 부릴 수 있는 사람이 라면 단언컨대 그 작자뿐이 라고 냐호는 생각했다.
그래서 문제였다.
만약, 정말만약.
오늘 마주친 그 자들이 필로리아 백작가의 사람들이라면 최 악의 경우, 오 늘 이 자리에서 죽음을 면치 못할 것이다.
대륙 믫대 상단이 라는 허울 좋은 위 엄이 나 흑묘족 수장의 직계 혈족이 라 는 지위 따위 가 먹힐 상대 가 아니 었다.
필로리 아 백 작의 영 지는 전마를 비 롯한 몬스터의 부산물, 철광석 이 나 희 귀 광물을 주로 판매해 수익을 벌어들인다.
무엇 하나 흔한 것이 아니기에 누구라도 기회가 닿으면 하나라도 더 구매하려고 애를 쓸 정도의 물건들.
무엇보다 돈을 중요하게 여기는 상인이 그런 영지를 외면 할 수 있을 리가 없다.
애초에 흔적이 남을 리도 없고 입증할 방법도 없어.’
만약, 리리의 몸을 빌리지 않고 본신의 몸으로 움직 였다면 아마 그 자리에 서 목이 잘려 죽었을 것이라고확신했다.
‘어렵구냐….’
상대가과연 어떤 것을물어올까.
어쩌면 질문을 던지는 대신 조용히 목을 자르고 돌아갈지도 모른다.
불필요한 희생을 피하기 위해 인원을 전부 내보내 기는 했지만, 시간이 흐 를수록 괜한 짓을 했다고, 차라리 어떻게든 일을 크게 만들었어야 한다는 허황된 생각이 들 정도로 냐호는 심리적으로 엄청난 압박을 받고 있었다.
“주변을 물린 건 좋은 판단이 다.”
“•••꾈?!”
귓가에 들려온 무감정한 목소리에 냐호가 퍼뜩 고개를 들었다.
그곳에는서재의 문을 태연하게 열고서 있는금발의 여성.베네오가서 있 었다.
베네오는 서재의 문을 닫고 그 뒤에 등을 기댄 상태로 냐호를 보며 물었 다.
“봤나?”
“•••꾈.”
냐호는 대답 대신, 침을 삼키 며 고개를 끄덕 였다.
“그렇군.”
베 네오가 짧게 대 답하며 긴장한 것이 겉으로 드러 나는 냐호를 지 그시 노 려봤다.
“할 말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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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 물음에 냐호가 침을 한번 삼키며 조심스럽게 입을 열었다.
“우선.오늘 그 자리를 찾았던 건, 상인회 주변에 쥐새끼들이 부쩍 늘어냐 서 그 이유를 알아보기 위함이었어요.”
베네오가 눈으로 ‘계속 떠들어 봐.’라는 눈으로 노려보자 냐호가 말을 이 었다.
“맹세코 오늘 본 것들을 그 누구에게도 발설하지 않을게요.”
“맹세는 절대적이지 않다. 죽음을 바라는 자는 그 누구라도 입을 열게 된 다.”
베네오의 마지막말에 냐호는 전신의 털이 곤두섰다.
‘죽음을 바라는.’ 그 표현이 상대가 죽음을 바랄 정도의 상황에 처했다는 것을 뜻한다는 걸 알아차렸기 때문이 다.
냐호가그 찰나 생각에 잠긴 사이에 베네오의 손이 허리춤의 검으로 향했 다.
“살려주세요!!”
냐호는 그 비상한 머리로도 도저히 이 상황을 벗어날 방법을 떠올리지 못해 그저 머리를 숙일 수밖에 없었다.
태어나 처음으로 본신의 목숨이 경각에 달하자 냐호는 처음으로 머리가 하얗게 물든다는 게 어떤 느낌인지 알게 됐다.
“혹시라도 발설하게 될 상황에 놓이 면 차라리 혀 깨물고 죽을 테니까!! 사, 살려주세요!!”
“•••꾈.”
책상에 고개를 처박고 있는 냐호를 바라보며 베네 오는 검에 올린 손을 내 렸다.
사실 처음부터 죽일 생각이 없었다.
다른 인물이 었다면 가차 없이 죽였을 테 지 만, 눈앞의 상대 가 죽으면 내 일 있을 계획에 차질이 생기기 때문이다.
더군다나 신분이 확실한 인물이 기에 어딘가 몸을 숨긴다 하더라도 찾아 내는 것은그리 어렵지 않았다.
무엇보다 오늘부터 눈을 붙일 테니 도망친다면 그 자리에서 죽이면 그만 이다.
무엇보다처분은 내일 계획을끝마친 후에, 가주에게 보고후 가주의 결단 에 따라처리해도 늦지 않으니 ….
“내일.
네?”
베네오의 입 이 열리자책상에 머리를박고있던냐호가얼른 고개를 들어 그녀를 바라봤다.
“상인회 주변 호위를 최대한 줄여라.”
“알겠습니다!”
지금 당장 죽을 위 기에서 벗어났다는 것을 본능적으로 알게 되 자마자 냐 호의 머리는 빠르게 회전했다.
바보처럼 상대의 의도를 알아보기 위해 되묻는 실수 따윈 저지르지 않았 다.
그저 바짝 자세를 낮춰 무조건 고개를 끄덕일 뿐이 다.
“수상한 놈들을 발견해 도 들여 보내 고 소란이 벌 어 지 면 최 대 한 늦게 대 응 해라.”
“그렇게 할게요. 네.무조건 그렇게 하겠습니다.”
만약그렇게 된다면 상인회의 위신에 흠이 나겠지만그딴 게 목숨보다중 요하진 않았다.
상인에게 있어서 가장 큰 판돈은 바로 본인의 목숨.
상인회 전부와 자신의 목숨을 저울질한다면 목숨 쪽 저울이 기우는 것은 몹시 당연한 일이다.
냐호의 고분고분한모습을 지켜보던 베네오가 문에 붙이고 있던 등을 떼 어냈다.
냐호가순간 긴장했으나 다행히 냐호가생각하는 최악의 상황은 일어나 지 않았다.
등을 돌린 베네오가 조용히 서재의 문을 열고 나가버렸기 때문이다.
어떠한 경고의 말조차 남기지 않고 들어올 때와 마찬가지로 소리 없이 나 가버렸다.
그 행동에 냐호의 솜털이 다시 한번 곤두섰다.
“흐으으으•••꾈 ” I •
베 네오가 떠 나고 한참이 지 난 후에 야 냐호가 깊은 한숨을 내 쉬 며 의 자에 녹아내 리 듯 흘러 내 려 바닥에 주저 앉았다.
긴장이 풀리자등과 엉덩이, 가슴골에 가득 찬 땀에 의해서 몹시 찝찝함이 들어 얼굴이 찌푸려졌다.
그나마 간접적으로 죽은 것들을 많이 경험했기에 지리는 것을 면할 수 있 어서 작은 위안이 되었다.
그렇게 한참을 바닥에 주저앉아서 굳어버린 몸과 마음을 진정시킨 후에 야 냐호가 다시 몸을 일으켰다.
그런 냐호가 가장 먼저 취 한 행동은.
“과자를 어디다보관해 둔다고했더라….”
머리에 당분을 보충하는 일이 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