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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세계 블랙기업 스미스-110화 (110/771)

횐 110화  Ep.l 10 이세계 블랙기업 스미스

상인회-흑선지부장실.

“으으, 끝냤다…….”

마지막 남은 안건을 처리한 냐호가 그대로 책상에 엎드렸다.

평소 업무량의 祄배에 다다르는 일감은 흑선에서도 손꼽히는 수완가이자 능력자인 냐호조차 지치게 만들었다.

상단의 모든 일정을 관리하고 계획하며 모든 안건을 그날 그날 곧바로 처 리하는 냐호에게는 정말 보기 드문 현상이다.

그녀를 잘 아는 이가 이 같은 소식을 들었다면 그녀의 상단에 큰 변고가 생겼다고 오해를 할 정도로 오늘 냐호가 처리한 문서의 양은 지 나칠 정도로 많았다.

파닥파닥.

책상에 엎드려 있던 냐호의 귀 가 쫑긋! 섰다.

그녀 가 지 친 얼굴로 고개를 드니 , 은쟁 반을 한 손에 든 베 나르가 집 무실의 문을 닫으며 냐호를 바라보고 있었다.

냐호가벌떡 자리에서 일어나꼬리를 살랑이며 소파로 걸어가 앉았다.

베 나르는 부담스러울 정도로 맑은 눈동자로 자신을 바라보고 있는 상관 의 시선에 고개를 저으며 걸음을 옮겼다.

“정말다처리하신 겁니까?”

“냐를뭘로보고! 확실히 다끝냈다고!!”

베나르는 자신의 물음에 입술을 삐죽 내밀며 털이 복슬한 꼬리로 소파를 팡팡! 치는 상관을 보며 속으로 피식 웃었다.

베나르는 은쟁반 위에 얹어놓은 과자가 담긴 접시와 티 세트를 소파 앞 테 이블로 옮겼다.

!.

.

냐호는 기다렸다는 듯이 접시에 담긴 과자를 오독오독 깨물어 다람쥐 처럼 입속으로 밀어 넣기 시작했다.

베나르는냐호가 과자의 맛도음미하지 않고그저 입으로밀어 넣는 것을 보며 그녀가 정말로 지친 상태 라는 것을 알게 됐다.

‘무리도 아니지.’

베나르는 책상 위에 냐호의 키만큼 쌓인 문서들을 보며 고개를 저었다.

보는 것만으로도 사람을 질리게 만드는 양이었다.

그런 걸, 고작혼자서 하루 만에 모두 처리해버린 상관의 능력에 다시 한번 놀라면서도 어째서 이런 일을 자처해서 만들었는지에 대한의문을 가졌다.

이틀 전.

성에서 나온 손님들이 다녀간 후. 돌연 영지전 당일 책임 자를 본인으로 변경하라는 냐호의 명령에 베나르는 하는수없이 그날 본래 책임자인 엠마 지부장을 찾아가 이 사실을 알렸다.

그날을 위해 이것저것 준비를 하고 있던 엠마로서는 당연히 받아들일 수 없는 조치 였으나 엠 마는 끝내 받아들일 수밖에 없었다.

같은 상인회 소속이 라고 그 안에 서 모두가 평등한 것은 아니 다.

우선 소속된 상단의 체급 차이가 남다르다는 점도 있지만, 가장 큰 이유는 냐호가 바젤란 상인회의 6할이라는 말도 안 되는 지분을 가지고 있다는 점 때문이었다.

이런 말도 안되는 지분을 가질 수 있었던 이유는 단순했다.

냐호의 수완이 다른 지부장들이 감히 따라올 수 없을 정도로 뛰어났으 니까.

상단에서 벌어들인 수익의 일부를 꾸준히 상인회에 투자를 했고 그런 투 자 덕에 넽층으로 시작된 상인회의 건물이 믫층까지 확장될 수 있었다.

그러한 이유로 엠마는 영지전을 사흘 앞두고 계획하고 있던 문서들을 전 부 냐호에게 넘겼고 당장 영지전이 코앞이었기에 냐호는 기존에 처리할 상 단의 안건과 일감을 전부 뒤로 미루고 엠마에게 넘겨받은 것들부터 처리했 다.

덕분에 자연스럽게 본래 처리해야 할 일감들이 쌓이게 됐고 보는 것처럼 책상위에 수북하게 문서들이 쌓이게 된 거다.

“후아琿”

이해할수 없는 기행을 벌인 상관의 의중을 생각하던 베나르는 상관의 만 족스러운 목소리 에 고개를 돌렸다.

부스러기 하나 없이 깨끗한 접시를 남겨두고서 냐호가 스스로 홍차를 따 라 목을 축이고 있었다.

베 나르는 냐호가 찻잔을 내 려놓은 다음에 야 입 을 열 었다.

“오늘도 성에서 나오지 않았다고 합니다.”

“그래〜? 이틀이냐꼬박성에 박혀서 뭘 하고 있는 걸까.”

성에서 온손님들이 다녀간 후, 상관이 지시한 알수 없는두 번째 명령.

그날 유일한 남성이 었던 자를 조사하고 성에서 나오면 그 동선을 파악하 라는것이었다.

베나르는 상명하복이 확실했기에 하고픈 말을 목으로 삼키고 냐호의 명 령을 착실하게 이행했다.

마르콜린 빈센에게 먼저 정보를 얻었고 그녀로부터 그 남자의 이름이 스 미스라는 것과 모험가 길드의 접수원을 하고 있었다는 사실을 알게 된 베나 르는 사람을 시 켜 바젤란 모험 가 길드에 서 몰링 타로 의뢰를 나간 이 력 이 있 는 모험가들을 찾아 스미스라는 남자에 대한 정보를 알아봤다.

결론부터 말하자면, 사실 이렇다할 정보는 얻지 못했다.

그저 스미스라는 남자가 몰링타의 얼굴마담이라는 것과 사막 출신의 노 예 라는 점 . 또 그 소유주가 몰링 타의 모험 가 길드의 지부장이 라는 것.

그게 전부였다.

하는 수 없이 조금 큰 금액을 사용해서라도 바젤란 모험가 길드의 지부장 에게 정보를 알아보려고 했으나 무슨 이유에선지 그 돈 좋아하는 지부장이 단칼에 거절하며 쫓아내 기까지 했다.

시간과 예산을 더 투자한다면 그가 어디서 어떤 노예 사냥꾼에게 붙잡혔 는지까지 알아낼 수 있을 테지만 베나르는 그렇게까지 할 필요가 있나 의문 을 느꼈고 다행히 냐호도 그렇게 까지 알아볼 필요는 없다며 도중에 중단시 켰다.

덤으로 동선을 파악하라는 것은 딱히 보고할 것이 없었다.

방금 보고했던 것처럼 이틀째 성에 박혀 밖으로 나오지 않고 있었으니 말 이다.

물론, 성에서 무엇을 하고 있는지 알아보려고 한다면 이것 역시 알아볼 수 는 있다.

문제는 당장 내일이 영지전인 탓에 자칫 엄한 오해를 사는 걸 포함해 들켰 을 경우 이것저것 리스크를 감당해야했기에 시도하지 않았을 뿐.

“결국, 기회는 내일 하루뿐이구냐.”

“그 기회 가 뭔지 저에 게도 좀 알려주시 면 안 됩 니까?”

베나르는 이틀간 나름 발품을 판 것을 생각하면 그 정도는 알 자격이 있다 고 생각하며 질문을 했다.

그러 나 돌아온 답변은 베 나르의 얼굴을 구기 게 만들었다.

“그냥 감이 야. 꼭 그 남자와 가까워 져 야 한다고 그리 고 … .”

“그리고. 뭔데요.”

베나르가퉁명스럽게 묻자 냐호가씨익 웃으며.

“비밀이야琿”

“……아예.”

베나르는 깔끔하게 포기하기로 했다.

그저 이 빌어먹을 상관의 그간에 업적과 타고난수완을 믿기로 했다.

냐호가 창밖으로 스며들어온 주황빛을 보며 말했다.

“그러면〜내일을위해 그만퇴근할까?”

“아직 보고할게 남았습니다.”

“응〜? 뭐가 냠았냐?”

상관의 물음에 베나르가 고개를 끄덕이며 말했다.

“다른 상단에서도 공통으로 올라온 보고입니다. 어제 점심부터 쥐새끼들 이 부쩍 거리에 늘어났다고 합니다.”

베나르는 몇 년 전부터 빈민가에 골목에 자리 잡은 이들을 ‘쥐’라불렀다.

힘 없는 자들을 쥐 어짜고 돈 냄 새 만 나면 시 궁창이 라도 머 리 를 들이 미는 년들에게 딱이라 말하며.

냐호가 꼬리 를 살랑이 며 물었다.

“뭘〜또주워 먹으려고 기웃거리는 걸까. 어디 어디야?”

“7곳 전부입 니 다.”

“으응〜?”

냐호의 머리가 삐뚜름하게 기울어졌다.

베 나르가 말을 덧붙였다.

“다른 상단에 올라온 보고서까지 모두 확인을 거쳤습니다. 단순히 거리에 나온 게 아니 라 무언가를 살피듯. 특히 상인회 주변을 수차례 돌아다녔다고 하더군요.”

“흐으응〜 그년들도 어깨 위에 붙어 있는 게 머리라면 우리를 직접 건드리 진 않을 테고.”

“버러지 같은목숨을 내던지고 싶다면 그렇게 하겠죠.”

베나르는 내뱉은 말과는 달리, 은근히 쥐새끼들이 상인회를 건들어 줬으 면 하는 마음을 가지고 있었다.

다른 곳에 힘을 빌려올 것도 없이 각 상단에서 고용하고 길러낸 호위만으 로도 충분히 빈민가 세력을 도륙 낼 수 있을 정도로 수준 차이가 극심하기 때 문이다.

사적으로호위를부릴 수 없었기에 베나르는 이 기회에 빈민가의 쓰레기 들이 오히 려 상인회 에 들이 박았으면 하고 속으로 바랐다.

물론, 그럴 일은 없을 테지만.

전력은 둘째치고 외곽도 아닌, 도시의 중심에 가까운 곳에 위치한 상인회 를 건드렸다가는 도시의 외벽은커녕 빈민가로 숨어들기도 전에 경비대와 근처에 배회하던 모험가들에게 목이 달아날 것이 뻔한데 미쳤다고 달려들 까.

베나르는 아쉬운 마음을 숨기며 어느 정도 기운을 되찾은 상관에게 물었 다.

“피곤하시다면 따로 사람을 고용해 오늘 밤에 조용히 알아보라 시키겠 습니다. 어떻게 할까요.”

“오랜만에 도시 구경이냐 할 겸 내가 돌아보지 뭐. 그 돈으로 냐 과자냐 더 사줘.”

“지부장님 간식값이 더 나간다는 걸 몰라서 하시는 말씀은 아니시죠?”

베 나르가 냐호에 게 물었으나 이 미 과자와 홍차를 말끔하게 먹 어치운 냐 호는 베나르의 물음을 깔끔하게 무시하며 소파에서 엉덩이를 뗐다.

냐호는 전용 쿠션에서 잠을 자고 있는 리리에게 다가가조심스럽게 품에 끌어안으며 말했다.

“냐는 베냐르가부탁한일을해야해서 먼저 가는거야〜”

그 말을 남기고 조용하면서도 아주 신속하게 집무실을 나가버렸다.

베나르의 한숨이 늘어났다.

**

서쪽 빈민가.

같은 도시에 존재하는 구역이라는 것이 믿기지 않을 정도로 낙후된 장소.

마법등은커녕 랜턴이나 횃불조차 걸려있지 않아 어디 하나 밝은 곳을 찾 기가 어려운 거리.

알 수 없는 퀴퀴한 냄새로 가득한 곳.

그런 장소에 한 마리의 작은 고양이 가 낡아 빠진 건물의 지붕 위를 우아하 게 거닐고 있다.

어두운 하늘에 드리운 구름으로 달빛조차 닿지 않는 음울한 거리.

그 어둠과 하나인 것 같은 검은 털을 가진 고양이 리리 가 푸른 눈과 녹색 눈동자를 반짝이며 부서진 지붕을 밟고 담벼락을 타며 빈민가를 열심히 활 보했다.

‘괜히 한다고했어.’

리리의 몸을 빌린 냐호는 빈민가 특유의 퀴퀴한 냄새를 맡자마자 이번 일 을 자처한 것을 몹시 후회했다.

다만, 지금에서 일을 물릴 수가 없었기에 그저 최대한 빠르게 목적을 달성 하고 빈민가를 나와 성으로 향할 생각에 발걸음만 바삐 움직일 뿐이었다.

‘ 찾았다.’

아무리 보잘것없는 조직 이라도 도시에 자리 잡은 이상 냐호는 그게 무엇 이든 자세히 조사하고 머리에 넣어두었다.

그런 습관 덕에 빈민가 조직의 위치나 구성원도 전부 머릿속에 기록되어 있어 그녀는 아주 손쉽게 조직 중 한 곳의 근거지를 찾아냈다.

낡고 허름한 건물들 사이에서 유독 멀쩡한 넽층짜리 목체 건물.

언제나처럼 창틀에 올라타려던 냐호가 걸음을 멈칫했다.

‘왜 이렇게 조용해?’

다른곳은 몰라도조직의 근거지인 이 건물이 조용한 것은 너무이상했다.

확인을 위해 건물로 다가가던 그 순간.

‘피?’

건물에서부터 흘러나오는 비릿한 혈향에 냐호의 눈이 찌푸려졌다.

확인을 위해 몇 번의 발돋움을 통해 넽층의 창틀에 안착한 순간.

스르륵.

구름에 가려져 있던 달이 모습을 드러내며 한 줄기 빛을 냐호에게 쏘아 보 냈다.

어두컴컴하던 유리창의 안쪽이 달빛에 의해 그 모습을 드러냈다.

‘•••꾈’

냐호는 유리창 너머로 드러난 참상에 할 말을 잃었다.

누군가의 신체로 보이는 부위들이 사방에 굴러다니고 있었으며 벽과 바 닥은 온통 튀 어 오르거나 흘러나온 피로 붉게 덧칠되 어 있었다.

‘구역 항쟁?’

당장에 떠오르는 건 그것밖에 없었다.

언제 누구의 손에 죽어도 이상하지 않은 년들이기는 하지만, 그녀들에게 원한을 가진 이들은 하나 같이 힘없고 나약한 자들뿐이며 그 외의 사람들은 그녀들에게 전부 무관심했기에 구태여 죽일 이유가 없기 때문이다.

한 가지 확실한 건 지금 뭔가 일어나고 있다는 것.

냐호는그 무언가’를 알아내기 위해 빠르게 몸을 날렸다.

서쪽 빈민가에 둘.

남쪽 빈민가에 둘.

일곱 중 넷의 근거지가 피로 덧칠되 어 있었다.

냐호는 남쪽에 남은 마지막근거지를 확인하기 위해 품위도 내던지고서 지붕 위를 달렸다.

‘불이 켜져 있다!’

어쩌면 궁금증을 풀 수 있을지도 모른다는 마음에 냐호는 더욱이 힘을 내 달렸다.

순식간에 몇개의 지붕을 밟아넘은다음, 단숨에 창틀로뛰어오르기 위해 달리 던 속도를 줄이 지 않고 몸을 날린 바로 그 순간.

“냐아앙?!”

지붕을 밟고 뛰 어오른 냐호의 뒷덜미를 누군가가 낚아챘다.

동시에 불이 켜져 있던 유리창으로부터 빛이 사라졌다.

‘이게 무슨…?’

냐호는 지금의 상황을 도저히 이해할 수 없었다.

본래의 신체와비교하면 확실히 기감이 많이 떨어진다.

그렇다고는 해도 누군가의 손길이 몸에 닿을 정도로 가까워졌음에도 알 아차리지 못할 정도로 둔하지는 않았다.

그런데 지금 알아차리 기는커녕 누군지도 모를 상대에게 붙잡히고 말았다

상정하지 못했던 상황에 냐호가굳어 있을 때, 근거지의 문이 열리더니 검 은 망토를 두른 인물이 밖으로 걸어 나왔다.

밖으로 나온 그녀가 고개를 돌려 냐호를 바라봤다.

정확히는 냐호를 낚아챈 인물을.

냐호쪽을 올려다보던 여인이 골목으로 사라지자 냐호의 몸이 부웅 떠올 랐다.

냐호를 낚아챈 인물이 지붕에서 몸을 날린 것이다.

인간이 라고는 생 각되 지 않는 가벼운 걸음으로 지붕을 넘어 조금 전 여 인 이 사라진 골목 아래로 떨어졌다.

손을 짚을 필요가 없을 정도로 가벼우면서도 안정적인 착지.

수인인 냐호가 보아도 놀라울 정도로 깔끔한 착지 였다.

그러나 놀랄 틈도 없이 냐호는 눈을 찌푸렸다.

골목에 내려서자마자 퀴퀴한 냄새와 함께 엄청나게 짙은 혈향이 냐호의 코를 괴롭혔기 때문이다.

냐호는 본능적으로 짙은 혈향이 흘러나오는 정면을 바라봤다.

그곳에는 조금 전 골목으로 들어갔던 금발의 여성이 무심한 눈으로 이쪽 을 바라보고 있었다.

그녀가 손으로 냐호를 가리 키며 냐호를 붙잡고 있는 상대 에게 말했다.

“그건 또어디서 주운 거야. 베네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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