횐 135화 Ep.135 이세계 블랙기업 스미스
“네메아……님?”
로브를눌러쓴얼굴에서 유일하게 드러난입가에 미소가 그려졌다 .
“상태를 볼 겸 들른 거니 그대로 앉아 있도록.”
내 물음에 대답하진 않으셨지만, 방금 전의 미소가 뜻하는 바가무엇인지 알았기에 조용히 고개를 끄덕이며 반쯤 일어났던 엉덩이를 다시 소파에 붙 였다.
딱! 네메아님이 가볍게 손가락을 튕겼고.
화르륵!!
정사의 흔적이 가득한 이불보가 순식간에 타오르더니 재 한줌 남기지 않 고 깨끗하게 소멸했다.
“그쪽의 엘프는 창문을 좀 열도록.”
“•••꾈.”
뒤에 서 있던 기에나가 잠깐주춤하더니 이내 네메아님의 지시대로오늘 새벽에 들어왔던 창문을 활짝 열었다.
시원한 바람과 함께 상쾌한 공기 가 방 안으로 들어왔다.
“성행위는 언제나 장려하지만, 그만큼 위생도 신경 써야 한다.”
네메아님이 나를 향해 말하더니 그대로 맞은편에 앉으셨다.
“오른팔은 어떻지?”
“예 엩 어,움직이면 좀 많이 아프기는 합니다만… 그게, 전부…입니다?”
스스로 말하고도 조금 머쓱했다.
남들은 전부 내 오른팔을 무척 심각하게 바라보고 있는데 시스템을 통해서 모든 걸 알고 있는 나로서는 이걸 어떻게 설명하면 좋을지 살짝 난감 했다.
차라리 손에 힘이 들어가지 않고 움직이는 것조차 불가능했다면 조금 그 럴듯하게 아픈 척 이 라도 할 텐데 .
실상은 겉만 푸르딩 딩한 멍으로 도배 가 되 어 있어 심 각해 보이 지 , 아픈 것 만 참으면 왼 팔과 비 슷한 수준으로 움직 이 는 것도 가능했다.
그러 나 다른 사제 님 들과 달리 , 네 메 아님은 내 대 답에 고개를 끄덕 이 시 더 니.
“보고로는 사교의 사술에 당해 신성력이 듣지 않는 심각한 상황이 라 들었 다만... 사술의 흔적은커녕 오히려 다른신성의 힘이 느껴지는군.”
!.
.......
“다른 신성...이요?”
“분명 나에게는 믿는 신이 없다고하지 않았던가?”
네 메 아님은 내 물음을 깔끔하게 무시하고는 고개를 살짝 삐뚜름하게 꺾 으며 나를 바라봤다.
갑자기 입안이 바싹 말랐다.
정확히 내 오른팔이 이렇게 망가진 건, 시스템 녀석이 상부의 힘을 담는그 릇으로 사용했기 때문이었다. 그리고 내가 입사한 갓-컴퍼니의 높으신 분들 은 아주, 아주 높은확률로 신’이라는분들일 것이고.
【오른팔에 남은극소량의 잔재를 감지하다니.놀랍군요.】
아니, 씹… 깜짝이야.
갑자기 머릿속에 목소리 가 들려와 나도 모르게 움찔하고 말았다.
【사원 서민수.눈앞의 여성과 성교하시는 것을 권합니다. 분명 아주 높은 점수를 획득할수 있을겁니다.】
이게 이젠 다짜고짜 섹스를 강요하네. 그보다 여자와 있을 때는 말 걸지 않기로 하지 않았던가?
“왜 대답이 없지?”
그러 나 내 물음에 답한 것은 시 스템 이 아니 라 네 메 아님 이 었다.
“대답은?
“어, 음.그게 말이죠….”
네메아님의 자세가 그저 조금 불량해 보여서 그렇지 실질적으로 나에게 가해져 오는 압박감은 없었다. 그럼에도 입안이 계속 마르는 건 무슨 이유에 서일까.
문제는 내 가 어떤 대 답을 해 야 좋을지 머리를 굴려보고 있지 만, 무려 닷새 만에 깨어나 먹은 거라고는 스프가 전부인 상황에서 그마저도 기에나와의 섹스에 생성된 에너지를 꼴아박은 탓에 뇌 활동에 필요한 연료가 한참이나 부족했다.
그러니까 내가하고 싶은 말이 뭐냐면….
꼬르르륵-
“…….”
“…….”
얼굴이 화끈 달아올랐다.
배 가 고픈 건 생리현상이 라 어쩔 수 없다는 걸 알고는 있지 만, 그래도 쪽팔 리는 건 쪽팔리는 거다.
“그때와 달리, 이번에는 여유가 있으니 대답은 식사를 하면서 듣는 걸로 하지.”
네메아님이 자리에서 일어나더니.
“잘게 잘라찧은고기를넣은스프면 되겠나?”
“네? 아, 네, 넵!!”
“그쪽은?”
내 뒤 에 서 있는 기 에 나를 향해 물었다.
“스미스님과같은 거면 됩니다….”
“ 알겠다.
네 메 아님 은 고개 만 살짝 끄덕 이 시 고는 방을 나가셨다.
“네 가 속한 부족이 특별하다는 건 알고 있었다만, 설마 죽은 선대를 신으 로 받들다니.”
나와 기에나가 먹을 스프를 가지러 네메아님이 잠깐 자리를 비운 사이, 머 리에 들어 있는 모든 지식을 활용해 최대한 그럴듯한 변명을 급조했고.
“너희 부족은 알면 알수록 놀랍구나.”
정말 다행히도 먹혀들었다.
그제 야 나는 입으로 들어 가는지 코로 들어 가는지 모르고 퍼 먹 던 스프의 맛을 음미 하며 느긋하게 숟가락을 움직 였다.
“죽어서까지 의지를 발현 할 수 있는 존재들이라……. 정말흥미롭군. 한 낱 인간이 순환의 굴레를 거부한다니.”
스프를 먹으며 나는 네메아님의 눈치를 봤다.
급한 대로 조상님을 들먹 였을 뿐인데 , 내 가 생 각했던 것 이상으로 네 메 아 님이 진지하게 생각하는 것같아눈치를보지 않을수가 없었다.
한 번 거짓말을 하면 끝도 없이 거짓말을 늘어놓아야 한다더니, 지금의 내 상황이 딱 그 모양이 다. 네메 아님의 또 다른 질문을 하면 그에 맞게 다시 그 럴싸한 말을 지 어내 야 하니 말이 다.
그러나 이런 내 걱정과 달리, 네메아님은 스프가 가득 찬 냄비가 전부 빌 때까지 나에게 어떠한 질문도 하지 않으셨다.
덕분에 눈치를 조금 보기는 했지만, 그럭저럭 괜찮은 식사를 할 수 있었다. 어제 먹 었던 스프와 달리 네메 아님 이 가져 다주신 스프에는 잘게 썰린 고기 가들어 있었기에 어제보단 여러모로 식사를 했다는 느낌이 났다.
“그럼, 이제 그쪽에 있는 엘프에 대해서 이야기를들어볼차례군.”
빈 그릇을 냄비에 넣고 정리하던 기에나가 흠칫 몸을 떨었다.
평소와 달리 잔뜩 긴장한 것 같은 기에나와 달리, 오히려 나는 이 질문이 조금 전보다 훨씬 편하게 다가왔다.
엘프에 대한 인식이 절망적이 라는 건 나도 잘 알고 있다. 그러나 네메 아님 은 어제 기에나를무사히 보내주었다.
그저 내 감일 뿐이지 만, 아마 기에 나가 나쁜 엘프가 아니라는 걸 잘 설명하 면 조용히 넘어가주실 것 같은 느낌이 들었다.
“일단, 그쪽의 엘프가 너를 강압적으로 속박하고 있지 않다는 건 너희 둘 의 태도로 확인했다. 그래서 더 놀랍군. 설마그 엘프가 인간남성에게 순종 적 인 모습을 보이 다니 .”
분명 대화의 대상은 기에나였는데 어째선지 네메아님의 시선은 내 아 랫도리에 향해 있었다.
뭔 가 의 식하고 있다는 걸 보이 면 어색해 질 것 같아, 나는 조용히 네 메 아님 의 시선이 떨어질 때까지 모른척 입을 다물었다.
다행히 네메아님의 감상시간은 무척 짧았다.
“엘프..”
“•••꾈예.”
네 메 아님은 내 가랑이 에 서 시선을 떼고 다시 기 에 나를 보며 말했다.
“너희는 본래 칼란 대산림을 벗어나서는 안 된다. 너도 알고 있을 테지?”
“그렇습니다.”
“칼란 대산림을 벗어난 엘프의 처우가 어떻게 되 는지도 알고 있겠지.”
“죽음….
99
살벌한기에나의 대답에 네메아님이 짧게 고개를 끄덕였다.
“엘프. 네가 스미스와관련되어 있지 않았다면 너를 살려 보내지 않았을 거다. 그렇기에 나는 너에게 물어야 한다. 둘의 관계를 떠나, 무슨 목적으로 스미스에게 접근한 것인지.”
네메 아님 이 나를 바라보며 말을 이 었다.
“긴장할 필요 없다. 어떤 대답이 나오던 손을 쓰지 않겠다고 약속하마.”
그 말에 나는 속으로 안도했다.
생각했던 것과 달리, 무거워진 분위기에 당황하고 있었는데 기에나에게 손을 쓰지 않겠다는 확답을 들으니 긴장이 풀릴 수밖에 없었다.
그때, 그릇의 정리를 끝내고 다시 내 뒤로 돌아온 기에나가 살며시 고개를 숙이며 물었다.
“……사실대로 말해야 합니까?”
“어 ? 당연히 사실대로 다 말씀드려 야지.”
“•••알겠습니다.”
갑작스러운 기에나의 물음에 나 역시 당황하며 대답했다.
기에나는 살짝부끄러운 듯한 얼굴로 네메아님을 바라보며 말했다.
“우선 정정할 게 있습니다. 저는 그저 남자 접수원에 게 접근할 생 각으로 몰링 타를 찾았고 그 접수원 이 스미 스님 이 었습니 다. 결코 스미 스님 이 라는 사 실을 알고 접근한 게 아닙니다.”
“증명할수 있나?”
“이미 아멜라 지부장 앞에서 숲의 맹세를했습니다.”
“그런가. 엘프들이 칼란 대산림을 벗어나 도시에 스며들었다는 정보가 돌 더 니 모험 가 길드가 출처 였군.”
네메 아님 이 고개를 끄덕 이며 말을 이 었다.
“그럼, 남자 접수원을 찾은 이유는 무엇이지?”
활을 홍보하기 위해서였습니다.”
“활?”
네메아님의 고개가 삐딱하게 기울었고 기에나의 얼굴이 더욱 붉어졌다.
“엘프들이 자연과 활에 심취한다는건 알고 있었으나 너는그 정도가심하
군.”
기 에 나에 대 한 것을 모두 알게 된 네메 아님은 살짝 어처구니 가 없다는 듯 이 고개를 저으셨다.
“아멜라 앞에서 숲의 맹세를했다는스미스의 증언이 아니었다면 절대로 믿지 않았을거다.”
“•••꾈예.”
기 에 나의 목소리 가 잔뜩 줄어들었다.
“그러나 나쁘지 않군. 엘프를 견제하기 위해 엘프를 곁에 둔다.확실히 너 라면 스미스를 지키기 위해 같은동족이라하더라도 거리낌 없이 손을 쓸 테 지.”
“•••스미스님의 안전에 최우선입니다.”
“좋다.새벽의 소란은 내가알아서 처리하도록하지.”
네메아님이 소파에서 일어나더니 테이블 구석에 놓인 빈 냄비를 손에 드 셨다.
“나는 저녁에 다시 찾아올 테니, 쉬도록 해라.”
“예? 아, 넵.”
네 메 아님 은 뒤 도 돌아보지 않고 그대 로 방을 나가셨다.
그런데 저녁에 다시 오신다고?
아직 더 물어보실 게 남으셨나.
잠깐고민하던 나는 이내 고개를 저으며 그에 대한 생각을 그만뒀다. 어차 피 저녁이 되면 알게 될 텐데 굳이 시간을허비할필요는 없겠지.
그보다는 기 에 나의 몸을 만지 며 시 간을 보내는 쪽이 백 만배는 유용하다. 거기다 때마침 네메아님 이 침대까지 깨끗하게 만들어주셨고.
시론이랑 다른 사람들이 올 때까지 침대에서 기에나를 껴안고 적당히 시 간을보내면 될 것 같다.
좋아. 결정.
“일단 양치부터 할까.”
나는 네 메 아님 이 강조한 위 생을 지 키 기 위해 기 에 나와 함께 욕실로 향했 다.
**
“하아〜 일찍 왔더니 이건 또무슨 상황인 걸까.”
아침에 처리해야할 서류들이 있기에 일부러 해가 뜨자마자 신전을 방문 한냐호.
그러나 냐호는 신전을 방문하자마자, 기다리고 있었다는 듯이 나타난 성 기사들에게 이끌려 응접실로 안내되었다.
말이 안내지, 이미 두 시간이나외부와의 연락을 완전히 단절당한그녀는 사실 감금된 것과 다를 바가 없었다.
“아아아〜 이럴 줄 알았다면 퇴근하고왔을 텐데.......”
냐호는 자신의 결제를 기다리고 있을 서류들을 떠올리며 연신 한숨을 내 쉬었다.
아무리 신전이라지만 아무런 언급도 없이 감금에 가까운 이런 행위가 용납될 리 없다. 그럼에도 냐호가 바보처럼 응접실에 앉아 있는 건, 찔리는 구석이 있기 때문이었다.
정확히는 냐호가저지른 잘못이 아니라, 수인회의 책임이지만.
‘그걸 내가 떠넘겨 받았다는 게 문제 지.’
한 세력에 몸을 담고 그에 대한 혜택을 누린 만큼 책임을 다해야 한다는 걸 알고는 있지만, 그럼에도 억울한 건 억울한 거였기에 냐호는 속으로 열심 히이를 갈아댔다.
냐호가응접실에 감금된 지 세 시간이 다되어갈때쯤이었다.
“상인이라 그런지 부지런하군.”
엩!”
기척도 없이 문을 열고 등장한흰 로브를 두른 여인에 의해 냐호가 화들짝 놀랐다.
티끌의 더러움도 묻어 있지 않은 순백의 로브를두른 여인은 태연하게 걸 어와 냐호의 맞은편에 앉더니.
“이번 사건에 대한수인회의 대응이 궁금해 너를보고자했다.”
“•••꾈.”
냐호는 전신의 털이 곤두서는 느낌을 받았다.
분명 상대가 눈앞에 앉아 있음에도 기척은 물론이고 냄새조차 맡아지지 않았다. 마치 헛것을 보고 있는 것 같은 착각이 들 정도로 눈앞의 상대에선 아무것도 느껴지지 않았다.
“나는 두 번 말하는 걸 싫어한다.”
“……
존재 자체가의심되는 눈앞의 대상에 잠깐 집중을 잃었던 냐호는대상의 맑은음성에 정신을 차렸다.
그녀는바보가 아니었기에 눈앞의 대상이 말하는 ‘사건’이 밤비노에서 벌 어졌던 사건을 말하는 것임을 알았다.
냐호는 눈앞의 대상을 최대한 부드러운 시선으로 바라보며 조심스럽게 입을 열었다.
“말씀드리는 것은 어렵지 않으냐•••. 그 전에 한 가지. 실례가 되 지 않는다 면 어떤 위치에 계시는분인지 여쭙고 싶네요.”
냐호의 물음에 여인. 네메아가 고개를 가로저었다.
“너는나에게 질문할자격이 없다.”
“•• ”
네메아의 대답에 냐호는 기분이 상했다. 그러나그걸 겉으로 드러내지는 않았다.
상대가 신전에서 정확히 어느 정도 위치에 있는지는 모르나, 적어도 성기 사들을 자유롭게 다룰 수 있는 자라는 것은 분명했기에 냐호는 애써 웃으며 조금 전, 상대가 물었던 질문의 답을 내놓았다.
“수인회에서는 이번에 피해를 입은 인간 냠성에게 충분한보상과 함께 사 죄 를 표할 생 각이 랍니 다.”
“보상과 사죄라.”
오싹一!!
분명히 조금 전과 같은 맑은 목소리 였건만, 냐호는 갑작스럽게 전신에 찾 아온 한기에 침을 삼켜야만 했다.
“우리를 의식해서 내린 결단이겠지만 나쁘지 않은 대응이다.”
네 메 아가 소파의 팔걸 이를 손가락으로 두어번 두드리 더 니 이 내 자리 에 서 일어났다.
냐호는 갑자기 일어난 네메아의 행동에 흠칫 몸을 떨었다.
자리에서 일어난 네메아가 냐호를 무심하게 내려다보며 말했다.
“모두의 입을 막을 수는 없다. 그러니 괜한불똥이 튀지 않도록 처신해라.”
“•••꾈네?”
냐호가 갑작스러운 말에 눈을 껌뻑 이 며 의문을 표했으나.
“저,저기요…?”
네메아는 그 물음을 깨끗하게 무시하며 갑작스럽게 들어왔던 것처럼 갑 작스럽게 방을 나가버렸다.
뭐, 뭐야?”
다시 혼자가 된 냐호는 너무 당황스러워 제대로 말을 잊지 못했다.
“지,지금… 고작 그걸 물으려고 냐, 냐냐를 세 시 간이 나 여기에 붙잡아 둔 거야? 진짜 고작 그걸 물으려고…?”
너 무나도 어 처 구니 가 없는 상황에 냐호가 고개 를 가로저 었다.
“아니, 그럴 리가… 분명 다른 사람이 더 들어올 거야.”
그게 아니 라면 도저희 납득을 할 수가 없었다.
아무리 자신들이 신전에 잘 보이려고 노력한다지만, 고작 질문 하나 하려 고 바쁜 수인을 세 시 간이 나 붙잡아 둔다니.
도저히 있을수 없는 일이다.
그러나 현실은 생 각보다 훨 씬 냉 혹했다.
“다른 분과의 일정이 잡혀 있으니 그만 나와주시길 바랍니다.”
“아…….”
무심히 문을 열고 나오라는 사제의 말에 냐호는 그만 정신을 잃고 말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