횐 136화 Ep.l36 이세계 블랙기업 스미스
“•••자가좋•••꾈.”
“……자게 내버….”
굉 장히 친숙한 목소리 가 귓 가에 웅얼거 렸다.
뭔가 눈을 떠야 할 것 같은 기분이 들었으나 어째선지 몸이 제대로 반응하지 않았다.
귓가에 웅얼거리는 목소리보다, 품에서 느껴 지는 따뜻하면서도 부드럽고 또 기분 좋은 냄새가 잠에서 깨어나는 걸 거부하게 만들었다.
**
시론은 침대에 누워 기에나의 몸을 끌어안고 잠든 스미스를 노려보다가 한숨을 내쉬었다.
그때, 잠에 취해 있는스미스와달리.
처음부터 깨어있던 기에나는 복잡한 표정으로 침대 옆에 서 있는 시론과 케르낙스를 보며 말했다.
“•••여러모로 죄송하고 감사합니다.”
충분히 자신을 밀어낼 수 있었음에도 일부러 자리를 만들고 기회를 준 두 사람에게 고마웠고또 지금의 상황이 몹시 미안했다.
뻔히 두 사람이 방문할 것을 알고 있었음에도 사랑하는 이의 요구를 거절하지 못하고 침대에 누웠으니 … 두 사람에게는 뭐 라 변명할 거리 가 없 었다.
그러 나 기 에 나의 생 각과 달리 , 시론과 케 르낙스는 지금의 상황을 두고 그 녀에게 별다른 감정이 없었다.
“됐어. 어차피 이렇게 될 줄 알고 있었으니까.”
“뭐.스미스라면 거절하는게 더 이상하겠지.”
시론이 잠깐 기 에 나의 가슴에 얼굴을 묻고 잠든 스미스를 힐끗 보다가 그 녀에게 물었다.
“그보다어제 어땠냐?”
네?”
갑작스러운 시론의 물음에 기에나가 눈을 껌뻑 였다.
“네? 는무슨. 어제어땠냐고.”
“어,음… 그…….”
스미스 이외 에는 항상 무표정을 내보였던 기에 나가 처음으로 당황한 듯 한 표정을 지으며 얼굴을 붉혔다.
그 반응을 보며 시론이 혀를 찼다.
“쯧쯧. 사내새끼도 아니고 뭘 이딴 걸로 부끄러워하냐?”
“부끄러워할 일은 아니지만, 그렇다고 남들에게 말하고 다닐 것도 아니다 만.”
“하? 우리가 남이냐?”
“정식으로 스미스와 가정을 이루지 않았으니 남이라고 보는 게 옳겠지.”
“……하아.”
케르낙스의 답변에 시론이 본인의 이마를손으로 쳤다.
!.
.
그에 케 르낙스의 입 꼬리 가 살짝 올라갔다.
“농담이다.”
“•••존나 재미없거든?”
“내가재미있었으니 만족한다.”
“미친년....”
자신이 당했다는 걸 알아차린 시론이 얼굴을 구겼으나 그게 전부였다.
다만, 살짝 기분이 상했는지 입도 같이 다물어 버렸다.
케르낙스는 아이와 같은 시론의 행동에 속으로 웃으며 그녀 대신 기에나 에게 물었다.
“다른뜻이 있어서 그런 질문을 한 건 아니다.그저, 스미스와 밤을 보냈음 에도 네 상태가 너무 멀쩡해 물은 것이다.”
“그게… 이상한겁니까?”
“다른사내였다면 전혀 이상할게 없지.오히려 지금처럼 여자의 품에 지쳐 잠들어 있는 게 맞다. 그러나 스미스는 평범한 사내들과는 격이 다르다.”
“……동의합니다.”
확실히 자신이 사랑하게 된 남자는 일반적인 남자들과 비교하기에는 그 행위가무색할만큼 차이가 났다.
“부끄럽 게도 스미스가 진심으로 나오면 나와 시론은 제 대로 버 티 지 못하 고 정신을 잃어버린다.”
“하? 뭘 어디서 은근슬쩍 나랑같은 선에 서려고 수작이야?”
“뭐,뭐가 말이냐.”
여태 입을 꾹 다물고 있다가 시론이 갑자기 끼어들었고 케르낙스가 눈에 띄게 당황하며 시선을 피했다.
그런 케르낙스를 노려보다가 시론이 명백히 놀리는 듯한 말투로 기에나 에게 말했다.
“정신만 잃으면 선방한 거지. 그런데 이 년은 허리가 나갔네〜 보지가 아프 네 〜 아주 그냥 여 기저 기 가 다 아프다며으읍… … ?!”
“무, 무, 무, 무무 슨 소리를 하는 거냐!!”
케르낙스가 새빨갛게 달아오른 얼굴로 급히 시론의 뒤로 이동해 입을 틀 어막았다.
“우브우으으브봅!!”
“무슨?! 그,그 정도까지는 아니었다!! 날조하지 마라!!”
입을 틀어 막힌 시론이 우물거렸고 그걸 또 알아들은 케르낙스가 더욱 언 성을 높이며 눈을 부릅떴다.
그 모습을 지 켜보던 기 에 나는 혹시 라도 스미 스가 잠에 서 깰 것을 우려해 조심스럽게 그의 등을토닥이며 조금 더 품에 끌어안았다.
그러면서도시선은 뒤엉켜 있는 시론과 케르낙스에게 향해 있었다.
기 에 나는 생소한 둘의 모습에 살짝 기분이 묘해졌다.
‘내가 없던 자리에서의 둘은… 저런 모습인가?’
스미스를 제외 하고 그나마 관심을 두고 있던 이들이 바로 눈앞의 두 사람 이었다.
그녀는 자세한 속 사정까지는 모르나, 스미스와 관련된 문제로 둘이 싸움 을 벌였고 도시의 거리 하나를 완전히 망가트렸다는 것은 알고 있다.
그 정 도로 사이 가 좋지 않고, 그나마 스미 스가 있는 장소에 서 는 최 대 한 다 투려고하지 않는다는 건 알고 있었다. 그러나 지금 이 자리에서 둘의 모습을 보니 아무래도 두 사람의 사이가 생각했던 것과 달리 의외로 가깝다는 걸 알게 됐다.
‘남이 아니다…….’
기에나는 시론이 내뱉었던 말을 곱씹었다.
여전히 거리를 두려고 했던 자신과 달리, 둘은 진정으로 자신과 가까워 지 려 한다는 것을 깨달았다.
그래서 몹시 어색했다.
숲에서 태 어나고 자라면서 같은 동족들과 아주 오랜 시간을 보냈으나, 딱 히 마음을 터놓고 지냈다고 볼수 있는 이들은 없기 때문이다.
폐쇄적이고 개인주의 적인 성향이 강한 탓도 있지만, 거의 대부분의 엘프 가 세계수의 가지에 머무르고 있는 남성 엘프와의 잠자리를 두고 서로 경쟁 하는 관계였기에 더욱서로에게 가까워질수가 없는 구조였다.
그나마 이성에 일말의 관심도 없는 자신이었기에 몇몇 동족과 말을 트고 지낼수 있었다.
그런 환경에서 아주 오랜 시간을 보냈다. 그랬기에 지금 이 상황이 무척이 나 어색하게 다가왔고 또 어떻게 대응을 해야 좋을지 고민이 됐다.
“푸하아아…!! 야이 미친년아!! 숨넘어갈뻔했잖아시발!!”
“쉿! 조, 조용히 해라!! 스미스가깰지도모른다!!”
“너나좀 닥쳐라… 귀청 떨어지겠네 진짜.”
“크흠!!”
씩씩거리며 화를 내는 시론의 말에 케르낙스가 잔뜩 붉어진 얼굴로 헛기 침을 내뱉으며 시선을 피했다.
그런 케 르낙스를 시 론은 한참이 나 노려보다가 이 내 고개 를 돌려 V로 휘 어 진 사나운 눈매 로 기 에 나를 노려 봤다.
“뭐.왜. 시발. 너보다 한참이 나 약한 년들이 이 러니까 우습냐?”
“아, 아뇨… 그, 그런 생각 안했습니다… 정말로…….”
생각도 못 한 시론의 포효에 기에나가 당황했다.
빈말이 아니라 정말 단 한 번도 두 사람을 그런 시선으로 바라본 적이 없었 기 때문이다.
“시론. 내가사과하겠다.그러니 진정해라. 너무흥분했다.”
흥.”
시론이 콧방귀를 끼며 고개를돌렸다.
옆으로 다가온 케르낙스가 아직도 당황한 얼굴로 눈을 껌뻑이고 있는 기 에나에게 작게 말했다.
“성격이 불같지만나쁜 아이는 아니다.”
“괘,괜찮습니다
그저 조금 놀라고 당황했을 뿐이 었기 에 기 에 나는 케 르낙스의 말에 고개 를 끄덕였다.
그 대화를 끝으로 방에는 한동안 어색한 침묵이 내려앉았다.
한동안 스미스의 살짝 큰 숨소리를 공유하던 시론이 기에나를 힐끗거리 며 살며시 입을 열었다.
“그래서… 어제어땠는데?”
“으음… 그, 그게
기 에나는 순간 아주 많은 고민을 했다.
과연 어제 있었던 일을 전부 솔직하게 말해야 하는가.
그러나 몇 번을 생각하고 고민해도 순간 이성을 잃고 스미스를 덮쳤던 것 은 수십 번을 다시 생각해도 너무나도 부끄러운 일이었다. 그러나….
‘이제 남이 아니니까… 나도노력할필요가 있어.’
정말로 수치스럽고 부끄럽지 만, 먼저 손을 뻗고 마음을 열어준 둘에게 숨 겨서는 안 된다는 생각으로 모든 것을 솔직하게 털어놓았다.
“아니 얼마나 굶주렸으면 눈이 돌아가냐….”
기에나는 얼굴에 화끈하고 열기가 올라오는 걸 느꼈다.
“그런데 역시 스미스군.성욕에 굶주린 여자마저도굴복시켜 버리다니.”
“변태 새끼….”
부끄러움에 얼굴이 붉어진 기에나 못지않게 잠든 스미스를 바라보는 시 론과 케르낙스의 얼굴도 만만치 않게 붉어져 있었다.
“그리고…….”
“•••더 있다고?”
“예? 아, 네. 더 있습니다….”
네 번째 질내 사정 이후로 정신을 잃었다기에 그후로끝난줄 알았는데 설 마더 있다니.
시론과 케르낙스는 군침을 삼키며 기에나를 노려보듯 쏘아보며 얼른 대 답해 보라고 눈으로 재 촉했다.
갑작스러운 둘의 뜨거운 시선에 기에 나는 살짝 당황하면서도 욕실에서 있었던 일을 조심스럽게 이 야기했다.
“일단욕조에서 제 가슴에 머리를 눕히시고는….”
“그,그래서?”
“음
“서로 마주 본 자세로 제 가 스미스님 의 위 에 … .”
“…….”
기에나의 설명이 이어지면 이어질수록 시론과 케르낙스의 숨이 거칠 어졌고 놀랍게도 말을 하는 기에나 역시 그때의 일이 생생하게 떠오른 탓에 조금씩 몸이 뜨거워지고 있었다.
“제 가입으로 청소하는 걸로… 끝입니 다.”
“•••조, 좀하네.”
첫날부터 대담하군.
어느 순간부터 세 사람은 약속이 라도 한 듯.
약간씩 고개를돌려 서로의 얼굴을 바라보지 않고 있었다.
“크흠. 기에나. 이야기를들어보면 상당히 그,관계에 관한걸 잘 알고 있는 것 같았는데 … 혹시 다른남자와의 경험이 있는 건가?”
“아, 아닙니다! 저는스미스님이 처음입니다…. 그저 자라면서 그런 쪽으 로 교육을 받았을 뿐입 니 다.”
“그,그렇군. 미안하다.”
“아닙니다…….”
그렇게 조금 전보다 더 어색한 침묵이 내 려앉았다.
그리고 이번에도 시론이 먼저 침묵을 깼다.
“그럼. 오늘은 첫번째인내가 간병하…?”
시론은 갑작스럽게 어깨에 전해지는 충격에 눈을 찌푸리며 고개를 돌렸 다.
그곳에는 조금 전과 달리, 완전히 굳은 얼굴로 시론을 노려보고 있는 케르 낙스가 서 있었다.
“뭐,뭔데?”
“ 사흘.”
“……하?”
케르낙스의 입에서 나온 한 단어에 시론의 얼굴이 완전히 구겨졌다.
“사흘은 무슨 사흘이 야!! 시발 그게 언제 적 사흘인데 ?!”
“그렇지. 원래라면 진즉에 그 사흘이라는 시간을 누렸어야 했는데 누구들 덕분에 그러지 못했다.”
“그•••그건!!”
“그건?”
삐뚜름하게 기울어지는 케르낙스의 고개.
시론은 처음으로 케르낙스를 상대하며 흠칫 놀라고 말았다.
기이할 정도로 기울어진 각도에 시론이 저도 모르게 시선을 내리깔며 투 덜거리듯 말했다.
“너,너도… 동의 했잖…아.”
“말은 바로 해라. 난 동의 한 적 없다. 일방적으로 네 가 찾아와서 나를 안심 시키고 진행했을 뿐이지.”
시론이 완전히 입을 다물었다.
그제야 케르낙스는 시론의 어깨를 붙잡고 있던 손을 내렸다.
그 모습을 지켜보고 있던 기에나는 조용히 생 각했다.
‘스미스님과의 잠자리는… 쟁취해야 하는구나.’
기에나는 조금씩 변화에 적응해 가는 중이 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