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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세계 블랙기업 스미스-183화 (183/771)

횐 183화  Ep.183 이세계 블랙기업 스미스

머리를 조아리고 있는 백은발의 세 사람.

얼굴은 확인할 수 없었지만, 입고 있는 복장을 통해서 가장 선두에 있는 이 가 아르델라라는 것을 알 수 있었다.

……이게 갑자기 무슨 상황이다냐.

공손하게 무릎 위에 올린 손바닥에선 질리지도 않고 땀이 흥건히 베여나 오는 중이다.

장난이 아니고, 지금 손을 치우면 허벅지 위로 내 손자국이 아주 선명하게 찍혀 있는걸 구경 할수 있을 거다.

나를 향하는 압박감은 없다.

다만, 내 앞에 앉아 계시는 장모님으로부터 무언가 말로 표현하기 힘든 무 거운 기운이 스멀스멀 흘러나와 주변을 짓누르고 있는. 그런 느낌이 었다.

할 수만 있다면 창문을 깨서라도 이 자리를 벗어나고 싶었으나, 아쉽 게도 이 방에 창문은 존재하지 않았다.

나는 결국 지금의 상황을 받아들이기로 했다.

그리고 내가 마음을 다잡는 것과 동시에 장모님의 입술이 움직 였다.

“아르델라.”

장모님이 아르델라의 이름을불렀다.

무릎을 꿇고 있던 그녀가 자리에서 일어나 장모님의 앞에 섰다.

아르델라의 얼굴은, 몰링타에서 처음 만났을 때처럼 감정이 없는. 딱딱하 게 굳은 얼굴을 하고 있었다.

“내가 너에게 내린 임무가뭐였는지 읊어라.”

“……모험가 길드의 스미스를 가문의 손님으로서 초대하니,그에 상응하 는 예우를 갖춰 불편함 없이 르벨룸 요새로 모셔라.”

“그렇다.”

바로 앉아 계시던 장모님이 한쪽 다리를 우아하게 들어 반대쪽 허벅지에 걸치셨다.

그리고는 가녀린 손등 위에 턱을 괴며 말했다.

“본래 도착 예정일은 언제냐.”

“……닷새 뒤입니다.”

“너그럽게 생각해도 이 틀은 빠르게 도착했구나.”

“…… ”

아르델라는 대 답하지 않았다.

대신, 장모님을 바라보던 시선이 조금 아래로 향했다.

“크롬벨의 관리로부터 들었다. 최소한의 보급만 끝내고 곧바로 도시를 떠났다지.”

장모님이 방금 언급한 도시는, 요새에 도착하기 전에 들렸던 마지막보급 지점이었다.

“사실과 다른 점이 있다면 지적해도 좋다.”

“없습니다.”

아르델라의 눈이 조금 더 아래로 향했다.

“내가 내린 임무가 어려웠나?”

“아닙니다.”

“그런데 왜 그 간단한 것조차제대로 이행하지 못한 거냐.”

“•••꾈.”

손바닥에 이어 이제는 등과 겨드랑이에서까지 땀이 줄줄 흘러나왔다.

시발……이게 무슨일이여.

하하호호까지는 아니어도 그래도 조금은 웃을 구석이 있는 그런 장면을 생 각했는데 , 이 숨 쉬 는 것조차 힘든 무거운 분위 기 는 뭐 란 말인가.

것보다 아르델라가 혼나고 있는 게 설마 날 불편하게 만들었다는 이유 때 문인 건가?

만약 그런 거라면, 나는 조금도 불편하지 않았다고 당당히 말해 줄 수 있 다.

그런데 아무리 봐도 내 가 끼어들 분위 기 가 아닌 것 같아 일단은 주둥이를 닥치고 있기로 했다.

“대답해라.”

장모님의 물음에 굳게 닫혀 있던 아르델라의 입이 열렸다.

“몬스터 웨이브가 시작됐다는 보고를 받았고 마음이 급해진 나머지 임무 를 망각해 버렸습니다.”

“마음이 급해졌다라.”

아르델라의 대답을 들은 장모님은, 무언가 마음에 들지 않는 것처럼 턱을 괸 상태로 한쪽 팔걸이를 손가락으로 톡톡 두드리시며 말했다.

“그 소식을 전한 게 혹시 나였나?”

“아닙니다.”

“그래. 아니 지. 나는 그런 말을 하지 않았다. 그렇다면 그 소식을 전한 녀석 이 내 이름을 거론했나?”

“아닙니다.”

“그래. 아니지.”

스아아악—

갑자기 주변 공기 가 스산해졌다.

“그렇다면, 너는 내가고작해야 몬스터 따위를 상대하는데 네년의 손을 빌려야 한다고 생 각하고 있었던 것이 냐?”

“•••아닙니다.”

뚜욱.

팔걸이를 두드리던 소리가 멈췄다.

“내가혐오하는 세 가지 중에 첫 번째가 무엇이냐.”

“……거짓말입니다.”

“너는 방금 내가 가장 혐오하는 짓을 저질렀다. 인정하느냐.”

“……예.”

그저 지켜만보고있을뿐인데 나는내가저 앞에 서 있는것처럼 입술이 바 짝 마르고 허리에 절로 힘이 들어갔다.

그러고 보면, 장모님께선 첫 만남에서도 내가 머릿속으로 생각했던 것들 을 그대로 맞추신 전적이 있으셨다.

“웃기지도 않는구나. 내 삶의 절반도 경험해 보지 못한 네년이 내 실력을 의 심하고 내 가 내 린 임무를 망각한 꼴이.”

“…… ”

꼴깍一

나는 눈을 질끈 감았다.

이 고요한공간에 내 침 넘김 소리가유달리 크게 들렸기 때문이다.

그러나 정말 다행스럽게도 그걸 신경 쓰는 사람은 없어 보였다.

왜 냐면 장모님 이 곧바로 말을 이 어 하셨기 때문이 다.

“아르델라.”

“•••꾈.”

나는 꼭 감았던 눈을 떴다.

묵묵히 입을 닫고서 바닥을 바라보고 있는 아르델라의 모습이 보였다.

“현 국왕브리델이 왕위에 오르고 가장 먼저 한 게 무엇인지 알고 있느냐.”

“영주님께 과거, 가문의 상징을 탐하려 했던 것에 대한 사과의 서한을 보 낸것입니다.”

“그렇다.”

장모님이 작게 고개를 끄덕였고, 나는 속으로 깜짝 놀랐다

시발. 장모님 아래 국왕이라니.

알고 싶지 않은 왕국 서 열의 진실을 알게 된 나는 잠깐 머리 가 어질어 질했 다.

그러나, 내가 잠깐 마음을 다잡을 시간이 필요한 것과는 별개로 둘의 대화 는 계속해서 이어지고 있었다.

“국왕이 정말 그때의 일을 잘못이라 생각했기에 나에게 서한을 보냈다고 생각하나?”

“아닙니다.”

“그래. 아니다. 녀석이 사과의 서한을보낸 건, 선왕에게서 내 과거가담긴 기록을 보았기 때문일 것이다.”

뭔진 모르겠지만, 장모님의 과거가 끝내주게 화려한 모양이다.

물론, 지금 보여주고 계신 모습도 충분히 숨이 턱 막힐 정도로 엄청난 존 재감을 내보이고 계신다.

그때, 묵묵히 고개를 숙이고 있는 아르델라를 바라보시던 장모님께서 턱 을 괸 손등을 내리며 자세를 바로하셨다.

“아르델라. 너는 명백히 내뒤를 이을 후계자다. 나뿐만 아니라오래도록 헌신한 가신들과 식솔들 역시 그리 생각하고 있다.”

아르델라의 고개가 천천히 위로 향했다.

둘의 시선이 마주쳤다.

“아르델라. 내후계자야.”

“예.영주님.”

“지금의 네 가 내 자리를 대신 할 수 있다고 생 각하느냐.”

“불가능합니다.”

...

“어째서?”

장모님의 물음에, 고개를든 아르델라가 작게 한숨을 내쉬며 말했다.

“지금 우리 가문이, 가문의 기사들이 다른 영주와 귀족들에게 무시 받지 않고 강한 영향력을 발휘 할 수 있는 이유. 바로 영주님 이 건재하기 때문입니 다.”

아르델라는 계속해서 말을 이었다.

“가문의 모든 힘은 당신으로부터 시작되 며, 가문의 가장 큰 힘 역시 바로 당신입 니 다. 저는 당신이 개 척한 길을 쫓기도 바쁜 존재 입 니 다. 그런 제 가 어 떻게 당신의 자리를대신 하겠습니까.”

말을 끝맺은 아르델라가 그 자리에서 한쪽 무릎을 꿇고 고개를 숙였다.

“•••가문에는 아직 당신이 필요합니다.”

장모님께서 작게 고개를끄덕이며 말했다.

“가문의 터를 닦고 작은 주춧돌부터 지붕까지 손수 내가 쌓고 얹었다. 그 렇기에 나와 함께 했던 원로들은 여전히 나에게 충성하고 있으며 나를 기 억하는 이들은 과거를 잊지 못해 여전히 나에게 고개를 조아리지. 그런데.”

장모님의 고개 가 살짝 옆으로 돌아갔다.

그 시선이 닿은 곳에는 아르델라의 동생으로 보이는 두 사람이 머리를 조 아리고 있었다.

“정작 가장 가까운 혈육이 어미에 대해 타인보다 무지하구나. 그러나 이해 한다. 누구도 알려주지 않았고 그러라 시키지도 않았으니.”

장모님 이 다시 고개를 돌려 아르델 라를 내 려 다봤다.

“결국, 오늘의 일은 모두 너로 인해서 벌어진 일이다. 알고 있는 것을 알려 주지 않았으며, 나를 의심하는 태도를 저것들이 보고 배웠기에 일어난 일이

다. 인정하느냐:

“•••인정합니다.”

그녀의 대답에 장모님이 고개를끄덕였다.

“일어나라.”

아르델 라가 자리 에 서 일 어 났다.

“내가 직접 지시한 임무를 망각한 것과 오늘 벌어진 일에 대한 처벌을 내리겠다.”

처벌이라니.

갑자기 가슴이 철렁 내려앉았다.

그러나 이런 내 마음도 모르고 아르델라는 묵묵히 고개를 끄덕이고 있었 다.

“몬스터 웨이브가끝나는 동안, 너는 혼자서 북쪽 성루를 맡는다. 또한, 하루에 팔 백의 목을 베 어 라. 숫자가 부족하다면 뛰 쳐 나가서라도 할당량을 채워라. 그전까진 휴식도, 식사도, 모든 걸 금지한다. 이의 있나.”

“없습니다.”

아르델라는 없을지 몰라도 나는 이의 가 있다.

그래서 손을 번쩍 들려는데.

“단, 그간 가문을 위해 헌신한 것을 생각해 이 자리에서 자원하는 자가 있 다면 특별히 함께하는 것을 허 락하겠다.”

장모님의 말이 끝나기 무섭게, 중간쯤에서 익숙한 갑옷을 입은 기사가 나 와 무릎을 꿇었다.

“벨라니스.”

아르델라의 부관이 자, 기사단의 부단장인 벨라니스경이 었다.

장모님의 부름에 벨라니스경이 고개를들었다.

“백매 기사단이 함께하는 것을 허락한다. 단, 단원들을 강제해서는 안 된 다.”

“감사합니 다. 그리고명심하겠습니다.”

장모님께서 고개를 끄덕이자, 사방에서 기사들이 튀어나와 벨라니스경의 뒤 에 무릎을 꿇기 시 작했다.

그녀들 모두 기사단을 이끌고 있는 단장들이 었다.

그 숫자가 무려 여 덟 이 나 되 었다.

이 자리에 있는 삼분의 일이 아르델라를 위해 자원한 것이다.

“북쪽 성루는 그리 크지 않다. 아르델라.”

“예.영주님.”

“네가알아서 인원을 분배해라.”

“그렇게 하겠습니다.”

분명 처음에는벌이었는데,끝날때 확인해 보니 벌이 더 이상벌이 아니게 되었다.

그렇게 알게 모르게 무거웠던 분위 기가 조금 훈훈하게 변모하며 앞으로 나갔던 단장들이 제 자리를 찾아가던 그때.

여태까지 입을 꾹 닫고 바닥만 보고 있던 소녀들이 아르델라의 앞으로 나 섰다.

놀라울 정도로 장모님을 빼다 박은 소녀들은 아르델라와 마찬가지로 장 모님 앞에 무릎을 꿇으며.

“영주님!!”

자리로 돌아가던 기사들이 주춤했다.

장모님이 귀찮다는 듯이 손을 휘저었고 멈췄던 기사들이 다시 본인들의 자리로 돌아갔다.

“뭐냐.

99

귀 찮음이 잔뜩 묻어 나는 목소리 .

아르델 라를 대 할 때와는 확연히 다른 모습이 었다.

“언니가—”

“이곳에 네년들의 언니가 어디에 있다는 것이냐.”

분명 다그치는 말이었으나, 거기에는 한줌의 노기도 담겨 있지 않았다.

그럼에도 두 소녀는 흠칫 어깨를 떨며 다시 입을 열었다.

“배,백매 기사단장이 예정보다일찍….”

“알고 있다. 너희가 그랬다는 걸. 그보다 너희는 앞서 나와 아르델라의 대 화를 듣지 않은 것이냐?”

“드,들었습….”

“됐다.”

장모님께서 다시 턱을 괴었다.

“그래서. 하고 싶은 말이 뭐냐.”

저희 가 저지른 잘못은 저희 가 죗값을 치르도록 하겠습니 다. 어째서

백매 기사 단장에 게 모든 죄 를 물으시는 겁니까.”

“간단한걸 묻는구나.”

장모님의 고개 가 삐뚜름하게 기울었다.

“답은 간단하다. 너희에겐 그럴 가치도 없기 때문이다.”

“그,그게 무슨…!!”

발끈한 둘이 고개를 들었다.

그러나 장모님과 시선을 마주치 자마자 겁먹은 강아지처럼 다시 고개를 떨궜다.

“너희는 가문의 일원으로서 그 어떤 의무도 짊어지지 않았으며, 나는 너희 에게 단하나의 임무도 내리지 않았다.”

“아닙니다!! 저희는 영지의 치안을 위해 몬스터를….”

“그래. 너희가 입고 먹는데 들어간 돈은 전부 영지민이 낸 세금이다. 그렇 기에 영지의 치안에 신경을써야한다.”

“그러니까….”

“단, 그건 너희뿐만 아니라 가문에서 급료를 받는 모두에게 주어지는 의 무지, 필로리아의 성을 쓰는 이들이 짊어지는 의무와는 다른 것이다.”

두 소녀는 입을 다물었다.

장모님이 혀를 차며 말했다.

“똑같은 기간을 돌보고 젖을 물렸는데 어떻게 이리도 차이가 나는지 신기 할 따름이군.”

장모님은 앞에 꿇은두소녀를 마치 본인의 자식이 아닌 것처럼 대했다.

“너희가 정말로 아르델라의 짐을 덜고자 하는 마음이 강했다면, 벨라니스 보다 먼저 내 앞으로 와무릎을 꿇었어야 했다. 헌데 너희는 그러지 않았지.”

두 소녀는 완전히 꿀먹은 벙어리 가 됐다.

“하는 꼬라지가 마음에 들지 않지만, 아르델라를 돕겠다는 마음은 진심이 니 특별히 너희의 요구를 들어주마.”

그제야고개를 숙이고 있던 둘이 슬쩍 얼굴을 들었다.

“아르델라. 할당량을 오백으로 줄이겠다.”

“감사합니다.”

장모님이 고개를 든 두소녀를 내려다보며 말했다.

“너희 둘은 동쪽 성루를 맡아라. 하루에 채워야 할 머리는 삼 백이며 모든 조건은 아르델 라와 동일하다.”

“가,감사합니다.”

두 소녀가 고개를 조아렸다.

그러나뒤에서 지켜보고 있던 아르델라의 표정이 좋지 못했다.

조금 과장해서, 장모님께 갈굼 받던 때보다 두 배는 더 얼굴이 어두워 보 였다.

장모님 이 좌우로 나열한 기사들에 게 말했다.

“°1 둘과 함께할 녀석들이 있다면 앞으로 나와라.”

아르델라의 경우, 곧바로 벨라니스가 뛰 어나와 무릎을 꿇었었다.

그러나두 소녀는.

그 누구도 나서는 이 가 없었다.

처음엔 둘의 얼굴이 새빨갛게 달아올랐다.

그러나 조금 더 시간이 흐르자, 빨갛던 얼굴이 안쓰럽게 보일 정도로 창 백하게 질려갔다.

장모님은 새하얗게 질린 둘을 내려다보며 말했다.

“이십 년을 가문에서 보냈음에도 단 한 사람의 충성도 받아내지 못했구나 ” •

아르델라가 뒤에서 작게 한숨을 내쉬 었다.

장모님은 그 모습을 지켜보다가 말을 이었다.

“나는 한 번 내뱉은 말을 물리지 않는다. 너희는 둘이서 책임지고 동쪽 성 루를 책 임지고 사수해라. 그러지 못한다면 근맥을 자르고 필로리아의 성을 회수하겠다.”

아르델라가 눈을 질끈 감았다.

아무래도 동생들을 많이 아끼는 모양이다.

장모님은 바닥에 꿇은 두 소녀를 없는 사람 취급하며 자리에서 일어나며 말했다.

“마지막으로 내 손님에게 실례를 저지르는 일 없도록해라.”

—예!!

우렁찬 소리에 귀 가 먹먹해졌다.

장모님이 손을 휘저었다.

“아르델 라만 남고 해 산하도록.”

굳게 닫혔던 문이 활짝 열렸고, 나열해 있던 기사들이 질서 있게 방을 빠 져나갔다.

얼굴 모를 기사들이 모두 빠져 나가자, 뒤 에서 기 다리 던 벨라니스경 이 다 가왔다.

“데리고 나가도록.”

아르델라의 명령에 벨라니스경이 실 끊어진 인형처럼 늘어진 두 소녀를 가볍게 옆구리와 어깨에 짊어지고 방을 나갔다.

활짝 열련던 문이 조용히 닫혔다.

아르델라가 한숨을 내쉬며 말했다.

“어머니 … 스미 스는 어째서 데리고 오신 겁니까? 그보다 요새 에는 언제 오신 겁니까?”

“질문은 하나씩 하렴.”

장모님이 귀찮다는 티를 팍팍내며 다시 의자에 앉으셨다.

나는 갑작스러운 변화에 눈을 껌뻑 였다.

뭐지……엩

피부를 저릿하게 만들던 서늘함도 어느새 사라져 있었다.

아르델라가 멀뚱히 앉아 있는 나에게 다가와 땀으로 흥건한 손을 살포시 붙잡았다.

“많이...놀랐지?”

“조금?”

그녀는 손수 내 젖은 앞머리를 정돈해주며 고개를 돌렸다.

“스미스는 왜 데리고 오신 겁니까.”

“가족이 될 텐데 집구석이 어떻게 돌아가는지 알아둬야할거 아니니.”

아르델 라가 손으로 이 마를 쳤다.

“……요새에는 언제 돌아오신 겁니까.”

“어제 저녁에.”

“하아아.”

더욱 깊은 한숨.

아르델라가 다시 고개를 돌려 나를 바라봤다.

“어머니께선 공과 사가 확실한 분이시지 만… 평소에는 저런 모습이니 크 게 어려워할 필요 없다. 아니… 없어.”

“그렇구나.”

확실히 완전히 다른 사람이 된 것처럼 분위기가휙휙 바뀌 었다.

그때,의자에 앉으신 장모님이 슬쩍 고개를 내밀어 이쪽을돌아봤다.

“스미스.”

“옙!!”

장모님의 부름에 나도모르게 허리가꼿꼿이 섰다.

옆에 선 아르델라가 한숨을 내쉬었으나, 장모님께 점수를 따는 게 우선이 었기에 몸에 잔뜩 힘을 주었다.

장모님은 감정이 없어 보이는 무표정한 얼굴로 나를 보며 말했다.

“편하게 어머님이라고부르세요.”

“알겠습… 예 ?”

“불러보세요.”

“어,어머...님?”

“말더듬지 말고.”

“어머님.”

“좋아요.”

장모님 이 고개 를 끄덕 이 며 자리 에 서 일 어 나셨다.

“그럼, 밤의 요정에 대한 이야기를 나누기 전에 식사부터 하도록하죠.”

내 몸은 ‘식사’라는 단어에 반응해 뇌의 명령 없이 멋대로 자리에서 일어났 다.

장모님이 나를 보며 물었다.

“가리는 건 없나요?”

“뭐든 잘 먹습니다!!”

“좋네요.”

장모님이 고개를 끄덕이시더니 닫힌 문을 향해 천천히 걸으셨다.

조용히 닫혔던 문이 장모님의 걸음에 맞춰 활짝 열렸다.

장모님이 소리 없는 걸음으로 방을 나서며 말했다.

“경 쟁 자들 데 리 고 응접 실로 오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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