횐 221화 Ep.221 사막의 제왕
[성벽 위]
시 론과 스미 스가 아래로 내 려 간 후, 아르델 라는 눈 한번 깜빡이 지 않고 그 둘에게서 눈을떼지 않았다.
—아앙, 앙, 읏, 하으으읏봽
스미스가 몸을 들썩 일 때마다 그 품에 안긴 시론의 애달픈 목소리가 은은 하게 사막 전체로 퍼져나갔고, 아르델라는 그 소리를 들을 때마다 쿵쿵! 울 리는 아랫배를 진정시 키느라 진땀을 빼야 했다.
주기를 무시하고 시작되 려는 발정을 억누르며 모든 걸 지켜보던 아르델 라는 볼품없이 깡마른 남왕이 뒤 로 넘 어 가는 모습에 두 손을 꽉 쥐 었다.
‘정말해냈구나……!!’
겉으로는 태연한 척을 연기했으나, 속마음은 그 누구보다 스미스를 걱정 했던 그녀.
아무리 스미스가 다른 사내들과 비교 불가능한 정력과 성욕을 가지고 있 다하지만, 상대는 인간이 아닌 몬스터. 그것도 몇십 년에 한 번 태어난다는 왕의 자질을 가진 변종이다.
심지어 그 변종은 중간에 사이한 방법을 이용해 남성기를 한층 크게 만들 기까지 했다. 그렇게 커진 남성기는 사랑스러운 연인의 것보다 컷기에 아르 델라로서는 걱정이 되지 않으려야 않을 수가 없었다.
종족에서부터 불리한 대결. 그런 대결을 스미스는 정면에서 부딪혀 승리 를 거머쥐었다.
아르델라는 연인의 승리가 본인의 것처럼 기쁘고 또 자랑스러웠다.
그러나 기뻐하는 것도 잠깐.
“……
전신의 털을 곤두서게 만드는 꺼림직한 기운이 몸을 덮쳐왔다.
그 근원지를 찾아 고개를 들자, 꼴사납게 바닥을 굴렀던 남왕이 불길한 검 은 기운을 몸에 두른 채 핏발 선 눈으로 서 있는 걸 볼 수 있었다.
생 리 적으로 다가가는 걸 거부하게 만드는 꺼 림 직 한 기 운에 도 아르델 라 는 일말의 망설임 없이 성벽을뛰어내리기 위해 몸을 날렸고.
“나는 네년에게 나서라명령한 기억이 없다만.”
모친에 의해 제지당했다.
“어머니…!!”
“닥쳐라.”
다급함이 묻어 나는 목소리로 모친을 부르짖으며 고개를 돌린 아르델라 는 혈관에 흐르는 피까지 얼려버릴 것 같은 모친의 싸늘한 시선에 입을 다물 어야만 했다.
“너 역시 마찬가지다. 엘프. 한 번만 더 내 신경을 거슬리게 만들면 죽여버 리겠다.”
“…… ”
기에나는 얼어붙은 발목을 보며 입술을 깨물었다.
가장 거슬리던 둘이 얌전해지자, 아르델은 다시 턱을 괴며 아래를 내려다 봤다.
주변을 좀먹어가는 꺼림직한 검은 장막.
아르델은 그 꺼 림직한 기운을 몇 번인가 마주한 경험이 있었다.
‘누이트교.’
신전이 지정한 삼 대 사교 중 하나인 누이트교의 주교급들이 은총을 발 현할 때 내뿜던 기운과 일치했다.
숨어서 번식에 집중해야 할 놈이 갑자기 당당히 모습을 드러냈을 때부터 무언 가 이 상하다고는 생 각했으나 설 마 사교가 개 입 했을 줄이 야.
“•••버러지 같은것들이.”
아르델의 입가에서 새하얀 기운이 흘러나왔다.
다른 걸 떠나 자신의 즐거움을 방해한 것에 아르델은 진심으로 분노했다. 그러나 아르델의 분노는 입에서 흘러나오던 차가운 기운 만큼이나 빠르게 식었다.
그녀의 눈동자가 사교의 기운을 품은 남왕에 게서 그 맞은편에 선 스미스 에게로 향했다.
아주 찰나의 순간이 었지만 그의 몸에 무언가 변화가 일어난 것을 감지한 게 그 이유였고 그 이유는 곧 확신으로 변했다.
당장 도망쳐도 이상하지 않은 상황에서 당당히 허리를 펴며 그 자리를 지 키던 스미스가 뒤를 돌아본 바로 그 순간. 아르델은 보았다. 스미스의 두 눈동자에 피 어오른 푸른 안광을.
‘……강신.’
그 푸른 빛에는 분명 신성이 깃들어 있었다. 단 한 번도 접해보지 못한 종 류의 신성이.
화르륵一!!
성벽에서 보았던 것과는 종류가 다른 화염이 피어오른다.
그걸 보며 아르델은 확신했다.
스미스의 몸에 신이 깃들었다는 걸.
**
주변을 좀먹던 검은 기운이 위협적으로 스미스를 향해 달려든다.
화아아악!!
그러나 공간마저 일그러트리는 열기의 범위 에 들어서자마자 날카롭게 뻗 어나가던 기운이 꽈배기처럼 뒤틀리더니 새하얀 연기로 화하며 약간의 잿가 루를 남기곤 그대로 소멸했다.
우, 우오오옥!!
핏발 선 눈으로 다가오는 스미스를 노려보던 남왕이 다급함을 감추지 못 하며 뒷걸음질 친다.
자신이 앉았던 왕좌를 지나친 남왕은 비대하게 부풀어 오른 남성기를 껄 떡 이 며 고개를 돌렸다. 거 기 에는 괴 로운 듯 신음하며 쓰러져 있는 암컷들이 있었다.
“귀찮게 하지 말고 이리 오세요.그러면 편하게 죽여드리겠습니다.”
고저 없는 평 탄한 목소리 에 남왕이 완전히 몸을 돌렸다. 그러 자 스미 스를 덮치던 기운들이 쓰러진 암컷들을 향해 달려간다.
그에 스미스의 얼굴에 처음으로균열이 일어났다.
“•••기어이 저를뛰게 만드는군요.”
아래에 덜렁이는 감각이 싫어서 걷고 있던 시스템은 남왕이 귀찮은 일을 벌이려는 모습에 한숨을 내쉬며 단번에 판자를 박찼다.
스무 걸음 넘게 벌어져 있던 남왕과의 거리가 단숨에 좁혀졌다.
도망치듯 몸을 돌린 남왕의 목으로 스미스의 굵은 손이 날아들었다.
—끄에에에엑…!!
남왕의 두 다리가 판자에서 떨어짐과 동시에 암컷들을 삼키던 검은 기운 이 행동을 멈췄다.그리고남왕의 입에서 처절한비명이 터져 나왔다.
—꾸에에엑! 꾸엑! 꾸에에에엑!!
듣는 것만으로도 공포를 느끼게 만드는 끔찍한 외침이 차갑게 식은 사막 에 울려 퍼진다.
스미스는 발버둥 치는 남왕을 무감정한 눈으로 바라보며 작게 중얼거렸 다.
.........
“정보수집에 들어갑니다.”
곧이어 시끄럽게 울부짖던 남왕의 핏발선 눈이 위로 까뒤집혀 올라갔고 허우적 거리던 팔다리 가 힘없이 늘어졌다.
스미스의 눈에 피어오른 안광이 일렁였다. 무감정한 시선이 암컷들을 삼키다 멈춘 검은 기운으로 향했고 치솟던 불길이 폭발하듯 몸집을 불리며
검은 기운을 향해 쏘아졌다.
―……!!
마치 조종받는 것처럼 움직임을 멈췄던 검은 기운은 모든 것을 태워버릴 기운을 품은 불꽃이 다가오자 반쯤 삼켰던 암컷들을 토해 내 며 다급히 하늘 로 떠올랐다.
화르륵一!!
한 끗 차이로 검은 기운은 덮쳐오는 불길을 살짝 스치는 것으로 피해냈다.
그렇게 불길을 피해낸 기운은 도망치듯 밤하늘 어딘가로 사라져 버렸다.
스미스는 잠깐 검은 기운이 사라진 방향을 주시하다가 이내 시체처럼 늘 어진 남왕에게로 시선을 돌렸다.
“……여기서 더 커진다고 사원 활동에 도움이 될 것 같지는 않습니다만.”
시스템은 몸을 차지하기 전에 스미스가 내 뱉 었던 말을 떠 올리 며 남성 기 에 피워낸 불꽃을 이용해 남왕의 몸을 집어삼켰다.
불길에 휩싸인 남왕의 몸은 순식간에 쪼그라들기 시작하더니 뼛가루 한 줌 남기지 못하고 완전히 불길 속에 사라졌다.
남왕의 몸을 완전히 삼킨 후에야 불길은 그 크기를 줄여나갔고 이내 숨 어들 듯 스미스의 고환 속으로 사그라들었다.
모든 상황이 정리되자 스미스가 가볍게 주변을 훑었다.
음란한 시선으로 쏘아보던 병사와 기사들이 경직된 얼굴로 이쪽을 보고 있었다.
발정 난 얼굴로 몸을 비틀던 암컷들은 양쪽 무릎을 꿇고 이쪽을 향해 머리 를 조아리고 있다.
스미스의 시선이 다시 한번 성벽을 향했다.
달빛을 머금어 신비롭게 보이는 눈처럼 새하얀 머리칼을 늘어트린 아르델 과 시선이 부딪혔다.
“•••꾈.”
푸른 안광이 크게 일렁였다.
한참이 나 그녀를 노려보던 스미스가 태 연하게 몸을 돌려 남왕이 앉았던 조잡한 의자에 엉덩이를 깔고 앉았다. 그리고는 지금 노려보고 있는 상대를 따라 등받이에 몸을 기대며 두 다리를 거만하게 꼬았다.
그 순간, 기 다렸다는 듯이 달을 가렸던 구름이 지 나가며 스미스가 앉은 왕 좌 아래로 은은한 빛이 내려왔고, 스미스의 두 눈에 피어오른 안광이 절정에
달했다.
조잡스러운 의자에 앉은 알몸의 사내.
어디에서도 위엄이란 찾아볼 수 없는 우스꽝스러운 문장이다.
그러나 성벽 위에서 그를 지켜보고 있던 그 누구도 사내를 향해 웃지 않았 다.
언제든 밟아 죽일 수 있는 벌레를 보는 듯한 무심한 눈빛과 항거 할 수 없 는 기운을 품은푸른 안광에 병사와 기사들이 모두 눈을 내리깔았다.
유일하게 스미스의 시선을 마주하고 있는 건, 마찬가지로 의자에 몸을 기 댄 아르델 뿐이었다.
스미스는 그런 아르델을 지그시 노려보며 작게 중얼거리는데 그의 눈 꺼풀이 점차 아래로 내려가기 시작했다.
“언제까지 … 그따위 시선으로…… 그를 바라볼수 있을지 … 궁금하군요 …… ”
•
스미스의 눈꺼풀이 내려옴에 따라 점차 그 목소리도 줄어든다.
“……그를… 갈굴수… 있는건… 오로지… 저만의……특…권…….”
스미스의 눈꺼풀이 완전히 닫혔다.
달빛은 여전히 그를 비추고 있었다.
**
황갈색 토벽으로 이루어진 방안.
중성적 인 외모를 지닌 이 가 고른 숨을 내쉬 며 죽은 듯 침상에 누워 있다.
그때, 미세하게 열린 창틈으로 짙은 검은 색의 무언가가 스며들어오더니 그대로 침상에 누운 이의 몸속으로 녹아들었다.
—번뜩!!
어떠한 전조도 없이 부릅뜬 눈.
그와 동시에 침상에 누워 있던 이가 급히 몸을 일으켰다.
“다... 당장... 당장 알려야한다…….”
조금 전까지 평온하게 잠들어 있었다는 게 믿겨 지지 않을 정도로 잠에서 깨어난 이의 안색은 창백하게 질려 있었으며 포식자를 마주친 피식자처럼 온몸을 떨고 있었다.
금방이라도 쓰러질 것처럼 희게 질린 이는 침상 아래에 손을 넣어 붉은 염료처럼 보이는 액체가 들어간 병을 꺼내 굳게 닫힌 마개를 열었다.
그러자 방안으로 비 릿한 냄 새 가 퍼지 기 시 작했다.
안에 든 내용물은 염료가 아닌 살아있던 것의 피 였다.
비 릿한 냄새 에도 얼굴 한번 찡그리 지 않으며 덜덜 떨리는 손으로 차갑고 질척한 그것을 손에 찍고는 방바닥에 복잡한 술식이 들어간 마법진을 그리 기 시작했다.
“……젠장.”
마법진을 완성한 이는 침상 머리맡에 위치한 벽을 강하게 눌렀다.
그륵一 돌이 긁히는 소리와 함께 벽이 안으로 들어갔고 이내 작은 공간이 나타났다.
창백하게 질린 이는 그곳에서 미리 챙겨뒀던 작은 보따리를 꺼내고는 뒤 도 돌아보지 않고 집을 나왔다.
“칼라쿠스? 이 밤중에 어딜 가는가? 안색은또왜 그…으윽!!”
부족의 안위를 위해 순찰중이던 여전사는 칼라쿠스라 불렀던 이의 몸에 서 쏘아져 나온 검은 기운에 의해 순식간에 쓰러졌다.
“젠장… 젠장… 젠장…!!”
바짝 마른 고목처럼 비틀어진 시체를 지나치며 칼라쿠스는 연신 욕을 내 뱉었다.
“도대체 그건 뭐 였냔 말이다…!! 이십 년을 거쳐 준비한 계획 이 … …!!”
위대한 밤의 어머니를 위해 미개하고 야만적인 사막인의 틈에 녹아들어 이십 년이란세월을보냈는데 그모든 게 어디서 나타났는지 모를하나의 존 재에 의해 물거품이 되어버렸다.
“빌어먹을….”
어둠에 녹아든 칼라쿠스가 부족의 경계를 넘는 순간.
—콰아아아앙!!
귀를 먹먹하게 울리는 폭발음과 함께 바닥이 크게 흔들렸다.
칼라쿠스는 뒤 돌아보지 않고 불어 닥치는 열풍을 등지며 쉬 지 않고 걸음 을 옮겼다.
그간 쌓은 신뢰가 너무나 아까웠지만, 칼라쿠스는 지금의 선택을 후회하 지 않았다.
마지막에 보았던 그 섬뜩한 눈빛.
‘저곳에 계속 머무른다면 그 사내에게 꼬리가 잡힐 게 분명하다.’
그리 확신했기 에 모든 걸 파기하는 쪽을 선택했다.
‘계획은 실패했지만… 소득이 없는 건 아니다.’
대계의 큰 변수가 될 수 있는 존재를 초기에 발견했으니 어찌 보면 손해 보단 득이 크다고도 볼 수 있을지도 모른다.
그러니 이 사실을 한시라도 바삐 알려야만 한다.
‘여기서 가장가까운 지부는… 디트리아군.’
계획의 실패로 필로리아 백작의 시선을 피해 산맥을 하나 넘어야 했기에 칼라쿠스는 더욱 발걸음을 재촉했다. 혹시라도 그 사내 가 쫓아올지도 모른 다는 공포심에.
그러 나 칼라쿠스는 몰랐다.
가까스로 피해냈다고 생각한 불길이 자신의 은총에 닿았다는 사실을… 그 작은 접촉이 만들어낸 작은 변화를 칼라쿠스는 알지 못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