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이세계 블랙기업 스미스-322화 (322/771)

횐 322화  Ep.321 골디 아스 왕국

무거운 적막.

내 가 질문을 한 후, 자칭 황자는 얼굴이 새 빨갛게 달아오를 정 도로 나에 게 화를 냈다. 그리고는 입을 꾹 다물어버렸고.

꼬우꼬우_

■ '|' 큐 |' 큐

옆에 앉은 아드리안은 질리지도 않는지 계속해서 내 손바닥을 조물조물 만지고 쓰다듬었다. 뭐. 나도 기분이 좋았기에 상관은 없지만.

아무튼, 그게 중요한 게 아니다.

나는 단단히 화가 난 사람의 얼굴을 하고서 고개를돌린 채 맞은편에 앉아 있는 황자. 마르비 우스를 보았다.

꽁지머리라고 하기에는 지나치게 긴. 어깨 아래까지 내려와 있는 뒷머리.

지 나칠 정도로 뽀얀 피부와 뚜렷한 이 목구비.

거기에 얇은 턱선에 굉장히 높은톤의 목소리.

‘……아니시발. 저게 남자라고?’

물론, 이 세계의 여자들이 라면 다들 가지고 있어야 할 거대한 젖무덤이 보 이지는 않았으나 이 리보고 저리봐도 눈앞에 앉아 있는 황자는 황자가 아니 라 황녀에 더 가까워 보였다.

무엇보다 내 아랫도리 가 반응한다.

‘……오작동은 아니겠지?’

그냥 반반하게 생겼다고 껄떡 이는 거라면 나는 크나큰 자괴감에 빠지고 말 것이다.

나는 자칭 황자의 눈치를 살피며 그인지 그녀인지 구분이 가지 않는 마르 비우스에게 조심히 말을 걸었다.

“저,황자님.”

뭐냐.”

저, 저저 봐라. 저거.

토라진 듯하면서 곁눈질로 대꾸해주는 저 모습을

저게 어떻게 남자라는 말인가.

뭐. 황족이 라 얼굴이 타고난 거라면 할 말이 없는데 적 어도 내 가 알기로 이 곳의 남자들은 죄다 기생오라비처럼 생겨 먹었다.

그나마 이곳에서 봤던 싹싹해 보이던 소년들은 꽤 미남형이 긴 했으나 어 디 까지 나 미 남의 기 준에 들어 가는 얼굴이 었다.

그리고 저 토라진 듯 곁눈질하고 있는 마르비우스는 미남이 아니라 미녀 의 얼굴이었고.

“정 말 죄 송한데 ••• 올해로 나이가 어찌 되시는지요.”

“……그건 왜 묻는 것이냐.”

아니, 나이를말해주는 게 뭐가그리 어렵다고.

나는 어떻게 대답해야 황자가 내 질문에 대답해 줄지 고민에 고민을 거듭 했고.

“황자님 께서 저보다 사내 답게 생 기 셨는데 제 가 나이 라도 적 어 야 공평하 지 않겠습니까.”

마르비우스는 작게 콧방귀를 뀌더니.

스물하나다.”

“스물하나.”

“•••그래.

99

“어 쩜. 저는 스물일곱입 니 다. 이 거 참 불공평하군요. 하E하.”

흠.”

황자의 입꼬리가 살짝 위로 올라간다. 그걸 보며 나는 다시 생각을 정리했 다.

‘스물 한살이면 사춘기는 당연히 지났을 테고.’

내 눈은 마르비우스의 새하얀 목으로 향했다.

그곳에는 사춘기를 겪은 남자라면 당연히 있어야 할 게 존재하지 않았다. 바로 남자들의 치명적인 약점 중하나인 목젖.

마르비우스의 목에는 바로 그 목젖이 존재하지 않았다.

‘……아무리 봐도 여자잖아.’

나는 뭐가 그렇게도 좋은지 뺨을 발그레 물들인 채로 내 손바닥을 만지 작거리고 있는 아드리 안의 정수리를 내려다봤다.

마음 같아서는 이 자리 에서 황자에 대한 비밀이 나 뭔가 숨기고 있는 게 없 는지 물어보고 싶었으나, 아무리 그래도 당사가 앞에 있는 상황에서 그런 걸 물어볼 정도로 내 가 몰상식 한 놈은 아니 다.

그렇기에 나는 혼자만의 추리를 해보았다.

뭔가 복잡한 사정이 있는 거겠지.’

소설이나 만화에서도 흔하게 등장하는 내용이 아닌가.

왕국이나 어디의 귀족의 자제가 성별을 숨기고 아카데미나 기사단에 들 어가는 것.

눈앞의 황자도 모종의 이유로 남장을 하고 있는 것이 아닐까.

대충 그런 추리를 해보았다.

‘뭐……남자면 일단 죽을 일은 없으니.’

보통 황제의 자식들이 많으면 저들끼리 치고받고 싸우며 다음 황제의 자 리에 오르기 위해 암투를 벌이는 건 아주 흔한 이 야기니까.

‘……근데 황제는 여자잖아.’

배 다른 형제들은 몰라도 같은 어미의 배 속에서 태 어났는데 싸운다?

‘음.가능하지.’

나 역시 현 여동생. 과거의 썅년이었던 동생 년과 정말 사소한 이유로도 욕 을 주고받으며 많이 다퉜다.

“저,황자님.”

“……무엇이냐.”

“제가정말무지해서 여쭙는 겁니다만, 황제께서는 몇 명의 국서님들을 두 고계십니까?”

“…….”

황자는 정 말로 무지 한 놈을 보는 듯한 눈으로 나를 쏘아봤다.

‘어린 녀석이 눈빛하고는.’

황후도 아니고 사내놈들을 내 가 알아서 뭐 한다고.

그런 내 속마음을 모르는 마르비우스가 짧게 한숨을 내쉬며 말했다.

!.

.....

“내 아버지를포함해서 어머님께선 믫명의 남편을두고 계신다.”

“음. 그렇군요. 혹시나 해서 여쭙는 건데 황자님을 제외하면 전부 황녀 님들이십니까?”

“그렇다.”

“그렇군요.”

나는 고개를 끄덕였다.

아직 단정 지을수는 없지만내 안의 무게추가눈앞의 녀석이 남자가 아닌 여 자라는 쪽으로 더욱 기 울었다.

완전히 저울이 기울지 않은 건 녀석에게서 가슴의 흔적을 조금도 찾아볼 수없었던 탓이다.

내가 지금껏 많은 여자를 보아왔지만, 가장 가슴이 작은 건 칼름이었다. 그러 나 그 칼름의 가슴조차도 내 손바닥에 꽉 들어 찬다.

‘아니 뭐…….’

그보다 작은 가슴이 있을 수도 있겠지만, 황궁에서 좋은 걸 먹고 자란 황 족이 아닌가.

칼름이 야 페트미라교에 입교하기 전엔 가난하게 생활했으니 성장이 부진 한 게 이해가 간다지만 설마 황족인데 못 먹고 자랐을까 봐.

결론은 이곳 여자들의 가슴 평균은 붕대나 이런 거로 압박한다고 해서 숨 길 수 있는 크기 가 아니 라는 말을 하고 싶 었다.

‘……근데 내가그걸 왜 신경 쓰고 있지.’

황족이면 평범한 인간일 텐데 살을 섞을 것도 아니고.

그냥 원만한 관계 만 맺을 수 있으면 되 는 걸.

‘……근데 원만한관계를 맺는다면 여자인 쪽이 더 편하잖아?’

육체적으로도 정신적으로도 거리감을 줄이기 편하니까.

조물조물一

나는 정말 질리지 않고 내 손을 만지고 있는 아드리 안을 잠깐 보다가 마 르비우스를 향해 슬쩍 손을 내밀어봤다.

그에 황자는 푸른 눈동자를 깜빡이 며 나와 내 손을 번갈아 보더 니.

“악수라도 하고싶은거냐?”

“어예.”

사실은 황자에 게 아드리 안이 하고 있는 것처럼 내 손바닥을 주무르고 싶 다면 주무르라 말하려고 했다.

그런데 다시 생각해보니 상대방이 정말로 여자가 아닌 남자라면 그보다 서로에 게 좋지 않은 인상을 주기는 어려울 것이 라는 생각이 들었기 에 다급 히 입을 다문 것이다.

게다가 상대 쪽에서 좋은 명분을 주기도 했고.

“영광으로 알거라.”

“그럼요. 제가 언제 황자님의 손을 잡아보겠습니까.”

원래는 평민이자 아득히 신분이 낮은 내가 두 손으로 공손히 황자의 손을 잡는 게 맞으나, 안타깝게도 내 오른손은 아드리 안에게 단단히 붙잡힌 상태 라 한 손으로 마르비우스의 손을 붙잡아야만 했다.

다행히 그 점을 황자도 알아준 것인지 내 손을 향해 작은 손을 뻗 어왔다.

꼬옥—

황자와 내 가 서로의 손을 붙잡았다.

황자의 손은 몹시 작고 또 부드러웠다.

당장 내 손을 만지작거리고 있는 아드리 안보다는 덜 부드러웠으나, 적어 도 칼름보다는 부드러운 피부를 가지고 있었다.

“언제까지 잡고 있을 생각이냐.”

“아, 죄송합니다. 너무 영광이라 무심코.”

“흠

내가뒤에 덧붙인 말 덕분인지 황자는크게 기분 나빠하지 않았다.

대신, 나는 황자의 감촉이 남아 있는 손을 쥐락펴락하며 말했다.

“황자님께서는 저와 친분이 있는 모험가들에게 관심을 가지고 계신 것 같 으신데…….맞으십니까?”

“……그렇다.”

솔직한 대답에 나는 고개를 끄덕이며 말을 이었다.

“제가그녀들에게 황자님을 직접 소개해 드리기는 어려우나, 그녀들이 관 심을 가질만한 것들을 몇 가지 알려드릴 수는 있을 것 같습니다.”

“……정말이냐?”

여자라는 오해를 받은 적이 없냐는 질문을 받은 후로 계속 떨떠름한 표정 을 하고 있던 마르비우스가 두 눈을 동그랗게 뜨며 노골적으로 관심을 보였 다.

‘이렇게 보면 남자가 맞는 것 같기는 한데 …….’

나한테 흥미 를 보이 기는 했으나 그건 어 디 까지 나 약간의 호기 심과 방금 본인이 직접 인정한 것처럼 누님과 기에나와 가까워지 기 위해 나보다는 그 녀들에 대한 질문을 더 많이 물어왔었다.

그래서 나는 최후의 방법을 사용하기로 했다.

성공하면 좋고 실패해도 들먹일 변명거리 가 있는.

오로지 나만이 사용 가능한 방법.

“예.그러나이 자리에서 말씀드리기는 어렵고… 나중에 제가황자님의 방 으로 찾아가도 괜찮겠습니 까?”

“내 방에 말이냐? 뭐… 그래. 괜찮다.”

마르비 우스는 뭔 가 걸리는 게 있는 것처럼 잠깐 고민하다가 고개를 끄덕 였다.

“감사합니 다. 그러 면 제 가 오늘 밤에 찾아뵙 겠습니 다.”

“음……그래. 기다리고 있으마.”

황자의 허락을 받아냈다.

나머지는 대충 누님과 다른 연인들이 좋아하는 게 나처럼 거구의 남자라 고 둘러대 며 몸을 만지작거리 기만 하면 된다.

사실 제일 편한건 징표를사용해 황자의 방에 몰래 들어가몸을살펴보는 방법 이 지 만, 안타깝게 도 그건 지 금 내 손을 붙잡고 있는 아드리 안 때문에 실행으로 옮기는 게 불가능했다.

징표를 사용하면 모습은 물론이고 냄새와 기척까지 지워져 버리니 누님급 강자인 아드리안이라면 아무리 멀리 떨어져 있어도 내가 갑작스럽게 사라 진 것을 감지해 낼 것이다.

내가 사라지면 당연히 소란이 일어날 테고, 자칫 징표가 지닌 능력을 일부 사람들에게 공개해야 하는 상황까지 벌어질 수 있다.

애초에 신경 쓰지 않으면 다해결되는 문제지만 내 호기심과 아랫도리가 그걸 용납하지 않았다.

무엇보다 성 별을 떠 나서 아직 까지는 마르비 우스라는 사람이 그리 나쁜 사람으로는 보이지 않았고.

즉, 충분히 친해질 여지가 있다는 소리다.

첫인상부터 별로였다면 모를까.

성별을 떠나서 괜찮게 느껴지는데 굳이 거리를 둘 필요는 없으니 이 기회 에 호기심도 해결하고 거리감도 줄일 생각이다.

그 뒤로 황자는 드문드문 나에게 알지도 못하는 사막에 대해서 질문을 했 고, 그렇게 시간을 보내던 우리는 자연스럽게 새로운 도시에 도착했다.

**

“아직 잔당이 도시 곳곳에 숨어 있을 수 있으니 신전 밖으로는 나오지 마 시길 바랍니다.”

집 결지의 행렬을 이끌었던 성 기사가 나와 황자에 게 주의를 주며 아래로 내려갔다.

“내 방은 저쪽 끝이다. 짐을 풀고 간단한 요깃거리를 준비하라 일러둘 테 니 너도 옷을 갈아입고 오도록해라.”

“배 려 에 감사드립 니 다. 그러 면 금방 찾아뵙 도록 하겠습니 다.”

“그래.

황자는 깔끔한 여시종을 데리고 자신의 방으로 향했다.

나는 그 작은 등을 잠깐 지켜보다가 반대편에 있는 내 방으로 걸어갔고.

덜컥一!!

옆에서 문고리 가 돌아가는 소리 가 들려오더니 .

“O 헌71” --1 • •

순식간에 내 몸이 어딘가로 끌려 들어갔다.

달칵一

잠깐 열렸던 문이 닫힌다. 그리고.

“잡았다……봽”

아멜라 누님이 음흉하게 미소 지 었다.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