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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세계 블랙기업 스미스-340화 (340/771)

횐 340화  Ep.339 골디 아스 왕국

살이 아려오는 차디찬 바람이 불어오는 성벽 위.

어둠을 밝히며 미약한 온기를 전해주는 횃불의 앞에 선 병사들. 그리고 그 런 병사들의 뒤로높다란 장대가 일렬로 나란히 서 있었다.

두꺼 운 방한복과 갑옷으로 무장한 병 사들과 다르게 얇은 로브 하나만 달 랑 걸친 채 장대에 묶인 여섯 명의 사도들.

“시,시시, 싯, 파알…… 어, 어러 디지겠네에….”

“•••발가락에 감각이 없어요.”

“어차피 뒈질 거 좀조용히 죽자. 응?”

그녀들은 추위에 떨면서도 쉬지 않고 입을 놀렸다. 그렇게라도 하지 않 으면 정 말로 동사할 것 같다는 공포심 때문이 었다.

추위를 이겨내기 위해서는 체력을 아끼는 게 중요하다고는 하지만, 지금 상태에선 체력보다 정신을 잃지 않는 게 더 중요하다고 판단한 것이다.

그때 축 늘어져 있던 칼름이 작게 웅얼거렸다.

“우으, 아프고 배고파•••꾈.”

“주, 주주거, 이녀나아…!.”

“맞아요. 당신은 좀 닥치세요. 그리고 죽어요.”

“뱉을 침도 아깝다.”

“흐익•••꾈.”

그걸 들은 사도들이 일제히 그녀를 향해 욕을 한마디씩 내뱉었고, 칼름이 힘겹게 고개를 치켜들며 발끈했다.

“너, 너희도 다동의했던 일이잖아!!”

“그럼.동의는했지.근데 시발 거기서 병신처럼 넘어지자고는동의한적이 없거든.”

“여기서 풀려난다고해도 칼름. 당신은꼭 죽여버릴 겁니다.”

칼름은 주변에서 쏟아지는 강렬한 분노와 살기에 입을 다물었다.

훌쩍-

“코도 먹지 마세요.”

“더러운 년.”

칼름의 퉁퉁 부어오른 눈가가 살짝 촉촉하게 젖는다.

도시 안으로 들어오는 걸 포함해서 다른 사도들과의 접촉까지 모든 게 완 벽하게 이루어졌다.

몸 안에 페트미라의 은총을 품고 있었기에 손쉽게 성문을 통과했고 누이 트교와 있었던 일을 보고하는 것으로 주교로부터 의심도 피할 수 있었다.

혹시 모를 감시 가 붙을 걸 생 각해 그날 하루는 푹신한 침대 에 서 뒹굴고 맛 있는 요리와술로 배를 채우며 시간을 축내는 모습까지 보여주었다.

그렇게 잠입 아닌 잠입 이틀 차에 다른 사도들과 접촉하는데 성공했다.

과거, 몰링타에서 스미스에게 처녀와 함께 마음까지 빼앗긴 여섯 명의 사도들. 그렇지 못한 다른 여섯 명은 모두 붙잡힌 상태였기에 혹여나 배신을 걱정할 필요가 없었기에 칼름은 곧장 다른 사도들에게 해야 할 일을 알려주 었다.

수도와 성벽 곳곳에 그려진 마법 진을 파괴 하고 도망친다.

어떻게 보면 크게 어려울 것 없는 작전이었으나, 칼름은 다른 사도들의 입 을 통해 일이 생 각한 것처럼 쉽 게 만 풀리 지 않을 것 같다고 생 각하게 되 었다.

수도를 관통하는 마법진의 핵이 주교가 숨어 있는 궁궐의 왕좌에 새겨져 있고 그걸 파괴하지 않으면, 나머지 것들은 아무리 지우고 진을 끊더라도 자 체적으로 수복이 이루어졌기 때문이다.

칼름과 다섯 사도는 논의 끝에 대전이 비는 저녁 시간에 들어가 왕좌를 부 수고 성벽으로 뛰어내리기로 합의를 보았다.

어디 지켜보고 있는 눈이 있는 게 아닌 이상 당장에 왕좌가 부서졌다 하더 라도 범 인을 곧바로 특정하지 못할 테 니 , 그 사이 에 범 인을 색출하는 척 연기 하며 탈출하려는 계획이었다.

그리고 실제 그녀들은 사도의 지위를 이용해 궁궐에 침입했고허영심 넘 치는 거대한 왕좌를 부수는 것까지 성공했다.

이제 계획 대로 도망치는 일만 남았는데 여 기서 문제 가 생 긴 것이 다.

바로 대전을 나가기 위해 지나가야만 했던 계단에서 가장 발이 느려 뒤 처졌던 칼름이 본인의 로브 자락을 밟으며 발을 삐끗했고.

그녀는 앞서 뛰고 있던 다른 사도들을 향해 요란히 굴러떨어지고 말았다.

다들 은총과 마법을 다루는 재능은 뛰 어났으나, 육체적인 면에서는 일반 인과 다를 바가 없었기에 그녀들은 결국 힘없는 도미노처럼 계단에서 우르르 넘어지고 말았다.

결과는 지금 장대에 묶인 걸 보면 알 수 있듯 그 자리에서 바로 현장범으로 붙잡히고 말았다.

칼름의 두 눈이 퉁퉁 붓고 여기저기까진 건 고된 심문을 받아서가 아니라, 그냥 계 단을 굴러 생 긴 상처 였고 그게 아파서 울었을 뿐이 었다.

“켁,케 엑?!”

“•••또혼자뭐 먹으려다가목에 걸린 모양이네요.”

“크에엑!!”

“추하다추해 … 마지 막 가는 길까지 저 지 랄이 이 익 엩!”

?”

갑자기 가장끝에 있던 사도들부터 시작해서 하나, 둘 목이 졸린 사람처럼 켁켁거리기 시작했다.

“시발... 할망구. 내일 아침에 죽인다더니 벌써 시작한 모양이네. 더럽고 쪼잔한 년.”

“케에엑!!”

“히 이익…….”

칼름은 바로 옆 사도가 얼굴을 붉히 며 괴로워하기 시 작하자 곧 자신도 저리될 거란생각에 겁을 먹었고.

투욱.

“……?”

어깨에 무언가 내려앉는 감촉이 들더니.

꽈아아악—!!

“O겐?|” --1 • •

순식간에 조여드는 숨통.

“……끄엑.”

그게 칼름이 기억하는 마지막이었다.

**

“야.다 묶었다.”

다들 살아 있는 거죠?”

목과허리에 굵은 밧줄을 감은 여섯 명의 여자들.

그녀들은 하나 같이 얼굴을 새빨갛게 만든 채로 눈을 까뒤집고 기절한 상 태였다. 이유는 누님이 던진 밧줄에 목이 조인 것.

내가 어깨에 턱을 얹으며 그리 묻자, 누님이 어깨를으쓱이며 대답했다.

“오줌 안 지 린 거 보면 살아 있는 거지 뭐.”

“……누님.”

“뭐.뭐 새까.”

“나중에 침대에서 봐요.”

“•••지금도 보고 있구만 뭘…….”

나를등에 업은누님이 작게 입술을 삐죽이며 투덜거렸다.

“불만은 나중에 하시고 이제 돌아가요.”

“읏, 너 …… 요즘 진짜 건방져졌다….”

내가가슴을살짝주무르며 이야기하자, 내 엉덩이를받친 누님의 손에 힘 이 들어가는 게 느껴졌다.

그에 나는 누님의 새하얀 목덜미를 살짝 깨물었다.

“……너, 어….”

“얼른 가요. 그래야 조금이라도 더 오래 함께 보내죠.”

누님이 밧줄을 묶은손을 잡아당김과동시에 그녀들이 묶여 있던 장대가 순식 간에 타오르더 니 까만 재 가 되 어 겨 울바람을 타고 사라져 버 렸다.

그에 앞을 지키고 서 있던 경비들이 반응하기도 전에 누님은 여섯 명을 묶 은 밧줄을 쥐고 성벽을 뛰어내렸고.

퍼억一!

여섯 명은 사이좋게 눈밭에 도장을 찍으며 떨어졌다.

-죄 인들이 도망쳤다!!

-아래다!! 아래를비춰라!!

성벽 위가순식간에 소란스러워진다.

“…태워버릴까.”

“누님?,,

그냥 해본 말이야.”

절대로 그냥해본 말이 아니라는 걸 알지만, 나는 고개를 끄덕이며 누님의 말에 긍정해주었다.

그제 야 누님은 성벽 위 로부터 시 선을 돌리 며 시론과 기 에 나가 있는 또 다 른 집결지로 달렸다.

나는슬쩍 고개를돌려 눈밭에 파묻힌 채로끌려오는 여섯 명을 보며 생각 했다.

‘사제님들이 계시니 괜찮겠지…?’

**

“고마워요.”

“으응.

자리를 비울 수 없는 네메 아님을 대신하여 나를 누님이 있는 곳까지 데려 다주었던 아드리 안.

징표와 누님의 도움을 받아 칼름과 나머지 사도들을 무… 사히 구출하는 데 성공한 나는 시론과 기에나와 인사할 틈도 없이 칼름만 챙겨 지금 보는 것처럼 아드리안의 등에 업혀 본대로 돌아왔다.

내가 연인들을 정말 사랑하긴 하지만, 때와 장소 정도는 가릴 줄 아는 남 자다.

당장 저 도시 안에 있는 사람들이 의식의 제물로 사용될 수도 있는 상황에 서 나만 좋자고 한가롭게 시간을 보낼 수는 없지 않은가.

물론, 누님은 조금도 그런 부분을 신경 쓰지 않고 함께 있고 싶어하는 것처 럼 보였지만.

“스미스.”

“아네 메아님.”

나는 얼른 아드리안의 뺨을 어루만지 던 것을 멈추고 옆구리에 끼고 있던 칼름을 앞으로 내 밀었다.

“일단치료를 조금….”

“음. 통신구로 봤을 때는 크게 다친 것 같진 않아 보였는데. 꼴이 말이 아니 군.”

“하,하하.”

머리는 산발이 되었고 걸치고 있던 로브는 눈에 젖어 걸레나 다름이 없었 다.또눈에 쓸린 얼굴도 이래저래 보기가조금 안쓰러웠고.

“일단막사로들어가지.”

“아,옙.”

“그건 나에게 주고.”

네 메 아님 은 나로부터 칼름을 넘 겨 받고는 몸을 돌렸다.

“아드리안. 고마웠어요.”

“응. 나중에 봐-”

나역시 아드리안과 손 인사를 끝으로 얼른 네메 아님의 뒤를 쫓아 막사로 들어왔다.

“혹시 불쾌하거나 이상한 느낌을 받지는 않았나?”

“예. 그런건 못느꼈습니다.”

“그렇군.”

네메아님은 바닥에 눕힌 칼름을 치유하며 나에게 수상쩍은 기운 같은 걸 느끼지 못했는지 물어보셨고 나는 느끼지 못했다고 대답했다.

“으응〜”

엉망인 얼굴로 기절해 있던 칼름은 네메아님의 신성력을 받아들이면서 점 차 본래의 얼굴을되찾더니 순식간에 풀어진표정을 지으며 아이처럼 입을 오물거리기 시작했다.

그모습을 보고 있자니 괜히 꿀밤이 마려워지는 건 왜일까.

그리고 신성력을 거둬들인 네메 아님이 한쪽 팔을 살짝 들어 올린 건 무엇 때문이고.

짜악.

네메아님의 손바닥이 칼름의 뺨에 작렬했고 그녀의 작은 머리가 옆으로 돌아갔다.

“o OO...7” —,--•

놀랍게도 칼름은 뺨을 맞은 직후 곧바로 정신을 차렸다.

“……스미, 스…님?”

“이쪽이 먼저다.”

“끄엑!!”

네 메 아님은 정신을 차린 칼름의 양쪽 뺨을 한 손으로 붙잡아 고개를 원래 의 자리로 되돌리셨다. 덕분에 칼름은 어렵지 않게 네메아님을 올려다볼 수 있었다.

“마법진은 어떻게 됐지.”

“부, 부서서여어억……!!”

확실한가.”

“에에!!”

칼름이 붙잡힌 고개를 어떻게든 비틀어 필사적으로 끄덕거린다.

“네메아님. 일단그 잡고 계신 것부터 놓아주시는 게 어떨지.”

“으 ” W-

“......으J게 ”

붙잡혔던 뺨의 자유를 되찾자 칼름은 울상을 지으며 얼른 자리에서 벌떡 일어나 앉았다.

“안에서 무슨 일이 있었는지 말해라.”

“……그게요.”

칼름은 네메 아님과 내 눈치를 보며 이야기를 시작했다.

“……그렇게 된 거예요.”

“어.그래. 고생했네.”

칼름이 한 거라고는 안에 있던 사도들과 접촉하고 네메 아님의 계획을 전 달한 것밖에 없지 만 아무튼 다독여 주었다.

비록 모두의 발목을 붙잡다 못해 걸고넘 어져 다 같이 붙잡히도록 만들기 는 했지만 어쨌든 네메아님이 원하던 결과를 만들어 낸 건 사실이니까.

“……고생했다.”

네메아님도 뭔가하고 싶은 말이 많은 어투였으나, 내가 먼저 다독이기 시 작해서 그런지 적당히 넘어가기로하신 듯보였다.

“그,그럼. 쉬어도 괜찮은거죠?”

“평생 누워서 일어나고 싶지 않다면 그러도록해라.”

“……다시 생각해보니까 안쉬어도될 거 같아요.”

칼름이 짧게 딸꾹질을 하며 시선을 피한다.

네메 아님은 그런 칼름을 잠깐 노려보다가 몸을 일으켜 나를 향해 말했다.

“고생했다. 그만 돌아가서 쉬도록.”

“•••그래도됩니까?”

“그래.확인인 해봐야겠지만 가장성가신 게 사라졌으니 내일 안으로 결판 을 낼 수 있을 거 같다. 그때까지 되도록 얌전히. 얌전히 쉬고 있어 줬으면 하 는군.”

얌전히 있으라고 네메아님 이 두 번이나 강조하셨다.

“알겠습니다.저도눈치는 있으니까요.그런데 네메아님.”

“뭐지.”

“칼름이 실패했을때 제게 하려던 부탁이 뭐였는지 알려주시면 안됩니까 ?”

“•••그건. 잊어라. 아니, 나중에 알려주마.”

조금 전에도 느낀 거지만, 네메아님이 저토록 말을 돌리고 대답을 피하는 걸 보면, 단순히 내 가 몸을 굴려야 하는 부분은 아닌 듯 보였다.

첫 번째 만남에서부터 사교도를 교화하라며 칼름을 따먹도록 부탁하셨던 네메아님이다. 거기다 내가 섹스를 즐겨하고 성욕이 남다르다는 것까지 알 고 계신 분인데 그런 거로 이야기를 망설이진 않을 것이라고 생각했다.

궁금한 건 사실이지만, 내가 몇 번이고 말했듯 나는 연인들이 나에게 숨기 려 하는 건 굳이 캐묻지 않는 주의였고,그건 네메아님에게도 적용이 되었다.

“그러면 나중에 알려주셔야 합니다?”

“•••그래.어차피 내가말하지 않더라도곧알게 될 수도있다.”

도대체 뭐길래 저러는 걸까.

나는 잠깐 네 메 아님 을 바라보다가 슬금슬금 고개 를 들기 시 작한 칼름의 정수리를 내려다보며 말했다.

“근데 칼름이 랑 다른 사도들한테 서 페트미 라의 기운을 제 거하지 않아도 괜찮은겁니까?”

제대로 기억나지는 않는데 그거 때문에 사도들이 여럿 말라 죽었다는 건 기억하고 있다.

“괜찮다. 이 녀석이 도망치고 시 간이 꽤 흘렀는데도 아직 살아 있는걸 보 면 주교가 사도들을 완벽하게 통제하고 있는게 아니라는 걸 알수 있다.”

“확실히.”

“그러니 이 녀석과 나머지 사도들은 이번 일이 끝난 후에 교화시켜도 늦지 않으니까 너는 얼른 가서 쉬도록 해라. 네 천막은 밖에 있는 성기사에게 물어 보면 안내해 줄 거다.”

“알겠습니다. 그럼.”

“으응….

나는 칼름의 머리를 한 번 쓰다듬어준 다음에야 몸을 돌려 천막을 나왔다. 그리고 네메아님 이 말씀하셨던 것처럼 앞에 대 기하고 있던 성 기사의 안내 를 받아 나에 게 배정된 천막 안으로 들어올 수 있었다.

“침대는또 어디서 가져오셨데.”

나는 외투를 의자에 걸고 침대에 걸터앉았다.

“후우.

말은 그리했지만, 혹시라도 칼름이 잘못되는 건 아닌지 꽤 걱정을 많이 했 다.그리고 방금 침대에 앉으며 몸을 옥죄던 긴장감이 풀어져 버렸다.

“•••오랜만에 일찍 잘까.”

긴장이 풀려서 그런 건지는모르겠는데 괜히 몸이 무겁게 느껴졌다.

‘아니면 여태껏 멀쩡했던 반동이 오는 건가.’

마르비우스와 관계를 맺은 후부터 한숨도 자지 않고 릴레이를 하듯 마르비 우스와 아드리 안을 돌아가며 안아주었다.

마르비우스는 하는 게 없으니 가끔 기절하는 거로 잠을 대신하였으나, 아 드리안의 경우는 나와 마르비우스의 호위를 겸하고 있었고 또 본래 가진 체 력까지 좋아밥 먹을 때를 제외하면 한시도 빠지지 않고 내 곁에 붙어 애교를 부려왔다.

당연히 나는 그걸 받아주며 그녀와 밤을 지새웠고 오늘로 나흘째 뜬 눈으 로 보내는 중이 었다.

치유라도 좀 받을 걸 그랬나.”

피곤하다는 생각을 하기 시작하니 몸이 무서운 속도로 무거워지기 시작 했다.

마치 물을 가득 머금은 솜을 가득 짊어지고 있는 듯한.

정말 오랜만에 느껴보는 기분이었다.

저녁을 먹지 않은 게 조금 걸렸지만, 지금은 모든 게 귀찮았기에 나는 랜턴 의 불을줄이기 위해 자리에서 일어났다.그리고테이블에 올려진 랜턴에 손 을 뻗었을때였다.

투욱.

“•••꾈?”

콧구멍이 시큰하더니 인중을 타고 뜨거운 무언가가 느껴졌다.

그에 고개를 살짝 숙이니 테이블 위로 붉은 방울이 뚝뚝 떨어지고 있는 걸 발견할수 있었다.

“……진짜피곤한게 맞나보네.”

내가 코피를 다 흘리다니.

나는 의자에 걸어둔 외투에서 손수건을 꺼내 대충 코를 막으며 랜턴의 불 을 최대로줄이며 다시 침대에 앉았다.

코피는 생 각보다 오래 흘러 나왔다.

대 략 손수건을 절반쯤 적신 후에 야 완전히 멎었다.

“네메아님 말대로진짜 얌전히 있어야겠다.”

지금 생각해보니 사흘간 잠도 안 자고 자지를 놀린 건 확실히 미친 짓이긴 했다.

나는 신발을 벗고 젖은 손수건을 대충 머 리 맡에 두고는 눈을 감았다.

**

말랑말랑.

‘•••꾈?,

뺨을 통해 느껴 지는 따스하고도 부드러운 감촉.

잠깐 눈을 감았던 거 같은데 기 절하듯 잠든 모양이 다.

품에 누가 들어와 안기는 것도 눈치채지 못한 걸 보면 말이다.

나는 습관처럼 끌어안은 누군가의 허리를 살짝 아래로 당기며 얼굴을 감싼 가슴으로부터 고개를 들었다.

!.

.........

막잠에서 깨서 그런지 시야가흐릿했다.

풍만한 가슴이 보였고 새하얀 목덜미와 어깨 뒤로 붉은 머리칼이 눈에 들어왔다.

그것만으로 나는 품에 안긴 상대 가 누구인지 알 수 있었다.

사랑스러운 연인이라는 걸 파악한 나는 잘록한 허리를 끌어 안으며 잠긴 목소리로 물었다.

“•••시론아 언제 왔어…….”

그리고 이어지는 대답에 몽롱했던 내 정신이 단박에 현실로 돌아왔다.

“딸년 이 랑 가까운 사이 인 가 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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