횐 343화 Ep.342 골디 이■스 왕국
나는 손에 들린 칼을 한 번 본 다음, 고개를 돌렸다.
“나중에 꺼내주러 올 테니까 너무 서두르진 말고.”
“•••꾈.”
시 란님 이 알 수 없는 미소를 지 으며 나를 향해 손을 살짝 흔들어 주셨다.
쿠웅—
그리고 대충 바닥에 굴러다니던 천장의 파편으로 입구를 틀어 막아버렸 다.
순식간에 혼자가 된 나는 다시 고개를 돌려 어디까지 이어져 있는지 모를 계단 아래를 보며 생각했다.
‘역시 가슴은 만지지 말걸 그랬나.’
겉으로 보기에는 쿨하게 허락해주신 것 같았는데 사실은 그 모든 게 나를 향한시험이었던 거다.
만지란다고 초면에 가슴을 덥석 주무르는 미친놈이 어디 있단 말인가.
‘여기 있지.’
그러 나 후회 는 없다.
시란님의 가슴에는 그만한 가치가 있었으니 말이다.
“일단내려가볼까.”
사실 밖으로 나가려고 한다면 얼마든지 나갈 수 있다.
입 구를 틀어 막은 파편은 보관소로 보내 버 리 면 그만이 니 까.
달그락.
벽에 걸린 마법등하나를 떼어내 손에 들었다.
‘뭔가이유가 있으신거겠지.’
잠깐 부정 적 인 생 각을 하긴 했지 만, 시 란님 이 시론의 어머님 이 라는 걸 생 각해본다면 시란님 역시 겉과속이 크게 다른 사람은 아닐 거라 생각했다.
저벅저벅.
어느 순간부터 다시 기능하기 시 작한 귓구멍 으로 내 발소리 가 규칙 적으 로 들려왔다.
일단 기감을 펼칠 수 있는 범위까지 펼치기는했지만, 아마도크게 의미는 없을 거라고 생 각한다.
칼름처럼 빈약한 여자라면 괜찮지만, 혹시라도 벡스처럼 전투 신도와 마 주치게 된다면 제대로손도 써보지 못하고 순식간에 제압당하고말 것이다.
애초에 내가잘휘두르는 칼은손에 쥔 게 아니라 아랫도리에 달린 녀석이 니까.
그게 먹히지 않는다면 그냥 죽었다고 봐야 한다.
‘•••진짜더럽게 기네.’
매번 느끼는 거지만 페트미라 이 녀석들은 적당이라는 걸 모르는 모양이 다.
주의 를 기 울이 며 아래로 내 려 가던 나는 생 각보다 긴 계 단에 말동무의 필 요성을 살짝 느꼈다.
물어보고 싶은 것도 생 겼고.
‘시스야. 바쁘니?’
【빨리도 찾으시는군요. 저는 또 사원 서민수가 저의 존재를 완전히 잊은 줄알았습니다.】
평소와 같은 시스의 목소리가 귀를 거치지 않고 곧바로 머릿속에 울려 퍼졌다.
‘야. 내가널 잊기는왜 잊냐.’
【사원 서민수의 지능을 생각해본다면 충분히 가능하다고 봅니다만.】
뭐.왜. 내지능이어때서.
‘화났냐?’
【그런 감정은 가지고 있지 않습니 다. 그보다 무슨 용건으로 부르신 겁니 까.】
화났네.
‘야. 나는 그, 뭐냐. 평소라면 원래 네가 먼저 말을 걸어오잖냐. 그리고 괜히 부르면 귀찮아하고.그래서 기다리고 있었지.’
【시끄럽고 용건이나 말하세요.】
거무지 까칠하네.
껴 안아 줄 몸이 라도 있었다면 잔뜩 안아줬을 텐데.
【전 그런 쉬운 여……. 닥치고용건부터 말하세요.】
남의 생각을 읽은 건 본인이면서 왜 나보고화를 내는 건지 모르겠다.
‘다른 건 아니고 시 란님 이 랑 내 가 나눴던 대화 말이 야. 너도 들었냐?’
【들었습니다.】
‘뭐 …… 문제가 되거나 하는 건 아니 지 ?’
【사원 서민수. 문제 가 안 되 니 제 가 조용히 있었다고는 생각하지 못하시 는겁니까.】
‘……그런가?’
【그런가가 아니라 그런 겁니다. 정말이지 당신이라는 남자는 왜 이렇게 생 각이 짧은 겁니까. 뇌로 가야 할 양분의 일부가 하반신으로 향해서 그런 겁니까.】
‘야야. 머리 울린다.’
【저런.큰일이군요. 그럼 사원 서민수를 위해 저는 다시 한동안 닥치고 있 겠습니다.】
‘아니, 그런 뜻으로 말한 건 아닌데 …….’
얼른 사족을 붙여 보았으나, 시스는 그 후로 내 말에 대꾸해주지 않았다.
‘시스짱?’
일부러 약 올리듯 불러도 보았으나 역시나 무응답.
아직 물어보고 싶은 게 남았는데 .
설마이렇게 예민하게 반응할줄은 몰랐다.
‘화해의 선물로 네메 아님 이 라도 시스교로 개종시 켜줘 야 하나.’
당장은 그것 말고 떠오르는 생각이 없었기에 나는 일단 시스와의 대화를 포기하고 조금 더 빠른 걸음으로 움직여 아래로 향했다.
“진짜더럽게 기네….”
시스가토라진 후를 기준으로 대략 믫분 정도 뛰듯 내려와서야 나는 겨우 계단의 끝을 볼 수 있었다.
그리고 익숙한 형태의 음침한 복도가 나를 환영해줬다.
분명 처음오는곳일 텐데 처음처럼 느껴지지 않는 이 친숙함.
‘사실 나는 페트미 라교도였던 게 아니 었을까.’
그게 아니 라면 이 런 음침한 곳이 익숙하게 보일 리 가 없다.
이게 다 칼름 때문이 다. 나중에 꿀밤 두 대를 먹여주자.
“……누가 있긴한건가.”
도중에 갈림길이 몇 번 나타나기는했지만, 일단무작정 앞으로 걷기만했 다.도중에 벽에 설치된 문도 몇 개 지나치기도 했으나 아직까진 내 별 볼 일 없는 기감에 아무것도 감지되 지 않았다.
“얘 네는 뭐 푯말 같은 것도 안 붙여두고, 길을 다 외우고 다니 나.”
대충 지 나쳐온 방만해도 열 개 가 넘었고 나타나는 갈림 길의 개수만 쳐도 구조가 굉 장히 복잡하다는 걸 알 수 있었다.
투덜거리며 얼마나 더 걸었을까.
나는 막다른 길에 다다랐다.
“어우……좀 쉬자.”
시란님도 서두르지 말라고 하셨으니 잠깐 정도는 괜찮겠지.
다리가 아픈 건 아닌데 위에서 겪었던 일 때문에 심력 소모가커서 그런지 괜히 몸이 무거운느낌이 들었다.
대충 조금 쉬 다가 칼로 표식 이 나 남기 며 갈림 길을 조사해보면 될 것 같다. 도중에 시란님이 데리러 와주시면 더 좋고.
“읏,챠…….”
차가운 바닥에 엉덩이를 깔고 벽에 등을 기댔다.
드르륵-
언젠가 한 번 들어본 적이 있는 소리 가 들려왔다.
그리고 뒤로 기울어지는 상반신.
‘……칼름이 자식….’
시야가완전히 뒤집혔고, 어디 드럼통에 갇혀 바닥을 구르는 것처럼 아래 를 향해 굴러떨어졌다.
“억!! 극!! 으억!! 겍……!!”
머 리 가 어지 럽고 이 마가 얼얼했다.
저번엔 뒤통수를 박더니 이번엔 이마를 박은 것 같다.
“시발……존나 아프네.”
최근 시론이나 누님에 게도 꿀밤을 맞지 않았는데 이놈에 페트미 라교가 내 머리통을 두대나후려갈겼다.
이게 다칼름 탓이다.
깨져버린 마법등을 치우고 얼얼한 이마를 문지르며 자리에서 일어나는데.
휘이익一!!
무언가가 내 팔다리를 휘 감아왔다.
나무?’
팔다리를 옥죄고 있는 것은 갈색의 나무뿌리 였다.
‘존나 질기네…….’
힘으로 풀 수 있나 시도해 보았으나 꿈쩍도 하지 않았다.
오히려 움직이면 움직일수록 더욱 날 조여왔다.
“얌전히 있거라.”
청아한 여인의 목소리가 앞쪽에서 들려왔다.
마법등이 부서지긴 했으나, 다행히 아래에도 주변을 밝혀주는 것들이 있 었기에 나는목소리의 주인을 어렵지 않게 눈에 담을 수 있었다.
어깨에 닿은 진한녹빛 머리칼.
짙은 다크서 클 때문에 퇴 폐 미 가 느껴 지 는 쳐 진 눈매 와 생 기 없는 녹색 눈 동자.
어깨에 걸친 로브가볼록 튀어나올 정도로 커다란 젖가슴.
그리고 짧지만 뾰족한 귀.
!.
.........
‘엘프.. .치고는 귀가 너무 짧은데.’
나를 향해 다가오던 여인은 적당한 선에서 거리를 두고 멈춰 섰다.
그리고는 천천히 나를 머리부터 발아래까지 훑어보았다.
“네 놈이 사도들을 변질시킨 사내놈이구나.”
여인이 갑자기 눈을 찌푸리더니 아래로 축 늘어트리고 있던 손을 입으로 가져가더니 고운 손가락과 다르게 엉망인 손톱을 잘근잘근 씹기 시작했다.
“네놈이 … 네놈 때문에 …… 내가 제거해야 한다고 말씀드렸는데 … 어째 서…….”
대충 봐도 정신 상태가몹시 좋지 않아보였다.
특히 나를 향한 악감정이 아주 대단한 것 같다.
“어째서어째서어째서어째서 어째서 … …!!”
까득—
바닥 아래로 검은색 액체가 투둑 떨어져 내렸다.
“수도의 인간들도… 신도들도… 전부 제물로 바쳤는데 어째서 …… 어 째서 계시를 내려주지 않으시는 겁니까… 어째서 힘을 내려주지 않으시는 겁니까……왜……!!”
한참을 시끄럽게 소리 지르며 손톱을 깨물던 여인이 어느 순간을 기점으 로 조용해졌다.
스윽.
죽은 사람의 것처럼 생기가 느껴지지 않는 눈동자가 위로 움직이더니 내 얼굴을 빤히 노려본다.
‘……시발. 오줌 지리겠네.’
예쁜 걸 떠 나서 분위 기 라는 게 있는 법 이 다.
눈앞에 있는 여자는 어느 의미로 시란님보다 더 공포스러웠다.
“•••전부 네놈 탓이 분명하다. 네놈이 모든 걸 망쳤어
페트미 라가 망하는데 나도 어느 정도 지분을 가지고 있으니 틀린 말은 아 니었다.
다만, 그렇다고순순히 당해준다는 건 아니다.
‘이 여자말고는아무도 없다이거지….’
본인 입으로 도시의 인간들과 신도들을 제물로 바쳤다고 말했다.
매 우 살벌하고 미 친 소리 였으나, 지금의 나에 게 는 매우 유용한 정 보였다.
“네놈을 제물로바친다면…… 페트미라께서 다시 내 기도에 답해주실지 도모를 일…….”
여인이 아주 끔찍한 소리를 내뱉으며 나를 향해 손을 뻗었다. 그러자 내 팔과 다리를 묶고 있던 나무줄기 들이 꾸물꾸물 움직 이 며 조금씩 위로 올라 오기 시작했다.
“천천히… 아주 고통스럽게 죽여주마…….”
“저기요? 저를 죽여도 얻을 수 있는 건 아마도 없을 거라고 생각합니다만. 우리 대화로해결하지 않겠습니까?”
“…….”
여인은 대꾸하지 않았고, 줄기는 점차 내 목을 휘감기 시작했다.
“위에 진짜무서운분 계시거든요? 조금 있으면 내려 올 거란 말입니다. 지 금 절 풀어주시면 제가 어떻게 잘 말씀드려 ……커, 억 ….”
줄기 가 목을 조르기 시 작했다.
물론, 아직은 숨 쉴 만했다. 그냥 연기를 조금 했을 뿐.
여인은 나를 응시하며 중얼거리듯 말했다.
“페트미 라께 버림받는다면 살아갈 의미가 없으니 … … 나를 망친 너를 제 물로 바치고 마지막 기도를 드릴 것이다.”
“그,그래도, 답이 없을지도
“그럼 그때 죽으면 그만인 것을.”
나를 죽이겠다는 여인의 의 지는 확고해 보였다.
슬슬 숨통이 조이 기 시 작했고 대화도 더는 불가능해 보였기 에 나는 그만 몸을 조이고 있는 이 거추장스러운 것들을 떼어내기로 했다.
‘성물 재료 보관.’
시동어를 외 운 순간, 내 몸을 휘 감고 있던 나무줄기 들이 신기루처 럼 사라 져버렸다.
“무슨
?!”
내가 자유를되찾은것에 놀란것인지 여인이 당황한표정을 지으며 뒤로 물러난다.
“그러게 제가 대화로 해결하자고 했잖습니까.”
“네놈••••••!!”
여인이 나를 향해 두 손을 쫙 뻗는다.
혹시 몰라 얼른속으로 시동어를 미친 듯이 외는데 굉장히 머쓱하게도 아 무런 일도 일어나지 않았다.
“그,근본이 사라지다니…… 네, 네놈!! 도대체 무슨 짓을 한것이냐!!”
a 99
근본이 뭔진 모르겠지만, 아무래도 다시 한번 나를 향해 나무뿌리를 쏘아 내려고했던 모양이다.그런데 그게 뜻처럼 되지 않아화가 난것이고.
빠르게 상황을 파악한 나는 머 리를 긁적 이 며 다시 그녀와 거 리 를 좁히 기 시작했다.
“……그냥 죽어라.”
그녀의 입으로부터 섬뜩한 말이 흘러나왔고 동시에 꺼림직한 어둠이 그녀 의 몸으로부터 흘러나오기 시작했다.
치이이익—!!
어둠에 닿은 벽과 바닥이 소름 돋는 소리를 내며 녹아내린다.
‘미친.’
저것도 손에 댄다면 보관소로 보낼 수는 있겠지만, 그럼 굉장히 아플 것이 다.
‘그래도 다행이다…….’
냅다 달려들어 덮쳤다가 저런 걸 맞았다고 생각하니 등골이 서늘해졌다.
빠르게 나를 향해 다가오는 어둠.
나는 그녀를 향해 다가갔던 것보다 배는 빠른 속도로 물러나며 손에 쥐고 있던 검을 사타구니에 딱 붙였다.
남이 본다면 굉 장히 꼴사나운 모습이 겠지 만, 지금은 그런 걸 따질 때가 아 니 었기 에 나는 얼른 불알에 가득 찬 마력을 움직 여 자지를 통로 삼아 검으로 흘려보냈다.
“오러……엩”
여인이 작게 중얼거렸다.
검에 넘실거리는 마력을 오러라고 착각한 모양이다.
내 마력 성질이 조금 특이해 마력이 아니라 오러라고 생각한 것 같다.
‘실제로 오러였으면 더 좋았을 텐데.’
그럼 멋있기라도 하지.
“헛수고다. 저항하지 않으면 빠르게 죽여주마.”
“제물로 바친다고 하지 않으셨습니까?”
“……죽음이 곧 제물이다.”
어둠이 나를 덮쳐왔다.
그리고 나는 덮쳐오는 어둠을 향해 내 마력으로 길어진 검을 그곳을 향해 찔렀다.
‘성물 재료 보관!’
마력에 코팅된 검에 찔린 어둠은 조금 전 사라진 나무뿌리와 마찬가지로 신기루가 되 어 사라져버렸다.
‘……이게 되네.’
신도와 사도들의 체내에 깃든 이질적인 기운들을 제거하던 방법을 응용 해본 것이었다. 당연히 여기서 처음 시도해 본 거라 도박하는 심정으로 냅다 질렀던 것인데 다행히 결과가 좋게 나왔다.
나는 표정을 다잡으며 살짝 입을 벌리고 선 여 인에게 말했다.
“이제 순순히 포기하실 생각이 드셨습니까?”
“……포, 기 …? 웃기지 마라… 웃기지 마!!”
갑자기 괴성을 지르는 여인.
아무래 도 내 가 발작 스위 치 를 눌러버 린 모양이 다.
여 인은 표독스러운 눈으로 나를 노려보며 말했다.
“죽어라!!”
이번엔 하얀 안개 같은 게 뿜어져 나왔다.
그에 닿은 것들이 얼어붙기 시작했다.
‘성물 재료 보관.’
“죽어!!”
안개 가 사라지 자 이번엔 그녀의 손바닥을 통해 구정물 같은 게 흘러 나왔 는데 굉장한 악취를 품은 것이었다.
물론, 앞선 두 개와 결말은 다르지 않았다.
“죽어!! 죽어!! 죽어!! 죽으란 말이 다!!”
그 외에도 닿은 것을 부식시키는 안개나 꺼림직한 기운을 품은 여러 가지 를 토해냈으나 모두 내 보관소에 차곡차곡 쌓여 좋은 재료가 되 었다.
“하아, 하아, 하아……!!”
힘을 너무 많이 사용해서인지 여인의 얼굴은 새하얗게 질려 있었고 숨 쉬 는 것조차 힘들어 보였다.
나 역시 애써 태연한표정을 짓고는 있지만,등뒤는 흘러내린 식은땀으로 축축하게 젖은지 오래였다.
‘상성이 좋아서 다행이지.’
그녀 가 사용한 것들은 다수를 상대로 치 명 적 인 것들 뿐이 었다.
그래서 위 력은 강렬했으나 하나 같이 속도가 느렸고 그덕에 충분히 반응 하는 게 가능했다.
만약, 위 력 이 조금 줄더 라도 내 가 반응하지 못할 정도의 속도를 내는 무언 가가 있었더라면 지금쯤 싸늘하게 식은 상태로 바닥에 누워 있지 않았을까 싶다.
“흐 흐으 흐으으……II”
, “I , ’ “기 • •
?”
창백하게 질린 얼굴로숨을 몰아쉬던 여인이 갑자기 바닥에 주저앉더니 굵은 눈물방울을 뚝뚝 흘리 며 울기 시 작했다.
“정녕 저를저버리신 겁니까…… 어찌하여……!!”
그리고는 바닥을 주먹으로 내려치며 절규한다.
그 분노가 대 단하여 감히 다가갈 엄 두가 나지 않았다.
“하아, 하아…….”
얼마나 시간이 지났을까.
여인이 절규를 멈추더니 거칠어진 숨을 몰아쉬며 고개를 들어 나를 바라 봤다.
“……죽이 거라.”
모든 걸 체념한 표정으로 힘겹게 들어 올린 얼굴을 제외한모든 신체를 축 늘어뜨린 여인.
“이제 포기하신 겁니까?”
“…… ”
숨겨둔 비장의 수가 있는 건 아닌지, 다시 한번 발작스위치를 눌러봤는데 그녀는 잠깐 나를 노려 만 볼 뿐. 이 내 생 기 없는 눈동자를 아래 로 떨 어드린
다.
나는 그녀를 향해 검을 겨눈 채 천천히 다가갔다.
“•••꾈.”
“•••꾈.”
내 가 코앞까지 다가왔음에 도 여 인은 바닥만 바라볼 뿐 어 떠 한 반응도 보 이지 않았다.그제야 나는들고 있던 검을 조심스레 역수로쥐며 어깨에 걸쳐 진 그녀의 로브를 벗겼다.
로브가 사라지자그녀의 숨겨져 있던 젖가슴이 드러났다.
여전히 반응을 보이지 않는 그녀를 내려다보며 나는 아래로 늘어진 그녀 의 두 손을 붙잡아 올린 다음, 아까 벗긴 로브로 꽉 묶어 고정했다.
“•••꾈?”
두손이 속박된 다음에야 아래를 향하던 여인이 고개를들어 나를 바라봤 다.
그러거나 말거나.
나는 살짝 무릎을 굽히고 그녀를 천천히 뒤로 눕혔다. 그리고 터질 듯 팽창 한 셔츠의 단추를 하나씩 풀어나갔다.
“네놈……지, 지금 무얼하는 것이냐……?”
셔츠의 단추가 절반 정도 풀렸을 때, 그녀가 당황한 목소리로 나에게 물어 왔다.
그에 나는 마지막 남은 단추를 풀어내며 그녀의 물음에 답해주었다.
“죽여달라고 하셔서 죽여드리려고 준비하는 중입니다만.”
“……그런데 옷은 왜 벗기는 것이냐?”
나는 역수로 쥐고 있던 검의 손잡이를 두드리며 대답했다.
“직접 찔려보시면 알게 될 겁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