횐 404화 Ep.403 이세계 블랙기업 스미스
“다녀올게.”
시스교가 정식 종교로 받아들여 졌다는 소식과 조금 늦게 돌아올 수 있다 는 말을 전한 다음, 나는 다시 집을 나왔다.
아직은 쨍쨍한 푸른 하늘과 따사로운 햇볕을 맞으며 나는 내리막길을 걸 었다.
‘좀 당황스럽긴 하네.’
나는 신전에서 사람이 왔다기에 분명 심사의 시작을 알리러 온 것이라고 생 각했다. 그런데 이 렇게 곧장 결과를 통보할 줄이 야.
다행히 모두의 예상대로 종교로 인정을 받았기에 망정이지, 그 반대의 결 과를 들었더라면 오랜만에 아주 괴상한 소리를 내 질렀을 것이다. 그 정도로 마음의 준비 가 되 어 있지 않은 상태 였단 소리 다.
“으으, 할일이 계속 쌓이는 이 느낌.”
분명 일이 생기면 그때그때 바로해결하고 있는 거 같은데 어째서 일이 줄 어드는 것 같지 가 않은 걸까.
일단 기쁜 소식을 전하러 와준 벡스에게는 머리를 몇 번 쓰다듬어주며 다 시 길드의 공터로 돌려보냈다.
그야 저쪽에서 우리를 정식으로 인정해 줬다지만 그렇다고 해서 당장에 무언가변하는 건 아니니 말이다.
신전을 짓기 위해서는 일단도시를 증축할 필요가 있었고, 아직 자금이 다 모이지 않아 증축을 위한 인부들과 기술자들도 고용하지 않은 상태였다.
‘뭐, 지하에다가 만들라고 하면 알아서 잘 만들 것 같긴 한데.’
페트미라특유의 음침한 디자인은 마음에 안들지만, 그녀들이 땅아래에 은신처를 짓는 기술은 인정하지 않을 수가 없었다.
그렇다고 시 키 겠다는 건 아니 다.
무엇보다 시스가 싫어할 게 뻔히 보였다.
결론은 그럴듯한 활동을 위해서라도 신전을 꼭 필요했고, 여러 가지 요소 를 고려하면 최소 이번 겨울까지는 지금과크게 달라지는 게 없을 거다.
물론, 정식 종교로 인정을 받았으니 제대로 된 체계를 정하기 위해서 내일 이 나 모레 쯤 방문하기 는 할 테 지 만, 그건 어 디 까지 나 내 부의 정 리를 위 한 것 이고 포교 같은외부 활동은 신전이 완성된 이후부터 진행하게 할 계획이다.
어느새 동쪽 거리로 들어온 나는 뜨거운 시민들의 시선을 받으며 비젤린 님의 공방으로 바삐 걸음을 옮겼다.
정식으로 종교를 인정받았으니 드디어 머릿속으로만 생각해 왔던 일을 실 행에 옮길 시간이 었다.
‘될지 안될지는 모르겠지만 안되더라도 써먹을 곳은 있으니까.’
저쪽 수도에서 시오린씨가 인형이었다는 사실을 알게 된 순간부터 생각 해 왔던 일.
달칵.
[ X 歹 가 그려진 푯말이 붙어 있었으나 다행히 문고리는 정상적으로 돌아 갔다. 나는 부드럽 게 움직 이는 문을 밀고 공방 안으로 들어왔다.
“위에 계시나.”
불이 꺼진 공방의 1층은 굉장이 고요했다.
딱히 나쁜 짓을 저지르러 온 게 아니었기에 나는 기척을 죽이지 않고 천천 히 계단을 밟고 올랐다.
“안 계시나?”
1층과 마찬가지로 인기척이 느껴 지 지 않는 넽층.
‘시란이랑 어디가신건가.’
나에게는 싸우지 않고 대화만 나눈다 이야기했으나, 사실은 어디 먼 곳까지 이동해 피 터지는 혈투를 벌이고 있다든지 …?
‘그런 것 치고는 돌아올 때 말끔하게 왔었지.’
나는 잠깐 고민하다가 祄층인 비젤린님의 침실로 향했다.
혹시 자고있는 걸지도모르니 말이다.
뭐, 시란이 보이지 않는시점에서 그럴 가능성은매우희박했지만.
오랜만에 들른 김에 그냥 보고 간다는 기분으로 계단을 밟았고.
“실례합니다.”
다락문 형태의 문을 밀어 올렸다.
화아악一!!
뜨거운 열풍과 함께 진하게 풍겨오는 암컷의 향기. 그리고…….
“으긋, 윽, 그으으윽……봽”
“시발, 시발, 시발!!”
펼쳐지는 엄청난 광경에 나는 그만 정신을 잃고 말았다.
軻*
“•••꾈.”
“•••꾈.”
곧 터질 듯한 얼굴로 바닥에 무릎 꿇은 두 사람.
나는 침대에 앉아둘을 향해 말했다.
“방해한 거 같아죄송하네요.”
“•••꾈.”
“•••꾈.”
둘의 고개가 더욱 아래로 내려간다.
나는시선을돌려 구석에 누워있는 ‘시오린’을보았다.
홀딱 벗겨진 채 탐스러운 엉덩이를 내밀고 있는 인형.
‘진짜뭘하고 있었던거지.’
침실의 문을 열고 고개를 들이 밀자마자 본 것을 나는 죽을 때까지 잊지 못할 것 같았다.
바지만 벗은 채로 바닥에 엎어져 맑은 물줄기를 뿜어대던 비젤린님과 비 젤린님의 침대에 올라시오린의 엉덩이에 그,음, 격렬하게 주…… 아무튼.
“그, 한참 즐기 던 중이셨던 것 같으니까 용건만 말하고 빨리 가보겠습니 다 ” •
“즐기…!!”
시란이 발끈하며 고개를 들었다.
“•••던 거 아니, 라고.”
그리고 나와 눈이 마주치자 금방 고개를 숙여버린다.
입이 좀 거칠긴 했지만분명 시오린을 붙잡고 있던 시란의 입꼬리는 흐릿 하게 올라가 있었다. 그러나 이런 일로 뭐라고 하며 시간을 잡아먹을 생각은 없기에 그냥 고개를 끄덕이며 넘어가기로 했다.
애 초에 싸우지 만 않으면 둘이서 뭘 하든 내 가 관여할 게 아니 었다.
“비젤린님?”
마치 절대로 보여주고 싶지 않은 부끄러운 치부라도 들킨 사람처럼 반응 하는 비젤린님.
“혹시 말입니다.저 인형.하나만들어 주실 수 있으십니까?”
인형?”
“네.,,
죄 인처럼 고개를 숙이고 있던 두 사람이 약속이 라도 한 것처럼 동시에 고 개를들었다.
“•••인, 형은 갑자기 왜?”
“이래저래 시험해 볼 게 있어서요. 어려울까요?”
“어렵지는 않은데
않은데?”
“원하는완성도에 따라서 시간이 좀 걸려.”
“딱저 정도수준이면 되는데.”
나는 구석에 엎드려 있는 시오린을 가리켰다.
“•••그럼 최소반년은걸릴 거 같은데.빨라도 이번 겨울에나완성 할수 있 을 거야.”
“딱 좋습니다.”
그때면 도시 증축과 함께 신전의 건설도 어느 정도 진행되 어 있을 테니 말 이다.
“그냥, 아무렇게나 만들어 주면 돼?”
“생각해둔 게 있긴합니다.”
“어,적어 봐.”
무릎 꿇은 상태로 비젤린님 이 손을 가볍게 흔들자 책상에 있던 종이와 팬 이 내 손으로 날아들었다.
“시란.”
“•••꾈왜?”
“잠깐 이리와 봐요.”
무릎걸음으로 슬금슬금 다가온 시 란을 뒤 돌아보게 한 다음, 나는 그녀의 등에 다가 종이를 대 고 팬을 꼬적 였다.
‘일단 머리는 하늘색에 길이는 시란 정도면 적당하겠지.’
그 밖에도 눈매와 얼굴의 느낌, 전체 적 인 키와 가슴의 사이즈. 그리고 가 장 중요한 아래까지 .
“여기 있습니다.”
“어디……:’
종이를 받아든 비젤린님의 눈동자가 빠르게 움직였다.
“굉장히자세하게 썼네…?”
“어려울까요?”
“아니,뭐. 이렇게 구체적으로 적어주면 오히려 더 쉽지.”
그럼?”
“•••만들어 줄게. 근데 공짜는 아니야.”
“그럼요.저도그렇게까지 양심 없는놈아닙니다.”
종이에 적힌 대로만 만들어진다면 완벽한 내 이상형이 탄생할 텐데 그깟 돈쯤이야.
“돈은 나도 많아.”
그럼?”
새, 생각 좀해볼게』
“뭐,그러시죠.”
그러고 보면 저번에 마력 다루는 법을 배울 때도 대가를 생각해 보겠다고 대답했었는데 여태껏 언급도 없다.
만약 까먹은 거라면 굳이 언급해서 일깨워줄 필요가 없기에 나는 그냥 조용히 입을 다물고 넘어가기로 했다.
“그럼…… 아.”
침대에서 일어나려던 나는 다시 자리에 앉았다.
“방금 통보받았는데 다른 교황들이 우리를 인정해 주기로 했데요.”
“잘 됐다. 그러면 곧 신전을 짓겠구나?”
“바로는 힘들고 일단 도시를 증축하면서 같이 지으려고요.”
잊고 있었는데 내일 나이엘에게 들르면 어떤 구조로 신전을 지으면 좋을 지 물어봐야겠다. 가장좋은 건 그냥 나이엘에게 전권을 위임하는 거지만 어 디까지나 신전의 주인은 시스가 될 테니 그녀의 의견을 들어본 다음, 최종적 으로 시스의 검토를 받으면 그럭저럭 괜찮은 완성물이 나오지 않을까 싶다.
‘•••성물 아이디어도더 짜내봐야겠네.’
돈 들어갈 곳은 자꾸만 늘어나는데 언제까지고 스타킹 하나로만 버틸 수 는 없는 노릇이다. 슬슬 스타킹 이외에도 사람들에게 보급해도 괜찮은 성물 도 하나 만들어 봐야겠다.
“그러면 가볼게요.”
풍요의 신전에 들러 네메아님에게 엘프의 초대에 응하게 됐다는 것도 알 려줘 야 했고 혹시라도 종교 활동을 하면서 주의해야 할 것들이 있는지도 물 어봐야했다.
‘다툼이 벌어져도 백 이 면 백 이쪽이 이 기 긴 할 테 지 만 그래도 안 싸우는 게 가장 좋으니까.’
내가 아래로 내려오자 얌전히 있던 시란이 조용히 옆에 붙어왔다.
“배웅안해줘도 괜찮은데.”
“•••인형은왜만들려는 건데.”
“네?,,
시란이 조금 불만스러운 듯한 표정으로 나를 올려다보며 말한다.
“우리로는 부족해? 그래서 그러는 거야?”
나는 조금 화난듯 보이기도 하는 시란의 얼굴을 빤히 바라보다가그만 그 녀를 번쩍 끌어안고 말았다.
부드럽고 따뜻한 시란의 뺨에 내 뺨을 문지르며 물었다.
“질투하는 겁니까?”
“•••차라리 여자를 늘려.왜 하필 저년 인형인데.”
“아〜 그게 문제였군요.”
대충알 것같았다.
아마도 비젤린님은 자신이 만든 인형에 자유롭게 빙의? 그런 걸 할 수 있 는 모양이다.
그게 아니면 그냥 단순히 비젤린님이 만든 인형에 기뻐하는 내 모습이 보 기 싫다거나. 어느 쪽이든 귀 엽다.
“괜찮아요. 종교적 인 용도로 사용할 거니까.”
“•••종교?”
나는 고개를 끄덕 이 며 시 란을 내 려주었다. 그리고는 살짝 붉어진 뺨을 어 루만지며 말했다.
“예.그러니까 걱정하지 마세요. 이렇게 예쁘고 사랑스러운부인이 옆에 있는데 제가왜 그런 인형에 신경을쓰겠어요.”
“그,그래…?
시란의 입꼬리가 씰룩이더니 결국에는 날카로운 이빨을 나에게 보여주었 다. 이런 걸 보면 시란과시론은확실히 모녀지간이 맞았다.
“그래요.그런데 시란.”
“어?”
어느새 기분이 다풀린 시란이 새빨간눈동자를 끔뻑였다.
“비젤린님이랑 아까뭐하고 있었어요?.”
“아…….”
내 팔짱을 끼고 따라 내려오던 시란의 얼굴이 다시금 굳어진다.
“아니,그냥궁금해서. 딱히 이상하게 보는 건 아니고요.”
“•••그런 말을 하는 것부터 이미 이상하게 생각하고 있다는 거잖냐.” 음. 역시 시란.
아주 날카롭다.
솔직히 그런 장면을 본다면 누구나 나와 같은 생 각을 하지 않을까.
“크흠. 잠깐 당황했을 뿐입니 다. 그래서 뭐하던 중이 었어요?”
“……저년을 패고는 싶은데 네가 싸우지 말라고 했으니까. 저년도 나랑 화해는 하고 싶은지 이래저래 이야기하다 보니 뭐 … ….”
“뭐?
시란이 고개를 숙이며 아주 작은 목소리로 대답했다.
“나, 나는 나대로 스트레스 풀 수 있어서 좋고, 그년은 그년대로 욕구 해 소할 수 있는 방법을 찾다가 그렇게 됐지 … ….”
“ 아하.”
그러니까시란은 시오린의 인형을 거칠게 다루면서 비젤린님께 쌓인 분노 의 감정을 해소했고, 비젤린님은 그걸로 성욕을 해소했다.
……라는것 같은데.
‘그래도좀 많이 과격하긴 했지.’
주먹 이 푹푹 들락날락 거리 다니 .
물론, 시란의 손이 나와 비교하면 한참이나 작긴 하지만그래도 주먹인데.
‘•••음?’
천천히 계단을 내 려오던 나는 문득 한 가지 사실을 깨달았다.
시란의 주먹을 그렇게 받아내고도 인형은 망가지 지 않았다.
그렇다는 건 내가 부탁한 인형의 내구도 역시 그와 비슷한 수준이라는 것.
“•••주먹은왜
“예? 아, 아닙니다.”
나는 무의 식 적으로 쥐 락펴 락하던 주먹을 털어 냈다.
그에 시란이 살짝 부끄러운 듯 나에게 속삭였다.
“해보고 싶으면 말해. 다른 아이들은 몰라도 나는 괜찮을 테니까.”
“……올라가 보세요.”
나는 문 앞에서 시란의 엉덩이를 두드렸고, 시란이 수줍게 웃으며 다시 계 단으로 올라갔다.
‘튼튼하다라…….’
.
나중에 성물 테스트용으로 시오린을 좀 빌려도 괜찮을 듯싶다.
그렇게 공방에서의 용건을 모두 끝마치고 풍요의 신전으로 가기 위해 거 리로나온순간.
솨아아아아악—!!
-아이쿠, 물건들!!
-시발 갑자기 웬 비야?!
-……다 버려야겠네.
나는 갑자기 누가 물을 끼 얹은 것처럼 사납게 쏟아지는 빗방울을 맞으며 고개를 들었다.
쨍쨍하게 떠 있는 태 양.
새파란 하늘.
구름 한점 없이 맑은하늘에서 비가쏟아지고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