횐 466화 Ep.465 칼란 대산림
무언가가 얼굴을 간지럽힌다.
적당히 차갑고 부드러운 감촉.
“ 깼구나.”
눈을 뜨니, 내 취향에 맞게 개조된 엘프 인형이 나를 내려다보고 있었다.
구도를 보아하니 내가 인형의 허벅지를 베고 누워 있는 것 같다.
“어떻게 된겁니까?”
“그걸 나에게 묻는 것이냐?”
“음.”
얼굴이 좀 두껍긴 하지만, 확실히 이번 건 조금 양심에 찔린다.
나는 시론과 기에나를 적당히 섞어 놓은 듯한 엘프의 얼굴을 감상하며 생 각을 정리했다.
‘한 발 시원하게 사정했다. 그리고 이 미친 좆대가리 새끼가 지멋대로 또 뭔가를 주워 먹었다.’
처음 정신을 차렸을 때는 정신이 몽롱해서 몰랐는데 얼추 의식이 또렷해 지니 사타구니 쪽이 몹시 화끈거리고 있는 게 느껴졌다.
‘한동안 잠잠하다 싶더니, 또 뭘 멋대로 처먹은 건지 … ….’
분명 내 몸에 달린 놈이 맞는데 왜 이렇게 멋대로행동하는 건지 모르겠다 . 그렇다고 뭐 때리거나 교육할 수도 없는 노릇이고.
‘그래도 터지진 않은모양이네.’
좀 과하게 화끈거리긴 하지만, 그건 새롭게 빨아들인 기운이 아직 자리를 잡지 못해서 그런 것일 거다.
대충 태어나 처음 겪어보는 불알이 터져버릴 것 같은 고통에 기절을 하고 지금 정신을 차렸다, 정도로 상황을 이해하면 될 것 같다. 조금 의아한 건 완 벽히 무방비한 나를 그녀가 어째서 간병하고 있었냐는 거다.
“제가 얼마나 누워 있었습니까?”
“나흘 정도됐구나.”
“•••네 시간이 아니라?”
“그래. 정확히 해가 네 번 지고 떴다.”
“미친.”
나는 얼른 몸을 일으키려고 했다.
“끄응
그런데 몸에 힘이 들어가지 않았다.
마치 한계 까지 근육을 혹사 시 킨 듯 팔다리 가 후들거 렸다.
“죄송한데,혹시 저한테 무슨 짓 하셨습니까?”
“해주랴?”
너무 자연스럽게 내 머리를쓰다듬고 있던 인형의 손이 목위를 감쌌다. 당 장이라도 졸라버릴 것처럼.
“실언했습니다….”
“흐 ” 邵.
사나운 눈매를 더욱 가늘게 뜬 인형이 목을 놓아주며 다시 내 머리를 쓰다 듬었다. 연인들이 나를 만질 때와 비슷한 손길.
‘미쳐버린 건가?’
그도 아니 면 베 네 오와 비 슷한 경 우일지 도 모른다.
한 가지 분명한 건 당장에 그녀가 나에게 위해를 가할 생각이 없어 보인다 는 점이다.
‘다행이긴 한데…….’
나는 잠깐 의식을 불알에 집중했다.
여태껏 흡수된 기운들은 저마다 구역을 나눠 자신만의 거처를 만들었는 데 새로들어온이 녀석은 자기가뭐라도되는것처럼 마력과 치고받고 싸우 는 중이다.
그래서 나는 그녀에게 묻지 않을 수가 없었다.
“실. 제가 당신에게서 뭘 빼앗은 겁니까?”
“…….”
인형의 눈이 다시 한번 가늘어졌다.
이번 건 시론이 살짝 화가 나 깨물기 직전의 표정과 닮아 있었다.
“나를 놀리는 것이냐?”
“•••진짜몰라서 묻는 겁니다. 거짓말처럼 들리시겠지만, 아래에 달린 저놈 은 가끔 제 허락 없이 지 멋대로 행동할 때가 있습니 다.”
“하,신체의 일부가 어찌 주인의 허락 없이 움직인단말이냐?”
그러니까요.
나도 그게 참 의문이다.
분명 태어날 때부터 나와 함께한놈인데 말이다.
“ •••진짜구나?”
“놀랍게도.”
“허.”
인형이 어처구니 없다는 표정을 지었다.
그때, 나는 또 한 가지 새로운 사실을 깨달았다.
‘목소리가안울리네…?’
인형이 입술을 달싹이더라도 실제 목소리는 머리를 통해 들려온다.
그런데 지금은 진짜 육성으로 대화하고 있는 듯이 목소리 가 아주 선명하 게 들려온 것이다.
‘그렇다고 육성은 아닌데.’
울리지만 않을 뿐이지, 그녀는 분명 전음을 통해 나에게 의사를 전달하는 중이 었다. 원인은 뭐 굳이 생각할 필요가 없을 것 같으니 넘어 가자.
“역시 죽여버릴걸 그랬나.”
“•••다듣고 있습니다만.”
최대한 태연한 척 말을 내뱉었으나, 풀밭에 닿은 등에서는 식은땀이 흐르 기 시작했다.
유일하게 내 몸을 보호할 수 있는 수단인 오일막.
그걸 몸에 두르기 위해서는 다량의 마력이 필요하다.
그런데 지금은 그 마력의 양이 부족할뿐더러, 좆이 멋대로 빨아먹은 그녀 의 기 운과 드잡이 질을 하는 중이 라 티 끌만큼도 끌어 다 쓸 수 없는 상황이 었 다.
기절하기 전에 보였던 그녀의 행동만 본다면 방금 내뱉은 말은 결코 농담 이 아닐 거다.
“손수 돌봐주시 기까지 했는데 그전의 일은 다 잊고 지금부터 라도 사이좋 게 지내는 건 어떨까요?”
“덩치에 어울리지 않는 요사스러운 입이로구나.”
인형이 가소롭다는 듯이 웃었다.
“지금은 명백히 내가 갑이거늘.”
“보지 라도 빨아 드릴까요?”
“•••네놈 대가리에는 성교에 관한 것 밖에 들어있지 않은 것이냐?”
내 정자를 쥐어짜 멋대로 자식을 잉태하려던 탕녀에게 저런 소리를 들어 야하다니.
‘근데 딱히 틀린 말은 아니긴 해.’
그래서 그런지 별로 화가 난다거나 그러진 않았다.
“하아, 되었다.새파랗게 어린놈과드잡이질을 해서 내게 남는 게 무엇일 꼬.”
꽈아아악.
“아아아악?!”
“내 자존심은진즉에 네놈이 다뭉그러트려 버렸는데 말이다.”
인형이 내 볼을 조금 아프게 잡아당겼다.
그러 다가 눈물이 찔끔 흘러 나오니 놓아주었다.
“너를죽이면 밖에서 벼르고 있는 것들이 난동을 부릴 테고, 지금의 나는 그년들을 막을 수가 없으니 너를 헤칠 수가 없지.”
돌아가면 우리 누님 삼 인방을 진득하게 안아줘 야겠다.
“무엇보다…
……?’
착각일까.
한순간이 지만 인형의 두 뺨이 살짝 발그레 물든 것처럼 보였다.
“이제는 네놈이 알려준 그 강한 자극 없이는 지루한 시간을 보낼 자신이 없어졌다.”
사고를 친 걸 알긴 하는지,죽은 듯 누워 있던 스미스 주니 어 가 흠칫하며 반 응을 보였다. 그만큼 방금 그녀 가 내뱉은 말의 위 력이 대 단했다는 소리 다.
“거슬리면 죽일 것처럼 말씀하시더니.”
흥.
99
인형이 고개를 살짝돌려 시선을 피했다.
‘요점은 진짜 쾌락의 맛을 알아버려서 유일하게 그걸 느끼게 해줄 수 있는 나를 필요로 한다는 거 아닌가?’
그러면서 갑은 무슨.
나는 여전히 내가그녀의 위에 있다는것을확인했다.
물론, 지금은 몸 상태가 좋지 못하니 입을 얌전히 놀릴 필요가 있다.
“그러면 서로 화해하는 겁니다?”
그래.”
멈춰 있던 인형의 손이 다시 내 머리를 상냥하게 쓰다듬기 시작했다.
“그러면 이제 슬슬처음 질문에 대답해주시면 안됩니까?”
어 쩌 다가 이 야기 가 다른 쪽으로 빠져 버 린 건 지 .
뭐 , 나름 유익한 대화였기에 불만은 없지 만, 그렇다고 질문의 대답을 은근 슬쩍 넘어가줄 생각은없다.
그런데.
“싫다.”
“•••꾈?”
인형이 아주 단호한눈으로 나를 내려다보며 그리 말했다.
“저희 방금 화해하지 않았습니까?”
“그렇지.”
“그런데 왜 안 알려주신다는 겁니끄아아아아아?!”
인형이 다시 한번 내 볼을 쭈욱 잡아당겼다.
크게 힘을 준 것 같진 않은데 왜 이렇게 아픈 걸까.
“고얀 것.”
“……뭐가요.”
인형이 꿀밤이라도 한대 먹일 것처럼 주먹을 쥐락펴락하며 말을 이었다.
“말을 해주지 않겠다는 건 네놈을위해서다.”
“•••저를요?”
“그렇다. 나는 너를 생각해 내린 결정인데 너는 나를 속이 좁은 암컷이라 고 생각하지 않았더냐.”
억울하다.
!..
.......
물론, 속이 좁다고 생각한 건 맞지만 나는 상대의 속내를 읽을 수 있는 능 력은 가지고 있지 않았다.
내가 그녀의 속내를 알았다면 당연히 그런 생각을 하지도 않았을 터.
“저는하나씩 다설명해주시지 않으면 모른단 말입니다. 그냥대답하기 싫 다고만 말씀하셨으니 제가오해하는 건 당연한 거 아닙니까?”
“그도 그렇구나.”
“그러니 제 뺨을 잡아당긴 거 사과하십쇼으으으으으!!”
“너무 기 어오르지 말아라. 그래도 내가 네놈보다 한참이나 연장자인 것을 ” •
이번에는 정말로 뺨이 떨어져 나가는 줄 알았다.
나는 팔에 힘이 들어가지 않아 어쩔 수 없이 고개를 살짝돌려서 부드러운 인형의 허벅지에 화끈거리는 뺨을 문질러 식혔다.
“제대로 된 대화라는 걸 나눈지 너무 오래되어 그런 것이니, 네놈이 알아 서 이해하거라. 아니면, 그런 것 하나 이해해주지 못할 정도로속이 좁은 것은 아닐 테지?”
“……이해할테니, 조금만 더 자세하게 설명 부탁드립니다.”
“흐흐, 그래.”
인형이 히죽 웃는데 그 미소가 리히나님의 미소와순간 너무 겹쳐 보여 팔 뚝에 오소소 소름이 돋아났다.
“네놈이 내게서 가져간힘, 네놈이 그게 뭔지 알게 되면 제대로 자리 잡기 도 전에 네놈의 불알이 터져버릴 거다. 아니,불알뿐만 아니라몸 전체가터져 버릴지도 모르지.”
“•••그냥 겁주시는 거아니죠?”
“진심으로 하는 소리다. 그게 뭔지 알게 되는 순간, 헛생각에 사로잡혀 그 힘에 먹혀버릴걸?”
인형은 시선을 살짝 들어 내 사타구니를 보며 나직이 중얼거렸다.
“뭔지도 모르고 덥석 삼킨 주제에 용케 죽지 않고 잘 버티는구나.”
원래부터 말라있던 입이 더 바짝말랐다.
“실님
엩,,
“무어냐.,,
“저,괜찮아지고 있는겁니까?”
“글쎄. 어찌어찌 버티고 있는 것처럼 보이긴 하다만, 크게 진척이 없는 걸 보면 안심할 수는 없어 보이긴 하구나.”
“……좀 도와주시면 안 됩니까? 아니면 도로 가져가신다거나.”
내 물음에 인형이 피식 웃으며 말했다.
“그런 게 가능했다면 진즉에 회수했을 터. 그게 불가능하니 이러고 있는 것 아니겠느냐.”
“그러면 무슨 조언이라도……?”
“흐흐, 죽음에 태연한척 굴더니, 막상눈앞에 닥치니 무섭긴 무서운가보 구나.”
남은 입 이 바짝 마르고 식은땀이 나와 죽을 지경인데 .
인형은 나를 귀 엽다는 눈으로 바라보며 머리를 두어번 더 쓰다듬었다.
“우연인지 아닌지는 모르겠으나, 지금 네놈을 도와줄 수 있는 것을 네 가 데리고 있더구나.”
“•••데리고 있어요?”
“그래. 마침 저기 데려오는구나.”
인형이 내 고개를 살짝 옆으로 돌려주었다.
천천히 갈라지는 숲.
그 중심을 나란히 걷고 있는 두 여인.
나는 리히 나님을 따라 걷고 있는 타니 아를 보며 생 각했다.
‘시란이 바라는 게 이거였나 보구나.’
세계수의 힘.
그녀는 내가 그것을 얻길 바랐던 모양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