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이세계 블랙기업 스미스-513화 (513/771)

횐 513화〉Ep.511 르벨룸 요새

끈적하고 농후했던 밤의 시간.

그리고 격렬했던 새벽.

“끄으으응

얼마나 잠들었었던 걸까.

정신은 피로한대 육체는 말짱하다.

여기서 발생하는 괴리감 때문인지 뭔가 뭔가하다.

새근- 새근

나는 양옆에서 들려오는 고른숨소리에 고개를 돌리려 했다.

‘•••꾈?,

그러 다가 정수리 에 서 느껴 지는 기분 좋은 압박감에 고개를 슬쩍 들었다. 그제야 나는 늦은 새벽까지 살을 겹쳐왔던 여인들에게 포위당해 있다는 사 실을 깨달았다.

일단, 내 왼팔을 끌어 안은 채 , 어깨와 가슴 사이 에 뺨을 가져대고서 잠들 어 있는 벨라니스경.

나머지 팔다리도 상황은 비슷했다.

벨라니스경 이후에 불러들였던 기사와병사들이 사이 좋게 하나씩 차지하 고서 잠들어 있다.

그리고 내 몸뚱어리를 조각낼 수는 없었기에 껴 안을 게 부족했던 두 명은 가랑이와 머리 쪽에 자리를 잡고서 잠들어 있었다.

‘침대 큰 거로바꾸기 전에는매일 이렇게 잤었지.’

그리 오래된 일도 아니건만,괜히 떠오르니 가슴 한쪽이 간질거렸다.

‘조금만 더 잘까.’

오늘 정오가 되 면 끝날 인 연 이 기 도 하고.

벨라니스경도 그렇고 다들 체력이 바닥난 상태이니, 굳이 깨워서까지 남 은 시간을 보낼 필요는 없지 않을까.

생 각을 끝낸 나는 새 근새 근 들려오는 고른 숨소리 와 몸을 감싸는 따스한 체온을 느끼며 다시 눈을 감았다.

쿡. 쿡. 쿡.

‘•••꾈?,

손가락으로 뺨을 찌르는 감촉에 자연스레 눈이 뜨였다. 그리고 보인 것은 색이 옅어진 아르델라의 얼굴.

당연히 잠에서 깬 누군가가 나를 만지는 거라고 생각했는데 설마 아르델 라의 얼굴을 볼줄이야.

스르륵.

내 가 눈을 뜨자, 아르델라는 내 머리 칼을 정 리해주며 잠들어 있는 여 인들 이 깨어 나지 않게 옆으로 살짝 물러 났다. 그리고는 고운 손가락을 이용해 한 쪽을 가리켰다.

나는 고개를 살짝 들어 아르델라가 가리킨 곳을 봤다.

벽에 걸린 작은 시계.

막잠에서 깨어 흐릿한시야를극복하기 위해 이마를 살짝찌푸렸다. 그제 야 초점이 맞춰지며 시계의 바늘이 어디를 가리키고 있는지 확인 할수 있었 다.

11시 40분.

정 오까지 는 아직 20분 정도 남았으나, 아르델 라는 칼같이 내 가 저 택 에 서 나왔으면 하는 듯하다.

실제로 옆으로 물러난 아르델라는 입술을 삐죽 내민 채, 풍만한 가슴 아래 에 팔짱을 끼고서 나를 내려다보고 있었다. 얼른 일어나서 정리하고 나오라 는무언의 시선까지.

‘여보님께서 나오라면 나와야지.’

나는 몇 번 사용하면서 감을 익힌 오일막을 몸에 둘렀다.

또한, 시론과 다른 연인들이 깨어나지 않게끔 빠져나오는데 이 미 상당한 숙련도가 쌓여 있었기에 어렵지 않게 여인들의 속박에서 빠져나올 수 있었 다.

스윽.

내가침대 아래로 내려오자, 난잡하게 널브러져 있는옷가지 속에서 정확 히 내 것을 찾아낸 아르델라가 그것을 나에게 가져왔다.

“곧 나갈 테니까 먼저 나가 있어.” a 99

곧바로 옷을 걸치지 않자, 아르델라가 이마를 살짝 찌푸렸으나.

쪽. a 99

“응?

입술을 가볍게 맞추자 옅은 홍조를 띄우며 고개를 끄덕였다.

달칵.

아르델라가 조용히 문을 닫고 나간 후, 나는 손에 든 옷가지를 대충 소파 에 던져두고서 다시 침대로 돌아왔다.

‘아르델라도 흑역사 같은 게 있는지 물어보려고 했는데 시간상 그건 힘 들겠네.’

나는 침 대 에 조심 히 올라 내 가 사라진 자리 에 얼굴을 묻고 있는 벨 라니 스 경을 돌려 눕혔다.

깨울 생각은 없었다. 그런데 벨라니스경의 눈꺼풀이 파르르 떨리며 천천 히 위로 올라가고 있었다. 품에서 빠져나올 때는 괜찮더니, 몸을 조금 돌려 눕힌 거로 깨어날 줄은 몰랐다.

“으으……우음…?”

혹시라도 나를 보고 소리칠 것을 우려해 일단 가볍게 입술을 겹치는 것으 로그녀의 입을 틀어막았다.

“응,으음

으으음…?

그리고 예상했던 대로 점차 거치는 그녀의 눈.

나는 조심스럽게 입술을 떼어내며 말했다.

“쉿.

벨 라니 스경은 두 눈을 동그랗게 뜬 상태 로 고개 만 끄덕 였다.

스으윽.

흐트러진 그녀의 머리칼을 정리하며 드러난 이마에 입술을 맞췄다.

“시간이 다돼서 이제 나가봐야 합니다.”

“아

설렘으로 가득하던 벨라니스경의 얼굴에 짙은 아쉬움이 드러났다.

“뭡 니까. 꼭 오늘이 마지막이 라는 것 같은 그 표정은.”

?”

셀렘, 아쉬움, 다음은 당황이었다.

얼굴에 감정이 너무 잘 드러나는 사람이다.

“이번에는할 일이 많아서 힘들겠지만, 나중에…….”

“……?!”

귀 에 속삭인 말을 듣자마자 그녀 가 흠칫하며 입 술을 달싹였다.

“그러면 오늘 하루 푹 쉬고 나중에 봐요, 벨.”

“……네에.”

그녀는 수줍게 대답하더니, 이불보를 머리끝까지 끌어올리며 숨어버렸다.

‘더 깬 사람은 없나?’

마지 막으로 나는 혹시나 깬 사람이 있는지 확인해봤다. 확인 작업은 간단 했다. 그냥 자고 있는 기사와 병사들의 얼굴에 내 얼굴을 가까이 가져대는 것

‘다행히 없네.’

벨라니스경이 깨는 바람에 나도 모르게 개인적으로 전해주려고 했던 말 을 꺼 내버 렸다. 만약에 누군가가 이 대화를 엿들었다면 크게 소외 감을 느낄 수도 있다고 생 각했다.

확인을 전부 끝낸 나는 소파에 던져두었던 옷가지를 챙겨 입은 후 조용히 방을 나왔다.

“언제 왔어?”

그리고 계단 아래에서 기다리고 있던 아르델라의 허리를 끌어안았다.

“조금전에…….”

“흐흐.”

“뭐,뭐야….”

“그냥.

한 번 더 장난스럽 게 웃었지 만, 아르델 라는 잠깐 노려보기 만 할 뿐 다른 행동을 취하지 않았다.

“그보다 뭐 좀 먹었으면 하는데.”

요즘 비축할 틈도 없이 만들어내는 족족 짜내고 있다 보니 나로서도 배가 고플 수밖에 없단 생각이 들었다.

“만찬실로 가자.”

“만찬실?”

아르델라가 고개를 끄덕이며 말을 이었다.

“어머니께서 하실 말씀이 있는 듯하다.”

“……엩 뭐가 또 남았나?”

아르델과 할 이 야기는 다 끝낸 것 같은데.

뭐, 가보면 알겠지.

나는 아르델라와 함께 내성문을 열고 계단을 밟아 만찬실로 향했다.

“어서 오세요.”

넓은 만찬실에 홀로 앉아 있던 아르델이 내게 인사해왔다.

나는 아르델라와 함께 아르델의 옆자리 에 앉았다.

달그락.

아르델라가 자연스럽게 가장 가까이에 있던 요리를 덜어낸 다음 나에게 내밀었다.

“먹으면서 들으세요.”

그에 나는 눈치 보지 않고 아르델라의 식사 시중을 받아들였다.

“우선, 약속을 지켜주셔서 고마워요.”

“으음•••꾈.”

일단 내가 한 약속이기도 했고, 나름 즐겼기 때문에 감사를 받아야 할 일 은 아니라고 생 각했다.

“조금 갑작스럽지만, 요새에는 언제까지 머물 계획인가요?”

“음…… 길면 일주일? 짧으면 나흘 정도 머물 것 같습니다.”

“특별히 해야할 일이라도 있는 걸까요.”

“포교……?”

아르델의 질문을 받은후에야 깨달은 거지만, 이제 요새에서 볼 일은 사실 끝난 거와 다름이 없었다. 떠나기 전에 대장간에 들려 몰드씨랑 다른 대장장 이 분들의 얼굴을 보는 정도?

“포교라, 확실히 신흥 종교에게 있어서 신도들의 수를늘리는 건 중요한 문제죠. 하지만 적어도 이곳에서 만큼은 그대가 직접 포교 활동을 할 필요가 없다는 생각이 드는군요.”

“뭐어… 그렇긴 하죠.”

한 사람이 여러 신을 섬기는 게 일반적인 세상이기에 이곳의 사람들은 새 로운 신을 섬기는 것에 별다른 거부감을 느끼지 않는다.

더군다나 시스교을 섬기는 것만으로 이 대륙에서는 결코 얻지 못할 성물 까지 나눠주는데 신도가 되지 않으려는 사람이 있을까.

특이 이곳 요새는 그 정도가 더 심할 것이다.

아무래도 내 위용을 두 눈으로 직접 본 여성들이 모여 있는 곳이니 말이다.

..

“포교 이외에는 없는건가요?”

“•••몰드씨를 만나는 거?”

“그녀 라면 식 사를 끝내고 만나고 오도록 하세 요.”

“어…….”

“무슨 문제라도?”

나는 고개를 갸웃거리는 그녀에게 묻지 않을 수가 없었다.

“혹시, 제가 급하게 떠나야 할 일이 생긴 겁니까?”

“그런 건 아니랍니다.”

“그런데 왜…?”

“신전의 건축이 끝났다는 보고를 받았어요. 몰링타에서 그대를 기다리고 있을 신도들을 생각하셔야죠. 무엇보다 시스교가 제대로 된 활동을 하기 위 해 서 라도 그대 는 하루빨리 몰링 타로 돌아가야만 합니 다.”

“으음

뭔 가 다른 이유가 더 있는 것 같다는 느낌 이 들었다.

하지만 늘 그렇듯, 나는 굳이 비밀로 하려는 이 야기를 파고들 생각이 없기 에 고개를끄덕이며 대답했다.

“혹시 떠나기 전에 제가도와드릴 일은 없습니까?”

그 순간, 무덤덤하던 아르델의 입가에 흐릿한 미소가 그려졌다.

“일을 끝마치면 제 침실로 오도록 하세요. 다른 사람들과는 이 야기 가 끝 났으니 신경 쓰지 않으셔도된답니다.”

뭔진 모르겠지만, 대충 뭔지 알 것도 같았기 때문에 나는 조금 더 적극적 으로 식사를 이 어나갔다.

**

까앙

까아아앙!!

대장간에 가까워지자, 철을 두드리는 소리가 점차 선명하게 들려오기 시작했다.

-스,스미……칙?!

-눈깔아!! 눈 마주치지마!!

나를 훔쳐보려다가 곧바로 옆에 팔짱을 끼고 있는 아르델라를 발견하고 는 후다닥 도망치는 기사와 병사들.

‘그냥 봐도 괜찮은데.’

물론, 평소에는 보기 힘들 정도로 지금 아르델라의 눈매 가 사납게 휘 어 있 기는 하다만.

“으음?

대장간 앞에 도착하니, 여전히 입구를 지키듯 의자에 앉아 있던 몰드씨가 이쪽을 올려다보며 멍하니 눈을 끔뻑 였다.

나는 그런 그녀를 향해 한쪽 손을 들어 올리며 흔들었다.

“오랜만에 뵙습니다.”

……헉?!”

내 인사를 받고 나서야 몰드씨가 펄쩍 뛰어오르며 자리에서 일어났다.

“스미스님

?”

“네.접니다.”

몰드씨는 깜짝놀란 것 치고는 몹시 침착하게 다가와 말을 이어왔다.

“여기는 어쩐일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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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사드리러 왔습니다.”

“아

내 가 웃으며 몸을 살짝 숙이 자, 그녀가 작게 입술을 벌리며 손가락을 꼼지 락거렸다.

“잘 지내신 것 같아서 다행입니다.”

“하하… 습격도 없고 망치질도 쉬는데 잘 지내지 못할 이유가 없지 않겠습 니까.”

분명 나보다 한참 나이가 만을 텐데, 드워프족의 특성 때문인지 자꾸만 머 리를 쓰다듬고 싶어진다.

하지만 보는 눈도 많을뿐더러, 무엇보다 옆에 아르델라가 있었기에 나는 가볍게 몰드씨의 두 손을 붙잡는 것으로 인사를 마무리했다.

“진즉에 와서 인사드렸어 야 했는데 제가 조금 바빠서 이제야 찾아 왔습니 다.”

“하하… 아닙니다. 이렇게 잊지 않고와주신 것만으로도 기쁘답니다.”

-으으으!! 치사하다!!

-내숭떠는거좀봐!!

-스미스님! 속지마세요!!

-맞아맞아! 작년에 망치로 저희 머리 깨는 거 보셨잖아요!!

안쪽에서 작업을 하던 대장장이들이 속삭여왔고, 내 손에 들어와 있는 몰 드씨의 손이 점차뜨거워지는게 실시간으로 피부를 통해 느껴졌다.

“크흠……그, 스미스님?”

“네.몰드씨.”

“다름이 아니라, 몰링타에 신전을 건설하셨다고 들었습니다.”

“아, 타니 아가 다녀갔나요?”

“타니 아? 포교하던 사제를 말씀하시는 겁니까?”

“네.맞습니다.”

몰드씨가 고개를 끄덕이며 말을 이었다.

“예. 어제 다녀갔습니다. 그리고조각에 조예가 있는 장인을 찾더군요. 신 전에 새울 신상을 깎아야 한다면서.”

“그렇군요.”

나는 처음듣는 이야기지만, 애초에 신전에 대한 건 타니아와 다른 사도들 에 게 모든 걸 위 임 한 상태 라 모르는 게 정상이 었다.

“그래 서 쓸만한 녀 석들을 데 리 고 조만간 몰링 타에 찾아가기 로 했습니 다. ”

“•••꾈예?”

“여기 있어봤자할 일도 없고,그래서 어제 가주께 말씀드렸더니 다녀오라 하시더군요.”

“그, 그렇군요.”

“그래서 말입니다.”

몰드씨가 뺨을 살짝 붉히며 소리를 낮췄다.

“•••보수는 돈 말고 다른 거로 받고 싶은데 가능할지요.”

“크흠크흠!!”

옆에 선 아르델라가 기침을 토하며 몰드씨를 슬쩍 노려봤다. 하지만 아르 델의 눈치도 보지 않는 몰드씨였기에 아르델라의 시선 역시 가볍게 무시하 며 오롯이 나를 올려다봤다.

“제 가 몰링타를 떠 나기 전에 도착하신다면 그렇게 해드리겠습니 다.”

“•••또어디로 가시는 겁니까?”

“제국으로 갈 예정입니다.”

“으음…… 알겠습니다. 떠나시기 전에 도착….”

몰드씨가 진지한 얼굴로 고개를 끄덕이 며 붙잡고 있던 손을 놓았다.

“확답을 들었으니, 짐을 꾸려야겠군요.”

“재료는…….”

“필요한 건 전부 이쪽에서 가져갈 것입니다.”

“그, 그렇군요.”

“그런 이유로 용건이 없으시다면 잠깐 자리를 비우려고 합니다만.”

“아, 예. 그러면 몰링타에서 뵙도록 하죠.”

“예.그때 뵙겠습니다.”

몰드씨는 아주 시원스럽게 대장간 안으로 들어가 버렸다.

꾸우우욱.

동시에 팔짱을 낀 아르델라가 붙잡은 내 팔을 본인의 가슴으로 더욱 강하 게 눌러왔다.

“어머니의 침실로 가지.”

뎅.”

조금은 서늘하게 느껴지는 아르델라의 음성에 나는 침을 꼴깍 삼키며 발 걸음을 옮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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