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카인G크리티카//감사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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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토리오 왕국
사건은 갑작스럽게 찾아왔다.
쿠궁──!!
“……?!”
침대에서 편히 자고 있던 나는 몸이 한 번 떠오를 정도의 충격에 깜짝 놀라 잠에서 깨어났다.
“으음…….”
다행히 품에 안긴 케르낙스는 무사했다.
한 번 잠들면 쉽게 깨지 않는다는 건 알고 있지만, 이럴 때는 다행이라고 해야 할지 조금 미묘했다. 그래도 입술을 오물거리는 건 역시 귀여웠다.
“더 자고 있어라.”
아래에서 들려온 목소리에 슬쩍 고개를 들었더니, 다른 침대에서 자고 있던 시란과 네메아님이 옷을 챙겨 입고 있었다.
그 외 기에나와 베네오도 조금 피로한 얼굴로 부스스 몸을 일으키고 있었는데, 아무래도 나만 느낀 건 아니었던 모양이다.
‘시론이랑 냐호는 세상 모르고 자고 있네.’
나는 양쪽 품에 안겨 있는 케르낙스와 시론의 이마에 입술을 맞춘 다음, 조심스럽게 몸을 내빼 아래로 내려왔다.
“자고 있으라니까.”
“어차피 마차 안은 안전하잖아요. 그냥 보기만 할게요.”
“…그러면 조금 있다 나와. 알겠냐?”
“넹.”
평소 장난기 가득한 얼굴만 보여주었던 시란이 진중한 얼굴로 내 가슴팍을 꾹꾹 누르다가 네메아님과 함께 침실을 나갔다.
‘누님이니까 별일은 없겠지만…….’
그래도 걱정되는 건 어쩔 수가 없는 모양이다.
“스미스님.”
“준비됐다.”
옷을 챙겨 입은 기에나와 베네오가 조용히 다가와 속삭였다.
나는 고개를 한 번 끄덕인 다음, 뒤를 돌아보며 말했다.
“시스야. 너는 여기 있어.”
“…따라갈 생각도 없었습니다만.”
“크흠, 그, 그래.”
일어났길래 나는 또 따라오려는 건 줄 알았지.
그런데 시스는 인형의 몸이면서, 굉장히 보는 사람 민망하게 뚱한 표정을 짓더니, 그대로 몸을 돌려 내가 일어났던 자리로 들어가 눕는 게 아닌가.
‘저 녀석…… 진짜로 양쪽 다 좋아하는 건 아니겠지?’
나는 괘씸하게 내 시론과 케르낙스의 가슴에 뺨을 비비적거리는 시스를 힐끗 노려보다가 침실을 나왔다.
“창문이 없는 건 역시 좀 답답하네.”
“왜곡된 공간이니까.”
실제로 마차 밖의 풍경을 볼 수 있는 유리창을 달기 위해서는 마차 자체를 뜯어고쳐야 한다고 했던가.
“저희가 먼저 나가보겠습니다.”
“음, 그래.”
기에나와 베네오는 먼저 모퉁이를 돌아 부엌으로 향했다.
‘보는 것 정도는 괜찮은데.’
시란도 그렇고, 저 둘이 나를 이곳에 남겨둔 건.
혹시 모를 외부의 위협을 걱정해서가 아니라, 혹시라도 끔찍한 광경을 내가 보게 되는 것을 걱정해서 그런 것이다.
여기서 끔찍하다는 건, 당연히 사람을 기준으로 이야기하는 거다.
예를 들면, 신체 일부가 조립이 덜 된 레고 조각처럼 덜렁 떨어져 있다든가 하는 그런 거 말이다.
‘그때 내 반응이 좀 그렇긴 했지.’
냐호와 처음 만났던 흑선 상단.
나는 그곳에서 한 단계 진화한 통신구를 통해, 케르낙스가 영지전을 펼치는 것을 구경했다. 그리고 영화에서나 보던 끔찍한 장면들을 보게 됐고, 겉으로는 괜찮은 척했지만, 꽤 큰 충격을 받았었다.
꽤 오래된 일처럼 느껴지지만, 놀랍게도 이제 겨우 일 년이 지난 일이라니. 확실해 내가 좀 뽈뽈 많이 돌아다니긴 한 모양이다.
“스미스님. 나오셔도 괜찮습니다.”
기에나의 목소리에 나는 모퉁이를 돌아 밖으로 나왔다.
“우와…… 뭐야…?”
그리고 유리창 밖의 풍경에 이마를 구겼다.
수풀 주변이 불타고 있는 건 둘째 치고, 마차 주변에 큰 폭발이라도 있었던 듯 사방에 깊은 구덩이가 보였다.
“엘은 괜찮아?”
“…마법사의 마법 덕분에 무사하다.”
때마침 바깥을 살피고 돌아온 베네오가 내 걱정을 덜어주었다.
‘비젤린님을 모셔온 게 진짜 천운이네.’
주변 꼬라지만 보더라도 대충 상황이 머릿속에 그려졌다. 만약 비젤린님을 모시지 않았고, 그로 인해 마차가 개조되지 않았더라면…….
나는 생각하는 것을 그만두었다.
“그래서 무슨 일이야?”
“트렙에 걸린 것 같다.”
“트렙?”
베네오는 고개를 끄덕이고는 내 등을 밀기 시작했다.
“어, 어? 베네오씨?”
“가서 마법사를 부르고, 너는 더 자라.”
“아니, 억, 아, 알겠으니까?!”
결국, 나는 베네오에 의해 침실로 돌아가야만 했다.
**
─크르르릉…….
평소보다 몸을 몇 배로 부풀린 엘이 콧김을 내뿜으며 꼬리로 바닥을 두들겼다.
“진정해라. 이제 괜찮아.”
-크르릉.
다행히 베네오가 목덜미를 쓰다듬으며 달래자, 흥분했던 엘은 빠르게 안정을 되찾았다.
“으하음~ 쩝…… 트렙 맞네.”
잠옷 차림으로 밖에 나온 비젤린이 엉덩이를 벅벅 긁으며 말했다.
“시란 네가 냄새를 맡을 수 있는 걸 보면, 보름은 안 지난 거 같고…… 으음….”
비젤린은 잠깐 이마를 찌푸리더니.
“역시 신이 개입해서 그런가, 마력의 잔재가 안 보이네.”
금색의, 마치 파충류의 그것처럼 세로로 갈라졌던 비젤린의 눈동자가 본래의 푸른색으로 돌아왔다.
“정황만 보면 우리를 노린 게 확실한데 말이지.”
비젤린은 고개를 들어, 심각한 얼굴을 하고 있는 여자들을 향해 물었다.
“뭐, 우리가 언제 출발한다는 걸 비밀로 한 건 아니니까, 몰링타에서 새어나간 걸 수도 있긴 해. 그래, 그럴 수 있지. 그런데 말이야.”
그녀는 유일하게 피가 섞인 동생을 노려보며 말했다.
“너네 감 다 죽었구나?”
쯧쯧.
비젤린은 짧게 혀를 차며, 마차의 문턱에 발을 걸쳤다.
“밤의 애미인지 뭔지하는 미친년 좋다고 따라다니는 놈들이잖아. 우리 긴장 좀 하자. 응? 특히 임산부까지 있는데.”
그녀는 안으로 들어가면서 ‘나 따뜻한 우유 한 잔 만들어 줄래?’ 라고 말하며, 밖에 있던 기에나와 베네오를 불러들였다.
셋이 떠난 자리.
“…아침부터 지랄맞네.”
먼저 침묵을 깬 것은 새벽 당번이었던 아멜라였다.
그녀는 머리를 벅벅 긁더니, 조금 진정된 엘에게 다가가 살이 물씬 오른 엉덩이를 두들겼다.
“네가 나보다 낫다.”
-크르릉……?
언제 출발할지, 몸을 웅크리고 잠깐 휴식하고 있던 엘은 고개를 갸웃거리더니, 이내 다시 바닥에 머리를 눕혔다.
“아니, 달리는데 갑자기 사방에서 폭발이 일어나는데 안 놀라면 그게 이상한 거 아닌가?”
“화산지대가 고향인 년이 할 말은 아닌 것 같은데.”
시란이 던진 몇 마디에 아멜라의 얼굴이 새빨갛게 달아오른다.
“…시발. 몇 년 살지도 않았거든?”
인간의 피가 섞였다는 이유로 거의 쫓겨나듯 떠난 게 벌써 백 년도 더 된 일이다.
“그러는 둘은? 아주 나오는데 한세월이던데.”
“방음이 잘 되어있었으니까.”
“너였으면 깨지도 않고 처자고 있었을걸.”
“지랄. 아까 문 열려 있을 때 스미스 목소리 들렸거든?”
아멜라가 이를 드러내며 으르릉거리자, 시란과 네메아가 슬쩍 시선을 피했다.
“그 상황에서 옷 입을 생각도 다 하고, 진짜 대단들 하셔.”
“…널 믿은 거지.”
“이년은 진짜 존나 뻔뻔해졌네.”
크흠!
노골적인 아멜라의 지적에 네메아는 작게 기침했다.
“하아…….”
잠깐 둘을 쏘아보던 아멜라가 머리를 벅벅 긁으며 말했다.
“이렇게 입씨름해봤자, 우리만 더 추해질 뿐이지.”
“…아르델 그년이 알면 끝도 없이 안줏거리 삼겠군.”
“젠장, 그건 절대 안 돼!!”
네메아의 중얼거림에 아멜라가 두 눈을 부릅뜨며 소리쳤다. 다른 건 다 참아도 그것만큼은 절대로 막아야 했다.
“그건 나중에 생각하고.”
그때, 주변에 남은 미약한 혈향을 맡고 있던 시란이 말했다.
“일단, 당번부터 새로 정한다.”
지금까지는 점심부터 자정까지.
다시 자정부터 점심까지.
이렇게 한 사람씩 당번을 맡았으나.
“아멜라. 너는 기에나랑 같이 서고 네메아 너는 베네오 그 아이랑 같이 서라. 나는 비젤린 그년이랑 같이 선다.”
이제는 이인 일조로 행동해야 할 필요성을 느꼈다.
“고삐는 그 둘에게 맡기고, 너희는 최대한 기감을 펼쳐서 주변을 살펴라. 조금이라도 수상한 게 걸려들면 뛰어가서 전부다 쳐부숴.”
“…시발, 섹스도 맘 편히 못 하게 생겼네.”
“빌어먹을 쓰레기들이.”
아멜라와 네메아는 오늘 트렙을 설치한 것으로 추측되는 누이트교를 향해 온갖 악담과 저주를 퍼부었다.
“장난 같냐?”
시란의 두 눈에서 붉은 안광이 흘러나왔다.
“아르델 그년 영지를 벗어나자마자 이 꼴이야. 만약 계획된 일이라면 제국으로 가는 동안 더하면 더 했지, 이보다 덜하진 않을 거다.”
피부가 따끔해질 정도의 지독한 살의에 둘은 굳은 얼굴로 고개를 끄덕였다.
“후우.”
시란이 짧게 한숨을 내쉬었고, 그제야 그녀의 두 눈에서 흘러나오던 안광이 천천히 사그라들었다.
“…근데, 스미스한테는 뭐라고 말해? 보나마나 존나 걱정할 텐데.”
아멜라가 조심스럽게 묻자, 옆에 서 있던 네메아가 대답했다.
“있는 그대로 말하는 게 좋다고 생각한다.”
“아니, 뭘 알아낸 게 있어야 말을 하지.”
“그런 것까지 다 이야기하자는 거다.”
아멜라와 네메아가 말 없이 서로를 노려봤다.
“그래. 네메아 저년 말대로 그냥 있는 그대로 다 말해.”
“언니!!”
“시끄러.”
시란은 한 손으로 귀를 후볐다.
“아멜라. 착각하지 마라. 이 무리의 대장은 어디까지나 스미스야.”
“……시발. 그래, 아주 나만 나쁜 년이다.”
“헛소리 그만하고 들어가서 밥이나 먹자.”
바로 이어서 달릴 분위기도 아니었고, 이 기회에 휴식을 조금 앞당겨 모두에게 상황을 제대로 설명하는 편이 나을 테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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끼에에에엑...!!