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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세계 블랙기업 스미스-560화 (560/77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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카인G크리티카//오늘도 고맙...고맙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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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토리오 왕국

“와, 진짜 제대로 된 침실이네?”

부엌에서 쫓겨난 나는 또 다른 복도를 지나 새로운 방문 앞에 도착했고, 그 문을 열자 내 개의 침대가 나란히 붙어 있는 넓은 공간과 마주했다.

부엌처럼 밖을 확인해 볼 수 있는 창문이 없는 점은 조금 아쉬웠으나, 그런 걸 따지기에는 눈앞에 있는 침대의 매력이 너무나도 컸다.

“마법 만세다.”

따스한 햇살 냄새가 솔솔 올라오는 푹신한 침대에 누운 나는 이 모든 걸 가능토록 한 마법을 찬양하지 않을 수가 없었다.

달칵.

“미쳤다 진짜.”

침대 아래에 익숙한 형태의 철로 이루어진 박스가 있기에 뚜껑을 열었더니, 시원한 냉기와 함께 각종 주류와 생수가 담겨 있는 유리병이 가지런하게 나열되어 있었다.

역시 일행 중에 뛰어난 마법사는 필수인 것 같다.

돈을 주고도 구하기 힘든 마도구들을 아무렇지 않게 가져오다니.

‘방이 또 있다고?’

마차에 올라타고 지금까지 도대체 몇 번이나 놀랐는지 모른다. 그런데 내가 열고 들어온 문 바로 옆에 그와 똑같은 크기의 문이 하나 더 달려 있는 걸 조금 늦게 발견했다.

아무래도 아직 놀랄 구석이 더 남아 있는 모양이다.

나는 마치 어린 시절로 돌아간 것처럼 설레는 마음을 품고서 또 다른 문을 천천히 열어봤다.

촤아아아악──

익숙한 물소리와 함께 나타난 조금 협소한 공간.

“세상에…….”

나는 물소리가 들려오고 있는, 희뿌연 수증기로 가려져 안을 들여다 볼 수 없는 유리문 너머를 상상하며 감탄했다.

‘살다살다 마차에서 목욕을 다 해보겠네.’

왼쪽 벽에는 상반신을 볼 수 있도록 큰 유리가 벽에 붙어 있었고, 그 앞으로 화장대와 의자 하나가 놓여 있었다.

그리고 정면에는 욕실로 들어가는 유리문이.

오른쪽으로는 돌돌돌 가지런하게 말려 있는 수건이 담긴 통과 벗은 빨래를 넣는 바구니. 그리고 갈아입을 옷을 놓아두는 공간이 준비되어 있었다.

‘근데 누구지?’

베네오는 운전 중이고, 그녀를 제외한 모두는 부엌에 모여 있던 게 아니었나?

나는 부엌에 있던 이들의 얼굴을 떠올리는 것보다는, 빨래통에 담겨 있는 옷가지를 뒤적였다.

‘레이스가 달린 검은색 팬티.’

나를 기쁘게 하기 위해 예전에는 늘 수수한 회색 아니면 흰색 팬티만 고집하던 그녀들은 이제 곧잘 이런 야릇한 속옷을 즐겨 입게 되었다.

특히 시란과 냐호는 아예 속옷을 입지 않는 쪽이었고, 기에나의 경우에는 어디서 구한 것인지 중요 부위가 고스란히 갈라져 노출되는 아주 므흣한 속옷들만 입고 다닌다.

즉, 속옷만으로는 누구인지 알아내는 건 이제 힘들다는 소리다.

하지만 속옷 바로 아래에 뭉쳐져 있는 새하얀 로브를 통해서 나는 안에 있는 이가 누구인지 쉽게 알아낼 수 있었다.

‘아가사구나.’

확실히 그녀의 신분과 입장을 생각하면, 지금 부엌의 모임에 끼는 건 많이 힘들 것이다.

나는 손에 쥐고 있던 그녀의 팬티를 다시 빨래통에 넣은 다음 탈의실을 나왔다.

안쪽이 궁금해서 그냥 나도 벗고 들어갈까 생각해 보았으나, 침실과 바로 붙어 있어서 그런지 뭔가 굉장히 나쁜 짓을 하는 듯한 기분이 들었다.

그렇게 침대에 누워 잠깐 멍하니 시간을 보내고 있으니.

달칵.

탈의실 문이 열리더니, 촉촉하게 젖은 머리에 수건을 두른 아가사가 이쪽으로 걸어 나왔다.

“안으로 들어오실 줄 알았는데 조금 이외였네요.”

“알고 계셨습니까?”

“대놓고 들어왔는데 모르면 그게 더 이상하지 않을까요.”

하긴, 물소리가 고스란히 들렸는데 내가 문 열고 들어가는 소리가 안쪽에 들리지 않았을 리가 없지.

“자요.”

“……?”

나는 갑자기 내 앞으로 다가와 수건을 내미는 그녀의 행동에 눈을 끔뻑였다.

“닦아 달라고요.”

“……예에.”

뭐지.

부탁하는 사람이 왜 화를 내는 걸까.

일단 수건을 넘겨받은 나는, 뒤돌아 내 가랑이 사이에 엉덩이를 끼워 넣고 침대에 걸터앉은 그녀의 머리를 조심스럽게 수건으로 닦아냈다.

“짐을 다 챙겨놨는데, 챙길 시간도 안 주고 납치하듯 데려오고.”

“…네메아가요?”

“그럼 누구겠어요?”

노골적으로 짜증이 가득 묻어나는 대답에 나는 차마 맞장구를 쳐줄 수는 없었기에 적당히 헛기침을 토하는 식으로 대답을 회피했다.

“지금 아내라고 편들어주는 건가요? 잘 못 된 부분은 지적도 하고 그래야죠.”

“……그건 제가 알아서 하겠습니다.”

“지켜볼 거예요.”

나는 어색하게 웃으며, 젖은 수건을 어깨에 걸치고 반짝반짝 빛나는 그녀의 금발을 조심스럽게 손으로 쓸어내려 정리했다.

“여자들이 많아서 그런가, 솜씨가 제법이네요.”

“앞으로 자주 해드릴게요.”

“그럼요. 나는 도와주러 온 사람으로서 누릴 수 있는 건 모두 누릴 거라고요.”

“최대한 신경 써 드릴게요.”

이곳에서 그녀가 누릴 수 있는 거라고는 지금처럼 내가 손수 머리를 빗겨 준다거나, 마사지 혹은 침대에서 잠자리를 함께하는 게 전부이니 당연히 내가 신경 쓸 수밖에.

“그보다 잘됐네요.”

“뭐가 말입니까?”

“…그거 냄새는 왜 맡으시는 거죠?”

“아, 그냥. 습관이라서.”

“…이, 이리 내놔요.”

코에 가져대고 있던 수건을 빼앗아 가는 아가사.

그녀는 얼른 침대에서 내려가 탈의실 문을 열더니, 수건을 휙 던지고 다시 자리로 돌아왔다.

“이미 볼 거 안 볼 거 다 본 사이인데 굳이 부끄러워하시는 이유가?”

“그, 그거랑은 전혀 다른 문제거든요?”

뭐, 누님이나 네메아도 땀 흘린 직후에 내가 냄새를 맡으려고 하면 기겁을 하긴 하지.

“냄새 이야기는 그만하고!!”

“아, 네.”

속옷을 따로 착용하지 않은 걸까.

침대를 팡팡 두들길 때마다 그녀의 흉부가 몹시 자유분방하게 흔들거리는데 자연스럽게 시선이 그쪽을 향했다.

가끔 미끼를 무는 물고기들이 멍청하다고 생각했는데, 이쪽에 온 이후로는 그게 멍청한 것과는 전혀 연관이 없다는 걸 알게 되었다.

“얼굴을 보세요.”

“속옷 안 입으셨어요?”

“…네메아, 그 여자가 납치하듯 데려와서 짐을 못 가져왔다고 말씀드렸잖아요.”

“아, 그랬었죠.”

나는 잠옷을 입고 있기에 옷 몇 벌은 챙겨 온 줄 알았다.

“이건 시란님 걸 빌린 거예요. 나머지 분들 건 가슴이 껴서 조금 불편하거든요.”

역시 풍요신을 섬기는 교황다운 발언이다.

그런데 그런 교황보다 가슴이 더 큰 시란은 도대체 어떤 존재인 걸까.

“…자꾸 이야기가 다른 곳으로 새네요.”

“입 닫고 듣기만 하겠습니다.”

“뭐, 심각한 이야기는 아니니까 상관은 없지만… 그래도 집중해서 들으면 말하는 사람으로서 조금 기쁠 것 같긴 하네요.”

그녀는 보관고에서 생수 한 병을 꺼내 목을 축이고는 내 옆에 앉았다.

“일행이 일행인 만큼, 당신이 무슨 짓을 하더라도 신변이 위험해질 일은 없겠지만, 당신은 최대한 원만한 방법으로 원하는 결과를 얻고 싶으시다고 하셨죠.”

“예. 그래서 아가사님을 모셔온 거죠.”

“…납치에 가까웠지만요.”

예전에는 한없이 자애로워 보였는데, 한 번 가면이 벗겨지고 나니 그녀도 다른 연인들과 크게 다를 바 없는 평범한 사람이었다.

“아무튼, 지금까지는 운이 따라줬다고 해야 할지……. 귀족 남성들과는 한 번도 만나신 적이 없죠?”

“왕족은 만난 적 있긴 합니다만.”

“엘프는 예외에요.”

“그럼 없습니다.”

내가 대답하고도 생각해 보니 조금 신기하기는 했다.

4년 접수원 생활로 보냈으니 그렇다 치더라도, 남은 1년 동안 꽤 많은 곳을 돌아다녔는데 한 번도 성씨를 가진 사내놈들과 마주치지 않았다.

“뭐, 으레 그렇듯 정말 찢어지게 가난한 집안의 사내가 아니라면 대부분 수도에서 생활하니 그럴 만도 해요.”

“가장 번창하고 발달 되어 있어서?”

“어머, 잘 아시네요? 역시 당신도 사내는 사내인 모양이죠?”

딱히 그런 게 아니더라도 쉽게 유추할 수 있는 부분이었지만, 나는 그냥 적당히 고개를 끄덕여 주었다.

“딱히 왕국 수도에 들를 게 아니니 그 부분은 당장 신경 쓸 필요는 없어요. 대신, 목적지인 튤리우스 제국 수도에 도착하게 되면 심심치 않게 사내들과 마주칠 거예요.”

노예, 평민, 귀족 할 것 없이 제국은 남성들에게 일정 수준 이상의 자유를 보장하고 있다고 한다.

또한, 노예라 하더라도 상해를 입힌다면 곧바로 중범죄 수준의 처벌을 받게 된다고도 이야기했다.

“모든 사내가 그런 건 아니지만, 열 명 중 아홉은 성격이 아주 지랄맞고 심보가 고약하답니다. 특히 태생이 귀족이라면 더더욱 그 정도가 심하죠.”

아가사는 잠깐 내 팔뚝과 가슴팍을 콕콕 손가락으로 찔러보더니.

“…당신이라면 크게 걱정하지 않아도 될 것 같기는 합니다만.”

“제가 좀 튼튼하긴 합니다.”

“그래 보이네요. 그러면 참을 수 있는데 까지는 최대한 참도록 하세요.”

“참으라면……?”

“여러 가지가 있겠죠. 사막 태생인 걸 가지고 비꼬거나, 있지도 않은 소문을 만들어 퍼트리는 것 같은?”

나는 또 암살자를 고용하거나, 음식에 장난이라도 치는 줄 알았다. 그런데 고작해야 입씨름이라니.

“워낙 고이고 고인 곳이라, 이해관계가 꽤 복잡하게 얽혀 있거든요. 당신 아내들의 도움을 받지 않고 스스로 원하는 결과를 얻고 싶은 거라면, 최대한 몸을 사리고 행동하는 게 이로울 거예요.”

“도와주실 거죠?”

“황궁 쪽 연줄과 이어주는 건 도와드릴 수 있지만, 그 이상은 힘들지도? 제가 노골적으로 밀어드리면 금방 당신의 신분이 탄로 날 테고, 자연스럽게 소문이 퍼지겠죠? 그럼 원치 않아도 아내분들의 후광을 받게 되실 거예요.”

“…….”

“뭐죠. 그 불쾌한 시선은.”

그녀의 물음에 나는 슬쩍 시선을 피하며 생각했다.

‘이러면 데리고 온 이유가 없는데.’

왜냐면 황궁 쪽 연줄은 이미 오래전부터 꽉 붙들어둔 상태이기 때문이다. 그것도 최근 등에 날개를 달고 아주 훨훨 날기 시작한 황금 동아줄을 말이다.

‘그런데 마르비우스랑 접촉하는 것도 조심해서 해야겠네.’

아드리안이 편을 들어주기 전이었다면 몰라도, 지금 황녀님의 위세는 내가 생각하고 있는 것보다 훨씬 대단할 테니 말이다.

단순히 마대륙으로 넘어가는 것만 고려한다면 이렇게 고민할 필요도 없었을 텐데.

팔자에도 없는 위업인지 뭔지를 쌓으려고 하니, 고려해야 할 요소들이 너무 많았다.

“제국에 대해서 좀 더 듣고 싶은데.”

“돈 드는 것도 아니고 상관없죠.”

터억.

‘……?’

상관없다고 말하더니, 갑자기 두 다리는 왜 내 허벅지 위에 올리는 걸까.

“마사지 잘하신다면서요? 좀 주물러 봐요.”

내 앞에서는 이제 이미지 관리도 하지 않으려는 모양이다.

하지만 어쩌겠는가.

목마른 쪽이 우물 파는 거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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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품후기]

제국에서는 마참내 스미스의 홀로서기가 시작됩니닷...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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