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카인G크리티카//감사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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튤리우스 제국
멜버른 레오니스.
황제와 황족을 수호하는 근위 기사단의 단장.
“그, 빈손으로 오는 건 예의가 아니기에 간단히 먹을 걸 조금 가져왔다.”
사실상 황제를 제외하면 그 누구도 강제할 수 없는 황성 내에서는 절대 권력을 자랑하는 여자가 내 앞에 서 몽글몽글 초콜릿이 잔뜩 올라간 빵과 도넛이 가지런하게 담겨 있는 상자를 내밀어왔다.
‘오, 저거 냐호가 엄청 좋아하는 건데.’
우리들 중 그 누구보다 단 것에 환장하는 냐호.
처음 냐호가 초콜릿이 잔뜩 발린 과자를 먹는걸 보고 얼마나 깜짝 놀랐는지 모른다.
그야, 고양이는 초콜릿을 먹으면 죽는데 당당히 그걸 먹으려고 하니까 놀라지 않는 게 이상하지.
‘그때 냐호가 울 정도로 웃었었지.’
물론, 같은 과인 누님도 박장대소하면서 내 등을 팍팍 두드린 건 덤이다.
“…스미스경?”
“아, 예.”
절로 기분이 좋아지는 과거를 회상하던 나는 멜버른 경의 부름에 정신을 차리고 얼른 고개를 들었다.
“혹, 단 걸 별로 좋아하지 않나?”
“즐기긴 합니다만, 다른 사람들처럼 그렇게 즐기진 않습니다.”
“으음…… 그, 렇군. 다음에는 참고하겠다.”
“다음에도 와주시는 겁니까?”
“어? 아, 그, 음…… 화, 황자님들 업무는 본래 청장미 기사단이 맞는 일이니… 업무상 자주 만나게 될 거다.”
“그렇군요.”
완전히 거짓말은 아닌 것 같아 보였으나, 절대적인 사심이 잔뜩 들어가 있는 게 얼굴에서 팍팍 티가 났다.
사실 표정 변화 자체는 그렇게 큰 편은 아니지만, 아르델과 베네오와 비교하면 그녀의 표정 변화는 상대적으로 상당히 풍부한 축에 속한다 할 수 있었다.
어디까지나 내 기준이지만.
“음? 생각만큼 그렇게 안 달군요.”
“그런…… 가?”
“예에.”
나는 일부러 한 입 베어 문, 초콜릿으로 코팅되어있는 도넛을 그녀에게 내밀었다. 맛있으니까 한 입 먹어보라는 의미로.
“…실례.”
양쪽에 곱상하게 말려 있는 머리스타일만 보면 엄청난 하이텐션의 아가씨 캐릭터일 것 같지만, 멜버른 경은 특유의 강직한 눈을 부드럽게 감으며 살짝 분홍빛이 감도는 입술을 벌려 내 손에 쥔 도넛을 작게 한 입 베어 물었다.
“음…… 그렇군.”
그리고 새하얀 손으로 입을 가리고 귀엽게 부푼 왼쪽 뺨을 오물거린다.
“감사합니다. 맛을 보니까 예약이나 줄을 서야 하는 가게 같은데.”
“…흠흠.”
작게 기침을 토한 그녀의 입꼬리가 아주 미세하게 위를 향해 올라갔다.
‘진짜 직접 줄을 선 건 아니겠지?’
충분히 아래에 있는 부하를 시킬 수 있는 위치에 있는 그녀지만, 여기는 지구가 아니니 말이다. 성별만 달라졌다고 해서 모든 행동이 지구와 같은 건 또 아니란 소리지.
무엇보다 그녀 정도의 위치면 굳이 줄을 서지 않더라도 가게에서 편의를 봐주지 않을까.
손님들 역시 그런 편이 훨씬 마음이 편할 거고.
“그러면 이제 업무 이야기로 넘어갈까요?”
“음, 업무… 그래.”
달싹이는 입술과 다르게 그녀의 시선은 아주 오랫동안 내 손에 쥐어진 도넛에서 떨어지지 않았다.
스윽.
“1황자…… 님의….”
도넛을 쥔 손을 움직일 때마다 푸른색의 아름다운 눈동자를 데구르르 굴리며 말꼬리를 늘어트리는 그녀.
‘이 정도면 그냥 도넛을 좋아하는 거 같은데.’
강직한 얼굴과 다르게 몹시 귀여운 행동거지에 나는 제대로 된 확인을 위해 행동에 나섰다.
“음, 이건 하나뿐이니까…… 남은 반은 멜버른 경께서 드시죠.”
“아니… 선물이니까…….”
“이렇게 많이는 못 먹습니다.”
그리고는 엉덩이까지 살짝 떼어내 조금 전보다 더 적극적으로 그녀의 입에 절반보다 조금 더 적게 남은 도넛을 내밀었다.
“…성, 의를 무시하는 건 기사도에 어긋나지…….”
망설이는 듯 보이던 그녀는 내가 슬쩍 손을 뒤로 물리려고 하자, 얼른 폭신한 입술을 벌려 도넛을 베어 물려고 했다.
‘지금.’
나는 도넛과 함께 그것을 붙잡고 있던 검지를 멜버른 경의 입속에 쏘옥 밀어 넣었다.
“음……?!”
보름달처럼 동그랗게 커지는 그녀의 눈동자에 나는 말랑하지만 딱딱하게 굳어버린 그녀의 혀를 검지로 살짝 문지르듯 힘을 주어 밖으로 빼내었다.
“어, 그, 소, 손수건… 을…….”
몹시 당황한 게 눈에 훤히 보였으나, 얼굴이 붉어지고 말을 더듬거리는 정도가 다였다.
부하를 먼저 생각하던 이리나도 그렇고, 확실히 단장 정도 되는 여성들은 책임지고 지켜야 할 아랫사람들이 많기 때문인지, 확실히 다른 여성들과 달랐다.
“여기… 손, 수건…….”
“감사합니다.”
나는 순순히 그녀가 건넨 손수건으로 그녀의 타액으로 반들반들 빛나는 내 검지를 슥슥 문질러 닦았다.
마음 같아서는 그대로 내 입에 넣고 핥으면 어떤 반응을 보일지 한번 보고 싶긴 했으나, 솔직히 그건 좀 미친놈 같아 보였기에 그만뒀다.
‘뭔가 더 애매해졌네.’
내 눈을 마주 보는 척하면서 사실은 내 코를 보고 있는 멜버른 경을 향해 나는 손수건을 돌려줬다.
“죄송합니다. 놀라셨을 텐데.”
“음… 조, 금…… 놀라긴, 했, 지…….”
그녀가 내게 어느 정도의 호감이 있는지 알아보기 위해 벌인 짓이었는데 곰곰이 생각해보니, 나 같아도 갑자기 모르는 여자가 입에 손가락을 넣어오면 깜짝 놀랄 거다.
이건 내 판단이 틀렸음을 인정할 수밖에 없었다.
“그러면 이건 잠깐 치워두고.”
나는 달콤하고 고소한 향기가 솔솔 올라오고 있는 상자의 뚜껑을 닫아 옆으로 밀며 말했다.
“말씀하시죠.”
“그… 어디까지 이야기했었지?”
“처음부터 하시면 됩니다.”
“크흠…….”
많이 당황하긴 했던 모양이다.
멜버른 경은 조금 더 빨갛게 달아오른 얼굴로 말을 이었다.
“…스미스 경은 무도회가 처음인가?”
“예? 아, 예. 그렇습니다.”
무도회뿐이겠는가.
이런 큰 파티를 접하는 것 자체가 처음이다.
“…그렇군. 듣기로는 사막 출신이라고 하던데. 사실인가?”
“뭐, 딱히 숨길 수 있는 것도 아니니 말입니다.”
제 2의 고향이긴 하지.
아시아 사람은 원래 머리가 검고, 내 피부가 구릿빛인 건 접수원이 되기 전에 워낙 밖을 싸돌아다녀 그런 거지만.
“청장미 기사단이 하는 업무에 대해서는 자세히 알고 있나……?”
“부단장에게 들어서 알고는 있습니다. 귀족들의 비위를 맞춰주는 일 아닙니까?”
“…….”
냅다 질러봤는데 멜버른 경은 딱딱하게 굳은 얼굴로 입술을 달싹였다.
“표현이 거칠었다면 사죄드리겠습니다.”
“…아, 아니다. 음… 그, 다만… 그래. 조금 갑작스러웠을 뿐이지.”
보름달처럼 커졌던 그녀의 눈이 본래의 크기로 돌아왔다.
“…사막 출신이라면 확실히 받아들이기 힘든 업무이긴 하다.”
“뭐, 부정하지는 않겠습니다.”
“음.”
말은 꺼내야겠는데 분위기상 내 눈치가 보이는 것인지, 멜버른 경은 쉽게 말을 잇지 못하고 계속해서 내 눈치를 살피는 모습을 보였다.
‘괜찮은 사람 같은데……?’
그날 회의장에서 봤던 첫인상은 그냥저냥이었으나, 오늘 이렇게 마주 앉아 짧게나마 대화를 나눴을 뿐인데 굉장히 대화가 통하는 사람이라는 게 딱 느낌이 왔다.
“멜버른 경?”
“어, 그래… 음, 스미스 경의 입장에서는 다소 난해하겠지만, 청장미 기사단은 본래 황자님들의 시중을 들기 위해 만들어진 단체다.”
“기사가 시중을 든다…… 군요?”
“…그저 듣기 좋으라고 기사라는 허울을 가져다 씌운 것에 지나지 않는다.”
“뭐, 대충 예상은 했습니다.”
고작 스무 명의 인원으로 도대체 뭘 하란 말인가.
뭐 하나 특출난 구석이라도 있으면 또 모를까.
“…그리고.”
생각보다 내 얼굴색이 나빠지지 않아서 그런지, 멜버른 경은 도중에 끊지 않고 청장미 기사단에 관한 이야기를 술술 토해냈다.
그리고 짧지도 길지도 않은 내용을 간추려서 이야기해 본다면, 청장미 기사단은 이름뿐인 기사단이고 시종에 가까운 단체였다.
하지만 정작 황자들 곁에는 어릴 적부터 어울려온 시동들이 따로 존재했고, 외출 자체를 즐기는 편도 아니었기에 지금의 청장미 단이 되었다…… 정도로 요약 할 수 있겠다.
기껏 만들었던 단체를 그냥 없애자니 그건 또 마음에 들지 않았던 모양이다.
“…그래서 이번 무도회에서 스미스 경은 우선 1황자님의 시중을 들어야 한다.”
“반드시 입니까?”
그건 좀 많이 별로인데.
이틀 전에 억울하게 끌려와서 훌쩍이던 그 정도 나이대라면 몰라도.
클 만큼 다 큰 녀석의 시중을 드는 취미는 없다.
“…황자님께서 원치 않으신다면.”
“그렇군요.”
멜버른 경의 얼굴은 어딘가 불편해 보였으나, 조금 전 그녀의 대답에 내 기분은 금방 편해졌다.
그녀가 알고 있는 사실을 마르비우스가 모르고 있지 않을 테니 말이다. 분명 알아서 잘 나를 빼내 올 거라고 나는 굳게 믿고 있다.
‘아니면 엉덩이 팡팡 해줘야지.’
냐호의 집무실에서 봤을 때, 이제는 제법 살집이 올라 만지는 맛이 있어 보였으니.
“…….”
“끝입니까?”
이렇게 끝이라면 업무 관련이 아니라 그냥 내게 조심하라고 말해주기 위해 찾아온 거나 다름없지 않나?
“…그쪽의 부단장은 몇 번인가 경험이 있으니, 부단장에게 잘 준비하라 일러두면 단원들의 일은 알아서 책임질 거다.”
“오, 그렇군요. 좋은 정보 감사드립니다.”
다른 건 몰라도 로안 그 자식 굴리는 일은 못 참지.
“…스미스 경.”
“예?”
“그…… 잊, 지 말고… 반드시 부단장에게 이야기해야 한다. 그렇지 않으면 무도회 당일 스미스 경이 창피를 당하게 될 수도 있다.”
‘오…….’
직접적으로 대놓고 로안 그 자식이 나를 엿먹이려 한다고 이야기한 건 아니지만, 바보가 아니라면 충분히 다 알아들을 수 있는 수준에 돌려 말하기였다.
동시에 내 안에서 그녀에 대한 점수가 올라가는 건 덤이다.
“알겠습니다. 당장 오늘 퇴근하기 전에 말해두도록 하죠.”
“…그래. 일을 미루는 건 좋지 않다.”
그제야 멜버른 경의 얼굴이 한결 밝아진다.
“그리고…….”
“예. 경청하겠습니다.”
“…무도회 날은 가급적 말을 아끼는 게 좋다. 웃으며 다가와 호의를 보이는 상대일수록 더욱 말을 아껴야 한다. 특히, 비젤린 각하에 관한 이야기를 묻는다면… 대답하기 곤란하다는 표현보다는 아무것도 모른다고 대답하는 편이 좋을 거다.”
뭐지.
이 걱정 가득한 시선.
마치 처음 몰링타를 떠나던 날, 케르낙스가 나에게 보내던 시선과 몹시 닮아 있었다.
그래. 물가에 내어놓은 아이를 보듯 한 그런 눈 말이다.
“…스미스 경?”
“예. 그렇게 하겠습니다.”
“…찾아와서 괜히 듣기 불편한 이야기만 잔뜩 늘어놓아서 미안하다.”
그녀는 습관처럼 작게 헛기침을 토하고는 소파에서 일어났다.
“…나는 그만 돌아가 보도록 하지.”
“많이 바쁘십니까?”
“폐하께서 출궁하지 않으시는 이상에는 꽤 여유가 있다만…?”
“그러면 점심이라도 함께 드시죠.”
오해하지 말아 줬으면 좋겠다.
불순한 의도로 그녀를 어찌하려는 게 아니라, 정말로 순수하게 조금 전 그녀가 내게 보여준 호의에 보답하고자 하는 거니까.
“…저, 점심…… 말, 인가……?”
“예. 시간은 조금 많이 남았지만.”
“그으, 어음… 음…… 오, 늘은… 조금 힘들 것 같군.”
“내일은?”
“……노, 력하면 어찌 될 것도 같다.”
“그러면 내일 연락 기다리고 있겠습니다.”
“…음.”
작게 고개를 끄덕이는 그녀의 반응에 만족하며, 나는 그녀를 배웅하기 위해서 함께 소파에서 일어났다. 그리고 문으로 다가가는데.
“…….”
“멜버른 경?”
돌연 그녀가 문 앞에서 멈춰선 것이다.
똑. 똑. 똑.
그리고 이어지는 노크 소리.
“누구?”
-나, 난데…… 친구… 이리나….
오, 나와 사막 친구가 되기로 한 이리나였구나.
“무슨 일이야?”
-그, 뭐시냐…… 순찰 나가기 전에 잠깐 얼굴도 볼 겸……? 괜찮으면… 점심 같이 먹자고…….
두둑.
뭐지.
잘 못 들은 게 아니라면 앞에 서 있는 멜버른 경의 몸에서 뭔가 나서는 안 될 소리가 들려왔던 거 같은데.
-바, 바쁘냐?
“…아니? 괜찮아.”
-그래? 그, 근데 나 들어가…….
달칵!!
망부석이 된 줄 알았던 멜버른 경이 돌연 집무실의 문을 활짝 열어 버렸다.
“어, 어……?”
그리고 예상치 못한 선객에 당황하는 이리나.
“…스미스 경.”
멜버른 경이 내 이름을 부르더니, 두 눈을 끔뻑이고 있는 이리나의 앞으로 한 발 더 다가서며 말을 이었다.
“…점심, 같이 먹도록 하지.”
“……하?”
이리나의 얼굴이 일그러지는 건 덤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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롤빵 헤어 정통 기사...끼에에에엑!!