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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세계 블랙기업 스미스-593화 (593/77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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카인G크리티카//감사..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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튤리우스 제국

1황자의 제안을 받아들인 후.

조증 걸린 환자마냥 급격하게 기분이 좋아진 황자는 내게 이런저런 잡다한 이야기를 떠벌렸고, 아주 가끔씩 사막에서의 내 생활을 물어오기도 했다. 그러다가 자연스럽게 서로 와인을 몇 잔 걸쳤더니.

“이런!! 그런 일이 있었단 말인가?”

“그렇습니다.”

황자의 얼굴은 잘 익은 사과처럼 물들었고 그는 내가 하는 이야기에 아주 격렬한 반응을 보여주고 있는 중이다.

“오크가 떠난 숲에서는 고블린이 왕노릇을 한다더니…… 딱 그 꼴이구나!!”

고작 와인 두 병에 술이 얼큰하게 취한 우리 황자는 손에 들고 있던 은잔은 강하게 내려치며 소리쳤다.

“내 이번 무도회만 끝나면!! 스미스, 그대를 제외한 단원들을 싹 갈아 치워버릴 것이야.”

참고로 우리가 방금전까지 하고 있던 이야기는 우리의 로안과 빌어먹을 단원들에 관한 이야기였다.

“아아, 물론 새로운 단원들은 전적으로 그대에게 맡기도록 하지.”

탁! 탁!

아주 그윽한 눈길로 나를 바라보며 내 팔뚝을 두어 번 두들긴 황자가 씨익 미소 지었다.

뭐. 왜.

왜 갑자기 웃고 지랄이래.

…라는 말을 시원하게 내뱉고 싶었지만, 생각 이상으로 놈에게 얻을 수 있는 게 많았기에 나는 똑같이 씨익 웃으며 고개를 끄덕여 주었다.

‘근데 이 새끼 취한 척하는 거 같은데?’

하는 행동은 영락없이 알코올에 절여진 놈이었으나, 방금 전까지 나와 나눈 대화를 귀족씩으로 해석해 보자면 이러했다.

-무도회에서 내가 만족할 만한 모습을 보여준다면, 네가 거슬려 하는 것들을 내가 치워주겠다.

뭐, 대충 이 정도로 해석이 가능하지 않을까 싶다.

그도 그럴 것이. 내가 로안과 다른 단원들의 일탈을 넘어선 무언가쯤 되는 행동을 고발했고 우리 황자는 거기에 몹시 분노한 듯 호통쳤다. 무도회가 코앞이니 전체를 물갈이하는 것은 힘들더라도 가장 문제가 되는 로안 정도는 당장 처리가 가능할 텐데도 굳이 무도회가 끝날 때까지 내버려 둔다는 점이 나로 하여 그런 의심을 들게 만들었다.

“황자님. 이제 그만 드시는 편이 좋으실 듯합니다.”

“음……. 확실히 평소보다 과음을 하긴 했지.”

세상에.

와인 두 병이 과음이라니.

심지어 도수가 그렇게 쌘 편도 아니었다.

누님이나 시란이 마셨다면 어디서 물을 가져왔냐고 병으로 대가리를 쳤을 정도의 농도였다.

“스미스 경.”

“예. 황자님.”

“앞으로는 마르비쿠스라고 부르게. 그대에게까지 황자라는 말은 듣고 싶지 않으니.”

“그래도 되겠습니까?”

“허허, 그야 당연하지. 내가 내 이름을 부르도록 허락을 했는데 뭐가 문제겠나?”

“그러시다면야…… 알겠습니다. 마르비쿠스님.”

“하하!! 그래. 음, 뭔가 그대에게 이름을 불리니 조금 낯간지럽군. 내가 취하긴 한 모양이야.”

순간적으로 굉장히 기분이 나쁘면서도 등허리에 소름이 돋았는데, 뭐지?

“여봐라!!”

정말로 취한 게 맞는지 의아한 마르비쿠스가 크게 소리치자, 그의 명령에 따라 밖에 나가 있던 시종들이 다시 우르르 안으로 들어왔다.

“한 사람은 그것을 가지고 오고, 나머지는 자리를 정리토록 하라.”

““예.””

소년과 그보다 조금 더 나이가 많은 시종들이 뽈뽈뽈 움직여 자리를 정리하기 시작했다. 그리고 나는 한 가지 사실을 눈으로 확인할 수 있었다.

‘이야, 짬 때리는 게 예술이네.’

딱 봐도 시종 출신이 아닌 놈들이 카트 옆에 서더니, 빈 접시를 깔짝이며 다른 시종들에게 명령하기 바빴다. 그리고 오렌과 같은 누가 봐도 시종을 부모로 둔 것 같은 아이들은 양손에 접시 여럿을 들고 뽈뽈뽈 바쁘게 뛰어다니고 있었다.

‘그 와중에 덩치도 가장 작네.’

시종들 중에서 가장 왜소한 오렌.

왜 자꾸 저 녀석에게 시선이 가나 싶었는데, 아무래도 코 주변에 난 작은 주근깨가 누님을 떠올리게 해서 그런 모양이다.

‘그렇다고 대놓고 도와줄 수는 없고.’

장담하는데 지금 내가 황자에게 몇 마디 언질하면 당장은 편할지 몰라도 내가 황자와 틀어지는 순간 빈말이 아니라 오렌은 정말로 신체 일부 중 어디가 비틀어질 수도 있었다.

“저 아이가 마음에 든 것인가?”

“……예?”

나중에 도넛이라도 잔뜩 챙겨줘야지…… 같은 생각을 하고 있던 나를 당황하게 만드는 질문을 던지는 마르비쿠스.

“그래. 오늘 그대를 초대하기 위해 전령으로 보냈던 아이군.”

“예…… 그렇습니다.”

“하하!! 뭘 부끄러워하고 그러나?”

누가요. 제가요?

그보다 부끄러워할 포인트가 있기는 했던가?

“이미 서로가 밤의 요람에 소속된 회원이니 부끄러워할 것 없다네.”

‘……?’

정수리에서 생겨나는 수많은 물음표.

“흠, 그런데 훌륭한 몸과 얼굴을 가진 것과 다르게 보는 눈은 몹시 독특하군? 여봐라. 거기.”

“예. 황자님.”

“그래. 너. 이리 와보거라.”

내가 잠깐 혼란에 빠져 있는 사이, 마르비쿠스는 열심히 접시를 옮기고 있던 오렌을 불러와 앞에 세웠다.

“이름이 무엇이냐.”

“오렌이라고 합니다.”

“그래. 오렌.”

마르비쿠스는 굉장히 한 대 쳐주고 싶은 미소로 나를 바라보며 오렌의 어깨를 두들겼다.

“내 앞으로 그대에게 사람을 보낼 일이 있다면 이 아이를 보내도록 하겠네.”

마치 ‘내가 이렇게나 신경 써주는데, 알지?’ 같은 시선에 순간 욱해서 녀석의 안면에다가 주먹을 처박을 뻔했다. 왠지 이럴 것 같아 두 손을 미리 식탁 아래로 내려둔 나에게 시란의 모유 한 병을 상으로 줘야겠다.

“감사합니다.”

“정말로 감사하다면 내일 점심도 함께 들지.”

사실 이 자식은 나를 괴롭히기 위해서 고도의 술수를 쓰고 있는 게 아닐까. 나머지 세 명의 기사 단장들을 공략하기 위한 내 귀중한 시간을 허비하도록 강요하다니. 이 자식은 악마가 분명하다.

“초대해주신다면 기꺼이 그러겠습니다.”

하지만 조금 전 내가 로안을 비롯한 우리 단원들을 고발하는 과정에서 우리가 매일매일 탱자탱자 놀고 있다는 사실을 스스로 까발렸기 때문에 거절할 명분이 없었다.

‘시발, 집에 가자마자 비젤린님이랑 약속 만들어야지.’

이리나와 멜버른 경과의 약속으로는 황자의 제안을 거부할 수 없겠지만, 대마법사이자 공작인 비젤린님이라면 놈도 포기할 터.

“하하! 좋아, 내 오늘은 너무 오래 붙잡아 둔 것 같으니 그러면 내일 보도록 함세.”

그리고 나는 황자의 배려 아닌 배려로 오렌을 달고 백옥인지 백석인지 하는 궁을 나올 수 있었다.

“헤헤.”

일에서 빠져나왔기 때문인지 녀석은 몹시 기분이 좋아 보였다.

반대로 나는 밤의 요람 때문에 머리가 아주 어지러운 상태였다.

‘시발, 뭔가 꺼림직하다더니.’

술을 마시고 노는 공간에 개인 방도 아니고 객실이 왜 존재하는 건지 굉장히 의문스러웠는데 설마 이런 최악의 방식으로 그 용도를 알게 될 줄이야.

“스미스 경! 스미스 경!”

또 뭔가 물어보고 싶은 게 있는지 녀석이 두 눈을 반짝이며 폴짝폴짝 뛰어왔다. 나는 그런 녀석의 머리에 작은 꿀밤을 먹였다.

“아악!!”

“시끄러 임마.”

갑작스러운 내 꿀밤에 놀란 녀석은 몹시 충격먹은 얼굴로 입술을 달싹였고 나는 그런 녀석을 대충 옆구리에 끼고 빠르게 집무실로 복귀했다. 중간중간 지나친 여자 시종과 귀족들의 시선이 꽤 짜증스러웠지만.

콰앙──!!

“헉?!”

집무실의 문을 걷어차자, 내 의자에 앉아 있던 로안이 화들짝 놀라며 자리에서 벌떡 일어났다.

“별일 없었지?”

“그, 그렇, 습니다……?”

“왜 의문형이냐?”

“아, 아무 일도 없었습니다.”

“그래. 고생했어.”

-으악?!

나는 옆구리에 끼고 있던 오렌을 대충 소파에 내던지며 녀석의 얼굴을 유심히 살폈다.

“왜, 왜 그러십니까?”

“아니. 그냥.”

의도치 않게 심연을 들여다봤고, 그 속에 네가 포함되어 있어 몹시 꺼림직해졌다…… 라고는 말을 할 수가 없었다.

“로안 경.”

“……예.”

“혹시 내가 어깨 두드려주고 하면 기쁘고 그러나?”

“…….”

어찌할 수 없을 만큼 구긴 신문지처럼 잔뜩 주름이 진 녀석의 얼굴에 나는 묘한 안도감을 느꼈다.

“나가 봐. 얼굴 좀 펴고”

“……예.”

녀석은 혹시라도 내가 또 붙잡을까 봐 걱정하는 얼굴로 거의 도망치듯 빠르게 집무실을 나가버렸다.

“너도.”

“……네?”

나는 책상 앞 내 의자에 앉으며 녀석이게 말했다.

“대충 먹다가 돌아가고 싶을 때 돌아가라.”

“어…… 그, 가, 감사합니다…….”

“그래.”

한 대 맞고 잔뜩 침울해져 있던 녀석은 조심스럽게 테이블 위에 올려두었던 상자를 열었고.

“와아……!!”

달콤한 도넛과 빵을 입에 넣으며 금세 행복한 미소를 지어 보였다.

그리고.

“헤헤, 안녕히 계세요!!”

상자의 절반을 비워낸 녀석은 내게 맞았다는 사실도 잊어버린 채 집무실을 떠났다.

**

“어후, 시간 축내는 것도 고역이네.”

남은 시간 동안 새롭게 만들 성물도 구상해 보고, 채팅방에 들러 재료를 구하러 어디까지 가버린 건지 모를 선배님이 오셨는지 확인도 하면서 정말 있는 힘껏 노력해 시간을 유익하게 보내기 위해 노력했다.

뭐, 그런다고 시간이 빨리 가는 건 아니었지만.

덤으로 새로운 기사 단장의 방문도 살짝 기대해 보았으나, 아쉽게도 퇴근하는 지금까지도 찾아오는 기사 단장은 없었다.

“저어…….”

“……?”

사복 차림으로 오늘 만나기로 약속한 캐러멜을 성문 앞에서 기다리고 있는데 웬 단발머리 여성이 쭈뼛쭈뼛 내게 다가와 말을 걸었다.

철그럭─!!

그와 동시에 뒤에서 들려오는 묵직한 쇳소리들.

“더 이상 접근하지 마라.”

“한 발자국만 더 다가오면 발목을 잘라버리겠다.”

“히익?!”

갑작스럽게 난입한 두 명의 기사가 검을 뽑아들고는 내게 다가오던 여석의 목에 검을 겨누는 게 아닌가.

“저, 저는 로샨테 운송의 넬라라고 합니다!! 앞에 계신 분께서는 새롭게 부임하신 청장미 기사단장님이 맞으시지요?!”

“그런데?”

“미, 민트라는 이름의 여성분으로부터 편지를 부탁받아 기다리고 있었습니다!!”

“민트?”

“예에!! 이, 이름을 말하면 분명 알아주실 거라고 하셨습니다!!”

얼굴이 새하얗게 질린 그녀의 간절함에 나는 고개를 끄덕이며 목에 검을 겨누고 있는 두 기사들에게 말했다.

“지켜줘서 고맙네. 하지만 이제 괜찮으니 그만 놓아주게.”

“예. 스미스 경.”

두 기사는 아주 절도있게 나를 향해 경례하고는 다시 본래의 위치로 돌아갔다. 그리고 둘의 위협에서 벗어난 넬라라는 이름의 여자는 안도의 한숨을 내쉬며 평범한 편지 봉투와 무슨 서류를 함께 내밀었다.

“편지를 수령하셨다는 서명 부탁드립니다.”

“그냥 이름을 적으면 되는 건가?”

“그, 그렇습니다.”

계속해서 내 뒤를 힐끗거리며 흠칫흠칫 몸을 떠는 넬라는 내가 서명을 끝마치자 그것을 품에 꼬옥 끌어안고는 나로부터 멀찌감치 물러났다.

“그, 그러면 수고하십시오!!”

저 멀리 떨어져 있던 마차 위에 올라타더니, 순식간에 말을 몰아 떠나버리는 그녀.

나는 멀어지는 마차를 지켜보다가 손에 들린 편지 봉투를 열어 안의 내용물을 확인해 봤다.

뭐, 어제의 일은 미안하다느니, 즐거웠다느니 등등의 쓸데없는 미사여구가 대부분이었으나, 편지가 끝나갈 즘에서야 이 편지가 말하고자 하는 진짜 내용을 나는 읽어볼 수 있었다.

그리고 진짜 중요한 내용을 간략하게 요약하자면 이러했다.

-오늘 만나기로 했던 캐러멜이 어제의 이야기를 듣고 진정제를 너무 많이 복용하는 바람에 약물 중독으로 쓰러져서 나올 수 없게 되었다.

뭐, 대충 그런 내용이었다.

덤으로 자신과 시나몬은 오늘 근무이니 혹시라도 만나고 싶다면 찾아오라는 내용을 마지막으로 편지는 끝이 났다.

“어? 스, 스미스 아니야?”

귀에 익은 소리에 고개를 돌리자, 사복 차림의 이리나가 이쪽을 향해 터벅터벅 걸어오는 모습을 발견할 수 있었다.

“이, 이런 우연이, 있나……? 하, 하하.”

반응을 보아하니 절대로 우연이 아닌 것 같았지만 나는 적당히 고개를 끄덕여 주었다. 어쩐지 기사들이 과하게 반응하더라니.

“그, 뭐, 뭐시냐……? 이, 이렇게 만난 것도 인연인데… 저녁이나 같이 할까?”

“그러자.”

“아니, 바, 바쁘다면 할 수 없지!! 하, 하하…… 어?”

“안 바쁜데?”

나는 입술을 벌리고 침을 꼴깍 삼키는 이리나의 손을 슬쩍 붙잡아 내쪽으로 끌어당겼다.

“어, 어엇…….”

충분히 버틸 수 있음에도 부자연스럽게 슬쩍 다가와 내 곁에 서는 이리나.

“마차는 불러뒀지?”

“어? 어, 으, 응…….”

“그래.”

안 그래도 그냥 집으로 돌아가야 하나 고민하던 찰나였는데 이렇게 스스로 와준다면 어떻게 거절을 한단 말인가.

‘마침 물어보고 싶은 것도 생겼고.’

의심받지 않게 돌아가는 길에 밤의 요람까지 들리면 그럭저럭 완벽한 하루가 될듯싶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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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품후기]

끼에에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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