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카인G크리티카//감사합니다~!!
-=-
튤리우스 제국
도박에 눈이 돌아가 폭주 기관차가 된 로안을 뒤로하고, 나는 아드리안의 품에 안겨 빠르고 안전하게 저택으로 돌아왔다.
“다녀왔어.”
“다녀오셨습니까.”
“일찍 왔군.”
이제는 유니폼이 되어버린 각기 다른 색의 앞치마를 맨 기에나와 베네오가 특유의 뾰족한 귀를 파닥이며 나를 마중 나왔다.
“다른 사람들은?”
“시론과 케르낙스는 시란님과 함께 목욕 중이고, 비젤린님께서는 낮에 돌아오신 후로 계속 주무시는 중입니다.”
“아멜라와 네메아는 냐호를 데리러 갔다.”
“누님이랑 네메아가?”
내가 눈을 끔뻑이며 묻자, 베네오가 내 푸른색 코트를 벗기며 말을 이었다.
“네가 지시한 일이 아닌가.”
“……?”
내가요?
푸른 코트를 팔에 걸친 베네오는 고개를 삐딱하게 기울인 나를 올려다보고는 회색 눈동자를 한 번 끔뻑였다.
“냐호가 걱정되니 사람을 보냈으면 좋겠다고, 시스. 네가 모시는 여신이 네가 그리 말했다던데.”
“아하.”
그제야 나는 어떻게 된 일인지 파악하고 뒤늦게 고개를 끄덕였다.
“제가 직접 말하진 않았는데, 제 생각을 읽고 미리 이야기해준 것 같네요.”
“결론은 아무 문제 없다는 거겠지.”
“옙.”
“그럼 됐다.”
베네오가 내 코트와 모자를 가지고 위로 올라갔고, 기에나는 내 오른쪽 팔에 팔짱을 끼며 나를 일 층 세면실로 안내했다.
촤아아악──
다른 건 몰라도 손만큼은 반드시 청결함을 유지해야 한다는 규칙에 따라 나는 두 손을 아주 빡빡 씻어 문지른 다음 다시 밖으로 나왔다.
‘오늘은 스튜인 모양이네.’
나는 부엌으로부터 흘러나오는 담백하고 달큰한 냄새에 입맛을 다시며 위로 올라왔다.
“어?”
“스미스.”
침실의 문을 열고 들어가자, 머리에 촉촉한 물기를 머금은 시론과 케르낙스가 나를 반겨주었다.
“다녀왔어.”
“일찍 왔네?”
“응. 내일…… 은 잘 모르겠는데. 별일 없으면 이제부터는 일찍 퇴근할 거야.”
“뭐야. 그러면 또 늦게 들어오겠다는 말이잖아.”
“어허. 남편님을 그리도 신뢰하지 못하다니.”
“뭐래. 와서 머리나 닦아줘.”
“넹.”
나는 옷을 갈아입으려던 것도 멈추고 두 사람에게 다가가 천천히 크고 부드러운 수건으로 머릿결이 상하지 않도록 조심조심 머리의 물기를 수건으로 꼬오꼬옥 짜내듯 닦아냈다.
“시란은?”
“조금 더 있다가 나온데.”
“하긴, 원래 물을 좋아하셨지.”
시론의 머리를 다 닦은 나는 빗 대신 손으로 머리칼을 부드럽게 쓸어내려준 다음 정수리에 입술을 맞췄다.
“자, 끝.”
“으에~ 양치도 안 한 입으로 뽀뽀하다니~”
시론이 장난스럽게 정수리를 감싸며 침대에서 일어났고, 옆에 순서를 기다리던 케르낙스가 작게 웃으며 내게 머리를 살짝 내밀어 왔다.
“오늘은 뭐 했어?”
“시란님께 육아에 대해서 조금 배웠다.”
“그래?”
“음. 많이 배웠다.”
“그렇구나. 몸은?”
“무거운 것 말고는 괜찮으니 걱정하지 말아라.”
“흐흐, 외롭다고 훌쩍였다는 거 다 들었는데?”
“무, 무슨……?!”
화들짝 놀라는 케르낙스의 반응에 나는 소리 없이 웃으며 따끈따끈하게 열이 오른 케르낙스의 귓불을 살살 어루만지며 정수리에 입술을 맞췄다.
“자, 끝. 이제 저녁먹으로 내려가자.”
“옷이나 갈아 입어.”
“아, 깜빡했다.”
아내들의 머리를 닦으며 느낀 소소한 행복감에 그만 내가 아직 출근할 때 입던 옷을 그대로 입고 있다는 것조차 깜빡하고 말았다.
그렇게 옷을 갈아입은 다음, 시론과 함께 케르낙스의 허리를 사이좋게 떠받치며 조심조심 부엌으로 내려왔다.
“오셨습니까.”
부엌으로 내려오자, 어딜 갔다 왔는지 모를 시스가 먼저 가장 끝쪽 자리에 앉아 나에게 인사해왔다.
나는 케르낙스를 자리에 앉히며 말했다.
“나 대신 냐호 챙겨줘서 고마워.”
“스미스님의 부인 되시는 분의 안위를 챙기는 것은 당연한 일이니 감사해하지 않으셔도 됩니다.”
“그래도 고마운 건 고마운 거지.”
시스는 대답하지 않고 고개를 한 번 끄덕이는 것으로 수긍했다.
아내들이 없었다면 또 뭐라뭐라 한참을 더 말대꾸를 해왔을 텐데.
스윽.
“크흠!”
순식간에 날카로워지는 시스의 시선에 나는 얼른 고개를 돌리며 케르낙스의 옆자리에 앉았다.
“뭐야. 일찍 왔네?”
“예. 며칠 정도는 오늘 같은 시간에 올 것 같습니다.”
“그래? 케르낙스가 좋아하겠네.”
“시, 시란님…….”
“그래그래~”
시란은 케르낙스의 뺨을 가볍게 콕! 눌러준 다음 본인의 자리로 가 앉았다.
“근데 이것들은 나간 지가 언젠데 아직도 안 돌아왔냐?”
베네오가 가져다 놓은 시원한 맥주를 한 모금 마신 시란은 비어 있는 자리를 훑으며 혀를 끌끌 찼다.
보통은 무슨 일이 생긴 게 아닐지 걱정했을 테지만, 아무래도 마중을 나간 사람들의 전력이 전력이다 보니 그냥 다른 짓을 하고 있다는 생각밖에 들지 않는 게 조금 웃겼다.
달그락.
기에나와 베네오가 주방에서 조리한 요리들을 하나씩 식탁 위에 내려놓을 무렵.
“뭐야. 일찍 왔네?”
“잘린 건가.”
“서방니임~!!”
누님과 네메아가 복도 끝에서 걸어왔고, 누님의 옆구리에 짐짝처럼 들린 냐호가 두 팔을 버둥거리며 내게 인사해왔다.
“손부터 씻고 들어와라.”
그리고 당당히 부엌으로 들어오려던 두 사람을 가로막는 베네오.
“거 되게 깐깐하네.”
“나는 신성력으로 항상 청결하다만.”
“씻어라.”
한 치의 물러섬도 없는 베네오의 단호함에 누님과 네메아는 결국 백기를 들고 냐호와 함께 세면실로 향했다.
‘평화롭구만.’
서로를 존중하는 아내들의 모습에 나는 흐뭇하게 웃으며 세 사람이 돌아오기를 기다렸다.
**
소소한 잡담과 함께 즐거운 저녁 식사 시간이 끝난 후, 나는 오랜만에 시원한 맥주를 한잔 들이키며 본래라면 어제 했어야 할 이야기를 아내들에게 하나하나 풀어 이야기했다.
“길레나라는 이름을 사용하는 사제가 사교도의 끄나풀이라…….”
“아가사에게 말해서 조사 좀 부탁드릴게요.”
“알겠다. 다른 건 몰라도 사교도와 관련된 일이니 적극적으로 나서겠지. 또한, 다른 신전 소속의 사제라면 그것만으로도 큰 타격을 줄 수 있을 테니 개처──”
빡!!
둔탁한 소리와 함께 네메아의 머리가 의자 등받이 뒤로 추욱 늘어졌다.
“저건 고삐가 풀리더니 완전 망아지가 따로 없네? 다 같이 있는 자리에서는 말 좀 곱게 쓰라니까.”
범인은 반대쪽에 앉아 있던 시란.
여전히 어떤 수법으로 머리를 타격하는지는 모르겠지만, 한 가지 확실한 건 이 자리에 있는 그 누구도 시란의 손을 피할 수 없다는 것만큼은 분명했다.
“아무튼, 밤의 요람이라는 곳을 누이트교에서 운영하고 있다는 거지?”
“네.”
“따로 우리가 도와줄 건 없고?”
“아직은요?”
오늘 마르비우스와의 대화에서 깨달은 바가 있었기에 이제는 적절한 상황에 아내들의 도움을 받겠다고 생각을 달리 먹었다.
마르비우스의 말대로 그녀들의 마음을 얻은 것 역시 내 능력이니, 그녀들의 힘을 빌린다기보다는 내가 얻은 힘을 휘두른다는 쪽으로 생각하기로 한 것이다.
“필요한 일 있으면 언제든 말해라. 혼자 끙끙거리지 말고.”
“엄마는 바보를 아직도 몰라? 우리 말고도 지금 도와주고 싶어서 안달 난 애들 천지일걸?”
“크흠!!”
역시 시론.
나를 너무 잘 알아서 탈이다.
“그럼, 중요한 이야기는 끝난거냐?”
“넵.”
“그러면 오랜만에 같이 목욕이나 할까?”
“좋군.”
누님과 네메아가 자리에서 일어나며 은근한 시선을 보내왔다.
“언니. 올라가자.”
“그래.”
시론은 케르낙스를 부축해 자리에서 일어나 천천히 침실로 향하기 위해 계단으로 움직였고.
“뭐, 그러면 나도 욕탕에 한 번 더 들어갈까.”
시란이 와인 몇 병을 챙기며 자리에서 일어났다.
“먼저들 올라가 계세요. 잠깐 냐호랑 따로 할 이야기가 있거든요.”
“너무 오래 기다리겐 하지 마라?”
“시끄럽고 올라가 이년아.”
“악!! 아니! 내 나이가 몇인데 애 보는 앞에서 등짝을 때려요?”
“너는 좀 더 맞아도 된다고 생각한다.”
누님 삼 인방은 서로 티격태격이며 계단 위로 올라갔다.
“냐호야?”
“네. 서방님.”
“크흠. 그게 말이지…….”
주방에서 기에나와 베네오가 귀를 활짝 열고 대화를 듣고 있을 테지만, 들어도 딱히 상관없는 내용이었기에 나는 로샨테를 조사하는 것과 카지노에 대한 것을 찬찬히 설명했다.
“…가능할까?”
“그럼요. 서방님께서 원하시는데 안 될 게 뭐가 있을까요?”
냐호는 꼬리를 살랑이며 배시시 웃으며 그리 대답했다.
정말이지 사랑스러운 암고양이 같으니라고.
“후후, 그건 그렇고…… 카지노를 닫는다라… 정말로 좋은 생각인 것 같네요.”
“그래?”
“네. 손실은 조금 있겠지만, 크게 힘들이지 않고 로샨테 쪽에 피해를 줄 수 있을 것 같답니다. 아, 그리고 여기.”
냐호는 넓은 소매를 뒤적이더니 은색 카드 하나를 내게 내밀었다.
“말씀하셨던 카지노 회원권이에요.”
“아, 고마워.”
나는 자리에서 일어나 냐호의 옆으로 다가갔다. 그리고 은색 카드를 뒷주머니에 찔러넣고 귀를 쫑긋 세우고 있는 냐호의 머리를 쓰다듬었다.
“어휴, 사랑스러운 복덩이.”
“흐으응~”
기분 좋은 소리를 내며 천천히 내 배에 머리를 스리스리 문질러 오는 냐호.
“아, 그러면 황실 쪽에서 움직인 것도 서방님께서 힘써주신 덕분이었군요?”
“황실?”
“모르시냐요?”
“엉. 도움을 받기로는 했는데 아직 움직이진 않았거든. 무슨 움직임인데?”
“퇴근하기 전에 들어온 정보였는데, 암흑가 쪽으로 황실 근위 기사들이 은밀하게 문서 하나를 남기고 떠났다고 해요.”
근위 기사라면 떠오르는 사람이 딱 한 사람 있었지만, 황족이라면 누구든 근위 기사를 곁에 두고 있었기에 나는 한 가지를 더 물어볼 수밖에 없었다.
“혹시 문서 내용도 알고 있어?”
“후후, 저희 아이들은 꽤 유능하답니다?”
복슬복슬한 꼬리로 내 허벅지를 살살 쓰다듬으며 요염하게 웃어 보이는 냐호.
“문서의 내용은 이러했다고 해요.”
【밀고자는 한 명으로 충분하다.】
누군지는 여전히 모르겠지만, 이것만큼은 확실했다.
‘1황자가 보낸 건 아니네.’
=============================
※ 조아라에 게시된 모든 작품은 저작권법에 의거 보호받고 있습니다 ※
※ 저작권자의 승인 없이 작품의 일부, 또는 전부를 복제, 전송, 배포 및 기타의 방법으로 이용할 경우,손해배상 청구를 포함해 강력한 민/형사상 처벌대상이 됩니다. (5년 이하의 징역, 5천만원 이하의 벌금부과) ※
[작품후기]
솔로의 저주가 걸린 사원님들은 크리스마스에 출근하지 않으셔도 되는 겁니닷
저주에 걸리지 않은 사원님들은 쳘야 근무 입니닷...