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카인G크리티카//감사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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튤리우스 제국
“어후, 너무 오래 있었나?”
나는 피로가 풀리기는커녕 오히려 무거워진 어깨와 허리를 이리저리 돌리며 부엌으로 잠깐 내려왔다.
“시원한 맥주~”
물 보다 맥주를 더 많이 섭취하는 것 같긴 하지만, 이런 거로 건강에 문제가 생길 단계는 이미 지났으니 아무렴 어떨까.
“끝나셨습니까.”
“으헉?!”
저녁 시간에 맞춰 불빛의 강도를 낮춰두었기에 드문드문 그림자가 드리워있는 복도 끝에서 돌연 얼굴을 내밀며 나타난 시스의 등장에 나는 순간 심장이 떨어지는 체험을 경험할 수 있었다.
“펴, 평범하게 좀 나오면 안 되냐?”
“……? 그저 서 있었을 뿐입니다만.”
시스는 특유의 무덤덤한 얼굴로 긴 속눈썹을 끔뻑이며 고개를 살짝 기울였다.
“내 말은…… 기척을 좀 내달란 소리지. 간 떨어질 뻔했잖냐.”
“덩치는 곰이면서 간은 토끼군요. 뭐, 아래쪽도 토끼이니 토끼에 조금 더 가까우려나요.”
“……훗.”
감히 내 자존심을 건드리는 발언에도 나는 짧게 웃으며 고개를 가로 저었다.
“나 스미스. 이제 그런 도발에 넘어가지 않는다.”
“그저 사실을 말했을 뿐인데 무슨 말씀이신지.”
“…나 맥주 마실 거야.”
다른 아내들은 몰라도 시스만큼은 여전히 감당이 안 됐기에 나는 쓰디쓴 패배감을 삼키기 위해 시스를 번쩍 들어 올린 채 부엌으로 다시 걸었다.
“스미스님.”
“…닭살 돋게 왜 그래?”
“평소 깔보던 여자가 복종한다. 이런 게 취향이었죠.”
“오해입니다. 저 그런 변태 아닙니다.”
“뭐, 그런 거로 해두죠.”
“끄응…….”
생각을 공유… 아니, 일방적으로 공유 당한다는 건 참으로 서글픈 일이다. 사생활에 비밀이 없다니!!
“사생활이라고 해봤자 여자를 만나는 게 전부인 주제에 무슨 사생활입니까.”
“…이것저것 일 하고 있습니다.”
“하반신을 더우읍…….”
귀에서 피가 날 것 같은 기분에 나는 최후의 수단으로 고개를 숙여 내 입술을 이용해 시스의 입을 틀어막았다.
“…쪽.”
“조금만 봐주라.”
“……딱히 혼낸 건 아닙니다.”
“누가 봐도 혼낸 겁니다만?”
“시끄러워요….”
고개를 살짝 돌리고는 내 팔에 걸친 두 다리를 까딱까딱 흔드는 시스.
그에 나는 시스의 이마에 몇 번 더 입술을 맞추고 난 후에야 맥주가 보관되어있는 오크통 앞에 도착했다. 그렇게 내 전용 잔을 이용해 보존 마법이 걸려 있는 통으로부터 시원한 맥주를 가득 담아낸 나는 한 팔로 여유롭게 시스를 안은 채 부엌 의자에 앉았다.
꿀꺽, 꿀꺽.
곡물 특유의 향과 함께 톡! 쏘는 청량감에 섞여 올라오는 알싸함에 나는 작은 탄성을 내지르며 고개를 흔들었다.
“시스도 마실래?”
“저는 취하지 않습니다.”
“알고 있거든요?”
나는 맥주가 반쯤 남은 잔을 시스의 입술에 살포시 가져댔다.
“응읏…… 응…….”
얌전히 내 품에 기대에 맥주를 몇 모금 마시는 시스.
나는 시스의 입 주변에 묻은 거품을 손가락으로 훑어 입에 혀로 핥았다.
“할까?”
“…딱히 하고 싶은 건 아닙니다만, 신성력의 보충을 위해서는 겹칠 수밖에 없겠군요.”
아직 남아 있는 맥주잔을 내게서 빼앗은 시스가 그걸 식탁 위에 올려두더니, 내 품에서 내려와 능숙하게 바지춤을 벗겼다. 그리고는 하늘하늘한 잠옷의 치마를 살짝 들춰 끝자락을 입에 물더니 그대로 내 위에 올라탔다.
스륵, 스륵.
살짝 물기가 묻어나는 매끈한 음부의 틈으로 내 자지를 끼우고서 천천히 무게감을 실어 자극해왔다.
이미 욕탕에서 한바탕하고 나왔음에도 금방 다시 기운을 차리고 발딱 고개를 치켜드는 아랫도리.
눈치껏 나는 시스의 부드럽고 탄탄한 엉덩이를 두 손으로 움켜쥐어 천천히 위로 들어 올렸다. 그에 시스는 거부하지 않고 자지를 누르고 있던 몸을 들어 올렸고, 우뚝 선 자지를 손으로 붙잡아 여전히 처녀의 것처럼 아름답고 예쁘게 다물어져 있는 보지를 향해 각도를 조절했다.
스르륵.
시스의 입에 물려 있던 치맛자락이 부드럽게 흘러내려 나와 시스의 그곳을 가렸다.
“내릴, 까……?”
“…뭘 묻는 겁니까.”
나는 괜히 살짝 마르는 입술이 침을 묻히고는 엉덩이를 받치고 있던 손을 천천히 아래로 내렸다.
그렇게 내 손길을 따라 시스 역시 엉덩이를 아래로 내렸고.
찔꺽─
껄떡이며 질리지도 않고 쿠퍼액을 흘려대던 귀두가 촉촉이 젖은 살덩이 틈으로 미끄덩 빨려 들어갔다.
쯔르릇.
시스가 조금씩 허리를 내릴 때마다 건방지게 날뛰던 자지가 시스의 좁고 구불구불한 보지 속으로 삼켜져 간다.
“……하아.”
마침내 엉덩이를 내 허벅지에 밀착시킨 시스가 달뜬 숨을 토하며 잠깐 이마를 내 가슴팍에 기대었다.
꼬옥꼬옥♥
물론, 그러는 중에도 시스의 보지는 쉬지 않고 내 자지에 빈틈없이 달라붙어 오물거리기 바빴지만.
그렇게 얼마나 시간이 흘렀을까.
시스의 안쪽은 완벽히 내 자지 형태에 맞춰 변했고, 이마를 가져대고 있던 시스가 내 어깨를 붙잡고는 천천히 허리를 움직이기 시작했다.
찌걱찌걱.
시스의 엉덩이가 한 번 올라가고 내려올 때마다, 오돌토돌한 질구가 계속해서 귀두의 민감한 부분을 치덕거리며 얼른 정액을 달라고 졸라온다.
“…너무 치사한 거 아니냐?”
“뭐가, 흐읏… 말, 이죠……?”
어느새 얼굴이 붉게 달아오른 시스가 나를 빤히 바라봤고, 나는 흘러내린 그녀의 푸른 머리칼을 귀 뒤로 넘겨주며 말했다.
“내 약점만 찾아서 자극하는 거 말이야…….”
처음에는 분명 이렇게까지 기분이 좋지 않았다.
일단은 시스도 글로만 보고 배운 쪽이었기에 그저 우월한 피지컬로 내 정액을 쥐어짤 뿐이었지만, 어느 순간부터 시란조차 따라오지 못할 기교를 보이며 내 민감한 부위를 속속 찾아 자극해왔다.
그리고 나는 며칠간의 고민 끝에 비약적인 시스의 발전 이유를 알아낼 수 있었다.
“…아무리 나라도 기분 좋다고 생각하는 것까지 읽히면 부끄럽거든요?”
“그러는… 읏… 당신은…… 하아… 응…♥ 제 항문을 좋을, 대로… 가지고 놀지 않았습니까… 하움… 쯉♥”
가불기를 시전한 시스는 그대로 얼굴을 들이밀어 내 왼쪽 귀를 삼키고 혀를 날름거려왔다.
‘젠장…… 이게 진짜 반칙이라니까…….’
평소에는 얼음장처럼 차갑고 무뚝뚝하면서 내 품에 안길 때만 이렇게 흐트러진 얼굴로 달뜬 숨을 내쉬면 그 자체만으로 충족되는 정복욕에 정액이 울컥 올라오려 했다.
찔꺽찔꺽찌꺼억♥
조금씩 빨라지기 시작하는 허리 놀림.
그와 동시에 기교를 부리듯 여유롭게 자지를 조이고 풀기를 반복하던 시스의 보지가 불규칙적으로 경련하듯 조여오기 시작했다.
사정을 위해 팽창하기 시작한 내 귀두에 맞춰 본인도 가기 위해 속도를 올린 것이다.
그에 나는 얌전히 두었던 손으로 시스의 움찔움찔 떠는 귀여운 엉덩이를 희롱하며 복수하듯 목덜미를 살짝 깨물어주었다.
“후응……♥ 읏, 쮸웁, 응… 츄르릅… 쪽….”
서로가 서로를 가게 하기 위해 더욱 몸을 밀착해 탐했고, 시란의 녹진하게 풀어진 보지가 꽉 조여온 순간.
뷰르릇, 뷰릇──!!
나는 몇 번째인지 모를 사정감을 시스의 깊은 곳에 해방했다.
“…정말이지. 쪽♥”
시스는 내 뺨에 입술 자국을 남기며 나를 바라봤다.
“아직도 이렇게나 많이 내다니…… 어쩔 수 없이 제가 관리할 수밖에 없겠군요.”
“부부 사이에는 그런 말 안 쓰는데.”
“…….”
꽈아아악♥
시스가 말없이 내 시선을 피하더니, 아직 사정 중이던 자지를 쥐어짜듯 보지가 꽉 조여왔다.
“……세요.”
“응?”
민감해진 자지를 계속해서 조여오는 탓에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하고 시스의 엉덩이만 조물조물 만지고 있던 나는 웅얼거리듯 작은 목소리에 다시 한번 시스에게 물었다.
그러자.
“…좋을 대로 다뤄주세요.”
수줍게 고개를 치켜드는 시스.
다시 한번 성욕이 불타올랐다.
**
“…시스야.”
“뭔가요.”
허리가 뻐근해 바닥에 누운 내 옆에 다소곳이 앉아 내 허리를 조심스럽게 마사지하고 있던 시스가 대답했다.
“그, 뭐시냐. 너도 내가 황녀님이랑 대화하는 거 들었을 거 아니야. 그렇지?”
“다른 아내분들의 힘을 빌리는 거 말씀이시군요.”
“어. 그거. 잠깐만 누워 봐.”
결계 덕분에 시간은 차고 넘쳤기에 나는 몸을 돌린 다음, 시스의 손을 붙잡고 내 몸 위로 끌어안았다.
“솔직히 이 자세 꽤 불편합니다.”
“…그래?”
“가슴이 눌려 원치 않게 허리가 휘는데 편한 게 더 이상하겠죠.”
그리 말하더니 잠깐 몸을 꼬물거려 움직이던 시스는 내 가슴팍 위에서 몸을 살짝 틀어 돌아누웠다.
“…이건 조금 편하군요.”
“나도 이쪽이 더 좋을지도.”
왼손으로는 시스의 엉덩이를, 오른손으론 돌아누워 가지런히 쏠린 젖가슴을 조물조물 만졌다.
“…그만 만지고 머리나 쓰다듬으세요.”
“넵.”
나는 발딱 선 젖꼭지를 희롱하던 손을 얼른 떼어내고, 내 가슴에 귀를 가져댄 시스의 푸른 머리칼을 살살 쓰다듬으며 말을 이었다.
“아무튼, 그거 어떻게 생각해? 넌 나한테 혼자서 해야 한다고 말했었잖냐.”
“그랬었죠.”
“그럼, 역시 나 혼자 해야 하나?”
“그걸 결정하는 것 역시 당신의 몫입니다.”
“…갑자기?”
내가 눈을 끔뻑이며 묻자, 시스가 평소의 무덤덤한 눈으로 나를 마주 바라보며 말한다.
“목표. 저는 사원 서민수가 도착해야 할 목적지로 이어진 길 하나를 알려드렸을 뿐입니다.”
“뭐야. 그러면 다른 방법들도 있는 거야?”
“찾으면 나오겠죠. 하지만 그렇다고 당신께 알려드릴 생각은 없습니다.”
“우리 사이에 그럴 거야?”
“……넣지 마십시오.”
“넹.”
시스의 엉덩이에 살짝 찔러넣은 검지를 조심스럽게 뽑아냈다.
“제가 하나하나 다 알려드린다면, 그건 당신이 이룬 업적이 아니라 제가 당신을 이용해 이룬 제 업적으로 치부될 겁니다.”
“…나 조금 이해한 거 같아.”
“조금이라도 이해한 거 같아 다행이군요.”
“어쨌든 결론은 자율적으로 행동해도 괜찮다는 거지?”
“언제는 아니었다는 듯이 말씀하시는군요.”
“……그것도, 그렇지?”
시스가 어이없다는 시선으로 나를 바라봤고, 그에 나는 머쓱하게 웃다가 시스의 이마에 입술을 맞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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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품후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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튤리우스 제국
“다녀올게.”
아내들과 알콩달콩한 밤을 보낸 나는 베네오와 함께 저택을 나섰다.
크르릉-
“엘은 오늘도 건강하네.”
탁! 탁!
내가 머리를 쓰다듬자, 녀석은 기분 좋은지 꼬리로 바닥을 여러 번 두들겼다.
“빨리 타라.”
“넹.”
베네오의 호통에 나는 얼른 마차의 문을 열고 위로 올라탔다.
얼마 지나지 않아 움직이기 시작한 창밖의 풍경.
비젤린님도 동행하지 않아 완벽히 혼자가 된 나는 편하게 의자에 기대며 시원하게 기지개를 켰다.
본래는 호위를 위해 기에나가 동행을 요구했지만, 언제 겨울이가 태어날지 모를 상황이었기에 나는 나보다 케르낙스를 더 우선해달라는 말과 함께 기에나를 저택에 남겼다.
비젤린님과 시론, 시란을 못 믿는 건 아니지만, 뭐랄까. 기에나가 있어야지만 안심이 되는 그런 기분?
그리고 누님은 내 부탁으로 냐호의 호위로 아침 일찍 저택을 떠났고, 네메아 역시 아가사에게 누이트의 첩자로 의심되는 사제의 행적을 찾기 위해 아가사를 찾아 떠났다.
“일단…… 로안 그 자식한테 이거부터 주고.”
나는 깜빡하고 잊을 뻔하다가 시스가 챙겨준 카지노의 회원권을 만지작거렸다.
“황녀님한테 찾아가서 이리나쪽 인원 좀 어떻게 늘려달라고 부탁도 해야지 참.”
나만 믿고 쉬는 날도 없이 미친 듯이 제도를 뛰어다니고 있을 이리나의 얼굴이 스치고 지나가 조금 미안해졌다.
내가 제대로 기억만 하고 있었다면 르비엘 황녀와 있을 때 어쩌면 해결해 줬을 수도 있는 문제였는데 냐호가 습격당했다는 사실에 꼭지가 돌아 잠깐 잊어버리고 말았다.
“그리고 로샨테를 깔끔하게 정리하면 끝.”
느긋하게 점심을 먹고 아드리안과 함께 로샨테를 방문할 생각을 했더니 기분이 절로 좋아졌다. 감히 내 사랑스러운 아내를 위협하다니.
죄만 입증되면 붙잡아다가 불알 딱 밤 형벌로 직접 다스려 줄 생각이다.
그렇게 이런저런 생각을 하는 동안 마차는 어느새 황성 앞에 도착해 있었다.
“다녀올게요.”
“마중은.”
“음, 일단은 안 나와도 될 것 같아요. 혹시 나와야 하면 시스가 알려줄 겁니다.”
“알겠다.”
마음 같아서는 입술이라도 맞춰주고 싶었지만, 보는 눈이 많았기에 나는 그녀에게서 떨어져 모자를 눌러쓰고 몸을 돌렸다.
철컥─!!
입구를 지키고 있던 검은 갈기단의 기사들이 절도 있는 동작으로 나를 향해 경례를 해왔고 나는 가볍게 손을 흔들어주는 것으로 화답하며 안으로 들어왔다.
그렇게 오늘도 뜨거운 시선을 받으며 기사단 건물로 향하는데.
‘……?’
나는 우리 건물 계단 아래에 서성이고 있는 익숙한 황금색 견장을 발견하고서 그녀의 곁으로 다가갔다.
“멜버른 경?”
“…아, 왔군.”
하루 사이에 굉장히 초췌해진 그녀의 얼굴에 나는 속으로 흠칫했다.
‘저주라도 걸린 건가?’
과장을 조금 보태면 광대 아래까지 내려온 다크서클을 본 순간 자연스럽게 그런 생각이 머릿속을 스치고 지나갔다.
“굉장히 피곤해 보이시는데…… 괜찮으십니까?”
“전혀…… 그리고 이건 정신적 피로 때문에 생긴 거니… 아니… 걱정해줘서 고맙군….”
확실히 정신이 없긴 없는 모양이다.
“그보다 여긴 무슨 일로?”
“…황태녀님께서 경을 모셔 오라 하셨다.”
그럴 거라고 대충 생각하고 있었기에 그다지 놀랄 일은 아니었다.
“하아……. 직접 가시겠다는 걸 한 시간이 넘게 말렸다.”
“그, 음… 죄송, 합니다……?”
놀랄 일은 아니었지만, 왠지 사과해야 할 것만 같았기에 나는 멜버른 경을 향해 슬쩍 고개를 숙였다.
“…아니다. 경이 왜 사과를 하나. 그보다 왔다면 가도록 하지.”
“잠깐, 혹시 안에 아무도 없었습니까?”
“로안이라고 하던가. 부단장이 있긴 하더군.”
“아, 그러면 잠깐 얼굴만 보고 금방 나오겠습니다.”
“…그래. 내가 조금 성급했군. 볼 일이 있다면 해결하고 나와도 괜찮다.”
“감사합니다.”
볼 일이라기 보다는 물건의 전달을 위함이었지만, 그런 세세한 것까지 공유할 필요는 없었기에 나는 얼른 계단을 뛰어 건물 안으로 들어갔다.
“이 새낀 이제 나와 있지도 않네.”
나는 텅 빈 일 층의 모습에 헛숨을 내뱉으며 위로 올라갔다. 그리고 기감을 펼쳐 녀석이 있는 휴게실의 문을 발로 걷어 찼다.
“……?!”
햇볕이 잘 드는 창가 자리에 앉아 뭔지 모를 서류를 훑고 있던 녀석이 놀란 토끼눈으로 나를 돌아봤다.
“하아…… 문은 발로 차는 게 아닙니다. 단장님.”
“뭐래. 자, 받아라.”
나는 손에 쥐고 있던 은색 회원권을 녀석에게 던졌고, 놈은 자리에서 일어나며 그것을 받았다.
“뭡니까.”
내 대답을 듣기도 전에 고개를 숙여 제 손에 쥔 것을 펼쳐 확인하는 로안.
그렇게 눈을 끔뻑이며 회원권을 바라보기를 몇 초.
드르륵.
녀석은 돌연 자리에서 일어나더니 보고 있던 서류 한 장을 가지고 내게 다가왔다. 그리고 아주 자연스럽게 기사들처럼 한쪽 무릎을 꿇더니.
“구두 끝이 조금 닳으셨습니다.”
“……?”
내 발을 제 허벅지 위에 얹고는 손에 들고 있던 서류로 내 구두를 아주 열심히 닦는 이상한 행동을 보였다.
“앞으로 걷어차기 쉽도록 더 튼튼하고 가벼운 소재로 문을 교체하도록 지시해 두겠습니다.”
“맞기 전에 그만해라.”
“네.”
녀석은 내 발을 다시 바닥에 내려두고 자리에서 일어났다.
“평생 따르겠습니다. 단장님.”
“시끄럽고. 애들한테서 뭐 들어온 거 있냐?”
“암흑가 쪽이 소란스러웠다는 소식이 몇 개 올라왔습니다만, 딱 그 정도입니다.”
“그렇군.”
티를 내진 않았지만, 지금 나는 꽤 놀란 상태였다.
‘왜 소란스러운지는 몰라도 어쨌든 뭔가 있었다는 것 정도는 알아냈다는 거 아니야?’
“암흑가쪽 소식 보낸 녀석들은 따로 분류해둬.”
“알겠습니다.”
이유를 물어볼 법도 했지만, 회원권을 손에 쥐여줬기 때문일까.
녀석은 그 어느 때보다 신뢰 가득한 시선으로 나를 올려다보고 있었다.
“아무튼, 난 황태녀님께서 부르셔서 다녀올 테니까. 퇴근 시간 되면 알아서 퇴근하고 나한테 알릴 정보 있으면 내 집무실 책상 아래에다가 숨겨 놔라.”
“맡겨주십시오.”
“…그래.”
분명 어느 정도 실력도 있고 믿음직스러운 눈을 하고는 있지만, 도박 중독자라는 꼬리표 때문에 그런지 좀처럼 신뢰가 가지 않는 녀석이다.
여튼, 로안에게 일을 맡겨둔 나는 다시 건물을 나왔고 나를 기다리고 계시던 멜버른 경에게 얼른 달려갔다.
“끝났나.”
“네. 끝났습니다.”
“그럼 가도록 하지.”
“아, 잠시만.”
“……?”
나는 멜버른 경의 앞으로 걸어가 그녀의 두 뺨에 손을 뻗었다.
“무, 무, 무무, 무슨……?”
“쉿. 저희 부족에서 효과 있는 마사지입니다.”
“그, 마, 마사… 후읏….”
우리 건물 주변으로는 사람들이 잘 다니지 않기에 나는 주변을 잘 살피면서 멜버른 경의 뺨을 시작으로 귓불과 광대 주변을 꾹꾹 눌러주었다.
“으, 으음, 하으… 큭…….”
고통보다는 개운함이 담긴 묘한 신음을 내뱉으며 멜버른 경은 조금씩 내 손길을 받아들였다.
그렇게 또 몇 분.
“어떻습니까?”
“…조, 조금 좋아졌다.”
“다행이네요.”
다크서클은 여전했지만, 두 뺨에 약간의 홍조가 떠오른 그녀는 조금 전보다는 훨씬 생기 넘치는 얼굴로 얼른 몸을 돌렸다.
“그, 그럼… 따라와라.”
“넵.”
나는 얌전히 그녀의 뒤를 따라 걸었다.
**
“여기… 계십니까?”
반들반들하게 윤이 나는 외벽과 크리스탈을 깎아 만든 백광색을 띈 화려한 문.
“그렇다.”
멜버른 경은 고개를 끄덕이고는 내가 단장이 되고 첫날 방문했던 수정궁의 문을 힘주어 밀었다.
그르륵─
묵직한 소리와 함께 반으로 갈라지는 수정문.
“들어가도록.”
“아, 예.”
나는 환한 불빛이 새어 나오고 있는 수정궁 안으로 걸음을 옮겼다. 그리고 내가 빈자리에 앉아 있는 황태녀님과 눈이 마주침과 동시에 뒤에서 묵직한 소리가 다시 한번 들려오면서 문이 닫혔다.
“좋은 아침이구나.”
“르비엘 황녀님께서도 좋은 아침입니다.”
“음, 우선은 자리에 앉도록.”
“예.”
여기서 점수를 따기 위해서는 바로 옆자리에 앉는 편이 좋을 테지만, 그런 속 보이는 짓은 뭔가 거북했기에 황태녀님의 맞은 편 자리에 의자를 당겨 앉았다.
“아침은 먹었느냐.”
“네. 제가 아침을 먹어야 힘을 낼 수 있는 체질이라.”
“그렇구나.”
표정의 변화는 크게 일어나지 않았지만, 나는 그녀가 지금 조금 아쉬워했다는 것을 알 수 있었다.
“아, 내가 너를 부른 것은 선물을 하나 건네주기 위함이다.”
“선물, 입니까?”
“그래. 당장 네가 뭘 좋아하는지 조사하는 건 시간이 다소 걸릴 것 같아 그나마 네가 좋아할 만한 걸 준비해 봤다.”
그리고는 품이 넓은 제복의 가슴 부분 아래로 손을 넣더니, 얼마 지나지 않아 익숙하게 생긴 수정구 하나를 꺼내 테이블 위에 올려두었다.
‘통신? 영상인가?’
입을 다물고 조용히 테이블 위에 올려진 수정구를 바라보길 잠깐.
우웅─
르비엘 황녀님의 마력이 주입되자 수정구에소 푸른 빛이 반짝 흘러나오기 시작했고, 그 빛을 통해 나는 저 수정구가 통신용 수정구라는 것을 알 수 있었다.
[ 충. ]
“깨워라.”
[ 예. ]
중성적인 목소리가 잠깐 떠나가더니, 이어서 물이 뿌려지는 소리가 들려왔고.
[ 어푸흐?! 어, 사, 살려 주십시오!! 정말, 제, 제가 아는 건 그게 전부입니다!! 제발!! 살려주신다고 약조하지 않으셨습니까?! ]
애절하고 처절하며 공포에 질린 중년 여성의 목소리가 뒤를 이었다.
[ 마지막이다. 알고 있는 걸 다시 읊어라. ]
[ 어흐으윽!! 로, 로샨테 울나르가 저희, 저, 저저희와 연이 닿은 다른 조직에 거래를 제안해 왔습니다!! 흑선 상단을 몰락시키는 일에 협조하면 야, 양지에서 사업을 할 수 있게 도와주겠다고 했습니다!! 저, 저희는 거절했습니다!! 진짭니다!! 사흘… 아, 아니! 이틀!! 이틀만 시간을 주시면 누가 병신처럼 썩은 줄을 붙잡았는지 알아낼 수 있습니다!! 그러니까, 그러니까 살려만 주십── ]
툭.
푸른 빛이 사라짐과 동시에 중년 여성의 목소리 역시 끊어졌다.
르비엘 황녀는 수정구의 둥근 면을 검지로 툭툭 두들기며 나를 지그시 바라봤다.
“마음에 드느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