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카인G크리티카//감사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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르비엘 황녀
“제대로 풀어달라고 했다. 이 빌어먹을 놈아…….”
화가 잔뜩 난 얼굴로 나를 노려보는 르비엘 황녀.
“르비엘.”
“…뭐냐.”
하지만 금방 다시 베개에 얼굴을 파묻는 소심한 모습을 보여주는 그녀.
‘아쉽네.’
방금 나를 빌어먹을 놈이라고 불렀을 때처럼 계속 노려봤다면, 조금 강압적으로 나가보려고 생각했는데, 저 모습을 보아하니 그랬다가는 토라져도 진짜 단단히 토라질 것 같아 그만두기로 했다.
“그러면, 조금 전처럼 저를 발로 차려고 하시면 안 됩니다?”
“…미, 미안하다.”
음. 제대로 사과했으니 역시 용서하도록 하자.
쪽.
엉덩이를 뒤로 내뺀 나는 그녀의 속살을 조금 더 풀어주기 전에 귀여운 배꼽에다가 입술을 살짝 맞췄다.
“후읏, 가, 간지럽다…….”
“간지럽기만 하십니까?”
“혀, 혀는 왜…… 읏… 뭐, 뭔가… 이상하기도 하고….”
물으면 묻는 말에 솔직하게 대답하는 르비엘은 내가 배꼽 안으로 혀를 넣고 할짝일 때마다, 어느 틈에 내 허리를 끌어안고 있던 두 다리를 흠칫흠칫 떨었다.
“다리에 힘 좀 빼주시겠습니까?”
“네가, 이상한 곳을 핥으니까…….”
“그렇군요. 그런데 르비엘?”
축축하게 젖은 보지털 위로 입술을 맞추며 다시 습하고 뜨거운 열기와 함께 알로에 향을 물씬 풍겨대는 그녀의 젖은 음부 아래로 얼굴을 들이밀며 말했다.
“빌어먹을 놈이라고 부르시기로 한 거 아니셨습니까?”
“…나, 난 그런 말 한 적 없다.”
“그러시군요. 제가 잘 못 들은 모양입니다.”
“그, 그럴 수도 있…… 하응!!”
노력의 결과로 여전히 좁았지만, 잔뜩 흘러나와 있는 애액이 제대로 윤활 역할을 해주었기에 르비엘의 좁은 틈 안으로 검지와 중지가 동시에 비집고 들어갔다.
“느껴지십니까? 조금 전까지만 해도 손가락 하나도 버거웠는데 지금은 두 개가 들어갔습니다.”
“소, 손가락…….”
“예. 손가락.”
찔꺽찔꺽.
“하아, 읏…… 기, 기분 좋아… 역시…… 위험해….”
“이쪽이 좋으십니까?”
“흐응!!”
지스팟으로 생각되는 부분을 꾸욱 눌러주자, 르비엘의 엉덩이가 다시 한번 침대 위로 붕 떠 올랐다.
한층 얼굴과 가까워진 음부를 향해 나는 끈적하게 달라붙어 움찔거리는 질벽을 긁어주며 그대로 귀여운 음핵 주변을 입술로 덮고 살짝 깨물었다.
“……?!”
강하게 억눌린, 비명에 가까운 신음이 터져 나왔고 뜨거운 물줄기가 내 턱 아래를 흠뻑 적셔왔다.
“어디든 다 민감하시네요.”
“읏, 하윽♥”
M자로 벌린 다리로 지탱한 엉덩이를 부르르 떨면서 조수를 몇 번이고 퓻퓻! 뿜어낸 르비엘은 한참이 지난 후에야 질척하게 젖은 이불보 아래로 엉덩이를 털썩 떨어트렸다.
찔꺽.
“우읏…….”
겨우 진정되어가던 보지에서 손가락을 억지로 빼내자마자 르비엘의 허벅지나 매섭게 내 골반을 조여왔다.
‘이 정도면 충분하겠지.’
손가락만으로는 한계가 있을뿐더러, 여기서 더 진행했다가는 자지를 넣기도 전에 르비엘이 먼저 녹초가 될 게 뻔히 눈에 보였기에 이쯤에서 멈추기로 했다.
“르비엘. 지금부터 넣을 건데, 계속 그러고 계실 겁니까?”
힘없이 뻗어 있는 아래와 다르게, 절대 놓지 않겠다는 의지가 엿보이는 그녀의 두 손은 가슴을 가린 베개를 꼭 움켜쥐고 있었다.
“소리…….”
흘러나온 군침을 한 번 삼킨 다음, 르비엘이 다시 말을 이었다.
“…지를 것 같으면 깨물 용도다.”
“그냥 지르시는 게 낫지 않겠습니까?”
“부끄러우니까 싫다…….”
“그러기에는 이미 많은 걸 보여주셨습니──”
퍽!!
둔탁한 소리와 함께 순간 옆구리를 타고 아찔한 충격이 흘러들어왔다.
“너, 너는 정말이지……!!”
내 옆구리를 왼쪽 다리로 후려친 르비엘은 도리어 본인이 피해자라는 얼굴로 나를 노려보며 베개에 묻은 입술을 오물거리며 작게 중얼거렸다.
“사람을 잘 못 본 내 잘못이지…….”
억울하다고 하기에는 내가 그녀를 놀린 건 사실이었기에 나는 욱씬거리는 옆구리를 애써 잊으며, 삽입을 위해 자세를 고쳐 앉았다.
탄탄하면서도 부드러운 그녀의 허벅지를 내 허벅지 위에 걸친 다음, 폭발 직전인 자지를 붙잡아다가 머리를 끈적한 균열 사이로 아주 천천히 비집어 넣었다.
“처음에는 많이 고통스러우실 겁니다. 그래도 절 믿고 조금만 참아 주세요.”
“…….”
대답 없이 나를 힐끗 내려다보더니, 이내 침대에 머리를 편히 눕히며 고개를 한 번 끄덕인다.
“그럼.”
자랑이라고 해야 할지 모르겠지만, 양손으로 다 샐 수 없는 수의 처녀를 상대한 나다.
나는 스스로의 경험을 신뢰하며, 꽉 다물어져 있는 틈을 향해 천천히 자지를 밀어 넣었다.
“읏…….”
“천천히, 숨을 내뱉으시면서 힘을 빼세요.”
“후으으, 흣, 하아아……!!”
나를 따라 숨을 내뱉으며 힘을 빼보려고는 시도하고 있는 것 같지만, 그녀의 좁은 구멍은 여전히 꽉 조이고 있었고 그 탓에 자지를 조금 넣으면 금방 다시 밖으로 밀려 나왔다.
푸욱.
“흐응?!”
하지만 젖을 만큼 젖은 애액과 발길질을 피하면서 노력한 애무로 충분히 풀어져 있었기 때문인지, 거센 반발에도 내 귀두는 어렵지 않게 그녀의 틈을 파고 들어갔다.
‘장난 아니네 진짜.’
손가락을 넣었을 때부터 예상은 하고 있었지만, 르비엘의 속은 굉장히 좁았고 조임 역시 엄청났다.
나는 조금 전까지 거부하던 것도 잊어버리고, 귀두에 끈적하게 달라붙어 오돌토돌한 돌기와 주름으로 귀두를 오물오물 씹어대는 르비엘의 음탕한 보지에 순간 등허리가 오싹해졌다.
‘시발. 정신 차려라 스미스.’
정력이 강해지는 바람에 하루하루 불알이 빵빵 하다지만, 기교 하나 없는 처녀 보지에 삽입한 것만으로 사정해버린다?
이 사실이 누군가에 의해 정신 나간 선배들이나 장인어른 귀에 들어가기라도 했다가는 평생 놀림감으로 확정이다.
“후우, 조금 진정되시면 눈을 깜빡여 주세요.”
“…….”
정말로 베개를 입에 꽉 물고 숨을 허덕이는 르비엘의 얼굴을 잠깐 눈에 담은 다음, 나는 그녀가 놀라지 않게끔 조심스럽게 허벅지를 쓸어올리는 식으로 손을 가져대어 넓은 골반을 붙잡았다.
“스, 스미스.”
턱 아래까지 올라온 사정감을 억누르기 위해 애국가를 부르고 있을 때, 르비엘이 드디어 안정된 호흡으로 숨을 내쉬며 나에게 신호를 보내왔다.
“조금 전처럼 천천히 숨을 내쉬면서 힘을 뺴시는 겁니다.”
“스으읍, 후우우.”
“한 번 더.”
“스으읍, 후우우.”
“자, 마지막으로 다시.”
내 신호에 맞춰 그녀가 다시 한번 숨을 들이켰고, 입에 문 베개를 향해 뜨거워진 숨결을 불어 넣는 바로 그 순간.
나는 붙잡은 그녀의 골반을 짓누르며, 그대로 허리를 튕겨 올렸다.
좁은 틈을 파고 들어간 귀두의 끝에 얇은 막이 닿았고, 꿰뚫었다.
정확히 삼분에 일이 남았을 때, 내 자지는 더 이상 그녀의 안으로 들어가지 못하고 가로막혔다.
평범하게는 결코 닿을 수 없는 르비엘의 가장 깊고 소중한 곳에 닿은 것이다.
“흐으으윽!!”
“괜찮아요. 조금만 참으세요.”
오밀조밀 빈틈없이 달라붙는 뜨거운 살덩이와 침입한 귀두의 앞부분을 삼키고 쪽쪽 빨아당기고 있는 아래와 다르게, 르비엘은 두 다리로 내 허리를 꽉 끌어안으며 베개를 강하게 짓씹어 고통을 삼키고 있었다.
그 모습에 울컥 올라오던 사정감이 가라앉았고, 나는 조심스럽게 상체를 숙였다.
베개를 사이에 두고서 나는 그녀의 머리와 뺨을 쓰다듬고, 진정될 때까지 이마에 입술을 맞추며 르비엘을 다독였다.
“후응, 응, 후으응…….”
“조금 괜찮아지셨습니까?”
“……응.”
식은땀으로 젖어버린 앞머리를 살짝 옆으로 넘겨주자, 촉촉하게 젖은 그녀의 눈동자가 더욱 선명하게 보였다.
“아프게 해드려서 죄송합니다.”
“…다, 달콤한 말에… 안 속을 것이다.”
“예. 앞으로 더 조심하겠습니다.”
나는 눈물이 살짝 맺힌 눈가를 닦아준 다음, 열이 오른 그녀의 이마에 내 이마를 맞대었다.
“움직여도 괜찮을까요?”
“…천천히. 수, 숨쉬기가 힘드니까.”
“알겠습니다.”
이쯤이면 베개 대신 나를 끌어안을 법도 했지만, 우리 르비엘은 눈물까지 보인 상태에서도 베개를 포기하지 않았다.
‘귀엽네.’
나는 손을 이용해 그녀의 턱을 강제로 들어 올린 다음 그대로 입술을 겹쳤다.
그러자 당황한 듯 입술을 오물거렸지만, 내가 혀와 함께 타액을 밀어 넣자, 금방 그것을 받아 삼키며 천천히 내게 혀를 얽혀왔다.
“우음, 쯉…… 으흥….”
조금씩 흘러나오는 기분 좋은 교성과 더욱 강해진 조임에 나는 조금씩 허리를 움직였다.
찔꺼억.
“후으응!! 읏, 푸하아!! 수, 숨, 쉬기 힘들다고, 했으흐읏♥”
“이게 좋으신 모양이군요.”
“우웁……♥ 그, 누, 누르…… 오옥…♥”
아주 천천히 허리를 당기고 찌르기를 반복하며 질벽을 긁어주는 것보다도, 르비엘은 귀두를 이용해 자궁구를 꾸욱 눌러 빙글빙글 돌려주는 것에 더욱 기뻐했다.
“그런 표정도 지을 줄 아셨군요.”
“후그으윽!!”
약속대로 베개를 꽉 문 그녀는 금방이라도 흰자위를 드러낼 듯 파르르 떨리는 두 눈을 꼭 감으며 완전히 얼굴을 숨겨버렸다.
푸욱!
“……?!”
조금 거칠게 허리를 튕기자마자, 베개에 파묻혀 있던 르비엘의 고개가 허리와 함께 뒤로 젖혀졌다.
“이제 괜찮으신 것 같으니, 조금 제대로 하겠습니다.”
“자, 잠…… 그웁!!”
나는 온몸으로 그녀를 짓누른 다음, 땀에 젖은 목덜미를 깨물었다.
“흐그윽!!”
더욱 강해지는 보지의 조임과 르비엘의 두 다리가 나를 움직이지 못하도록 꽉 붙잡았다. 그게 더 위험하다는 것도 모르고서.
“오, 오옥♥”
자궁구에 막혀 들어가지 못했던 나머지 부분이 그녀의 힘에 의해 질척한 속살의 틈 속으로 삼켜졌고, 완전히 나로 인해 자궁구가 짓뭉개진 르비엘은 그대로 눈을 까뒤집으며 몸을 부르르 떨었다.
“지금 얼굴을 멜버른 경이 본다면 어떤 반응을 보일지 궁금하군요.”
“그흑! 읏, 하악!!”
찰팍! 찰팍!
좆두덩이 그녀의 보짓덩이를 뭉그러트리며 자지를 푹 찔러 넣을 때마다, 쉴 틈 없이 조수가 뿜어져 나와 주변을 더럽혔다.
“원하시는 대로 가득 싸드릴 테니까 잘 받아들이십시오.”
“흐그으으윽!!”
본능에 따라 내 허리를 더욱 끌어당기는 르비엘의 두 다리.
그에 나는 그녀의 자궁구에 농후한 백탁액을 가득 싸지를 수 있었다.
한 번 움찔할 때마다 꿀렁이며 뿜어져 나오는 정액.
그렇게 얼마나 지났을까.
나는 누가 봐도 부풀어 오른 게 티가 날 정도로 볼록해진 르비엘의 아랫배를 쓰다듬으며 몸을 일으켰다.
“결국 이렇게 돼버렸네.”
첫 경험만큼은 상냥하게 리드하고 싶었지만, 결국 이렇게 되어버리고 말았다.
나는 잠깐 뺨을 긁적이다가 완전히 축 늘어진 그녀의 모습에 생각했다.
‘지금이라면 괜찮지 않을까?’
보지는 여전히 자지를 꼬옥 조여대고 있었지만, 르비엘은 지금 완전히 실신한 상태.
짧은 고민 끝에 나는 지금이 기회라 생각하고, 그녀가 두 손으로 꼭 쥐고 있는 베개를 향해 손을 뻗었다.
퍼억──!!
듣기에도 무척 둔탁한 소리.
내 손을 쳐내기 위해 움직였던 르비엘의 주먹은 정말 유감스럽게도 목표였던 내 손을 쳐내지 못했다.
대신.
“으그으윽…….”
정확히 내 명치를 가격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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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품후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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르비엘 황녀
“쓰읍……?”
내가 언제 잠들었더라.
습관적으로 입가에 흘러내린 침을 삼키며 잠에서 깬 나는 우선 몸을 일으키려고 했다.
스으윽.
“으허으으~”
그런데 말도 안 될 정도로 부드럽고 푹신한 감촉이 순식간에 몸을 감싸왔고, 겨우 들어 올린 눈꺼풀은 다시 아래로 슬그머니 내려가기 시작했다.
‘조금만 더 잘까…….’
이렇게 포근한데 잠을 자지 않는 것은 죄악이다.
그러니 아주 조금만 더 눈을 더 붙이자.
그렇게 편한 자세를 잡기 위해 몸을 돌리려고 상체를 뒤집는 순간.
“끄으응……?”
명치를 중심으로 퍼지는 아찔한 통증에 몸을 좀 먹던 수마가 순식간에 날아가 버렸다.
“……?”
잠이 달아나고 얼마 지나지 않아 차츰 정신이 돌아온 나는 낯설면서도 익숙한 듯한 풍경에 잠깐 눈을 끔뻑였다.
“아.”
그리고 떠오른 기억에 벌떡 몸을 일으켰다.
“르비엘?”
어두컴컴한 침실과 텅 비어 있는 침대.
그 어느 곳에서도 르비엘의 흔적을 찾을 수가 없었기에 나는 우선 침대에서 내려왔다.
“쓰읍…… 장난 아니네 이거.”
제대로 얻어맞은 명치는 조금만 움직여도 욱씬거려 나를 방해했다.
“아, 옷부터 입어야지.”
곧장 밖으로 나가려던 나는 아픈 명치에 고개를 숙였고, 덕분에 덜렁거리고 있는 내 아들놈과 눈이 마주칠 수 있었다.
그렇게 알몸이라는 것을 자각하고 벗어 던졌던 옷을 찾기 위해 다시 침대 근처로 돌아와 주변을 살폈다.
하지만 아무리 돌아다녀도 보이지 않는 옷가지.
‘…르비엘.’
설마 나를 이곳에 가둬두려고 옷을 다 회수해 가버린 건 아니겠지?
그런다고 못 나갈 내가 아니지만.
‘그냥 나가?’
창문도 없고, 시계로 보이는 것조차 없어 지금이 몇 시인지 확인할 방법이 없었다.
“흠…….”
푹신한 침대에 앉아 잠깐 머리를 굴려 고민한 끝에 나는 결론을 내렸다.
‘시스야?’
바로 내 여신님께 도움을 구하자고.
‘시스님? 바쁘신가요?’
【아직 낮입니다. 귀찮게 부르지 마세요.】
‘넹…….’
돌아온 싸늘한 대답에 나는 코를 훌쩍이며 침대에 벌러덩 누웠다.
아직 낮이라는 건 퇴근까지 시간이 남았다는 소리니까.
‘세 시쯤 됐으려나.’
정오가 조금 지나서 태양궁에 도착했고, 르비엘이 두 시간 정도 여유가 말하며 침대에 누웠었으니, 딱 그 정도이지 않을까.
“몸이 뽀송뽀송한 걸 보면 스크롤을 쓴 거 같은데 말이지.”
역시 내 옷가지는 내가 밖으로 나가지 못하도록 가져간 것으로 밖에 보이지 않았다.
“뭔가 얌전히 있어 주려니까 조금 배가 아픈데.”
가슴이라도 맛보았으면 모를까.
가슴도 맛보지 못했는데 이렇게 날 감금하려 들다니.
사실 당장 목이 잘려도 이상하지 않았지만, 멀쩡히 목이 붙어 있으니 된 거 아닐까.
“어디 보자…….”
그런 이유로 나는 두껍지만 조금도 무겁지 않은 신기한 이불로 아랫도리를 돌돌 말았다.
마치 웨딩드레스의 기다란 치맛자락처럼 되어버린 이불의 모습에 나는 만족하며, 굳게 닫힌 침실의 문을 열었다.
“응?”
“……?”
문이 열리긴 했지만, 열리다 말고 무언가에 가로막혀 멈췄다. 그리고 철그럭 쇳소리가 들려오더니, 눈에 익은 투구를 쓴 기사가 불쑥 얼굴을 내밀어 왔다.
“…….”
“…….”
서로 말없이 얼굴을 바라보기를 잠깐.
“……?!”
여기사는 알 수 없는 소리와 함께 그대로 바닥을 굴렀다.
“괜찮으십니까?”
“#^&[email protected]&*#^”
“……?”
일으켜주려고 문을 열고 나가자, 여기사는 더더욱 알아먹지 못할 소리를 내뱉으며 그대로 바닥에 본인의 머리를 처박는 게 아닌가.
“저기…….”
“아, 아무것도 보지 못하였사옵니다!!”
“예?”
“아무것도!! 저는, 아무것도 보지 못하였사옵니다!!”
바닥에 머리를 박고 쩌렁쩌렁 궁이 떠나가라 외치는 그녀.
“알겠으니까 잠깐 조용히 좀 해주시겠습니까? 머리가 울려서…….”
“흡……!!”
나는 잘도 저런 갑옷을 입고 바닥에 무릎을 꿇을 수 있다는 사실에 감탄하며 텅 빈 복도를 두리번 살폈다.
“황태녀님께서는?”
“귀족 회의에 참석하셨습니다.”
‘침대에 눕기 전에 말했던 일정이라는 게 귀족 회의였구나.’
조금 넘겨짚는 걸지도 모르겠지만, 내가 부탁했던 요구사항들이 안건이 되어 토론이 벌어지고 있을 것 같다는 느낌이 강하게 들었다.
“혹시 입을 것 좀 가져다 주실수 있으십니까?”
“그, 그게…….”
내가 말하는 거라면 뭐든 들어줄 것처럼 굴던 여기사가 돌연 말을 더듬거리며 곤란한 기색을 내비쳤다.
“황태녀께서 따로 지시를 내려둔게 있는 모양입니다.”
“…….”
당연하지만, 로안이라면 모를까.
여성을 곤란하게 만들 생각은 없었기에 나는 조용히 침실 안으로 들어가며 말했다.
“마실 것 조금과 황태녀께 말씀 좀 전해주시겠습니까?”
“어떤……?”
“퇴근 시간 전에 돌아오지 않으면 그냥 떠나겠다고.”
“그, 으… 반드시… 전달하겠나이다.”
“감사합니다.”
그렇게 목적을 이루고 다시 침실로 들어가려던 나는 문뜩 떠오른 사실에 다시 몸을 돌렸다.
“저기.”
철그럭!!
반쯤 몸을 일으켰던 여기사는 다시 바닥에 넙죽 엎드렸다.
‘나중에 뭐라도 하나 챙겨 주던지 해야겠다.’
나는 약간의 미안함을 뒤로하며 그녀에게 물었다.
“방이 너무 어두워서 그러는데 혹시 불을 켜주실 수 있으신지?”
“…마실 것과 함께 사람을 딸려 보내겠습니다.”
“아, 감사합니다.”
진짜 용건이 모두 해결되었기에 나는 문을 닫고 들어와 다시 편하게 침대에 앉았다.
그렇게 멍때리기를 잠깐.
똑. 똑. 똑.
정중함이 묻어나는 노크 소리와 함께 여성의 목소리가 들려왔다.
“들어오셔도 괜찮습니다.”
이제 어딜 가서 쉽게 말을 높일 신분은 아니었지만, 예의 바르고 친절한 이미지는 누구에게나 호감을 주는 이미지였기에 나는 별다른 고민 없이 말을 높여 썼다.
침실의 문을 열고 들어온 것은 두 명의 여집사였다.
그녀들은 시선을 바닥에 고정한 채로 조심스레 안으로 들어와 한 사람은 테이블 위에 물이 담겨 있는 유리병을 내려놓았고, 다른 한 사람은 반대편 구석으로 향하더니.
파앗─
그녀가 벽을 건드리자 어둡던 침실에 다시 빛이 돌아왔다.
“더 필요한 게 있으십니까.”
“아뇨. 없습니다.”
“앞에서 대기할 터이니, 필요한 게 있으시다면 언제든 불러주실.”
두 사람은 기품 있는 자세로 내게 인사한 다음 조용히 몸을 돌려 침실을 떠났다.
“조금 과할 정도로 친절한데.”
내 옷차림 때문에 고개를 못 드는 건 이해하겠지만, 조금 전의 여기사도 그렇고. 반응이 뭔가 좀 시원찮게 느껴졌다.
“어흐, 시원하다.”
한 겨울이지만, 따뜻한 침실의 온도에 맞춰 유리병 안에 담긴 물은 기분 좋게 차가웠다.
쾅!!
“……?!”
기분 좋게 냉수로 목을 축이고 있을 때, 돌연 문이 거칠게 열렸다.
쿵!!
그리고 뿜을 뻔한 물을 꿀떡 삼키며 입을 열기도 전에 다시 닫혀버린 문.
나는 입가에 흘러내린 물을 손등으로 닦으며, 깔끔한 정복으로 갈아입은 르비엘을 놀란 눈으로 쳐다봤다.
“…회의는?”
“끝났다.”
짧은 물음에 짧은 대답.
딱딱히 굳은 얼굴로 나를 마주 노려보던 그녀가 어깨에 두르고 있던 코트를 벗어 던지고는 이쪽을 향해 천천히 걸어왔다.
투욱.
“……?”
바닥 아래로 떨어지는 장갑.
스르륵.
하나둘 풀어지는 셔츠의 단추들.
“하아아…….”
침대에 걸터앉아 있던 내 곁으로 다가온 르비엘은 허물을 모두 벗어 달랑 속옷 두 장만 걸친 상태로 내 품에 안겼다.
쪽.
그리고는 내가 그녀에게 해주었던 걸 따라 하듯 귓불을 깨물고 목덜미를 할짝인다.
‘다행히 화난 건 아니구나.’
나는 그녀의 등을 토닥이며 물었다.
“제 옷은 왜 숨기셨습니까?”
“쮸웁……. 괘씸해서.”
“예?”
부스스.
내가 다시 묻자, 르비엘은 몸을 일으켜 나를 마주 바라보며 말을 이었다.
“농담이다.”
“전혀 농담이 아닌 얼굴입니다만.”
“농담이다.”
“지금 보니 농담인 것도 같습니다.”
“그래.”
나는 협박 아닌 그녀의 살벌한 눈빛에 굴복하여 고개를 끄덕이고 말았다.
“몸은 괜찮으십니까?”
“걷는 것도 힘들구나.”
“…그런 것 치시고는 굉장히 박력 있게 등장하셨습니다?”
“힘들다 하였지, 하지 못하겠다고는 하지 않았다.”
귀엽게 콧방귀를 뀐 르비엘은 조금 더 편하게 내 허벅지 위에 엉덩이를 붙이고 앉으며 어깨에 머리를 기대었다.
“내 씨앗들이 가득 차서 걸을 때마다 이질감이 느껴지더군.”
“흠흠.”
“지금도 그렇다. 음부가 어찌나 쓰라리던지. 처음 정신을 차렸을 땐 허리까지 말을 듣지 않아 꽤 고역이었다.”
“…죄송합니다.”
“됐다. 내가 동의한 일이었으니. 또…….”
갑자기 줄어드는 목소리.
르비엘은 손가락을 꼼지락거리며 힐끗 나를 올려다보며 입술을 작게 달싹였다.
“몹시 기분 좋았다…….”
역시 옷을 숨긴 건 용서해 주도록 하자.
“그러면 다시 침대에 누우시겠습니까?”
“…나를 죽일 셈이냐?”
조금 전까지의 달콤했던 분위기는 사라지고, 순식간에 짜게 식은 눈을 한 르비엘이 나를 올려다보며 이마를 크게 찌푸렸다.
“걷기도 힘든데 다시 그걸 넣겠다고? 좋은 것도 정도껏 이어야지.”
“……큼.”
“알았으면 욕탕에서 내 시중이나 들도록 해라.”
꼬물꼬물 내 품에서 벗어난 르비엘은 옷장으로 걸어가더니 무언가를 주섬주섬 챙기기 시작했다.
“자, 일어나거라.”
목욕 가운 비슷한 걸 몸에 걸치고, 본인의 갈아입을 옷을 직접 꾸린 르비엘이 내게 다가와 손을 붙잡아왔다.
“가볍게 배를 채우고 돌려보내 줄 터이니 얼른.”
“아니, 그냥 일어나려고 했었습니다?”
르비엘이 피식 웃으며 고개를 끄덕였고, 나는 침대에서 일어나며 그녀에게 물었다.
“그런데 르비엘.”
“왜 그러느냐?”
“이 상태로 나갑니까?”
“다들 멀찍이 물려뒀으니 괜찮다.”
“아하.”
보는 사람이 없다면야 뭐.
나는 고개를 끄덕인 다음, 그녀를 따라 걸으며 말했다.
“그리고 기사들에게는 너무 예의 차릴 필요 없다고 말씀해 주십시오. 다른 건 몰라도 머리까지 조아리는 건 상당히 부담스러웠습니다.”
“…방금 뭐라 하였느냐.”
문 앞에서 멈춰선 르비엘이 몸을 돌리더니, 서늘한 시선으로 나를 올려다봤다.
“방금, 뭐라 하였는지 물었다.”
“기사들이 너무 예의 차리지 않게 말씀을 좀 부탁드린다고……?”
“그거 말고.”
“머리까지 조아리는 건?”
“그래. 그 차림으로 밖을 나갔다?”
“예에. 목이 조금 말라서…….”
“그래. 그럴 수 있지. 너는 잠깐 여기서 기다리거라.”
그 순간 나는 직감했다.
지금 이대로 르비엘을 내보내면 조금 전 그 여기사에게 분명 몹시 좋지 않은 일이 생길 거라고.
“르비엘? 잠깐 진정하실래요?”
“진정? 나는 지금 몹시 냉정하다.”
아니, 평범하게 눈이 맛이 가셨는데요?
“감히 내 남편의 몸을 봐?”
점차 가늘어지는 그녀의 눈매에 나는 벨마 귀부인과 나눴던 대화 중 일부가 떠올랐다.
[의욕적이고 또 욕심이 많으신 분이셨지요.]
“당장 두 눈을 뽑아버리겠다.”
나는 다시 한번 마르비우스가 벨마 귀부인을 왜 그리도 이상한 사람 취급을 했는지 이해할 수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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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품후기]
연!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