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카인G크리티카//감사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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튤리우스 제국
눈앞이 번쩍이더니 시야가 일변했다.
그와 동시에 찾아온 엄청난 구토감.
“우웁…….”
위액도 더는 나올 게 없을 텐데도 벌름거리는 목구멍에 내가 정신을 차리지 못하고 있을 때였다.
스아악.
등을 시작으로 천천히 퍼지기 시작한 상쾌한 기운이 머리에 닿자, 당장이라도 뭔가 토해버릴 것 같던 목구멍과 위장이 거짓말처럼 진정되기 시작했다.
“이제 좀 괜찮을까?”
“…감사, 합니다.”
뒤에서 들려온 비젤린님의 목소리에 나는 입에 고인 침을 삼키며 몸을 일으켰다.
“원래는 아무렇지 않아야 정상인데, 힘이 엄한 곳에 다 몰려 있는 탓에 마력 멀미를 할 줄은 몰랐어.”
“멀미, 후우~”
속은 진정됐지만, 목구멍에 남은 구역감을 마저 삼켰다.
“멀미는 이제 괜찮습니다. 그보다 케르낙스는요?”
“침실에.”
“그럼……?”
구역감이 사라지면서 빠르게 정신을 차린 나는 내가 소환된 곳이 현관이라는 걸 깨닫고 얼른 위층으로 올라가기 위해 발을 떼려고 했다.
기에나와 베네오가 다가오기 전까지는.
터억──!!
자연스럽게 내 양옆에 선 둘은 마치 범죄자를 연행하듯 내 양쪽 팔을 붙잡았다.
“……?”
“우선 청결입니다.”
“밖을 나돌아다니다 온 주제에 어딜 들어가겠다고?”
“아니, 그, 어……?”
당장 케르낙스를 향해 달려가고 싶은 마음은 굴뚝같았지만, 처음 보는 기에나의 싸늘한 눈초리와 평소보다 더 경멸스러운 베네오의 시선에 나는 입을 다물어야 했다.
애초에 팔을 붙잡힌 시점에서 물리력을 행사하는 것자체가 불가능하기도 했고.
“얌전히 계십시오.”
“그편이 더 빨리 끝난다.”
“넵…….”
그렇게 나는 두 사람에 의해 욕탕으로 끌려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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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큰 소리 치지 않기.”
“크, 큰소리 치지 않기.”
“호들갑 떨지 않기.”
“…호, 호들갑 떨지 않기?”
여긴 어디고 나는 뭘 하고 있는 걸까.
기에나와 베네오에 의해 가죽이 벗겨질 정도로 탈탈 씻겨진 후, 정신을 차려보니, 새로운 옷으로 갈아입은 나는 탈의실 밖에 서서 베네오에게 주입식 교육을 당하고 있었다.
“좋다. 이제 천천히 따라와라.”
“……넹.”
뭔가 내가 생각했던 것보다 훨씬 차분한 저택의 분위기에 나는 얌전히 베네오의 뒤를 졸졸 따랐다.
‘근데 씻는 것보다는 청결 스크롤이 더 빠르고 좋지 않았나……?’
…라는 질문을 하고 싶었지만, 비젤린님도 함께 있던 자리였으니 분명 그만한 이유가 있지 않았을까.
“서방님.”
“냐호야.”
꽉 닫혀 있는 침실 문 앞에 서 있던 냐호가 선 자리에서 내게 인사해왔다.
“안에서 허락이 떨어질 때까지 여기서 대기한다.”
“드, 들어가면 안 되나?”
“…….”
베네오가 다시 한번 날카로운 시선으로 나를 노려봤다.
“들어가봤자 정신만 사나워진다. 애초에 네가 들어간다 케르낙스가 더 편해지는 것도 아니다.”
“그, 머리채라도 내어줄 수 있긴…… 조용히 있겠습니다.”
한마디만 더 하면 주둥이를 치겠다는 시선으로 쏘아보는 탓에 나는 입을 다물 수밖에 없었다.
‘이게 맞나……?’
너무나도 조용하고 차분한 분위기에 정말로 내가 너무 호들갑을 떨었나? 라는 생각이 들 정도였다.
‘끄응……. 방음은 더럽게 좋아가지고…!!’
안에서 케르낙스가 얼마나 힘들어하고 있는지 소리로라도 듣고 같이 마음을 아파해줄 수 있으면 좋았을 텐데, 방음 마법을 건 마법사가 너무 뛰어난 탓에 숨소리조차 들려오지 않았다.
“다른 사람들은?”
“시란님과 네메아님께선 안에 들어가 계시고, 아멜라님과 시론은 지붕 위에서 경계 중이셔요.”
“그, 그렇구나.”
시란은 유일한 출산 경험자였고, 네메아의 경우는 시스를 대신해 신성력으로 회복을 돕기 위해 들어가 있는 거겠지.
‘그래도 조금은 마음이 놓이네.’
“서방님.”
“어, 어?”
“손…….”
“어? 아, 손?”
냐호가 조심스럽게 내 양손을 감싸 쥐었고, 그제야 나는 내가 지나치게 손을 꽉 쥐고 있다는 걸 알아차렸다.
아마 조금만 더 늦게 말해줬다면 그대로 살이 파여 손이 더러워질 뻔했다. 겨울이를 피 묻은 손으로 안을 수는 없지.
“걱정하지 마셔요.”
“미안.”
“아니에요.”
냐호가 부드럽게 미소 지었다.
“서방님께는 어떻게 들리실지 몰라도, 이 세계에선 여성 혼자 아이를 냫는 게 일반적이랍니다? 서방님처럼 이리도 걱정해주시는 경우는 아마 없을 거예요.”
“…그렇구나.”
진짜 기회만 주어진다면 이 대륙에 꼬추 달린 새끼들을 단체로 싸잡아다가 정신 교화를 시켜줄 테다.
“쟤 말이 맞아. 애초에 관심이나 가져주면 고맙지. 보통은 시끄럽고 징그럽다면서 가까이도 안 오지?”
“하하…….”
어느새 올라오신 비젤린님의 말에 냐호가 어색하게 웃었다.
“짧으면 한 시간. 길면 한나절도 걸릴 수 있으니까. 괜히 힘 빼지 말고 차분하게 기다려.”
“…예.”
“허리 펴고. 어깨도 펴고. 케르낙스가 인간이긴 하지만, 기사 출신이잖아? 그러니까 너무 걱정하지 마. 게다가 신성력 잘 쓰는 녀석도 같이 들어가 있잖아?”
“……옙.”
나는 비젤린님의 말씀대로 허리를 펴고 어깨도 폈다.
“후우.”
천천히 숨을 고르며 최대한 마음을 차분하게 가다듬었다.
‘시스야. 데리러 가는 건 조금 오래 걸릴 거 같다.’
【전 알아서 돌아갈 테니, 이쪽은 신경 쓰지 마십시오.】
‘…무리하지 말고.’
【알겠습니다. 이쪽은 이제 됐으니, 케르낙스에게 신경 쓰도록 하십시오.】
‘그래.’
시스와의 짧은 대화가 끝난 후, 나는 다시 한숨을 내쉬며 벽에 등을 기댔다.
‘젠장……. 기도할 신이 없냐.’
나는 다시 한번 이 빌어먹을 환경을 속으로 짓씹은 다음, 눈을 감고 두 손을 모았다.
‘장인어른……. 우리 케르낙스랑 겨울이가 건강하게 뭐라도 좀 해주십쇼.’
**
노을 지던 하늘이 검게 물들었다.
얼마나 시간이 흘렀는지 모른다.
시계를 확인하는 것조차 고통스러워 아예 쳐다보지 않았으니까.
달칵.
“……!!”
기다리고 기다렸던 소리가 들려왔고, 나는 얼른 고개를 들어 벽에 붙이고 있던 등을 떼어냈다.
문이 천천히 열렸고, 조금은 피로해 보이는 얼굴의 시란이 얼굴을 비췄다.
“일단 스미스부터 들어와라.”
“……후우.”
나는 베네오에게 주입당했던 교육을 떠올리고는, 얼른 숨을 내뱉고 터질 듯 뛰어오르는 심장을 최대한 차분하게 가라앉혔다.
“됐냐?”
“…됐습니다.”
시란이 고개를 까딱였고, 나는 이상할 정도로 후들거리는 다리에 힘을 주어 겨우겨우 시란의 뒤를 따라 안으로 들어갈 수 있었다.
늘 보아왔던 침대와 양동이를 든 채 물러나고 있는 네메아가 보였다.
그리고.
“…스, 미스.”
땀에 흠뻑 젖은 얼굴로 침대에 누워 있던 케르낙스가 힘없이 미소 지었다.
신성력으로 치유를 받지 않았던 걸까.
완전히 다 쉬어버린 케르낙스의 목소리에 코끝이 시큰거렸다.
그렇게 마지막에 마지막까지 뛰어가고 싶은 걸 꾹 참고 시란을 따라 침대 앞에 선 순간.
“하아…….”
케르낙스의 품에 안겨, 조용히 젖을 물고 잠들어 있는…… 작고 귀여운 무언가가 눈에 들어왔다.
“…딸, 에게 질투할 건 아니겠지?”
“설마.”
분명 내 기분을 생각해서 한 농담이었겠지.
나는 후들거리는 다리로 침대 앞에 무릎 꿇고 앉아 케르낙스의 손을 붙잡았다.
“고마워.”
“…나도.”
천천히 내 뺨을 더듬거리는 케르낙스의 손길에 나는 그 어느 때보다 큰 안도감을 느꼈다.
“안아, 볼래……?”
“…아냐. 나중에.”
너무나도 안고 싶었다. 하지만 동시에 겁이 났다.
저렇게도 작은데 과연 내가 제대로 안을 수 있을까?
무엇보다 곤히 자고 있는데 깨우고 싶지 않았다.
“울 것 같더니, 의외로 안 우네?”
“…기쁜 날에 왜 웁니까.”
“눈 빨간 거나 어떻게 하고 말하지 그러냐.”
네메아와 함께 옆에서 조용히 지켜보고 있던 시란이 키득거리며 웃었다.
“나는 힘 한 번 주니까 퐁~ 하고 나왔었는데. 참, 뭐가 이렇게 오래 걸리는지.”
“…….”
뭔가 내용은 웃으라고 말한 내용 같은데, 정작 시란의 표정을 보면 그건 또 아닌 것 같아 나는 그냥 침묵하기로 했다.
“여튼, 둘 다 건강하니까. 우리는 저녁 먹을 때쯤에 다시 올 테니 둘이서 오붓한 시간 보내라.”
“고생하셨습니다.”
“…감사, 합니다.”
“감사는 무슨.”
시란이 손을 휘적이며, 네메아와 함께 침실의 문을 닫고 떠났다.
“…스미스.”
“응? 왜? 뭐 필요해?”
“…아니. 계속, 그러고 있으면… 불편하니까….”
“어? 아냐. 안 불편해.”
기다리는 동안 불편했던 마음에 비하면 무릎 꿇는 것 따윈 아무것도 아니었다.
“…내가, 안기고 싶어서 그런 건데.”
“그럼 일어나야지.”
나는 당장 자리에서 일어나 조심조심 반대편으로 걸음을 옮겼다. 그리고 아주아주 조심 침대 위로 올라가 케르낙스의 옆에 누웠다.
“…팔.”
“팔베개? 잠시만. 아니, 움직이지 말고. 내가 해줄게.”
케르낙스의 뒤통수를 조심스럽게 받친 다음, 그 틈으로 팔을 집어넣었다.
“……응.”
옆으로 돌아누운 내 가슴에 살짝 뺨을 가져대고는 옅은 미소를 짓는 케르낙스.
나는 땀에 젖은 케르낙스의 이마에 입술을 맞추며 따라 웃었다.
“우리 겨울이 나온다고 고생 많이 했나 봐. 엄청 잘 자네.”
“…그러게.”
쭈굴쭈굴한 피부에 작디작은 손을 꼼지락거리며 얌전히 자고 있는 우리 겨울이.
나는 살짝 자라나 있는 겨울이의 검은 머리칼을 바라보며 솔직한 마음을 털어놨다.
“…절대로 케르낙스. 널 닮아야 해.”
아들이면 몰라도, 딸인 이상 겨울이는 절대로 엄마인 케르낙스를 닮아야만 했다. 아니, 그래야만 했다.
“…나도 그렇게 생각해.”
“……부인? 여기선 그래도 절 닮았으면 좋겠다라고 말씀해주셔야하지 않을까요?”
전적으로 동의하긴 하지만, 그래도 내심 기대했건만!!
“…푸흡.”
내가 충격받은 얼굴로 바라보자, 케르낙스는 결국 작게 웃음을 터트렸다.
“케르낙스.”
“……응?”
“사랑해.”
“…나도.”
우리는 이마와 코를 맞대고 서로의 체온을 나눴다.
“…그런데 스미스?”
“응?”
“…듣기론, 시스님과 함께 중요한 일을 보러 갔다고 들었다만.”
케르낙스는 조금 걱정스러운 눈으로 나를 올려다봤다.
“…나는, 나는, 이제 괜찮으니… 급한 일이 있다면 얼른 가봐도 괜…… 우음….”
나는 바짝 마른 케르낙스의 입술이 촉촉해질 때까지 몇 번이고 입술을 맞추고 떼기를 반복했다.
“가라고 해도 오늘은 절대 안 떨어질 거니까.”
“……응.”
그제야 케르낙스의 입가에 옅은 미소가 그려졌다.
‘…미안하다. 로안.’
내가 꼭 구해줄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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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품후기]
경 ( 스미스 득녀 ) 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