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이세계 블랙기업 스미스-680화 (680/77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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카인G크리티카//감사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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튤리우스 제국

‘정화의식’의 후유증으로 잠에 빠진 로안을 대충 휴게실에 던져두고 다시 집무실에 올라왔다.

“더 안 자도 괜찮아?”

“괜찮습니다.”

내가 소파에 앉자, 시스는 자연스럽게 내 옆에 영덩이를 붙이고 앉아왔다.

“코트는 계속 걸치고 있게? 안 걸리적거려?”

“그럭저럭 나쁜 질감은 아니더군요.”

“뭐, 색감이 조금 마음에 안 들 뿐이지. 일단 황실에서 만들어 준 거잖아? 싸구려일 수가 없지.”

의외로 내 코트를 마음에 들어하는 시스를 번쩍 들어다가 내 허벅지 위에 앉혔다.

“정화의식도 성공적으로 끝났으니까. 이제 해석된 내용을 들어볼 수 있을까?”

“들인 노력에 비해 정말 별거 아닌 내용이었습니다. 솔직하게 말씀드리자면, 해석이 끝났을 때 내용이 너무 단조로워 당신이 뭔 가 빠트린 게 아닌가란 의심까지 들더군요. 실제로 당신.”

시스가 내 가슴을 손가락으로 콕콕 눌렀다.

“의외로 허술한 부분이 많으니까요.”

“그간 저지른 게 있다보니 변명할 말이 없긴 한데……. 이번에는 진짜 빼 먹은 거 없이 그대로 적어왔다?”

“저로서는 아직 아래로 내려갈 수단이 없으니, 그건 추후에 진의를 확인해보도록 하겠습니다.”

가슴 누르기를 멈춘 시스는 짧게 숨을 토하며 내 어깨에 머리를 편하게 기댔다.

“원래는 걸어서라도 저택에 가려 했습니다만, 아무래도 이 육신의 내구성이 그리 좋지 못해 이곳에 머물렀습니다.”

“그럴 수 있지. 따지고 보면 내 탓이 크기도 하고.”

“…별 거 아닌 내용이긴 했지만, 그렇다고 내용 자체를 가볍게 여길 순 없을 것 같더군요.”

저택에 오지 못했다는 말 다음에 이어 곧바로 본론을 꺼내려는 시스의 행동에 나는 고개를 갸웃거리다가도 입을 다물고 시시의 말에 집중했다.

“우선 해석된 내용입니다.”

【모든 신앙을 빼앗아라.】

【모든 신을 부정해라.】

“이러한 내용이었습니다.”

입이 아닌 신성을 통해 이야기를 전한 시스는 고개를 살짝 틀어 나를 바라봤다.

이쪽을 바라보는 시스를 향해 마주 고개를 숙여 눈썹 위에 입술을 맞댔다.

‘실. 그러니까 세계수가 보여줬던 장인어른 메시지랑 크게 차이가 안 나는 거 같은데?’

아니, 아니지.

그때는 내가 신이 되어야 한다는 쪽에 가까웠지만, 시스가 해석한 내용을 들어보면 내가 꼭 신이 되지 않더라도 충분히 할 수 있는 정도로 허들이 낮아졌다.

【그 말대로입니다. 빼앗는 것 자체가 목적이기에 굳이 흡수하지 않고 지원 능력인 성물 창조를 사용하면 간단히 해결 할 수 있는 부분이니까요.】

‘그렇지? 그런데 신을 부정하라는 건?’

【어떻게 받아들이냐에 따라 내용이 달라질 수 있는 부분이지만, 첫 번째 내용과 연관 지어 본다면 이곳 원주민들로부터 신에 대한 불신을 심어주는 정도로 해석할 수 있겠군요.】

‘그건 좀 어려울 거 같은데.’

정말 커다란 사건이 벌어지지 않는 이상에야 오래도록 이어져 내려온 신앙을 부정하는 건 사실 불가능하다 생각됐다.

“으붑.”

눈썹 위에 계속 입을 맞추고 오물거리고 있자, 조금 불편했던 걸까.

시스는 내 턱을 밀어내고는 예쁜 눈동자로 나를 빤히 올려다봤다.

【사원 서민수. 제가 던져주는 것만 먹으려 들지 말고 스스로 먹을 걸 구하려는 노력이라도 해보시는 게 어떻습니까.】

‘…시스 네가 날 이렇게 만들어 놓고 이제 와서?’

“그, 그건!!”

“……?”

그 시스가 목청을 높이다니.

심지어 지금 시스의 얼굴이 조금씩 붉게 달아오르고 있었다.

‘뭐야~ 시스 너도 흑역사가 부끄럽긴 한──’

꽈아아악!!

“허어어……?!”

아랫도리를 쥐어짜는 듯한 무자비한 손길에 순간 눈앞에 벼락이 마구 내려쳤다.

그렇게 나는 폐 안에 담긴 공기를 모두 내뱉고도 아주 그냥 찌그러질 때까지 숨을 허덕이고 난 후에야 시스는 내 아랫도리를 놓아주었다.

“시, 시스야……? 그, 차라리 내 머리를 깨는 게 어떨까? 여긴 진짜 아닌 거 같다… 응?”

“안 그래도 나쁜 머리가 더 나빠지면, 제 일만 늘어나는 꼴인데 제가 왜 그런 짓을 할 거라 생각하시는지.”

“…말이 그렇다는 거지. 그리고 아무리 사실이라지만, 그렇게 당당히 말하면 듣는 사람이 상처받는단다?”

“받으라고 하는 소리입니다. 애초에 하루 침대에서 자고 일어나면 다 잊어버리는 주제에.”

“…죄송함다.”

이상하다.

케르낙스도 그렇고, 시스도 조금 전까지 분명 분위기가 알콩달콩했는데 갑자기 왜 이렇게 된 거지?

“그걸 모르는 시점에서 이미 아웃입니다.”

은근슬쩍 가슴을 만지려고 뻗은 손을 시스가 찰싹! 하고 때렸다.

나는 시무룩한 표정으로 시스의 정수리에 턱을 얹었다.

‘예전부터 생각하고 있던 부분이었는데 방금 네 이야길 듣고 확신이 섰어.’

내가 이곳에 오게 된 이유를 알게 된 그날부터 가지게 된 한 가지 궁금증.

‘내가 의뢰를 완수했는데, 의뢰인들이 잔금을 치르지 못하게 될 경우는 과연 어떻게 될까.’

【당신……?】

평소와 크게 다를 바 없는 청아한 음색이었지만, 나는 확실하게 알 수 있었다. 지금 시스가 상당히 놀랐다는 걸.

문제는 그건 그거대로 조금 마음이 아팠다는 거다.

내가 그만큼 바보라고 생각하고 있었다는 증거니까.

‘신성을 빼앗으라는 건 말 그대로 빼앗으니까 신성이 줄어드는 건 당연한 거고.’

두 번째인 신을 부정하라는 문구 역시 목적은 첫 번째와 다를 바가 없었다.

신이라는 작자들은 누군가의 믿음을 통해 신성력을 얻게 되니, 사람들로부터 신을 불신하게 만든다는 건 곳 그 작자들로부터 신성을 빼앗는 것과 다를 바가 없다는 거다.

즉, 그거다.

‘의뢰를 완수하긴 하되, 그 전에 놈들의 지갑을 탈탈 털어버리라는 소리잖──’

“우웁……?”

시스가 내 두 뺨을 손으로 감싸더니, 부드럽고 따뜻한 손으로 내 얼굴과 머리를 더듬더듬 만지기 시작했다.

“왜 그래?”

“…혹시 제가 연산력을 회복하는 동안 세뇌라도 당한 건 아닌지 확인하는 중입니다.”

“어이.”

“사원 서민수가 이렇게 지능적인 사고를 할 리 없습니다. 역시 세뇌당한 게 분명하…… 움.”

나는 그대로 시스의 허리를 끌어안으며 촉촉한 입술에 내 입술을 겹쳤다.

“장난은 거기까지.”

“…진지한 확인 절차였습니다만.”

“그건 그거대로 가슴이 아픈데.”

평소의 무표정한 얼굴에서 토라짐 한 꼬집이 추가된 시스의 이마에 입술을 맞추며 나는 그녀를 바닥에 내려주었다. 그리고 시스의 물빛 머리칼을 부드럽게 쓸어내렸다.

‘그리고 내용이 가볍지만은 않을 거라고 했던 것도 겨울이를 생각해서 그랬던 거지? 고마워.’

“…….”

얌전히 내 손길을 받던 시스가 천천히 고개를 들어 다시 한번 이쪽을 빤히 올려다보며 내로 인해 더욱 촉촉하게 젖은 입술을 움직였다.

“정말로 세뇌당한 게 아닙니까?”

“아니라고. 아니야. 남편을 그렇게 못 믿냐?”

“신뢰를 주지 못한 당신 잘못이 크다고 말씀드리고 싶……?!”

여전히 뚱한 시스를 번쩍 안아들었다.

“그래. 내가 미안해. 그러니까 오늘은 이만 저택으로 돌아가세요.”

“…알겠습니다.”

“착하다.”

나는 조금 더 얼굴이 붉어진 시스를 안고서 마르비엘을 찾아 걸음을 옮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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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으아아아!! 르, 르비엘!!”

“놓아라!!”

성큼성큼 방문으로 향하는 르비엘의 허리를 붙잡고 늘어지는 나. 그런 나를 아무렇지 않게 질질 끌고 계속해서 진격하는 르비엘.

“분명 화 안 내기로 약속했잖습니까?!”

“화 안 났느니라!!”

누가 봐도 열이 머리 꼭대기까지 차서 터지기 일보 직전, 아니 이미 터진 사람처럼 보이는데, 어쩜.

결국 최후의 수단으로 나는 내 발을 내가 밟았고.

“푸흡!!”

얼굴부터 성대하게 바닥으로 처박았다.

“스미스?!”

화는 났지만, 어디까지나 내가 1순위인 르비엘은 그대로 몸을 돌려 엎어진 내게 다가와 내 몸을 살피기 시작했다. 그에 나는 얼른 팔을 뻗어 그녀를 꼭 끌어안았다.

“스, 스미스? 괜찮은 것이냐?”

“안 괜찮습니다. 괜찮아질 때까지 잠깐 이러고 있죠.”

“…날 속였구나.”

“코피만 안 났지. 진짜로 아픕니다.”

“……알겠다.”

가슴에 맞닿은 그녀의 등으로부터 콩닥콩닥 빠르게 뛰는 그녀의 심박수가 전해져 왔지만, 그것도 얼마 가지 않아 금방 안정을 되찾는 걸 직접 느낄 수 있었다.

‘…진짜 위험했네.’

마르비엘에게 겨울이의 소식을 전해주고, 마치 제 일처럼 무척 기뻐하는 마르비엘의 축복과 함께 아드리안을 통해 시스와 마르비우스 둘 모두를 저택으로 떠나보냈다.

그리고 곧장 기사단 건물로 돌아와 여전히 뻗어 있는 로안의 손발을 적당히 묶어둔 다음, 이번엔 르비엘을 찾아왔다.

날 향한 납치 시도와 실제로 부단장인 로안이 납치되어 세뇌당했었다는 사실을 알리기 위해서 말이다.

그리고 보나 마나 르비엘의 눈이 뒤집혀 질 걸 예상하고 이야기를 꺼내기 전에 온갖 약속을 받아냈지만, 조금 전에 봤던 것처럼 내 몸을 희생해서야 겨우겨우 르비엘의 발을 붙잡을 수 있었다.

“저도 당한 건 반드시 되갚아 줘야 하는 성격입니다. 그러니까 우선 제 이야기를 조금만 더 들어주세요.”

“…알겠다고 하지 않았느냐.”

“조금 전에는 그리 온갖 약속을 하시고도 제도를 뒤집어 버리시겠다면서 나가시려 하셨잖습니까.”

“그걸 말이라고!! 내 부군이 그딴 버러지 같은 것들에게 납치당할 뻔했는데 어찌 참을 수 있을까!!”

겨우 진정되었던 르비엘의 심장이 다시 빠르게 콩닥이기 시작했다.

나는 열이 한껏 오른 그녀의 목덜미와 귓불에 몇 번이고 입술을 맞추며 사랑을 속삭였다.

“…그, 그만. 내가, 내, 내가 잘 못 했으니까.”

그리고 르비엘은 이런 달콤한 말에 면역이 없었다.

“아닙니다. 절 위해 화내주신 거잖습니까? 기뻐요.”

“…….”

더욱 뜨거워지는 그녀의 체온에 여기서 더 놀렸다가는 큰 일이 날 것 같아 나는 얼른 본론을 꺼냈다.

“저도 당장 꼬리를 붙잡고 싶지만, 황제 폐하께서 조금 의미심장한 말씀을 하셨습니다.”

“…어머니께서 말이냐?”

“예. 누이트교와 다른 사교들을 정말 잡지 못해서 내버려 두고 있는 것 같으냐고 제게 말씀하시더군요.”

“…….”

르비엘은 잠깐 입을 다물었고, 숨을 한 번 고른 다음에야 다시 입을 열었다.

“그 부분은 내가 다시 어머니께 여쭤보도록 하마.”

“예. 그리고 신전에서 붙잡아둔 끄나풀을 심문 중이라 유의미한 정보도 손에 넣을 수 있을 테니, 우선은 참아주세요.”

“알겠다…….”

“다시 한번 고마워요. 언제나 제 말을 들어주셔서.”

“으음….”

나는 수줍어하는 르비엘에게 몇 번이고 더 입술을 맞추며 생각했다.

‘겨울이에 대한 건 역시 조금 더 미뤄야겠다.’

르비엘을 신뢰하지 않는 건 아니지만, 마르비우스와 다르게 르비엘은 황제와의 연결고리가 있었기에, 그녀에게는 미안하지만 솔직히 겨울이의 존재를 알리는 게 조금 꺼려졌다.

물론, 임신했었다는 소식을 알렸으니 언제까지고 숨기는 건 불가능할 테니, 조만간 알리긴 할 테지만 적어도 그게 오늘은 아니라는 소리다.

“그러면 르비엘?”

“……응.”

애정이 듬뿍 담긴 입맞춤에 완전히 녹아버린 르비엘은 한껏 얌전해진 목소리로 대답했다.

“풍요의 신전에 잠깐 들러야 하는데 멜버른 경을 조금 빌릴 수 있을까요?”

“……응. 데려가.”

“고마워요.”

완전히 녹아버린 르비엘을 번쩍 들어 침대에 내려준 나는 그녀가 정신을 차리기 전에 얼른 침실을 나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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