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카인G크리티카//감사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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튤리우스 제국
귀에서 피가 날 정도로 케르낙스의 잔소리에 시달린 후, 정신을 차렸을 땐 어느덧 저녁 시간이 되어 있었다.
달그락, 달그락.
늘 시끌벅적했던 식사 자리가 오늘따라 유독 분위기가 무거웠다.
그 이유는 뭐 굳이 말하지 않아도 다들 알고 있을 테고.
‘아직도 귀가 먹먹한 거 같은데…….’
혹시라도 사랑스러운 겨울이가 잠에서 깰까 봐, 손가락 하나 까딱 움직이지 못한 상황에서 거의 두 시간 가량 케르낙스의 잔소리를 들어야만 했다.
내용도 내용이었지만, 나는 케르낙스의 목청이 그렇게까지 좋을 줄은 오늘 처음 알게 됐다.
과장을 조금 보태면 무협지에 나오는 음공의 고수들이 그러하지 않았을 까란 헛생각이 들 정도로 케르낙스의 잔소리는 대단했다.
그리고 이러한 생각이 단순한 내 엄살이 아니라는 것을 지금 이 식사 분위기가 증명하고 있다.
모두를 공포에 떨게 한 케르낙스는 마침 내 품에서 푹 자고 일어난 겨울이에게 젖을 물리기 위해 이 자리에 불참한 상태임에도 누구 한 사람 제대로 입을 열지 못했다.
“끄으응…….”
물론, 단 한 사람만 조금 다른 이유로 입을 열지 않고 있기도 했다.
“씻고 발 닦고 일찍 잠이나 자야지.”
“나도…….”
결국 침묵 끝에 식사가 끝이 났고, 시란과 누님은 터덜터덜 걸어서 위로 올라갔다.
“도와줄까?”
“아냐. 괜찮아. 올라가서 케르낙스랑 겨울이랑 놀고 있어.”
“히히, 응~!!”
예의상 물어봤던 시론이 해맑게 웃으며 누님들의 뒤를 따라 위로 올라가 버렸다.
그렇게 자리에 식사가 끝난 자리에 남은 건, 앓아누운 기에나와 베네오를 대신해서 식사 준비를 했던 나와 비젤린님. 이렇게 둘만 남게 되었다.
“내가 해줄까?”
“흐흐, 괜찮습니다. 가끔은 이렇게 몸도 좀 움직이고 싶거든요.”
“변명은~ 사실 아직 케르낙스 걔 얼굴 보기 무섭지?”
“큼큼……. 무, 무슨 그런 큰일 날 소리를….”
나는 얼른 빈 접시를 모아다가 주방으로 들어갔다.
촤아아악──!!
중세 배경에 한겨울이지만 가스비 걱정 없이 온수가 콸콸 나오는 정말 말도 안 되는 마법의 저택.
“그런데 비젤린님.”
“응?”
유일하게 후식으로 바삭한 토스트에 버터를 발라, 달콤한 시란과 케르낙스의 모유가 잔뜩 들어간 우유를 함께 마시고 있던 비젤린님께서 이쪽으로 고개를 돌리셨다.
“아까부터 엄청 궁금하던 건데 말입니다. 기에나랑 베네오는 왜 쓰러져 있던 겁니까?”
“아, 그거? 별건 아니고…… 아니다. 별게 맞나?”
뽀득──!!
“헙……?!”
비젤린님을 바라보다가 순간 그릇을 놓쳐 깨버릴 뻔한 나는 다시 고개를 숙이고 설거지에 집중하면서 귀는 바짝 열어 비젤린님의 목소리에 집중했다.
“엘프들이 난동 부리다가 결국 숲의 어머니가 있는 숲으로 내몰린 건 알고 있지?”
“알고 있죠.”
거기 가기 전에 기에나와 함께 엘프들에 대해서 제법 공부도 했었으니 말이다.
“역사적으로는 인간과 다른 이종족들의 연합해서 엘프들을 몰아내고 협약을 맺었다고 서술되어 있지만 사실은 달라.”
거기서부터 나는 오싹함을 느꼈다.
“생각해봐. 신체 능력은 말도 안 되게 강하고, 평범한 사람은 눈으로 볼 수도 없는 정령까지 계약해서 다루는데 그걸 단지 쪽수로 밀어붙인다고 이길 수 있었을까?”
“그…… 누님처럼 강한 분이 계셨을 거 아닙니까?”
“얘. 그때는 엘프쪽에도 괴물이 더 많았단다.”
당장 기에나만 하더라도 누님과 네메아급 강자만 아니라면 순살할 수 있을 정도의 실력자이긴 했다.
“그럼……?”
“내가 침실에서 말했었지? 우리 언니가 좀 구시대적이라고 말이야. 그런데 성욕에 미쳐서 다른 종족의 수컷들을 강간하는 걸로도 모자라 납치까지하는데 언니 눈에 곱게 보였겠니?”
호로록.
따끈따끈한 우유를 한 모금 마시는 소리가 들려왔다.
“이틀 정도 걸렸나? 딱 절반으로 줄어들었을 거야.”
“…….”
나는 더 이상 묻지 않기로 했다.
뭐가 절반 정도 줄었는지 궁금하지도 않았고.
“그리고 전리품으로 숲의 어머니… 세계수라고 불렀지? 그거 가지 몇 개 꺾어다가 의자로 만들었을 걸? 말 나온 김에 내일 구경하러 갈까?”
“…아뇨. 내일 좀 바쁠 거 같아서.”
뭐랄까. 내일은 어쩐지 정시 퇴근을 하고 싶단 생각이 들었다.
“그런데 세계수는 나무지만 신성력을 품고 있는…… 반신? 뭐 그런 존잰데 어떻게…?”
“그건 나중에 알기 싫어도 알게 될 거니까 나중의 즐거움으로 남겨둬.”
전혀 즐겁지 않지만 일단 고개를 끄덕였다.
“그래서 기절한 이유는……?”
“뭐겠어? 그때 살아남은 엘프들 뼛속 깊이 언니에 대한 공포가 새겨졌고 자식들한테까지 전해져 온 거지.”
“그, 그렇군요.”
만약 세계수의 가지가 꺾였단 소릴 듣지 못했다면 하이엘프인 기에나에 대해선 약간의 의문이 들었을 테지만, 그 제멋대로에 까칠한 세계수가 그냥 가지를 줬을 리는 없었을 테니, 분명 레이벨 누님에게 호되게 당했을 게 분명했다.
“그럼 베네오는요? 베네오는 엘프가 아니라 요정인데.”
“궁금해?”
“…쬐끔?”
귓가로 비젤린님의 웃음소리가 들려왔다.
“그러면 내일 만나서 직접 물어봐~”
“예? 아니, 말씀해주시려면 끝까지 다 말…….”
마지막 접시의 물기를 털어내고 받침에 올린 다음 고개를 들었다. 그리고 이미 텅 빈 식탁 앞에 나는 한숨을 내쉬었다.
“…본인이 드신 건 본인이 좀 처리하시지.”
내가 학생 시절에 엄마의 마음이 아마도 이러하지 않았을까.
‘등짝 맞을 만했네.’
결국 나는 한숨과 함께 비젤린님의 접시와 컵을 가지러 나갈 수밖에 없었다.
**
“아직 화 났어?”
“…….”
겨울이를 안고 누운 케르낙스의 뒤를 끌어안은 나는 몇 번이고 케르낙스의 배를 살살 어루만지며 대화를 시도해 보았지만, 케르낙스는 단 한마디도 대꾸해주지 않았다.
“여보?”
움찔.
순간 사타구니에 딱 맞닿은 케르낙스의 엉덩이가 움찔거렸다.
“……누나?”
“……?!”
그리고 나는 결국 정답을 찾아냈다.
“누나……?”
“하, 하지, 하지 마라….”
아무리 사랑을 속삭여도 좀처럼 반응이 없던 케르낙스의 목덜미가 순식간에 화끈 달아올랐다.
“누──”
“이익!!”
수박 깨지는 소리와 함께 순간 눈앞에 불똥이 튀었다.
**
“쓰읍……?”
요즘 들어 자주 이렇게 잠에서 깨는 것 같다면 기분 탓일까?
입가에 흐르던 침을 다시 빨아 먹으며 눈을 뜬 나는 오랜만에 느껴보는 기분 좋은 무게감에 고개를 살짝 옆으로 돌렸다.
새근─ 새근─
내 팔을 베고 누운 케르낙스가 겨울이와 같은 자세로 내게 편히 기대어 잠들어 있었다.
‘세상 천사가 따로 없네.’
아침부터 기분이 좋아진 나는 케르낙스의 이마와 겨울이의 정수리에 조심해서 뽀뽀했다.
“음……?”
그런데 조용히 둘의 얼굴을 감상하려 했지만, 내 뽀뽀 때문인지 케르낙스의 눈꺼풀이 파르르 떨리다가 천천히 위로 올라갔다.
“…스, 미스?”
“미안. 깨울 생각은 없었는데. 조금 더 자.”
“…….”
“케르낙스?”
이름을 불렀음에도 케르낙스는 잠깐 흐리멍덩한 시선으로 내 얼굴을 빤히 바라봤다.
“…괜찮아?”
“엉? 뭐가?”
“그, 어제…….”
뭔가 미안한 일이 있는 것처럼 시선을 피하며 말끝을 흐리는 모습에 나는 잠깐 눈을 끔뻑이다가 얼른 케르낙스의 이마에 뽀뽀했다.
“뭔진 모르겠지만 괜찮으니까 그렇게 풀 죽지 마. 그러면 내 마음이 너무 아프거든?”
“……응.”
그제야 케르낙스가 다시 고개를 들었다. 그리고 은근한 시선을 내게 보내왔다.
단번에 그 뜻을 알아차린 나는 올라가려는 입꼬리를 붙잡고 케르낙스의 입술을 향해 고개를 숙였다.
말랑하고 부드러운 케르낙스의 입술은 무척이나 기분 좋았다.
“그런데…… 정말 기억이… 안나?”
“뭐가?”
“아, 아니, 아니다. 아무것도….”
“싱겁기는.”
뭔가 눈앞에 불똥이 튀었던 것 같기는 한데, 그 부분의 기억이 모호했기에 나는 피식 웃으며 내 허벅지 위에 걸친 케르낙스의 다리 사이로 무릎을 이용해 엉덩이를 살살 자극했다.
“자, 잠깐…….”
눈에 띄게 당황하는 그 모습에 침이 꼴깍 넘어갔다.
점차 얼굴이 붉어지는 케르낙스의 입술 사이로 달콤한 숨결이 흘러나오기 시작했다.
케르낙스 역시 내 허벅지 사이에 스스로 사타구니를 문지르기 시작했고.
얼굴로는 지금 여기서 이러면 안 된다는 걸 우리 둘 다 알고는 있었지만, 이상하게 브레이크가 망가진 트럭처럼 행동이 뜻대로 멈춰지지 않았다.
“스, 스미스…….”
“케르낙스.”
서로를 향한 뜨거운 시선.
그리고 조금 전과는 다른, 조금 더 깊은 교감을 나누기 위해 서로의 입술을 향해 다가가는데.
지이이이이───
앞서 한 번 느껴본 적 있는 강렬한 시선에 나는 순간 흠칫 멈춰버렸다.
“스미스……?”
살짝 감은 눈을 뜨며 케르낙스가 의아한 얼굴로 나를 올려다봤다.
바로 그 순간.
-으뭉.
나를 빤히 바라보던 겨울이가 작은 입을 오물거리다가 케르낙스의 가슴팍으로 고개를 홱! 돌려버렸다.
“…….”
“…….”
그에 나와 케르낙스는 한껏 붉어진 얼굴로 서로를 바라보다가 조용히 떨어졌다.
**
“그럼 다녀올게.”
침실에서 케르낙스와 겨울이와 인사한 나는 뒷일을 시스에게 맡겨두고 조용히 저택을 나왔다.
“오늘도 일찍 나와서 기다리고 있구만.”
르비엘의 명령으로 늘 저택 앞까지 나를 마중오는 멜버른 경이 타고 있는 마차를 향해 다가가 문을 열었다.
“좋은 아침…….”
탁──!!
나는 얼른 마차의 문을 닫고 다시 저택으로 달려갔다.
아니, 달려가고 싶었다.
“으헉?!”
순식간에 뻗어나온 꼬리가 내 허리를 휘감아 당기기 전까지는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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