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이세계 블랙기업 스미스-690화 (690/77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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카인G크리티카//감사함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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튤리우스 제국

납치의 기본 소양이라면 역시 신속과 은밀함이 아닐까 생각한다. 아니, 생각했다.

압도적인 힘.

목격자가 스스로 눈을 가리고 경비대가 모른 척할 정도의 대단한 사람이 되면 납치 따위…….

“날뛰지 마라. 힘 조절하기 힘드니까.”

정말 슬프게도 집 앞에서 납치당한 내가 할 수 있는 건 아무것도 없었다. 그냥 순한 양이 되어 납치범의 요구사항에 충실히 응할 뿐.

‘케르낙스가 무슨 일이 있어도 내 몸을 우선하라고 했으니 어쩔 수 없지…….’

겨울이를 아빠 없는 딸로 키우지 않겠다고 내가 스스로 약속하기도 했었고.

“풀어줄 테니까 괜히 소리 지르거나 하지 말고.”

소리를 지른다 해서 누가 나와줄 것 같지도 않았고, 애초에 그런 비효율적인 방법으로 구조를 요청할 이유도 없었다. 지금 이 상황도 시스가 다 지켜보고 있을 테니까.

아마도…….

시스도 요즘들어 나보다는 겨울이에게 더 신경을 쓰는 거 같긴 하지만, 아무튼 나는 시스를 신뢰한다.

스으윽.

내 몸을 휘감고 있던 복슬복슬한 꼬리가 느슨해지기 시작하더니, 천천히 납치범 누님에게로 되돌아갔다.

그렇게 자유를 되찾은 나는 조심스럽게 왼쪽 손을 들었다.

“…….”

“…….”

질문조차 허락하지 않겠다는 걸까?

납치범 누님은 내 얼굴과 왼손을 번갈아 바라보셨고.

짜악.

슬쩍 자리에서 일어나 질문을 위해 펼친 내 왼쪽 손바닥을 본인의 왼손을 가볍게 부딪혔다. 마치 하이파이브 하듯이.

“……?”

“……?”

내가 고개를 갸웃거리자, 나를 따라 고개를 삐뚜름하게 기울이는 납치범 누님.

“그, 질문…….”

“……!!”

납치범 누님의 눈이 살짝 커졌다.

‘뭐지?’

눈앞의 무시무시한 누님은 진짜로 내가 그냥 하이파이브 하자는 걸로 이해한 모양이다.

“질문… 해라.”

하지만 순식간에 당황한 모습을 감춘 납치범에 무서운 누님은 뻔뻔하게 턱을 까딱이며 할 말이 있다면 해보라는 듯 금방 거만한 태도를 보였다.

“원래 여기 타고 있던 기사는 어떻게 처리하셨습니까?”

“돌려보냈다.”

고작 한다는 질문이 그런 거냐는 눈빛에 나는 순간 당황해 눈을 끔뻑였다.

“그러니까. 여기 타고 있는 기사를 황성으로 돌려보냈다는 말씀이시죠?”

“그래.”

“따로 마차를 타고 오셨습니까?”

“내 두 다리가 더 빠른데 마차를 왜 타야 하지?”

“음. 그렇죠. 네. 그럴 거라고 생각했습니다.”

나는 마음속으로 터덜터덜 황성으로 걸어가고 있을 멜버른 경에게 사과했다. 마대륙으로 떠나기 전에 수제 도시락이라도 가져다줘야 할 것 같은 정도의 미안함이었다.

물론, 마차를 강탈한 것도 문제라면 문제가 될 수도 있지만…….

태풍에 날아온 철판에 따귀를 맞았다고 태풍이나 철판에 화를 낼 수 없는 것처럼, 눈앞의 무서운 납치범 누님도 그런 자연재해 같은 존재였다.

즉, 법과 규칙 따위가 통용되는 상대가 아니라는 말씀 되시겠다.

“그럼…….”

나는 팔짱을 끼는 바람에 더욱 부각 되어, 무서운 납치범이지만 엄청난 존재감을 드러내는 젖가슴 하나로 모든 걸 용서 할 수 있을 것 같은 볼륨감 넘치는 흉부를 보지 않기 위해 애쓰며 입을 열었다.

“여기에는 무슨 일로……?”

“사과하러 왔다.”

방금 사과어쩌고라고 들은 거 같은데…… 아무래도 어제 케르낙스의 잔소리를 너무 오래 듣는 바람에 청력에 문제가 생긴 모양이다.

“사과하러 왔다.”

마치 내 머릿속을 읽기라도 한 듯, 무서운 납치범 누님은 미간을 살짝 구기며 한 번 더 말했다.

‘장인어른. 도대체 어떤 환경에서 임무를 수행하셨던 겁니까?’

납치범이 사과하기 위해 또 납치를 저지르는 게 당연한 곳이라니.

낭만을 넘어 세기말 감성 그 자체였다.

“어제의 일은 미안하게 됐다.”

그리고 이어지는 사과.

“간단한 일조차 제대로 수행하지 못한 동생과 부하의 행태에 실망하는 바람에 평소대로 훈육하고 말았다. 내 동생이고 부하이지만, 동시에 네 부인이기도 했지.”

고개를 숙이지도 않았고, 표정이나 시선에서도 이렇다 할 사과의 표시를 찾아볼 순 없었지만…….

“가장인 네 앞에서 그 둘을 훈육한 건 비록 네놈이 못난 수컷이더라도 가장으로서의 널 완전히 무시한 행위였다. 그러니 어제의 일은 내 잘못이 맞다. 그러니 사과하마.”

그럼에도 나는 레이벨 누님의 사과를 받아들이기로 했다.

압도적인 힘에 의해 어쩔 수 없이 받아들이는 건 아니다.

이세계 생활 5년 차에 들어섰지만, 그럼에도 여전히 미숙한 건 사실이다. 하지만 이쪽의 생태에 대해선 나름 제대로 파악하고 있다고 자신할 수 있었다.

‘대륙 최강이 잘못을 인정했는데 거기서 뭘 더 바란다는 건 그냥 죽여달라는 거지.’

말 그대로의 의미였다.

레이벨 누님 정도의 존재는 잘못을 인정할 필요가 없다.

당사자에게 잘잘못을 따질 간이 배 밖에 나온 인간도 없을뿐더러, 애초에 살아 있을지도 의문이니 말이다.

‘그렇게 생각해 보면 오히려 내가 케르낙스한테 화를 냈어야 하는 거 아닌가 몰라.’

도대체 무슨 배짱으로 대륙 최강인 여자에게 사과하라며 따진 건지…….

나는 속으로 한숨을 삼키며 고개를 끄덕였다.

“사과를 받아들이겠습니다.”

“…속이 좁진 않구나.”

“크흠, 뭐. 이미 지난 일을 가지고 걸고넘어지는 성격은 아닙니다. 그런데…… 호칭을 어떻게 하면 좋을지……?”

레이벨 누님은 길고 고운 손으로 날렵한 턱을 쓰다듬으며 눈썹을 삐딱하게 만드셨다.

“부르고 싶은 대로 불러라.”

굉장히 고민하는 듯한 행동과 다르게 대답은 의외로 프리했다.

“그럼…… 레이벨, 누님?”

“기각.”

‘……?’

분명 방금 편한 대로 부르라고 하지 않았던가?

아니면 정말로 내 귀가 잘 못 됐거나.

“네놈이 그렇게 부르니까 산적이나 뒷골목의 두목이 된 거 같아 기분이 몹시 더럽다.”

“그, 그럼…… 레이벨님?”

“기각.”

사실 그냥 나한테 이름으로 불리는 것 자체를 싫어하시는 게 아닐까? 음, 굉장히 합리적인 의심인 것 같다.

“내 누이…… 동생의 남편인데 그건 너무 딱딱한 거 같군. 비록 외가이지만 일단은 가족의 개념이 되었으니.”

“…레이벨?”

“죽고 싶은 거냐? 머리에 피도 안 마른 놈이 어디서…….”

무서운 누님으로 다시 돌아온 레이벨 누님의 꼬리가 위협적으로 내 얼굴 앞을 아른거렸다.

‘아…… 이등병으로 다시 돌아온 거 같다.’

차라리 한 대 맞고 기절하는 게 속 편하지.

이것도 싫고 저것도 싫다는데 도대체 어느 장단에 맞춰야 좋을지 모르겠다.

그래서 차라리 한 대 얻어맞자는 심보로 냅다 속마음에 담아둔 걸 내뱉었다.

“레이벨 누나!!”

각오는 했지만, 그래도 무서운 건 무서운 거였기에 두 눈을 꼭 감았다.

‘……?’

하지만 아무리 시간이 지나도 정신이 멀쩡했고, 나는 슬쩍 감았던 눈을 떴다.

“…….”

턱을 쓰다듬던 손으로 입매를 가린 채 슬쩍 시선을 아래에 둔 레이벨 누님.

그런데 파닥거리는 귀와 살랑거리는 꼬리가 추가된.

“…레이벨, 누나?”

파닥파닥──!!

손을 가져대면 당장 베일 것처럼 날카롭게 서 있던 귀가 냐호와 아드리안이 기뻐할 때처럼 귀엽게 접혔다 펴지기를 반복한다.

“뭐어…….”

한참이나 귀를 파닥거리며 마차의 바닥을 바라보던 레이벨 누님이 한결 부드러워진 눈으로 나를 슬쩍 바라봤다.

“적당히 친근감도 느껴지는 것 같으니…… 그렇게 부르도록 해라.”

뭐지. 왜 귀여운 거지?

마냥 무섭게만 느껴졌던 누님에 대한 평가가 방금 보여준 한 장면으로 완전히 뒤집혔다.

게다가 케르낙스에게 해코지하지 않고 순순히 사과까지 한 걸 보면, 단지 조금 엄격한 사람일 뿐, 속마음은 다정한 사람으로 보였다.

“그럼, 레이벨 누나?”

“……그래.”

저거 봐라.

지금 필사적으로 올라가려는 입꼬리를 손으로 붙잡은 걸 보란 말이다.

‘귀랑 꼬리부터 어떻게 좀 하시지.’

수인은 아무리 표정을 관리하더라도 꼬리나 귀를 통해 그 감정이 고스란히 드러나 버린다.

자매품으로는 엘프의 귀가 있겠다.

아무튼.

“질문 하나 더 해도 되겠습니까?”

“…….”

파닥거리던 레이벨 누님의 귀가 다시 칼날처럼 바짝 섰다.

“왜 갑자기 존대지?”

“예? 아니, 그거야…….”

신분을 떠나서 일단 나이도 그렇고 지위도 그렇고, 절대로 말을 놓을 수 있는 관계가 아니라는 건 누가 봐도 알지 않을까?

“피는 이어지지 않았지만, 일단은 누나와 동생으로 호칭을 정리했으니, 앞으로는 말도 편하게 놓아라.”

“……넵.”

후욱──!!

방금 회색 뭔가가 내 얼굴을 스치고 지나간 것 같다면 기분 탓일까.

“그, 그럴, 게…….”

“음. 그래서 질문은?”

다시 처음 모습으로 돌아온 레이벨 누님은 말도 안 되는 비율의 다리를 교차하며 그 위에 올린 손으로 턱을 괴었다.

“지극히 개인적인 질문인데…….”

“말꼬리를 늘어트리지 마라. 허리랑 어깨도 펴고. 고개도 들어라. 실시.”

“시, 실시……?!”

시간이 그렇게나 흘렀음에도 여전히 내 몸에 남아 있는 과거의 잔재가 누님의 호령에 저절로 반응했다.

“나는 물론이고 앞으로 다른 누굴 만나더라도 그 자세를 유지해라.”

“……응.”

반사적으로 존댓말이 나오려는 걸 가까스로 삼킬 수 있었다.

“계속 말해라.”

“…특별한 건 아니고, 어제 시란이랑 네메아 누님 혼내던 자리에서 꼬리로 내 얼굴은 왜 친 거야?”

“…….”

누님이 미간을 구기더니, 슬그머니 내 시선을 회피했다.

“누나? ”

“…….”

“레이벨 누나?”

“…….”

점차 붉어지는 얼굴.

“레이벨 누──”

“네, 네 말이!!”

얼굴을 붉힌 누님이 꼬고 있던 다리를 불더니, 그대로 나를 향해 삿대질하며 날카로운 송곳니를 드러냈다.

“네가 마음에 안 드는데!! 나, 나이도 어린 녀석이 따박따박 말대꾸나하고!! 그… 그런데 듣고 보니 또 네 말이 맞는 거 같아서……! 얄미워서 한 대 쳐, 쳤다…….”

한껏 소리치던 누님의 목소리는 마지막에 가서는 거의 들리지 않을 정도로 작아져 있었다.

모든 말을 끝낸 듯, 잔뜩 붉어진 얼굴로 이마를 와락 구긴 누님은 다시 다리를 꼬며 창밖으로 고개를 돌렸다. 그리고.

“…그렇게까지 쌔게 칠 생각은 없었다.”

힐끗 나를 곁눈질하며 입술을 달싹였다.

“더, 덩치는 큰 녀석이…… 내구성이 약한 네 탓도 있다….”

한 번 더 곁눈질로 내 얼굴을 살폈다.

“……아팠다면… 미안….”

비 맞은 강아지처럼 추눅 늘어지는 귀와 꼬리.

어쩌면 우리가 친해지기까진 그리 오랜 시간이 걸리지 않을지도 모르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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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품후기]

대륙 최고의 요망한 종족 = 수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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