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이세계 블랙기업 스미스-691화 (691/77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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카인G크리티카//감사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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튤리우스 제국

다행히 레이벨 누님과의 대화는 좋게 마무리되었다.

“그런데 누나.”

“뭐냐. 동생.”

황성으로 향하는 마차 안, 나와 마주 보고 앉아 있던 레이벨 누님은 긴 속눈썹을 한 번 끔뻑였다.

“혹시나 해서 묻는건데, 황성 안까지 따라 올 건 아니지?”

“당연히.”

“역시.”

“따라간다.”

“아니아니.”

뭘 당연한 걸 묻느냐는 얼굴로 바라보지 말아주시면 감사하겠습니다만.

“지금 하늘 같은 누나가 동생의 안위를 위해 시간을 할애해 주겠다는데 불만을 표한 거냐?”

덤으로 그렇게 갑자기 죽일 듯 노려보는 것도 그만둬 주셨으면 합니다. 진심으로 심장에 나쁘니까.

물론, 서로 말을 놓게 됐다지만, 이쪽은 강제성이 다분했기에 감히 입 밖으로 그런 말을 꺼낼 순 없었다. 기회가 있더라도 꺼낼 생각도 없지만.

“그게 아니라 누나가 따라오면 여러모로 내가 부담스럽다고 해야 할까……? 그, 뭐야. 누가 일하는데 지켜보면 신경 쓰이고 그렇잖아?”

“…….”

레이벨 누님은 잠깐 인상을 쓰고 고민하는 표정을 지었고.

“누가 지켜본 기억이 없어서 모르겠구나.”

“…아, 예.”

그 대답에 나는 그냥 속 시원하게 레이벨 누님과 함께 출근하기로 했다. 애초에 걸어 다니는 자연재해를 내 선에서 어떻게 해보려고 했던 것 자체가 문제였지.

“근데 누나.”

“음.”

살랑살랑.

멋들어지는 코트 아래로 삐져나온 복슬복슬한 꼬리.

“혹시 꼬리 한 번만 만져보면 안 될까?”

“음, 역시 너돈가.”

“……?”

뭔가 굉장히 흡족해하는 표정에 내 고개는 자연스럽게 삐딱해질 수밖에 없었다.

“시란도 그렇고 내 아래 동생들 모두 젖먹이 시절엔 다들 내 꼬리만 보면 정신을 못 차리고는 했지. 자, 마음껏 만지도록.”

예상치 못한 시란과 비젤린님의 아주 오래된 과거의 단편도 듣고, 어제부터 신경 쓰였던 레이벨 누님의 꼬리까지 내 허벅지 위에 올라왔다.

“진짜 만진다……?”

“두 번 묻지 마라.”

“넹.”

레이벨 누님의 눈썹이 살짝 꿈틀거렸지만, 조금 전처럼 존댓말이기는 하지만 딱딱하지 않고 장난치는 느낌이 강하다면 부분적으로 허용해주기로 합의를 봤다.

살다살다 존댓말을 사용하게 해달라고 부탁하게 될 날이 올 거라고 감히 누가 상상이나 해봤을까.

아무튼.

나는 허벅지 위에 올라온 레이벨 누님의 풍성한 털로 가득 덮인 꼬리 위에 두 손을 올렸다.

“오, 오오……!!”

그냥 손을 올렸을 뿐인데 입에서 절로 감탄사가 터져 나왔다.

‘…이 세상 부드러움이 아니다.’

분명 손에 닿았지만 닿지 않은 것 같기도 하고, 하지만 분명 손에 닿은…… 마치 털에 닿은 내 손 전체가 털과 하나가 된 듯한 그런 느낌이라고 해야 할까.

구름을 정말로 만질 수 있게 된다면 아마 이런 느낌이지 않을까?

일단 부드러웠다. 그것도 미친 듯이.

조금 더 극찬의 표현을 사용해 설명하고 싶었지만, 정말 슬프게도 내 머리에 담긴 단어들로는 레이벨 누님의 꼬리 감촉을 도저히 표현하는 게 불가능했다.

설마 이런 거로 답답함을 느끼게 될 줄이야.

“어떠냐.”

“…평생 안고 살고 싶을 만큼 좋네요.”

휘익──!!

“엇……?”

이제 겨우 만지기 시작했는데 누님의 꼬리는 순식간에 내 손아귀에서 빠져나가 레이벨 누님의 코트 아래로 쏙 들어가 버렸다.

“네 표정이 너무 역겨워서 순간 쳐버릴 뻔했다.”

“……어, 그래.”

방금까지 꼬리로 인해 몽실몽실하던 기분이 순식간에 아래로 끌어내려졌다.

이렇듯 우리 레이벨 누님은 사람 자체가 나쁜 사람은 아니지만 르비엘보다도 더 솔직해 가끔 악의 없는 말로도 마음에 상처를 입히고는 한다.

‘뭐, 됐나.’

아쉬운 건 사실이지만 농담이 아니라 누님의 꼬리는 너무 마약 같아서 그걸 쥐고 있으면 한동안 그거에만 빠져 있을 거 같아 위험할 것 같단 생각도 들었다.

“그러고 보니 레이벨 누나. 내가 어제 비젤린…… 그, 일단 미리 말해두는데, 나 아직 비젤린… 그 사람이랑은 말 안 놔서 님이라고 부르거든?”

“그래서.”

“…상관없구나?”

“거기까진 간섭하지 않는다.”

누님은 ‘날 뭐로 보는 거냐?’라는 시선으로 나를 노려봤다.

도대체 저 꼰대력의 기준이 뭘까.

“큼, 그러면 계속 말한다?”

“그래.”

“비젤린님께 들…….”

후욱──!!

바람이 불어선 안 될 장소에 바람이 불었다.

즉, 또 한 번 누님의 꼬리가 내 얼굴 앞을 스치고 지나갔단 소리가 되시겠다.

“그 호칭은 다른 녀석들과 있을 때만 사용해라. 내 앞에선 그냥 이름으로 불러라.”

나는 조용히 머릿속에 레이벨 누님의 키워드 중 하나에 압존법을 추가시켰다.

“비젤린이 누나한테 직접 물어보라고 한 게 있거든.”

“물어봐라.”

뭐든 대답해 주겠다는 당당함에 나는 간단히 어제 비젤린님께 들었던 엘프에 관한 이야기를 먼저 풀어냈다.

“…너는 바보냐?”

그리고 돌아온 건 바보 취급이었다.

“그런 게 가능하다고 보냐?”

“…가능하지 않을까?”

나를 바라보는 레이벨 누님의 시선이 한층 더 한심스러워졌다.

“소란 떨지 말라고 그냥 살기를 조금 날려줬을 뿐이다.”

“…그런 거야?”

“그런 거다.”

작게 한숨을 내쉬는 레이벨 누님.

“그럼 엘프들에 대한 것도 지어낸 거구나.”

“아니. 그건 사실이다만?”

“……절반을?”

“절반인지는 모르겠군. 하지만 비젤린 그 녀석이 절반이라고 했다면 절반이었겠지.”

“혹시 숲에서 나뭇가지도 몇 개 꺾어 오고……?”

“그래. 의사소통이 가능한 나무였지. 원래는 통째로 벌목해버릴 생각이었다만…… 뭐, 가지 몇 개만 주워 왔다.”

나는 진지하게 기에나의 몸살이 누님이 쏘아 보낸 살기가 원인이 아닐지도 모르겠단 생각이 들었다.

“그, 베네오라고 있는데 베네오는 요정이랑 요정 혼혈이거든. 요정이랑은 뭐 엮인 거 없어?”

“요정…… 요정…… 아.”

요염한 다리를 꼰 상태로 턱에 괸 손으로 뺨과 턱을 쓸어내리며 고뇌하던 누님의 모습은 그 자체만으로 하나의 작품이 되었다.

“무슨 종이었는지는 잘 기억이 나지 않는다만, 요정 중 하나가 내 꼬리에 불을 붙여보려고 하기에 경고의 의미로 요정이란 요정은 죄다 붙잡아 머리에 불을 질렀던 기억이 나는군.”

“응. 그렇구나.”

“덕분에 처음 내 꼬리에 장난을 치려고 했던 요정족은 다른 녀석들에 의해 멸족했다는 이야기를 들은 것도 같군.”

“응. 그럴만 했네.”

“그렇지?”

“응.”

내가 동의하자, 누님은 조금 우쭐한 표정과 함께 고개를 아주 살짝 끄떡거렸다.

‘누님 몸에 손 대면 나는 진짜 짐승 새끼다.’

아무리 저 가슴에 얼굴을 한번 파묻어 보고 싶다지만, 감히 목숨을 담보할 정도의 욕구는 아니었기에 나는 깔끔하게 레이벨 누님은 포기하기로 했다.

무엇보다 누님은 신의 저주에 걸리지 않아 남자라고 우대하거나 봐주는 게 일절 없으니 더더욱 조심할 필요가 있었다.

본인은 그럴 생각이 없었다지만, 실제로 어제 내 얼굴이 함몰되기도 했었고.

여튼, 그 이후로 시란과는 어떻게 만나게 됐는지 등등 가벼운 잡담을 나누었고, 그렇게 대화를 주고받다 보니 우리는 황성에 도착해 있었다.

“누나. 약속 지켜야 한다?”

“그만 말해라. 한 대 쥐어박고 싶어지니까.”

“넵.”

정말로 위험한 순간이 아니라면 어떤 일에도 나서지 않겠다고 약속을 받아내는데 성공한 나는 레이벨 누님의 농담 아닌 협박에 얼른 입을 다물고 누님과 함께 마차에서 내렸다.

그리고 성문을 지나가는데.

‘……?’

평소였다면 절도있게 나를 향해 경례하며 아침 인사를 건네왔을 기사들이 이쪽으로는 눈길조차 주지 않고 앞만 바라봤다.

그에 나는 당연히 내 옆에 서 있는 레이벨 누님이 원인이라고 생각했다.

내가 누님을 알아보지 못한 것과 다르게 레이벨 누님의 얼굴은 역사책에 실려 있을 만큼 아주 널리 알려져 있었기 때문이다.

하지만 기사단 건물에 들어서는 순간 무언가 다르다는 걸 알게 됐다.

“오늘은 출근을 안 하실 생각이신가. 하는 수 없이 혼자 나가야겠군,”

분명 집무실 문을 열고 들어갔는데도 소파에 앉아 서류를 정리하던 로안 녀석은 마치 나를 없는 사람 취급하고는 그대로 서류를 내 책상 위에 올려두고 집무실을 나가버렸다.

“레이벨 누나.”

“뭐냐. 동생.”

“혹시 누나가 그런 거야?”

“어떤 걸 말하는 건지 모르겠군.”

레이벨 누님은 나를 지나쳐 태연하게 집무실 안을 구경하기 시작했다. 그 모습에 나는 일단 책상 앞 의자에 앉았다.

“어떻게 한 거야?”

“아무것도 안 했다.”

막 보관고를 열어 맥주 한 병을 꺼낸 레이벨 누님이 내 책상에 엉덩이를 걸쳤다.

“생물은 말이다. 감당할 수 없는 공포를 마주하면 우습게도 그 존재 자체를 부정해 버린다.”

푸슉.

“오, 데피엘 산인가.”

거품이 올라오는 맥주병을 그대로 입에 물고 단숨에 안의 내용물을 비워버린 레이벨 누님.

“부정한다는 게 무슨 말이야?”

“말 그대로의 의미다. 예를 들면──”

“……?”

조금 전까지 눈앞에 있던 레이벨 누님의 모습이 사라졌다.

그리고 몸에 나타나기 시작한 이변들.

일단 손발에 식은땀이 나기 시작했고, 입술과 혀가 바짝 말랐다. 무엇보다 지금 당장 이 자리에서 벗어나야 할 것 같은 느낌이 강하게 들기 시작했다.

“뭐 이런 거지.”

“어……?”

눈을 감았다 뜬 것도 아니다.

그런데 사라졌던 누님이 다시 보이기 시작했고, 내 몸에 일어났던 이상 증후들이 거짓말처럼 사라졌다.

“방금 동생이 날 보지 못했던 것처럼, 생물은 감당하기 힘든 무언가를 마주하면 그 존재 자체를 거부해버린다. 그리고 존재를 거부한다는 건 말 그대로의 의미지. 완전히 없는 취급을 한다는 거다.”

레이벨 누님이 긴 혀를 내밀고는 빈 병을 기울여 마지막 남은 방울을 핥아 드셨다.

“하지만 우습게도 존재를 거부했지만 본능은 얼른 그 자리에서 도망치라고 떠드는 모양이야. 방금 네 부관이 나가버린 것처럼.”

“그럼…… 저는 왜?”

“동생.”

빈 병을 책상에 올려둔 레이벨 누님은 그대로 몸을 돌려 나를 똑바로 내려다보셨다.

모든 걸 꿰뚫어 볼 것 같은 금색 눈동자에 내 얼굴이 선명하게 담겼다.

“아주 못 써먹을 정도는 아니군.”

“……?”

한참이나 내 눈을 바라보던 누님이 다시 돌아앉으셨다.

“가족에게 공포를 느낀다면 그걸 가족이라고 부를 수 있나? 그런 의미에서 동생은 아슬아슬하게 합격이야.”

“…고맙, 다고 해야 하나?”

“딱히.”

어깨를 한 번 으쓱한 누님은 다시 책상에서 내려와 보관고를 뒤적이셨다.

그에 나는 안도의 한숨을 내쉬었고, 꼬리를 살랑거리며 보관고의 술을 구경 중인 누님에게 다시 물었다.

“그럼 시란이랑 아멜라한테도 통하는 거야?”

“어떨 거 같은데.”

“…안 먹힐 거 같아.”

“흠, 아멜라는 일단 네 아내니까 제외하고…… 오, 가깝네.”

맥주 한 병을 챙긴 레이벨 누님이 내게 다가와 부드러운 꼬리로 내 허리를 휘감았다.

그리고 창문을 활짝 열었고.

“누──웁?!”

나는 바람과 하나가 될 수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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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보재(생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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