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이세계 블랙기업 스미스-718화 (718/771)

[ 이쪽이 상업 지구입니다. ]

제도의 유흥가보다도 훨씬 크고 북적이는 거리.

“…….”

“…….”

하지만 골목 모퉁이를 돌기 전까지만 하더라도 이래저래 들려오던 시끌벅적한 소리는 나와 리타의 등장과 동시에 거짓말처럼 사그라들었다.

“리타.”

[ 예. 귀인. ]

“오늘은 돌아가고 내일 다시 오는 게 좋으려나?”

[ 오늘도 둘러보시고 내일도 둘러보시는 편이 더 좋을 거라 생각합니다. ]

“…….”

나는 슬쩍 눈알을 굴려다가 리타를 빤히 노려봤다.

[ 귀인께서 어떤 마음으로 그런 질문을 하셨는지는 알고 있습니다. 다만, 귀인께선 여왕님의 손님이시고, 저들은 여왕님의 호의에 기대어 사는 것들이니, 귀인께서 굳이 저것들을 배려해주실 필요는 없다는 의미를 담은 대답이었습니다. ]

“…생각해주는 건 고맙네.”

리타와 나 사이에는 적당한 키 차이가 있었고, 덕분에 손을 뻗는 것만으로 그녀의 부드러운 검은색 단말 머리를 쓰다듬는 게 가능했다.

[ 포상을 주시는 거라면, 감각을 되찾았을 때 정식으로 요구하는 바입니다. ]

“그때도 쓰다듬어줄게.”

[ 그러시다면야. ]

그제야 리타는 슬쩍 고개를 숙여 조금 더 내가 본인의 머리를 쓰다듬기 편하게끔 자세를 고쳐잡았다.

‘이쪽은 분위기가 좋은데 말이지…….’

반대로 거리에 가판을 열고 장사를 하며, 거기에 진열된 물건들을 구경하던 마인들의 시선은 더욱 차갑게 변했다.

정확히는 리타의 발언을 기점으로.

‘차가운 게 아니라…… 겁먹은 건가?’

아무래도 눈동자의 형태나 색상이 우리와는 다소 차이가 있어서, 눈을 통해 감정을 읽어 내는 건 다소 어려웠다.

뭐, 확실한 건 이쪽에 호의적이지 않다는 건 분명하지.

“일단은…… 온 김에 조금은 둘러보는 게 좋겠지?”

지금이야 서로에 대해서 잘 알지 못해 이런 삭막한 분위기가 되었지만, 내가 무식하고 난폭한 수컷이 아니라는 걸 보여주면 충분히 개선이 될 거라 생각했다.

[ 특별히 관심을 가지시는 분야가 있으신지요. ]

“관심?”

[ 예. 상업지구는 총 4구역으로 나뉘어 있습니다. 마도구를 주로 거래하는 1구역. 의복에 관심이 있으시다면 2구역을. 일반적인 생필품은 지금 보고 계신 3구역. 마지막 4구역은 다소 사치스러운 디저트와 먹거리들을 판매하는 요리 인의 거리입니다. ]

4구역만큼은 어떻게든 피해야 한다는 생각이 머리를 스치고 지나갔다.

‘아니. 아니지.’

리타는 분명 자신들이 요리를 못 한다는 걸 제대로 인지하고 있었다.

그런 리타가 다소 사치스럽다는 표현까지 사용한 걸 보면 정말로 사치를 부린 결과물들이 잔뜩 있단 소리일 거다.

‘그래. 피부랑 눈 색이 좀 다르고 머리에 뿔이 달리거나 등이나 엉덩이 위로 날개랑 꼬리가 나 있지만, 그래도 전체적인 외형은 인간이잖아?’

저들의 미각도 우리와 별반 다르지 않을 게 분명했다.

피와 날 것 그 자체를 즐기지 않는다면 말이다.

“4구역부터 가보자.”

[ 이쪽으로. ]

나는 처음 거리에서 마주쳤던 마인들과 다르게 오로지 침묵으로 일관하는 3구역의 마인들을 지나쳐 다소 복잡한 거리와 골목을 지나 4구역에 도착했다.

“…….”

“…….”

물론, 이곳 역시 3구역과 크게 다르지 않았다.

그러나 한 가지 사실이 나를 흥분하게 만들었다.

‘달콤한 향기!!’

게다가 은은한 버터 향기와 갓 구워낸 고소한 빵에서만 맡아 볼 수 있는 따끈한 냄새가 거리에 가득했다.

“혹시 가장 인기 있는 디저트 가게? 뭐, 그런 곳 알고 있어?”

[ 죄송합니다. ]

“아니. 혹시나 해서 물어본 거야.”

그도 그럴 것이, 당장 어제 내성 밖을 벗어나 본 적이 없다는 이야기를 들었으니, 오히려 이런 질문을 한 내가 무례를 저질렀다 보는 게 옳았다.

“일단…….”

대충 거리를 두리번거리며 마인이 가장 몰려 있는 가게나 가판을 찾아보던 나는 눈알 굴리기를 멈추고 리타에게 딱 붙어 목소리를 낮췄다.

“…나한테는 물건 안 판다거나 뭐 그러진 않겠지?”

[ 그 정도로 담력이 좋지 못합니다. 무엇보다 목 위에 달린 걸 제대로 간수하고 싶다면 알아서 처신하겠지요. ]

환청일까.

방금 사슬이 긁히는 소리가 연달아 들려왔던 것 같은데.

“리타.”

[ ……. ]

아니나 다를까.

손등이 맞닿아 있던 리타의 오른손을 붙잡자, 그녀의 따스하고 부드러운 손바닥 사이로 차가운 사슬의 감촉이 함께 전해져왔다.

나는 고개까지 살짝 숙여 리타의 살짝 뾰족한 귀에 속삭였다.

“혹시라도 누가 나한테 무례하게 굴어도 그냥 가만히 있어.”

[ 귀인. ]

“정 힘들면 그냥 노려만 봐. 그게 도와주는 거야.”

[ ……알겠습니다. ]

리타가 고개를 끄덕였고, 나는 붙잡았던 손을 놓아주었다. 슬쩍 빼냈던 사슬을 다시 넣어야 할 테니 말이다.

‘로마에 가면 로마법을 따르라고는 하지만…… 그럴 필요가 없는 상황이라면 굳이 따를 필요는 없겠지.’

나는 리타의 손에서 사슬이 사라진 걸 확인하고서 그녀의 손을 붙잡고 숨소리만 간간이 들려오는 4구역의 거리를 걸었다.

‘가장 인기 있는 가게를 찾는다는 생각부터가 잘못됐지.’

줄을 서야 한다면 기꺼이 설 수 있지만, 그러면 나보다는 그녀들이 더욱 불편할 테고 그건 결코 나와 그녀들의 관계 개선에 도움이 되지 않을 것이다.

뭐, 차분하게 줄을 기다려준다는 점을 좋게 봐준다면 조금 다르겠지만.

‘느낌상 그냥 비겨 줄 것 같단 말이지…….’

꺼려하는 것과는 별개로 일단 나는 그녀들을 보호해주고 있는 높으신 분의 손님이니 자연스레 눈치를 볼 수밖에 없을 것이다.

즉, 원하지 않더라도 물 흐르듯 갑질로 이어질 수 있는 게 지금 내 위치라는 소리다. 아마도……?

“저기가 좋겠네.”

다른 가게들처럼 입구에 마인들이 북적이지도 않았고, 때마침 방금 문을 열고 빵이 담긴 봉투를 안은 마인이 밖으로 빠져나가는 게 보인 가게로 나는 리타의 손을 붙잡고 이끌었다.

딸랑~♪

문을 밀고 들어가자 익숙하고 정겨운 종소리가 내 귀를 반겨줬다. 그리고…….

“@%$#@^$?”

경계의 숲에서 들어봤던 쿠리리와 쿠로로가 사용하던 마대륙의 언어도 함께.

스으윽.

빵이 진열된 가게 안쪽에 배치된 카운터.

그 뒤에 길게 쳐진 천막을 걷어내며 사이드로 곱게 땋은 머리가 인상적인 마인이 밖으로 나왔다.

“@^##%$&……?”

그리고 가게 안으로 들어와 우두커니 서 있는 우리를 발견하고는 마치 만화 속 한 장면처럼 순차적으로 얼굴을 굳혀갔다. 상당히 흥미로운 장면이었다.

[ 빵을 사러 왔다. ]

“…^#%!! 아, 빠, 빵… 사러 오셨군요… 네에… 구, 구경하세요.”

마대륙의 언어로 대답하던 그녀는 갑자기 제 입을 틀어막았고, 크게 숨을 한 번 고른 후에는 대륙 공통어를 능숙하게 사용하는 모습을 보여주었다.

‘그러고 보니……?’

동시에 나는 그제야 무언가 이상함을 알아차렸다.

비젤린님은 분명 대륙 공용어를 할 줄 아는 마인들은 정말 보기 드물다고 말씀하셨다. 그리고 협곡 도시의 여주인 역시 대륙 공용어를 배운 본인이 특이하다 이야기 했었고.

‘그런데 아까 거리에서 마주쳤던 마인들은 평범하게 대륙 공용어를 사용했잖아?’

그게 너무 자연스러웠기에 알아차리지 못했다.

심지어 바로 옆에 있는 리타 역시 마대륙의 언어가 아니라 대륙 공용어를 사용하고 있었기에 더더욱 그 점을 이상하게 여기지 못했다.

‘……뭐지.’

이 싸다가 도중에 끊고 나온 듯한 찝찝함은.

무엇보다 가게의 주인이 리타를 바라보는 시선이 굉장히 수상쩍었다.

“추천하는 빵이 있습니까?”

“거기…… 링클파이… 둥글게 생긴…….”

“이거 말씀이시군요?”

“마, 맞아요.”

링클이 뭔지는 모르겠지만, 내가 알고 있는 파이와 똑같이 생긴 외형이었기에 금방 알아볼 수 있었다.

“아.”

[ 왜 그러십니까. 귀인. ]

링클파이 하나를 담은 나는 리타의 물음에 뺨을 긁적였다.

“돈 좀 빌려줄래?”

[ ……. ]

역시 이건 좀 깨는 발언이었나.

리타는 레이벨 누님을 떠오르게 하는 무심한 눈으로 나를 한참이나 빤히 올려다봤다.

[ 귀인. ]

“넵.”

[ …말씀을 낮춰주십시오. 여왕님께서 아신다면 저라도 목숨을 부지하기 어렵습니다. ]

“미안. 혹시라도 무슨 일 생길 거 같으면 나한테 말해. 어떻게든 말려볼게.”

물론, 내가 직접 나서는 건 아니고 레이벨 누님 찬스를 쓸 거지만.

[ …금전은 걱정하지 마시고 원하시는 만큼 구매하시지요. ]

“크흠.”

나는 머쓱함에 고개를 끄덕이며 링클파이를 가지고 카운터로 향했다.

“지금 먹어보게 적당한 크기로 좀 잘라주시겠어요?”

“…알겠습니다.”

이름 모를 가게 주인은 링클파이를 가지고 안으로 들어갔다.

그렇게 주인이 나오기를 조금 설레는 마음으로 기다리고 있던 바로 그때.

[ 귀인. ]

“어? 왜?”

리타의 부름에 고개를 돌리자, 뒤에서 기다리고 있던 그녀가 내게 다가와 까치발을 들어 올렸다.

마치 조금 전 내가 그녀에게 귓속말하던 걸 흉내 내듯 한 그 행동에 나는 기꺼이 어울려주기 위해 무릎을 살짝 굽혀 리타의 얼굴에 귀를 가져대 주었다.

[ 사절로 보냈던 것들이 귀인을 만나 뵙게 해달라며 외성문에서 소란을 피우고 있다 합니다. ]

“걔들이?”

마차를 타고 보름이나 걸리는 거리라고 들었는데 나흘 만에 도착하다니.

여러 의미로 놀라웠다.

하지만 이런 내 반응을 완벽하게 오해한 리타는…….

[ 주제도 모르는 것들. 당장 목을 잘라다가 성문에 장식하라 전하겠습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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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품후기]

몽마 = 요리 못함, 호전적, 밤일 허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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카인G크리티카//감사함닷!!

NetFighTer//회춘하는 깡나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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