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이세계 블랙기업 스미스-771화 (771/77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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카인G크리티카//오늘도 감사!!

마대륙

좋은 생각이 떠오른 건 떠오른 거고, 우선은 굶주린 배를 채우는 쪽이 더 급했기에 나는 얼른 리타가 올라오기를 기다렸다.

똑. 똑. 똑.

개인적으로는 슬슬 노크를 하지 않아도 될 정도의 사이라고 생각하지만, 리타는 여전히 예의 바르게 문을 두드려 제가 왔음을 내게 착실히 알렸다.

“들어와.”

[ 실례하겠습니다. ]

문을 열고 들어온 리타의 손에는 어제 가지고 왔던 작은 유리병이 들려 있었다. 내용물의 색깔이 밝은 하늘색인 걸 보면 역시나 셋째 누님의 그것으로 보였다.

각성 효과만 없다면 음료로 두고 매일 마시고 싶을 만큼 취향이었지만, 아무래도 지금 상황에선 입에 대는 게 꺼려질 수밖에.

내가 고통을 즐기는 마조도 아니고.

안 그래도 발가락 하나 움직일 때마다 짜릿짜릿해 스트레스가 팍팍 쌓이고 있는데 미쳤다고 저걸 찾아 마실까.

“먹을 거 좀 가져다줄래?”

[ 금방 준비해 가져 올리겠습니다. ]

손에 들고 있던 병을 탁자에 내려두고 리타는 다시 침실을 나갔다.

그리고 얼마 지나지 않아 다시 돌아온 리타는 바퀴가 달린 카트와 함께 돌아왔다.

[ 식사는 어떻게……? ]

“귀찮겠지만 좀 먹여줄래?”

[ 전혀. 전혀 귀찮지 않습니다. 예. ]

내가 어제 점심부터 아무것도 먹지 않은 사실을 인지하고 있어서일까.

카트 위에는 잘 구워진 헬카우의 고깃덩이 말고도 이전에 내가 맛있다고 말한 적 있던 과일 파이와 디저트들도 한가득 올라와 있었다.

[ 그럼 실례하겠습니다. ]

리타가 입에 넣어줄 고기를 씹기 위해 입을 벌리려던 나는 포크에 찍힌 고기가 내 입이 아닌 리타의 입 안으로 들어가는 모습에 순간적으로 사고가 잠깐 정지했다.

“저, 리타?”

[ ……?? ]

입 안에 넣은 고기를 열심히 씹고 있던 그녀가 고개를 살짝 갸웃거렸다.

“그것만 그렇게 주고 나머지는 그냥 내 입에 넣어줄래?”

내가 허리를 다쳤을 뿐이지, 씹고 삼키고 소화하는 데는 아무런 문제가 없다.

레이벨과 다르게 리타는 워낙 감추는 걸 잘했기에 노리고 한 행동인지는 알 방법이 없었지만, 어느 쪽이든 씹은 음식을 넘겨받는 건 조금 거북했다.

더럽다거나 그런 건 아니다.

말로 잘 표현할 순 없지만…… 아무튼 좀 그랬다.

물처럼 액체를 받아 마시는 거랑은 완전 다른 느낌이랄까.

그렇게 나는 리타의 도움을 받아 어렵지 않게 포만감을 가득 채울 수 있었다. 특히 디저트에 섞여 있던 초콜릿케이크가 내 혀를 즐겁게 만들었다.

[ 귀인. ]

“엉?”

포만감과 충분한 당분으로 기분이 적잖게 좋아진 나는 탁자에 내려두었던 유리병을 가지고 다가온 리타의 얼굴을 올려다봤다.

[ 여왕님께서 말씀하시길. 이걸 드신 후, 빈 병에다가 귀인의 정을 담아오라 하셨습니다. ]

“…나 아직 환잔데?”

그 사실을 잊어버렸다고 생각하기에는 어제 찾아와 깔깔 웃던 모습이 너무 생생히 떠올랐다.

‘싸팬가?’

정액을 채취하는 거야 그 목적을 알고 있으니 어느 정도 이해는 갔다. 하지만 사정할 땐 내 의지랑 상관없이 힘이 들어가고, 힘이 들어간다는 건 지금의 내겐 아주 끔찍한 일이었다.

그런데 그걸 모르지 않을 사람이 그냥 채취하는 것도 아니고 고통을 더욱 선명하게 느낄 수 있도록 도와주는 각성제를 먹이고 채취를……?

이쯤이면 셋째 누님이 연구보다는 단순히 날 괴롭히는 걸 즐긴다는 생각이 안 들래야 안 들 수가 없다.

‘…더 슬픈 건 사실상 나한테 선택권이 없다는 점이지.’

조금 전 리타가 내게 의사를 물어봤다면 모를까.

이미 셋째 누님에게 내 정액을 뽑아오라는 지시를 받은 이상 리타는 그 명령을 거부하지 못한다.

레이벨이 올 때까지 제노아와 다른 아이들이 어제 무엇을 하며 시간을 보냈는지 간단히 이야기를 들으며 시간을 보내려 했던 내 완벽한 계획이 이렇게 무너질 줄이야.

‘…젠장. 오늘 일은 반드시 기억해 뒀다가 되갚아 줄 테다.’

울며 겨자 먹기로 고개를 끄덕이려던 바로 그 순간.

후우욱──!!

서늘한 바람이 어딘가로부터 불어와 내 뺨을 스쳤다.

바람이 불어온 쪽을 향해 고개를 돌리자, 어제 깔끔하게 복원했단 창문을 정상적으로 열고서 막 침실 안으로 발을 내디딘 레이벨을 발견할 수 있었다.

징표의 능력을 빌리지 않고 당당하게 안으로 들어온 레이벨은 태연하게 열고 들어왔던 창문을 닫고서 이쪽으로 걸어왔다.

탁.

그리고는 리타의 손에 들려 있던 유리병을 빼앗으며 말했다.

“이건 내가 처리할 테니, 넌 그만 나가보도록 해라.”

[ ……예. ]

잠깐 입술을 달싹이던 리타는 결국 레이벨에게 고개를 숙이고는 끌고 왔던 카트를 가지고 조용히 침실을 빠져나갔다.

그녀가 문을 닫고 나가자, 레이벨은 곧장 빼앗은 유리병의 마개를 열어 내용물에 코를 가져댔다.

그와 거의 동시에 레이벨의 미간에 작은 골짜기가 생겨났다.

“레이벨?”

“……?!”

안에 담긴 내용물을 무섭게 노려보던 레이벨은 내가 이름을 부르자 어깨와 함께 귀를 쫑긋! 하며 얼른 이쪽을 향해 고개를 돌렸다.

“왜 그래?”

“아니, 그, 아무것도…….”

하지만 대답하는 것과 다르게 레이벨은 손에 들고 있던 유리병을 슬그머니 등 뒤로 숨겼다.

꼴꼴꼴──

그리고 레이벨의 등 뒤에서 액체가 흘러내리는 소리가 들려오는 건 덤이다.

‘안에 든 게 뭔지 알아차린 모양이네.’

후각이 워낙 예민하니까 병 안에서 익숙한 여인의 체취를 찾는 일은 숨 쉬는 것처럼 간단했을 터.

그런데 저렇게 대놓고 버려버릴 줄은 몰랐다.

심지어 레이벨은 깨끗하게 비어버린 유리병을 다시 앞으로 내밀며 뻔뻔하게 말했다.

“…손이 미끄러졌다.”

진짜 씨알도 먹히지 않을 변명이라는 걸 본인도 인지는 하고 있는지 레이벨은 몇 번이나 금빛 눈동자도 나를 힐끔거렸다.

“그럴 수도 있지.”

“……음.”

내가 받아주자마자 약간의 거리를 두고 있던 레이벨이 꼬리를 살랑이며 얼른 곁으로 다가왔다. 하지만 침대에 오르려던 레이벨은 무언가를 깨달은 듯 갑자기 몸을 흠칫하며 반쯤 걸쳤던 엉덩이를 떼어냈다.

“그, 오늘도……?”

“오늘도.”

뭘 그런 당연한 걸 물어보는 건지.

레이벨은 내가 대답하자 잠깐 망설이더니, 다시 침대 위로 올라와 어제처럼 내 위에 올라타 자세를 잡았다.

“그 전에.”

“……?”

자연스럽게 내 어깨에 얼굴을 묻으며 바지에 손을 넣으려던 레이벨이 고개를 갸웃거렸다.

“일단 아래쪽부터 해결해 줄래? 원래는 리타가 하기로 했지만, 레이벨이 직접 하겠다고 말했으니까 책임은 져야지.”

“…알겠다.”

이미 한 번 입에 넣고 핥아본 경험이 있어서 그런지 레이벨은 길게 고민하지 않고서 조심히 아래로 내려갔다.

반쯤 접힌 귀와 딱딱하게 굳어 움직이지 않는 꼬리는 누가 봐도 지금 잔뜩 긴장했다며 알리고 있었다.

…꿀꺽.

적막하기 때문일까.

레이벨의 침 넘김 소리가 유독 크게 들렸다.

‘첫날밤 신부도 저거 보단 덜 긴장할 거 같은데.’

적당히 아래로 내려간 레이벨은 손을 뻗어 이불을 걷어냈다.

“…바지는 벗길 필요가 없군.”

“침대에서 일어나지도 못하는데 입고 있을 필요는 없잖아.”

위에도 달랑 얇은 셔츠 하나만 걸치고 있는데 아래라고 설마 바지를 입을 리가.

“그럼…….”

“잠깐.”

착 달라붙어 있는 내 팬티를 끌어 내리기 위해 손을 뻗던 레이벨을 잠깐 멈춰 세웠다.

“아직 시간은 많으니까. 레이벨이 충분히 적응할 수 있게 일단은 냄새부터 익숙해져 보도록 할까?”

“…알겠다.”

팬티를 붙잡으려던 레이벨의 손은 그대로 내 골반 아래로 향해 침대를 짚었고, 중심을 잡은 레이벨은 천천히 상체를 숙여 내 팬티에 코를 가져댔다.

스윽스윽.

코와 입술을 내게 문지르며, 조금 더 내 체취가 강한 부위를 찾기 위해 레이벨은 열심히 얼굴을 부비적거렸다.

‘집중, 집중…….’

점차 물기가 더해지는 거친 숨결과 직접적인 자극으로 인해 혈류가 자연스레 아래로 향하기 시작했다.

그런 상황에서 나는 눈까지 감고 정신을 가다듬어야 했다.

‘…할 수 있다.’

왜 진즉에 알아차리지 못했을까.

마력 회로와 점혈을 위한 혈도는 엄연히 다른 길이다.

그런데 난 마력회로와 조금도 이어져 있지 않은 혈도에 아무렇지 않게 반쪽짜리긴 해도 신성이 된 힘을 이용해 혈도를 막아냈다.

그뿐만이 아니다.

기억을 더듬어 조금 더 과거로, 골디아스 왕국에서 벡스 일행의 몸에 심어진 누이트의 신성 찌꺼기를 빼낼 때도 나는 아무렇지 않게 그녀들의 몸 안에 마력을 흘려보냈다.

마력 회로를 통하지 않고서 말이다.

그리고 바로 지금.

그러한 사실들을 오늘 아침에 불현듯 깨달았고, 지금까지 방출만 해왔던 힘을 처음으로 몸 구석구석 퍼트려보려 한다.

‘천천히…….’

강물에 흘려보내듯 나는 조금씩 힘을 혈도에 불어넣었다.

아무런 의지도 담기지 않은 힘은 한곳에 머무르지 않고 혈도를 타고 자연스레 몸 구석구석으로 퍼져나갔다.

늘 아래에서만 느끼던 충만한 힘이 점차 몸 전체에서 느껴지기 시작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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