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오늘만 사는 기사-10화 (10/170)

10. 찔렀다.

“꺽.”

투척 도끼를 돈 놈이 단말마를 내질렀다.

옆구리에 독이 묻은 단검이 꽂히고 목구멍에는 창날이 꽂혔다.

“끄르르르륵.”

피거품을 물며 눈에서 빛이 스러진다.

그거로 끝.

엔크리드는 놈의 눈을 보다가 뒤로 물러났다.

“우아아아!”

바로 옆에 있던 아군이 괴성을 내질렀다.

그러자 앞에 있던 적군도 같이 괴성을 내지른다.

“크아아!”

둘 다 덩치가 컸다. 쾅 하고 부딪치는 게 마차가 맞돌진이라도 한 것 같았다.

그렇게 둘이 서로를 맞잡고 빙글빙글 돌기 시작했다.

그걸 보며 엔크리드는 뒤로 물러났다.

몸을 보전하려면 무엇을 해야 하는가.

백이십여 번 동안 목숨을 던져 가며 배운 교훈이 어디 한두 개일까.

몸을 보전하는 법.

그건 최대한 싸우지 않는 거다.

엔크리드는 몸을 사렸다.

“뒈져!”

“시이발, 새끼.”

기합 대신 욕설을 뱉고 달려드는 칼과 창, 도끼, 몽둥이.

“내 동생 건드리지 마라. 시방새야.”

죽어가는 병사가 남기는 유언.

“지랄 마. 그렇게 말해도 네 동생 책임 안 진다.”

동료의 죽음을 듣고 태연한 척하는 병사.

“죽엇! 죽엇!”

전장의 열기에 이성을 잃은 신병.

“저 미친 새끼.”

“놔둬, 광전사 흉내라도 내나 보지.”

날뛰는 신병을 보며 제 부대원을 챙기는 베테랑.

“내 이름은 바르-, 꺽!”

겉멋이 들어 이름을 밝히다 뒈지는 적병.

찌른 창을 빼며 그를 비웃는 아군.

팍.

땅을 찍은 발끝이 흙먼지를 피어 올린다.

내리쬐는 햇살에 먼지가 둥실 떠다니는 게 보였다.

그 옆으로 푸왁 하고 피를 쏟아 내는 적병이 있었고.

다시 그 옆으로는 넘어져 머리통이 깨진 아군이 있었다.

살점이 바닥에 흩어졌고 피가 땅을 적셨다.

아무리 몸을 사린다고 해도.

전장의 한복판에서 아무 짓도 안 하고 살아남을 순 없다.

‘흡, 후우우우.’

짧게 들이마시고 길게 내쉰다.

엔크리드는 호흡을 조절했다.

호흡을 다지기 무섭게 흙먼지 사이로 날아드는 창날이 보였다.

엔크리드는 방패를 느슨하게 잡으며 창날을 막았다.

따-앙.

방패를 때린 창날이 옆으로 튕겨 나갔다.

손잡이를 느슨하게 쥔 덕에 충격을 흘릴 수 있었다.

그와 동시에 옆에서 몽둥이가 대각선으로 날아왔다.

엔크리드는 앞으로 웅크리며 몽둥이를 피하고 몽둥이를 든 놈을 향해 몸을 날렸다.

쿵 하고 상대의 가슴팍을 어깨로 민다. 넘어지며 단검을 뽑아 그대로 허벅지 어림을 찔렀다.

뿌드득!

두꺼운 천 따위를 찢고 들어간 칼날이 상대의 허벅지에 긴 상처를 냈다.

“이 개새끼가!”

적군이 외치며 엔크리드를 밀쳤다.

밀리는 힘을 이용해 몸의 중심을 잡은 엔크리드는 검을 뽑아 횡으로 휘둘렀다.

허벅지 부상은 움직임을 불편하게 만든다. 주춤한 상대가 피하지 못하고 칼날에 목덜미를 맞았다.

팍!

반쯤 들어간 칼날이다. 엔크리드는 힘을 주어 칼날을 당겼다.

드드드득.

근육과 신경, 힘줄, 뼈를 자른 칼날이 빠져나온다.

피가 왈칵 쏟아져 흐르기 시작하자, 병사는 제 목덜미를 손바닥으로 막았다.

당연하게도 저런 상처를 손바닥으로 막는다고 변하는 건 없었다.

엔크리드는 뒤를 돌아보지 않았다. 방패를 때린 창병은 다른 이가 막을 것임을 알기에.

“염병할 새끼야!”

벨이었다. 괜히 구한 게 아니었다. 구해 두면 계속 자신 주변을 돌며 뒤를 봐준다.

의리가 있는 친구다.

땅! 땅!

쇠붙이 부딪치는 소리가 연신 울렸다.

엔크리드는 죽인 상대에게서 관심을 끊고 바닥에 떨어진 돌을 주웠다.

그러곤 돌아서서 곧바로 던졌다.

호각으로 싸우던 중 돌멩이에 등판을 맞은 적군이 멈칫했고.

빡!

벨이 창대를 휘둘러 머리통을 갈겼다.

훌륭한 일격이었다.

“빚은 갚은 것 같은데?”

벨이 숨을 헐떡이며 말했다.

“정말 그렇게 생각해?”

목숨 빚을 뭐 이렇게 쉽게 갚으려고 하나?

“반만 갚은 것 같기도 하고.”

벨이 피 묻은 손으로 투구를 벅벅 긁었다.

그렇다고 시원하겠나.

벨이 슬쩍 뒤로 물러났다. 한 번 자빠진 뒤로는 적당히 몸을 사릴 줄도 알게 됐다.

전장의 흐름에 따라 엔크리드도 걸음을 조금씩 옮겼다.

“살려 줘. 끄르륵.”

애원하다가 피거품을 무는 병사가 보였다.

아는 얼굴이었다.

몇 번이고 죽는 걸 본 주사위 도박꾼.

“넌 못 살리겠더라.”

엔크리드는 담담하게 말했다.

수없이 시도하긴 했는데 살리는 건 불가능하더라고.

그렇게 발을 디딘 전장.

다가오는 적병 사이에서 자비를 외치는 변태를 찾는다.

어렵지 않았다.

찾은 순간, 엔크리드는 마지막 남은 단검을 뽑고 달리는 박자에 맞춰 던졌다.

탁, 훙, 휙!

어지간한 놈이라면 피하지 못할 타이밍의 투척 단검이 허공에 실선을 그렸다.

땅!

놈은 몸을 비틀어 어깨로 단검을 받아 냈다.

비스듬히 들어간 단검은 견갑에 맞아 튕겨 나갔다.

반사적인 행동임에도 정답에 가까운 방어술이다.

엔크리드는 자신을 노려보는 시선을 느꼈다.

단검을 막자마자 던진 위치를 파악해서 이쪽을 바라본다?

거듭 생각하는 거지만, 저 찌르기 변태는 보통내기가 아니었다.

놈이 달려든다. 탁탁하고 땅을 박차는 걸음마다 피 묻은 흙이 뒤로 튀었다.

몇 걸음 되지도 않은 거리였다.

그러니까, 반복된 오늘에서 깨달은 모든 걸 시험할 차례였다.

그 어느 때보다 몸 상태가 좋았다.

고로 준비는 끝났다.

놈이 검을 수직으로 내리찍었고. 엔크리드는 방패를 들었다.

빠-악!

기름 먹인 나무를 때리는 칼날에서 묵직한 힘이 느껴졌다.

“검술의 기본? 힘이지.”

검술 교관 중 하나가 한 말이다.

“기술로 힘을 이겨? 헹, 웃기는 소리, 그럼 프록을 상대로 기술만 사용해서 이겨 보라지?”

“거인족을 상대하면서 흘리기 따위로 지랄하다가 죽은 놈이 어디 한둘인 줄 아나.”

“검술의 기본은 근력이다. 근력, 그러니까 굴러.”

그 선생 덕분에 몸은 제대로 만들 수 있었다.

방패를 든 엔크리드는 쉽게 뒤로 밀리지 않았다.

힘만큼은 상대와 비슷했다.

“흥!”

찌르기 변태가 코웃음을 쳤다.

방패로 시야가 가려진 사이, 놈이 발목을 걷어찼다.

엔크리드는 정강이 보호대로 놈의 발끝을 막았다.

철판을 댄 부츠는 그 자체로 흉기다.

퍽.

정강이 쪽에서 짜릿한 아픔이 느껴졌지만, 부러지진 않았다.

그럼 된 거다.

방패를 밖으로 밀어내며 검을 뽑아 아래에서 위로.

훙!

찌르기 변태는 예상했다는 듯, 이미 검의 범위 밖으로 물러났다.

그러곤 물러난 거리보다 더 깊숙이 앞으로 뛰어들었다.

검을 휘두른 틈을 노린 돌격이었다.

“핫!”

엔크리드는 기합을 내지르며 힘을 잔뜩 준 채 방패를 둔기처럼 휘둘렀다.

달려들던 찌르기 변태가 턱을 바짝 당겼다.

빡!

머리통을 맞은 놈이 옆으로 넘어졌다.

재차 칼을 휘두르려던 엔크리드가 뒤로 물러났다.

훙.

놈은 바닥에 넘어진 채로 단검을 뽑아 사선으로 휘둘렀다.

그대로 달려들었다면 정강이 보호대 위쪽에 칼침을 맞았을 것이다.

짧은 틈에 보호대 위치를 보고 빈틈을 찾은 거다.

세상은 저런 걸 재능이라 할 것이다.

엔크리드는 저걸 하기 위해 수없이 죽고 죽으며 야수의 심장이란 걸 배워야 했지만.

상대는 아니었다.

다만, 전장에서 수없이 굴러 본 능숙함은 없다.

엔크리드의 눈에도 그건 보였다. 상대는 신병 또는 전장 경험이 적은 병사다. 그렇지 않고서야 저리 무작정 돌진하지 않겠지.

처음 만났을 때도 그랬다.

자신의 찌르기에 당할 뻔했었다.

경험이 전무하나 가진 바 재능이 찬란하다.

그렇다고 부럽진 않았다.

‘잡을 수 있어.’

할 수 있다. 자신감이 붙는다. 그동안의 오늘이 헛되지 않으리라는 걸 직감한다.

죽음과 함께한 노력이 대가를 받을 때였다.

“이 새끼가.”

독기 어린 눈이 보였다.

놈이 주섬주섬 일어났고, 그사이 엔크리드와 놈 사이로 다른 아군이 끼어들었다.

찌르기 변태는 주저 없이 몸을 수그리더니, 검을 쥔 손으로 아군의 정강이를 때렸다.

빠각.

뼈 부러지는 소리.

아군이 끼어들면 언제나 저 패턴이다.

그 뒤 단검으로 아군의 목을 찌르는 것까지가 한 동작이다.

물 흐르듯이 유연한 공격 패턴.

이미 아는 패턴이었다.

찌르기 변태가 뽑은 단검을 쑤신다.

놀란 아군 병사는 아무것도 못 하고 눈만 부릅떴다.

그렇게 칼날이 제 목을 뚫기 직전.

훅 하고 병사의 몸이 뒤로 당겨졌다.

스걱, 드드득.

칼날이 목을 뚫는 대신 뺨을 찌르고 관자놀이를 훑으며 투구를 긁어냈다.

“흡!”

놀란 아군이 뒤로 발라당 넘어졌다. 얼마나 놀랐는지, 엉덩방아를 찧은 채로 말도 못 하고 숨만 헐떡였다.

검 대신 아군 목덜미를 쥐었던 손을 쥐었다 펴며 엔크리드가 병사 앞에 섰다.

“뒤로.”

이건 자신의 싸움이다.

저건 자신의 상대였다.

자신이 성취한 걸 확인해야 할 대상이었다.

두근.

심장이 뛴다.

엔크리드는 복잡한 감정을 느꼈다.

당장 이 오늘을 넘어서는 게 맞는지부터.

상대를 이길 수 있는지에 대한 의문과.

무작정 피어나는 호승심.

눈앞의 상대를 넘어서야 다음을 향해 나아갈 수 있다는 이유 없는 직감까지.

“안 봐준다.”

찌르기 변태가 말했다.

봐라, 이 얼마나 같잖은 짓거리인지.

재능과 별개로 경험이 적다는 방증이다.

진심으로 진지하게 할 거였다면.

‘말 대신 빈틈을 보였어야지.’

맞았으니, 허술한 척하다가 역으로 공격했어야 했다.

이기고 싶다면 그렇게 해야 했었다.

그래서, 엔크리드가 대신 그렇게 했다.

“후욱, 후욱.”

일부러 숨을 거칠게 내쉬고.

상대 손짓 하나에 움찔거리고.

어떤 순간에는 빨갛게 보였던 상대의 눈은 밋밋한 갈색이었다.

그 갈색 눈이 빛난다.

찌르기 변태가 성큼 다가오더니, 칼을 그었다.

훙!

아까와는 전혀 다른 속도였다.

쿵.

심장이 뛴다. 당황하거나 눈을 감는 일은 없다.

야수의 심장은 언제나 담대하니.

“끝까지 보고 슉 피하면 돼.”

렘은 언제나 그렇게 말했다.

놀린다고 생각했었는데.

아니다.

보였다. 발목에 힘을 주며 몸을 튼다.

쌩하고 칼날이 어깨 어림을 스쳤다.

피한 직후, 칼을 횡으로 그었다.

팅.

상대는 단검을 세웠다.

엔크리드의 검과 놈의 단검이 십자 모양을 그렸다.

티디디디딩!

그 상태에서 힘을 줘 그으니 칼날이 마찰하며 불똥이 튀었다.

놈은 단검을 비스듬히 비틀어 칼날을 옆으로 흘렸다.

엔크리드는 검을 내지르다 말고 방패를 들어 몸에 붙였다.

땅!

칼날이 방패 모서리를 때렸다.

이쪽에서도 불똥이 튀었다.

찌르기 변태가 어느새 검을 도로 당겨 휘두른 거다.

한두 번 당해 봤을까.

패턴은 눈에 익었다.

휙 하고 고개를 돌리니, 어느새 적의 모습이 보이지 않았다.

엔크리드는 주저하지 않고 검을 수직으로 들어 바닥을 찍었다.

자세를 낮게 해서 달려들던 놈이 멈췄다.

푹 하고 피 먹은 땅에 검 끝이 박히고.

놈은 엉거주춤하게 허리를 구부린 자세로 고개만 들었다.

눈에 어린 살기가 살벌했다.

“잔재주를.”

말과 함께 어금니를 까드득 깨문다.

잔재주도 실력이다. 자식아.

엔크리드는 대답하지 않았다.

대신 발끝으로 흙을 찍어 상대에게 뿌렸다.

팍!

“웃!”

놈이 잽싸게 팔뚝으로 얼굴을 막았다.

이걸 또 반사신경으로 막네.

한두 번 본 장면은 아니긴 하니.

대수롭지 않은 일이었다.

“이 새끼!”

승기를 잡으면 허세를 부리며 자비를 논하고.

비열한 희열을 눈에 담지만.

수세에 몰리면 금세 흥분한다.

성격은 진즉에 파악했다.

일어나며 놈이 재차 달려들었다.

깡! 딱! 빡!

방패로 연신 몰아치는 검격을 막자, 곧 방패가 삐걱거리기 시작했다.

그리 몰아치면서 어느 틈에 간격을 좁힌 놈이 단검을 들고 찔렀다.

노리는 건 옆구리.

이전에는 이거에 당해서 헐떡이다가 죽었다.

엔크리드는 팔꿈치를 들어 세웠다.

팍!

단단한 가죽 보호구에 막힌 칼날이다.

그와 동시에 엔크리드는 앞으로 이마를 쑥 내밀었다.

발렌 식 용병검, 근접기.

박치기다.

빡!

“억!”

있는 힘껏 들이받았더니, 머리가 핑하고 돌았다.

평소라면 이 타이밍에 뒤에서 몽둥이를 휘두르는 놈이 있겠지만.

오늘은 없다.

투척 도끼를 던지는 놈도 없고.

그 둘 대신 벨이 있지.

“씹, 돕는다!”

벨의 외침에 내가 말했다.

“방해하는 놈이나 막아.”

‘내 상대라니까.’

구역질이 올라오는 걸 꾹 참고 균형을 잡자, 독이 바짝 오른 상대가 중얼거리는 게 들렸다.

“이 미친 새끼가.”

‘그래, 내 머리가 어지러우면 너도 어지럽겠지.’

현기증은 금세 가셨다.

“버둥거리며 죽는 걸 구경해 주마.”

찌르기 변태가 자세를 취한다. 한 발은 앞으로, 다른 발은 뒤로.

돌격하는 기병과도 같은 자세.

저 자세에서부터 시작되는 건, 화살과도 같은 빠르기의 찌르기.

긴장감이 심장을 옥죄고.

옥죈 심장은 호흡으로 풀어낸다.

‘담대하게.’

반복된 오늘로 재능이란 벽을 넘을 수 있는가.

그 답을 찾을 때다.

놈이 움직였다.

그저 점이었다. 그렇게만 보였다.

몇 번이고 겪었지만, 여전했다.

점은 곧 빛이 되고 칼날이 되어 엔크리드의 몸을 꿰뚫었다. 아니, 아슬아슬하게 피했다.

팽.

칼날이 옆구리를 스쳤다.

자세를 보고 노리는 곳을 예상하고, 칼날의 움직임에 맞춰 피한다.

엔크리드의 몸은 그의 생각대로 충실히 따랐다.

옆구리가 스치며 화끈한 통증이 뒤따랐다.

무시했다.

대신 왼발을 앞으로 검을 든 손은 뒤로.

오른쪽 팔꿈치를 힘껏 당긴다. 시위에 올려진 화살처럼.

왼발에 힘을 주며 무게 중심을 옮긴다.

보면서 배웠고.

찔리면서 배웠으며.

렘과의 대련으로 완성했다.

툭.

나아갈 때는 힘보다는 균형에 중점을 두고.

칼날에는 의지를 담는다.

‘찌른다.’

굳건한 의지가 곧 검에 담기니.

바짝 당긴 근육을 해방하며 검을 내질렀다.

퍽!

숫돌로 연신 갈아둔 검 끝이 변태의 심장 어림을 찔렀다.

가죽과 두꺼운 천 갑옷을 뚫어 내고.

그 심장에 닿는다.

마치 검과 손과 팔이 하나가 된 것과 같은 충족감.

노력의 대가로 성취감을 만끽할 순간.

“야!”

누군가 외쳤고.

엔크리드는 외침을 인식하지도 못하고.

승리의 기쁨에 취하기도 전에.

뻑!

왼쪽 옆구리부터 시작된 무지막지한 충격을 느끼며 몸이 허공에 뜨는 걸 느꼈다.

‘어?’

이건 뭐지?

백스물다섯 번의 ‘오늘’에서는 한 번도 겪어 보지 못한 상황이었다.

“프록!”

벨인지 다른 누구인지는 모르겠지만, 그런 외침이 들렸고.

그게 엔크리드의 마지막 기억이었다.

그는 기절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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