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오늘만 사는 기사-21화 (21/170)

21. 대련과 복기

꽈릉.

갑자기 마른하늘에 벼락이 치더니, 투둑투둑 비가 떨어지기 시작했다.

“에이, 기분 잡쳤네.”

“흠.”

열이 올랐던 렘과 라그나가 서로의 시선을 피하며 외면했다.

이거로 싸움은 끝이다.

둘이 비를 피하며 막사 안으로 들어갔다.

그렇게 맑았는데 갑자기 비라니.

날씨가 미쳐 돌아가는 중이었다.

가을 끝자락이니, 소나기가 내릴 계절도 아니었다.

이 날씨의 하늘은 비에 박하다. 특히나 먹구름 하나 없는 소나기는 정말 드물었다.

“갑자기 비라니.”

크라이스가 마른하늘에 친 벼락과 빗줄기를 보며 말했다.

엔크리드도 함께 하늘을 보며 자신이 없을 때 일어난 일을 되새겨봤다.

저주는 역시나 그렇듯 개소리였다.

“비가 이렇게 내리는 것도 저주라고 하겠네?”

“그럴지도 모르겠네요. 하여간 사흘 동안 보는 넘어져서 코가 깨지고 잭은 팔이 부러졌다고요. 거기에 로튼은 뱀에 물렸고.”

셋 다 정찰대다.

보는 공중제비를 돌 정도로 날쌘 병사지만, 갑옷을 입고 그런 짓을 하니 코만 깨진 게 다행이라고 할 수 있었고.

잭은 평소 창을 다루는 실력을 과신하는 입이 더러운 병사다.

대련하다가 팔이 부러졌다는데, 상대가 작정하고 부러뜨렸을 거라는 데 돈을 걸 수도 있었다.

마지막으로 로튼은 정찰대치고는 조심성이 없는 편이다.

지금은 뱀이 많이 나오는 계절은 아니지만, 이 초원에는 특히나 뱀이 많은 구역이 있다.

그러므로 셋 다 그럴 만했다.

“그 셋 말고도 냄비에 손을 댄 사람도 있고요.”

왕눈이는 신이 난다는 듯 말했다.

이게 정말 저주라고 생각한다면 이렇게 말할 리가 있나.

그저 얘깃거리다.

“거기에 의무 막사가 불탔다는 소식도 있었거든요. 아, 분대장은 거기 있었잖아요. 뭐 들은 거 없어요?”

막사가 탄 것도 그것도 저주라고 하는 거냐?

“응. 그랬지. 잘 타더라.”

크라이스가 막사 안으로 들어가다 말고 고개를 휙 돌렸다.

“직접 봤어요? 정말 갑자기 불이 화르륵 솟은 거예요? 첩자가 들어왔다는 말도 있던데?”

응. 아니다.

‘내가 했다.’

불을 지른 건 엔크리드다.

그리고 첩자라, 암습은 있었지만, 그게 과연 적병일지는 의문이다.

크랑의 정체는 아직 모르겠지만, 최소 귀족의 서자쯤 되는 것 같으니.

그 암습자는 아군 쪽 아닐까?

저주야, 말해 뭐하겠나.

곧 지휘부 쪽에서 단속에 나설 것이다.

이런 말이 부대 내에 도는 걸 반기는 지휘관은 없을 테니.

“네? 뭐 본 거 없냐구요.”

왕눈이가 재촉한다.

엔크리드는 잠시 그 큰 눈을 마주하며 생각했다.

이 모든 걸 말하기에는 크라이스의 입이 너무 가볍다.

가볍지 않다고 한들 말할 이유도 없고.

함구하기로 했으니, 그렇게 하는 거다.

“내가 있던 막사가 불탔다.”

“에?”

“몰랐나 보네?”

“전혀요. 그럼 적병이 쳐들어온 게 아니고? 갑자기 불이 붙은 게 맞아요?”

“불침번이 졸았고, 바람에 횃대가 넘어졌다. 마침 횃대에 보충하려 놔둔 기름통이 옆에 있었고. 쓰러진 횃대에서 천막에 불이 붙고 파악.”

엔크리드가 주먹을 쥐었다가 펴며 손으로 불꽃이 퍼지는 시늉을 해 보였다.

“별거 아니었네요.”

“내가 죽을 뻔했다는 생각은 안 들고?”

“여기 멀쩡히 살아 있네요.”

이건 뭐, 걱정을 해 주는 건지 뭔지.

“멀쩡히 잘 살아 있는 게 아니면 분대장은 유령인 거요?”

렘이 뒤에서 끼어들고는 낄낄 웃는다.

이 새끼는 이걸 농담이라고 하는 걸까.

“주께서 이르시되, 망령은 고이 잠들라 하셨으니.”

그리고 종교에 심취한 분대원이 말로 엑소시즘을 행한다.

엔크리드는 자신이 진짜 유령이라면 듣기 참 껄끄러운 말이라 생각했다.

“머리카락만 좀 탔다.”

앞머리 끝이 좀 그을려서 잘랐다. 칼로 대충 잘라 둔 머리카락은 손질이 제대로 안 된 티가 났다.

“원래 검은 머리라 타도 티가 안 나는 거요.”

렘이 연신 낄낄대며 말했다.

“네 머리는 그럼 잿더미냐?”

렘의 머리카락은 회색이다.

“앗, 어떻게 알았수? 내 머리는 잿더미유.”

이 새끼는 이게 진짜 재밌는 걸까.

막사 안에서 웃는 게 자기뿐인데도 연신 이런다.

정말 소나기였는지, 내리던 비가 금세 그쳤다.

잡담은 잠깐이었다.

크라이스는 비가 그치자 볼 일이 있다며 나갔다.

엔크리드는 제 자리에 누워 천막 끝에서 똑똑 떨어지는 빗방울 소리를 배경 삼아 잠들었다.

다디단 낮잠이었다.

어느 정도 자고 일어나니, 아픈 머리가 말끔해졌다.

피로감도 사라졌다.

엔크리드는 자리에서 일어나 좌우로 허리를 틀었다.

옆구리 통증이 전혀 느껴지지 않았다.

좋다. 개운했다.

막사 안에는 아무도 없었다.

귀를 기울이니, 막사 앞에서 사람 오가는 소리와 바로 옆 막사 병사의 불만 어린 목소리가 들렸다.

“뭔 비가 내리다 말다 지랄을 하네.”

엔크리드는 막사 입구를 손으로 밀어 밖으로 나왔다.

분대원은 막사 앞에 여기저기 떨어진 채 개인 정비 시간을 만끽하는 중이었다.

작센과 크라이스야 안 보이는 게 당연할 거고.

나머지는 자리에 있었다.

그중에서 젖은 바닥에 뭘 끄적거리던 렘에게 다가갔다.

“할 일 없어 보이는데.”

“그래 보이슈? 맞수다. 심심해서 막 어느 놈 머리통을 깨 볼까 고민하던 참이었지.”

고약한 말재주로 주변 분대원에게 시비를 거는 건 렘의 특기 중 하나다.

시비 건 상대가 덤비면 몇 대 두들겨 패는 게 취미 중 하나고.

엔크리드가 온 이후로 뜸해지긴 했지만, 그 취미를 완전히 버리진 않았다.

“그럼 나랑 대련 한판 하자.”

“대련?”

“그래. 대련.”

렘은 순순히 고개를 끄덕였다.

이런 일이 어디 한두 번이었나.

엔크리드의 대련 요청은 일상이었다.

“좋수다.”

둘은 막사 뒤쪽에 있는 공터로 향했다.

지랄 맞은 날씨 덕에 주변에 사람이 없었다.

있어도 신경도 안 쓸 터였다.

엔크리드는 렘과 열 걸음의 간격을 두고 마주 섰다.

렘이 히죽히죽 웃으며 손목을 빙글빙글 돌렸다.

손목의 움직임에 따라 틈만 나면 갈아 둔 도끼날이 마른 햇살을 반사했다.

비가 오다가 말다가 했다던데, 지금은 맑디맑았다.

마른 공기가 아닌 습한 공기가 느껴지고 흙냄새가 코를 찔렀다.

그렇다고 질퍽질퍽한 바닥도 아니었다. 축축하지만, 발이 푹푹 빠지지도 않는 부드러운 흙바닥이다.

적당한 구름이 햇살을 가려, 눈이 부시지도 않았다.

“싸우기 좋은 날이네.”

“그래?”

엔크리드는 답하고 야수의 심장을 일깨웠다.

반복된 하루를 거듭하며 시간을 헛되이 쓰지 않으려 노력했다.

그중에는 몸을 굴리고 청각을 단련하는 것도 있지만.

머리를 쓰는 것도 포함이었다.

‘발렌 식 용병검은 안 통한다.’

찌르기를 배우며 렘과 수없이 싸워 봤기에 안다.

렘에게 발렌 식 용병검은 무용지물이다.

그렇다면 어떻게 할 것인가.

자신이 가진 무기와 상대가 주는 위압감, 그동안의 경험.

모든 걸 염두에 두고 싸운다면 어떤 공격이 유효타가 될 것인가.

어떻게 유효타를 만들 것인가.

거듭된 고민, 그 해답을 확인할 때다.

슥.

렘이 발을 앞으로 내민다. 턱 하고 땅을 밟는 걸음에 주저는 없다. 자신감이 돋보였다.

엔크리드는 그렇게 생각했다.

“내가 먼저 가야 하는 거요?”

엔크리드는 답하는 대신 상대의 호흡을 훔쳤다.

들이마시고 내쉬고.

렘의 호흡은 길고 느리다.

그 긴 호흡이 내뱉어지는 중간, 엔크리드는 단숨에 거리를 좁혔다.

뒷발을 밀며 나아간다.

공간을 좁힘과 동시다.

붕!

손에 쥔 검을 휘둘러, 횡으로 그었다.

렘은 허리를 뒤로 젖혀 눕듯이 피했다.

정확히 베는 범위를 예측했기에 할 수 있는 묘기다.

반쯤 뒤로 누운 자세에서도 렘의 눈은 엔크리드에게서 떨어지지 않는다.

그걸 확인한 엔크리드는 반사적으로 검을 당겨 제 앞을 막았다.

붕.

땅!

어느새 도끼가 날아와 검날을 후렸다.

충격이 크진 않았다. 아무리 힘이 좋다고 해도 누운 자세에서 휘두른 도끼 아닌가.

그 자세 그대로.

붕, 붕!

도끼가 거듭 날아왔다.

땅! 땅! 까-앙!

양손으로 검을 꽉 쥐고 막고 또 막는다.

한 번이라도 멈추며 자세를 추스르고 공격하려 했는데, 렘은 멈추지 않았다.

엔크리드는 연속해서 떨어지는 단두대에 선 기분이 들었다.

소나기 같은 도끼 공격은 렘이 완전히 몸을 일으키며 끝났다.

짧은 틈이 생겼으나, 엔크리드는 뒤로 물러나지 않았다. 자세를 바로 하지도 않았다.

허리를 세운 렘이 뒤로 제 팔을 당겼다.

엔크리드는 그걸 보며 뒤로 물러나고 호흡을 가다듬는 대신.

팍!

한 발을 앞으로, 수없이 반복한 찌르기를 내질렀다.

막던 자세 그대로 뻗어 내는 칼날.

반드시 찌르겠다는 각오를 품는다.

모든 건 순식간이었다.

찌르기를 내질렀고 렘의 허리쯤을 찌르는 순간, 엔크리드의 눈에 푸른 하늘과 렘의 얼굴이 엇갈려 보였다.

‘어?’

엔크리드의 눈에 렘의 얼굴이 거꾸로 보였다.

붕.

찌르는 순간, 렘은 엔크리드의 발목을 걷어찼다.

순간적인 판단이었다.

덕분에 검 끝이 허공을 갈랐고.

렘은 도끼를 휘두르는 대신 놓아 버리고, 엔크리드의 멱살을 잡고 옆으로 던졌다.

“윽!”

옆으로 구른 엔크리드는 금세 자신이 어떻게 당했는지 알았다.

속임수였다.

도끼를 뒤로 빼는 타이밍만 재고 있었는데.

그걸 역으로 이용한 거다.

“후우.”

널브러진 엔크리드는 내심 고개를 절레절레 저었다.

무지막지한 힘이었다.

엔크리드도 힘이라면 누구에게도 쉬이 뒤지지 않는다고 생각하지만, 한 손으로 사람을 날려 버릴 정도라니.

아무리 몸에 장비를 안 걸치고 있어 상대적으로 가볍다지만, 괴력이라 부르는 게 맞을 것이다.

앉은 채로 고개를 드니, 렘의 얼굴이 보였다.

묘한 표정이었다.

평소 그는 대련 중에 계속 웃는다.

지금은 아니다.

입가가 바르다. 단정하다. 그는 웃지 않았다.

“씁, 어디서 나 몰래 좋은 거라도 드슈?”

렘이 진지한 얼굴로 묻는다.

생각해 보면 이런 반응이 당연했다.

찌르기 훈련을 도와준 건 기억에 없을 테니.

결국, 그 첫 번째 ‘오늘’을 벗어날 때는 식사 당번만 시켰으니까.

“전에도 생각한 건데, 어째 실력이 훌쩍 는 것 같단 말이지. 특히나 그 찌르기, 좋았수다. 나쁘지 않았수.”

“그래?”

“그렇수. 내가 또 빈말은 안 하우.”

“퍽이나.”

농담이라 치부하며 헛소리를 입에 달고 사는 놈이.

“진짜라니까.”

“알겠다. 그럼 복기해 보지.”

“……분대장은 참 한결같은 인간이우. 어째 사람이 안 변하는 거요?”

대련 후의 복기.

이 또한 일상이었다. 아무리 건질 게 없어도 엔크리드는 대련 상대를 물고 늘어졌다.

사소한 거 하나라도 배우고 익혀 단련하기 위해서다.

정작 상대한 쪽에서는 할 말이 없을 때도 많은 법이다.

실력이 조금이라도 늘어야 무슨 말이라도 해 줄 것 아닌가.

지금까지는 그랬다.

그래서 렘도 대련이 끝난 후에 ‘거, 강단을 좀 길러 보슈’ 따위의 말을 하곤 했었다.

의미도, 가치도 없는 말이다?

아니다. 렘은 안다. 재능이 없는 자의 끝을.

그러기에 죽지 않으려면 갖춰야 할 걸 알려 준 거다.

같은 이유로 야수의 심장도 전수해 준 거고.

그런데 지금은?

달라져도 많이 달라졌다.

당장 이번 대련으로 할 말이 많아진 게 그 방증이었다.

“일단, 내 도끼질을 기다린 게 너무 티나우. 아무리 내가 잘 안 속아도 속이는 노력이라도 해야 하는 거 아니우?”

렘이 입을 연다.

엔크리드가 고개를 끄덕였다.

언제나 그러하듯, 제대로 된 경청의 자세로.

렘은 그걸 보며 픽 웃었다.

선뜻 핵심부터 짚어 내고 자잘한 이야기는 나중이다. 렘의 방식이었다.

엔크리드는 하나하나 모든 말을 귀 기울여 들었다.

* * *

사흘 동안 전투가 없었고, 그동안 엔크리드는 렘과 세 번의 대련을 더 했다.

“하체를 단련하는 게 좋겠수. 묘하게 균형이 안 맞아.”

평소에는 시답잖은 말만 연신 해 대도 렘은 핵심을 꿰뚫어 보는 편이었다.

엔크리드는 그 말을 되새기고 곱씹었다.

이후 그는 다시 단련에 힘썼다.

다들 쉬는 시간에도 그리했다.

개인 정비 시간에는 다들 자기만의 시간을 갖는다.

편지를 쓰는 이들도 있고.

휴식에 몰두하는 병사도 있다.

엔크리드는 먹고 자는 걸 제외하면 수련과 훈련에 모든 걸 쏟아 냈다.

누가 보면 지독하다고 할 법도 하지만.

정작 하는 사람은 평온 그 자체다.

하루하루 늘어가는 실력에 무엇보다 큰 충족감을 느낀다.

그 덕분에 고통이 가중되는 신체 단련에도 괴로움을 느끼지 않았다.

“지독한 인간일세, 의무 막사에서 복귀하자마자 또 저러네.”

“근래 좀 잠잠하더니만. 다시 불이 붙었네, 저 양반.”

“내가 저렇게 훈련했으면 진즉에 기사 끝자락이라도 갔을 텐데.”

“응? 너 왜 입으로 똥을 싸냐?”

몸을 굴리며 청각에 집중한다. 근육이 비명을 내지를 때, 청각에 집중하면 고통이 가시곤 했다.

엔크리드의 귀에 다른 막사에 있는 병사 둘의 시답잖은 말이 들렸다.

같은 소대지만, 거리감이 느껴지는 3분대다.

이후 더 먼 곳까지 청각을 북돋아도 보고.

뒤쪽에서 들리는 옷깃 스치는 소리를 듣고 어떤 행동인지 짐작도 해 봤다.

발걸음 소리를 듣고 누군지 알아맞히는 것도 시도해 봤다.

열에 다섯은 틀렸지만, 그래도 익숙한 발걸음은 누군지 알아챌 수 있었다.

가볍고 빠르지만, 흙바닥을 밟는 소리가 경쾌하게 들린다.

‘왕눈이.’

맞았다.

“또 훈련이에요? 징그럽다. 징그러워.”

크라이스가 다가와 말했다.

엔크리드는 무시했다.

반쯤 앉았다가 일어나는 걸 반복하자, 다리가 후들거리기 시작했다.

두피 사이로 땀이 흘러 눈썹 끝에 맺혔다.

오락가락하던 하늘도 멀쩡해져, 건조하고 마른 바람이 부는 본래의 날씨다.

이런 날에 전신을 적실 정도로 땀을 흘리는 게 정상처럼 보이지 않을 것이다.

하물며 이곳이 전장이고.

언제 싸울지 모르는 곳에서 훈련이라니.

그럼에도 다들 그러려니 한다.

엔크리드가 언제 하루 이틀 이랬나.

이게 그들의 일상이었다.

“그거 안 힘들어요? 용케 그걸 매일 하네.”

크라이스가 말하며 한쪽에 궁둥이를 붙이고 앉아 납작한 육포를 질겅질겅 씹었다.

뚝 하고 이마를 타고 흐른 땀이 코끝을 스쳐 바닥에 떨어졌다.

허벅지로부터 묵직한 통증이 올라왔다. 부들부들 근육이 떨리고 구역질이 솟았다.

한계에 다다랐다.

엔크리드는 땀을 흠뻑 흘린 채로 주저앉았다.

앉은 채로 눈을 감자, 바람이 시원하게 축축한 이마와 귀를 훑었다.

오늘 훈련 완료.

그리 생각하며 바람을 즐기는데.

저벅저벅 하고 힘 있는 걸음 소리가 들렸다.

발걸음 소리는 엔크리드의 뒤에서 멈췄다.

“여전히 열심이군.”

고개를 뒤로 꺾어 상대를 바라봤다. 햇빛을 가리며 긴 그림자가 엔크리드 얼굴을 덮는다. 역광으로 얼굴이 잘 보이진 않으나 수염이 덥수룩한 남자인 건 알겠다.

“얘기 좀 할까?”

4소대장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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