96. 볼 게 있는 자와 없는 자
토레스는 조금만 방심하면 기가 막히게 약점을 파고들었다.
숨 쉬는 것만큼 대적하는 상대의 호흡과 상태를 읽을 줄 알았다.
그건 어떻게 할 수 있냐 물었더니.
“이런저런 다양한 애들이랑 최대한 많이 싸워 보면 돼. 그게 단시간 특급 병사가 되는 가장 빠른 방법이자, 변방 수비대의 철학이지.”
철학이라고 할 건 없으니, 마지막에 덧붙인 말은 반쯤 농담이리라.
말한 토레스가 피식 웃었다.
출렁이는 물결, 엔크리드는 강물을 바라보며 생각했다.
‘달라.’
렘과 라그나의 가르침이 다르듯.
토레스와의 대련과 말도 다르다.
요정 중대장 또한 다르고.
‘다양하다.’
전부 배울 게 있었다. 무엇 하나 놓칠 게 없었다.
토레스의 하이드 나이프는 어떻게 보면 단순한 손장난이지만, 그걸 어떻게 활용하냐에 따라 치명적인 한 수가 될 수도 있다는 걸 알았고.
그걸 위해 상대의 인지를 속이는 것까지 일부 익혔다.
토레스의 실전 전투법이었다.
“아버지란 인간이 도박꾼이었고, 날 2대 도박꾼으로 만들고 싶어 한 덕이지.”
하이드 나이프란 기술의 기원이라고 해야 할까.
엔크리드에게는 그게 탁월한 재능과 부단한 노력의 결과물이라는 말처럼 들렸다.
“가르쳐 줄까?”
사공이 오기 직전이었다.
“비기라면서?”
“원하면 가르쳐 주고.”
왜 저러는 걸까.
모른다. 다만, 엔크리드는 상대의 심정 변화에 이유를 찾기보다 주어진 기회를 잡는 것에 익숙했다.
끄덕.
“좋아. 잘 봐, 소매 안쪽에 이렇게 숨겨 두고.”
그 뒤 나이프 숨기는 법, 손바닥을 뒤집는 것만으로 뽑는 법 등의 설명이 이어졌다.
“재주 되게 없네.”
토레스가 불평을 토할 정도로 엔크리드의 손끝은 무뎠으나.
무언가를 배울 때, 한 점의 집중을 활용하는 법을 알았기에 전보다는 나았다.
확실히, 이전보다 몇 배는 나았다.
이전의 엔크리드였다면, 한 점의 집중을 배우기 전이였다면.
‘진즉에 포기했으려나?’
진즉에 고개를 가로젓는 토레스를 보진 않았을까?
가능성이 보이지 않는 일에 시간을 투자하는 건 바보 같은 짓일 테니.
“전용 나이프는 나중에 따로 대장간에 말해서 만들고. 그전에는 얇은 돌 따위로 연습하면 좋을 거다.”
토레스가 그리 말하며 직접 얇은 돌도 주워다 줬다.
“너 정말 둔하구나.”
그러며 또 핀잔.
다 아는 사실이기에 엔크리드는 귓등으로도 듣지 않았다.
애초에 저런 말에 신경 쓰면서 살 여유도 없었고.
“그래도 꾸준하긴 하네.”
토레스의 말을 흘려들으며 몇 번 시도해 봤으나, 당연히 쉬이 되진 않았다.
집중력을 더해 얇은 돌판을 숨기는 과정이다.
손매를 늘어뜨려 걸치고 안쪽에 쏙 돌멩이를 넣는다. 손등을 하늘로 향했다가 땅으로 돌리며 튕기는 게 핵심이었다.
당연히 쉽지 않았다.
“연습용 검집이라도 하나 있으면 좋겠지만.”
토레스의 중얼거림이다.
본래 연습할 때는 소매 안쪽에 단검 따위를 고정하는 전용 검집이 있다는 거다.
익숙해지기 전에 쓰면 좋다고 했다.
“도박꾼 사이에서는 파밍이라 부르는 기술을 응용한 거다.”
엔크리드가 기술 단련하는 걸 지켜보며 토레스가 말했다.
“파밍.”
몇 가지 조건이 붙어야 쓸 수 있는 기술이라 하겠다.
칼날이 쫙 편 손바닥보다 짧아야 했고, 숨기는 것도 정확한 타이밍에 해야 했기에, 손에 잡는 것부터 연습할 시간이 필요했다.
‘어려운데.’
검을 휘두르는 것보다 몇 배 어렵다.
그래도 방패를 손에 익게 하는 것보다는 나았다.
그리 시간을 보내고 다시금 대련으로 땀을 흠뻑 흘린 채로 쉬고 있자니, 사공이 온 거고.
사공은 가도를 따라왔는데, 이쪽은 마물 소탕을 주기적으로 하는 순찰병이 도는 곳이었다.
덕분에 사공이 홀몸으로 올 수 있었다.
“올해가 지나면 여기에 오두막을 세운다고 합디다. 그럼 사공이나 어부가 이쪽에 자리를 잡겠지요. 가능하면 작은 어촌이 꾸려지면 좋을 것 같은데.”
사공은 말이 많았다. 적당히 받아 주던 엔크리드가 끼익하는 노의 삐걱거리는 소리를 들으면서 강물을 바라봤다.
펜-하닐 강.
일대 마을은 물론, 크게는 나우릴리아를 포함한 근처 나라의 젖줄이다.
저 멀리 강변에 낮게 자란 풀과 나무 몇 그루, 한쪽으로 시선을 던지면 바위 절벽과 절벽 사이로 떨어지는 폭포와 강변을 따라 지어진 몇 개의 오두막도 보이곤 했다.
이쪽은 자갈길이지만, 시선을 저 너머로 던지면 봄이 오면 녹색으로 변할 풀밭도 보였다.
“엇차, 여긴 유속도 느리고 깊이도 얕은데 저런 게 위험해.”
사공이 혼잣말하듯 내뱉으며 나룻배 방향을 바꿨다.
중간에 삐죽 솟은 암회색 바위가 보였다.
저기에 걸리면 이런 나룻배 따위는 부서지는 게 당연할 것이다.
배는 유유히 강물을 타고 흘렀고, 곧 강 너머에 다다랐다.
“난 가 보겠수다.”
사공이 돌아가고.
“좀 씻고 갈까? 만나기까지 여유가 좀 있는데.”
토레스가 머리 위에 뜬 해를 보며 제안했다.
“그게 좋겠네.”
안 그래도 땀을 흠뻑 흘렸다가 식으니, 불쾌한 냄새가 올라오는 중이었다.
작전 기간이 며칠이나 될지는 모르겠지만, 시작부터 불쾌할 필요는 없을 터였다.
여유가 있을 때, 먹고 자고 씻는 건 병사의 기본 소양이기도 했다.
“그럼.”
토레스가 먼저 훌훌 옷을 벗고 강물에 몸을 담갔다.
출렁거리는 강물은 파란색과 녹색의 중간쯤 됐는데 무척 맑고 깨끗해 보였다.
곧 엔크리드도 무장을 하나하나 해제하곤 발가벗고 강물에 들어갔다.
발을 담그자 싸늘한 감각에 전신에 소름이 돋았다.
그런 엔크리드를 본 토레스가 눈을 동그랗게 떴다.
“그, ……뭐냐, 넌.”
여기서 놀랄 게 있나?
토레스가 입을 벌렸다가 시선을 엔크리드의 다리 사이로 내리더니, 곧 하던 말을 멈추고 입을 꾹 다물었다.
엔크리드도 새삼 제 다리 사이를 바라봤다.
놀랄 거, 하나 있긴 했다.
“이 새끼, 다 가진 새끼.”
토레스의 말투가 울먹거리는 것처럼 들렸다.
“얼굴만 가졌어야지.”
“자꾸 그러니까 이름도 모르는 부모한테 고마워하고 싶어지잖아.”
“너 고아냐?”
“응.”
여긴 부모를 모른다는 게 특별한 곳이 아니다. 종군하는 이들 태반이 그럴 테니까.
“손바닥을 때려가며 뭘 가르치는 부모보다는 없는 게 나을 수도 있다.”
“그럴지도.”
엔크리드는 애초에 부모의 정을 갈구한 적이 없다. 그럴 시간에 검을 휘두르고 싶을 뿐.
아무것도, 정말 아무것도 없던 시절.
오롯이 그 시절을 견디게 해 준 건, 기사라는 꿈과 검이라는 물건뿐이었으니.
고아로 자란 꼬맹이에게 세상은 부드러울까.
설마.
그런 세상이 아니다. 뒈지지 않은 게 용하지.
그나마 엔크리드가 머물던 마을 사람들이 순박하고 선했기에 그가 살아 있는 거지.
‘기사.’
오롯이 그것만을 바라보고 살아왔다. 정을 갈구할 시간에 기사를 꿈꿨다.
굶주림을 잊기 위해 꿈을 꿨고.
괴로움을 잊기 위해 몽둥이를 검 삼아 휘둘렀다.
그래서 엔크리드는 정을 갈구하지 않는다.
대신 검을 갈구하니.
그로 인해 꾸는 꿈이다. 종전의 기사, 엔크리드가 가진 꿈의 시작.
새삼 고향이라 부를 만한 마을 사람들 몇몇이 머릿속을 스쳤다.
부모처럼 아껴 준 자들은 아니지만.
적어도 죽어가는 걸 놔두는 이들은 아니었다.
그런 이들까지 전쟁에 휩쓸리는 게 세상이다.
‘전쟁은 모든 걸 잡아먹지.’
그러니 그 전쟁을 끝낼 수 있으면 좋으리라.
거기에 일조하려면 무엇을 해야 하는가.
‘검을.’
휘두르고 또 휘두르면 그만이다.
엔크리드가 아는 방법은 그것뿐이었다.
그게 그의 부모요, 형제고, 자매이며.
꿈이고 목표이자, 모든 것이었으니.
부르르.
수면 위로 거품이 솟아올랐다.
잠수한 채로 엔크리드가 생각에 잠기자, 토레스가 물 안에서 엔크리드의 어깨를 툭 쳤다.
“푸아.”
그리 숨을 토해 내며 올라오자.
“왔다.”
토레스가 말하며 한쪽으로 시선을 던졌다.
돌아간 그의 눈을 따라 뒤로 고개를 돌리자, 짝다리를 짚은 병사 하나와 그 뒤에 숏소드보다도 더 짧은 몽둥이를 든 병사 둘이 보였다.
스치듯 보면 마적이나 산적쯤으로 오해할 법한 무장이었다.
클럽이라는 부르는 둔기와 헤진 가죽 갑옷.
무장은 가볍다. 두꺼운 천 갑옷인 갬비슨을 포기했다는 건 기동성에 더 무게를 뒀다는 것일 테고.
자연스레 엔크리드는 상대의 무력 정도를 가늠해 봤다.
아우딘과 고립의 기법을 통해 배운 것이니.
‘양팔 균형이 좋다.’
짝다리를 짚었음에도 곧바로 양손은 늘어뜨려 뒀다.
언제 저런 자세를 취하는가.
‘수틀리면 뭘 던질 수도 있겠고.’
투척 무기를 다루는 솜씨가 꽤 괜찮을 듯싶다.
그걸 증명하듯 허리춤에 투척용 손도끼가 달랑거리고 있고.
단련 정도를 봐서는 다른 재주도 있을 법했다.
뒤에 선 병사 둘은 도끼 대신 단검을 허리춤에 찼고, 손에 몽둥이를 든 걸 제외하고는 그리 눈에 띄지 않았다.
‘주황색 머리카락이네.’
엔크리드의 시선이 마지막으로 선두에 선 병사의 얼굴에 닿았다. 주근깨와 주황색 머리칼, 체구는 작다.
여자 병사였다.
“여유만만이네? 목욕도 즐기시고. 시원은 하시고?”
주황색 머리칼이 껄렁한 말투로 둘을 맞이했다.
그걸 보며 엔크리드는 새삼 제 육감이 아직 발전해야 한다는 걸 깨달았다.
‘다가오는 걸 못 느꼈다.’
그게 당연한 일일지도 몰랐다. 여기까지 누가 오리라고는 생각하지 못하기도 했고.
물속에 잠수한 채로 생각에 잠긴 탓이다.
너무 마음을 놓은 건가.
아니다. 그래도 최소한의 대비는 했다.
강변 바로 앞이고 무장은 그곳에 있으니.
여기까지 접근한 이들이 기척을 숨기는 게 능숙한 것도 있을 것이다.
상대적으로 지대가 높은 곳에 서 있던 주황색 머리칼이 말했다.
“안 나올 거야?”
토레스가 먼저 나섰다.
“계속 보게?”
그러며 말하니.
“볼 게 있어야 보지.”
독한데.
엔크리드는 생각하며 밖으로 나갔다. 촤아악 하며 그의 몸을 따라 물이 흘러 내렸다.
기실 토레스가 놀란 게 과연 남자의 상징뿐이었을까.
아니다.
고립의 기법은 엔크리드의 몸을 아예 다른 형태로 만들었다.
오늘을 반복하며 새겨 둔 아우딘의 가르침, 시간의 중첩된 결과가 몸에 여실히 드러났다.
쪼개진 어깨 근육을 따라 탄력이 느껴지는 팔근육이 씰룩였다.
탄탄한 가슴 근육을 따라 내려가면 각이 진 복근이 꿈틀댔고, 허벅지 앞쪽 대퇴부 근육이 쪼개지며 병사의 눈을 반겼다.
마지막으로 가운데에 덜렁하고 튀어나오는 게 병사의 눈에 가득 차니.
“……그쪽은 볼 게 좀 있나 본데.”
옆에서 빤히 상황을 지켜보던 토레스가 불평 어린 말을 내뱉게 했다.
“큼, 옷이나 입어.”
주황색 머리칼의 병사가 헛기침을 하며 말했다.
토레스와 엔크리드는 땀에 전 옷을 두고 배낭에서 새로운 옷을 꺼내 입었다.
입었던 옷이 마르며 소금기가 보일 정도였다.
시간이 되면 좀 빨아 두면 좋겠는데.
그런 생각과 함께 엔크리드가 다시 완벽하게 무장한 채로 일어섰다.
“정찰 소대장 핀.”
주황색 머리칼이 주먹을 내밀며 말한다.
토레스가 먼저 나섰다.
“변방 수비대 소대장 토레스다.”
툭, 주먹을 맞대고 그 주먹이 곧 엔크리드에게 다가왔다.
“독립 소대, 소대장 엔크리드입니다.”
요정 중대장은 엔크리드의 소속을 묘하게 바꿔 버렸다.
실제 소대를 맡길 순 없으니, 아예 밖으로 빼 버리고 중대 휘하 독립 소대로 편제를 짠 거다.
“독립 소대? 그건 뭐야? 하여간 반갑다.”
핀은 엔크리드의 주먹을 지나쳐 배를 툭 쳤다.
“복근 좋더라.”
“나도 복근은 좋았을 텐데.”
옆에서 토레스가 중얼거렸다. 다 들리게 하는 걸 보니 딱히 혼잣말은 아닌 것 같았고.
“가면서 얘기할까? 지금 가면 해 떨어지기 전에 야영지에 갈 수 있는데.”
뒤쪽 병사 둘은 핀의 부하로 보였다. 다들 각자 군례를 보였고.
곧 다섯이 된 일행이 움직였다.
가는 도중, 그제야 핀의 입에서 상세 작전 목표가 나왔다.
“여기가 어딘지 모르고 온 건 아니지?”
“마물과 마수의 땅이라고 듣긴 했습니다.”
엔크리드가 답했다.
탁월한 기억력으로 엔리가 한 말을 하나씩 떠올려 되새긴 참이다.
펜-하닐 강 위쪽은 마물과 마수의 보금자리가 많다고 했었다.
어지간히 길을 잘 보는 패스파인더나 사냥꾼이 아니라면 꺼리는 땅이라고.
“크로스 가드의 코앞이기도 하고.”
핀의 딱딱한 말투가 이어졌다.
“본래 작전 목표는 고양이를 통해 정보를 전달받는 거였는데. 뭐, 이제까지는 그게 전부였었는데.”
고양이는 첩자의 은어.
이쪽 대륙에서 흔히 쓰는 말이다.
양국은 각 도시에 첩자를 심어 두긴 했다.
그건 나우릴리아뿐 아니라 아즈펜도 마찬가지란 거다.
실제 엔크리드가 그 첩자 일부와 싸워 죽이기도 했으니, 첩자의 존재가 특별한 일은 아니었다.
“그리고 고양이가 약속된 날짜에서 벌써 나흘째 연락이 없어.”
핀이 걸으며 말한다. 그럼 어떻게 되는 걸까.
토레스와 엔크리드가 귀를 기울이자, 핀이 마저 말했다.
“여기서 지침이 내려왔는데, 직접 들어가서 구해 오래. 우리 쪽 고양이의 마지막 연락이 중요한 정보를 취득했다는 말이었거든.”
엔크리드는 짜릿한 느낌에 전신을 떨었다. 소름이 돋으며 위험하다는 경고가 전신을 후렸다.
이건.
‘위험한데.’
위험한 정도가 아니다.
죽는다. 반드시 몇 번은 죽을 것이다.
수없이 많은 오늘을 겪으며 생긴 본능의 직감이 말한다.
지금 핀이란 여자의 말을 따르면, 크로스 가드 내부에 잠입해야 한다는 말이기도 했으니까.
“후, 개 같은 임무지? 시발, 나도 안다고. 하지만 방법은 있어, 있긴 하지.”
핀이 그제야 피식 웃으며 말했다.
자조적인 웃음이었다.
이미 일전의 마법사 트랩에 빠질 때, 엔크리드는 깨달았다.
도망가는 것으로 오늘을 넘길 수 있는가?
답은 ‘없다’였다.
밤을 새우려 해도, 그냥 잠들어도, 다른 곳으로 밤새 도망간다고 해도.
결과는 같다.
몸의 피로도만 더할 뿐이었다.
깨달은 건 피할 수 없다는 것.
그리고 피할 수 없다면 즐길 수밖에 없는 법이었으니.
엔크리드도 웃었다. 핀과는 다른 느낌의 웃음이었다.
기대감이 드러나는 기쁨의 웃음과 희열의 미소다.
그걸 본 핀이 눈썹을 씰룩이며 말했다.
“본대에서 미친 새끼를 보냈네?”
토레스도 반은 진심을 담아 고개를 끄덕였다.
자기가 봐도 엔크리드는 정상이 아니니까.
자기도 긴장한 판인데, 이건 뭐.
물론, 엔크리드도 긴장했으나.
그보단 새로운 내일을 맞이하기 위한 마음가짐이 달랐을 뿐이었다.
‘넘는다.’
벽을 넘는 것, 그건 곧 성장을 의미하므로 그게 기뻐 웃었다.
물론 발악할 것이다. 오늘에 갇히지 않기 위해서 최선을 다해 버둥거릴 것이다.
그게 섬뜩하지 않다는 건 아니다.
그저, 그보다 더 앞쪽을 볼 뿐.
걷는 엔크리드의 어깨에 힘이 잔뜩 들어갔다.
긴장과 기대감이 섞인 탓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