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오늘만 사는 기사-135화 (135/170)

135. 무르익은 심장 (2)

“여기.”

렘은 누가 보든 말든 시작했다.

막사 바로 앞, 귀퉁이도 구석도 아닌 한복판이다.

엔크리드의 손목을 잡아 제 심장 위에 올린 렘이 입술을 비틀었다.

뭐라고 해야 하나.

미소 자체에 짓궂은 장난기가 담겼다.

그러곤 엔크리드에게 속삭이기 시작했다.

작센에게 청각을 단련하기 전이라면 제대로 들리지도 않을 크기였다.

이렇게 작게, 하고 싶은 말을 전하는 것도 재주라면 재주였다.

주변 시선을 무시하는 듯싶더니, 이럴 작정이었던가.

“필요한 건 믿음이유, 이후 심장을 폭발시키는 거요. 야수의 심장이 무르익었다면 부서지지 않을 정도로 심장을 터트려 보슈.”

주술적 작용이 일어난다는 사실에 관해서는 입을 다문 채, 렘은 필요한 말만 골라서 뱉었다.

엔크리드는 시키는 대로 했다.

애초에 렘을 믿지 않았다면 야수의 심장도 몸에 붙이지 못했다.

렘은 그게 또 퍽 좋았다.

엔크리드의 태도, 대답, 행동에는 성의가 있었다.

언제나처럼 최선을 다하는 그런 성의.

다만, 이번에도 그런 방식으로 했다간 모든 걸 망쳐 버릴 터였다.

“천천히 해야 할 거요.”

렘의 경고는 날 선 칼 같았다. 말투에서 전에 없는 진지함이 어렸다.

짓궂은 장난기와는 전혀 다른 그런 진지함.

그게 엔크리드에겐 인상 깊게 다가왔다.

어지간히 위험하다는 말이군.

그래서 천천히 심장을 뛰게 했다.

근데 심장을 내 뜻대로 움직일 수 있던가?

그때다.

손바닥 너머, 렘의 심장이 뛰는 게 느껴지기 시작했다.

쿵쿵! 폭발적이다. 심장 안에 서린 기운이 여실히 엔크리드의 손을 타고 넘어오는 것 같았다.

“똑같이 해 보슈. 반의반 정도만 해서.”

이거였나. 엔크리드는 그 감각을 기다렸다. 그러니까 심장을 뛰게 하는 감각.

말로 설명할 순 없다. 행동으로도 표현할 수 없다.

그저 렘이 제 몸으로 시현했고 전해 준 게 전부다.

오롯이 감의 영역이라고 해야 할 것이다.

그러니.

“이거 내 걱정이 기우인 것 같은데.”

렘이 중얼거렸다.

이걸 당연하다고 해야 하나.

“한 번만 더.”

엔크리드가 말했다.

이후 엔크리드와 렘은 서로의 심장 부근에 손바닥을 댄 채로 멈춰 섰다.

해가 중천을 지나 기웃거릴 때까지.

“나 진짜 궁금해서 그러는데, 가끔 일부러 그러는 건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들기도 하는데, 내 착각이우?”

“음.”

엔크리드는 짧은 신음을 흘렸다.

“그건 나도 동감이다.”

옆에서 라그나가 수긍하고.

“저 또한 그건 부인하기 어렵군요. 미친 형제님.”

“동감.”

아우딘과 작센도 고개를 끄덕였다.

일부러라고 하니 억울한 감도 있는데.

“할 수 있는데, 안 하는 거 아니고, 못 하는 게 맞는 거요?”

렘이 물었다. 진지했다. 엔크리드도 진중함을 품었다.

“응.”

“……거, 씁, 그럽시다. 내일 또 합시다.”

어느새 저녁 시간이었다.

대대장과 주변 병사의 배려로 식사 당번조차 서지 않은 이들이다. 근무 열외는 물론이었다.

그래서 계속 단련과 훈련에 매진할 수 있었는데.

엔크리드는 조금도, 정말 조금의 진척도 없었다. 한 걸음은커녕 반걸음도 나가지 못했다. 적어도 렘은 그렇게 생각했다.

“뭐하슈?”

“지금 하고 있는 거요? 나 놀리는 거 아니고?”

“자, 해 보쇼. 이제 해 보라니까?”

렘에게 비슷한 말만 들을 뿐이었다.

감이 오지 않았다. 전혀. 그래서 문제가 되나?

아니, 문제는 아니다.

언제는 뭐 한 번 보고 기술을 배웠던가.

일전에 하루를 반복하며 왼손을 단련하던 때, 재능 비슷한 걸 느낀 적은 있었다.

마치 자신에게 재능이란 게 내려앉은 것처럼.

딱 그 순간만큼은 몸으로 무언가를 느낄 수 있었다.

왼손으로 다루는 기술이 전에 없이 몸에 붙는 그 순간, 그 짧은 시간, 희열이 차오르던 그때.

그때가 떠올라 아쉬운가.

진심으로 전혀, 전혀 아니었다.

그저 반복하고 또 반복하고 궁리하고 궁리할 뿐이다.

궁리하기도 바쁠 뿐이다.

“대대장이 부른다.”

여느 날처럼 계속 고민만 거듭할 뿐인 날이다. 야수의 심장을 무르익게 만들어 터트려야 하는데 쉬이 되지 않는 날.

시간으로 치면 진지를 구축하고 사흘째 되던 날이다.

그제야 대대장이 엔크리드를 호출했다.

전장에서 수훈자니, 뭐니 할 때는 당장이라도 부를 것처럼 굴었는데.

이제야 주변 정리가 된 듯했다.

크라이스의 말에 따르면 이게 당연하다고 해야 할까.

아마도 진지를 이동하고 새로운 진영을 구축하면서 마커스는 속이 까맣게 탔을 거라고.

왜 그러냐고 물으니, 크라이스의 혀가 또 길어졌다.

축약하면 간단했다.

“손만 들고 있다는 걸 상대가 알면 결국 무시할 거고, 무시 못 하게 움직이는 척이라도 해야 할 테니까요. 저라면 음, 아닙니다.”

뭔가 생각이 있어 보였는데, 크라이스는 말을 아꼈다.

엔크리드도 더 캐묻지 않고 움직였다. 말하고 싶으면 어련히 알아서 입을 열지 않겠나.

최고 지휘관의 호출에 먼저 나서야 할 시간이기도 했다.

부관이 직접 데리러 와, 막사로 향하는 길에 요정 중대장이 합류했다.

소리도 들리지 않는 가벼운 걸음으로 다가와 나란히 붙은 중대장이 입을 열었다.

“우리 약혼식은 언제였지?”

또 이러네, 당최 요정의 농담이란 이해할 수 없었다.

“10년 뒤로 기약하죠.”

“음, 나쁘지 않아. 하지만 난 늙은 인간보단 젊은 인간이 좋다.”

애초에 엔크리드의 취향이 요정 쪽이어야 만남이 이뤄지는 거 아닌가.

인외의 미모이긴 하나.

인외, 사람 같지 않아서 도저히 정이 가는 얼굴은 아닌 것 같은데.

가느다랗고 긴 속눈썹 사이, 보석처럼 빛나는 녹색 눈과 옅은 빛깔을 뿌리는 금발, 햇살을 반사하는 머리칼 사이로 드러난 피부는 빛이 나는 것처럼 보이긴 했다.

그래서 인외의 미모고.

“가시죠.”

엔크리드는 패배를 시인했다. 작정하고 물고 늘어지면 끝없이 이어 갈 말장난이긴 하나.

소모적이란 생각이 들었다.

요정 중대장도 딱 이 정도로 자신을 놀리는 걸 즐기는 것 같고.

솔직히 말하면 그리 불편하지도 않았다.

그냥 이런 사람인 거다.

렘보다는 멀쩡하지만, 요정족 중에서도 반쯤 정신이 나간 그런 요정이 있을 수도 있는 것 아니겠나.

“그러지.”

부관을 필두로 요정 중대장을 왼편에 두고, 엔크리드가 막사 안으로 들어갔다.

“왔군.”

그곳에 마커스 대대장이 있었다.

전장을 구른 탓인지, 수염이 지저분하게 나 있었다.

그걸 보니, 엔크리드도 제 턱이 꽤 까칠해졌다는 게 떠올랐다.

돌아가서 수염을 좀 깎아야겠다고 생각하며 군례를 보였다.

검 손잡이를 누르며 고개를 숙여 보이는 예다.

“그래.”

마커스가 대강 고개를 끄덕이고서.

셋이 한자리에 섰다.

“차라도 내오지.”

부관에게 명령하자, 곧 셋 앞에 차 석 잔이 놓였다.

고급품이라곤 때려 죽어도 말 못 하겠지만, 이곳은 전장이니 차를 마신다는 것 자체가 사치를 부리는 거긴 했다.

“전투에 나서면 좋은 차를 못 마셔서 짜증이 나곤 하는데, 이번에는 이조차 만족스럽다.”

마커스 대대장이 먼저 입을 열었다.

딱히 앉을 곳을 두지 않아 전략과 전술을 상의하는 테이블을 두고 선 채였다.

“어떤가, 내 휘하에서 제대로 일해 보는 건.”

찻물을 반 모금 삼켰을 때다. 혼자 떠들던 대대장이 대뜸 제안했다.

요정 중대장은 묵묵히 입을 닫았다.

엔크리드는 대대장을 보며 어찌 대답할지 말을 고르다가 곧 포기했다.

언제부터 상관에게 잘 보이려고 혀를 굴렸다고.

“거절하겠습니다.”

“왜? 나 정도면 꽤 단단한 줄이라고 생각하는데.”

틀린 말은 아니었다. 대대장을 만나러 간다고 하니, 크라이스가 대강 상황을 말해 주지 않았나.

왜 늦게 불렀나부터 시작해서 현재 그의 입에서 나올 말까지.

이 정도면 점쟁이 수준이 아닌가 싶은 생각이 들긴 했다.

어떻게 크라이스가 말한 대로 딱딱 흘러가는 건지.

“밑으로 들어오라고 제안하겠죠. 기왕이면 우리 중대장도 불러서요. 왜 부르냐고요? 공식적으로 받아서 키우겠다, 뭐 그런 거죠? 왜 대장을 노리냐고요? 지금 그걸 몰라서 묻는 겁니까?”

크라이스는 말하다 말고 정말 이 인간이 모르는 건가, 뭐 그런 눈빛을 보냈다.

끝내, 엔크리드가 빤히 바라만 보자 크라이스는 황당한 어조로 말했다.

“크로스 가드에서 뭐 했어요?”

“싸웠지. 잠입도 하고, 겸사겸사 불도 지르고. 돌아오는 길에 첩보 내용도 좀 챙기고.”

“프록은 모른다 치더라도 진지 후방에서는 뭐 하셨습니까?”

“싸웠지. 후방을 친 별동대 대장을 죽이기도 했고.”

“전방에 와서는 뭘 하셨습니까?”

“싸웠지, 너도 옆에서 본 걸 왜 묻는 거냐.”

어쩌다 보니 크라이스가 옆에서 졸졸 따라다녔기에 그도 본 일이다.

“대대장도 알아요.”

“뭐?”

“대대장도 안다고요. 이제까지 대장이 했던 싸움을. 그럼, 그걸 알면 어떨까요? 욕심이 나요, 안 나요?”

그런 거라면 렘이나 다른 이들에게 욕심을 부려야 맞지 않나 싶지만, 엔크리드는 크라이스의 말에 금세 수긍했다.

자신도 금세 알 수 있었던 일이다.

렘과 다른 소대원은 통제 불능이나.

자신은 멀쩡한 사람 아닌가.

늦게 눈치챈 이유야 뻔했다.

야수의 심장을 새로이 뛰게 하는 일에 정신이 팔린 탓이었다.

오롯이 훈련과 단련에만 심력을 쏟았다.

덕분에 전혀 생각지도 못하고 있었는데, 크라이스가 적절히 얘기해 준 덕에 당황할 일은 없었다.

“예상한 것 같은데.”

대대장이 말했다. 짧은 상념을 털어 낸 엔크리드가 입을 열었다.

“어느 정도는, 네, 그렇습니다.”

“거절하는 이유를 물어도?”

여기서 대뜸 이유를 말하면 차를 마저 마시지도 못하게 하고 돌아가게 하려나.

따뜻한 차를 마시고 있자니, 뭔가 기분이 좀 나아지기도 했는데.

그러니까 며칠 내내 계속 심장에만 몰두하고 있다가 쉬는 기분이 들었다.

‘생각해 보면 이제야 기껏 어깨에서 힘을 뺐는데.’

도로 힘을 주고 있진 않았나.

그런 생각이 들었다.

배워야 한다는 강박이 자신을 묶는 사슬이 되진 않았을까? 앞으로 나가지 못하게 하는 족쇄가 된 건 아닐까?

차르륵.

심상, 마음 안에서 사슬이 부스러져 흩어지는 그런 느낌을 받은 뒤다.

고작 몇 초였으나, 엔크리드는 이전보다 몇 배는 더 가벼운 마음으로 입을 열 수 있었다.

후룩.

차를 한 모금 마시고.

고개를 바로 든다.

마음이 가볍다고 해서 입에서 뱉을 말이 가볍지는 않을 것이다.

마커스 대대장의 제안, 군부에서 위를 노린다면 좋다 못해 놓칠 수 없는 기회다.

특히나 아무것도 없는 고작 병사 나부랭이로 시작한 처지라면.

엔크리드의 처지가 그러했는데.

그는 거절을 논했다.

“꿈이 있습니다.”

누가 듣고 비웃는다고 해도 가슴에 품은 것.

검을 쥔 뒤로 잊어 본 적 없는 꿈.

타오르는 열망을 양분 삼아 열매를 틔운 꿈.

몇 번이고 입을 열어 말했지만, 지금만큼 무게를 갖진 못했을 터다.

비웃음으로 얼룩지고, 무시로 찢기고, 비아냥으로 빛이 바래고 결국 뜯어먹혀 갈기갈기 흔적만 남았던 것.

그 흔적이 이제는 선명하게 자신을 증명하고 있었다.

매일, 너의 걸음에 내가 함께하고 있었다고.

“기사가 되려 합니다.”

그리하여 엔크리드의 입이 열렸다.

마커스는 그 순간, 환상을 봤다.

짜르르, 전신에 소름이 돋았고, 엔크리드의 뒤로 다른 배경을 봤다.

전장, 검, 빛나는 무언가.

‘뭐지?’

진심, 전력을 다한 한마디.

그저 거절이 아닌, 앞을 향해 나아가는 자의 한마디.

마커스의 가슴에도 비슷한 게 있었다. 어릴 때 이미 포기해 버린 어떤 것 말이다.

본래 그의 삶은 어떠했던가.

왕가를 위한 검이 되고자 했는데.

지금의 삶은 어떠한가.

까득.

마커스가 자기도 모르게 어금니를 갈았다. 턱 근육에 힘이 바짝 들어가 머리가 지끈 울렸다.

순수하다 못해 빛을 뿜는 꿈을 보니, 되레 질문을 받은 기분이었다.

‘과연 내가 이자를 거느릴 자격이 있는가.’

고작 위로, 더 높은 직책, 더 높은 권력을 취하기 위해 올라서길 바라는 그런 추잡함으로 던진 제안은 아니었나.

진실한 충성도 없다.

위를 향한 꿈도 없다.

오늘에 안주한 채로 저런 사람을 거두는 건 말이 되지 않으니.

짧은 깨달음이 마커스의 입을 멋대로 열었다.

“허.”

탄식으로. 감정이 잔뜩 담긴 무언가가 흘러나왔다.

요정은 예민함을 장기로 삼았기에, 마커스의 입에서 나온 탄식의 의미를 이해했다.

‘말 한마디로?’

인간의 심경이란 태풍이 몰아치는 파도와 같았다.

요정처럼 한결같을 수는 없다. 정해진 바를 멋대로 바꾸는 변덕쟁이가 인간이었다.

지금 대대장이라 불린 인간의 마음이 그와 같은 듯했다.

풍랑을 만난 돛단배처럼 위태롭게 파도를 타며 방향조차 잡지 못하는 돛단배.

그리고.

“기사가 되는 길로 가겠습니다.”

말과 함께 엔크리드가 군례를.

그걸 본 마커스가 반사적으로 고개를 끄덕였다.

엔크리드가 밖으로 나섰다.

요정 중대장은 혹여 마커스가 질시나 질투를 품어 이상한 짓을 하지는 않을지 걱정했다.

인간이란 그렇게 변하기도 하니까.

“후.”

마커스는 깊은 한숨을 내쉬더니, 한참 미간을 찌푸린 채 서 있었다.

손에 든 차가 식을 때쯤이다.

곁을 지킨 요정 중대장을 의식도 하지 않은 채, 허- 하고 두 번째 외마디 탄식을 터트리더니 웃는다.

“이거 참.”

요정 중대장은 대대장의 말에서 뭔가 해소한 듯한 그런 웃음을 느꼈다.

실제로 그는 시원한 미소를 보이는 중이었고.

그러더니 대뜸 물었다.

“어떻게 보나? 기사가 되겠나?”

“모릅니다. 그건 그의 몫이니.”

“요정은 곧이곧대로 말하는 법이라고 했던가.”

진실을 숨기는 것보다는 진실을 무기로 삼아 말하는 게 요정이라 했으니.

“오랜만에 피가 끓어 버리는데.”

마커스가 중얼거렸다.

그의 피가 끓으면 어떤 일이 일어나는 걸까.

명실공히 마커스는 귀족파다.

나우릴리아는 중앙 집권 국가를 표방하면서도 귀족에게 권력 일부를 침탈당한 국가라 한다.

그렇게 국력이 흩어져 있으니, 아즈펜 공국과의 싸움에서 낑낑대는 것이었고.

“안 나가나?”

“갑니다.”

요정 중대장이 떠난 뒤, 마커스는 의자가 있는 곳까지 걸어가 앉았다.

말 몇 마디에 등이 땀으로 젖었다.

기분이 개 같으면서도 좋았다.

그리고 결심이 섰다.

‘기사가 된다고?’

비웃을 수 없었다. 진심, 진정을 담아 말하는 한 사람의 꿈을 어찌 비웃을까.

그저 자극됐을 뿐.

‘좋다. 그럼 난.’

빌어먹을 귀족파 대신 정말 새로운 걸 향해 움직여 보지.

꽤 오랜 시간 고민하던 일이다.

그의 앞에 놓인 양 갈래 길.

아직 선택하지 못했던 이정표의 갈림길.

마커스의 손이 품에 들어갔다가 나왔다.

편지 한 장이 그의 손에 들려 있었다.

꽤 오래전에 받았으나 무시했던 편지.

차마 버리지 못하고 가지고 있던 과거의 흔적.

“좋다고.”

편지를 쥔 마커스의 눈이 빛났다.

젊은 날 보였던 그런 눈이다. 열정을 불태우는 눈.

펼친 편지의 끄트머리, 왕가의 인장이 얼핏 보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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