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아카데미의 무속성 마법사-121화 (121/175)

121화

콰과과과과광!!

달시의 주먹에 맞은 카론의 몸은 그대로 중림사 건물 끝까지 날아가더니 이윽고 건물에 박혀 버렸다.

그리고 무너진 건물의 잔해가 카론의 몸 위로 뒤덮였다.

“…이게 ‘계승의 힘’이라는 건가.”

분명 상대는 약하지 않았다.

어쩌면 블랙잭의 간부들과도 필적하는, 오히려 그 이상의 힘이라고도 볼 수 있었다.

그럼에도 ‘계승의 힘’을 개방한 달시 세이피어는 녀석을 단 한 방에 날려 버린 것이다.

나는 입을 헤벌린 채 달시 세이피어의 모습을 감상했다.

그녀의 온몸이 푸른 기운으로 뒤덮여 있었고, 눈에서는 푸른 섬광이 번쩍였다.

마치 몸이 푸른 불꽃으로 타오르는 듯한 느낌이었다.

그런 그녀의 한 손에는 마찬가지로 푸른빛을 내뿜는 언월도가 들려 있었다.

카론이 날아가 건물이 무너진 이후, 중림사에는 잠시 정적이 흘렀다.

그리고 중림사 입구 쪽에서부터 정적을 깨는 시끌벅적한 소리가 들려왔다.

“뭐야? 어떻게 된 거야?!”

“저건 당주잖아?!”

“당주님!!”

“당주님, 괜찮으십니까?!”

중림사의 입구로 들어오는 사람 무리들.

마을 사람들과 세이피어 가문의 사람들이 동시에 중림사로 들어오고 있었다.

‘뭐지……?’

나는 마을 사람들과 함께 들어온 세이피어 가문의 사람들을 보고 살짝 경계를 했으나, 다행히도 저 사람들은 달시의 편으로 보였다.

그들 중 연식 있어 보이는 사람이 달시에게 소리쳤다.

“당주님, 괜찮으십니까?! 지금껏 중림사 아래에서 실랑이가 있어서 미처 오지 못했습니다. 그러다 엄청난 소리가 들려서……. 이게 어떻게 된 겁니까?!”

아무래도 중림사 아래에서도 무언가 문제가 있었던 모양이었다.

언짢은 듯한 표정을 짓고 있는 옆의 마을 사람들 무리를 보니 아무래도 저들이 또 무언가 꿍꿍이를 벌인 것이겠지.

다만, 어쨌든 지금은 저 사람들이 중요한 게 아니었다.

중요한 것은 마인화한 카론을 마무리 짓는 것이었다.

부스럭.

이윽고 무너진 건물 잔해를 헤치고 카론이 모습을 드러냈다.

그러고는,

- 쿨럭…….

검붉은 피를 토해냈다.

단 한 번의 일격이었음에도 방금 입은 피해가 상당한 듯했다.

- 부, 불공평해……. 불공평하다!!

카론은 연신 쿨럭거리며 몸을 비틀거렸다.

그는 이미 서 있는 것만 해도 위태로워 보였다.

‘불공평한 것인가.’

나는 녀석의 울부짖음을 들으며 잠시 생각에 잠겼다.

애초에 모두가 평등한 사회는 존재할 수 없다.

그것이 작든 크든 격차는 있는 법이다.

더더군다나 그는 눈앞에 당장 비교 대상이 있었다.

같은 아버지 밑에서 태어난 둘.

카론 세이피어와 달시 세이피어.

그런데 한 명은 마을 사람들에게 핍박받는 일개 방계 소속의 사람이 되었고, 한 명은 행복한 환경 속에서 자라 결국 ‘힘’도 물려받고 당주의 자리라는 권력도 차지하게 되었다.

그는 심지어는 결국 마기의 힘까지 받아들여 마인까지 되었으나, 달시가 물려받은 힘에는 턱없이 부족했다.

녀석의 절망이 어느 정도는 이해 가는 부분이었다.

그래도,

“…아무리 그렇다 하더라도 타인을 해할 권리가 있는 것은 아니야. 너의 방법은 틀렸어.”

그는 잘못된 길을 선택했다.

그것에 대해 아무리 변명해 봤자, 결국 도리어 지난 과거를 이해받지 못할 뿐이었다.

- 크아아아아악!!

카론이 크게 울부짖었다.

그의 우렁찬 함성은 인간의 소리라기보단 짐승의 소리에 가까웠다.

- 아직이야. 아직 끝나지 않았다!!

녀석의 말이 끝나자마자, 벌어진 일이었다.

녀석은 크게 울부짖고는 순식간에 마을 사람들과 방계 사람들이 있는 곳으로 달려들었다.

그러더니 지네의 꼬리로 사람들을 공격하기 시작했다.

“으아아아아악!!”

비명을 질러 대는 아비규환의 사람들.

그리고 카론의 꼬리에 찔린 자는 마치 미라처럼 피를 모조리 흡수당한 삐쩍 마른 모습이 되었다.

- 아직 끝나지 않았다고!!

아무래도 마인화한 녀석은, 피를 에너지로 전환하는 듯싶었다.

달시는 곧바로 반응하여 카론에게로 달려갔다.

그 속도가 너무나도 빨라 마치 순간 이동이 아닐까 하는 착각이 들 정도였다.

콰아아아앙!!

또다시 카론은 달시의 주먹을 맞고 멀리 날아갔다.

그리고 달시는 스윽 뒤에 있는 자들을 훑었다.

카론의 꼬리에 베인 자들.

미처 도망가지 못하고 넘어진 자들.

공포에 덜덜 떨며 제자리에 얼어붙은 자들.

그들은 눈앞에 나타난 당주에게 애원하기 시작했다.

“다, 당주님!!”

“저 괴물은 뭔가요, 당주님?!”

“살려 주세요, 당주님!!”

달시는 그런 그들을 보며 슬쩍 턱짓했다.

그러자 곁에 있던 방계 사람들이 미처 대피하지 못한 마을 사람들을 데리고 피신시키기 시작했다.

‘정작 필요할 때는 도움을 찾는 꼴이라니.’

그 모습을 보는 나는 조금 씁쓸해졌다.

- 크어어어억!

또다시 일어난 카론.

아니, 그는 이제 더 이상 일어나지 못했다.

그저 상체만을 일으킬 뿐이었다.

아무리 방금 전 생기 흡수를 시도했다 하더라도 너무 극소량이었다.

에너지를 회복하기엔 미미했던 것이다.

그리고 이어지는 달시의 마무리.

콰아아아앙!!

그것을 끝으로 푸른 달 아래, 그들의 반란은 마무리되었다.

* * *

그날 새벽.

뒤늦게 사건의 연락을 받은 마경이 세오린 산을 방문했다.

원래였다면 아무리 마경일지라도 세오린 산의 지옥 계단을 뚫고 올라와야 했지만, 마나 봉인이 해제된 덕분에 딱히 오는 데 문제는 없는 듯싶었다.

그리고 출동한 인원 중에는 역시 마경의 차장 실베르 라인하르트도 있었다.

나는 그를 보자마자 손을 흔들었다.

“실베르 차장님!!”

“어, 뭐야…….”

실베르는 내 얼굴을 보자 조금 얼떨떨한 표정이었다.

“네가 왜 여깄어?”

“아카데미가 휴교해서요. 그냥 방학 답사 같은 거죠.”

“흐음……. 그럼 저 녀석도 네 작품인 거냐?”

실베르는 이미 마인화가 풀려 마경에 의해 체포되어 있는 카론 세이피어를 콕콕 가리켰다. 나는 그의 말에 고개를 저었다.

“아니요. 세이피어 가문의 당주가 한 거예요.”

“그래? 아무튼 기분이 묘하네. 또 큼지막한 사건이 일어났다길래 와 봤더니 너를 만나고 말이야.”

그의 말에 나는 어깨를 으쓱했다.

그러고 보니 아카데미 습격 사건 이후에 또다시 벌어진 사건이었다.

갑작스레 이렇게 큼지막한 사건들에 내가 연관되어 있으니 실베르 입장에서 조금 얼떨떨하게 느껴질 수도 있겠다.

게다가 둘 다 ‘블랙잭’이라는 조직과 연관되어 있다는 공통점이 있었다.

그리하여 나는 실베르에게 내가 알고 있는 이번 일의 전말을 얘기했다.

“저 사람도 블랙잭과 관련 있어요.”

“뭐? 또 블랙잭이라고?!”

“예. 블랙잭이라는 조직은 아직 끝난 게 아닌 모양이에요. 카론은 마인화를 사용할 수 있는 마기를 블랙잭에게서 넘겨받았다고 했어요.”

“…그렇단 말이지…….”

실베르는 잠시 생각에 잠긴 듯했다.

그의 반응을 보니 결국 체포한 네 명의 블랙잭 간부에게서는 쓸 만한 정보를 캐내지 못한 듯했다.

결국 블랙잭이라는 조직은 또다시 원점으로 돌아온 것이다.

“게다가 마인화 상태에서 폭주하지도, 의식을 잃지도 않더라고요. 아무래도 블랙잭 녀석들이 마기를 다루는 방법을 터득한 듯싶어요.”

“마기, 그리고 완전한 마인화라…….”

비록 이번 일은 달시의 계승의 힘으로 어찌저찌 잘 마무리되었지만, 다음번에 만날 녀석은 또 얼마나 강할지 가늠이 되지 않았다.

게다가 카론이 완전히 마인화를 사용했다고는 하지만, 어디까지나 이 세오린 산의 마나 억제로 인해 처음으로 사용한 마인화였다.

앞으로 능숙하게 마인화를 다루는 적이 나타날지도 모르는 일이었다.

‘뭐, 상관없으려나.’

나는 점차 강해지고 있었다.

앞으로 나타날 블랙잭 녀석들도 문제없을 것이다.

그리고 세오린 산에 오고 나서 배운 것도 상당했다.

‘레온 스승님, 감사했습니다.’

나는 마음속으로 레온 선생에게 조의를 표했다.

* * *

다음 날.

나는 벌써 해가 져 버린 늦은 저녁에 눈을 뜨게 되었다.

“…이렇게나 오래 잤다고?”

물론 어제의 일 처리 때문에 잠이 든 시간은 거의 해가 뜨기 직전인 오늘 아침이었지만, 그럼에도 상당히 오랜 시간을 잠에 빠진 모양이었다.

아무래도 어제 세오린 산의 마나 봉인을 해제하느라 무리한 영향이 큰 듯싶었다.

“으으으으!”

나는 팔을 쭉 뻗고 기지개를 한 번 켰다.

결국 어제의 일은 잘 마무리되었다.

카론과 노엘, 그리고 그에 연루되었던 방계 소속 사람들은 모두 마경에 의해 구속되었다.

그 과정에서 마을 사람들 대부분이 이번 일에 동참했다는 사실도 알려졌다.

다만, 그들은 직접적으로 위해를 가하지 않았고, 그저 친당주파들의 시선을 끌기 위해 소란만 피웠던 것이라, 달시는 그들을 용서하기로 했다.

또한 당주에 대한 마을 사람들의 태도도 변했다.

그것이 이번 당주 습격에 동참했기에 눈치 보는 것인지, 중림사에서 그들을 구해 준 달시와 방계 사람들에게 진심으로 감동한 것인지는 모르겠지만 어쨌든 나쁘지 않은 결말이었다.

“앞으로는 세이피어 가문 사람들에게 함부로 대하지 못하겠지.”

어쨌든 이제 세오린 산에 더 이상 마나 억제는 없다.

앞으로 이곳의 세이피어 가문 사람들은 마법을 정진하게 될 것이고, 마을 사람들은 세이피어 가문의 마법사들을 함부로 대하지 못할 것이다.

“잠깐… 뭔가 중요한 걸 잊은 듯싶은데……?”

이래저래 사건에 휘말리느라 정작 이곳에 내가 온 목적을 잊고 있었다.

그리하여 나는 어제 챙겨 둔 부적을 품 안에서 꺼냈다.

세이피어 가문을 상징하는 푸른색 부적.

아무리 봐도 세이피어 가문의 아티팩트임이 틀림없었다.

그리하여 나는 곧바로 마나를 주입해 봤다.

우우웅―

그러나 내 몸에서 방출되는 마나가 부적의 주위를 겉돌 뿐.

딱히 시스템 창이 나타나거나 하지는 않았다.

“결국 이것도 꽝인 건가……?”

나는 다시 세이피어 부적을 품 안에 집어넣었다.

그리고 몸을 일으켜 마당으로 나갔다.

머리 위에는 어제와 같은 푸른 보름달이 떠 있었다.

“진짜 보름달이 연속으로 뜨네…….”

그것도 푸른 달이 연속으로 뜨는 ‘블루 문’.

기존의 상식이 뒤바뀐 듯한 느낌이었지만 어쨌든 마법 세계답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런데 그때,

“일어났어?”

위쪽에서 달시 세이피어의 목소리가 들려왔다.

목소리의 방향으로 고개를 돌리니 달시는 본가의 지붕 위에 앉아 있었다.

그리하여 나도,

팟―

이내 점멸을 사용하여 달시의 옆자리에 털썩 앉았다.

“일은 잘 마무리됐어?”

“응.”

아무래도 그녀는 당주인 만큼, 잠도 제대로 자지 못하고 이번 사건을 마무리하고 있었겠지.

그럼에도 그녀의 얼굴에는 피곤한 기색이 보이지 않았다.

“다행이네.”

“그러게.”

대답하는 달시의 표정은 아무렇지 않아 보였다.

다만 그녀의 목소리에는 왠지 모를 슬픔이 깔려 있었다.

아무래도 자신이 좀 더 일찍 마을의 상황을 파악하고 방계 사람들의 민심을 눈치챘더라면 이런 일이 벌어지지 않았을 텐데 하는 죄책감이겠지.

나는 그런 그녀의 어깨를 토닥였다.

“힘내. 그래도 너는 최선을 다했잖아?”

“고마워.”

달시는 어느새 평소의 그녀로 돌아와 배시시 미소를 지었다.

그녀의 미소를 보던 나는, 문득 그녀에게 부탁하고 싶은 것이 떠올랐다.

“그런데 말이야……. 혹시…….”

“응?”

무슨 일이냐는 듯 고개를 갸웃거리는 달시.

“키스……. 아, 아니 혹시 손등에 키스해 줄 수 있어?”

“키스?”

갑자기 그게 무슨 소리냐는 듯 달시는 되물었다.

그러나 역시 예상했던 거와 같이, 곧바로 고개를 끄덕였다.

“응.”

“그럼…….”

나는 자리에서 일어나 그녀에게 조심스레 오른손을 뻗었다.

그러자 그녀는 마치 기사처럼 한쪽 무릎을 꿇고는 내 손등에 입맞춤을 했다.

푸른 보름달 아래, 한편의 그림과도 같은 장면이었다.

그런데,

띠링―

곧 알람음과 함께 눈앞에 시스템 창이 나타났다.

‘정말 이거였다고……?’

나는 조금 얼떨떨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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