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아카데미의 무속성 마법사-150화 (150/175)

150화

비대칭 전력.

정상적인 상황에선 극복할 수 없는 무력의 격차를 극복하기 위해 보유한 전력.

혹은, 어떠한 경우에도 상대에게 피해를 강요할 수 있는 전력.

그리고 또 다른 의미로는 ‘전력 비교가 무의미한 무기’를 뜻하는 말이었다.

“마법 안드로이드라 함은…….”

“아마 네가 생각하는 게 맞을 거야. 마력으로 움직이는 사람을 본뜬 기계들. 일종의 골렘 같은 거지. 사실 나도 실제로 본 적은 없어. 그냥 그렇게 들었을 뿐이야.”

“그게… 강한가요?”

“그럼. 괜히 마법부가 나머지 두 기관과 어깨를 나란히 하고, 오히려 그 셋 중 가장 강대한 힘을 가지고 있던 게 아니지. 마법 안드로이드 한 대의 힘은 파괴력으로만 봤을 때 ‘권좌급’과 맞먹으니까.”

“권좌급과 맞먹는다니… 권좌는 계열 마법을 사용하는 사람 중 가장 뛰어난 사람을 의미하는 말 아니었어요?”

“그렇지.”

허.

나는 아텔라 교수의 대답에 살짝 맥이 빠졌다.

“그 마법 안드로이드란 게 몇 대가 있는 건데요?”

“음… 소문으로는 100대 정도라 알려져 있는데 그 정도까진 아마 없을 거야.”

“100대라니.”

이 세계에 권좌는 오직 일곱 명만이 존재할 수 있다.

그런데 상대는 100에 가깝다니.

도저히 상대가 안 되는 싸움이었다.

‘그런 상대와의 싸움을 전쟁이라고 볼 수 있나……?’

상황이 생각보다 심각했다.

이것은 더 이상 전쟁이 아닌 일방적인 학살이었다.

괜히 마법부가 소유하고 있던 마법 안드로이드에 ‘비대칭 전력’이라는 말이 붙은 게 아니었다.

그런데 문득 의문점이 생겼다.

“아니, 그렇게 강한 전력이 있으면 왜 지금까지 사용하지 않고 있던 건데요?”

이상했다.

그런 말도 안 되는 힘이 있다면 마경이고 협회고 애초에 전투 마법사가 필요 없을 것이다.

“그렇지. 그런데 마법부 입장에서도 마법 안드로이드를 사용해서 전쟁을 일으키는 건 충분히 도박 수였을 거야. 그야 마법 안드로이드는 ‘죽은 자의 마력’으로 움직이는 기체거든.”

“죽은 자의 마력이라면… 설마 스스로 목숨을 끊어 가면서 안드로이드를 조종하고 있다는 소리예요?!”

“응. 그러니까 지금 당장은 위협하는 마법 안드로이드가 그리 많지 않을 거야. 아마 전쟁이 본격적으로 시작되면 더 많은 수의 마법 안드로이드를 운용하겠지.”

“미쳤네요.”

“그렇다 볼 수 있지.”

이 전쟁.

생각보다 더 미친 전쟁이었다.

자신의 목숨을 버리면서까지 전쟁에 참여하다니.

도저히 말이 되지 않았다.

‘설마…….’

도저히 말이 안 되는 경우.

그 경우를 뒤집는 게 딱 하나 있었다.

그것은 바로 ‘정신계 마법’이었다.

애초에 그 수많은 사람들이 맨정신으로 목숨을 버린다는 것이 말이 되지 않았다.

분명, 녀석들은 어떠한 세력에 의해 조종당하여 전쟁을 일으키는 게 분명했다.

“아텔라 교수님. 그 정도면 분명 정신계 마법에 조종당한 거 아닌가요.”

“그렇겠지, 보통은.”

역시 아텔라 교수님도 그렇게 생각하고 있었다.

아니, 아마 마경이나 협회 입장에서도 같은 생각일 것이다.

사실 따지고 보면 누구나 그렇게 생각하는 게 당연했다.

이딴 미친 전쟁이 전조도 없이 갑작스레 일어나는 게 도저히 말이 되지 않았으니까.

“그리고 그 배후에는 블랙잭이 있을 게 틀림없고요.”

“아마도 그렇겠지.”

“방법이… 없는 걸까요.”

“글쎄. 일단은 정신계 마법에 걸려 스스로 목숨을 끊는 자들이 마법 안드로이드가 되기 전에 그들을 막아야 할 텐데…….”

아텔라 교수는 심각한 표정을 지으며 턱을 쓰다듬었다.

“그렇게 되기 전에 마법부 안으로 침입해야 하는데 그러려면 또 마법 안드로이드를 뚫고 들어가야 성립되는 얘기일 테니까.”

“결과적으로 불가능하다는 얘기군요.”

“그렇다 볼 수 있지. 괜히 지금 상황이 심각한 게 아니잖아?”

“…….”

상황은 내가 생각하는 것보다 훨씬 복잡했다.

물론 지속 면에서 봤을 때 생명을 담보로 안드로이드를 조종하는 방식으로는 오래가지 못한다.

결국 장기전으로 갈수록 전쟁은 마경과 협회의 연합이 승리할 게 분명했다.

그러나 상황은 그리 낙관적이지 않았다.

분명 그 과정에서 입을 인명, 재정 피해가 엄청날 것이기 때문이었다.

마법부 측에서 보유하고 있는 마법 안드로이드 개체 수는 100기 근처.

물론 생명을 담보로 하기에 모든 안드로이드를 조종하는 것은 사실상 불가능하지만, 그래도 하나하나가 ‘권좌’급의 힘을 가지고 있는 괴물이었다.

결국 이 전쟁은 누구도 승리할 수 없는 구조인 것이다.

“뭔가, 방법을 찾아야겠네요.”

“쉽게 방법을 찾을 수 있을까. 아무리 권좌라도 마법 안드로이드 여러 개에는 못 당할 텐데.”

나는 아텔라 교수의 말에 힘없이 미소를 지었다.

그야 생각은 있었다.

내가 아는 그 두 명이라면 어쩌면 이 상황을 타개할 수도 있을 테니까.

“희망은 있을 거예요.”

낙관적으로 생각한 것은 아니었다.

단지, 조금이라도 가능성을 염두에 두고 싶었다.

“그럼, 저는 이만 가 볼게요.”

“그래. 너는 어차피 아카데미에 남을 거지?”

“당연하죠.”

나는 그녀에게 미소를 보인 뒤 고개를 꾸벅 숙여 인사했다.

일단은 다른 것보다 우선적으로 히로빈 교장을 뵙고 싶었다.

그와는 할 얘기가 많았다.

“아, 참…….”

그러고 보니 아텔라 버밀리온에 대한 얘기를 그녀와 나누지 못했다.

다만, 생각해 보니 그 얘기는 나중에 해도 늦지 않을 듯싶었다.

“응? 왜?”

“아니에요. 그럼 아텔라 교수님도 푹 쉬세요.”

“그래.”

아텔라 교수와 헤어진 나는 곧바로 교장실로 향했다.

다행히도 히로빈 교장은 안에 있었다.

“들어가겠습니다.”

“그래.”

안으로 들어가자 히로빈은 책상에 앉아 양피지를 넘기며 읽고 있었다.

아마 업무를 보고 있던 모양이었다.

‘역시 이 사람도 상황이 상황이다 보니 진지해진 것 같네.’

기존에 사탕을 빨며 소파에 누워 게임기를 만지작대고 있던 히로빈 그린월드는 온데간데없고, 이제서야 교장다운 모습인 듯싶었다.

게다가 말투에서부터 평소의 천진난만한 모습과는 달리 진중함이 느껴지고 있었다.

“그래, 찾아온 이유가 뭐야. 게임이나 하자고 온 건 아닐 테고.”

“예. 단도직입적으로 말하겠습니다.”

나는 잠시 심호흡을 내신 뒤 말을 이었다.

“예언의 아이. 기억하십니까?”

내 말을 들은 히로빈 교장의 눈빛이 변했다.

그는 방금까지 들고 있던 양피지를 조심스레 책상 위에 내려놓고는 자세를 고쳐 앉았다.

“그래. 너무 오래돼서 잊고 있었군. 예언의 아이라.”

그리고 그는 책상을 뒤적이더니 항상 입에 물고 있던 사탕을 꺼냈다.

그러고는 사탕을 손가락 위에 요리조리 돌렸다.

“예언의 아이를 위해서 준비해 둔 것이었는데……. 벌써 그것도 200년 전 일인가.”

그린월드의 아티팩트는 사탕이었나.

역시, 생각했던 대로였다.

“제가 바로 그 ‘예언의 아이’입니다.”

“자네가, 예언의 아이라고?”

“예.”

히로빈은 딱히 그 근거를 묻지 않았다.

어쩌면 그는 지금 이 순간, ‘예언의 아이’가 본인 앞으로 찾아오는 이 순간을 기다리고 있었을지도 모르겠다.

“찾아와 줘서 고맙네.”

“아닙니다. 그저 아텔라 버밀리온 님과의 약속을 기억하고 계셔서 감사합니다.”

“거기까지 아는 걸 보니 자네는 이미 꽤 많은 것을 알고 있는 것 같군.”

“예, 최근에 게슈탈트 님의 꿈을 통해 과거 200년 전 있었던 일을 보고 왔습니다.”

“그렇군.”

히로빈 그린월드는 갑자기 등을 뒤로 밀어 의자에 기댔다.

그러고는 천장을 빤히 올려다봤다.

아무래도 200년 전 그날에 대한 회상을 추억하는 듯했다.

“너무 긴 시간이었어. 200년이라는 세월은. 이젠 대부분 기억이 나질 않아. 그때의 추억도, 모두의 모습도.”

200년 이상을 살았다는 사실 이전에 그도 인간이었다.

당연히 긴 세월이 지난 지금, 과거의 일을 전부 기억할 리 없었다.

나는 궁금한 점부터 차근차근 묻기로 했다.

“일단 가장 중요한 질문을 드려도 되겠습니까.”

“그래. 자네가 예언의 아이라면 무슨 질문을 해도 좋아.”

“큐브는 어딨습니까.”

“큐브라. 큐브는 현재 협회가 보관 중이네.”

역시나.

내 생각이 맞았다.

결국 녀석들만으로는 협회를 상대할 수 없기에, 마법부를 조종하여 전쟁을 일으킨 것이다.

“제 생각에는 이번 전쟁, ‘블랙잭’ 녀석들이 그 배후에 있는 것 같습니다.”

“자네 생각도 그런가.”

“블랙잭이라는 조직, 7년 전 ‘저주받은 학생들’이 설립했다는 것을 알고 계십니까.”

“짐작은 했었지.”

“그렇다면 그들의 목적도 알겠네요.”

“마계의 부활…이지 않은가.”

“예, 맞습니다. 녀석들의 목적은 마계의 봉인을 해방하고 이 세계를 마족에 의해 지배되는 세계로 만들고자 하는 것입니다.”

그리고 그와 연계되어 히로빈 교장에게 묻고 싶은 점이 있었다.

“어째서. 어째서 블랙잭이 마계의 봉인을 해방하려 하는지 그 이유를 알고 계십니까?”

다만, 나는 그 답을 찾을 수 없었다.

“그건 나도 잘 모르겠네. 왜 그들이 마계의 봉인을 해방코자 하는지. 다만, 한 가지 확실한 점은 ‘예언의 아이’ 없이는 마계의 부활을 막지 못한다는 것이야.”

“짐작조차 할 수 없는 것입니까?”

“그렇다네.”

어쩔 수 없었다.

그리고 딱히 그들의 목적 따위 중요한 것이 아니었으니까.

나는 다음 질문으로 넘어가기로 했다.

“혹시 이 검을 아십니까.”

나는 허리춤에 있는 검을 그에게 보였다.

그러나 히로빈 교장은 전혀 모른다는 눈치였다.

“이 검이 바로 엘가시아 님의 의식이 담긴, 엘가시아의 아티팩트입니다.”

“의식이 담겼다고? 에고 소드라는 건가.”

“예. 몇 달 전까지는 실체화도 가능했습니다. 그런데 지금은 세월이 흐른 탓에 의식이 희미해져 있습니다. 혹시, 이 검의 검집의 행방을 아십니까?”

“그건 모르겠다만.”

히로빈 교장마저 검집의 행방을 모르는 건가.

200년 전 영웅인 그라면 어쩌면 알고 있을지도 모른다는 희망을 갖고 있었는데 조금 난감해졌다.

“아, 참. 이걸 받지.”

히로빈 교장은 잠시 서랍을 뒤져 사탕이 들어갈 만한 케이스를 찾아 넣더니, 그것을 나에게 건넸다.

나는 그것을 받아 든 뒤 한참 동안 내려다봤다.

‘그나저나 이거 히로빈 교장이 계속 빨던 사탕 아닌가……?’

조금 꺼림칙한 느낌은 있었으나 어쨌든, 나는 사탕 케이스를 쥐고는 마나를 불어 넣었다.

그러자, 눈앞에 시스템 창이 나타났다.

띠링―

[영웅의 아티팩트 ‘그린월드의 사탕’을 수집하였습니다.]

〈히든 이벤트 : ‘영웅의 아티팩트’ 진행 상황〉

(버밀리온의 로브, 게슈탈트의 꿈, 골드버그의 회중시계, 그린월드의 사탕, 세이피어의 부적, ???, 아메드의 반지)

“이제 남은 것은 하나인가.”

내 중얼거리는 말을 들은 히로빈 교장은 힐끔 나를 쳐다보았다.

“역시 자네는 그 아티팩트로 우리의 마법을 사용할 수 있는 건가?”

“아, 예 맞습니다.”

“신기하군.”

“혹시, 교장님의 고유 마법은 무엇입니까?”

물론 이미 도서관에서 확인했었다.

다만, 단순히 ‘원하는 대로 변신한다.’라는 고유 마법이진 않을 거라는 생각이었다.

히로빈 교장은 나를 지그시 쳐다보더니 이내 입을 열었다.

“내 고유 마법은…….”

그의 입에서 나온 말은 내가 상상했던 것 이상이었다.

“…영웅으로 변신하는 걸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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