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야안-51화 (51/385)

야안 51화

야안이 미리 뽑아놓은 400명의 병사는 이제 소드 유저 하급에서 중급 초입에 달하는 실력이 되었다. 야안은 그들을 실력에 따라 나누어 가르쳤다.

이들은 몇 달 전부터 초급 마나 심법을 익히고 있었는데, 이제 그만큼 기의 운용 능력이 발달되어 있음을 뜻하는 것이었다. 그에 예전의 야안이 한 것처럼 그들도 400명의 병사들에게 하급 마나 심법을 가르칠 수 있는 능력을 갖추게 되었다.

현재 이들의 대장인 테리의 재능은 대단했다. 근골도 뛰어난데 워낙 성실하여 야안이 가르치는 것들은 족족 자신의 것으로 만들었다.

조장들과 같은 소드 중급 유저이지만 사실 벌써 중급 유저의 끝자락을 보고 있기에 조장들 두세 명과 맞붙어도 어렵지 않게 대련이 가능할 정도였다.

야안은 그에게 자신이 만든 이십사수검법을 가르쳤는데, 무에 관해서는 재능이 남달랐던 그는 이십사수검법이 상당히 고차원적인 검법임을 알고 하루 대부분을 이 검법에 빠져 살았다.

그 또한 야안에 대한 충성심이 남달랐는데, 언제나 야안의 곁에 있는 친우인 한스에게서 주군이 복수면을 하면서 영지를 관리한다는 말에 감동받아 그 또한 복수면을 한 지 벌써 1년 반이 지났다.

사실 지금 그의 나이나 검을 수련한 기간을 본다면 비록 마나 심법이 있고 재능이 뛰어나다 해도 2년이라는 시간에 그 같은 경지는 불가능한 것이었다.

한데, 복수면을 통해 얻어진 시간을 활용한 것이라 생각하면 불가능한 일도 아니었다.

야안은 이번에 들어온 400명의 병사 중에도 테리와 같이 뛰어난 재질을 지닌 아이를 한 명 더 찾을 수 있었는데 현재 테리보다 한 살 어렸다.

푸리라 하는 이 신병을 테리에게 맡겨 그를 잘 가르치라고 하자, 테리 또한 푸리가 자신만큼이나 재능이 뛰어나다는 말로 알아듣고 그를 자신이 한 수행 그대로 몰아붙이기 시작했다.

복수면을 버릇 들여 잠자는 시간을 줄이고, 몸의 힘을 기르는 데 다른 이들보다 한 배 반가량을 힘들게 했는데, 육체적인 면에서는 테리보다 약간 모자라도 끈기에서는 뒤지지를 않아 그의 가르침을 잘 따랐다.

야안은 테리 외에는 이십사수검법을 개량해 십사수검법을 만들어 먼저 익히게 했는데, 사실 여타 고급 용병들이 쓰는 검법에 비해 밀리지 않는 뛰어난 검술이었다.

십사수검법에 능통하게 되면 그제야 중급 유저를 벗어나는 것이라 그때부터는 테리가 익히고 있는 이십사수검법을 익히게 될 것이다.

행정직 또한 2년 사이 많은 변화가 생겼다.

우선 세 명의 행정 직원들이 생각한 것보다 더 뛰어나 그들만으로도 비료 생산을 하는 데 무리가 없었는데, 야안은 그들의 노력을 인정하여 하급 행정직에서 중급 행정직으로 직급을 올려주었다.

이에 그들은 크게 기뻐하며, 지금 연구 중인 포도밭에 쓰일 비료에 더 열성을 가했다.

또 그가 가르치고 있던 한스와 네 명의 수재들 또한 본격적으로 행정직을 맡기 시작했는데, 그들은 그제야 야안이 얼마나 많은 업무를 하고 있었는지를 깨달아 새삼 존경의 눈빛을 보냈다.

한스 또한 두 사람 몫의 일을 해치우고 있었지만, 사실 야안이 하는 업무 정도는 한스 홀로 끝낼 수 있는 능력이 그에게 있었던 탓에 그에게 이 정도의 일은 많은 양이 아니었다.

다만 그에게 많은 일감을 주지 않고 시간을 넉넉하게 만드는 이유는 야안이 알려준 고대 룬 문자를 익히게 하기 위해서이다.

고대 룬 문자는 2년이라는 시간이 한스 같은 천재에게 있었음에도 다 배우지 못할 만큼 어려운 학문이었다.

7만 개로 줄인 룬 문자라 하지만 사실 그 하나하나가 본래의 룬 문자에 비해 모호하고 고차원적이라 복수면으로 대다수 시간을 투자하고 있음에도 아직 끝을 내지 못했다.

그래도 3개월 정도 시간이 지나면 고대 룬 문자를 끝을 낼 수 있을 것 같기에, 한스는 최근 들어 더욱 열성적이었다.

야안은 한스에게는 애초에 중급 마나 심법을 익히게 했는데, 신체의 혈을 타고 도는 무인의 식이 아닌 마법사를 위한 마나 심법 형식으로 익히고 있기에 가능한 일이었다.

한스가 룬 문자를 다 익히고, 야안이 그에게 마나를 다루는 방법을 체계적으로 훈련할 수 있다면 초급 마스터의 능력을 얻게 할 수 있을 것이다. 3,500가지의 뛰어난 고대 수식을 익힌 뒤로는 그의 연산 능력은 야안도 짐작하기 어려운 수준이기 때문이다.

하지만 부족한 마나 때문에 그의 재능이 빛을 보려면 긴 시간이 필요했다.

마법을 펼치려면 그 마법을 유동시킬 수 있는 마나가 필요한데, 일반적으로 긴 시간 동안 정진하는 방법 외에는 없었다. 그나마 다행이라면 야안의 중급 마나 심법은 여타의 초급 현자 마스터들의 마나 심법만큼이나 뛰어나다는 점이다.

야안은 이 뛰어난 제자가 마나가 없다는 이유만으로 오랫동안 빛을 보지 못한다는 것이 안타까워, 속성으로 늘릴 방법이 없을까 고민하던 차 대현자의 서에서 고대 시대에 죽음의 군단과 맞서 싸우기 위해 탄생한 비법의 하나를 찾을 수 있었다.

이것을 펼치려면 세계수의 가지가 필요하고, 받아들이는 이의 마나양이 늘어나는 마나양만큼은 되어야 가능한 것과 한 사람에게 단 한 번밖에 펼치지 못하는 단점이 있었다. 지금의 한스로서는 역부족이라 못해도 1년의 세월이 더 지나야 가능할 것으로 보였다.

야안은 스스로 이것이 가능한 것인가를 시험해 보기로 했다. 가장 중요한 재료인 세계수의 가지는 대현자의 지팡이를 통해 해결되었다.

다만 이 한 번의 비법을 펼치기 위해서는 대략 2,000골드에 가까운 금액이 깨져 나가기에 야안은 그나마 남아 있던 자신의 비자금을 털어낼 수밖에 없었다.

말도 안 된다고 생각하면서도 성공만 하면 자신의 제자를 크게 성장시킬 수 있는 계기가 되는 것이라 그는 마음을 다잡고 며칠에 걸친 긴 실험 끝에 그 비법을 펼칠 수 있었다.

그 비법을 펼치자 야안은 가수면 상태로 돌입했는데, 정확히 하루 반이 지난 뒤에야 그 상태에서 깨어날 수 있었다. 그는 스스로 상태를 살피다 이내 놀라움을 감출 수 없었다.

“하! 놀랍군. 마나 스탯을 7이나 올리다니.”

마나 스탯 7이면 지금의 그라도 1년을 꼬박 모아야 가능한 양이었다. 물론 그것은 높은 경지에 오른 자에게 크게 대단하다고 할 정도의 뛰어난 효과가 있는 것은 아니지만 이제 막 마나를 생성하는 이들에게 마나 스탯 7은 크게 도움이 된다.

그것만으로 몇 년간 모아야 할 마나를 얻게 되니 2,000골드에 달하는 금액이 아깝지 않았다. 이후 이 마나를 다루는 데 익숙해지면, 그때부터 예전보다 더 많은 마나를 모을 수 있다.

야안은 이것을 개량하여, 얻을 수 있는 마나는 적지만 적은 비용으로 할 수 있는 비법을 만들기로 했다.

비용이 저렴해지면 그만큼의 혜택을 여러 사람에게 나누어줄 수 있기 때문이다. 하지만 이것은 지금의 야안으로서는 해결할 수 없기에 긴 시간을 두고 고민해야 할 문제였다.

야안은 이번에 뽑은 행정 관련의 농노 열두 명을 각 세 명씩 수재들인 행정 직원들에게 맡겼는데, 그들은 한스에게 제자를 맡기지 않은 이유를 크게 궁금해하지 않았다.

사실 한스가 행정 능력이 아주 뛰어나 자신들의 몫 두 배에 달하는 일은 허무할 정도로 쉽게 끝내면서도 언제나 무언가를 고민하고 연구하는 모습을 자주 보았기 때문이다. 총관님에게 중요한 업무를 받았다 생각했다.

그들이 생각하기에는 한스나 야안이나 인간의 한계를 벗어난 괴물들이기에 그저 그들이 무슨 일을 하든지 그냥 그런가 보다 생각할 뿐이다.

* * *

꽃들이 화사하게 피어나는 봄이다. 영주 성 뜰 한 곳에 누군가 정신을 잃은 것처럼 누워 자고 있었다. 주위에 일렁이는 풀들 사이에 황금빛 머릿결이 탐스럽게 봄바람에 휘날린다.

머릿결 밑의 얼굴은 그야말로 고대의 조각상과 다름없는 뛰어난 미남형이다. 하얗게 빛나는 깨끗한 피부와 섬세한 얼굴선을 보자면, 그저 감탄밖에 나오지 않는데 아직 성장기인 소년이라 잘못 보았다가는 대단히 아름다운 소녀로 착각이 들기도 했다.

티애는 행정 일 때문에 영지 밖을 나갔다가 영주 성에 돌아오는 길에 한스를 발견하고 짧게 한숨을 내쉬었다.

“휴, 이 녀석. 또 그 복수면인가를 하는가 보네. 하급이라 그래도 행정 관료인데, 날씨가 좋다고 아무 데나 누워 있으니.”

어린 시절 농노로서의 삶 때문일까? 생긴 것답지 않게 유난히 털털한 한스의 모습에 그녀는 그냥 지나가려다 일을 마치고 오는 길에 고맙다는 주민에게 얻은 검은 빵 하나를 그의 손 위에 쥐여주었다.

그리고 다시금 걸음을 옮기려 하는데, 때마침 한스가 긴 하품을 하며 일어났다.

“아, 잘 잤다. 응? 이건 뭐지.”

기지개를 펴려는 데 한 손에 검은 빵이 쥐여 있자 그는 의아함을 감추지 못했다. 잠시 말없이 바라보다 입에 넣으려는데 시선이 느껴져 고개를 올리니 티애가 자신을 보고 있었다.

“누나가 준 거야?”

“그래, 밥은 제때 챙기고 다녀. 도대체 요즘에 더 정신없어서는.”

“하하, 요즘 바빠서. 2년 전에 내준 숙제를 아직도 끝내지 못하고 있으니 스승님 볼 면목이 있어야지. 그래도 이제 얼마 남지 않았어.”

한스의 그 말에 티애는 그러려니 하며 고개를 끄덕였다. 도대체 무슨 숙제이기에 저렇게 똑똑한 녀석이 2년 동안 끙끙 앓는 것일까? 생각에 궁금증도 들었지만, 알려줄 일이면 진작 알려주었을 것이기에 더 이상 묻지 않았다.

“그래, 수고해. 나는 이만 일이 남아서, 새로 들어온 애들 교육도 시켜야 하고.”

“응, 힘내. 누나는 잘할 수 있을 거야.”

그러며 빵을 우물우물하던 한스는 다시 무언가를 고민하는 듯 끙끙 앓기 시작했다. 티애는 한스의 그런 모습에 잠시 미소를 보이며 바라보다 다시 걸음을 옮겼다.

“아론, 도대체 언제 거기로 간 거야!”

멜리나는 다른 아이들보다 유난히 활발한 움직임을 보이는 아들 때문에 골머리가 아팠다. 분명 씻기려고 잠시 물을 받고 온 사이에, 눈을 돌리니 아이가 없는 것이 아닌가?

이리저리 살펴보던 멜리나는 ‘아부, 어우.’ 하며 침대 밑으로 기어가고 있는 아들을 발견할 수 있었다.

저번처럼 머리를 박을까 싶어, 그녀는 서둘러 아들을 잡아 안았다. 그녀는 짐짓 화난 표정으로, 아들을 바라보며 머리 부위를 톡톡 치며 말했다.

“또 아야 하고 싶어? 아야.”

짐짓 스스로는 무서운 표정이라 하지만, 아이에게는 그렇게 느껴지지 않는 듯 해맑게 웃으며 조막만 한 손을 멜리나의 얼굴에 가져다 댔다. 그러며 ‘어마, 어마.’ 하자 그녀는 조금 전 무서운 표정은 어디 가고, 환한 미소를 보인다.

“다시 엄마, 엄마 해봐.”

“어마, 어마.”

그녀는 아론의 볼에 쪽 소리가 나게 뽀뽀를 하고는 크게 기뻐했다.

“아! 드디어 엄마라고 했어. 먼저 배운 말이 아빠더니. 결국, 내가 해냈어.”

너무 기뻐, 집을 나온 그녀는 물을 받아 놓았다는 것도 잊은 채 바로 옆에서 식사를 마치고 한담을 나누시던 시부모님께 갔다.

“아론이 드디어 엄마라고 했어요. 자, 다시 해봐. 엄마.”

“어마, 어마.”

그러더니 마리와 베론 가한을 보고도 말을 했다.

“하머니, 하아버지.”

손자가 자신들을 부르자 마리와 베론 가한 또한 크게 기뻐했다. 잠시 손자의 재롱을 보던 그들은 이제 한 아이의 어머니 티가 나기 시작한 멜리나에게 아이를 돌려주었다.

낯가림 없이 그저 방글방글 웃기만 하는 아들의 모습에 미소를 짓던 그녀는 이내 친정 부모님께도 가 자랑했다.

역시나 한스 부부에게도 호칭을 부르자 유난히 아론을 귀여워하는 한스는 좋아 죽겠다는 듯 웃음을 터뜨리다, 아이가 꿈틀거리자 오줌을 싼 것을 알고 서둘러 속옷을 갈아주었다.

로나는 예전 생각이 나 그런 남편을 아련히 바라보다 이내 표정을 바꾸고 엉망으로 속옷을 갈아입히려는 한스를 타박하며 자신이 대신 속옷을 갈아입혀 주었다.

한바탕 아론의 호칭 일로 들뜬 멜리나는 그제야 아이를 씻기려다 온 것을 알고 서둘러 집으로 가 물을 다시 데웠다.

어제 남편이 돌아오지 않아 심란했는데, 아들 덕분에 그런 마음도 사라졌다.

“아무리 바빠도 그렇지. 어떻게 밤늦게야 연락을 주는 거야. 같이 먹으려고 저녁도 안 먹고 있었는데.”

그러며 물속에서 물장구를 치는 아들에게 ‘아빠, 참 못됐지, 응.’ 하며 말을 걸곤 했다.

“그것참, 미안해. 미안하긴 한데 그래도 아들한테 아빠 욕은 좀 그렇지 않아?”

“아! 놀래라. 기척 좀 내라고 했지. 도둑도 아니고.”

멜리나는 야안을 타박하면서도 이내 아들 자랑을 했다.

“조금 전에 아론이 엄마 했어. 또 시부모님과, 친정 부모님도 알아보더라니까. 우리 애 천재인가 봐.”

야안은 그녀의 말에 웃으며 고개를 끄덕였다.

“하하, 그걸 어떻게 알았지.”

“어떻게 알기는, 매일 보는데 그걸 내가 못 알아볼까 봐 그래.”

그녀의 말에 야안은 다시 한번 웃음을 터뜨렸다. 멜리나는 자신의 아이기 때문에 범하는 부모들의 오류에 대해 말하는 것이지만, 야안은 다른 의미였기 때문이다.

실제로 진실의 눈을 통해서 알아본바 자신의 아이는 천재의 반열에 들었다. 제자인 한스만큼은 아니었지만, 어릴 때부터 조기교육을 한다면 제자 못지않은 실력을 갖출 수도 있을 것이다. 더구나 근골도 훌륭해 어떤 면에서는 테리보다도 뛰어난 점이 있었다.

보통 한쪽이 발달하면 한쪽이 기우는 법으로 이처럼 크게 둘 다 뛰어난 이는 극소수에 불과했다.

본래 평범한 자신이 아리스의 은총을 받았던 탓에 그 영향을 아이가 받은 것이라 생각한 야안은 다시 한번 아리스의 자비로움과 축복에 감사드렸다. 그러며 아들을 씻기는 멜리나의 모습을 바라보던 야안은 시선을 돌려 자신의 손을 바라보았다.

기이하다. 그래, 기이한 일이었다.

영지의 일이나, 스승의 유지를 위해 쉼 없이 단련하며 발전하는 자신이 이처럼 집에만 오면 늘어진 실같이 되어버린다. 언제 팽팽한 실처럼 굴었냐는 듯 그 모습이 변모되니 지금의 이 현상이 그는 너무도 기이하고 신기했다.

너무나 사랑스럽다, 자식이라는 존재는.

자신의 또 다른 분신 같기도 하고, 자신의 또 다른 심장 같기도 하다. 세상에 다시없는 활력소라 힘든 일에 지칠 때 아들의 웃음을 보면 저도 모르게 힘이 일어났다.

아내가 보듬어주고 아들이 힘을 주니 야안은 요즘 들어 그 누구보다 열정적인 자신을 발견할 수 있었다.

방에 들어가 옷을 갈아입고 나오니 아이에게 모유를 주는 아내를 발견할 수 있었다. 말똥말똥한 눈빛으로 자신을 바라보며 모유를 먹는 아기의 몸짓에 그는 한없이 빠져들었다.

아기에게 모유를 먹인 뒤 배와 등을 살살 문질러주며 트림까지 시켜준 멜리나는 곧 아기가 잠이 들자, 야안에게 안겨주었다.

“저녁 준비하러 갈 테니까 잠시 맡아줘요. 아론이 깨면 안 되니까 좀 있다 와요.”

식사 준비 소리에 아기가 깰까 봐 조심스러워하는 멜리나의 이마에 입을 맞추어준 야안은 고개를 끄덕였다.

“걱정하지 말고 가봐. 오랜만에 아들과 오붓하게 시간 좀 즐기게 말이야.”

“하여간…….”

그녀는 살짝 눈을 흘기고는 시부모님이 계신 곳으로 가 이내 마리를 도와 저녁을 준비하기 시작했다.

저녁 준비가 끝날 때쯤에야 야안은 아들에게 마케를 펼쳐 주었는데, 덕분에 아기는 좀 더 편안한 기색을 보이며 깊은 잠에 빠졌다.

아기를 조심스레 안고 부모님께 간 야안은 부모님 댁에도 있는 아기 요람에 내려놓고는 식사에 참여했다.

마리와 베론 가한은 손자를 챙겨주는 야안의 모습을 볼 때마다 지금의 현재 모습이 믿기지 않아 절로 미소를 짓곤 했다.

어린 시절 남들에게는 그 보잘것없어 보이던 아이가 이제 건장한 어른이 되어 영지의 총관에 올라 주민들에게 칭송받고, 한 아이의 아버지가 되니 아무리 시간이 흘렀다지만 이 같은 변화를 가까이에서 본 그들은 매번 감동적이었다.

조금 전 자신에게 인사한 모습과 달리 편한 복장으로 옷을 갈아입은 야안의 모습에 마리가 걱정스럽다는 듯 말했다.

“또 수련을 하러 가는 것이니? 자기계발도 좋지만, 너무 무리하지 마라. 안 그래도 네가 잠을 자지 않아 리나가 걱정이 이만저만이 아니란다.”

그 말에 야안은 볼을 긁적였다.

한 아이의 아버지가 되었고, 영지의 총관이 되어 많은 이들이 우러러보게 되었으나 예나 지금이나 어린아이처럼 자신을 살피는 어머니를 보면 왠지 부끄럽기도 하고 기쁘기도 했다. 그는 작게 고개를 끄덕이며 말했다.

“네, 무리는 안 할게요. 전에 말씀드렸듯이 몇 달 뒤에 있을 상행 때문에 그래요. 많은 이들이 모르고 있지만, 지금 영지에서는 제가 가장 뛰어난 실력을 지니고 있으니 조금이라도 더 노력해야죠.”

아들의 말에 아버지는 이해한다는 듯 두 눈을 감은 채 담배 연기를 날리며 고개를 끄덕였고, 어머니와 그의 부인은 여전히 걱정스러운 시선을 감추지 못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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