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야안-71화 (71/385)

야안 71화

21. 고대 거인들 II

기세가 오를 대로 오른 그들의 움직임은 어느 때보다 민첩하고 강한 투지를 보였다.

뱀파이어의 군주 바론은 낮의 전투에서 벌어진 차를 메우기 위해 고위 뱀파이어들을 보내어 은밀히 습격을 명하였다.

최소한 그들 시체만은 없애야 했다. 뛰어난 전사들 사이에서 태어나는 거인족의 잠재력은 무시 못 할 수준이다.

그 시체가 시간이 지나면 어떤 형태로 위협을 줄지 모르기에 한 명령이었다. 더불어 승리에 방심하고 있는 지금이 그들에게 피해를 줄 수 있는 가장 좋은 타이밍이라 할 수 있다.

오랜 세월을 살아온 자답게 깊은 관록이 몸에 밴 그는 냉정히 지금의 상황을 바라보려 했지만, 쉽사리 지금의 상황이 믿기지 않았다.

* * *

그의 수하들이 말한 한 명의 인간의 등장으로 전쟁의 여파가 이토록 달라진다는 것은 차라리 또 한 명의 대전사가 모습을 보였다는 말만큼이나 믿기 어려운 일이다.

하지만 그런 의심도 잠시, 야안의 검기에 부상을 당한 수하의 상처를 보면서 그는 납득을 하였다.

‘지독한 기운이군. 그 인간이라는 놈의 기운은 우리와 천적의 관계이다.’

그는 고통에 신음을 흘리는 미녀의 가슴에 손을 찔러 심장을 꺼내 씹어 먹으며 중얼거렸다.

“일이 어렵게 돌아가는군. 이제 그 늙은이만 신경 써서는 안 되겠군.”

그렇다 해도 아직 병력의 수에 있어 자신들이 압도적이었다. 전략을 바꾸어야 한다. 지금까지는 후기의 변수를 위해 방어적인 형태로 피해를 최소화하는 형식이었다면, 이제는 다소 많은 희생이 있다 해도 총력전으로 나아가야 했다.

그때였다.

허공에서 한 무리의 박쥐 떼들이 다급히 날아오더니 이내 인간의 형태로 변해 그의 앞에 무릎을 꿇었던 것은.

그들은 하나같이 크고 작은 상처를 입어 평소 그들 특유의 오만방자한 모습들은 찾아보기 어려웠다.

그들의 모습에 바론이 분노에 찬 목소리로 소리쳤다.

“도대체 무슨 일인가?”

그 일갈에는 사나운 기운이 담겨 가까이에서 그의 수발을 들던 중하급 뱀파이어들이 털썩 주저앉았고, 고위 뱀파이어들도 두려움에 신음을 흘렸다. 그들 중 가장 서열이 높은 보라색 눈빛이 매력적인 사내가 답했다.

“문제의 인간이 우리의 기습을 눈치챘습니다. 분명 황금 주먹조차 느끼지 못한 우리의 기습을…….”

그는 더 이상 말을 잇지 못했다.

분노한 바론이 그의 심장을 뜯어버렸기 때문이다. 천천히 쓰러져 재로 변해가는 그의 모습을 흥미 없는 눈으로 바라보던 바론은 심장을 우적우적 씹어 먹으며 말했다.

“누가 그런 변명 따위를 듣고 싶다 하였나.”

그는 천천히 저 지평선 너머 먼지바람이 일어나는 것을 바라보며 말했다.

“멍청한 것들 때문에 쉬지를 못하는군. 모두 준비하라.”

과연 고위 뱀파이어의 심장이라 할까? 심장이 그의 입으로 사라지는 것과 함께 앞선 전투에서 얻은 피해를 완전히 회복한 그는 하위 뱀파이어들에게 전투 개시를 알리는 고위 뱀파이어들을 뒤로하며 앞으로 나아가기 시작했다.

거인족과 뱀파이어족과의 전쟁이 다시 시작되었다.

횟수로는 스물세 번째의 전투였고, 스물두 번째의 전투가 일어난 지 불과 여덟 시간 만의 일이었다. 한나절도 채 되지 않는 시간이라, 회복력이 트롤보다 뛰어난 뱀파이어조차 본래의 자신의 신색을 유지하지 못했다.

그리고 이번 전쟁 중심에는 야안이 있었다.

그는 자신의 힘이 고위 뱀파이어들 사이에서도 통하는 것을 알았기에, 이번에 회복한 최정예 전사 다섯을 중하급 뱀파이어들 간의 전투에 보내고 그 빈자리를 메웠다.

기습의 실패로 아직 그 피해를 회복하지 못했던 고위 뱀파이어들이었지만, 아직 그 전체적 전력에는 최정예 거인들을 압도하는 실정이었다.

금발의 화사한 미모를 자랑하는 매혹적인 여인은 최정예 전사들이 빠져나가는 것을 보고 손짓으로 스무 명의 뱀파이어와 함께 그들을 막아서려 했지만, 어디선가 날아오는 검기의 폭풍에 뒤로 물러서야 했다.

그녀는 이 공격 형태가 자신들의 기습을 방해했던 인간의 것임을 알고 날카로운 눈빛을 흘리며 야안을 바라보았다.

분노에 찬 그녀의 모습은 마치 질투에 찬 미녀의 교태를 보는 듯했지만 야안은 눈 한 번 깜빡이지 않고, 파이어 핑거를 펼치며 재차 공격을 개시했다.

하지만 고위 뱀파이어들이 펼치는 암흑 마법들에 오히려 파이어 핑거는 힘 한 번 쓰지 못하고 그 자취를 감추었고, 오히려 거대한 마법들의 난사에 위기가 찾아왔다.

쿠구구궁.

거대한 마법들에 야안은 육대검식을 펼쳐 중첩된 검기를 날리며 마법들을 갈랐고, 이내 그 여파로 만들어진 작은 틈을 이용해 위기에서 벗어났다.

동시에 왼손으로 파이어 피스트를 펼쳐 가장 왼쪽 자리에 있는 뱀파이어를 노렸다. 그는 설마 아무런 피해 없이 그 공격을 벗어날 것이라고 예상 못 한 탓에 이렇다 할 조치도 취하지 못한 채 허리 윗부분이 통째로 날아가 버리며 재로 화했다.

야안은 파이어 피스트를 펼친 힘의 반동을 이용해 몸을 크게 회전시키며, 어느새 자신의 등 뒤로 박쥐 떼로 변환해 날아와 그 속에서 강력한 늑대의 앞발들을 내려치는 뱀파이어들에게 검기를 재차 날리며 견제하였다.

늑대의 앞발로 변해 내려치는 뱀파이어들은 다섯 명이나 되었지만, 이기적인 그들인 만큼 합격술 같은 것은 없었다.

그저 자신이 원할 때 공격하는 것이라, 야안은 그 공격 사이사이의 빈틈을 노리며 검기를 내려치고 찌르며 맞대응했다.

땅이 터져 나가고, 대기가 찢어지는 그 공격들 사이로 야안은 거침없이 검을 펼치며 움직였는데, 아직 그가 깨달은 건곤대나이의 묘용은 마법보다 이런 물리적인 힘에 익숙했기 때문이다.

그의 건곤대나이에 합류하려던 뱀파이어들은 앞서 야안을 공격하던 뱀파이어들이 펼친 늑대의 앞발이 자신을 향해 내려치자 크게 나가떨어지고 말았다.

순간적으로 세 명의 공격을 밖으로 되돌리던 야안은 이내 박쥐가 뭉쳐진 곳을 향해 파이어 피스트를 펼쳤다.

검기로는 이들 박쥐 형태의 공격에 큰 피해를 줄 수 없기에 펼친 것인데, 경각심을 높였던 그들은 설마 그 같은 대마법의 위력의 마법 공격을 일순간에 펼칠 줄 몰랐기에 크게 당하고 말았다.

그 한 번의 공격에 두 마리의 박쥐가 크게 치솟은 화염에 타올랐다. 허공에서 거대한 화염이 타오르자 이에 놀란 뱀파이어들이 물러서기 시작했고, 야안은 그 틈을 놓치지 않고 육대검식 중 가장 빠른 형태인 오식을 펼쳐 마법을 준비하던 뱀파이어의 목을 베어냈다.

재로 변해가는 뱀파이어 옆으로 다가가던 야안은 파이어 핑거를 사방에 뿌려대기 시작했다. 다시 포위망을 조여 오는 뱀파이어들을 견제하기 위해서였다.

사실 수많은 이미지 대련으로 수준 높은 연합 공격에 익숙한 야안으로서는 그들의 이기적이고 제멋대로인 연합은 크게 위압적으로 다가오지 않았지만, 자신이 생각도 못 한때에 펼쳐지는 그들의 공격은 예측하기 어려워 행한 조치였다.

이제 열일곱 명에 달하는 뱀파이어들 중 서열이 가장 높은 금발의 미녀는 그의 공격을 지켜보다 그의 약점을 알아차렸다. 거인들과 달리 이 인간은 물리적인 공격은 강했지만, 마법에 대한 내성은 상당히 낮아 보였다.

그녀는 즉시 손을 올리며 뒤로 물러서라는 신호를 내리더니 미소를 머금었다.

“마법 형태에 약하다.”

그 말에 저마다 물러서던 뱀파이어들은 이내 박쥐로 변해 허공으로 날아오르더니 마법을 펼친다.

마법 공격 형태로 바뀐 그들의 공세에 야안은 낮게 신음을 흘렸다.

현자와 싸운 경험이 적은 야안이었고, 그가 깨달은 마법을 흘리는 건곤대나이의 수법을 펼치기에는 그 하나하나의 마법이 강렬했다.

야안은 난사하는 마법 사이로 파이어 피스트를 펼쳐 작은 틈을 마련하여 뒤로 물러서기 시작하더니, 이내 인벤토리에서 전설의 검을 꺼내 들었다. 동시에 카의 조각을 발현하였고, 이내 대지를 박차며 마법을 펼치는 뱀파이어들을 향해 나아가기 시작했다.

제6감각으로 사각지대에서 어떤 공격이 오는지 파악하던 야안은 청동의 강도를 지닌 몸과 블랙 오우거 갑주의 항마력을 기반으로 건곤대나이의 수법을 몸으로 펼쳐나갔다.

그렇게 그가 할 수 있는 모든 기량을 표출하기 시작하자 일순간 전투의 흐름이 달라졌다.

뱀파이어들은 크게 동요하기 시작했다. 분명 마법에 적중하였음에도 불구하고, 아무런 피해 없다는 듯 회색 먼지 사이로 거리를 좁히며 다가온 야안을 보았기 때문이다.

설사 거인들이라 할지라도 그 같은 마법 공격들을 맞았다면 뒤로 너부러지거나 사지 중 하나를 잃었을 터인데 그는 약간의 흔들림만 있을 뿐 그 다가오는 속도를 늦출 수 없었다.

뱀파이어들이 놀란 것은 그뿐만이 아니다. 다시금 펼쳐지는 야안의 검은 조금 전의 모습과 차원이 달랐다.

두 번째 마법 공격을 펼치는 과정에서 전설의 검을 들고 육대검식을 펼치자 그 거대하고 빠른 중첩된 검기에 한 명의 뱀파이어가 목이 잘려나가고 옆에 자리한 박쥐 떼의 3분의 1이 재로 변했다.

“크아아악.”

검기에 담긴 뇌전의 기운을 이기지 못해 박쥐에서 뱀파이어로 변한 그를 향해 야안이 파이어 핑거로 심장을 꿰뚫고 지나쳤다.

거침이 없었다.

마치 상급 익스퍼트에 오른 이처럼 그 수준이 초급 익스퍼트 정도에 불과한 고위 뱀파이어들을 유린해 나갔다.

전설의 검에서 나오는 강력한 검기는 그 범위가 조금 전과 달리 두 배에 달해 박쥐 형태로도 쉽사리 벗어나기 어려웠고, 어느새 다가와 늑대의 앞발로 내려치려 하면 뇌전에 맞은 소나무처럼 갈라져 요란스럽게 재로 변해버렸다.

10분도 채 되지 않아 열일곱 명 중 일곱 명을 베어버린 야안이었지만 사실 마음이 급했다. 카의 마법이 이제 20분밖에 남지 않았기 때문이다.

과연 고위 뱀파이어들의 마법은 하나같이 강력하여 중급 현자 비기너들의 마법을 보는 듯했다. 만약 마나 농도가 옅은 이 세상이 아니었다면, 능히 현자 익스퍼트에 달하는 마법일 것이 분명할 것이다.

야안은 이곳에서 이들을 상대할 수 있었다는 것이 운이 좋았다 생각하였다.

조금 전보다 펼쳐지는 마법의 수가 적어지자 약간의 여유가 생겼지만, 이내 금발의 여인이 손짓으로 그나마 거인들과 전투 중인 고위 뱀파이어들 중 열다섯 명을 합류하게 하자 여유는 사라지고 다시금 어려운 전투를 해나갈 수밖에 없게 되었다.

스물다섯 명이 벌이는 기괴한 암흑 마법들은 야안의 건곤대나이 수법으로 그 피해를 다 감추기 어려웠다. 블랙 오우거의 갑주 일부가 터져 나가기도 했고, 대지에서 일어난 검은 늪에 움직임이 봉쇄돼 큰 위험에 처하기도 했다.

그런 그들의 싸움에서 야안은 미친 듯이 싸워나갔다. 말 그대로 그의 의식은 이 순간의 전투에 미쳐 있었다.

뇌전의 정화로 아슬아슬하게 안정의 상태를 유지하고 있었지만, 뱀파이어가 일으키는 전장의 광기와 전설의 검이 주는 매혹은 겨우 열아홉 살에 아직 중급 현자 익스퍼트에 불과한 야안이 감당할 수 있는 수준이 아니었다.

잠시 방심하면 심마에 들고 마는 위험을 안은 채 야안은 검을 펼쳤고, 조금씩 보이는 야안의 그 짙은 광기에 그를 상대하는 뱀파이어들조차 신음을 흘렸다.

그 잠시 보이는 광기나 그 힘이 마치 그들의 군주 바론을 보는 듯했기 때문이다. 뱀파이어들은 두려움이 일어나자 손발이 어지러워지기 시작했고, 야안의 검은 그 틈을 놓치지 않고 수하들을 독려하던 금발 여인의 뇌를 뚫고 목을 베고, 파이어 핑거로 심장을 터뜨리며 지나쳤다.

“헉…… 헉, 헉.”

야안은 거친 숨을 흘리며 대지에 검을 박아 지친 육체를 지탱하였다. 위태로운 그의 모습이었지만 그의 주위에 이제 여덟 명밖에 남지 않은 뱀파이어들은 감히 다가오려 하지 않았다.

오히려 길게 숨을 들이켜며 다시 대지에 박힌 검을 빼내어 나아가는 야안을 보고 놀라 뒷걸음을 쳤다.

‘지금 이 호기를 놓쳐서는 안 된다.’

아직 마나는 20% 정도가 남아 있었다. 야안은 본래 여유 스탯 4에 그간의 전투에서 얻어낸 5스탯을 합쳐 9스탯 중 4스탯으로 지혜와 마나에 두 개씩 올렸다.

육체가 지쳐 있기는 하지만 근력과 민첩성에 올렸다가는 군주 바론과의 싸움에서 도움이 되지 못할 것이다.

스탯이 올라가자 마나는 70%가 차올랐고, 전장의 광기와 전설의 검의 매혹에 어지럽던 머리가 살얼음을 끼얹은 듯 다시 차분해졌다.

뇌전의 정화 또한 이 순간의 변화를 놓치지 않고 도와주었기에 가능한 일이었다. 야안은 이 경험을 통해 뇌전의 정화도 한계가 있음을 확인하게 되었다.

아니, 정확히는 아직 봉인된 뇌전의 정화의 한계선을 측정하였다는 것이 더 정확한 말일 것이다.

스스로 마케와 힐을 펼쳐 육체의 회복을 돕던 야안은 아직 3분가량 남은 카의 마법이 끝나기 전까지 이득을 취하기 위해 다시 나아가기 시작했다.

뱀파이어들은 야안이 지쳐 있던 모습이 거짓말인 것처럼 다시금 강력한 검기를 표출해 내기 시작하자 마음에 일어났던 두려움이 크게 번져나갔다.

“간교스러운 자다.”

그들 중 이제 가장 높은 서열을 지닌 검은 머리의 사내는 그렇게 중얼거렸다. 이 인간은 거짓에 능하고 교활한 자였다. 자신들이 임시 수장을 맡은 이를 잃고 선뜻 다가가지 못하자 이내 연기를 하며 자신들을 유혹한 것이다.

아직 어린 인간으로 보이건만, 그 경지는 둘째 치고 그 심리를 이용하는 싸움이 정말 능하다 생각하자 그는 등골이 오싹했다.

그렇다고 물러설 수 없는 지경이라, 다시금 거인족들과 상대하는 고위 뱀파이어들의 도움을 청하려다 이내 말문을 열지 못한 채 재로 바스러졌다.

잠깐의 상념에 팔린 그의 빈틈을 찾은 야안이 그의 심장을 베어버렸기 때문이다. 그와 한 명의 뱀파이어를 더 베어낸 뒤에야 야안은 다시 발걸음을 멈추었다.

마법도 통하지 않는 야안이었기에, 남아 있던 뱀파이어들은 물리적인 힘으로 덤비기 시작했다. 하지만 그런 그들의 판단은 잠시 카의 조각이 끝이 나 마법에 대해 조심스럽게 다가가려 했던 야안으로서는 크게 반기는 형태였다.

그는 파이어 피스트와 파이어 핑거로 날아오는 박쥐들을 견제하며 이십사수검법으로 빈틈을 노렸고, 건곤대나이로 합격술을 어지럽게 했다. 그러며, 기회가 생길 때마다 육대검식으로 한 명씩 죽여나가며 그 숫자를 줄였다.

완전히 회복되지 못한 몸으로 강력한 기운을 표출해야 하는 육대검식과 파이어 피스트는 몸에 많은 무리를 주었지만, 그 정도의 공격이 아니고서는 이제 방어적인 형태를 띠고 있는 뱀파이어들을 잡기란 어려웠다.

결국 마지막 여덟 명을 모두 베어버린 야안은 지친 육체를 달래며 제 덕에 호각을 보이고 있는 고위 뱀파이어와 최정예 거인족의 전투에 끼어들려 했다.

기세가 오른 황금 주먹의 공세에 뱀파이어 군주 바론은 욕지거리를 내뱉으며 상대하다, 그 인간이라는 놈에 의해 전쟁의 향방이 이제 자신들에게 불리한 형태로 돌아가자, 주위에 있던 고위 뱀파이어의 심장을 뽑아내 그 힘으로 강력한 마법을 펼치며 후퇴를 명했다.

그의 명을 간절히 기다렸다는 듯 뱀파이어들은 박쥐로 변해 미친 듯이 뒤로 물러서기 시작했고, 거인족들은 30분을 뒤쫓으며 그들을 쳐 죽였다.

지난 전투에 이어 이번 전장도 크게 승리를 하자, 거인들은 주먹을 부딪치며 크게 굉음을 질렀고 그들의 호기에 대기는 한참 동안 뜨겁게 달아올랐다.

혼자 서른여섯 명의 고위 뱀파이어와 스물에 달하는 중하급 뱀파이어들을 베어낸 야안에게 거인족들 모두가 감탄을 터뜨리며 그에게 친분을 다지는 뜻으로 주먹을 내밀었다.

야안은 일일이 그들에게 주먹을 부딪치며 친분을 다지다, 안전한 곳으로 돌아가 남은 마나로 스스로 힐과 마케를 펼친 뒤에야 운기조식을 하기 시작하였다.

현재 그의 마나 심법인 상급 마나 심법은 그 회복 속도를 최고 열 배까지 올려주는 효능을 지니고 있지만, 그는 반나절을 넘게 상급 마나 심법에 매달려야 했다.

겨우 전투 전의 몸 상태까지 호전시킨 야안은 자신의 상태를 점검하기 위해 상태 창을 열었다.

[이름 : 야안

레벨 : 65

직업 : 전설의 추종자

칭호 : 최초의 이방인

생명력 : 960(-340)

마나양 : 1,920

힘 : 33(+15)(-17)

민첩성 : 32(+15)

행운 : 30(+15)

지혜 : 54(+15)

마나 : 81(+15)

분배되지 않은 스탯 : 6]

여전히 회복되지 못해 힘에서 -17이 깎여 생명력이 60% 수준에 불과했다. 하지만 이번 전투를 통해 레벨이 7이 올랐고, 마나는 태초의 공간에서 올린 마나 21에 전투 도중에 올린 2스탯으로 인해 23이 더 올라간 상태였다.

또한 태초의 공간에서의 고행을 통해 야안은 지혜 2와 행운에서 1이 더 올라가 있었다.

분배되지 않은 스탯이 6이나 있다는 점에 야안은 한 점의 여유를 찾을 수 있었다. 오늘 같은 상황이 다음 전투에도 일어날 수 있으리라 판단했기 때문이다.

이번 전투에서 목숨을 잃은 거인족 최정예 전사들은 없었다. 이미 기습의 실패에서 수가 많이 줄어든 고위 뱀파이어들이었는데 그중에서 야안이 혼자 20%를 넘게 상대하게 되자 전투 내내 승기를 잡았기 때문이다.

그래도 피해가 아예 없는 것은 아니라 오른팔을 쓰지 못하게 된 최정예 전사가 있었고, 야안은 리젠을 펼쳐 그들의 회복을 도왔다.

또한 힐을 펼치며 어제보다 적은 부상을 당한 전사들을 회복시킨 야안은 다시 운기조식을 하다 자신을 찾는다는 황금 주먹의 말에 이내 가부좌를 풀고 그가 있는 곳으로 움직였다.

황금 주먹은 다른 때보다 크게 지쳐 보였는데, 아무래도 노쇠한 육체로 쉬지 않고 무리한 전투를 계속한 탓으로 보였다.

야안이 다가가 그에게 힐을 펼쳐주었고, 그는 미소를 지으며 야안을 바라보았다.

“왔는가? 친우여, 오늘 그대의 활약 덕분에 우리 황금 거인족이 크게 승리를 하였네. 감사하네.”

그 말에 야안은 고개를 저으며 말했다.

“친우의 일은 저의 일입니다. 당연히 해야 할 일이었습니다. 한데, 오늘 그대를 보니 크게 지쳐 보입니다.”

황금 주먹은 씁쓸한 표정을 보이며 작게 고개를 끄덕였다.

“그대도 느꼈는가? 아무래도 이 늙은 목숨이 얼마 남지 않았나 보네. 20년 전이었다면 모르지만 이제 한계를 넘어서니 힘이 부치는 것은 속일 수 없군.”

그러며 애써 미소를 보이는지라 그의 고단함이 자리한 얼굴을 바라보던 야안은 가슴이 저렸다.

아무도 모르는 곳에서 그 누구도 알지 못하는 역사를 안은 채 1,000년간 전쟁을 벌이고 있는 그들의 모습은 그 자체만으로도 경이적이건만 그런 그들을 이끌며 제 죽음보다 종족의 미래를 걱정하는 황금 주먹의 모습에 우두머리란 바로 저런 것이다, 하는 것을 그는 가슴 깊이 배웠다.

자신의 권력을 채우기 위해 약하고 허약한 자를 짓밟으며 그들의 재산을 빼앗는 것이 아니라 스스로 희생하여 자신을 믿는 자들에게 무엇을 줄 수 있는가를 고민하는 것이 바로 우두머리가 행해야 할 태도일 것이다.

임시 영주 역할과 같은 현재 위치에 있는 야안은 그의 고충이 조금이나마 이해되었다.

야안의 마음을 알았던 것인가, 그는 자신의 이마를 한 번 툭 치며 미소를 보이다 어렵게 말문을 열었다.

“그대가 보았듯이 이미 나의 육체는 한계를 넘어서고 있네. 몇 번의 전투를 할 수 있을지 장담할 수 없지. 그래서 그대에게 어렵게나마 부탁을 하고 싶네. 다음 전투에서 나와 함께 바론을 상대하지 않겠는가?”

그 말에 야안은 망설임 없이 당연하다는 듯 고개를 끄덕이며 답했다.

“물론입니다. 아직 완벽한 회복의 단계는 아니나 뱀파이어들과의 전투가 익숙해져 가고 있으니 그를 척살하는 데 작게나마 힘을 보탤 수 있을 것입니다.”

야안의 말에 크게 안도를 표하던 황금 주먹이 말했다.

“정말 고맙네.”

그는 다시금 감사의 말을 전하더니 입속에서 무언가를 꺼냈다. 그것은 아기 주먹만 한 붉은색의 금속이었는데, 그는 그것을 야안에게 건네주었다.

야안은 붉은색의 금속에서 이해하기 힘든 강한 근원적 생명력을 느꼈던 터라 의문을 보였고, 이내 황금 주먹이 그 의문을 풀어주었다.

“나는 이번 전투에서 모든 기력을 다해 반드시 바론을 죽일 생각이네. 그대가 지닌 뇌전의 힘이라면, 한순간의 틈만 만들 수 있다면 그자를 멸할 수 있겠지. 다만, 이제 나는 급속도로 노화가 시작되었으니 이번 전투가 끝이 나면 죽음에 이르게 될 것이 분명하네. 그때가 되면 늦을까 싶어 미리 그대에게 맡기는 것이네.”

잠시 허공을 바라보며 예전 첫째 형이 자신에게 이것을 물려주었던 때를 회상한 그는 말을 이었다.

“그것은 대대로 족장 대리에게 내려오는 것으로, 족장이시자 모든 거인의 왕이신 붉은 노을 님의 심장의 파편이네. 전설에 의하면 전설의 존재가 모든 악을 멸하고 그 파편을 부서진 심장에 맞추는 순간 그분이 부활하신다 하였네. 부디 뇌전의 정화를 통해 그분과 함께 부활할 뱀파이어의 왕 라켄을 멸해주게나.”

야안은 정보 창에서 말한 거인족의 왕의 부활이 이것으로 시작되는 것임을 알았다. 그는 떨리는 눈빛으로 그 귀한 것을 맡긴 황금 주먹을 바라보며 가슴에 손을 올렸다.

“물론입니다. 반드시 그분을 도와 뱀파이어의 왕을 멸하겠습니다.”

그 말에 황금 주먹은 크게 안심이 된다는 듯 이마를 두 번 툭툭 치며 야안에게 경의를 표하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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