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야안-81화 (81/385)

야안 81화

야안은 그간 시간이 날 때마다 수식을 계산하며 마법진을 구상한 바가 있었기에, 야안은 그것을 기반으로 며칠의 시간 끝에 마법진을 만들어낼 수 있었다.

이후 미리 준비해 둔 길게 뽑은 미스릴 실을 벼락 맞은 나무 위로 형성하기 시작했다. 조금만 선이 길거나 삐뚤어져도 제대로 된 위력이 나오지 않기에 고도의 집중력이 필요한 작업이었다.

보통은 수십 개의 도구를 이용하여야 했지만, 야안은 중급 익스퍼트의 경지로 정확한 눈썰미가 있었고, 초감각을 통해 도구를 쓰는 것만큼이나 정확하게 형성할 수 있었다.

그 작업은 아직 남은 일들을 정리하느라 그는 이틀에 걸쳐 수시로 시간을 낸 끝에 완성할 수 있었다.

워낙 마법진이 대단히 복잡한 형태를 띠고 있었기에, 야안은 확인 작업을 하는 것에도 상당한 시간을 허비해야 했다.

몇 번의 확인 끝에 실수한 부분을 찾아내지 못한 야안은 만약을 대비하여 스탯을 준비하였다.

비록 지금 그의 마나 스탯이 ‘카’의 조각을 만들었을 때와 비교할 수 없을 만큼 상당한 마나를 가지고 있다지만, 이번에 그가 만들 ‘카라’의 조각은 ‘카’의 조각과 비교하기 무색할 만큼 고위 마법인 탓이다.

그만큼 대단한 마법이기도 했다. 블랙 오우거 갑주가 있었다지만 바론의 지옥의 불에서도 살아남을 수 있는 방어를 해준 마법이었으니.

당시 그 지옥의 불의 위력은 예전 황금 갈기 오크를 찢어놓았던 불의 정화급과 비교해도 그 위력이 부족하지 않다 생각한다면 이 ‘카라’의 조각에 쓰일 마나는 그의 예상을 뛰어넘을지 모른다.

다행히 이번에는 상급 마정석이 있는 만큼 가능할 것이라 야안은 예상하였다. 이 스탯은 그야말로 만약을 위한 것이다.

뇌전의 정화로 마음을 가라앉히던 야안은 이제 마나를 부여하여 공명을 준비하기로 했다. 얼마나 긴 시간이 소모될지 모르기에 한스에게 자신의 일을 맡긴 후, 그는 폐쇄된 공간에서 ‘카라’의 조각을 만들기 시작했다.

태초의 공간에서 다듬어진 그의 마나 운용 능력 덕분에 그는 마치 소용돌이처럼 빨아당기는 마법진을 통제할 수 있었다.

그것은 새로운 세계였다. 아주 작은 세상에 거대한 산을 집어넣는 것과 같았다. 어린아이가 자신의 몸만 한 바위를 드는 것과 같았다. 할 수 있다 해도 버티지 못할 것이고, 되었다 해도 불안한 형상이었다.

지금 야안이 하고 있는 일이 그러했다. 만약 뇌전의 정화가 아니었다면, 그는 그 심리적 부담을 이기지 못하고 손을 놔버렸을지 모른다.

그는 지독한 인내를 통해 마법진을 통제하며 마나를 부여하기 시작하였고, 야안은 억겁 같은 긴 시간이 흘러간다 생각했다.

그 완성도가 80%에 달했을 때 일이 생겼다. 그것은 야안이 혹시나 했던 일로 바로 마나 부족 현상이었다. 야안의 그 거대한 마나로도 이 ‘카라’의 조각을 만들기에 부족한 것이다.

야안이 이미 열어둔 정보 창에서 마나 1스탯을 더 올렸고, 이내 바닥을 치려 했던 마나가 30%까지 차올랐다.

한 고비를 겨우 넘긴 야안은 다시 집중하여 마법진의 끝을 달려갔고, 상당한 시간이 흐른 뒤에야 상급 마정석이 빛을 발하기 시작하면서 마법진이 거대한 불빛을 이루더니 이내 사그라져 갔다.

“아!”

야안은 희열에 떨었다. 그것은 예전 ‘카’의 조각을 완성하였을 때보다 더 큰 성취감에서 오는 희열이었다.

그는 자신의 눈을 어지럽히는 정보 창을 열었다.

[‘카라’의 조각

등급 : B-

전설의 시대의 마법이 깃든 물품이다. 몸의 모든 부위를 강철의 강도로 만들어준다. 하루에 한 번 펼칠 수 있으며, 그 시간은 10분에 달한다. 초감각과 그대의 경지에서 믿기지 않는 마나양을 통해 물건을 만들 수 있게 되었다.

*시전 시 500의 마나를 더 부여하면 그 시간을 5분 더 연장할 수 있다.]

야안은 무려 B-급에 달하는 물건을 자신이 만들자 쉽사리 믿기지 않았다.

과연 등급 단위가 달라져서일까? 정보 창에 자리한 이 마법 무구는 놀라울 정도였다. 그 시전 시간이 10분에 500의 마나를 부여하면 5분을 추가할 수 있다는 것은 본래 그가 펼치는 ‘카라’의 마법보다 더 긴 시간을 유지할 수 있음을 말한다.

그 강도가 무려 강철이었으니, 웬만한 무기로는 상처도 나지 않을 것이고 초급 현자 마스터 이상의 마법이 아니라면 별다른 데미지를 입기도 어려울 것이다.

야안은 이것을 지난번에 잡은 블랙오우거의 남은 가죽으로 만들어놓은 갑주에 부착하였고, 그로써 중급 현자 익스퍼트 이상의 마법이 아니고는 피해를 주기도 어렵게 될 것이다.

마나 스탯을 올려놓기는 했지만, 그래도 마나가 거의 바닥을 친 상태라 운기행공으로 마나를 채운 야안은 폐쇄된 동굴을 나섰다.

성으로 돌아오는 과정에서 야안은 생각보다 많은 시간이 지났음을 알게 되었다. 무려 이틀이라는 시간 동안 마법 물품을 만든 것이다.

설마 그만큼의 시간 동안 마나를 운용하였을지 몰랐던 터라 야안은 여러 가지에 대해 걱정을 하였으나, 다행히 한스가 일을 잘 처리하여 별다른 문제는 생기지 않았다.

야안은 자신의 집무실로 돌아와 그간 처리된 일들을 보고서를 통해 확인하였다. 그는 보고서를 확인하다 물건을 완성하였을 때부터 미처 확인하지 못했던 것이 떠올라 변화가 생긴 정보 창을 불러 확인했다.

[룬 조각

습득률 : 18.02%

초감각으로 룬 조각이 더욱 정교해졌다. 그 덕분에 본신의 능력에 맞는 마법 물품을 무리 없이 만들 수 있게 되었다.

*습득율이 높아질수록 룬 조각의 완성도가 높아진다.

*훌륭한 재료를 바탕으로 그 재료 이상의 제품을 만드는 경우 습득률을 대폭 높일 수 있다.]

바로 룬 조각의 습득률의 변화였는데, 이번에 상급 마정석을 비롯하여 상당량의 미스릴을 쓰게 되면서 자신의 한계 이상의 제품을 만들게 되자 습득률이 0.68%가 늘어났다.

야안은 그 변화에 놀라다 이내 고개를 끄덕였다.

‘하기야 재료도 그러하거니와 그 마법진의 구상만으로도 몇 달에 거친 것이었고, 마나 부여에 이틀이나 긴 시간이 허비되었으니 그럴 수 있겠지.’

야안은 이제야 왜 현자들이 그처럼 많은 돈을 들여 비싼 재료를 바탕으로 물건을 만드는지 이해할 수 있었다.

잠시 마법 물품과 룬 조각에 대해 생각에 잠기다, 해가 저물 때가 되어서야 보고서를 끝낸 야안은 나흘 만에 집으로 돌아갈 수 있었다.

5일이 지나, 마크 영지는 겨울이라는 시간을 잊을 만큼 수많은 이들이 새벽부터 밖에 나와 있었다.

다름 아닌 오늘이 몬스터 토벌을 위한 군부의 출정식이 있는 날이기 때문이다.

시골 영지에서 화제성 있는 이야기를 찾기란 쉽지 않다. 한데 마크 영지가 이곳 시골 영지에 자리 잡은 후 유례없는 대군이 출정하는 것이니 시골 사람들로서는 그 장관을 구경하기 위해 이른 시간에도 모습을 보이는 것은 당연하다 할 수 있었다.

그들 중 대부분은 이번에 포함된 제1, 2군단의 가족과 친지들이었는데, 그들은 몇 달간 치열한 훈련 끝에 늠름하게 바뀐 그들을 보며 대견하기도 하면서도 또한 걱정이 들어 여기저기서 우는 소리가 들리기도 했다.

하지만, 하늘을 찌를 듯한 날카로운 창과 두꺼운 방패를 쥔 채 마치 푸른 숲이 물결을 치듯이 발을 맞춰 나아가는 그들을 보자면 그런 걱정도 어느새 사라져 버렸다.

발 울림만으로도 사납기 그지없으니, 그들의 창날에 걸리는 모든 것이 갈가리 찢어질 것 같았다.

이번의 직접적인 전투는 제1군단과, 제1, 2별동대로 이루어지며, 제2군단은 후미에서 둘로 나뉘어 1~7백인부대는 목책을 짓는 인부들을 지키고, 남은 8~10백인부대는 물자 운송을 하기로 했다.

이 중 제1백인부대는 이번에 야안이 창설한 단창을 전문적으로 쓰는 부대로 그들은 다른 백인부대보다 배는 힘든 훈련을 겪었던 탓에, 보이는 기운이 여타의 백인부대와는 차원이 달랐다.

저번과 달리 이번의 출정식은 쓸모없는 권력자들의 놀음에서 일어난 것이 아니라, 영지의 본래 영역을 회복하는 토벌이라 주민들은 큰 환성을 지르며 그들의 출정을 응원하였다.

야안은 영지의 본래 영역 회복이라는 목표를 세우기는 했지만, 사실 목표 영역의 반이라도 획득하면 다행이라 생각했다.

그가 준비한 물자는 길어봐야 두 달 정도가 한계였기 때문이다. 전쟁에 나간 군대는 엄청난 물자를 소모하기에 그 이상의 출정은 지금 영지의 사정상 크게 무리였다.

자칫 이도 저도 안 되는 상황이 되어버릴 수 있기에, 야안은 이번 일정을 무리 없이 잘 맞추어야 했다.

그런 이유로 야안은 되도록 이번 전쟁을 빠르게 끝을 내기 위해 갖은 노력을 다 쏟아부었다.

병력은 몬스터 영역에 들어서면서 갈라지기 시작했는데 갈라진 각 백부대장은 야안이 만들어준 지도들의 일정에 맞춰 움직이고 있었다.

야안이 그들의 지도에 표시해 준 몬스터들은 영역 싸움에서 크게 규모가 약화된 소형 몬스터들 따위였기에 별다른 피해 없이 토벌할 수 있는 곳이었다.

제1, 2별동대는 야안과 함께 대형 몬스터가 사라져 크게 세력을 펼치고 있는 중형 몬스터들과 함께 10여 개의 크고 작은 오크 부족들이 있는 영역으로 발을 들이었다.

야안 다음으로 군부에 가장 큰 권위가 있는 챈들러는 제1군단의 1, 2백인대를 이끌고 대규모의 코볼트가 사는 곳을 치기로 했다.

그곳은 총 2,000에 달하는 거대 규모의 코볼트 부족의 영역으로 이곳 대부족답게 코볼트 족장은 웬만한 오우거와도 싸워 이길 정도로 강력한 힘을 지니고 있었다.

현재로서 단신으로는 야안 이외에 챈들러만이 상대할 수 있는 존재였다.

챈들러는 그들의 옆을 후려치듯이 세력을 깎아 먹으며 전투가 끝이 난 백인부대와 합류하여 이들을 치기로 하였는데, 과연 코볼트들은 인간들의 기세가 사뭇 대단하자 자신의 동족들이 죽어나가도 그 모습을 나타내려 하지 않았다.

첫날은 그곳에서 코볼트 100여 마리 찾아 죽일 수 있었던 챈들러는 가장 가까운 곳에서 토벌 중이던 제4백인대와 합류했고, 그런 식으로 6일째 되던 날 모든 병력이 집결할 수 있었다.

코볼트 족장은 인간들이 노련한 사냥꾼이 먹이를 사냥하듯이 천천히 자신들을 압박해 오자, 강력한 힘을 모아 일격에 한 곳을 뚫어 탈출하는 것이 답이라 생각했다.

수는 우세해도 다수의 힘이나 개개인의 힘에서도 크게 밀리고 있으니 그의 전세를 보는 눈은 정확했다.

곧 야심한 밤을 틈타 그들은 노한 파도가 갑작스레 들이닥치듯 자신의 은신처를 벗어나 약하다 판단한 부위를 쳐 왔으나, 이 또한 챈들러의 허허실실로 가려진 함정이었다.

마치 대지가 솟아나기라도 하듯이 수풀 속에 숨어 있던 제3백인대가 일어섰고, 그들은 미리 재어놓은 단창을 날리며 초기에 큰 피해를 주었다.

또한 제2백인대의 궁병들이 재어놓은 화살을 쉴 새 없이 퍼붓고 미리 뿌려놓은 기름에 불을 붙이어 도망조차 하지 못하게 하니 이런저런 피해로 1,100이 좀 넘던 코볼트들은 순식간에 병력의 3분의 1을 잃었다.

코볼트 족장은 그제야 속았음을 알고 분했으나, 이내 이 상황을 어떻게든 빠져나갈 방법은 자신들과 가까이에서 전체를 지휘하는 자를 없애는 것이라 판단하였다.

그는 자신의 힘이라면 인간 정도는 손쉽게 없앨 수 있으리라 판단하여, 수하들을 화살받이로 내몰며 달려나갔다.

수하들의 시체를 방패로 삼아 화살을 막던 그는 자신의 앞을 막아서는 병사들에게 수하의 시체를 내던지더니 자신을 막는 방패를 내려쳤다.

그 거대한 힘에 방패로 그를 압박하려던 병사 한 명이 힘없이 날아갔고, 그 뒤를 이어 방패를 든 이가 다시 그 자리에 서며 그의 진로를 방해하려 하였다.

하지만 이내 족장의 뒤를 따라오던 코볼트들에 의해 손발이 어지러워지기 시작하면서 코볼트 족장에게 길을 터줄 수밖에 없었다.

챈들러는 자신을 향해 매섭게 달려드는 코볼트 족장을 보며, 미소를 머금었다.

그 속셈이 무엇인지 알았던 것이다. 오히려 이는 그가 반기는바. 그는 코볼트 족장을 막아서려는 수하들을 물리더니 이내 활에 재어놓은 화살처럼 그의 신형이 앞으로 나아갔다.

상상을 초월하는 돌격에 예전 전성기 때를 함께했던 수하들마저 놀라워했고, 코볼트 족장도 경악 어린 눈빛을 흘렸다.

그는 직감적으로 깨달았다. 자신의 판단이 틀렸음을.

변변찮게 녹슨 그의 거대 도끼는 챈들러의 검에 부딪히며 힘없이 갈 곳을 잃더니, 다급히 물러서려 하던 그의 목은 어느새 추락하며 땅바닥에 곤두박질했다.

챈들러는 요란하게 쓰러지는 그의 몸을 뒤로하며 땅에 떨어진 족장의 목을 들고 소리쳤다.

“족장은 죽었다. 오합지졸들에 불과하니 천천히 압박하라.”

족장이 죽었다는 소리에 병사들은 크게 사기가 올라 방패로 밀어치며 코볼트를 몰아갔고, 궁병들은 여기저기 흩어져 도망치려는 코볼트들을 하나씩 제거하기 시작했다.

그렇게 전투가 일어난 지 반나절도 채 되지 않아 끝이 났고, 챈들러는 수하들과 함께 발톱과 손톱, 가죽을 벗겨 내고 남은 부산물을 태우며 전장을 마무리 지었다.

이후 이제 사라진 코볼트의 영역에 가져온 약식 목책을 군데군데 설치하여 후에 목책을 세우러 올 인부들과 제2군단에게 표시를 해두었다.

그는 그곳에서 반나절 가량 휴식을 취하다, 다시 하루 거리를 이동하였는데 다음 날 저녁이 되어서야 야안이 이끄는 별동대와 만날 수 있었다.

상당한 실전을 겪은 듯 야안과 별동대의 몸에는 몬스터들의 피가 목욕한 듯이 묻어 있었는데, 그래도 경상자들은 많아도 중상에 달하는 이들은 없었다.

천천히 상처 난 부위를 살피던 그들은 챈들러를 비롯한 인기척에 크게 경계를 보이다 이내 같은 편임을 알고는 경계를 풀었다.

야안은 수하에게서 제1군단이 모습을 보였다는 말에 크게 반기며, 직접 그들을 맞으러 갔다.

과연 이라 할까?

챈들러에게 맡긴 제1군단의 모습에서 야안은 감탄을 금치 못했는데, 이는 자신들만큼이나 큰 피해가 없음을 파악했기 때문이다.

아니, 거기서 끝이 난 것이 아니라 크게 싸워 이긴 듯 병사들은 전장에 나선 지 일주일이라는 긴 시간이 흘렀음에도 위축된 모습은커녕 사기가 하늘을 찌를 듯했다.

본래 챈들러에 의해 1년을 넘게 훈련을 받았고, 이후 자신의 영지에서 고된 훈련을 받은 것이 효과를 보는 듯해 야안은 크게 기뻐하였다.

야안은 지난 일주일간 수하들과 물릴 정도의 전투를 벌여야 했다. 야안이 들어선 영역은 그가 봐두었던 것보다 30% 이상의 세력이 더 있었기 때문이다.

더구나 숨어 있던 대형 몬스터들 또한 발견할 수 있었는데, 그 때문에 야안은 상급 유저와 익스퍼트의 그 중간에 달하는 실력을 보여야 했다.

예전 케이 용병단장이 야안의 검을 일러 흐르는 물과 같다 표현하였는데, 당시보다 숨겨진 힘을 더 발휘하는 야안의 검은 마치 잡을 수 없고 예측할 수도 없는 바람과 같았다.

마치 몸이 여러 개인 듯 사지를 찢고, 내장을 찌르고 빠지던 야안의 검은 이내 오우거의 골수를 파 뒤집었다.

이후 다른 육합 검진으로 막아서고 있는 수하들을 도와 나타난 대형 몬스터들의 숨통을 하나하나씩 끊어놓았다.

육합 검진은 오방 검진보다 방어적인 면에서는 약화된 면은 있으나, 공격적인 면에서는 상당히 강한 면모를 보였다. 더구나 가장 큰 장점인 지형지물에 크게 간섭을 받지 않기 때문에 갑작스러운 전투에서도 빠르게 대처할 수 있었다.

단점이라면 여전히 다수의 전투에서 약한 모습을 보인다는 것인데, 그래도 오방 검진 때보다 더 효율이 뛰어난 터라 장시간의 전투를 어렵지 않게 유지할 수 있어 시간이 흐를수록 유리해지는 모습을 보였다.

갑자기 나타난 대형 몬스터들로 별동대는 잠시 손발이 어지러웠으나, 이내 자신들이 펼치는 육합 검진과 삼방 검진이 크게 효과를 보자 그들은 더 이상 두려워하지 않았다.

더구나 야안이 바람처럼 움직이며 나타난 대형 몬스터들을 하나둘씩 숨을 끊어놓기 시작하니, 점차 유리해져 그들은 얼마 지나지 않아 도망치려는 대형 몬스터마저 숨을 끊어놓았다.

이후 가죽을 벗겨 낸 그들은 크게 기뻐하였는데, 이는 이 부산물들이 얼마나 대단한 가치를 가졌는지 알기 때문이다.

부산물의 20%에 달하는 가격을 포상금으로 내린다 약속했으니, 상당수의 대형 몬스터들의 부산물을 얻어낸 그들로서는 큰 포상금을 얻게 되어 당연히 사기가 오를 수밖에 없었다.

그렇게 대형 몬스터들을 처리함으로써 자신감이 붙은 그들은, 생소한 중형 몬스터들에게도 침착히 대응하며 척살해 나갔다.

그 덕분에 10여 개의 코볼트 부족 중 몇 개의 소수 부족은 자신의 영역을 벗어나 도망쳤고, 나머지 부족들 또한 꼭꼭 숨어 전투보다 그들을 찾는 일이 더 어렵게 되었다.

하지만, 초감각으로 기감이 예리해진 야안은 그들의 숨은 곳을 거짓말처럼 찾았기에, 긴 시간을 허비하지 않고 그들을 모두 토벌하게 되었다.

덕분에 처음 생각했던 시간보다 한나절을 먼저 약속 장소에 도착한 야안은 그곳에서 수하들에게 약식 목책을 만들게 하였다.

중간에 대형 몬스터들을 만나면서 그 영역을 생각 이상으로 넓혔던 탓에 가져온 약식 목책들을 모두 다 써버렸기 때문이다.

챈들러 또한 그 사정을 알고, 수하들에게 약식 목책을 만들라 명하고는 직접 자신을 찾아온 야안을 크게 반기며 다가갔다.

그는 야안을 살피며 아무런 피해가 없음을 깨닫자 크게 안도하며 예를 표했다.

“늦은바 사죄드립니다.”

야안은 일주일 만에 만나는 챈들러의 그 변함없는 모습에 절로 보이는 미소를 감추지 않으며 무릎을 꿇은 그를 일으켰다.

“아니네. 우리 쪽이 생각보다 일이 잘 풀렸을 뿐이야. 그나저나 보아하니 큰 피해 없이 일이 잘 풀린 것 같으니 다행일세. 내 알기로 그쪽도 상당수의 몬스터가 있었을 텐데 말일세.”

그 말에 챈들러는 그간에 있었던 일들을 이야기하였고, 야안은 챈들러의 이야기를 들으며 고개를 주억거렸다.

‘역시 경험이라는 것은 무시할 수 없구나.’

자신이라면 어떻게 했을까? 생각하던 야안은 여러 가지의 방법들을 떠올렸지만, 챈들러만큼 실전적이면서 효과적으로 운영하기란 어려워 보였다.

그가 이번에 챈들러보다 많은 전공을 세웠다지만, 그것은 별동대가 지닌 무위가 뛰어나고 그가 가르친 육합 검진과 삼방 검진의 묘용 덕분이지 야안의 전술이 뛰어났기 때문은 아니었다.

상행을 갔다 온 뒤부터 전술과 전략에 깊이 심취하던 테리는 이번 몬스터 토벌을 통해 여러 점에서 성장해 있었다.

무엇보다 그가 가장 크게 얻은 것은 이론과 실전이 다름을 알며, 어떻게 이론을 적용해 나가야 할지 기반을 마련한 것이다.

야안은 챈들러를 임시로 지은 자신의 막사로 데려와 지도를 펼치며, 수정해야 할 부분들에 대해 긴 시간을 토의하였다.

야안은 그로부터 이틀이 지난 뒤에야, 첫 물자를 받을 수 있었다.

길이 거칠어 약속한 운송 기간보다 하루가 더 지난 뒤에야 도착할 수 있었지만, 별다른 탈 없이 무사히 도착한 것만으로도 야안은 다행이라 판단하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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