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야안-99화 (99/385)

야안 99화

32. 라진

“후우~”

야안은 긴 숨을 흘리며 자신을 가다듬었다.

펼쳐져 있는 리트담의 저서에는 오랜 시간 자신이 바라보았던 원숭이 형태의 환수는 어느새 모습을 감춘 뒤였다.

야안은 잠시 리트담의 저서를 바라보며 작게 미소를 흘리다, 이내 그것을 인벤토리에 넣었다.

“한바탕 긴 꿈을 꾸었군. 그 같은 열정이라니.”

그가 경험한 환수의 삶처럼 야안의 가슴은 뜨겁게 달아올랐다. 마치 어린 시절 처음 검을 쥐었을 때처럼 흥분한 마음은 쉽게 가라앉지 않았다.

하지만 뇌전의 구슬 덕분에 그의 머리는 차갑고 냉정하게 돌아가고 있었고, 그는 자신이 작은 벽을 넘어섰음을 알았다.

겨우 열흘이라는 시간 동안 변화된 것은 이러했다.

[이름 : 야안

레벨 : 82

직업 : 전설의 추종자

칭호 : 최초의 이방인

생명력 : 1,120

마나양 : 2,240

명성 : 500

힘 : 42(+15)

민첩 : 40(+15)

행운 : 51(+15)

지혜 : 63(+15)

신력 : 5

마나 : 97(+15)

분배되지 않은 스탯 : 0]

[아이템 B-급(제6감각을 가진 그대가 각고의 노력 끝에 찾아낸 검식.)

육대검식(이십사수검법에서 얻어낸 여섯 개의 검식이다. 검기를 중첩하여 날릴 수 있는 검식으로 그 파괴력은 상급 익스퍼트도 어려워할 정도로 뛰어나다.)

습득률 : 31%

이십사수검법의 초식에서 뽑아낸 힘의 흐름을 찾아 겹칠 수 있게 되었다. 습득률이 높아질수록 검기를 중첩할 수 있는 수가 더 많아질 것이다.

*습득률이 높아질수록 육대검식을 펼치는 시간이 짧아진다.

*이 육대검식에 그대가 나아가야 할 방향이 있다.

*마스터하면 순간적으로 펼칠 수 있게 된다.

*이 검법을 펼치면 적은 양이지만 운기의 효과 또한 볼 수 있다.(1한 : 기초적 심법으로 1년간 운기하여 얻을 수 있는 양)]

[건곤대나이

습득률 : 15%

사량발천근과 이화접목을 마스터하면서 그 두 개의 구분이 모호해지자 시너지 효과가 일어났고 그 덕분에 얻게 된 고위 기술이다. 제6감각을 깨우친 자만이 얻을 수 있는 뛰어난 힘의 묘용이기도 하다. 아직 숙련된 자에 불과한 그대에게 너무도 과분한 것으로 진정한 힘의 묘용을 얻기 위해서는 상당한 고련의 세월이 필요할 것이다.

적은 힘으로 상대의 힘의 방향을 자신이 원하는 곳으로 옮기며 자신을 보호하며 적에게 치명타를 줄 수 있다.

*마스터하면 어떤 종류의 힘이든(마법이든, 물리적인 충격이든) 힘의 방향을 자유롭게 다스릴 수 있다.

*습득률이 높아질수록 한 번에 해결할 힘의 개수가 늘어난다.]

행운이 6이 올랐고 지혜가 4가 올라갔다. 그리고 정체되었던 육대검식의 습득률이 6%에 올라섰고, 건곤대나위 또한 약 2%에 달하는 습득률을 올릴 수 있었다.

이것이 의미하는 바는 컸다. 정체되었던 벽을 무너뜨렸다는 것을 뜻하기 때문이다.

그가 맞이한 벽은 상급 익스퍼트의 벽이었고, 유저의 능력을 지닌 야안이라 해도 적어도 5~7년간은 이 벽에서 머물러야 했다.

아무리 뛰어난 자가 60년을 검에 전념한다 해도 장담할 수 없는 경지가 이 상급 익스퍼트였다.

중급 익스퍼트의 경지가 동네에 있는 작은 산이라면, 상급 익스퍼트의 경지에 들어선다는 것은 한 나라의 가장 큰 산을 오르는 것과 같았다.

익스퍼트에 들어선다는 것은 이 산을 오를 수 있는 자격을 가지는 것이나, 열에 한 명이 중급에 들어설 수 있다면, 상급 익스퍼트는 백에 하나둘이 올라갈 수 있다.

이는 달리 말하면, 한 왕국에 상급 익스퍼트에 들어선 자는 많아야 하나둘 정도라는 말이었으니, 고작 스물하나에 불과한 야안이 이 상급 익스퍼트에 들어설 계기를 얻었다는 것은 쉽사리 믿기 어려운 일이다.

야안은 지난 주술을 통해 놀라운 결과물을 손에 얻을 수 있었지만, 이번에도 이처럼 놀라운 결과를 이루자 잠시 말을 잃었다.

야안이 이번 리트담의 저서를 통해 얻은 경지는 대단한 의미를 지닌다.

비록 몸은 상급 익스퍼트에 들어서지 못했지만, 그의 정신은 그 경지에 한 발을 걸친 상태였다.

이는 큰 의미가 있다. 그는 수많은 무인이 절망에 시달렸던 상급 익스퍼트의 경지를 헤매지 않고 올라설 수 있음을 뜻하기 때문이다.

야안은 자리에서 일어나, 굳은 몸을 풀고 검을 들어 검기를 일으켰다.

윙윙거리는 검은 어느새 강렬한 검기를 일으켰는데, 그 검기는 지금까지 야안이 일으킨 검기보다 배는 날카롭고 무거운 것이었다.

그저 정신이 상급 익스퍼트의 한 자락에 발을 놓았다는 것만으로 그의 검기는 그만한 변화를 일으킨 것이다.

마치 진화 과정에 있는 생명체가 그 중간의 변화를 뛰어넘고 완성된 형태를 보는 듯했다.

야안은 자신이 일으킨 검기를 살피다, 이내 이십사수검법의 초식을 풀어내기 시작했고 이후 바로 육대검식을 연달아 펼쳤다.

강맹한 태풍이 일어나듯 야안을 중심으로 폭발적인 기운의 폭풍이 일어났다. 야안은 마지막 육대검식의 6초식을 대지에 내지른 뒤 검을 거두었다.

그가 가른 대지는 족히 5미터는 파고들어 간 듯했다.

단단한 던전 내부를 그같이 만들었다는 것은 그의 검기는 집채만 한 바위도 마음만 먹는다면 일격에 부술 수 있음을 뜻한다.

야안은 자신이 만들어낸 흔적을 살피며 감탄을 흘렸다.

“놀랍군. 아직 제대로 된 상급 익스퍼트의 검기를 일으키지 않았음에도 이 정도 위력이라니.”

비록 육대검식이 검기를 중첩하는 형태의 검식이라 하지만, 아직 몸은 중급 익스퍼트에 머무른 상태에서 이런 위력을 보인다는 것은 놀라운 일이다.

야안이 이후 파이어 핑거와 파이어 피스트를 펼쳤는데, 과연 그 또한 발전해 있었다.

그 위력은 전보다 30%는 더 상승하였다. 이는 범위는 줄어든 대신 그만큼의 기운이 압축되었기 때문이다.

그는 여러 차례 바뀐 자신의 경지를 살피다, 크게 허기진 듯 요란한 소리를 내는 배를 달래기 위해 간단히 말린 육포 따위와 전투식량을 먹었다.

이후 운기조식으로 소모된 마나와 체력을 채우고, 가상으로 황금 갈기 오크와 전투를 벌였다. 그리고 그 전투 양상은 지금까지와는 전혀 다른 형식으로 흘러갔다.

몸이 아직 상급 익스퍼트에 들어서지를 않아 검기가 발출되면서 흘리는 마나 탓에 마나의 손실이 있었으나, 그 검기는 그 이상의 가치를 가졌다.

건곤대나위의 습득률이 오른 것과 견고해진 검기가 합쳐지자, 여러 편법을 쓰며 황금 갈기 오크의 검기를 흘린 과거와 달리 지금은 편법 없이 능히 그의 힘을 맞상대할 수 있었다.

일이 그렇게 되자, 야안 쪽으로 승기를 잡게 되었고 그렇게 두 시간이 채 되지 않아 야안은 황금 갈기 오크의 심장을 베어내어 전투에서 승리할 수 있었다.

비록 순수한 검만이 아닌 위력이 상승된 파이어 핑거와 파이어 피스트의 도움이 있었지만, 야안은 이로써 호도칸급의 몬스터에 대한 승률을 90% 이상으로 올렸다.

남은 10%는 여러 변수를 제한 것이었으니, 이는 그의 무위가 호도칸급을 넘어섰음을 뜻한다.

그는 자신의 능력에 확신이 들었고, 그렇게 야안은 악마를 척결하는 데 한 걸음 더 나아갈 수 있게 되었다.

소모된 마나를 채우기 위해 운기조식을 하고, 물의 구로 몸을 씻은 후 그는 밖을 나섰다.

집에 들러, 걱정하는 가족들을 달랜 후 옷을 갈아입던 야안은, 자신이 던전에 있었던 시간이 예상한 시간보다 3일이 더 지난 13일째라는 말에 놀랐다.

그 말은 거의 일주일 동안 아무것도 먹지 않았다는 것인데, 그럼에도 공복 외에는 몸에 별다른 이상이 없었다.

아무래도 주술에 빠져 있던 3일 동안 몸이 최소한의 필요한 열량만을 소모한 것으로 생각되었다.

하지만 그렇다 하더라도 물도 섭취하지 않은 채 1주일간 버틴다는 것은 절정에 다다른 야안의 몸이라 해도 어려운 일이었다.

야안은 이 또한 그가 알지 못한 주술의 힘으로 벌어진 것으로 판단했다.

옷을 갈아입은 그는 성으로 돌아가 그간 자신이 하지 못한 일을 해결하려 했지만, 다행스럽게도 한스가 나서 일을 처리한 뒤였다.

한스는 공사 일을 맡고, 영지 일 또한 같이 겸하느라 피곤한 기색이 보였으나 애써 스승님이 걱정하실까, 스스로 마케를 걸어 회복하고는 미소를 보이며 야안에게 다가갔다.

“스승님, 좋은 성취가 있으셨습니까? 안색이 좋으시군요.”

황금색 머리를 휘날리며 그가 본 이들 중 가장 아름다운 얼굴에 미소를 띠며 다가오는 제자에게 야안은 작게 고개를 끄덕였다.

“그래, 나름의 성취가 있었다. 그나저나 고생이 많았구나. 안색이 좋지 않은 것을 보니. 흠~ 일도 좋지만, 몸을 챙기는 게 좋겠구나.”

나름대로 감춘다고 했는데 단번에 스승님에게 들키자 한스는 볼을 긁적였다.

“아직 초기라 그렇습니다. 시간이 지나 적응이 되면 차차 나아지겠지요. 스승님께서 소개한 제자 덕을 볼 것 같습니다. 정말 대단한 녀석이더군요. 응용하는 능력이 떨어지는 게 아쉽기는 했지만, 사실 그 암기 능력만으로 그 부족함을 채우고도 남았습니다.”

야안은 자기 생각대로 서로가 잘 어울리는 사제간이 되자 크게 반겼다.

“그래, 비록 응용 능력이 떨어진다지만 어린 나이에 맞지 않게 상당히 신중한 성격을 지니고 있으니 일을 시키는 데 어려움은 없을 것이다.”

그는 한스에게 자신이 파악한 그의 제자에 대해 조언을 해준 뒤, 영지의 일들에 대해 의견을 나누었다.

그렇게 이틀을 영지의 남은 업무를 마무리하던 야안은 던전에서 나온 지 3일째 되던 새벽, 가족을 비롯해 소수의 사람과 헤어짐을 고하며 영지를 나섰다.

그렇게 그는 길고 긴 험난한 여행을 시작했다.

* * *

마치 타오르는 횃불을 보는 듯 그의 머리카락은 짙은 붉은색을 띠고 있었다.

그가 거칠게 검을 휘두를 때마다, 그의 붉은 머리도 거칠게 흔들렸고 그때마다 앞머리가 열리며 진홍색의 눈이 그 모습을 보였다.

진홍색의 눈동자를 가진 그는 자신을 훈련시키는 기사를 날카롭게 쏘아보며 그의 열린 옆구리를 노렸으나, 어느새 기사의 검은 회수되어 날카롭게 파고드는 자신의 검을 툭 치며 방향을 바꾸더니 이내 검 면으로 가슴을 치고 뒤로 물러섰다.

쿠웅.

검 면으로 쳤다 하지만, 실린 힘이 대단하여 붉은 머리의 사내는 요란스러운 소리를 내며 땅을 굴러야 했다. 상당히 거칠게 넘어진 터라 옷이 찢어지는 불상사가 일어났지만, 기사는 흔들림 없는 눈으로 입을 열었다.

“다시 시작하겠습니다.”

무뚝뚝한 어투로 말한 기사는 걸음을 돌려 연무장의 중앙에 자리를 잡았고, 붉은 머리의 사내는 이를 악물며 검을 들고 그의 앞에 섰다.

하지만 스무 초도 받지 못하고, 그는 다시 거칠게 넘어졌다. 기사는 다시금 연무장 중앙으로 돌아가 그를 기다렸고 붉은 머리의 사내 또한 힘겹게 일어서 그의 앞에 섰다.

그 일은 해가 저물 때까지 계속되었다.

제 일을 끝낸 기사는 지쳐 쓰러져 있는 붉은 머리의 사내에게 짧게 묵례를 하고는 연무장을 나섰다.

“후~ 죽겠군.”

긴 한숨을 내쉬던 그는 한동안 차가운 대지에 누워 있다, 끙끙거리며 일어섰다. 검을 지팡이 삼아 일어서던 그는 여기저기 이가 난 검을 검집에 넣으며 자신의 거처로 움직였다.

휘이잉.

한차례 시원한 바람이 그의 땀을 식힌다. 그는 잠시 바람을 맞이하다 이내 바람에 흐트러진 앞머리에 손을 올려 다시 눈을 가렸다.

한 시간을 걸어서야 그는 자신의 거처에 도착할 수 있었다. 지은 지 200년이 넘은 목재 건물이었다.

좋은 목재와 솜씨가 좋은 목공을 썼던 덕분에 200년이 지났음에도 건물은 튼튼했지만, 그가 이곳에 오기 전 50년간 관리도 하지 않고 버려진 곳이라, 변색이 되고 낡아 외관은 썩 좋지 못했다.

늦은 시간이라 어둠이 짙은 가운데, 누군가 등잔을 들고 그를 기다리고 있었다. 올해 육십을 넘긴 풍만한 몸매를 지닌 여인이었다. 그녀는 오랫동안 그를 기다린 듯 코와 두 뺨이 붉게 물들어 있었다.

멀리서 그런 그녀를 발견한 그는 서둘러 달려왔다.

“어휴~ 기다리지 말라니깐 또 이러네. 안 그래도 요즘 몸도 좋지 않으면서.”

걱정 어린 그의 목소리에도, 그녀는 여기저기 찢어진 옷 너머로 상처를 살피기 바빴다. 그녀는 그런 그의 모습이 슬퍼하다 이내 화가 난 목소리로 노여움을 표했다.

“이, 못된 녀석 같으니. 어떻게 도련님을…….”

자기 일보다 더 노한 모습을 보이는 그녀에게 그는 손을 저으며 말했다.

“유모도 참, 훈련하다 보면 그럴 수도 있는 거지. 그리고 마키에게 너무 뭐라 하지 마. 그래도 기사단 중에서 유일하게 신경을 써주는 기사라고.”

그 말에 그녀는 더욱 속이 상했다.

“도련님도 참, 제가 고른 공작가에 일한 지가 몇 년인데 그런 말씀을 하시는 것이에요.”

멋모르던 10대 때 공작가의 하녀 일을 시작했으니 그 경력도 40년이 훌쩍 넘긴 그녀였다. 그만한 시간 동안 성에 살았으니 현재 누구보다 공작가와 관련된 일들은 손안에 훤히 들여다보고 있다 해도 과언이 아니다.

기사의 지도 대련은 둘로 나누어진다.

기사 훈련생을 위한 지도 대련 방식과 자신이 모시는 주군의 자제에게 내리는 대련 방식으로 나누어지는 것이다.

기사 훈련생을 위한 지도 대련 방식은 거칠다.

아무것도 하는 일 없이 훈련만 시키는 것은 귀족가의 입장에서 큰 손해였다. 그렇기에 기사들은 바로 써먹을 수 있게 실전적인 기술 위주로 거칠게 그들을 단련시킨다.

이후, 몬스터 토벌을 하게 하여 그들에게 실전을 경험케 하고 그곳에서 무사히 돌아오면 다시 실전 위주의 훈련을 시킨다.

이 방식은 살아남아야 한다는 경각심을 일으키게 하여, 빠른 성장력을 보일 수 있다는 장점이 있지만, 그에 못지않은 단점도 자리했다.

살아남기 위해 저도 모르게 만들어진 편법 때문에 잘못된 습관에 물들기 쉬워지고, 기초가 약해 상승의 경지에 오르기에 어려움이 많다.

또한, 어린 시절부터 살기에 노출되어 약육강식이 진리라는 생각에 빠져들어 인성이 메마르기 쉽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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