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야안-114화 (114/385)

야안 114화

37. 라타샤

하얀 까마귀 부족에서 붉은 눈 부족까지는 그들이 타는 야쿤으로 한 달 정도 걸렸다.

오랜 세월 동안 정비된 부족의 길이었기에 세력 싸움에 진 떠돌이 몬스터 외에는 그들을 습격하는 몬스터들은 없었다.

설사 습격하였다 하더라도, 그들 대부분이 최소 중급 유저에서 상급 유저의 기량을 보였는지라 별다른 피해 없이 몬스터들을 막을 수 있었을 것이다.

붉은 눈 부족으로 가는 길에는 다섯 개의 부족을 지나쳐야 했는데, 여정이 시작된 지 6일째 되던 날 그들은 그 다섯 부족 중 가장 처음 만나게 된 푸른 달 부족의 마을에 머무를 수 있었다.

푸른 달이라는 부족의 족장은 특이하게도 대전사가 아닌 중급 현자 비기너에 달하는 스승이었는데, 그 때문인지 전사의 비율은 낮은 편이지만 부족 규모보다 문화나 복지 수준은 뛰어났다.

푸른 달 부족은 예전 야안의 마크 남작가 정도의 규모였는데, 그 문화적 수준은 후작가를 상회했다.

이들 부족에서 생산되는 특산물은 실크였는데, 실크의 특산품으로 유명한 마일드 왕국의 물품보다 더 뛰어난 실크를 생산하고 있었다.

빛을 받으면 은은한 다섯 가지의 광택을 내는데, 이것을 거래하는 귀족에게 선물로 준다면 더 좋은 형태로 거래를 할 수 있을 듯했다. 아니, 현재 마크 자작이 줄을 탄 힐튼 공작가에 공물로 바친다면 후에 많은 도움을 얻을 수 있을 것이다.

저주받은 숲의 물건이니만큼 어느 곳에서도 구할 수 없는 희귀 물품이며 또한 그 자체만으로도 보물이라 할 수 있다.

야안은 하얀 까마귀 부족에서 인정받은 명예 스승이며 또한, 대부족을 구한 자였기에 그 물건을 거래하는 데 어려움은 없었다.

오히려 그들은 야안이 가져온 그의 영지의 특산품인 포도주를 반기는 눈치였다. 머루술과 다른 깊은 풍미가 담긴 포도주는 문화 수준이 뛰어난 그들에게 매력적이었다.

야안의 신분과 그의 공을 인정하여 푸른 달 부족의 족장은 그에게 마차 반 대 분량의 실크를 내주었고, 야안 또한 가지고 있던 포도주를 다 내놓았다.

마차 반 대 분량이라 하지만 마차 두 대 분량을 담을 수 있는 공간의 주머니 덕분에 그는 무리 없이 물건을 챙길 수 있었다.

좋은 거래를 한 야안은 보답으로 그들 부족의 중병에 걸린 병자들을 치료해 주었다. 소식을 통해 그가 신관임을 알고 있었는지라 그들은 놀라기보다는 감사히 여기는 마음이 더욱 컸다.

복지 시설이 뛰어난 덕분에 중병에 걸린 이들은 많지 않았다.

다만, 적은 수로 부족을 지켜야 하기에 전사 중에는 고질병에 시달리는 이들이 많았다. 야안은 이런 병이 갑자기 죽음까지 몰고 갈 것임을 알기에 그들 하나하나를 치료해 주었다.

그곳에서 이틀을 머문 덕분에 대부분 병자들을 치료한 야안은 푸른 달 부족이 내어준 크고 화려한 방에 머물게 되었는데 상당한 여유 공간이 있어 수련하는 데에도 무리가 없었다.

늦은 밤, 검은 뱀을 비롯해 육대검식까지 풀어내던 야안은 몸이 절정으로 뜨겁게 달아오를 때쯤 검을 접었다.

땀을 닦아낸 그는, 디다의 작은 구슬들로 만들어낸 마나 집약진 안에서 운기행공을 하기 시작했다.

아직 완성되지 않은 마나 집약진이었지만, 족장의 작은 구슬을 쓴 덕분에 마나 농도는 두 배에 달했다.

잠시 부족한 마나 집약진을 보완하던 야안은 곧, 최근 배우기 시작한 정령술에 대해 고찰해 나갔다.

정령술은 앞서 이야기한 것처럼 정령의 기운을 느끼는 것부터 시작한다. 이 정령의 기운을 불러들이기 위해서는 정령의 언어를 배워야 한다.

하지만 이 정령의 언어는 인간이 낼 수 없는 소리의 구절로 되어 있기에 오직 마음으로만 이 정령의 언어를 표현할 수 있다.

이 정령의 언어를 마음속으로 불러들이는 데 다른 잡념이 들어가면 실패하기에 상당한 집중력이 요구되는데, 다행히도 야안에게는 뇌전의 정화라는 보물이 있어 그런 것에 대해 걱정할 필요는 없었다.

그렇게 정령의 기운을 느끼게 되면, 그때부터 이 정령의 기운을 이용하여 몸속에 정령이 들어설 수 있는 공간을 마련할 수 있다.

이 공간을 마련해야만 정령과 계약을 할 수 있는 최소의 조건이 완성된다.

이후 정령석을 구해 정령과 계약을 시도하면 되는데, 정령석의 질이나 사용자의 자질에 따라 정령의 종류는 달라진다.

보편적으로 물, 불, 바람, 대지의 정령이 있으나, 그 외에 정령석의 질이나 사용자의 자질이 뛰어나다면 새로운 형태의 정령이 모습을 보이기도 한다.

정령과 계약을 하는 데 걸리는 시일은 사람마다 다 다른데, 단 하루 만에 성공하는 이도 있고, 몇 년에 걸쳐 성공하는 이도 있다.

정령을 계약한 이후, 계약된 정령은 정령사가 만든 공간에 자리 잡아 정령의 호흡을 통해 성장하게 된다. 이후 비기너, 익스퍼트를 지나 마스터가 되면 몸속의 정령을 불러낼 수 있게 된다.

초급 마스터인 경우에는 하급 정령을 불러낼 수 있고, 중급 마스터는 중급 정령을, 상위 마스터는 상급 정령을 불러낼 수 있는데 상급 정령까지 불러내는 건 엘프만이 가능하다고 한다.

대륙의 긴 역사에도 인간으로서 상급 정령을 불러낸 존재는 몇 되지 않기 때문이다.

하급 정령만 하여도 열 살 정도의 사고를 할 수 있기에 너무 복잡한 명령만 아니면 정령사의 뜻에 따라 힘을 펼칠 수 있다.

따로 말을 하지 않아도 마음으로 통하는 존재이기에 정령사와의 연계 공격은 매우 사납고 무서운 위력을 보인다.

또한 하급 정령이 모습을 드러내면 정령사는 정령과 시선을 공유할 수 있다. 이것은 정령사의 가장 큰 특권이기도 하다

정령의 시선은 인간이 보는 시선과 다르기 때문이다.

정령의 형태는 인간과 유사하지만, 그 본질은 자연 그 자체이기에 정령의 기운이 미치는 범위에 자리한 모든 본질을 바라볼 수 있다.

그것이 의미하는 바는 놀랍다.

인간의 생물학적 눈의 한계를 벗어남을 의미하기 때문이다. 빠른 동작, 눈을 현혹시키는 마법 등이 이 시선 앞에서 사라진다는 이야기다.

그것은 차원이 다른 강자들의 움직임조차 정령의 시선으로 보면 어렵지 않게 그들의 움직임을 상세히 알아볼 수 있음을 뜻한다.

중급 정령부터는 시선만이 아닌 각 정령의 특성을 공유하게 된다.

보편적인 4대 정령을 예를 들어 설명하자면, 물의 정령사인 경우 물에서의 제한이 사라지며, 불의 정령사는 불에 대한 면역력이 생긴다. 바람의 정령사는 중력의 제한이 사라지고 대지의 정령사는 땅속에서도 평소와 다름없이 움직일 수 있게 된다.

또한 정령의 사고력이 많이 늘어나면서 공유된 정령의 시선의 범위가 늘어나게 되며 오랜 시간이 흐른 뒤에도 정령으로부터 그 시선으로 보았던 것들을 상세히 복원할 수 있다.

이런 점 때문에 각 나라에서는 국가적 위기가 아닌 이상은 정령사들의 존재를 숨긴다. 그 시선에서 복원된 모습을 통해 각 나라 강자들의 특성과 약점들을 살필 수 있기 때문이다.

실제로 이번 전쟁에서 수많은 정령사들이 활동을 하고 있다.

이들이 가져온 정보를 통해 지휘관들은 적의 기량을 탐색하며 그들의 약점을 살피는 것이다. 물론 전쟁이라는 위험 요소 때문에 정령사들의 활동은 많지 않다.

상급 정령은 그 자체로 재앙과 같다.

대지의 정령은 지진을 일으키고, 불의 정령은 땅속에서 불길을 치솟게 하며, 바람의 정령은 적진의 중앙에 거대한 회오리를 일으키고, 물의 정령은 일정 부분에 폭우를 일으키게 한다.

상급 정령이 모습을 보인 것은 고대 시절에서 몇 되지 않았기에, 그에 대한 자세한 정보는 없으나 그들이 전장에 나타났을 때의 파급력은 대현자 테무드가 일으키는 절대 마법과도 같다고 한다.

야안은 이 같은 이야기를 옛 고서에서 찾아낼 수 있었는데, 그중 가장 신기하다 생각한 것은 정령이 마치 인간처럼 사고를 할 수 있다는 점이다. 그 고서의 내용을 살펴보면 정령은 하나의 인격체라 할 수 있다.

정령은 새로운 생명체를 키워내는 것과 같았다. 정령과의 계약이란 것은 마치 인간과 정령 사이에 그 정령의 씨앗을 만드는 것을 의미하는 듯했다.

정령사의 역할은 그 정령에게 힘을 주고 인격을 생성시키는 어머니와 같다.

현재 야안은 정령의 기운을 모으며 정령이 들어설 터를 닦고 있었다.

이방인답게 자질도 대단히 뛰어났고, 하얀 까마귀 부족의 족장 아게로가 준 하얀 정령석의 힘과 정령에 대해 천재인 라진이 옆에서 조언을 해준 덕분에 이대로만 간다면, 두 달 안에 정령의 터를 닦아낼 수 있을 듯했다.

야안은 운기행공을 끝낸 뒤, 바로 정령의 기운을 모으며 정령이 들어설 터를 잡기 시작했다.

푸른 달 부족을 지나 그들은 그로부터 한 달의 시간 동안 네 개의 부족들을 거쳐 붉은 눈 부족에 도착할 수 있었다.

이미 이곳에 도착하기 전에 소식이 전해졌던지, 붉은 눈 부족의 영역에 도착하기도 전에 붉은 눈 부족의 특징인 검은 머리에 붉은 눈을 한 대전사가 그들을 맞이하러 나온 것이 보였다.

그는 이미 받은 정보를 토대로 라진을 단번에 찾아냈는데, 대전사와 같이 온 스승이 그와 함께 라진에게 예를 보이며 가져온 무언가를 라진에게 바쳤다.

“붉은 눈 왕족을 뵙습니다. 이것은 왕께서 왕자님께 내리는 하사품입니다.”

라진은 그들이 주는 하사품을 반겼다. 그 하사품이 무엇인지 짐작하였기 때문이다. 그것은 왕족들만 입을 수 있는 붉은색 비단으로 만들어진 의복으로 왕족은 대외적 행사가 있을 때 이 옷을 입는 것이 예의였다.

붉은 눈 부족에게 오기 전 이 옷으로 갈아입어야 했는데, 이는 대대적으로 새로운 왕자가 탄생한 것을 붉은 눈 부족에게 알리는 자리를 가질 것이기 때문이다.

이미 대부족인 하얀 까마귀 부족에게 검증과 함께 지지를 받는 왕자였기에 왕실에서는 이미 그를 일원으로 받아들인 뒤였다.

라진은 대전사와 스승을 비롯해 100명의 붉은 눈 부족을 반겼다. 기억도 나지 않은 어머니의 부족민들에게서 자신과 같은 붉은 눈을 발견했기 때문이다.

비록 왕족의 붉은 눈에 비해 그 색이 다소 어두운 편이었지만, 자신과 공통된 점이 있는 이들에 마음이 가는 것은 사실이었다.

곧 환상 마법진을 넘어서 붉은 눈 부족이 사는 곳에 도착하였다.

그리고 야안은 물론 라진도 자신의 상상을 뛰어넘는 규모와 화려한 그들의 도시에 말문을 잃었다.

단순히 크기만을 따진다면 강성한 왕국의 왕성 도시를 두 개 합쳐 놓은 규모였으며, 꿈속에서도 생각할 수 없을 만큼 다양한 디자인으로 지어진 건물이 도시에 나열되어 있었다.

도시의 중앙을 중심으로 네 개의 운하가 지나치고 있었고, 색색의 이름 모를 꽃들과 풍성한 나무가 넓은 대로를 중심으로 길게 나열되어 아름다웠다.

저 멀리서도 보이는 붉은 눈 부족의 왕성은 제국의 황성과 비교하여도 부족함이 없을 정도로 화려함을 자랑했다.

대로는 전사들에 의해 통제된 가운데 붉은 눈 부족민들이 새로운 왕자의 탄생을 축하하기 위해 나와 있었다.

야안은 그들이 진정 마음 깊이 환호하는 것을 보고, 그들에게 왕족의 의미는 대단히 큰 것임을 알 수 있었다.

입구에 만들어놓은 말 여섯 필이 이끄는 지붕이 없는 거대한 마차에 올라 백성들과 처음 만난 라진은 자신을 환호하는 그들에게 일일이 손을 흔들어주며 인사에 화답하였다.

두 시간에 걸친 행렬을 끝낸 뒤에야 왕성에 도착할 수 있었는데, 야안은 먼 곳에서 확인한 것보다 더 고고한 아름다움을 지닌 성을 확인하게 되었다.

여기저기에 보이는 고색적인 모습만으로도 이 성이 얼마나 오래 유지되었는지 짐작할 수도 없었다.

듣기로 이 왕성은 고대 시절부터 존재하였다 하니 적어도 1,000년을 버텨온 성일 것이라 예상할 따름이다.

곧, 라진은 자신의 친우이자 하얀 까마귀 부족의 은인인 야안과 더불어 왕족들이 모인 곳으로 안내받았다.

성안은 밖에서 보는 것보다 아름다웠는데, 야안은 이 성에서 강력한 마법과 더불어 상상치 못한 정령의 기운을 느낄 수 있었다.

그것은 어떤 존재에서 나온 것이라기보다는 이 성내에 있는 어떤 특정적인 이물에서 나오는 기운이었다. 아마도 그것이 긴 시간 동안에도 이 거대한 성을 훼손 없이 유지한 비밀일 것이다.

그 기운의 효과는 그것뿐만이 아니었다. 강력한 기운에 제재를 받아 본래의 기량의 반도 펼치기 어려울 듯했다.

야안은 이 성에 자신의 상상을 뛰어넘는 대마법이 펼쳐졌음을 알았다. 아마도 정령과 마법이 공존된 형태에서만 보일 수 있는 대마법일 것이다.

성안이 대단히 넓은 탓에 30분을 이동한 뒤에야 성안의 또 다른 성문만큼이나 거대한 문에 도착할 수 있었다.

곧 요란한 음악 소리와 함께 문이 열리며 거대한 연회장이 모습을 보였다.

* * *

연회장 안은 화려했다.

천장은 유리로 만들어져 푸른 하늘을 볼 수 있었으며, 거대한 붉은 천이 연회장 위를 가로지르며 뒤덮고 있었다.

대수롭지 않게 놓인 장식품들은 가격을 매길 수 없는 귀한 보물들이었으며, 술과 음식은 하얀 까마귀 부족에서도 보지 못한 것으로 희귀하고 고급스러워 보였다.

그 중앙에는 푸른 달 부족의 실크만큼이나 고운 붉은 천이 가로질러 있었다. 그 거대하고 아름다운 연회장에 비해 사람의 수는 많지 않았다.

겨우 서른 명 정도였는데, 붉은 눈 부족의 큰 스승들과 고위 대전사, 그리고 직계 왕족들 정도만이 자리했기 때문이다.

야안은 그곳에 들어서는 순간 붉은 천 끝에 자리한 존재에게서 숨 막히는 위압감을 느껴야 했다.

그것은 예전 붉은 노을에게서 보았던 위압감과도 같았다.

그런 그에 비교해 라진은 위압감을 잘 느끼지 못한 듯했는데, 이는 라진의 경지가 낮아 그 힘을 느끼기에는 역량이 부족한 탓이다.

그에 비해 야안은 그 힘을 느끼기에 충분한 역량이 있고, 또한 초감각 때문에 그 힘의 본질을 온몸으로 느끼고 있었다. 이곳에 자리한 어느 존재보다 야안은 그 존재의 힘을 느낄 수 있었다.

그것은 절대자의 기도였다. 거인들의 왕인 붉은 노을이라 할지라도 그와 쉽사리 승부를 겨루기 어려울 것이다.

야안은 이 존재가 대륙의 구존에 필적한 자임을 직감했다. 아니, 어쩌면 그들 중에서도 상위에 달하는 실력자일지 모른다.

붉은색 예복에 붉은 머리, 라진보다 밝은 진홍색 눈빛을 지닌 그 존재는 길고 검붉은 망토를 휘날리며 예를 보이는 라진과 야안에게 다가왔다.

저주받은 숲의 지배자인 붉은 눈 부족의 족장이자 왕인 토로덴은 한눈에 라진과 야안의 기량을 알아볼 수 있었다.

‘놀랍군. 도대체 이 같은 존재들이 어디서 갑자기 나타난 것인가?’

토로텐은 이번에 새롭게 등극된 왕자이자 자신의 손자인 라진의 재능을 알아보고 감탄을 금치 못했다.

라진의 정령에 대한 재능이 역대 왕 중에서도 그 재능만큼은 한 손에 든다는 자신보다 더 뛰어났기 때문이다.

마치 고대의 엘프가 살아온 듯한 엄청난 재능의 소유자였다.

어쩌면 왕가의 오랜 숙원이었던 상급 정령 마스터가 생길 수 있을 것 같았다.

전설에 의하면 상급 정령 마스터가 나타나는 순간, 이 숲의 저주는 사라지며 예전의 모습을 찾는다 하였다. 그러니 그 숙원을 이룰 수 있을 라진의 등장은 평소 감정의 흔들림이 없는 그라도 심장이 두근거릴 만한 것이었다.

그 한 존재만으로도 놀랍건만, 하얀 까마귀 부족을 구원한 사내는 라진 이상의 감탄을 자아내게 했다. 아니, 감탄을 넘어서 경악하기까지 했다.

이제 스물한 살이라는 나이에 맞지 않은 상급 익스퍼트의 문턱을 밟고 있는 무위는 둘째 치더라도, 중급 현자 익스퍼트인 그의 천재적인 머리와 재능, 거기다 아리스 님의 종으로 인정받은 훌륭한 품성을 소유한 것만도 믿기 어렵건만 라진에 비한다면 부족하지만 자신 못지않은 정령사의 재능까지 지녔다.

토로텐은 절대자의 경지에 들어선 이후 처음으로 소름이 돋았다.

‘이 괴물은 무엇인가?’

야안이 토로텐에게 위압감을 느끼며 놀랐다면, 토로텐은 야안이 느끼는 감정 이상을 느꼈다.

그는 정말 이자가 사람인지도 의심이 갔다. 혹시 고대의 사라진 악마가 부활하여 자신들을 농락하러 온 것이 아닌가 하는 생각마저 들었다.

그는 애써 감정을 숨기지 않고 기운을 뿜어내어 야안을 강하게 압박하며 물었다.

“그대의 정체는 무엇인가?”

라진은 자신과 어딘가 비슷한 모습을 한 외할아버지에게 친근감을 느끼다, 갑자기 자신의 친우를 겁박하기 시작하자 놀라 소리쳤다.

“도대체 왜 그러십니까?”

손자가 놀라 소리치며 다가오려 하자 그는 라진에게 손을 저었고, 라진은 몸에서 기력이 빠지며 말도 하지 못했다.

그를 봉쇄한 힘은 야안이 이곳에서 처음 느낀 이물을 이용한 힘이었는데 최소 이 왕성 안에서만큼은 말 그대로 절대자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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