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야안-136화 (136/385)

야안 136화

45. 집으로

야안이 정신을 차렸을 때는 그로부터 이틀이 지난 뒤였다.

‘지글지글-’

그가 정신을 차려 가장 본 모습은 산짐승으로 요리를 하고 있는 베르뎅의 모습이었다. 불의 정령과 함께 요란하게 요리를 하는 그의 모습은 즐거워 보였다. 라쿤은 그 옆에서 허브와 소금으로 양념을 한 고기를 안주 삼아 술을 마시고 있었다.

‘저분의 공간 주머니에는 얼마큼의 술이 자리한 것인지.’

야안은 어쩌면 그 공간의 대부분이 술로 가득 차 있을지 모른다 생각했다. 그는 작게 미소를 흘리며 곧 정신이 들자마자 자신의 시야를 어지럽히는 정보창에 눈을 돌렸다.

과연 지난 그 어떤 퀘스트보다 어려웠던 덕분인지 이를 완수하여 그가 얻은 것은 상상을 뛰어넘었다.

[고대의 악마(파란토를 멸하라.) 퀘스트 성공.

등급 : B

그대는 자신의 기량을 뛰어넘은 퀘스트를 훌륭하게 완수하였다. 그로서 그대에게 뇌전의 정화의 봉인의 일부분을 해제할 능력을 부여한다. 그대에게 ‘용사’ 의 칭호를 내린다.]

[용사 (칭호)

용사는 전설의 시대의 말로 용맹스러운 자라는 뜻을 지니고 있다. 거대한 적을 앞두었음에도 물러서지 않고 강인한 의지와 용기로 싸운 그대에게 그 누구보다 잘 어울리는 칭호라 할 수 있겠다.

* 모든 스탯이 각 5가 추가된다.

* 이 칭호는 다른 칭호와 중복되지 않는다.]

[레벨 : 104

직업 : 전설의 추종자

칭호 : 최초의 이방인, 용사

생명력 : 1,600

마나량 : 2,460

명성 : 1,000

힘 : 60(+20)

민첩 : 57(+20)

행운 : 55 (+20)

지혜 : 75(+20)

신력 : 5 (+5)

마나 : 123(+20)

정령력 : 11 (+5)

분배되지 않은 스탯 : 12]

[건곤대나이

습득률 : 20.4%

사량발천근과 이화접목을 마스터하게 되면서 그 두 개의 구분이 모호해지게 되자 시너지 효과가 일어나기 시작했고 그 덕분에 얻게 된 고위 기술이다. 제 육 감각을 깨우친 자만이 얻을 수 있는 뛰어난 힘의 묘용이기도 하다. 아직 숙련된 자에 불과한 그대에게 너무도 과분한 것으로 진정한 힘의 묘용을 얻기 위해서는 상당한 고련의 세월이 필요로 할 것이다.

적은 힘으로 상대의 힘의 방향을 자신이 원하는 곳으로 옮기며 자신을 보호하며 적에게 치명타를 줄 수 있다.

* 마스터하게 되면 어떤 종류의 힘이든(마법이든, 물리적인 충격이든) 힘의 방향을 자유롭게 다스릴 수 있다.

* 습득률이 높아질수록 한 번에 해결할 힘의 개수가 늘어난다.]

[타문

등급 : C

신관이 펼치는 신성마법 중 가장 대표적인 방어마법이다. 사마의 기운을 흘리는 자 앞에서는 훌륭한 공격 수단이 되기도 한다.

* 하루 3번을 펼칠 수 있다.

* 타문의 방어에는 아리스님의 고결한 의지가 자리하고 있다. 이 마법을 받은 이는 1분이라는 짧은 시간 동안 물리적인 피해를 20% 정도로 최소화할 수 있다.]

[엘린

등급 : B

리젠의 상위 신성 마법이다. 그 상태가 어떠하든 최상의 상태의 50%로 회복시켜 준다.

* 열흘에 단 한 번 펼칠 수 있다. 그 기간 안에 이 신성 마법을 펼치게 된다면 그 시기부터 열흘간 신성 마법을 펼칠 수 없다.

* 성수와 같이 이 마법을 펼치게 된다면 성수의 기운의 70% 이상을 이용할 수 있게 된다.]

야안은 변경된 자신의 정보창과 더불어 새롭게 생겨난 능력에 말문을 잃었다. 그 순간만큼은 몸이 뒤틀리는 그 고통이 느껴지질 않았다. 단번에 12레벨을 올린 것도 놀라운 것이나 그보다 새로 생겨난 능력들은 하나같이 놀라운 것이었다.

‘용사의 칭호?’

이미 최초의 이방인이라는 칭호를 받음으로서 칭호라는 것이 얼마나 대단한 것인지 잘 아는 바였다.

한데, 또다시 칭호를 받게 되자 그는 잠시 말문을 잃었다. 예전과 달리 새로운 스탯이 늘어난 지금 이 시점에서 새로운 칭호의 위력이 얼마나 대단한 것인지 잘 알기 때문이다. 그것만으로도 그 가치가 대단하건만 이 칭호는 중복이 가능했다.

그가 그처럼 감탄하는 이유는 이 ‘용사’의 칭호로 신력 또한 5가 늘어나게 되었기 때문이다. 이 신력의 1스탯을 올리기 위해 5스탯이 필요함을 안다면 그것만으로 25스탯의 이득을 가질 수 있다.

신력의 가치는 실제로 25스탯 전부 부어도 충분히 그 값을 하고도 넘쳤다. 여하튼 그 덕분에 그는 새로운 신성 마법을 2개나 얻게 되었다.

앞서 본 타문과 엘린이 그것인데. 워낙 신관의 수가 적어 그 정보가 적은 터라 야안 또한 이 신성마법은 생소한 것이었다.

그리고 야안은 이 신성마법의 가치를 단번에 알 수 있었다.

타문의 마법 효과는 1분도 채 되지 않는 짧은 시간이 유지되는 것이나 물리적 피해를 20%만 받는 것은 앞으로의 전투에서 큰 이점이 된다.

만약 야안이 신관일 뿐이었다면 이것의 가치는 그저 구명줄 정도의 방어에 불과할 것이지만 절정의 극에 달한 상급 익스퍼트의 경지에 오른 야안에게 있어 국보급에 달하는 방패를 얻은 것과 같았다.

이 타문과 ‘카라’, ‘토네’ 과 함께 한다면 이번 생사를 뛰어넘는 전투로 2.2%가 늘어난 건곤대나이의 위용은 배가 될 것이 분명했다.

또한 리젠의 상위 마법인 엘린의 가치는 대단했다. 단번에 최상의 상태의 50%에 달하는 회복이라니. 또한 성수의 기운을 70%나 활용할 수 있다는 것은 절로 감탄이 날만한 것이다.

야안은 이 마법으로 왜 신관들이 기적을 행하는 자인지 다시금 깨닫게 되었다.

그는 곧 스스로 엘린을 펼쳤다.

“엘린”

몸의 기혈이 뒤틀린 상태라 제대로 말도 할 수 없어 작게 달싹거렸을 뿐이지만, 그 조용한 음성과 달리 벌어진 일은 경악스러울 정도였다.

리젠과는 비교할 수 가 없었다.

수십 번의 리젠을 펼친다 해도 그 효과의 반도 따라오지 않을 것이다. 그의 상상을 초월할 정도로 회복속도였다. 리젠이었다면 그 과정에서 큰 고통이 있었을 것이지만, 이 엘린은 그런 고통을 느낄 여지도 주지 않았다.

그렇게 그의 머릿속 한쪽이 근질거리며 몸이 회복되는 것을 느끼던 야안은 자신에게 다가오는 인기척을 느낄 수 있었다.

가장 가까이 있던 베르뎅과 라콘은 물론, 알렌한드로와 오스, 로지와 타이카 또한 그의 곁으로 다가왔다.

“이보게, 정신이 좀 들었는가?”

성수를 먹였다 하지만 야안의 몸 상태는 크게 호전되지 않았다. 알렌한드로는 야안이 몸을 나으려면 못해도 2달은 정양해야 본래의 실력을 찾을 것으로 예상하였다.

그만큼 그의 몸은 망가져 있었던 것이다. 물론 신관이니만큼 신성 마법을 스스로 펼친다면 그 회복속도는 빨라질 것이지만 그래도 열흘은 더 정양해야 할 것이다.

그러나 그런 그의 예상을 깨고 야안은 아무렇지 않게 그 자리에서 일어나 베르뎅의 말을 받았다.

“저는 이제 괜찮습니다. 여러분께서는 괜찮으신지요?”

고통을 참는 것 따위가 아니라, 정말 아무렇지 않은 듯 그의 말에 힘이 있음을 느낀 알렌한드로가 놀라 물었다.

“자네, 정말 괜찮은가? 지금은 말도 제대로 하기 어려울 것이 분명하건만.”

그의 걱정에 야안이 미소를 보인다.

“정말 괜찮습니다. 아리스님께서 저에게 내리신 축복에 상당히 호전되었습니다.”

야안은 그렇게 말하다, 다행히 일행들이 준비한 성수 덕분인지 다들 몸 상태가 지금의 자신 못지않게 회복되었음을 살피고는 안도를 표했다.

여기저기 몸의 일부를 잃는 등 그 몰골이 다들 좋지 않았지만 이미 외모에 대한 것을 크게 중요히 생각하지 않은 허례허식을 벗어난 이들이라 크게 개의치 않았다.

이틀 만에 야안이 깨어나자 크게 기뻐하던 베르뎅은 곧 고기가 다 익자 지난 상단의 요리사에게서 받은 향신료를 고기 위에 뿌려 일행들에게 나누어주었다.

알렌한드로에게 들어 야안의 몸 상태에 대해 알았던지라 처음 죽을 준비해야 하는 것이 아닐까 생각했는데, 다행히 엘린으로 인해 육식을 해도 몸에 탈이 없을 정도로 야안은 회복된 상태였다.

“음식이 상당히 맛이 좋군요.”

이틀간 아무것도 먹지 못해 배가 고팠던 탓도 있겠지만, 베르뎅이 다른 때보다 신경을 썼던 덕분인지 그 맛이 대단히 뛰어났다.

그 말에 베르뎅은 불편한 다리를 절며 야안에게 고기를 더 썰어주며 말했다.

“고맙네. 정말이지 불행 중 다행스러운 일이네. 만약 손을 다쳤다면 난 삶의 낙을 잃어버렸을지 몰라.”

요리를 좋아하는 그인 만큼 그의 말은 단순히 농이 아닐 것이다. 라콘은 어느새 자신의 몫을 다 먹었는지, 나무에 기대어 술을 들이키고 있었다.

“여기가 어디쯤입니까?”

“2전장과 반대쪽에 자리한 야산일세. 아직 몬스터가 몇 보이지 않는 것을 보면 전장의 영향을 완전히 벗어나지는 못했네만. 나흘 정도 더 올라간 뒤 꺾어 내려올 생각일세. 아마 그때쯤이면 얼추 케인 상단과 마주칠 수 있을 것 같네.”

물건의 거래가 끝낸 뒤 밀리 상단 주와 말한 시일 안에 도착할 수 있다면, 돌아가는 길을 걱정하지 않아도 될 것이다.

“다행이군요.”

다행이라는 말과 달리 야안은 예전보다 확연히 줄어든 자리에 씁쓸함을 보였다. 짧은 시간이었지만 자신에게 진리의 길을 이끌어주셨던 로뎅님과 호탕한 성격의 타린 인자한 성품을 지니신 케빈의 죽음은 지금도 믿어지지가 않았다.

그런 그의 마음을 알았던 것인지, 라쿤에게서 받은 술로 목을 축이던 오스가 그에게 다가와 술을 건네었다.

“자, 한잔하시게.”

형제보다 더 가까운 친우의 죽음에 가장 힘들어하였을 오스의 배려에 야안은 작게 목례를 보이며 그가 건넨 술을 들이켰다.

술은 독했다. 불덩이를 삼키듯이 목구멍을 후끈하게 태우며 넘어가는 술에 야안은 잠시였지만 근심을 잊었다.

‘이래서 사람들이 힘들면 술을 마시는 것인가?’

자신을 달래는 듯한지라 그는 다시금 한 모금 술을 들이켰고, 그런 야안을 바라보던 오스가 입을 열었다.

“위대한 숲의 일족은 그 자신이 어떤 죽음을 맞이하느냐에 따라 그 존재의 가치가 정해지지. 그런 의미에서 본다면 그 녀석은, 그분들은 최고의 가치를 증명하였네.”

그렇게 말을 하는 오스였지만, 그는 아직 자신의 감정을 다 정리하지 못한 듯 자잘하게 말끝이 흔들렸다.

그런 그의 맘을 짐작한 야안은 고개를 끄덕였다.

“그렇습니다. 그분들의 희생은 제가 보았던 어떤 것보다 가치 있는 것이었습니다.”

저주받은 숲에서도 일부의 지도자들만이 알 뿐 대륙은 이들의 희생으로 큰 위기를 벗어난 것을 알지 못한다.

하지만, 상관없다. 애초에 무언가를 바라고 시작한 일이 아니었다. 누군가는 해야 할 일이었고, 그 누군가가 자신들이 되었을 뿐이다. 산불이 완전히 번지기 전 그 불을 발견하고 진압할 수 있음을 알기에 나선 것이다.

자신들은 그처럼 당연한 일은 한 것으로 야안은 생각했다.

식사를 끝내고 그동안 자신이 돌보지 못한 검은 야쿤의 머리를 쓰다듬던 야안은 자신의 야쿤 외 이제 주인을 잃은 야쿤들 또한 챙겨주었다.

이후 아직 완전히 화상에서 벗어나지 못한 알렌한드로와 베르뎅과 라쿤, 그리고 악마에게서 상당 부분의 피부가 짓눌린 로지의 상처를 리젠으로 치료한 야안은 그 이후에야 뇌전신공을 운기 하며 몸을 회복하기 시작했다.

오랜만에 하는 운기라 그런지 뇌전신공을 운기 하는 야안은 상당히 긴 시간을 가져야 했다. 근 세 시간의 시간을 들여 운기를 한 야안은 천천히 기운을 갈무리하며 반개한 눈을 떴다. 그는 깊은숨을 토해내며 중얼거렸다.

“후우~ 뇌전신공은 정말 놀랍구나.”

야안의 감탄은 조금의 과장도 없었다.

단 한 번의 운기였지만, 그것만으로도 상당한 기운을 회복할 수 있었다. 그것은 비단 기운 뿐만이 아니라 몸의 상처 또한 눈에 띌 정도로 회복되었다.

이것만으로도 신공으로서 부족함이 없는 듯했다.

그는 운기를 끝낸 뒤 이내 뇌전의 정령 호흡법을 시작했다. 곧 호흡법의 영향으로 머리가 맑아지기 시작했다.

이 정령의 호흡법 또한 오랜만에 하는 탓인지 부족했던 부분들을 만희하려는 듯 긴 시간이 필요했다. 반나절의 시간이 지난 뒤에야 야안은 뇌전의 정령 호흡법에서 벗어났다.

‘이제, 얼마 남지 않았군.’

용사의 칭호로 인해 정령력이 5스탯이 늘어나게 되면서 뇌전의 정령이 깨어날 시기가 상당히 앞당겨졌다. 앞으로 빠르면 두 달, 늦어도 세 달 안에 정령이 깨어날 것이다.

야안은 이번 퀘스트를 성공적으로 완수하게 되면서 뇌전의 정화의 봉인을 더 일깨울 수 있게 되었지만, 앞서 로뎅의 도움으로 봉인이 풀린 뇌전의 정화의 힘도 이제 간신히 자신의 통제하고 있는 지금 그것을 감당할 수 있으리라 생각하지 않았다.

그는 이 봉인은 뇌전의 정령에게 이름을 부여하게 된 뒤 하기로 마음을 다지며 그 후를 기약했다.

정령의 호흡을 끝내고 잠깐의 복수면으로 눈을 붙인 야안은 곧 검을 꺼내 들었다. 그 치열했던 전투를 같이 한 이 전설의 검은 흠 하나 없이 여전히 날카로운 예기를 보이고 있었다. 지난 파란토와의 일전에서 야안은 이 전설의 검의 진면목을 다시 확인할 수 있었다.

그 말도 되지 않은 악마의 공격들을 받아넘길 수 있었던 것을 공으로 나누자면 자신의 실력이 4였고 이 검이 6이었다.

자신의 기운은 배로 강하게 하고 상대의 힘의 충격은 반으로 줄이는 그 검이 있었기에 악마의 공격에서 무너지지 않을 수 있었다.

확실히 지금 일행들의 무기 중 유일하게 남은 무기가 자신의 검인 것을 생각하면 그의 생각은 일말의 과장도 없었다.

용사의 칭호 때문인지 아니면 지난 치열한 일전으로 인해 더욱 단련이 되어서인지 전설의 검에 대한 부담감이 많이 줄어들었음을 야안은 느꼈다.

잠시 자신의 검을 바라보던 야안은 곧 수련을 하기 시작했다.

이번 용사의 칭호와 지난 전투에서 올린 스탯에 의해 상당히 발전된 힘과 민첩을 몸에 적응하기 위해서는 부단한 노력이 필요했기에 그의 수련은 다른 때보다 더욱 고되었다.

1스탯의 변화조차 몸에 적응하는데 고되건만, 이번에는 자금만치 각각 8스탯이나 늘어나게 되었으니 아직 완벽히 몸을 회복하지 지금으로서는 20일 정도의 긴 시간이 지나야 어느 정도 변한 신체에 적응을 할 수 있을 것이다.

이십사수검법부터 시작하여 육대검식, 붉은 실을 펼치던 야안은 이후 붉은 실에 집중하기 시작했다.

찾기 힘든 상급 검법인 붉은 실의 발검술에는 그가 수련해야 하는 부분들이 다 자리하였기에 하는 일이었다.

확실히 신체를 완전히 자신의 통제 아래 두지 못했던 탓에 그의 붉은 실은 지난번과 달리 그 위력이나 기세가 둔중했다.

그 모습은 마치 어린아이가 감당하지 못하는 물건을 들고 끙끙 되는 모습을 보는 듯했다. 하지만 그도 잠시 시간이 지나자, 조금씩 그의 그런 모습들이 사라지기 시작했고 새벽이 올 때쯤 기본적인 형태가 잡혔다.

흠뻑 땀을 흘린 야안은 공간의 주머니에서 헝겊을 꺼내어 땀을 닦은 뒤 뇌전신공을 운기 했다.

운기를 마쳤을 때는, 이미 모든 일행이 잠에서 깨어나 갈 준비를 마친 상태였다. 베르뎅이 준비한 음식을 감사히 먹은 일행들은 곧 해가 뜨는 것을 보며 야쿤들을 이끌고 움직이기 시작했다.

그렇게 오일이 지난 뒤에야 야안 일행들은 모던 백작 영지에 도착할 수 있었다. 전선이 밀리게 되면서 지원을 하게 된 모던 백작 영지는 수많은 상인과 더불어 군사훈련을 실시하느라 상당히 분주하였다.

백작의 영지답게 거대한 시장이 형성되어 있었다. 전쟁을 앞둔 터라 상당수의 전쟁상인들이 오가고 있어 야안은 그곳에서 알레한드로와 오스가 임시로 쓸 검을 구입할 수 있었다.

그간 잡은 몬스터 가죽을 팔아 산 것으로 임시로 쓸 것치고는 검의 질은 뛰어난 편이었다. 능히 준 명검이라 해도 손색은 없었다.

날이 많이 풀려 이제 제대로 된 봄이 왔다. 화사한 봄 날씨와 어울리지 않는 깊은 두건을 쓴 채 그 비싸다는 열 마리의 야쿤을 몰고 성을 지나가는 그들의 모습은 분주한 시장에서도 확연하게 눈에 띄었다.

“이곳인가 보군요.”

만나기로 한 여관은 이곳 영지에서도 상당히 유명한 듯했다. 하기야 다른 대영지에서도 볼 수 없는 8층이나 올린 이 거대한 건물은 저 먼 곳에서도 눈에 띄는 것이긴 했다.

야쿤들을 여관 앞에서 서성이는 어린 하인들에게 맡겼는데, 그들은 검은 야쿤은 보지 못했는 듯 몹시 놀란 표정이었다.

검은 피부 탓에 한층 고약해진 인상 탓인데 그도 잠시 그보다 그 덩치나 힘이 여타 야쿤들과 비교할 수 없었던 터라 하인들은 한참을 끙끙대어야 했다.

여관 안으로 들어가기 무섭게 누군가 자신들을 반겼다. 바로 지난 상당한 기간을 같이 보낸 상단의 한 상인이었다.

밀리 바로 밑의 행상 중 하나로 머리가 벗겨진 삼십 대 중반의 이 사내는 야안 일행에게 얼른 다가왔다.

“생각보다 빨리 오셨군요. 일은 잘 끝나셨습니까?”

“그러하네. 많이 기다렸는가?”

야안의 말에 사내는 손을 저었다.

“아닙니다. 저희도 어제 막 도착하였습니다. 혹시나 몰라 미리 방을 잡아 두었으니 따로 잡지 않으셔도 됩니다.”

“아! 고맙네. 그렇지 않아도 걱정했건만.”

확실히 영지에 많은 이들이 몰린 터라 과연 이곳에 방이 남아 있을까 걱정했던 야안은 그제야 안도를 표했다.

곧 사내는 주인에게 부탁하여 방을 안내해 주라 말했고, 주인은 지나가는 하인을 불러들여 방을 안내하게 했다.

도시의 명물답게 이 여관의 내부 또한 기대 이상이었다. 방들 사이의 복도는 붉은 카펫이 깔려 있었고, 복도 중간 중간에는 이름 모를 아름다운 그림들이 걸려 있었다. 하인은 7층으로 그들을 데려갔는데, 그 층이 높은 터라 계단의 수는 상당했다.

위층일수록 귀한 방인 듯 각 층의 방 개수는 확연히 줄어 있었다. 과연 짐작한 대로 하인이 그들에게 안내해 준 방은 대단히 넓었다.

아니, 단순히 넓었을 뿐만 아니라 여느 귀족의 별장 못지않게 아름다웠다. 특히 강화 유리로 만들어진 창 너머로 햇살이 가득 들어오고 있는지라 그 풍경이 이색적이면서 놀라웠다.

숫자가 줄어든 덕분에 방은 각자 하나씩 돌아가게 되었다.

야안에게 배정된 방은 가장 안쪽의 방이었는데, 건물의 모서리에 있는 탓인지 그의 방 유리창 너머로 볼거리들이 많았다.

아침에 향초를 피워 놓은 듯, 방 안은 은은한 향이 맴돌고 있었다. 사람이 오기 전 정화시키기 위해 피워놓은 것 같았다.

넷, 다섯 명이 한 번에 누워도 부족하지 않을 것 같은 침대 한쪽에 짐을 풀던 야안은 준비된 뜨거운 욕조 안으로 몸을 풀었다.

그의 잘 단련된 조밀한 근육들은 욕조 아래로 몸을 감추었다. 머리까지 전부 들어선 야안은 한참을 나오지 않았다.

단련된 그의 폐활량은 대단히 뛰어난 편이라 상당히 긴 시간을 잠수한 그는 뻘겋게 달아오른 얼굴을 한 채 밖으로 모습을 보였다.

뜨거운 물에 조금씩 뭉쳐진 근육들이 풀어지는 것이 느껴졌다.

‘좋군.’

그간의 고된 일에 황폐해진 마음이 알게 모르게 풀어지는 듯했다. 잠시 그는 그 욕조 안에서 복 수면을 하였다.

그렇게 그는 잠깐의 잠에 빠지며 지난날을 회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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