야안 150화
그렇게 만든 일만의 병력이라면 마크 자작은 카람 백작의 병력이 아무리 사납게 일어선다 해도 상대하는 것은 어려운 일이 아니라 여겼다.
야안은 올해 농노들의 수나 편입된 유민들의 수가 많은지라 그들 7,000명을 대상으로 800에 달하는 군사로 뽑았고, 대장장이와 목수들은 각 30명을 뽑았으며, 행정직은 50명을 뽑았다.
이번에도 인재라 할 만한 이는 제법 되었는데, 수재 정도의 머리를 지닌 이가 9명이나 되었고, 준천재라 할 정도의 이 1명을 발견했다.
카이라는 자로 암기 쪽에서는 수재보다 좀 못한 면이 있었지만, 연산 능력에는 천재라 할 만한 이였다. 야안은 그를 론에게 보내었다.
그의 존재는 무역을 하는 상인인 론에게 꼭 필요한 존재였다. 야안은 론이 그 아이를 잘 키울 수 있다면 앞으로 점차 늘어날 상행을 능히 감당할 수 있을 것으로 여겼다.
또한 그 덕분에 보고의 내용도 간략해질 것이니, 영지의 입장에서 보아도 다행스러운 일이었다.
지난 모든 기력을 다해 2,000의 병사를 뽑아 출전을 시키다 고스란히 마크 자작에 잃고 만 나프롬 자작 가는 이제 회생불가의 출혈을 맞아야 했다.
나프롬 자작 가에 남아 있는 병력은 겨우 300 정도에 불과했다. 이들 대부분이 보병에 불과했기에 불만이 최고조에 오른 영지의 백성들이 반란이 일어나지 않도록 주의하는 것만이 그가 할 수 있는 최선의 선택이었다.
마크 가에서 풀어낸 밀정에 의해 영지를 떠나는 영지민의 수는 하루가 다르게 늘어났지만, 이미 제어할 힘을 잃은 나프롬 자작은 제재할 수 없었다.
치안이 엉망으로 변한 터라 살기 위해 영지를 떠나던 영지민의 대다수가 마크 영지의 문을 두드리었다. 타국의 피난민들도 받아들이는 마크 영지라면 자신들도 받아 줄 것으로 판단했기 때문이다.
덕분에 마크 영지의 인구는 반년 사이 다시 오천이 더 늘어나게 되었고, 그 수는 시간이 지날수록 더욱 늘어날 예정이었다.
올해의 농사는 상당히 잘 이루어졌다. 특히 와인의 생산량이 크게 증가했는데, 이는 개량을 한 비료 덕분이었다.
덕분에 수출이 늘어나 영지의 사정은 더욱 넉넉해졌다. 화전을 놓아 밭을 일군 곳에서도 상당한 량의 곡식을 얻은 터라 지난 저장해둔 곡식을 풀자 충분히 농노들을 먹여 살린 식량을 확보할 수 있었다.
그처럼 풍족한 가을 야안에게 경사적인 일이 생겼다.
둘째가 세상에 나온 것이다. 이번에도 아들이었는데, 우량아였다. 야안은 둘째 아들에게 그의 마지막 스승이었던 로뎅 님의 이름을 붙여 주었다.
이 둘째의 재능이 검이나 정령에도 어느 정도 있었으나, 아론과 달리 현자 쪽에 특화되어 있음을 알았기 때문이다.
로뎅은 대단한 천재였다. 암기는 엘룬에 달했고, 연산 능력은 한스에 못지않았다. 능히 그의 세 번째 스승이었던 로뎅처럼 위대한 현자가 되기에 충분한 조건을 갖추고 있었다.
그의 둘째 아들이 태어났다는 소식에 마크 자작은 크게 기뻐하며, 손수 방문해 그를 축하해 주었다.
지난 야안의 하나뿐인 자식인 아론을 양아들로 삼은 터라 미안한 점이 많았는데, 다행히 야안이 둘째 아들을 보게 되자 마음의 짐을 어느 정도 덜 수 있게 되었다.
이로서 야안의 가문인 베론의 성을 잇게 된 것이다.
그간 아론의 일로 침울했던 야안의 가족들은 이번에 태어난 로뎅 덕분에 그 아쉬움을 어느 정도 감출 수 있었다.
아론은 자신의 동생이 태어나자 바쁜 일정에서도 시간을 내어 매일 로뎅을 보러 왔는데, 아직 갓난 아기라 하지만 사내라 보기에 워낙 미색이 고운 터라 여간 예쁜 것이 아니었다.
너무나 귀여워 아론은 저도 모르게 만지작거리다 매번 울려 버렸는데 그때마다 아론은 어쩔 줄 몰라 당황스러워했다.
멜리나는 그런 아론에게 꿀밤을 주고는 로뎅을 진정시켰고, 아론은 맞은 부위를 만지작거리다가도 로뎅이 울음을 그치며 방긋 웃는 모습에 앞니가 빠진 얼굴로 히죽거리며 웃음을 흘렸다.
야안은 이제 다섯 살이 된 아론의 머리를 쓰다듬어 주며 성에서 하지 못한 교육을 집에서 행하였다.
야안은 그간 시간이 날 때마다 몬스터 사냥을 나선 끝에 그간 레벨을 13을 더 올릴 수 있었다. 그로서 본래 작년 영지에 들어섰을 때만 해도 그 레벨이 108이었던 그의 레벨은 121이 되었다.
이로써 여유 스탯이 25나 된 것이다.
야안의 변화는 그뿐만이 아니었다. 뇌전의 정령 호흡법으로 이제 완전히 하급 정령 익스퍼트에 들어섰고, 마나는 뇌전신공과 마나 집약진 덕분에 그 사이 50이나 늘어나는 쾌거를 보였다.
그 덕분에 최근 들어 푸리를 검만으로 상대하는 것이 가능해졌는데, 이는 그가 상급 익스퍼트의 끝자락에 들어섰다는 것이라기보다는 건곤대나이의 묘용과 뇌전신공에 의해 다듬어진 그의 기운이 일순간에 뿜어낼 수 있는 양이 상당히 많아지면서 생긴 일이었다.
발전된 것은 검만이 아니었다.
마법 또한 큰 진전을 보이었는데, 최근 들어 벽에 부딪힌 터라 스승이신 로뎅의 책자를 살펴보며 어둠 속에 헤매던 진리의 길을 찾아내었다.
물론 그 벽이라 하는 것이 고위 현자의 문을 두드렸다는 것이 아니었다. 중급 현자 마스터의 경지에도 수많은 벽이 자리했는데 야안은 그중 가장 높은 벽들 하나를 넘어선 것에 불과했다.
덕분에 야안의 마법 시전은 한층 더 부드럽고 빨라졌으며, 고위 현자 비기너 급의 마법 또한 늘어난 마나에 힘입어 그 횟수가 증가하게 되었다.
지난 로뎅이 나긴 유품에 의해 룬조각의 습득률도 조금씩 부지런히 늘어났는데, 야안이 그간 만들어낸 마법 물품 중 가장 뛰어난 물건을 말하자면 바로 ‘파토’ 의 망토라 할 수 있다.
‘파’의 주머니를 응용한 것으로 이 ‘파토’의 망토를 이용하면 주위의 이들은 그를 대기의 공기처럼 인식하게 된다.
[‘파토’의 망토
등급 : B
고대 대현자 테무드가 만든 마법이 가미된 마법 물품이다. 마법을 시전하면 망토를 쓴 이의 모습만이 아니라 그 기척까지 사라지게 한다. 인간의 한계에 다다른 자가 아니라면 느끼지 못한다. 하루 1회 1시간 동안 발동할 수 있다.
* 마법 시전 시 800의 마나를 추가한다면 마법의 효력이 2시간으로 늘어나게 된다.
* ‘파토’의 망토를 쓴 상태에서는 마법이 실패할 확률이 높다.]
단순히 시각만을 빼앗는 것이 아니라 촉각마저 빼앗기에 상급 유저의 수준의 존재라 하여도 바로 코앞의 그를 인식 못 하는 것이다.
현자인 경우 초급 현자 익스퍼트까지 통용되는 것이기도 했다.
이것에 야안의 움직임이 가미된다면 그는 수많은 적 사이를 뛰어넘어 본래의 목적을 이룰 수 있을 것이다.
이 ‘파토’의 망토를 만드는 데 사용된 마정석만 하더라도 상급 마정석이 3개에 중급 마정석이 2개에 달했다. 또한, 여러 희귀 마법 물품들이 사용되었으며 미스릴도 300g이나 이용되었다.
하지만 앞서 설명처럼 이 마법 물품은 그 값을 하고도 충분히 남을 정도의 가치가 있는 물건이다.
본래 ‘파토’의 마법이 고위 현자 급의 마법이라는 것을 상기한다면 사실 지금의 그로서는 완성할 수 없는 물건이었지만, 초감각에 달할 정도로 높은 그의 행운이 그 같은 기적적인 일을 해내게 했다.
이 덕분에 룬 조각의 습득률이 상당히 늘어나 28%에 달하게 되었는데 그로서 행운과 지혜가 4스탯이나 늘어나게 되었다.
행운이 4스탯이나 늘어나게 되어서인지 모르나 그간 아무런 진전이 없었던 ‘리트담의 저서’ 쪽에도 변화가 생겼다.
아니, 정확히는 야안이 눈여겨보던 돼지를 닮은 그림 3장에서 이질적인 느낌을 받았다는 것이 더 정확한 말일 것이다.
‘이것은 한 장씩 보는 것이 아니다. 이어지듯이 보아야 한다.’
야안은 직관적으로 그래야 함을 깨달았다. 그리고 이때를 위해서라는 듯 야안은 모아둔 스탯 중 행운에 10스탯을 부여했다.
그러자 좀 더 명확한 느낌이 뒤를 따랐다. 하지만 아쉽게도 그 명확한 느낌에서 멈추었다. 자신이 보는 방법과 그림이 묘하게 이어진다는 것을 알았지만 더 이상은 진전은 없었던 것이다.
야안은 다시 10스탯을 부여했고, 그제야 주술이 발동되기 전의 느낌을 받게 되었다. 그리고 초감각을 통해 3장의 그림 속의 존재가 사실 같은 존재임을 깨달았다.
이는 참으로 묘한 일이다. 분명 그림 속의 존재는 그 얼굴 형태는 물론이며 골격 또한 확연하게 차이가 난다.
그림이 워낙 상세한지라 세월이 가져다주는 그 노화된 형태의 근육의 흐름도 볼 수 있었는데 그 근육은 적어도 반백 년의 세월이 흘러야 굳어지는 것이었다. 한데 이 3장의 그림은 그 같은 근육이 크게 차이가 난다.
“기괴하다.”
야안은 그 짧은 한 마디는 그의 심정을 가장 정확히 대변하는 말이었다. 그 같은 차이에도 같은 존재라는 느낌이 명확히 느껴지니 기괴한 일이었다.
하루가 지나고 이틀이 흘러 나흘이 되던 날. 야안은 자신의 눈앞이 흐릿해지는 것을 느끼었다. 그리고 강렬한 빛이 책에서 일렁이더니 이내 야안의 흐릿해지는 눈 속으로 사라졌다.
대륙의 12개의 나라에서 가장 기괴한 종족들을 꼽는다면 텐, 무, 라 이 세 종족을 말할 수 있다.
왜 그들을 가장 기괴한 종족들이라 하는 이유는 이 텐, 무, 라는 이 종족들은 본래는 세 개의 종족이면서 또한 하나의 종족이기도 한 탓이다.
그 때문에 이 대륙의 12개의 종족은 10개의 종족으로도 볼 수 있다.
그런 이유로 어떤 종족들은 이들 텐, 무, 라를 텐무라로 한 번에 부르기도 하였다. 그들이 그처럼 세 종족으로 나누는 이유는 태어났을 때는 하나의 존재였다가 성장하면서 셋으로 나누어지기 때문이다.
겉모습은 비슷하였고, 그 운동능력이나 지적 수준도 비슷하였지만 그럼에도 그들을 세 종족으로 나누는 이유는 성인이 되어 완벽히 다른 개체로 된 이 세 종족을 한 공간에 두면 그들 중 단 한 존재만이 살아남기 때문이다.
그것은 둘일 때도 마찬가지였다. 자연히 나라는 세 개로 나누어질 수밖에 없었다.
그래도 차이점이라 한다면 이들이 죽었을 때의 변화였다. 텐은 바람으로 사라지며, 무는 흙이 되고 라는 불이 되어 산화했다.
이들 텐무라는 본래 다툼을 지극히 싫어하는 종족이었다.
그 때문에 이들 세 나라는 과거 다른 나라의 침입에 힘없이 밀렸던 터라 세 나라가 합쳐도 다른 한 나라의 영역에도 이루지 못한 상태였다.
그나마 다행히도 수많은 나라의 침입을 받은 탓인지 이들은 성을 짓는 기술이 뛰어났고, 수성 능력도 향상되어 나라를 잃는 지경까지는 가지 않았다.
야안은 이 세 나라 중, 무의 나라에서 태어났다.
그의 부모님은 시골에서 평생을 농사하는 이였다. 자신이 태어나기 전 극한 가뭄에 시달려 조상님이 남겨주신 땅을 팔 수밖에 없었는데, 그 때문에 일 년을 부지런히 움직여야 겨우 먹고 살만큼의 땅이 있었을 뿐이다.
야안은 이른 나이에 농사를 짓기 시작했는데, 이는 자신의 아버지가 징집되었다가 전쟁에서 죽었기 때문이었다.
다행히 무 종족은 여자도 힘이 뛰어난 편이라 먹고 살길이 영 막히지는 않았다. 하지만 그렇다 하더라도 남자보다는 약했고, 땅이 작은 탓에 야안의 어머니는 하루의 시간이 짧다 여겨질 정도로 부지런히 움직여야 했다.
가난이 야안을 일찍 철들게 하였다. 그는 어린 시절부터 친구들이 놀기 시작했을 때부터 흙을 만져야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