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야안-151화 (151/385)

야안 151화

시간이 지나 분열의 기간이 다가왔고, 야안은 둘이 되었다 다시 셋으로 늘어났다.

그 시기 셋으로 늘어나 유일하게 같이 있을 수 있는 이년의 시간 동안 야안은 최대한 열심히 일을 하여 돈을 모았다.

이 당시 과로로 어머니께서 쓰러져 약값을 벌어야 했기 때문이다. 다행히 아직 어렸지만 사내 셋이 부지런히 일을 하자 어머니의 마지막은 그럭저럭 평안하게 보낼 수 있게 되었다.

이들 종족이 성인이 되는 나이는 12살이었다.

야안은 11살의 마지막을 보내던 시기 그들은 흙으로 변한 어머니를 대지에 돌려보내며 헤어졌다.

무의 야안은 또다른 자신의 여비를 위해 땅을 쪼개어 팔았다. 최소한 그 나라에 가서 그 기틀을 마련하기를 바라서였다.

텐과 라의 야안은 무의 야안의 배려에 고마워하며 각자의 길이 잘 이루어지기를 바라고 또 바랐다.

무의 야안은 땅을 쪼개어 판 탓에 더 가난해졌지만, 그에게는 아직 젊음이 있었다. 또한 이른 시기에 철이 들어 부지런함을 미덕으로 삼은 탓에 그는 먹고 살길에 대한 걱정은 없었다.

무의 야안은 매해 하늘과 싸워야 했다.

땅을 일구는 농부였지만, 역설적으로 하늘의 영향을 가장 많이 받는 존재이기도 했다. 비가 내리지 않으며 부지런히 물을 찾아 길러야 했고, 바람이 많이 부는 날에는 이삭이 떨어질까 걱정해야 했다.

해충을 잡아야 했으며, 참새들을 쫓아야 했다. 봄, 여름, 가을이 지나 겨울이 온 뒤에야 무의 야안은 어느 정도 시간이 남았지만, 그것도 잠시였다.

농부 일을 한 지 십 년이 되던 해 그간 모아둔 돈으로 값이 싼 황무지를 사들인 터라 그것을 개간하기 위해 겨울에도 그는 일해야 했다.

값이 싼 만큼 워낙 거친 황무지라 돌들은 거르고 걸러도 쉼 없이 나왔다. 처음 큰 돌들을 치우느라 그의 몸은 몇 번이고 경련이 일어나곤 했다.

끙끙거리며 큰 돌들을 치운 뒤는 더 문제였다. 마치 그곳이 돌산이기라도 하는 듯 조약돌을 캐느라 그는 그 추운 겨울 내내 비지땀을 흘려야 했다.

“하~ 어쩐지 값이 싸다 하더니.”

나무를 태워 몸을 녹이던 야안은 자신이 속았다는 것을 알았지만, 어린 시절의 영향 때문인지 땅에 욕심이 많았던 야안은 스스로 다독였다.

이 일이 끝나면 예전 어머니와 살 때만큼의 땅을 가지게 된다.

그렇게 되면, 지금보다 그 수입은 더 늘 것이고 그 돈으로 땅을 더 사들일 수 있었다. 내년부터는 더 이상 남의 땅에서 일하지 않아도 된다.

힘이 뛰어난 편은 아니었지만, 지구력은 뛰어난지라 그는 겨울이 채 가기 전에 밭을 만들 어 낼 수 있었다.

갈고리로 고랑을 만들어 곡식을 심은 야안은 그해 자신이 예상한 것보다 큰 수확을 이루어낼 수 있었고, 그렇게 몇 년 지나지 않아 그는 예전 그의 조상이 남겼던 땅만큼이나 큰 땅을 가지게 되었다.

남들 못지않은 땅을 지닌 농부가 되자 그제야 그는 동네 어른의 주선으로 혼인을 하였다. 부인은 왠지 어머니를 닮은 여인이었다.

미색은 고운 편은 아니었지만, 그 성정이 억척스러운 면이 있어 자식들에게는 잘해줄 듯 보였다.

아이를 낳았다. 사내가 셋이었고, 여자아이가 둘이었다.

그는 집에 아이가 늘어날 때마다 더욱더 땅과 함께하였다. 식구가 많아질수록 필요한 곡식도 늘어났기 때문이다.

가끔 지독한 가뭄이 들어 힘이 들기도 했지만, 그는 매번 땅에 기대어 하늘과 싸워 이겨내었다.

세월이 흘러 아이들이 분열의 과정을 걸쳤고, 그는 성인이 되어 흩어져야 하는 아이들에게 자신이 그러했듯 땅을 팔아 여비를 마련해 주었다.

덕분에 평생을 일하여 넓힌 땅이 반 이하로 줄어들게 되었지만, 그는 그것으로도 괜찮다 생각했다.

땅이 줄어든 것은 아쉬운 일이지만, 그만큼 자식들이 편해졌다면 그것으로 괜찮은 것이다. 많이 신경 쓰지도 못했는데, 억척스러운 부인 덕분에 그래도 자신만큼 텐과 라 아이들의 앞날은 막막하지는 않았다.

예전 라에게 소식이 있었다. 대장장이 일을 하게 되었다 하는데, 라의 야안은 혼인을 하지 않아 걱정하지 말고 자식들을 자신에게 보내라 하였다.

텐의 야안은 소식이 끊긴지 벌써 이십 년도 넘었지만, 무의 야안은 그가 잘살고 있음을 알고 있었다. 육체는 달라도 영혼은 하나라 다른 야안의 감정을 어느 정도 느낄 수 있기 때문이다.

무의 야안은 무의 자식들과 함께 농사를 지으며 조금씩 돈을 모아 땅을 넓혔다. 자식들이 많은 만큼 땅도 그만큼 나누어야 했기 때문이었다.

평생을 아는 것이 땅뿐이라 그는 아들과 딸에게도 땅에 대해 가르쳤다.

무의 자식들에게 본격적으로 땅에 대해 가르친 지 몇 년 되지 않아 야안은 자신이 알고 있는 모든 것을 가르칠 수 있는 일이 생겼다.

극심한 가뭄이 든 것이다.

그와 그의 자식들은 지독한 싸움을 해야 했다. 우물이 말라버려 먼 곳에서 물을 길어 와야 했다. 하늘은 무정할 정도로 비를 내리지 않았고, 그들은 어떻게든 살아남기 위해 발버둥쳐야 했다.

가뭄은 삼년 동안 지속되었고, 그는 가뭄 속에서 그간 벌어들인 땅을 팔아야 했다. 그 과정에서 막내딸이 역병에 걸려 죽고 말았다.

어려 면역성이 낮은 만큼 제대로 먹지 못해 생긴 비극이었다.

“아~ 다른 나도 이 못지않은 위기를 맞이하였구나.”

같은 운명과 영혼을 지닌 만큼 무의 야안은 다른 야안들의 고통을 느낄 수 있었다. 그는 그 동질감에서 조금씩 힘을 내어 버티고 또 버티었다.

삼 년의 가뭄이 지난 다음 해가 되어 평작을 이루었다.

그간 살아남기 위해 야안은 이제 처음 그가 처음 가졌던 작은 땅밖에 없었지만, 그는 실망하지 않았다.

하늘은 매정하기만 했지만, 땅은 어머니와 같았다. 언제나 노력한만큼 땅은 한없이 자신에게 보답을 하였다.

그렇게 오 년이 지나 예전만큼의 땅을 가지게 되었던 그는 자신의 자식들을 하나둘씩 혼인을 시켰다. 아이들이 하나씩 혼인을 할 때마다 땅은 그만큼 줄어들었지만, 그는 걱정하지 않았다.

시간이 흘러 예전 어머니와 함께 일구었던 정도의 땅만을 가지게 된 그는 자신을 모시고 살려는 아들 내외를 뿌리치고 여전히 땅과 함께 살아갔다.

나이가 들어 예전만큼 힘을 쓰지 못했지만, 그는 땡볕 아래에서 부지런히 땅을 만진 터라 자신과 부인이 먹을 식량 정도는 충분히 얻을 수 있었다.

세월이 지나 오랜 세월 함께한 부인을 먼저 떠나보낸 야안은 이제 손자 손녀들이 성인이 되어 뿔뿔이 흩어지는 것을 보며 마지막 자신의 땅을 팔아 떠나는 손주들의 여비를 마련했다.

그의 아들 내외들은 펄쩍 뛰며 괜찮다 했지만, 야안은 손을 저었다.

그는 알았던 것이다. 봄이 가면 여름이 오고, 이내 곡식이 익는 가을이 되다 결국 겨울이 오는 것처럼 자신도 겨울을 맞이했다는 것을.

다행히 가장 어린 손자들의 성인식까지 보게 되었다는 사실에 그는 크게 기뻐하며 조용히 죽음을 맞이했다.

무의 야안의 육체가 흙으로 돌아가면서 어디선가 바람이 불어오는 것을 느꼈다. 또한, 불의 열기를 만나게 되었다.

죽음의 마지막이 되어서야 흩어졌던 자신들은 만나게 된 것이다. 자신 중 가장 밝은 기운을 보이던 텐의 야안이 무의 야안에게 물었다.

“너의 삶은 행복했는가?”

그의 말에 무의 야안은 몸이 흙으로 완전히 돌아갈 때쯤 대답했다.

“땅을 먹고 살았다. 땅에서 태어나고 땅으로 돌아갔다. 땅에서 난 것으로 자식들을 먹여 살렸고, 땅 덕분에 고난 속에서도 희망을 잃지 않았다. 나의 삶은 행복했는가? 그래, 나의 삶은 행복하였다. 언제나 어머니께서 나와 함께하셨으니.”

야안은 부디 지금의 깨달음이 자식들도 느끼기를 바라며 그렇게 불어오는 바람과 뜨거운 열기와 함께 흙이 되어 흩어져갔다.

무의 나라를 지나 들어선 라의 나라의 거리는 화려했다.

일을 구하려고 일부러 라의 나라의 중심지로 이동한 이유도 있겠지만, 무의 나라에서 찾아보기 힘든 기괴한 금속품들이 거리에 즐비했다.

라의 야안은 외진 시골에서 땅만 보며 자라났기에 그런 금속품에 눈이 절로 돌아갈 지경이었다.

“라의 나라는 대장장이들이 많다고 하더니. 과연 그만큼 금속품들이 발전했구나.”

야안의 그 말처럼 이곳 라의 나라는 여타 다른 나라보다 금속을 다루는 재주가 상당히 뛰어난 편이었다.

라의 종족들이 죽음을 맞이하게 되면서 산화하는 불꽃은 그 어떤 금속도 정련할 수 있는 열기를 띄우게 된다. 특히 그 신념이 강한 자일수록 그 불꽃은 뜨거워지는데, 이런 영향으로 라의 나라에는 장인들이 많았다.

다툼을 싫어하는 지라, 무기나 방어구보다 자연히 공예품 쪽에 발달할 수밖에 없었는데, 그래도 나라를 지켜야 하는 터라 의무적으로 대장장이들은 무구들을 만들어야 했다.

어쩔 수 없이 만드는 물건인 만큼 그 질이 낮았지만, 그렇다 해도 이곳에서 나오는 무구들은 대부분 다른 나라에서는 찾기 힘들 만큼 뛰어난 물건들이었다.

이런 무구에 힘입어 텐무라의 나라들은 여타 다른 나라들의 침입을 막을 수 있었다.

자연히 라의 나라에는 이와 관련된 직업들이 많았는데 야안이 그곳에서 처음 구한 일은 화덕에 바람을 넣는 일이었다.

본래 대장장이 견습생들이 하는 일이 이 풀무질이라 이제 막 일을 배우는 야안은 감히 할 수 없었지만, 야안이 일을 하게 된 대장간은 워낙 작고 외지에 있었고, 또한 이곳 대장장이가 추구하는 게 달랐던 탓에 아무도 이곳에서 일을 하지 않게 되며 가진 기회였다.

겨우 10미터도 채 되지 않는 좁은 대장간이었지만, 이곳의 대장장이의 실력은 여타 다른 대장장이와 비교해도 뒤지지 않는 솜씨를 가지고 있었다.

울퉁불퉁한 연륜을 말해주는 모루가 화덕 앞에 자리하고 있었다. 화덕을 바라보던 주인이 야안에게 소리쳤다.

“불이 약해.”

그 말에 야안은 젖 먹던 힘까지 끌어모아 풀무질을 하기 시작했고, 말없이 이글거리는 불꽃들이 자리한 화덕 속을 바라보던 대장장이는 어느 순간 눈빛을 빛냈다.

‘깡깡깡-’

완벽한 시점이라 여겨 화덕에서 꺼낸 빨갛게 달군 쇳덩이를 거대한 망치로 두들기기 시작했는데 그의 눈은 어느 한 점에 고정되어 있었고, 망치로 두드리는 곳 또한 한 곳에 고정되어 있었다.

그 모습에 풀무질을 하느라 숨을 헐떡거리던 야안은 이내 비오듯이 쏟아지는 땀을 닦지도 않은 채 그 모습을 지켜보았다.

여타 다른 대장간들처럼 이곳도 말로 차근차근 가르치지 않았다. 대장장이의 옆에서 같이 호흡하며 같은 곳을 바라보면서 기술을 배우는 것이다.

야안은 이곳에서 일한 지 이제 3년이 되면서 대장장이들마다 그 망치 소리가 다른 것만큼, 그 숨결도 다르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

숨이 길고 느릴수록 그 대장장이의 솜씨는 뛰어났다. 하지만 그런 숨결을 갖는다는 것은 쉬운 일이 아니었다.

온몸이 타들어 갈 것 같은 뜨거운 불길 앞에서 거대한 망치를 들고 쉼 없이 내려쳐야 하는데, 그런 숨을 가지는 것은 지극히 어려운 일이었다.

하지만, 이곳의 주인인 대장장이는 한 번의 숨으로 하나의 모난 곳을 잡을 수 있는 실력을 가지고 있었다.

이곳에서도 보기 힘든 장인 수준의 솜씨였다.

그처럼 뛰어난 솜씨를 지녔음에도 다른 라의 종족들이 이곳에서 일하지 않는 것은 이곳 대장간에서 추구하는 바가 다른 곳과 확연하게 달랐기 때문이다.

대장간 마다 추구한 것이 다른 데 이곳은 특이하게도 무기를 만드는 것에 관심이 있었다.

다툼을 싫어하는 라의 종족과 무기를 만드는 것은 자연히 맞지 않았기에 후계를 얻기가 어려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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