야안 161화
반면 마탄은 테리에게 맡기었는데 그의 출신이 농노라는 점을 보아 그를 잘 이해하여 가르칠 것으로 판단해서이다. 푸리의 경우를 보아도 그는 스승으로서 자격이 뛰어난 편이었다. 그 자신이 워낙 부지런했으니 제자들도 자연 부지런해질 수밖에 없었다. 또한, 눈썰미가 예리해 문제점들을 빨리 파악해 수련이 어긋나게 흘러가지 않게 했다.
초가을이 되어, 한스가 중급 현자 비기너에 올라섰다. 예상한 시일보다 늦은 편이었지만, 이는 두 영지를 합병하게 되면서 생긴 업무의 양에 제대로 수련을 하지 못해서였다.
야안은 크게 축하해 주며 그에게 올해 봄부터 제작을 시작한 진리의 지팡이를 그에게 선물로 주었다.
이 진리의 지팡이는 알리의 마법 물품 중 중급에 자리한 물건으로 고대 시절 현자들은 이 진리의 지팡이를 다루어 마법을 펼쳤다.
현자의 지팡이와는 비교할 수 없지만, 체외의 마나의 흐름을 다스리는 데 20%가량 상향시켜 주는 능력을 지니고 있었다.
그 능력에 맞게 쓰인 재료도 평범하지 않았다. 미스릴과 더불어 벼락 맞은 소나무, 상급 마정석 하나와 여러 정제 물건들이 쓰였다. 아직 야안이 만들기에는 벅찬 물건이었지만 대장장이의 칭호를 달고 반년 간 고련 끝에 이 물건을 완성할 수 있었다.
덕분에 룬의 조각의 습득률이 상당히 늘어나게 되었고, 지혜와 운 또한 각각 7이 늘어나는 성과를 거두었다.
경지보다 상당히 뛰어난 수식의 이해도를 지닌 한스에게 있어 보물과도 같은 물건이었다.
야안은 지금의 시기가 중요하다는 것을 알기에 그에게 한 달간 휴가를 주어 스스로 돌아보는 시간을 가지게 하였다.
이후 한 달간 한스는 야안의 폐쇄된 던전에서 살다시피 하며 스스로 다스렸고, 야안은 시간이 날 때면 그를 찾아가 그를 이끌었다.
덕분에 그는 중급 현자 비기너의 경지를 빠르게 수습하게 되어, 추수를 할 때쯤 다시 자신의 일자리로 돌아올 수 있었다.
두 영지의 합병이 수습되고 추수시기가 오자 시간이 남게 된 야안은 이제 제자가 사라진 텅 빈 수련장에 홀로 남아 묵묵히 수련을 하기 시작했다.
3년이라는 시간은 그에게 있어 결코 짧은 시간이 아니었다.
영지의 확장과 몰려드는 난민들을 받아들이며 영지를 안정시키는데도 많은 시간을 투자해야 했지만, 지난 악마와의 전투를 상기하며 자기 계발에 더욱 박찬 그였다. 또한, 시간을 내어 몬스터들을 사냥하며 레벨을 올리기도 했기에 그는 하루를 일 년 같이 써야만 했다.
그 덕분에 지난 3년간 그의 레벨은 24를 올릴 수 있게 되었고, 그의 검은 크게 발전하여 지금은 상급 익스퍼트의 끝자락에 자리하게 되었다.
이는 아무리 이방인의 능력을 지닌 야안이라 해도 불가능한 성장이었지만, 지난 주술로 초감각(미들)이 향상되면서 습득률이 2배의 속도로 불게 되면서 가능해진 일이다.
검의 구도 제 뜻대로 조절하게 되었는데, 그로서 야안은 푸란을 검으로 쓰러트리는데 90% 이상의 승산을 가지게 되었다.
또한 검 못지않게 마법에도 큰 성과를 이루었는데, 바로 상급 현자 비기너의 문턱을 두드릴 수 있게 된 것이다.
올해 초여름 이 경지에 도달하게 되었는데, 이 또한 초감각(미들)에 의해 그 벽이 얇아지게 되면서 가능한 일이었다.
야안은 스승이신 로뎅께서 남겨주신 수련일지를 살피며 차근차근 앞으로 나아가고 있었다. 그 같은 벽에 부딪히자 야안은 수련일지의 가치가 자신의 예상한 것보다 더 뛰어나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
또한 왜 로뎅께서 경지에 이르지 않으면 보지 않으라 했는지 그는 깨닫게 되었다. 확실히 상급 현자의 길은 지금까지의 길과 상반된 점이 많았다.
지금에서야 온전히 그 뜻을 이해할 수 있었지, 만약 이른 시기에 그 가르침을 살폈다면 자신은 먼 길을 돌아가야 했을 것이다.
야안은 로뎅의 수련일지를 본 삼아 지금의 속도라면 올해가 가기 전에 상급 현자 비기너에 들어설 수 있을 것으로 판단했다.
그 같은 성장의 배경에는 현자의 지팡이가 있었다.
아직 봉인된 현자의 지팡이임에도 이전에는 자신이 감당하지 못한 물건이라 그저 인벤토리에 두어야 했다.
하지만 중급 현자 마스터의 끝자락에 오르게 되면서 어느 정도 감당을 할 수 있게 되자, 현자의 지팡이를 가까이하게 된 야안은 대우주의 마나와 시전자의 소통을 돕는 현자의 지팡이로 덕분에 자연스럽게 그 시일을 줄일 수 있게 되었다.
검과 마법 못지않게 정령술 또한 성장하게 되었다.
뇌전의 정령 호흡법으로 정령력이 크게 늘어나면서 그는 하급 정령 마스터에 도달하게 된 것이다.
이로써 뇌전의 정령 유피테르가 체외로 모습을 드러내게 되었고 그와 함께 기억의 일부가 돌아왔으면 정령의 왕의 권능의 일부 또한 되찾았다.
유피테르는 야안에게 있어 평생을 같이 할 동반자이기도 했지만 정령술을 가르치는 스승이기도 했다.
기억을 찾은 유피테르는 야안에게 지난 전설의 현자들이 펼쳤던 정령력을 다루는 방법들을 가르쳐 주었다.
그가 찾은 기억은 최초의 정령사이던 라블랑카스가 펼친 정령술 정도였지만 전설의 현자였던 그의 정령술은 획기적인 형태를 보였다.
뇌전의 힘을 이용하여 육체를 촉구하여 순간적으로 거대한 신력을 보이는 방법이나 금속체를 허공에 띄워 공격을 하는 방법도 있었다.
유피테르가 말하기를 라브랑카스는 천 개의 금속을 허공에 비산하여 적들을 죽였는데, 그 금속 체에는 뇌전의 힘이 자리해 사마에 물들어진 존재들에게는 공포의 대상이라 하였다.
야안은 그 힘이 부족한 터라 세 개의 검 정도를 다룰 수 있을 뿐이었는데, 두 개의 검을 포기하고 대신 하나의 검을 정교하게 다루는 것을 연습하였다.
상급 익스퍼트에 끝자락에 이른 만큼 그가 다루는 이 검 하나만으로도 일백의 오크 전사들을 상대할 수 있었다.
비록 정령력이 여타의 정령사와는 비교할 수 없을 정도로 뛰어난 편이라 하지만, 아직 경지가 낮아 그 검에 실린 힘은 약한 면은 있었다.
그래도 뇌전의 기운이 자리해 사마에 자리한 오크들에게는 큰 피해를 줄 수 있기에 지금으로도 일백의 오크 전사들을 상대할 수 있게 된 것이다.
또한 마법과 정령력을 함께 합친 신마법을 가르쳐 주기도 했다.
본래 정령력과 마법은 섞일 수 없는 물과 기름 같은 존재였지만 이번에 얻은 유피테르의 권능은 그 일을 가능하게 만들었다.
그로서 만들어진 신마법은 대단한 위력을 보였다.
현재 그가 펼칠 수 있는 신마법의 수준은 마법으로 치자면 초급 현자 비기너 수준에 불과했지만, 그 위력은 중급 현자 익스퍼트에 달했다.
불의 구에 정령력을 섞었을 뿐인데 불의 벽의 위력을 상회한 것이다.
단순히 파괴적인 형태에서만 마법의 질이 높아진 것이 아니다. 몸의 신진대사를 촉구하는 마케의 경우 그 위력이 20배를 넘었으며, 간단한 힐링 또한 그레이트 힐링에 미치지는 못하지만 뛰어난 회복마법을 펼칠 수 있게 되었다.
다만, 그만큼의 위력이 있는 만큼 신마법의 수식은 일반 마법보다 고차원적이었다. 정령력이 이용할 틈을 새롭게 수식을 짜야 하는 탓인데, 그만한 가치는 충분히 있었다. 쓰이는 마나나 정령력의 힘에 비례해 보이는 힘이 놀랍기 때문이다.
훗날, 경지에 올라 대마법을 신마법으로 바꾸어 펼칠 수 있게 된다면 그 위력이 어느 정도일지 상상이 가지 않았다.
‘이 같은 신마법을 펼칠 수 있었기에 최초 전설의 현자께서는 승리할 수 있었던 것인가?’
거대한 이 세계를 양분하는 전쟁에 단 한 명의 존재가 들어섰을 뿐인데 전쟁의 양상이 바뀌었다는 점이 이해되지 않았다.
만약 인간들끼리의 전쟁이었다면 이해 못 할 것도 아니다. 실제로 초인 정도의 실력자가 전장에서 보이는 위력은 절대적이라 할 수 있으니.
하지만 한쪽에서는 그가 본 거인 족들과 같은 놀라운 힘을 지닌 수많은 종족을 반신이라고도 불리는 드래곤들이 이끌었고, 신과 같은 절대적인 힘을 지닌 죽음의 지배자와 악마들이 이끄는 사마의 무리들 사이의 대전쟁에 한 개체만으로 큰 변화를 줄 수없다 판단했다.
하지만, 지금 이 같은 놀라운 신마법의 위력을 보자 그는 인정할 수밖에 없었다.
대현자급의 대마법들을 신마법으로 펼친다면 그 말도 되지 않는 무서운 힘을 지닌 악마도 제대로 반항하지 못하고 지워져 버렸을 것이다.
야안은 부단한 노력 끝에 신마법을 파이어 핑거로 펼칠 수 있게 되었는데, 수식이 복잡한 터라 예전만큼 연사를 할 수 없었지만, 그래도 다섯 손가락에 동시에 펼칠 수 있게 되었다.
그 위력은 대단히 놀라웠다. 단순히 관통력으로만 따진다면 파이어 피스트보다 몇 배는 더 강했다.
하기야 불의 벽에 해당하는 힘을 더욱 압축하였으니, 그 같은 위력은 당연한 것이었다.
마법 이외에 주술에서도 한 차례 큰 변화가 있었다.
그 변화는 소의 머리를 한 그림을 리트담의 저서에서 지워 내면서 시작되었다. 이 소의 머리를 한 종족은 미케로라는 이름을 지닌 이들이었다.
그들이 사는 나라는 그 거친 외모와는 달리 학자들이 많이 배출하는 곳이었다.
나라의 크기는 작아도, 대륙에 끼치는 영향은 대단히 컸다. 야안은 그곳에서 수많은 학문을 연구하고 배우는 대학이라는 곳에 일하는 청소부의 아들로 태어났다.
청소부로 일하는 아버지는 바보는 아니지만, 상당히 우둔한 편이라 다른 이들에게 종종 무시를 당하곤 했다. 야안은 그런 아버지가 너무 창피하여 어린 시절에는 많이 원망을 하며 부끄러워했다.
만약 야안 또한 그 아버지처럼 우둔하였다면 그런 감정을 느끼지 않았을 것이다.
하지만 야안은 머리가 좋은 미케로 종족들 사이에서도 몇 되지 않을 정도의 뛰어난 머리를 가지고 태어난 터라 어린 시절 다른 이에게 모욕을 받는 아버지의 모습은 가슴이 찢어질 정도로 괴로운 일이었다.
그런 야안의 방황에도 그의 아버지는 한없이 야안에게 베풀고 사랑하였다.
어미를 잃은 채 태어난 야안이 다칠까, 아기 때는 품에 끼고 살았으며, 걷기 시작할 때는 혹시나 넘어질까 노심초사하며 살폈다.
한차례 화를 내지도 않은 채 그저 야안의 방황을 묵묵히 받아들이며 끝없이 사랑하였던 아버지에 야안은 결국 그 방황의 시기를 끝낼 수 있었다.
우둔하며 보잘것없는 직업을 지닌 터라 그의 아버지는 상당히 늦은 나이에 결혼을 하게 되었다. 그 때문에 겉으로 보기에 부자간이 아닌 조손간으로 보일 정도였다.
야안이 성인이 되었을 때 그의 털은 윤기를 잃었고 머리카락은 새하얗게 변모했다.
노구의 몸으로 일을 하다 다치신 뒤 은퇴한 아버지를 이어 야안은 어린 나이에 대학의 청소부 일을 하게 되었다.
청소부는 의외로 야안과 적성이 맞았다.
어린 시절 아버지를 따라다니며 눈에 익었던 것이 도움이 되었다. 더구나 청소부를 하게 되면서 부가적으로 수입도 있었다.
청소부라는 직업의 특성상, 그가 대학에서 가지 못하는 곳은 없었다. 모든 열쇠를 가지고 있었던 덕분에 그는 학생들은 가지 못하는 곳까지 열람할 수 있었다.
그는 교수들의 자료를 훔쳐보기도 했으며, 중요 문서들이 자리한 도서관에 들어가 책들을 읽기도 했다.
수많은 학문이 모인 이 대학이라는 곳에서 그는 무섭게 지식을 쌓아가기 시작했다.
역사, 인문학, 정치, 수리학 등 모든 분야를 막론하고 흡수하였는데, 그렇게 일을 한 지 십 년이 넘어 이십 년이 되었을 때쯤 그는 이 나라에서도 몇 되지 않은 대학사 수준의 학문을 쌓을 수 있게 되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