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야안-176화 (176/385)

야안 176화

하지만 그 겉보기와 달리 짐승은 상당히 영리한 듯 따로 줄을 묶지 않아도 스스로 어느 지점에서 크게 벗어나려 하지 않았다.

윤자는 처음 보는 형태의 짐승에 흥미가 생긴 터라 장두준에게 다가가 물었다.

“이 짐승의 이름은 무엇입니까?”

“야쿤이라 합니다. 저 너머 대륙에서 왔지요. 괜찮다면 마구간을 빌려도 되겠습니까?”

“성정이 온순한 것 같으니 확실히 말과 같이 두어도 되겠군요.”

그는 그렇게 말하며 신기하다는 듯 야쿤에게서 눈을 떼지 않았다.

주술로 외모를 바꾸고 장두준이라는 이름을 얻은 야안은 그 순박한 사내의 모습에 미소를 보이며 곧 윤 마을에 들어섰다.

오랜만에 낯선 이방인이 마을에 들어서자 사람들은 그를 신기해하며 바라보았다. 일 년에 두 번 거래하는 제국 밖의 소수 부족민과의 거래 또한 마을 밖에서 이루어지는지라 예전 마을 공사 관련으로 데려온 사람 이후에는 처음이라 할 수 있다.

대부분의 사내들은 바쁜 농사일로 인해 논에 가 있는지라, 마을 내에는 아이들과 여자들밖에 없었다.

아이들은 낯선 이방인의 옷이나 행적들이 궁금해 다가오려 했지만, 아이들의 어머니는 혹시나 해코지 당할까 봐 싶어 바쁜 와중에도 아이들을 챙겼다.

그런 그들의 모습에서 야안은 작게 미소를 흘렸다.

‘사람 사는 곳은 다 똑같군.’

그는 그렇게 생각하며 이곳 윤 마을에서도 외지 쪽에 있는 곳으로 향하기 시작했다.

그가 이 윤 마을에 온 것은 다름 아닌 전설의 반지 퀘스트에서 얻은 충고를 따르기 위해서였다.

바로 이곳에 마지막 전설의 현자의 자손이 살고 있다는 것을 알아서인데, 이곳까지 오는데 그는 근 4달이 넘는 긴 여정을 보내야 했다.

처음 융 제국으로 떠나는 배를 구하는 데 어려움이 있었지만, 다행히 예전 마법 물품을 팔았던 상점에서 배를 알아볼 수 있었다.

예전 마법 상점의 주인이었던 루이 지점장은 그간 깨달음이 있었던지 중급 현자에 올라서 있었다.

그는 8년 만에 만나게 된 그였지만 알아보지 못했다. 그 이유는 야안이 지금과 같은 모습으로 변했기 때문이다.

야안은 자신과의 약속을 결국 지키고 있던 호인인 그를 반기며 그에게 자신이 만들었던 불의 벽을 펼칠 수 있는 마법 물품을 내놓았다.

결론적으로 말한다면 그가 내놓은 마법 물품은 하루 2번을 펼칠 수 있는 것인지라 3등급을 받았는데, 루이 지점장은 예전 그의 마법 물품을 봤을 때처럼 이번에도 감탄을 보이며 그를 내빈실로 데려왔다.

불의 벽은 중급 현자가 펼칠 수 있는 종류의 마법이라는 이와 같은 마법 물품을 구하기도 힘든 점도 있지만, 무엇보다 그가 건네 준 물건은 여타의 마법 물품에 비해 마법 시전 시간이 매우 짧다는 장점이 있었다.

이는 알리의 룬 조각의 기술이 뛰어난 이유도 있겠지만, 그보다 현재 사용하는 룬이 아닌 고대 룬을 이용한 이유가 크다.

또한 그뿐만 아니라 대장인의 칭호를 달고 만든 것이라 마법 효율이 높아진 이유도 있었다.

야안은 그에게서 고향인 융 제국을 가기 위해 배를 구하고 있다 이야기했고, 사정이 있으니 괜찮다면 융 제국인의 신분증을 구할 수 있는지 도움을 요청했다.

이미 신의가 있는 것을 알기에 그런 부탁을 한 것인데, 야안은 그 보답으로 어스 마법을 펼칠 수 있는 마법 물품을 내놓았다.

루이 지점장은 처음 보는 형태의 마법이 자리한 희귀성과 하루 세 번을 펼칠 수 있다는 장점을 보아 이 물건 또한 3등급 마법 물품 중에서도 상등품에 자리한 것임을 알 수 있었다.

비록 내전에 자리했지만 강력한 경제력을 보유한 왕국 중 하나인 마일드 왕국의 지점장을 맡은 이답게 그는 야안의 부탁 정도는 어렵지 않게 들어 줄 수 있었다.

야안은 영지에서 가져온 상당한 자금이 있었던 터라 물건의 값으로 돈 대신 마법 물품을 만드는 데 필요한 물건들을 사들였다.

루이 지점장의 소개를 받은 덕분인지 한 달 반가량의 향해는 편안했다. 중간 중간 선원들과 선장에게 일부의 금액을 기부했기에 그들은 최대한 야안에게 편의를 봐 주었다.

야안은 대부분의 시간을 선실에 있으며 수련을 하였는데, 대부분이 지난 정령술에 대한 것이었다.

경지에 오른 뒤 정령술을 다지는 시간을 가지지 못했는데, 이 시간 덕분에 중급 정령술의 세계를 점차 알아 갈 수 있었다.

덕분에 예상 시간보다 빠른 융 제국에 도착할 때쯤 유피테르가 깨어날 수 있었다.

체외에 모습을 보인 유피테르는 아직 자신이 중급 정령 마스터에 오르지 못한 탓에 그 외형적인 모습은 단순히 그의 형태가 야안 크기로 성장한 것 외에는 달라진 점을 찾지 못했다.

하지만 야안은 알 수 있었다.

자신의 정령력이 2배 가까이 늘어난 것처럼 그가 다루는 뇌전은 한층 더 정묘해지고 강력해졌음을 말이다.

또한 그는 새로운 기억들을 찾고 자신의 권능의 일부를 되찾았다.

그의 새로운 기억들은 두 번째 전설의 현자였던 로블랑에 대한 것이었다. 그리고 야안은 그의 이야기를 통해서 진정한 검의 마스터가 무엇인지 알 수 있게 되었다.

그의 검은 드래곤들도 인정하였고 당시 절대자였던 검의 마스터들 또한 그의 검에 경외감을 가졌다 한다.

그들은 로블랑을 검의 마스터를 넘어 새로운 경지를 열었다 하여 그 존경을 담아 검의 종주라 불렀고, 그것은 그에게 가장 어울리는 단어이기도 했다.

그는 거기서 멈추지 않고 야안처럼 뇌전의 정령의 기운을 이용하고 신마법을 이용하여 새로운 검의 세계를 열었는데, 그 과정에서 문제가 생기게 되었다.

그가 검의 종주라 불릴 정도로 기운을 잘 다스릴 수 있게 되었지만, 그 신마법과 정령의 왕인 유피테르의 강력한 뇌전의 기운을 번번이 검이 이겨내지 못한 것이다.

덕분에 그는 세 번 죽음의 지배자와 싸워 패할 수밖에 없었다.

이 점에 대해 그뿐만 아니라, 드래곤들과 모든 이종족들이 걱정하였다. 그가 죽음의 지배자를 이겨내지 못하면 미래는 없기 때문이다.

그러던 어느 날 인간과 드워프 사이에서 낳은 스스로 거대한 불꽃이라 소개한 하프 드워프가 그를 찾아왔다.

“저에게 절대 부서지지 않는 검을 만들 방법이 있습니다. 다만, 그 검을 만들기 위해서는 위대하신 드래곤의 영혼이 필요합니다.”

그는 그 이외에도 전대 거인들의 왕의 씨앗 중 하나와 하이엘프의 눈물, 물의 종족인 멀머던족의 보물인 바다의 정수 등 당시에 자리한 여러 종족의 귀중한 것들을 원했다.

그런 그에 드래곤 중 가장 나이가 많은 이가 나서 그와 함께 온 드워프의 왕에게 물었다.

“그것을 내어 준다면 정말 그런 검을 만들 수 있는가?”

그 말에 드워프의 왕은 서슴없이 고개를 끄덕이며 답했다.

“거대한 불꽃이 만들지 못한다면 그 누구도 만들지 못할 것입니다.”

확신할 수 없다는 대답이기도 하지만 드래곤은 그것만으로도 대답이 되었다며 말하더니 이내 그에게 자신의 영혼을 내 주었다.

위대하신 드래곤이 자신의 영혼을 내놓자 이종족들은 불안해하면서도 종족의 보물을 꺼내는 것을 더 이상 망설이지 않았다.

거대한 불꽃은 자신에게 이 기회를 준 그들에게 감사의 인사를 올리더니 이내 전설의 현자 로블랑의 보호 아래 전설의 검을 만들기 시작했다.

그의 망치 소리는 위대하고 거대했다. 청명한 하늘을 때리는 듯한 맑은 기운이 그 소리에서 일어났다.

그것은 생명의 태동 소리와도 같았고, 전설의 현자가 신마법으로 펼치는 대마법을 보는 듯했다.

그런 그 같은 기적이 열흘 동안 끊어지지 않고 이어졌다.

그리고 마지막 망치는 세계를 부수는 듯한 굉음을 흘리며 숨죽이며 그 과정을 바라보던 수많은 이들의 시선을 사로잡았다.

먹지도 자지도 못한 채 마지막 과정을 끝낸 거대한 불꽃은 마지막 생명을 불태워 만들어 낸 검을 곁에 있던 로블랑에게 바쳤다.

“이 검은 오직 전설의 현자만이 다룰 수 있는 검입니다. 이것은 무생물이면서도 살아 있으며 이 세상이 사라지지 않는 한 절대 부서지는 일이 없을 것입니다. 부디 이 검으로 세상을 평화케 하시옵소서.”

그의 말에 그러겠노라며 답한 로블랑이 그 검을 손에 쥔 순간 검은 주인을 인정한 듯 스스로 검명을 일으키더니 이내 환한 빛을 내었다.

거대한 불꽃은 그 모습을 바라보며 마지막 숨을 내쉬었고, 로블랑은 뜨거운 눈물을 흘리며 그의 희생을 치하했다.

“반드시 이 검으로 그대의 소망을 이루겠노라. 그대는 진정 위대한 불꽃이었다.”

이후 그가 그 검을 들어 죽음의 지배자와 전투를 벌이기 시작하자, 과연 지난 과거와 달리 죽음의 지배자는 끊임없이 물러서기 시작했고 결국에 이르러 로블랑은 그를 멸할 수 있었다.

이는 거대한 불꽃이 장담한 대로 그 검은 로블랑의 모든 기운을 받아들일 수 있었기에 가능한 일이었다.

야안은 유피테르에게서 전설의 검의 탄생 비화를 듣고는 감탄을 흘렸다.

그 또한 전설의 검이 위대한 검임을 알고 있지만, 제 생각을 뛰어넘은 그 힘과 그 놀라운 만들어진 과정에 놀랄 수밖에 없었다.

또한 유피테르는 그 당시의 기억을 복원하여, 현재 자신이 보여줄 수 있는 최선의 형태로 당시 로블랑의 무위를 야안에게 보여 주었다.

그리고 야안은 유피테르가 보여준 그 무위에 거대한 도끼가 머리를 가른 듯한 충격을 받게 되었다.

비록 현재 유피테르 그 자신이 가진 힘의 한계로 극히 일부만을 보여 줄 수밖에 없었지만, 그것만으로도 지금의 야안이 감히 바라볼 수 없는 하늘이었다.

그가 아무렇지 않게 펼치는 검 하나하나가 미숙한 심혼의 일격을 넘어선 검로였다. 어쩌면 그것이야말로 진정한 의미의 심혼의 일격이 추구한 길일지 모른다.

만약 야안의 초감각이 미들에 들어서지 않았다면 그 거대한 검의 묘용을 알아차리기 어려웠을 것이다.

온몸의 털이 곤두설 정도였고, 그 받아들이는 선이 자신의 한계를 넘어서 야안은 그 검로가 머릿속에 자리해 근 이십 일간 심마와 싸워야 했다.

만약 뇌전의 정화가 없었다면 그는 심마에 묻혀 버렸을지 모른다. 그래도 심마를 이겨낸 야안이 얻은 것은 적지 않았다.

그가 검의 오묘한 묘용을 한층 더 깊게 깨닫게 되었기 때문이다. 건곤대나위의 습득률이 5%를 넘어섰으며 육대검식은 이로써 완성을 이루었다.

붉은 실 또한 92%에 달하는 습득률을 보이었는데 이 이외에도 내기의 흐름이 더욱 부드러워지게 되어 야안의 검기의 발현은 더욱 정교해졌다.

어떻게 보면 진정한 의미로 상급 익스퍼트의 끝자락을 바라보고 있다고 말할 수 있을 것이다.

야안은 지난 이십 일간 심마와 싸우느라 제대로 여행을 하지 못한 터라 자신의 곁을 묵묵히 지켜 준 검은 야쿤과 함께 서둘러 여정을 떠났다.

다행히 루이 지점장이 만들어 준 신분패는 융 제국에서 통용되었다. 그는 이곳에서 스스로 현자임을 숨기지 않았는데, 이는 자신의 변한 외모를 믿은 탓도 있지만, 여정에 자잘한 문제들을 미리 막아서기 위한 것도 있었다.

현자의 나라라고도 부르는 융 제국이었던 만큼 이곳은 현자에 대한 대우가 다른 나라와 비교할 수 없을 만큼 드높았다.

야안이 초급현자라는 것을 보인 것만으로도 이곳의 남작에 준하는 대우를 받았으며, 융 제국의 사람들은 서로가 다투어 가며 그를 모시려 하였다.

현자를 모신 횟수가 많은 가문은 그 위세가 올라가는 이곳의 풍토 때문인데, 그 풍토 영향 때문인지 사람들은 진심으로 현자들을 공경하였다.

덕분에 야안은 일정이 빡빡한 것치고는 나름 편한 여정을 보낼 수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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