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야안-184화 (184/385)

야안 184화

상당 시간의 여정이 있을 것인지라, 야안은 마차를 개조했다.

바퀴에는 간단한 룬 조각을 펼쳐 쉽사리 부서지지 않게 만들었고, 마차 내부에는 하급 마정석 3개와 약간의 마법 약품을 이용하여 충격을 흡수하는 마법을 부여했다.

물론 비탈이나 자갈길 같은 험한 길에서의 충격을 모두 흡수할 수는 없겠지만, 그래도 괴로워할 수준은 아니었다.

마차 안에는 중간 중간 잡은 산짐승들의 가죽을 깔아놓은 터라 푹신했다.

야쿤의 워낙 힘이 좋은지라 마차 안에서 창문을 열고 밖을 구경하던 아리는 까르륵 웃음을 흘려댔다.

“엄마. 저것 봐. 강물이 천천히 흘러가.”

경사가 높은 마을 밖의 강물의 물살은 빠른 편이었는데, 그 강물을 따라 내려가는 마차로 인해 느려지는 것처럼 보이는 것이 그녀는 너무 신기했다.

해가 저물 때가 되자 산길에서 그나마 평평한 한 곳에 마차를 세우고, 모닥불을 피웠다. 음식은 유율이 만들었는데, 본래 손재주가 많은 덕분인지 그녀의 음식솜씨는 윤 마을에서도 이미 소문이 자자했다.

야안의 공간의 주머니에는 마을 사람들로부터 받은 식량이 많은 터라 마치 소풍을 나온 것처럼 그녀는 풍부한 음식들을 만들어 내었다.

“아우~ 배불러.”

아리는 배가 볼록 튀어나올 만큼 배를 채우며 숨을 몰아쉬었다. 그런 딸의 귀여운 모습에 웃음을 흘리던 자이한이 다가와 주술로 소화를 도와주었다.

곧 귀엽게 끄윽 하고 트림을 한 아리는 부끄러운지 얼굴을 붉히며 긴 생머리를 움켜잡고 얼굴을 가렸다. 배가 불러서인지 아니면 첫 여행에 들떠서인지 그녀는 곧 색색거리며 잠들었다.

유율은 융 제국이 판을 치는 이곳 대륙을 떠나는 것이 싫지 않았다. 모든 엘로우 맨들이 자신의 원수는 아니었지만, 그들을 볼 때마다 제 부족의 죽음이 떠올랐던지라 하루라도 이곳 대륙을 벗어나고 싶었다.

듣기로 은공이시자 아리스 님의 뜻을 받들고 계시는 신관이신 야안 님이 속한 마크 영지는 비록 마일드 왕국의 외지에 있지만, 그 복지가 뛰어난 곳이라 들었다.

군사는 강하고 신하는 충성스러우며, 영지민들은 부지런했다. 농노가 있지만, 그들도 노력 여하에 따라 평민이 될 수 있기에 그곳이라면 자신들이 본래 모습을 보인다 해도 상관이 없을 것 같았다.

하기야, 신관님께서 머무시는 곳이니 영지의 치세가 좋을 수밖에 없을 것이다. 그녀는 코하고 자는 딸아이의 머리를 쓰다듬다 이내 아이를 안고 마차 안으로 들어갔다.

아내가 들어가는 모습을 보던 자이한은 이내 검은 야쿤을 살피고 온 야안에게 고개를 돌렸다. 그의 손에는 마크 영지의 와인이 자리했다.

도수가 강한 술은 아니었지만 와인은 그 자체만으로도 매력적인 술이었다. 처음 먹었을 때 그 빛깔이나 향, 혀를 놀랍게 만드는 와인에 그는 감탄을 터뜨렸다.

그 후 몇 번 야안과 와인을 마시는 시간을 가졌는데, 외지인 지금 안주라고는 건량 정도에 불과하지만, 그 짭짭할 맛이 의외로 와인과 잘 어울렸다.

술을 한 모금 하면서 작게 후하고 숨을 고르던 자이한에게 야안이 말했다.

“잘 받아들이는 것 같아 다행이네.”

아내와 딸에 대한 말인지라 자이한은 고개를 끄덕이며 긍정했다.

“오히려 반기는 눈치였네. 아무래도 이곳의 사람들을 만나다 보면 과거가 떠올라서 그런 것으로 보고 있지만.”

그 말에 야안은 안타까운 눈빛으로 그 또한 작게 고개를 끄덕였다.

그들의 대화처럼 야안과 자이한은 서로 알아갈수록 그 인간적인 모습과 지닌 실력과 능력에 흠뻑 빠진 터라 서로 친우로서 예를 갖추었다.

주술에는 사제지간이면서도 또한 은공의 관계이기도 한 그들의 복잡한 관계는 친우라는 유대관계로 끝맺음을 낸 것이다.

자이한은 현재 야안의 비밀을 가장 잘 알고 있는 이 중 하나였고, 야안 또한 아직 가족에게도 말하지 못한 자이한의 비밀을 아는 이이기에 서로의 비밀을 공유하게 되었다.

이 덕분에 그들은 만난 지 몇 달의 시간밖에 되지 않았음에도 십년지간의 친구처럼 교우관계를 맺게 되었는데, 속의 비밀을 밝히는 것을 어려워하지 않았다.

요란한 풀벌레 소리가 달빛을 타고 흘러간다.

그로부터 두 달 반이 지난 뒤에야 그들은 융 제국에서 가장 번성한 항구 도시에 도착했다. 야안은 자신의 신분패와 더불어 현자라는 점을 적극 활용하여 카이엘 제국으로 가는 배를 구할 수 있었다.

사실 카이엘 제국의 유통은 매우 까다롭기에 야안의 신분으로서도 배를 구하는데 상당한 어려움이 있었다.

1,000골드에 달하는 금력을 동원해서야 그 배를 구하게 되었는데, 그 배의 주인은 정기적으로 카이엘 제국과 거래하는 금가상단이었다.

금가상단은 카이엘 제국에서도 20대 상단의 하나로 자리를 잡을 만큼 상당한 금력을 보유한 곳으로 그 위세는 대귀족이 아니고서는 그들의 행사를 막을 수 없을 정도였다.

자체적으로도 가장 귀한 인재인 4명의 현자들을 보유하고 있었는데, 금가상단의 지원 덕분에 그 현자들의 경지는 낮지 않았다.

다들 마흔도 채 넘기지 않았건만 그들 모두가 중급 현자 급의 경지에 올라선 것이다.

이들이 현자의 탑의 소속이 아닌 이곳 상단에 들어선 것은 그 사정을 알고 보면 간단했다. 금가상단은 예전부터 사람들을 풀어 그 재능이 뛰어난 인재들을 찾았는데, 그들 또한 그 인재에 포함되어 있다.

차마 묻힐 수 있었던 그들의 재능을 일깨우기 위해 어린 시절부터 그들을 지원하였으니, 자연 금가상단에 들어올 수밖에 없었다.

하니, 최근 들어 금가상단의 위세는 십대 상단의 위세 못지않았다.

야안은 그 보인 능력이 초급 현자 마스터로 그 젊은 나이에 그 같은 경지라면 단정할 수는 없지만, 상위 현자에 오를 가능성이 높았다.

하기에, 금가상단 또한 그와 교류를 쌓는 것이 이득이라 생각했기에 경계가 철통 같은 배에 자리를 차지할 수 있었다.

보름 뒤에 떠나는지라 야안 일행은 한동안 이곳 금가상단이 지원한 여관에 머물게 되었다.

과연 융 제국의 20대 상단에서도 상위에 속하는 상단이 운영하는 여관이라 그런지 그 화려함은 야안이 지금껏 보지 못한 수준이었다.

금가상단의 규모는 웬만한 왕국의 세 손가락에 들어서는 상단의 규모이며, 금력은 그 이상이라 할 수 있다.

마법 제국이라고도 부르는 융 제국답게 여관 내부에는 상당한 마법 물품들이 자리했는데, 마치 예전 저주받은 숲의 붉은 눈 대부족을 상기할 정도이다.

마법등은 물론이거니와 물을 기르지 않아도 구멍에서는 뜨거운 물과 차가운 물이 흘러나오며, 여름에도 얼음을 어렵지 않게 구할 수 있었다.

또한 실내는 기온을 적절하게 유지하는 온도 유지 마법 물품이 가동되어 있어 문 하나를 넘었을 뿐인데 마치 다른 계절에 온 듯한 착각을 하게 만들었다.

그 음식들도 대단히 훌륭하였으며, 하인들은 깨끗한 옷과 상당한 예의범절은 받은 터라 품위 있고 그 외모도 뛰어났다. 덕분에 번잡스러운 것을 싫어하고 품위를 지키기 좋아하는 귀족들은 이곳을 애용하는 편이다.

바닥은 알 수 없는 재질의 금속을 깔아 마치 거울처럼 깨끗하게 비춰 있어, 밑에도 다른 세상이 있는 것 같은 착각을 내주기도 했다.

“와~아. 엄마. 이것 봐. 반질반질해.”

아리는 물속보다 더 자신의 얼굴을 비추는 바닥이 신기한지 고사리 같은 손으로 살며시 매만졌다.

야안은 그런 아리의 모습에 웃음을 흘리며 그녀의 머리를 쓰다듬으며 말했다.

“자, 어서 방에 들어 가자꾸나. 아저씨가 기다리잖니.”

아닌 게 아니라, 자신들의 방을 안내하려는 잘 입은 하인 한 명이 그들의 짐을 든 채 기다리고 있었다.

그제야 아리는 ‘히히’ 하며 얼굴을 숙이며 웃음을 흘리더니 고개를 끄덕였다.

자이한의 가족들을 배려하여 그들이 함께 쓸 수 있는 큰 방 하나와 자신의 방 하나를 잡은 야안은 먼저 들어선 자이한의 방이 생각보다 뛰어나자 만족의 모습을 보였다.

확실히 여태까지 머물던 여관과는 그 질이 달랐다.

안에는 작은 방이 2개가 있었는데, 아리는 자신의 방이 생겼다고 폴짝거리며 좋아했다. 목욕을 하는 욕조는 대단히 큰 편이었으며, 몸을 씻는 갖가지 향료가 자리했으며 동그란 모습인 작은 냉장실이라는 것이 그 안에는 여러 간식과 음료 등이 자리했다.

“그럼 저녁 식사 때 보도록 하세.”

야안의 말에 자이한은 작게 끄덕였다.

곧 멀지 않은 곳에 자리한 야안의 방에 도착했는데, 그 크기는 자이한의 방 반 정도에 불과했지만 검을 들고 훈련을 해도 무리가 없을 정도의 넓이였다.

야안은 자신의 방을 안내해준 하인에게 적당량의 팁을 내 주고, 오랜만에 욕조에서 몸을 씻었다.

오랫동안 여행을 했지만, 믿기 힘들 정도로 대단히 청결한 모습이었다. 이는 자이한의 물의 술로 그들을 매일 씻어 주었기 때문이다.

야안에게서 청결을 지키는 것이 병에 걸리지 않는 가장 좋은 방법이라는 것을 들었던 탓인데, 하지만 따뜻한 물에 노곤하게 몸을 푸는 듯이 씻자 남은 여정의 피로가 사라지는 듯했다.

몸을 씻고 새로운 옷으로 갈아입은 야안은, 남은 물기를 바람의 술을 일으켜 털어내었다. 그 모습은 마치 바람의 정령사처럼 바람을 다루는 모습과도 같았다.

현재 야안은 땅의 술을 배우고 있었던 만큼 바람의 주술을 펼치는 것은 그에게 어려운 일이 아니었다.

야안은 그간 자이한에게 배운 단순 이론 부분에 있어서는 물의 술을 넘어 불의 술을 넘보고 있었다.

그것은 대단히 빠른 속도였다.

마치 엄청난 물을 마셔대는 하마라는 동물처럼 그의 주술의 흡수력은 자이한 마저 야안이 잘못된 길을 가는 것이 아닌 가라는 착각을 일으킬 정도였다.

그 폭발적인 성장력에 힘입은 것 덕분에 야안은 그간 행운 스탯이 8이 올랐는데, 그로서 리트담의 저서에도 변화가 생겼다.

이번 그림은 그도 아는 종족의 그림이었다.

거대한 이빨이 몸 밖에 자리하고, 붉게 물든 눈에 단단한 가죽이 자리한 그 보기에도 흉폭해 보이는 종족인 그들은 예전 텐의 나라를 침공하던 쟈칼이라는 종족이었다.

하지만 이 그림 속의 쟈칼은 그들 쟈칼 중에서도 그 덩치가 왜소한 편이었는데, 대신 그 눈빛이 깊고 은은히 빛났다.

그의 손에는 묵빛의 창 한 자루가 자리했는데, 슬쩍 보아도 예사로운 물건은 아니었다. 아니, 그 쟈칼의 덩치를 본다면 그가 다룰 수 있는 물건이 아닐 것으로 보였다.

여하튼 야안은 이 리트담의 저서의 이 그림에 이 그림의 주술이 펼쳐질 것 같은 느낌을 나흘 전에 받게 되었는데, 여정 중이라 애써 가까이하지 않았다.

하지만 이제 보름 정도 여유가 생긴 터라 더 이상 망설이지 않았다.

야안은 이룬 경지보다 레벨이 비정상적으로 낮은지라 레벨을 올리는 것은 어려운 일이 아니었다.

그는 여정 주에서 야루스 산맥과는 비교할 수 없지만, 악명 높은 흑괴 산맥이라는 곳을 누비며 레벨을 올렸다.

덕분에 13레벨을 올린지라 그에게는 15스탯의 여유가 자리했는데, 야안은 좀 더 그 느낌이 확실해지면 이 스탯을 이용하여 주술을 펼칠 생각이었다.

검의 마스터에 오르게 되면서 힘과 민첩이 100이나 오르게 되었지만, 몸이 새롭게 구성하게 되며 스탯에 적용하는 것에 대한 어려움이 많이 사라진 뒤였다.

예전 10의 노력으로 그 변한 몸에 적응의 시간을 가졌다면 이제는 2정도의 공을 들이면 되었다.

스탯을 올리면서 생기는 그 괴리감이 상당 부분 사라진 것이다. 전설의 검을 꺼내 든 야안은 그 재질을 알 수 없는 검면을 살며시 손으로 쓰다듬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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