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야안-193화 (193/385)

야안 193화

숙련의 시간이 필요하다지만, 이미 초인의 몸에 오른 야안인데다 초감각이 미들의 경지에 오른 상태라 숙련의 시간에 긴 시간이 필요하지 않았다.

이제야 고민했던 점을 끝낸 터라 야안은 더 이상 다른 것에 신경 쓰지 않고 검과 주술에 대한 수련의 시간을 가지기 시작했다.

자이한 또한 지난 야안과의 대련으로 인해 새로운 성장의 시기에 들어선 상태였다. 그는 그가 들어선 진체의 술을 다지는 시간을 보내고 있었다.

이 시간이 지나고, 그가 완전히 진체의 술을 제어할 수 있게 된다면 그때 그는 위대한 주술사에 도전할 수 있을 것이다.

이 다섯 주술을 한 호흡에 하나의 주술로 엮어 펼칠 수 있게 되는 것이다.

그 힘이야말로 고대 천년의 시간을 이끌었던 주술 제국의 근원적인 힘이며 강력한 황권을 자랑하게 한 황가 주술의 진정한 정체였다.

또한 리트담의 저서에서 얻은 새로운 술법의 묘용으로 인해 훗날 그가 위대한 주술사의 경지에 들어서게 된다면 역대 황가의 위대한 주술사 중 가장 강력하고 위대한 주술사가 탄생할 것이 분명했다.

한 차례 거센 폭우를 만나는 위험도 있었지만, 워낙 배가 크고 마법으로 보호를 받고 있던 터라 그들은 무사히 카이엘 제국의 마탄 백작가의 항구에 내려설 수 있었다.

야안은 그간 친분을 얻은 반탄 남작에게서 이곳 제국의 제도에 대해 여러 가지를 알 수 있었다. 또한, 그에게서 귀족들이나 살 수 있는 제법 상세한 제국의 지도를 구매할 수 있었다. 상세하다 하지만, 군법에 의해 보호를 받는 지도라 그것을 바탕으로 제국을 여행할 수 있는 수준의 지도는 아니었다.

다만 어디에 어떤 영지가 있는지 정도에 불과했는데, 레필 공작 가를 찾으려 하던 그들로서는 그 정도로도 충분했다.

야안은 이곳에서 만나야 할 이가 있었는데, 약속된 장소에 도착하지 않은 것으로 보아 이곳에서 며칠 간 머물러야 할 듯했다.

여관에 방을 잡아 그간의 여정을 풀던 그들 중 말로만 듣던 카이엘 제국에 자신이 도착했다는 사실에 아리는 흥분을 감추지 못한 듯 밖을 나서고 싶어 했다.

자이한은 그간 뱃멀미로 고생한 아내를 간호하고 있어 야안이 그런 아리를 데리고 밖을 나섰다.

과연 시장에 들어서니 야안 또한 그제야 자신이 카이엘 제국에 도착한 것이 실감이 났다.

융 제국도 거대하고 화려했지만, 대륙의 반을 차지하며 그들의 횡보에 대륙의 상권과 미래가 좌지우지한다는 카이엘 제국은 그야말로 신세계였다.

저잣거리에 아무렇게 파는 물건도 하나같이 신비하기 그지없었고, 곳곳에 자리를 잡고 인형극이나 서커스 공연을 보이는 사람들의 재주는 절로 박수를 칠만큼 절묘했다.

야안은 아리에게 은으로 된 작은 팔찌를 선물해 주고, 제수씨를 위해 뱃멀미에 좋다는 약재를 사기도 했다.

검을 숭상한다는 제국인 만큼 저잣거리에는 자신들이 만든 검을 파는 흥보하는 곳이 많았는데, 대장인의 경지에 들어선 야안이 보아도 하나같이 훌륭한 물건들이었다.

‘백작 가의 무구들이 우리 왕국의 왕실 무구만큼 질이 높구나. 이것만을 보아도 이들의 기술력이 얼마나 뛰어난지 잘 알겠다.’

그뿐인가?

저잣거리의 아무렇지 않게 자리한 건물들의 상태만 보아도 그랬다. 그 솜씨가 매우 뛰어난 터라 백 년의 시간이 흐른다 해도 끄떡없어 보였다.

또한 거대한 배수로가 자리하고 펌프라는 것이 있어 굳이 우물을 통해 물을 뜨지 않아도 간단한 작동만으로 물을 구할 수 있었다.

야안은 이 펌프에 대한 것의 작동 방법을 마침 이를 고치러 온 기술자에게서 약간의 돈을 주고 배울 수 있었는데, 그 구조가 간단한 터라 오히려 놀라움이 컸다.

“마법이 아니면서도 이처럼 편리한 구조라니. 어쩌면 마법이 이 같은 기술의 발전을 막아선 것이 아닌지 모르겠구나.”

야안의 그 말처럼 카이엘 제국은 검을 숭상하는 곳이니만큼 인구 비율적으로 현자의 숫자가 적었다. 하여 부족한 마법 물품 대신 그를 대신하여 기술이 발전하였는데, 야안은 그 점을 꿰뚫어 본 것이다.

하지만, 저마다 장점이 있고 단점이 있는 터라 무엇이 더 좋고 나쁘다고 단정 지을 수는 없었다.

손잡이를 내 누르자 물이 솟아 나오는 것을 신기해하는 아리는 한참을 그렇게 장난을 치다 이내 해가 저물 때쯤에서야 여관으로 돌아갔다.

야안은 자이한에게 멀미에 좋은 약재를 건네고, 식당을 운영하는 1층에서 아리와 늦은 식사를 같이 하다 이내 낯설지 않은 기운을 느끼게 되었다.

모두 일곱 명이었는데, 그들 중 유독 물의 기운이 몸에 자리한 장신의 사내가 그 중심에 자리했다.

몇 달 전, 앞으로의 행보에 아리와 유율이 함께 할 수 없기에 마크 자작 가에 사람을 보내 달라 서신을 보낸 적이 있었다.

다행히 서신이 늦지 않게 도착한 듯, 제코가 이곳으로 파견이 된 듯했다. 다른 여섯의 사람도 중급 유저의 끝자락에 자리한 검사로 야안이 이끄는 별동대의 조장들이었다.

약속된 장소에서 자신이 남긴 암호문을 보고 이곳을 찾아온 것 같았는데 모습을 바꾼 터라 제코는 야안을 알아보지 못했다.

야안은 바람의 술을 이용하여 그의 귓가에 조용히 말을 전했다.

“여기까지 오느라 정말 수고가 많았네. 사정이 있어 모습을 바꾸었네. 창가 두 번째 앞에 여아와 같이 자리하고 있는 게 나일세.”

제코는 잠시 주춤거리다 이내 야안과는 전혀 다른 율 제국인의 사내가 자신을 바라보며 미소를 짓는 것을 보고는 이내 목례를 취하며 다가섰다.

“오랜만에 뵙습니다. 그동안 무고하셨는지요?”

“그러하네. 그대들도 무사히 도착하여 다행일세. 언제 도착하였는가?”

“나흘 전에 도착했습니다. 해안가에서 기다리려 했지만, 이곳 치안에 책이 잡힐까 싶어 가까운 곳에서 방을 잡고 암호문이 써지기를 기다리고 있었지요.”

나이가 들수록 더욱 생각이 깊어진 그의 모습이 마음에 든 터라 야안은 만족한다는 작게 고개를 끄덕이며 웃음을 흘렸다.

“아주 잘했네. 그래, 자네는 벌써 벽에 부딪힌 모양이군.”

“네. 운이 닿아 그렇게 되었습니다.”

정령의 계약의 도움으로 상급 유저의 끝자락에 자리하던 제코였지만, 아직 익스퍼트에 들어서려면 적어도 5~6년 정도의 시간은 더 필요할 것으로 생각했는데 어떤 기연이 있었는지 현재 제코는 그 중대한 사안에 자리하고 있었다.

듣기로 자신이 떠난 지 3달이 지나 화사한 봄이었을 무렵, 마크 자작 가의 휘하에서 영지를 새롭게 넓히며 다져가던 중, 야루스 산맥에서 내려온 오크 부족과 마찰이 있었다 한다.

오크 족장의 경지가 뛰어나고 그 밑에 자리한 전사 오크의 수가 일천하고도 사백이나 되었으며 하급 오크들의 숫자는 팔천이 넘었다 한다.

다행히 무력으로 따진다면 놀라울 이들 오크들은 그 전략과 전술이 단순한지라 그 점을 잘 이용한 마크 자작은 어렵지 않게 격퇴할 수 있었다.

오크 족장이 회색 갈퀴 늑대를 타고 있었지만, 블랙 라이징을 타고 있는 챈들러도 그에 못지않았고 또한 블리자드를 탄 테리가 힘을 보태니 족장을 잡는 것은 어려운 일이 아니었다.

더구나, 마크 자작의 그 알아도 당할 수밖에 없는 전술에 휘말리던 오크들은 며칠을 버티지 못하고 사분오열이 되어 천천히 유린당하였고, 덕분에 마크 자작의 사상자는 백을 넘지 않았다.

다만 제코가 자리한 위치가 좋지 않았던 터라, 생사를 오가며 전사 오크들과 전투를 벌여야 했다. 하나 나쁜 일이 있으면 좋은 일이 생기는 것처럼 그는 그 생사지경 속에서 우연히 기연을 얻게 되었다.

이후 제코는 이 높은 벽과 마주하게 되었는데 이로 인해 불안해진 그를 위해 영지에서는 그를 책임자로 야안에게 보낸 것이다.

야안은 제코에게 있어 까마득한 경지인 초인의 길에 올라선 터라 제코의 상태를 한눈에 알아볼 수 있었다.

‘애초 생각한 것보다 며칠 더 머물러야겠구나.’

현재 제코의 상태는 바람이 들어선 부푼 주머니에 송곳을 앞에 가져다 놓은 것과도 같기에 내린 판단이었다.

그로부터 열흘 동안 야안은 제코를 익스퍼트의 경지에 들어설 수 있도록 천천히 인도해 주기 시작했다.

아주 높은 곳에서 내려다보는 야안의 말은 하나같이 그의 지금의 혼란스러운 경지를 꿰뚫는 햇살과도 같은 것으로 제코는 조금씩 자신의 상태를 안정해 나갈 수 있었다.

칠일 째가 되던 날, 제코는 그제야 스스로 관조의 상태에 몰입할 수 있게 되었다. 자아가 분열되는 듯한 느낌과 함께 스스로 돌아보는 단계에 돌입한 것이다.

그것을 본 뒤에야 야안은 자신의 역할은 여기까지임을 알았다. 더 이상 자신의 손을 탈 필요가 없었다.

그의 판단대로 제코는 첫날에는 그 느낌만을 맛보다 다음 날이 되어서야 본격적으로 관조의 상태에 들어서게 되었다.

반나절의 시간이 지난 뒤에야 제코는 천천히 기운을 갈무리하며 눈을 떴다.

그는 처음에는 얼떨떨해하다 이내 시간이 지나자 스스로 자신이 변한 것이 무엇인지 잘 이해하는 듯했다.

기운의 운용 체계가 완전히 달라졌고, 그로 인해 다룰 힘의 크기가 달라졌다. 더불어 힘의 손실도 사라지게 되었다.

야안은 제코가 스스로 느끼는 그 경지에 대해 그보다 잘 아는지라 천천히 기운을 일으키어 검기를 일으켜 보라 권했다.

곧 제코는 긴가민가하면서 검기를 일으키었는데, 그 기운의 흔들림이 불안했지만, 확실히 무형의 기운에 기물이 파손되어지는 것이 검기가 분명했다.

“그 상태에서 조금씩 호흡을 길게 한 뒤, 기운의 흐름을 뱉는다는 것보다 실처럼 꿰매어 이어진다는 것을 상상하라.”

야안의 조언에 제코는 호흡을 길게 내쉬기 시작했고, 곧 야안의 말대로 상상을 하기 시작하자 검기가 점차 안정적인 상태를 이루었다.

그제야 야안은 만족한다는 듯 미소를 보이더니, 그날부터 하루 반나절 동안 제코에게 가르침을 내리기 시작했다.

관조에서 막 벗어난 지금의 시간이 흡수력이 가장 강할 때라는 것을 경험을 통해 잘 알았기에 행하는 조치였다.

제코 또한 야안의 그 같은 생각을 알아서인지 묵묵히 가르침을 따랐다.

확실히 새로운 검의 세계에 들어서자 제코는 더욱 검의 세계에 빠져들었다.

정령술 또한 대단히 흥미로운 것이 분명하지만, 오랫동안 검을 함께 하여서인지 검술에 더욱 애착이 가는 것은 어쩔 수 없었다.

익스퍼트의 경지에 올라서자 그제야 진정한 이십사수검법의 묘용에 눈을 뜬 것으로 제코는 예전 자신이라면 감히 이해할 수 없는 그 검의 세계에 대한 야안의 가르침에 더욱 매진했다.

그렇게 열흘째가 되자 야안 일행은 다시 여정을 나설 수 있게 되었다.

야안은 일이 잘못되었을 경우를 생각하여 제코와 검사들에게 아리와 유율을 맡겼다. 그들에게 마크 자작 가로 가는 길을 부탁한 것이다.

자이한 또한 익스퍼트의 경지에 물의 하급 정령 마스터에 경지에 오른 제코가 믿음직했기에 안심한 상태였다.

아리는 제코의 정령인 마놀에 푹 빠진 터라 아버지와 야안과 헤어지는 것에 대한 아쉬움을 그것으로나마 대신할 수 있었다.

제코는 살갑게 구는 어린 아리가 귀여웠고, 마놀 또한 격의 없이 다가서는 아리에 긍정적인 반응을 보였다.

이는 아리가 정령 친화력이 약하게나마 있었던 탓이다.

만약 아리가 정령과 계약을 하려면 일반적인 경우는 무리였고, 유피테르의 권능과 더불어 상당한 노력을 기울여야 했다.

자이한은 주술로 종이 인형을 만들어 주었는데, 그것은 모두 세 장으로 위급 시 오우거에 해당하는 괴수를 만들어 낼 수 있는 물건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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