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야안-201화 (201/385)

야안 201화

애초 전대의 레필 공작의 가르침을 따르던 텔 공작이었기에 그 검이 가고자 하는 의념이 같았기 때문이다.

같다면 좀 더 체계적이고 가문의 비기를 익힌 자신이 더 앞서 나갔으니 그들에게서 배울 것이라고는 없었다.

오히려 새로운 신흥강자에게서 배울 것이 더 많았다. 비록 그 수준이 낮지만 자신의 좁은 시선을 깨뜨리는 신선함이 그들에게 있었기 때문이다.

하니, 여타의 제국의 신민들만큼 이 검술대회를 기대하고 있었다.

바루시티움은 카이엘 제국의 가장 크고 화려한 경기장이었다.

들어올 수 있는 인원수만 해도 30만에 달했고, 각 구역에는 영상 마법이 자리하여 먼 곳에서도 가깝게 대전을 바라볼 수 있었다.

날씨의 영향을 받지 않는 마법처리를 한 거대한 둠이 천장에 자리했고, 기후변화 장치가 자리해 이 한겨울에도 기온은 가을과 같은 선선한 기운을 맞이할 수 있었다.

평생 다시 보기 힘든 거대한 대전이 벌어지는 것이기에 이미 객석의 오분의 일은 제국의 귀족들이 차지했다. 다음은 부유한 상인들이 그 자리를 차지했으며, 명성 높은 학자나 용병들이 다음의 객석을 차지했다.

그 들어설 수 있는 조건이나 투자해야 할 돈도 상당한 거금이 필요했기에, 평민들이 그 경기장에 들어서는 것은 불가능한 일이었다.

하지만 민심을 얻으려는 세 세력은 바루시티움의 바깥에 조잡하나마 영상 마법을 설치해 주었고, 그로서 이 대전을 보게 된 이들은 200만이 넘어서게 되었다.

역대 가장 열기가 뜨거운 겨울 축제가 시작된 것이다.

이 대전을 보기 위해 상당한 몸싸움이 있기도 했고, 며칠 밤을 지새우는 이들이 한둘이 아니었다.

대전 방식은 공정을 위해 모든 과정이 제비뽑기 형식으로 펼쳐지게 되었다.

세 황자 측 쪽에서 가장 낮은 수가 적힌 공을 뽑은 쪽이 먼저 나서게 되며, 그 세력에서 내세운 검사가 제비를 뽑아 상대의 검사를 제압한다.

지목된 검사를 이기면 재정비 후 다음 제비를 뽑아 검사와 대전을 펼치며, 제비로 뽑힌 검사가 이기게 되면 그 검사가 제비를 뽑아 상대의 검사와 대전을 펼치는 형식이다.

결국 세 세력 중 두 세력의 검사가 사라져야만 이 대전이 끝이나는 것인데, 확실히 운이라는 것이 필요한 형식이기도 했다.

세 황자 중 가장 낮은 숫자를 집은 이는 2황자였다.

매우 냉정한 성품을 지닌 그는 자신이 불리한 패를 지었음에도 눈 하나 깜짝이지 않았다. 마치 이런 경우도 예상한 듯 2황자는 바로 다섯 번째 자리를 차지한 검사를 내보내었다.

전략적으로 가장 강한 무인을 내 보내는 것도 손해이고 뒤쪽에 자리한 서열의 검사를 보내는 것도 손해였다.

변수가 많았기에 중심인 검사를 보내는 것은 확실히 최선의 선택이라 할 수 있다.

그렇게 나선 검사는 보통 사람보다 머리 두 개는 더 큰 거구의 사내였다. 거대한 참마검을 마른 나뭇가지처럼 휘두르는 장사이기도 했는데, 야안은 그 모습에서 예전 파란토를 격살하다 죽고만 타린이 생각이 나 한숨을 흘렸다.

‘그 또한 저 사내처럼 신력의 소유자였지.’

곧 그는 이름과 소속이 적힌 작은 구슬을 꺼내었고, 그 상대로 3황자 측의 여섯 번째 자리를 차지한 번 칼리 경이 나서게 되었다.

야안은 이번 대전이 번 칼리 경에게 매우 힘들 것으로 보았다.

그 실력에 있어 상대와 번 칼리 경은 크게 차이가 없었기에 하는 말이었다. 운이 닿아 번 칼리 경이 이긴다 해도 다음 대전에서 승리한다는 것은 불가능할 것이다.

그리고 그런 그의 생각은 맞아떨어졌다.

상대와 번 칼리 경의 검이 추구하는 길은 비슷하였고, 그 경지도 비슷하기에 그들의 대전은 매우 처절하고 고되었다.

다소 지루한 견제를 보이다가도 잠시의 틈이 보이면 요란한 검기 다발이 허공을 격하고 부딪혔다.

어느새 한나절의 시간이 지났지만, 그 누구도 지루하다 생각하는 이들은 없었다. 모두가 숨을 죽이며 그들의 그 거대한 영혼을 느끼고 있었다.

바루시티움의 바깥에 자리한 그 지저분한 영상에서도 그 긴장감이 전해졌기에 겨울의 매서운 그 삭풍에도 흔들리는 이들은 없었다.

여기저기서 콜록콜록 거리는 이들이 있었지만 그런 소리도 그 긴장감에 영향을 끼치지 못했다.

이제 처음과 달리 그 대단한 검기들의 모습도 상당히 약해져 있었지만, 집중은 더욱 강해져 이들의 대전은 그 무게의 질이 달라져 있었다.

검을 흘리고 뻗으며 다시 내빼다 내려치는 현란함 끝에 결국 승리를 쥐게 된 것은 2황자 측의 검사였다.

번 칼리 그가 패한 이유는 결국 경험의 부재였다.

상대는 자신의 한계까지 몇 번이고 본 전장을 굴렀던 검사였기에 그런 결과가 나온 것이다. 그야말로 종이 한 장 차이에 패한 것이기에 번 칼리는 자신이 패한 것을 매우 분해하며 정신을 잃어야 했다.

물론 정신을 잃은 것은 몇 번이고 한계를 넘은 그 상대 또한 마찬가지였다.

다음 날, 당연한 수순이지만 그는 제 1황자 측의 일곱 번째 자리의 검사에게 패하게 되었다. 본래였다면 승리할 수도 있었을 것이지만 지난번 칼리 경과의 대전으로 쌓인 피로로 결국 패할 수밖에 없게 되었다.

하지만, 온전하게 승리를 내주지 않았고 하여 그 또한 상당한 피해를 감수해야 했다. 그 또한 다음의 상대자인 2황자 일곱 번째 검사에게 패하였고, 다음 날 그도 1황자 측의 아홉 번째 검사에게 패하게 되었다.

물고 물리는 앞날을 예상할 수 없는 대전의 흐름이 바루시티움에서 흘러가고 있었다.

그 손에 땀을 쥐고 심장을 뜨겁게 만드는 그들의 대전에 모두가 감탄하였다. 치열한 그들 상급 익스퍼트의 검사들의 대전에서 개안한 이들이 한둘이 아니었다.

어린 검사들은 그들의 모습에서 미래를 꿈꾸기도 하고, 어떤 이들은 오랫동안 잡았던 검을 놓기도 했다.

수많은 대전을 나았던 이 검술대회가 열흘째 되던 때 드디어 상위의 자리를 차지한 검사가 모습을 보이게 되었다.

그는 바로 제 1황자 측의 세 번 째 검을 맡고 있는 수호기사였다.

상위 익스퍼트의 끝자락에 자리한 그인 만큼 그는 벌써 2명의 대전 상대를 쓰러뜨린 뒤였다. 그 상대도 호락호락하지 않았다. 3황자 측의 라인 경과 2황자 측의 네 번째 자리의 검사였다.

그 이틀간의 대전은 단순히 대단하다 말로는 부족함이 많을 정도로 화려한 것이었다.

하지만, 그의 운도 다음 상대가 2황자의 수호기사가 모습을 보이자 패하고 말았다. 지난 대전에서 그 또한 상당한 피해를 입었기 때문이다.

그렇게 다시 이틀이 지나 그 또한 3황자의 2번째 자리를 차지한 스틴 백작이 나서자 패하게 되었다.

준 13강의 실력을 지닌 스틴 백작은 확실히 강했지만, 그 또한 다음 상대에게 패하고 말았다.

바로 제 1황자의 두 번째 자리의 검사인 발란시타 왕국의 제롬 공작에 의해서였다.

확실히 13강의 상위에 자리한 실력을 지닌 만큼 스틴 백작을 제압하던 그의 검은 매운 놀라운 바가 있었다.

기존의 검사들과 차원이 다른 형태의 검의 구를 구사하고 있었던 것이다.

그는 삼일 연속으로 어려움 없이 승리를 거머쥐었고, 그중에는 제 2황자의 2번째 자리를 차지한 검사도 자리했다.

그리고 나흘이 되던 해 제비를 뽑았던 그는 잠시 얼굴을 굳더니 이내 야안을 지목하였다.

그 지난 삼일 간 그가 보인 무위를 기억한다면 강자가 적은 삼황자 측의 입장에서는 비록 첫 번째 자리를 차지한 이라 해도 패할 가능성이 높았다.

그것은 이 대전을 지켜보던 대부분의 이들이 생각하는 것이었지만 지난 야안의 검이 얼마나 대단한 것인지를 보았던 삼황자 측의 검사들은 한 점의 걱정도 보이지 않았다.

야안은 매우 가벼운 몸놀림으로 비무장 위로 올라섰고, 제롬 공작은 그제야 야안의 검이 얼마나 대단한 것인지 짐작할 수 있었다.

‘이번 대전은 어려움이 크겠군.’

왜 삼황자 측에서 걱정을 보이지 않는지 그 이유를 알 듯했다.

곧 기사로서 예를 보이던 그들은 이내 검을 쥐더니 그 신형이 흔들리며 부딪히기 시작했다. 그 격렬한 대전에 모두가 혼이 나갈 듯했다.

공격적이면서 방어적인 야안의 검은 상급 익스퍼트의 검사들조차 파악하기에 어려움이 컸다. 그 상대 제롬 공작 또한 마치 허깨비를 상대하는 듯한 기분에 젖어 그 담대한 심장을 지닌 그도 긴장을 해야만 했다.

으로 제롬 공작의 검의 힘 대부분을 흘리고 막으며 되돌리던 야안은 큰 틈이 보이자 이내 붉은 실을 펼쳐 보였다.

그 야안의 붉은 실은 빠르면서도 무거웠다. 그랬다. 그 검을 상대하는 제롬 공작은 마치 거대한 철벽이 밀려오는 느낌을 받아야 했다.

제롬 공작은 재빨리 검의 구를 한 점에 모아 막섰으나 이미 기세가 오른 야안의 검을 막아서기에는 부족했다.

결국 그는 세 걸음을 물러선 뒤에야 그 힘을 흘릴 수 있었다.

승기를 잡자 그는 수세에 몰려야 했다. 야안의 육대검식은 검의 구를 자유자제로 다루는 그라 해도 어떻게 할 수 있는 성질의 것이 아니었다.

이미 육대검식을 마스터하게 되면서 그 초식의 연환이 자유로운데다 간간히 보이지 않는 비수처럼 뻗어 나오는 붉은 실은 치명적이었다.

백초를 넘어서자 제롬 공작의 검의 기세가 꺾이기 시작했고, 다시 이십 여초가 흐르자 결국 검이 부서지고 말았다.

‘카가강-’

그 소리는 현자가 펼치는 대마법과도 비슷했다. 제롬 공작의 검 또한 명검이었지만 야안의 검에서 일어나는 기운을 이기기에는 부족함이 있었다.

아니, 정확히는 수세에 몰린 제롬 공작이 야안의 기운을 받아넘기기 부족했다는 말이 맞을 것이다.

그랬다. 그 놀라운 결과에 모두가 말문을 잃어야 했다.

겨우 백 이십 초 만에 대련이 결론이 난 것이다. 백 이십 초라 하지만 상급 익스퍼트의 대전에서는 순식간에 흘러간다.

하니 실제 경지에 오른 이가 아닌 자라면 그야말로 영문을 파악하기 힘들 정도로 빠르게 끝이 났다고 생각할 수 있겠다.

‘짝짝짝-’

그 무겁고 기이한 침묵 속에 누군가 호쾌한 웃음과 함께 박수를 쳤다.

“하하하. 대단하군. 오랜만에 내 가슴이 뜨거워질 정도야.”

그 오만하다면 오만한 감상을 남긴 그는 다름 아닌 레필 공작이었다. 평소 감정 표현을 하지 않는 그가 그만큼의 감정을 표현했다는 것은 그만큼 야안의 검을 인정했다는 말이 된다.

곧 그의 감상평과 박수 소리에 이어 경기장에 자리한 수많은 이들의 함성이 요란스럽게 울려 퍼지기 시작했다.

귀족이고 평민이고 그 순간만큼은 하나였다. 평소 묵묵한 기사들도 그때만큼 어린아이처럼 찬사를 보냈다.

하지만 곧 또 다른 놀라운 일이 뒤를 이었다.

야안이 바로 뒤를 이어 제비를 뽑은 것이다. 승리 후 하루의 휴식시간이 주어지지만 야안은 그 휴식 시간 따위는 필요 없다는 듯 다시 제비를 뽑았다.

덕분에 자리를 벗어나려 했던 신민들은 다시금 그 소문에 본래의 자리를 사수하려 소란스러웠고, 또다시 박수와 환호소리가 경기장을 크게 울렸다.

하지만 그것이 놀라움의 시작이라는 것은 그때만 해도 알지 못했다.

다행인지 야안이 뽑은 제비의 번호는 이 황자 측의 여덟 번째 자리의 기사였고, 야안은 그를 단 이십 초 만에 꺾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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